블라인드사이드 - 생각의 사각지대

Blindsided

   
조너선 기퍼드(역자: 이은주)
ǻ
아름다운사람들
   
15000
2013�� 09��



■ 책 소개
올바른 결정을 방해하는 8가지‘블라인드사이드’를 소개하는 책!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존재일까? 이 책은 우리는 자신이 독립적으로움직이는 ‘합리적 행위자’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의 뇌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존재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올바른 결정을 방해하는 8가지 블라인드사이드를 소개하며 일정한 패턴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을 예상하고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닷컴 거품, 신용 붕괴, 더스트볼, 엔론의 몰락 그리고 수없이 발생한 각종 러시와 붐 속에서 현대인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가장 극적인 위기상황들에 동참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그 원인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 저자 조너선 기퍼드&nbsp&&nbsp&&nbsp& 
2013년 현재 옥스퍼드대학교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는 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동시에 역사가이며 기업인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방송국 BBC를 비롯하여「가디언」「선데이익스프레스」「메일온선데이」 등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활동해왔으며, 2000년에는 BBC에서 출간한 『BBC 히스토리매거진』의창간에도 참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마케팅컨설팅업체 블루퀘스트미디어의 이사로 재직하며 런던에 있는 유럽커뮤니케이션스쿨에서 광고와 마케팅에 관한강의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역사를 이긴 승부사들(History Lessons: What business andmanagement can learn from the great leaders of history)』과 『리더십에 관한 100가지 생각(100Great Leadership Ideas)』 등이 있다. 

■ 역자 이은주&nbsp&&nbsp&&nbsp&&nbsp&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졸업하였으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2020 대한민국 다음 십 년을상상하라: 세계를 움직이는 30인이 바라본 한국의 미래』『윌리엄 오닐의 성장주 투자기술』『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통찰』『퀀트 30년의 기록:금융공학 천재 21인은 고백한다』『현명한 채권투자자』『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신성한 소 죽이기』『부동산 대공황:예고된 재앙 또 한 번의 기회』『워렌버핏 투자노트』『세일즈 프로모션은 왜 마케팅의 핵심인가』『코끼리를 잡는 계약과 협상 제안 전략』『변화는성공을 부른다』『정치 마케팅과 선거』『전략적 고객 관리의 7가지 핵심 원칙』『직장인의 심리상자』『신문으로 보는 세상』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서문 -이러한 사태를 예견했어야 했다! 우리는 왜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는가?

제1장 붐과 러시에 우리는 왜 냉정하지 못한가? - 충동적인 사고
제2장 왜 이번만은 다르다고 생각하다가 늘당하는가? - 객관적이지 못한 사고
제3장 욕망의 과학 - 쾌락적인 사고
제4장 큰돈을 벌게 해줄 거라는 믿음, 낙오되지 않으려는본능적 추동 - 근거 없는 낙관주의
제5장 내가 속한 집단과 다른 집단을 나누어 배척하는 경향 - 이분법적인 사고
제6장 왜 아무도몰랐을까? 설마 했을까? - 비전략적인 사고
제7장 개별적 행동의 집단적 효과를 파악하는 것의 어려움 - 근시안적인 사고
제8장재앙은 꼭 사회적인 것이기만 한가? - 비사회적인 사고
제9장 블라인드사이드 - 생각의 사각지대&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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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nbsp& 





블라인드사이드 - 생각의 사각지대


붐과 러시에 우리는 왜 냉정하지 못한가 - 충동적인 사고

붐과 러시에 따르고자 하는 비이성적인 과열

인간이라는 존재는 태생적으로 러시(rush)에 휩쓸리지 않기가 참 어렵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주변 사람들 전부가 무언가의 한 귀퉁이라도 차지하려 아귀다툼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휘발유, 양초, 물, 설탕 등 그 어떤 것이든 앞으로 공급이 달릴 것이라 예상될 때가 있다. 그러면 처음에는 그냥 일시적인 현상이니까 이 위기가 지나고 다시 정상적으로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유소에 혹은 급수차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본다거나 양초 상자를 한 아름씩 안고 상점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십중팔구 이 행렬에 동참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에는 여러분도 사재기에 나서게 될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이웃 사람들이 서로 차지하려 아귀다툼을 벌이는 자원이 있을 때 그 한 귀퉁이라도 떼어 가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이 가해진다고 생각한다.


선착순

결국은 유한 자산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난 이른바 무한 자산을 얻고자 선착순 경주를 벌이는 일도 있다. 목표로 한 것이 유한한 것이 아니고, 첫 번째로 가든 열다섯 번째로 가든 아니면 이천오십 번째로 가든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남보다 빨리 도달하려고 애를 쓰는 그런 경우가 있다. 최근에 있었던 닷컴 경기의 흥망성쇠야말로 여기에 딱 맞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처음에 사람들은 인터넷을 토지와 같은 유형의 공간으로 본 것 같다. 그래서 먼저 점유하여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만큼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빨리 움직이는 사람, 즉 선발 주자가 가장 유리하다고 봤다.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는 늘 겟 빅 패스트(get big fast)를 부르짖었다. 요컨대 빨리 성장하자!가 아마존닷컴 그리고 창업주 베저스의 기업 신조였다. 그러나 베저스를 비롯하여 수많은 인터넷기업인들의 생각이 잘못됐음이 드러났다. 아마존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겟 빅 패스트를 포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투자자들이 인터넷에 쏟아부으려 했던 거액의 자금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자 아마존은 수익을 내자!라는 전통적 기업 운영 덕목에 다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마존은 발 빠르게 새로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는 온라인으로 상품(책 그리고 나중에는 DVD, CD, 기타 상품으로까지 확대되었다)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서점을 목표로 한 것이었고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한, 이른바 가상 상점에 완벽히 들어맞는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사람들이 원했던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초기 손실 기간을 잘 버텨낸 이후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나 놓고 보면 인터넷 시장이라는 공간을 고급 상점들이 즐비한 쇼핑가쯤으로 인식한 것은 잘못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쇼핑가라 함은 비교적 비싼 임대료를 내는 상점들이 제한적 공간에 늘어서 있는 중심가를 말한다. 그런데 인터넷은 이러한 쇼핑 중심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동네 상점가이기도 하고 전문 상품을 취급하는 작은 상점가, 교외 쇼핑 지구, 시골의 대형 도매 지구이기도 하다. 인터넷은 모든 것을 취급하며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소매상(주로 유통업체까지 포함)들이 이 가상 쇼핑가를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가? 그렇다. 아마존이 하루아침에 경쟁자들에게 따라잡혀 폐업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는가? 그럴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이 신기한 시스템 속에서 서로 다투어 차지하려 하는 그 자산이 과연 실물 자산일까? 유감스럽지만 그건 아니다. 온라인 최초의 애완동물 먹이 상점을 낸다거나 최초의 온라인 꽃집 혹은 최초의 패션 잡화점을 내는 것은, 금광이나 유정 심지어 땅을 차지하고 앉는 것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인터넷 공간을 실제 공간으로 착각하고 거액을 쏟아부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무턱대고 먼저 덤비기 전에 인터넷은 절대 실물 자산이 아니라는 이 뼈아픈 진실을 미리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을!

 


욕망의 과학 - 쾌락적인 사고

쾌락적인 뇌의 허점

이 책은 다양한 상황에서 목격할 수 있는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고찰하는 데 많은 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사람들이 뭔가를 구매할 때다. 즉 우리가 소비자로서 행동할 때 이러한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특히 소비자의 비합리적 행동에 극단적 관심을 두는 집단이 있는데 마케팅과 광고 업계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통상적으로 광고와 판매라는 것의 실상은 사람들의 욕구, 기호, 관심사와 같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동차, 비누, 집, 가전제품 등 크든 작든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순전히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이라는 잣대 하나만을 가지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누구나 그렇듯 분명히 자신이 더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이유는 우리 자신도 확실히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또 이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와는 정반대로 사회적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대범한 사람이라는 인상도 주고 싶어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확실히 설명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로 무언가를 산다. 그리고 또 어떤 때는 역시 불명확한 이유 때문에 정말 좋은 제품과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우리의 구매 습관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조사 과정을 거친 연역적 논리의 결과가 아니다. 그러므로 판매와 광고 종사자들은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마치 의도되지 않은 것처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공을 가져오는 광고와 영업의 해법이다.


소비자 사회

단순해 보이는 코카콜라 캔 하나만 해도 여기에는 세심하게 계획된 마케팅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캔을 볼 때면 그냥 콜라 캔이 아니라 제조사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오랫동안 지켜왔다는 것을 암시하는 정서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아무런 표시도 돼 있지 않은 빈 캔에 여러 종류의 콜라를 담고 각 캔에다 콜라 1, 콜라 2, 콜라 3 등의 라벨을 붙이자. 이렇게 하고 시음을 하면 정서적으로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던 (그리고 값이 더 비쌌던) 콜라 쪽에 마음이 기울어 이것을 선택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각 캔에 든 콜라를 마셨을 때 만족감이랄까 즐거움 같은 기분은 덜 느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멋진 잔에 담긴 포도주는 더 맛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더 맛이 있다. 실제로 우리는 별로 예쁘지 않은 잔으로 포도주를 마실 때보다 예쁜 잔에 든 포도주를 마실 때 더 기분이 좋고 이렇게 좋은 기분일 때 맛도 더 좋다고 느낀다. 똑같은 맛이 나는 포도주를 플라스틱 컵에 넣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고 하자. 우리의 감각이 우롱당한 것인가! 이처럼 착각적 감각 때문에 삶이 더 풍요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 멋진 포도주 잔을 파는 사람? 그렇기도 하겠다. 그러나 우리 소비자 역시 이 때문에 삶이 풍요해지는 쪽이기는 마찬가지다.  



큰돈을 벌게 해줄 거라는 믿음, 낙오되지 않으려는 본능적 추동 - 근거 없는 낙관주의

헌 램프로 새 램프 비추기

혁신은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행위 자체에는 칭찬받아 마땅한 기본 원칙이 들어 있다. 발명가들은 자신들이 발명한 그것이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생각했고 적어도 재미와 즐거움을 줄 것으로 봤다. 이러한 생각이 바로 그러한 원칙이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그 혁신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혁신자들의 의도만큼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문제는 실체가 없는 그 어떤 것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약속하는 그 혁신에 우리는 또 쉽게 우리의 뒤통수를 내준다는 점이다. 그러한 유형의 혁신은 마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는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똑똑하다는 몇몇 사람들은 그것이 분명히 효과적인 작용을 하며 우리 모두를 더 부유하게 혹은 덜 가난하게 만들어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귀가 솔깃해진 우리는 일말의 불신이나 회의는 던져버리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준다는 그 신기한 새 개념을 넙죽 받아들인다.


그래서 어떤 기업이 사업 운영 방식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며 따라서 기존의 가격 구조가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 일반인은 물론이고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을 보유했다고 생각되는 분석가들과 비평가들조차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화려하게 등장한 신생 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의 가치 평가가 기존 방식을 기준으로 한 실질 가치와 왜 무관한지 그 이유가 설명되는 부분이다). 20세기 말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의 급부상과 함께한 이른바 신경제라는 구조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된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속한 집단과 다른 집단을 나누어 배척하는 경향 - 이분법적인 사고

1355년 옥스퍼드

1355년 영국의 대학 도시 옥스퍼드에서 지역사회에 대학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이것은 타운과 가운(town and gown, 지역사회 주민과 대학 사회의 대립적 관계) 논쟁의 시초가 됐다. 이것이 바로 성 스콜라스티카 축일의 폭동이다. 이날 두 학생이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주문한 포도주의 맛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두 학생은 술집 주인에게 그 포도주를 쏟아부으며 행패를 부렸다.


그 마을의 행정관들이 두 학생에게 그 행동에 대해 반성하라고 했으나 두 사람은 그 요구를 묵살했다. 옥스퍼드 시장은 대학 총장에게 그 학생들(옥스퍼드대학교의 모든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시장의 관할권 밖에 있었다)을 체포하라고 했으나 총장 또한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시장에게 폭행까지 가할 기세였다. 총장은 그 마을에서 피신했고 다음 날 학생들은 마을과 통하는 문을 전부 걸어 잠갔다. 그리고 불을 지르고 마을 사람들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옥스퍼드 시민도 반격에 나서며 긴 활을 사용하여 학생들을 공격했다. 마지막에는 지역주민 2,000명이 "죽여, 죽여, 부셔, 부셔, 때려눕혀!"라는 살벌한 구호를 내지르며 대학으로 몰려가 학생들을 공격했다. 학생 63명과 시민 30여 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이처럼 사소한 말다툼이 어쩌다 그렇게 큰 사건이 돼버렸나? 옥스퍼드 시민과 옥스퍼드대학교 사람들이 더는 공통된 목적을 지니지 않았고 또 공통된 관할권 내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와 그들

인간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사회를 지향하는 동물이다. 우리의 뇌는 공감과 사회성에 경도돼 있는 듯하다. 심지어 이런 공감 상태가 우리의 신체로 표현되기도 한다. 요컨대 다른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 표현에 따라 우리의 얼굴 근육도 이에 맞춰 조정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신체 내부에서도 그 고통스러움을 반영하는 신경 활동이 이루어진다.


놀랍게도 우리는 같은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에 대해서 이러한 무의식적 사회성을 더욱 잘 드러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다수의 연구 결과 백인종은 중국인이나 다른 인종이 고통스러워하는 것보다 같은 백인종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봤을 때 고통을 나타내는 신경 신호가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 상황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불편한 진실이기는 한데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우리가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 구성원들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볼 뿐 아니라 우리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의 의식(신경과학적 용어로 말하면 대뇌 전두엽)은 이 같은 무의식적 혹은 자동적 반응을 신속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안타까운 부분은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이러한 반응을 제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지속적이고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인간 경험의 근저를 이룬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본능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 공감을 나누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러한 능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슬픔과 기쁨을 공유할 수 있고 공통된 목표를 지닌 집단을 구성할 수 있다. 우리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고 행동의 자유를 얼마간 억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을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그 사람들과는 교감을 나누지 못하고 또 그 집단과 우리의 이익이 충돌할 때는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한다 해도 그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상태 간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인류 역사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집단 간 이익의 충돌이 예기치 못한 급작스런 폭력으로 비화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막상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새삼스레 충격에 빠지곤 한다. 어떤 경우에든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예측할 수 있다면 원칙적으로 그러한 사태를 피할 만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완벽한 사회 그리고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우리의 꿈에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개별적 행동의 집단적 효과를 파악하는 것의 어려움 - 근시안적인 사고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할 거라는 자기최면

미국의 생태학자 개럿 하딘은 1968년 「사이언스」지에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제목의 매우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하딘은 이 논문의 서론에서 매우 인상 깊게 자신의 논지를 펼쳤다. 여기서 하딘은 자신의 논문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문제, 즉 핵무기 경쟁이 유발한 문제에 관한 논문을 언급했다. 당시 이 문제는 냉전 시대의 양 진영을 괴롭히던 난제였다. 하딘은 이 논문 저자들이 매우 과감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신중하게 판단하건대 이 딜레마에는 기술적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대국들이 오직 과학적 및 기술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한정된 공동 자원을 모든 사람이 함께 이용할 때는 그 자원의 과도한 개발이 불가피하다. 하딘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목초지가 있어서 모두가 이곳에서 자신이 소유한 가축을 놓아 기르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주문한다. 한동안은 별문제 없이 일이 잘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다음과 같은 파국적 결과로 수렴되는 냉혹한 논리가 작용하기 시작한다.


목동들 역시 이성적 사고를 하는 인간으로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들은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그리고 다소 의식적으로 이렇게 묻는다. 내 소 떼에 소 한 마리를 더 추가했을 때의 효용값은 어떻게 될까? 이 효용값은 정적(+) 요소와 부적(-) 요소로 구성된다.


1. 정적 요소는 가축 한 마리가 증가한 것과 상관이 있다. 목동은 추가한 가축을 판 대금을 전부 가지므로 정적 효용값은 약 +1이다.

2. 부적 요소는 가축 한 마리가 추가되면서 발생한 과도 방목과 상관이 있다. 그러나 과도 방목의 영향은 모든 목동이 공유하기 때문에 목동 한 명이 한 행동(가축 한 마리를 더 추가한다)의 부적 효용값은 -1보다 훨씬 작다.


이성적 사고를 하는 목동으로서 정적 및 부적 효용값을 다 고려했을 때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일은 방목 가축 무리에 자신의 가축을 더 추가하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다른 목동도 또 다른 목동도 이와 마찬가지 생각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결론에 이른 목동들이 전부 공유 목초지에서 가축을 기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비극이 있다. 본질적으로 유한한 세계 안에서 각 목동이 무리하게 자신의 가축 떼를 무한정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공유지는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맞는다는 논리를 맹신한 나머지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행동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사회가 몰락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공유지 사용의 자유가 결국은 모두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실제로 재난이 확실히 닥칠 때까지 공유 목초지에서는 방목이 점점 더 늘어난다. 누군가가 공유 목초지에 자신의 염소 혹은 소를 더 방목해도 크게 문제는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가축을 공유 목초지에 더 집어넣지 않으면 아마도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할 것이다. 아주 덕망 있는 어떤 목동이 공유 목초지에 자신의 소를 더 추가하면 이 사람보다 윤리 수준이 낮은 다른 목동은 당연히 그 행동을 그대로 따라할 것이다.


이 문제가 골치 아픈 이유는 또 하나 있다. 공유 목초지에 자신의 가축을 더 넣어 방목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지 아닌지가 딱히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목초지의 소유권이 모든 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그곳의 목초지를 훔치는 것은 당연히 금지된다. 그러나 가축을 더 넣는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즉각적인 해를 입히지 않는다. 과방목 상태가 되어 공유 목초지 안의 가축이 전부 죽고 나서야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며 한탄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사유화였다. 누군가가 어떤 자원을 소유할 때는 그 자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확정적 권리가 그 사람에게 있다. 그러나 특정 자원을 정확히 누가 왜 소유하는가와 관련한 흥미로운 문제들이 존재한다. 또 사유화는 물, 물고기, 구리 등과 같은 유한한 공용 자산에는 적합하지 않은 해결책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페루에 있는 구리 광산을 산다면 이것은 분명히 자국의 구리 공급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구리의 지속 가능한 사용을 보장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블라인드사이드 - 생각의 사각지대

뇌의 사각지대

이미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에 우리는 자아의 힘을 빌려 우리가 했던 그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우리가 한 선택 대부분은 본능, 감정, 추동에서 비롯된 결과임이 드러났다. 우리는 늘 합리화를 위한 이야기를 꾸며내고 이러한 이야기를 되뇌며 우리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애써 자신을 설득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라는 것이 대개는 거짓이다.


이러한 이론들은 우리가 왜 그토록 자주 불의의 일격을 당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토대가 된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대개 빠르고 본능적인 반응들이 주가 된다. 반면에 이미 한 행동들을 되짚어 볼 때는 훨씬 느리고 에너지 소비는 훨씬 많으며 평소에 별로 사용되지도 않았던 그러한 사고 과정이 주가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같이 신속한 사고 체계는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인자들로 말미암아 그 체계가 손상되기가 매우 쉽다. 이보다 심각한 부분은 신속한 사고 체계와 느린 사고 체계 가운데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고 자각하는 것은 바로 후자라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이성적 사고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우리의 망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자신이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분하고 침착한 그리고 냉정한 사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온 모든 것에는 이른바 감정값이라는 것이 할당된다. 그리고 이 감정값 덕분에 우리의 정신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친구인지 적인지 혹은 싸울 것인지 피할 것인지 등을 아주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느긋하게 생각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생각이 우리 뇌로 들어오는 그 찰나의 순간에 최초의 감정적 결정, 즉 본능적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다루는 우뇌는 감정적이고 개입적인 속성을 지닌다. 이와는 정반대로 좌뇌는 외부 세계에 대한 인상을 세부 단위로 쪼개어 이를 분석하고 범주화하는 쪽으로 특화돼 있다. 우리가 우리로 자각하는 것은 바로 이 좌뇌 부분이며, 외부 세계에 대한 인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좌뇌는 우뇌의 작용 결과가 의식화하는 것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이 이론은 현대인의 생활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역기능성을 설명하는 길을 열어준다. 이와 동시에 좀 더 직접적으로 실제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경로, 즉 잘못된 합리화와 자기기만에 빠질 위험성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공한다. 잘못된 합리화와 자기기만에 빠지는 경향성 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자주 불의의 일격을 당한 채 크게 당황하곤 하는 것이다.


우리의 책임

우리의 뇌, 정신의 실제 작용 기제를 이해하고 인간은 생각만큼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으며 감정적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이 모든 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니 신속한 결정이 능사는 아니다. 한두 번은 감정적 오류와 편향된 사고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 탓이다. 어떤 변화나 문제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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