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중국경제

   
랑셴핑·쑨진(역자: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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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있는풍경
   
23000
2012�� 10��



■ 책 소개
‘세계의 시장’ 중국,하지만 중국 경제는 위기다? 
― 경제 대국이면서도 앞날이 불투명한 중국 경제

중국 경제가 눈에 보이는 실적에만 집착해 왔으며, 이 때문에 지금 중국 경제는 급격하게 몰락할 수 있다고예견하는 책으로, 중화권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랑셴핑 교수가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는 중국 경제를 위기라고 지적하고, 그 이유와 앞으로의 중국 경제전망을 살펴본다. 경쟁력을 잃은 채 규모만 키우고 있는 중국 경제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이 책은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성장률의 허점을날카롭게 짚어 내고, 각 부문의 실제 사례로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들춰낸다. 

저자는 중국이 경제대국에 올라서기는 했지만 경제 선진국에는 너무나 먼 불투명한 법제도, 경제의 불투명성,경쟁력 없는 기업들, 개혁을 거부하는 정치체제가 중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한다. 개혁 개방 이후 30여 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민들을 가장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현재 중국의 현실과 중국 경제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는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저자
랑셴핑(郞咸平)
 - 국제금융학 분야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주목받는 경제학자로, 2003년 ‘세계를 움직이는 경제학자’,2006년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10대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중화권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중국 출신 경제학자 중 노벨상에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그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금융학을 전공했으며, 뉴욕대학교에서 부교수를 거쳐 1998년 시카고대학교에서 교수를역임한 후 현재 홍콩 중문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1990년에 발표한 기업파산 연구 논문은 그해 전 세계에서 발표된 금융재무학 관련 논문들 중가장 우수한 연구 저술로 선정되었으며, 그의 논문들 중 두 편은 지금까지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기업재무 논문 중 하나로 꼽히고있다. 지금까지 국제적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병폐와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학자로유명하다. 그의 거침없고 예리한 비판과 정확한 미래 예측은 그의 인지도를 한층 높여주고 있으며, 중국 국민들로부터 ‘미스터 마우스’라는 애칭을받으며 가장 신뢰하는 경제학자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그를 경계 대상 1호로 지목하고 있다.

그간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새로운 중국을말하다』『자본전쟁』『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중미전쟁』『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자본주의 정신과 사회주의 개혁』『랑셴핑의 말말말』등을펴냈다. 

쑨진(孫晉) -홍콩 중문대학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 스위스 제네바국제개발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현재 랑셴핑의 학술 조수로 활동하며, 랑셴핑 교수가진행하는 ‘랑셴핑의 말말말’, ‘랑셴핑이 바라본 경제’, ‘랑셴핑의 재미있는 경제 이야기’ 등 TV프로그램 및 각종 집필 활동을 관리하고 있다.

■ 역자 이지은
중앙대 중국어과를 마치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석사 졸업했다. 중국대련 요녕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주)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부자 중국가난한 중국인』『레드머니』『삼국지 여인천하』『왕도』『바이두 스토리』『리자청 VS 왕용칭 경영학』외에 여러 권이있다.

■ 감수조용찬
중국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 중국자본시장연구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신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를 거쳐대신경제연구소와 한화증권에서 중국팀장을 맡았으며, 지식경제부 FTA 자문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 모니터링 TF 전문가로도 활동 중인그는 지금까지 1,000여 편의 중국 경제 보고서와 1,000회 이상의 강연 활동을 해왔으며, 국내에서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중국 경제통으로꼽히고 있다. 전문 분야는 중국 거시경제 동향·․비관세 장벽·중국 투자 등이다.

1999년부터 2005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재 KBS 라디오 ‘김광진의경제투데이’, YTN 라디오 ‘곽수종의 생생경제’에 고정 출연 중이다. 연합뉴스 TV·WOW 한국경제 TV·SBS CNBC·mbn 등 다양한경제 증권 방송에서 중국 경제와 증권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주경제신문 「충정로칼럼」에서도 글을 읽을 수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중국의비관세 장벽 현황과 공략」「중국 자본 유치 전략」등이 있다.

■ 차례
감수의 말 
들어가는 글 
Part 1 사면초가에 몰린 중국 경제 
01중국 경제, 쇠퇴의 함정에 빠지다 
02 열병을 앓고 있는 중국 경제 
03 비용의 우위를 잃게 되는 날 
04 서민주택이부동산시장을 무너뜨린다면 
05 짝사랑에 머문 산업 구조조정 

Part 2 침체에 빠진 국유기업 개혁 
06 국유기업은 수익을 내고 있는가
07 세금 인상으로 때운 개혁, 전력 
08 폭리에 취해 무너진 민간항공 
09 통신, 느리고 비싸고 전망도 어둡다

Part 3 문제투성이의 금융정책
10 누가 고금리 대출을 양산하는가 
11 진흙투성이 되어버린 은행 신탁 
12 국유은행은 일본의 비극을 따를것인가 
13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중국 증시 

Part 4 위기에 직면한 민영기업들
14 타오바오 대전을 조종하는 세력 
15 다빈치의 눈물과 지적재산권 위기 
16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는세금들 

Part 5 중국 경제가 가야 할길 
17 개혁하려면 목표부터 다시 설정하라 
18 예산을 개혁해야 서민이 편하다 
19 국유기업의 피할 수없는 임무 
20 세제 개혁이 절실한 이유 

맺는말





벼랑 끝에 선 중국경제


Part 1 사면초가에 몰린 중국 경제

중국 경제, 쇠퇴의 함정에 빠지다

침체의 늪을 헤매는 중국 경제

중국 경제가 지금 얼마나 심각한 쇠퇴기에 접어들었는지 많은 이들이 여전히 모르고 있다. 2011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9.24%까지 떨어졌다는 언급에도 많은 이들이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성장한 것 아니냐며 나름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자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중국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통계된 GDP와 소비자물가지수 외에도 실물경제 데이터가 너나 할 것 없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투자, 수출, 소비에 이르기까지 현재 중국 경제는 전면적인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먼저 수출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그로 인해 무역 흑자가 순식간에 감소하거나 심지어 무역 적자 현상이 몇 차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전통적인 수출 산업, 이를테면 IT 상품, 전자기기 및 노동집약형 가공무역 모두 해외 수요 감소와 내부 비용 상승으로 불황에 빠질 것이다. 둘째, 내수 부진에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일부 업종은 원가 상승폭이 판매가격 상승폭을 웃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판매량이 늘수록 이익은 줄어든다. 물론 객관적으로 말해 중국의 GDP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지원군은 수출이나 내수가 아니라 투자다. 또 다른 지원군으로는 정부 분야의 인프라 시설과 부동산이 있다. 공업 투자 부문도 강력한 지원군 중 하나로 거론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공업 투자가 민생이나 내수 위주가 아니라 인프라 건설에만 집중한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과거 투자에 동원된 재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바로 평범한 서민들의 지갑에서 나온 것이다. 차마 쓰지 못하고 은행에 차곡차곡 저축한 월급 말이다. 이 돈이 은행의 손을 거쳐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넘겨지는데, 대약진 아니면 실적 쌓기에 급급한 이들 업체는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개혁개방 30년 동안 힘들게 쌓은 부를 단번에 쏟아 붓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밥 지을 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사방이 먼지만 풀풀 날리는 공사판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경기는 계절과 다르다. 계절의 변화는 항상 자연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므로 겨울이 오면 비록 당장은 추워도 따뜻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지만 경기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지금 중국의 경제 한파가 언제든지 더욱 혹독한 빙하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케케묵은 낡은 방식을 고집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면 중국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일본처럼 30년 장기 불황에 빠지는 비극뿐이다.


열병을 앓고 있는 중국 경제

부동산, 주식, 기업에 칼을 뽑아들다

2011년 초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해 거시조정의 최대 이슈는 부동산시장, 주식시장, 민영기업을 향한 대대적인 규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다시 말해 중국 정부가 이 세 부문을 향해 날카로운 칼날을 갈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사항으로, 정부의 규제 대상이 가격이 아니라 거래량이라는 점을 지목했다. 지금까지 보았을 때 이 예언도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고 있다.


2011년 중국 정부가 내놓은 모든 규제 정책은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과 10대 산업 진흥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해당 방안을 실시하는 데에 동원된 자금의 출처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가 재원이나 저축과 같은 정상적인 수단이 아니라 열심히 조폐기를 돌려 나온 돈이기 때문이다. 돈 찍어내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눈을 의심할 정도다. 미친 듯이 돈을 찍어낸 결과 인플레이션이 터졌다.


당시 중국 정부에게 주어진 최대 임무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인플레이션을 잡고, 전면적으로 신용대출을 바짝 조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이 거액의 부채를 짊어진 상태에서 무턱대고 돈줄을 조일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한창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정부에게 묘안이 떠올랐다. 바로 다른 부문의 자금을 흡수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추가로 돈을 찍지 않고도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터였다. 조심스러운 탐색 끝에 정부의 칼날이 주택시장, 주식시장과 민영기업의 투자 신용대출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해당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통해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면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자연스럽게 은행으로 흘러들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에 원활한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잘만 하면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자칫 잘못해 주택시장이 무너진다면 최초의 피해자는 일반 서민이 아니라 국유은행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거액의 부실채권을 짊어진 국유은행이 부동산시장의 몰락에 따른 충격을 메우기 위해 증시에 의존해 자본금을 마련할 것이 분명했다. 2011년 중국 경제의 거시적 조정책이 직면한 기본 상황이 바로 이랬다.



Part2 침체에 빠진 국유기업 개혁

세금 인상으로 때운 개혁, 전력

중국은 에너지 절약과 오염물 배출 절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간대별 전력요금 제도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전기를 사용하는 업체를 약탈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이득을 챙겼을까? 예상대로 전력망업체였다. 허난성에 있는 30개 화력발전 관련 업체는 시간대별 전력요금제 때문에 망 접속료가 1kWh당 평균 0.005위안 줄어들어 약 4억 2,900만 위안의 손해를 보았다. 주요 원인은 전력 조정이 전력망업체의 말 한마디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발전업체는 발전 시간대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결정권도 갖지 못한다.


전력망업체는 소매 업체의 숨통만 조이는 것이 아니라 전력 생산 업체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5대 발전 그룹 출신인 기업의 대표는 석탄 가격-전기요금 연동 정책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석탄 가격도 오르게 될 텐데, 그런 경우 전기요금이 인상폭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발전업체가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전력망업체가 구매한 전력요금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망 접속료에 비해 1kWh당 0.3~0.4위안이 낮다고 한다. 중국 발전업체가 손해를 보는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중국 전력업계의 본질이다. 전력망업체와 관련 일선 담당자가 전기요금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혈안이 된 까닭은 무엇인가? 다른 국가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시간대별 전력요금제가 중국에서 역효과를 본 까닭은 무엇인가? 현재 중국의 전력망업체가 여전히 전통적인 차액 먹기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국가에너지국의 한 관리는 한때 솔직하게 속내를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수익 모델이죠. 그걸 중국과 북한만 쓰고 있습니다." 차액은 이른바 소매용 전기요금과 망 접속료 간의 가치 차이로, 중국 전력망업체는 바로 이 차액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이런 수익 모델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전력망업체는 독점적 우위를 이용해 최대한 망 접속료를 내리누르는 한편 판매용 전력요금을 계속해서 올릴 것이다.


폭리에 취해 무너진 민간항공

민간항공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기 위해 특별히 자리를 마련한 것은 중국의 민간항공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폭리를 취하고 있다거나 걸핏하면 연착되는 상황을 고발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보다는 모든 국유기업 개혁 중에서 민간항공 분야의 개혁이 가장 위선적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겉으로 보았을 때, 민간항공은 중앙 기업 중에서 개혁이 가장 철저하게 이루어진 듯하다. 개혁을 통해 민간항공업계는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민간항공총국, 수송 및 운영을 책임지는 3대 항공사, 여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항 허브라는 독립된 부문으로 분리되었다. 여기에 국내 및 국제 항공노선에서 몇몇 경쟁자까지 두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면만 보았을 때 이처럼 완벽하게 규범화된 곳도 없을 듯하다. 그 때문에 철도부가 민간항공업계를 개혁의 롤 모델로 삼았다고 했는가 싶다. 하지만 보이는 것에 흔들리지 말고, 화려한 겉모습 아래 숨겨진 본질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


지연과 독점, 부패에 찌든 항공노선

일반 승객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대상은 민간항공국이 아니라 항공사다. 중국의 항공권 가격이 비싼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은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낙후된 서비스다. 항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걸핏하면 운항이 지연되지만 이 때문에 불편을 겪게 된 승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승객과 항공사 간 갈등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탑승 거부만 검색해도 현재 중국 항공업계의 서비스가 얼마나 낙후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운항 지연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항공업계의 심각한 부패 현상을 다루어보자. 항공사가 항공기를 구입할 때부터 뇌물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는가? 노선, 운항 시간, 항공권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한마디로 완벽한 부패 산업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항공사의 수익은 황금시간대와 황금 노선의 확보 여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황금 노선과 황금시간대에 해당하는 항공권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려주어야 하는 나마저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경쟁이 아니라 경매처럼 관시로 불리는 인맥과 뒷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국유항공사인 남방항공(南方航空)조차 업계 관례를 들먹인 끝에 자신이 원하는 노선과 시간을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운항편 심사를 살펴보자. 겉으로 보기에 중국에는 민간항공 운항 시간 관리에 관한 임시 방법이 있지만, 실제 심사 과정은 단일 부서가 심사를 단독으로 처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집단 결정 체제로 전환되어 진행된다. 운항 시간을 심사하는 위원회는 20여 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모두 3대 국유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데에 함정이 있다. 3대 항공사 출신이라고 해서 당연히 제 회사를 위해 죽을 각오로 이익을 차지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이들의 관심사는 제 잇속을 차리는 것뿐이다. 손에 쥔 권력을 이용해 저가로 운항권을 양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다. 항공사는 일종의 업계 관례나 보이지 않는 규칙을 통해 운항 시간을 배정받는다.


부패 척결과 철저한 시장화만이 살길

항공권 폭리, 운항 지연, 항공노선 독점 등의 문제 모두 부패의 만연과 심각한 독점 때문에 비롯되었다. 독점 현상 때문에 폭리를 취할 수 있고, 폭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패를 일삼는다. 그런 점에서 향후 민간항공 개혁의 성공 여부는 관료주의와 부패 근절, 철저한 시장화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의지와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Part3 문제 투성이의 금융정책

누가 고금리 대출을 양산하는가

고리대 사업에 뛰어든 국유은행

누가 고리대를 양산해내는 걸까? 이 문제를 조사, 연구하는 과정에서 눈부신 활약상을 보인 주인공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중국의 은행과 국유기업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고리대를 쏟아내고 있을까? 그 내용을 대략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은행을 통한 고리대다. 2011년 이후 긴축정책으로 대출을 받지 못한 기업이 속출하자, 누군가 그 속에서 기회를 발견해 본격적으로 고리대 사업에 착수했다.


① A가 높은 이자를 받아주겠다며 B에게 접근해 원저우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예금하도록 한다. 이때 A가 제시한 이자는 10%로, 은행의 예금 금리가 3.5%라면 나머지 6.5%의 이자는 A가 B에게 지불한다.

② B의 자금이 원저우 은행에 입금되면서 결과적으로 거액의 예금을 확보하게 된 A는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예금이 늘어나면 은행의 대출한도도 거기에 맞추어 늘어나므로 B의 예금을 받은 은행은 B와 관련된 A의 대출한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준다. 그렇게 해서 낮은 금리로 많은 돈을 대출받은 A는 이를 이용해 큰돈이 필요한 고객에게 대출해준다. 이때 은행은 반드시 이 대출을 A의 고객인 C에게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는 다른 은행을 찾을 테고, 그러면 은행은 막대한 예금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③ C가 은행에서 대출받은 후 이자를 지불할 때 이자는 은행의 공식 금리가 아닌 은행이 A와 사전에 약속한 이자를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은행과 A가 약속한 이자가 20%라면 A는 10%의 이자 차액을 벌어들이고, 은행 역시 고리대를 받는다.


은행이 이렇게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지나칠 리 만무했다. 여기서 두 번째 방법이 시도된다. 은행 스스로 고리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가 규정에 따르면 은행 스스로 금리를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은 꼼수를 부린다. 요컨대 은행은 대출을 해줄 때 고객과 은밀하게 한 가지 약속을 정한다. "돈을 빌려줄 테니 대신 이 돈을 우리가 지정한 은행에 넣어두십시오.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이 예금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으세요." 이렇게 해서 은행은 손쉽게 두 배의 이자를 벌어들인다. 은행에서 제시한 1년 만기 대출의 금리가 6.6%라는 기사나 소식을 접할 수 있는데, 사실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이 금리는 국유기업에만 해당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국유기업에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진흙투성이 되어버린 은행 신탁

홀로 버텨야 하는 예금주와 투자자들

중국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개성이 넘쳐나는데, 그 중 하나가 내려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 높은 저축률이다. 최근에 예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중국 국유은행은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예금을 움켜쥐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겨난다. 곰곰이 생각해보라. 은행은 인민은행이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지급 준비금을 강제로 상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핵심 자본을 보충하기 위해 쉬지 않고 재대출을 통해 수익을 꾀한다. 그러고도 남은 예금이 업체에 대출되지 않는다면 은행은 결국 제 주머니를 털어 예금주에게 이자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아무 기업에 대출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출이 워낙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갑갑한 처지에 골치를 앓던 은행이 마침내 완벽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재테크 상품을 고안해낸 것이다. 은행이 재테크 상품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는지 아는가? 판매 수수료만 5%에 달한다. 솔직히 말해 재테크 상품이 대출보다 훨씬 남는 장사다. 대출의 경우 상환하는 데에만 보통 3~5년 정도 걸릴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지방정부가 돈이 없다며 강짜를 부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에 반해 재테크 상품은 즉각적으로 이익을 손에 거머쥘 수 있고 리스크도 전가시킬 수 있다. 사실상 은행의 재테크 상품은 규제에 대한 중국은행관리 감독위원회의 입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중국은행업 감독관리위원회는 신탁 상품 그 자체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은행의 신탁 담보 문제를 탐탁하지 않게 여기고 있다. 그 때문에 현재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대다수의 재테크 상품은 주로 지방정부나 지방 국유기업의 신탁 담보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많다. 이 결과 신탁 상품을 발행하려는 중국 은행의 열망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중독된 미국 은행보다 훨씬 뜨겁다.


재테크 상품 외에도 은행은 위탁 대출을 실시한다. 무슨 뜻이냐면, 대출이 필요한 당신이 은행을 찾아가 대출을 받으려고 하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은행으로서는 대출을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 돈이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은행은, 대출 신청자와 자금 사정이 괜찮은 사람을 불러놓고 구체적인 대출금리는 은행에서 상관하지 않을테니 두 사람이 알아서 정하면 된다며 슬쩍 이야기를 흘린다. 참고로 연 금리는 대부분 20% 정도 된다. 중매쟁이로 나선 은행은 리스크에 대한 아무런 부담 없이 5%의 수수료를 챙긴다. 은행이 중매쟁이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번 대출은 사실상 고금리나 진배없다. 은행이 하는 일 중에서 위탁 대출만큼 은행의 가장 탐욕스러운 면을 보여주는 것도 없으리라. 은행은 왜 탄생했는가? 자금 융통 과정에서 리스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런 은행이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리스크를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은행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어부지리로 짭짤한 수익을 챙긴다. 계약이 성사되면 무조건 5%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위탁 대출로 필요한 돈을 몽땅 벌어들인다. 칼만 들지 않았을 뿐 날강도가 따로 없다.


국유은행은 일본의 비극을 따를 것인가

일본 장기신용은행 파산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려스러운 것은, 중국의 4대 국유은행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행이 위기에 봉착했다며 국제 3대 신용 평가 기관 중 하나인 피치(Fitch)가 내놓은 세 가지 근거를 일본의 최대 정책성 은행인 일본장기신용은행과 비교해보면 놀라운 정도로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일본장기신용은행 역시 부동산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중국 국유은행의 사정을 살펴보면 지방정부의 실적 쌓기용 프로젝트,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등등 투입된 비용이 너무 방대해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둘째, 자본 확보에 소홀했다.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상환 능력이 없는 사업에 계속해서 돈을 대주어야 했다.

셋째, 신중한 관리 감독과 건전한 재무 능력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끼로 제 발등을 찍고 말았다. 일본장기신용은행 행장은 자기자본비율을 8%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각 영업 지부에 규정대로 대출을 줄이고 대출 회수에 박차를 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경영 실적이 부실한 기업의 부실 채권만 산더미처럼 쌓이고 말았다. 현재 중국이 취한 긴축정책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큼 진행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장기신용은행 사태는 어떤 결말을 맞았을까? 일본장기신용은행은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파산하고 말았다. 중국이라고 일본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법은 없다.



Part4부 위기에 직면한 민영기업들

다빈치의 눈물과 지적재산권 위기

2011년 7월 10일 CCTV는 중국 유명 가구의 대명사인 다빈치가구가 중국에서 제작된 싸구려 가구를 고가의 해외 명품 가구로 둔갑시켜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 소식으로 중국 사회는 뜨겁게 달아오르며, 명품 선호 사상에 대한 비판 여론에서부터 중국의 고질병이었던 짝퉁 문제, 수익에만 눈이 먼 일부 비양심 업체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가 뒤엉켜 쏟아져 나왔다. 그 때문일까? 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던 다빈치가구를 사들이는 데에 혈안이었던 VIP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역시 사건 이후의 상황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요즘처럼 신뢰가 사라진 시대에 소비자가 정품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는지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는 중국의 여타 기업은 거센 여론의 반발과 소비자의 의심이 그들에게 향하는 것은 아닌지, 제2의 다빈치 사건의 주인공으로 몰리지는 않을지 놀란 마음을 쓸어내렸다. 과거에도 사이언트, 오스뉴트리아의 가짜 분유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며 중국 전역에 충격을 빠뜨렸다. 해외 유명 업체에서 수입한 줄 알았던 제품이 모두 중국 내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빈치가 가짜 가구를 만들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이번 사건으로 중국 브랜드가 신뢰 위기에 처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해외 브랜드가 산업 사슬을 다루는 법

다빈치 사건과 같은 짝퉁 해외 브랜드 문제에 대해 수입산이면 무조건 좋다고 여기는 중국 소비자의 잘못된 심리, 심지어 숭배에 가까운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다. 물론 가격이나 품질 등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수입산이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맹목적인 소비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 역시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보다는 수입품이라는 도장만 받으면 설사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라 할지라도 국내 제품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에, 그것도 날개 돋친 듯 팔리는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품질 면이나 디자인 면에서 그다지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수입품이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는 현상의 배후에는 브랜드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해외 업체는 브랜드를 통해 가격결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브랜드의 힘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전혀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손대는 업종이나 상품 모두 외국 기업이 이미 했거나 성장 가능성이 없어 지금은 손 뗀 것들뿐이다.


지적재산권 위기에 처한 중국의 현실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중국 기업은 신제품을 연구할 힘은 물론 인재 유치, 시대를 앞서 가는 디자인을 구상할 여력이 없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베끼는 현재 중국 기업의 행위에 대해 많은 이들이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걸어야 할 길이라며 자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중국 기업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고민 없이 편하게 남의 것을 베끼는 데만 안주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지적재산권을 외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중국 업체에서도 자체 개발이나 연구에 나서기도 했지만 금세 동종 업계에 여타 경쟁자들에게 표절당하기 일쑤였던 탓에 수익은커녕 연구개발비조차 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중국 기업의 자체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보았자 소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Part5 중국경제가 가야 할 길

개혁하려면 목표부터 다시 설정하라

선부는 결코 후부를 견인할 수 없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은 중국 경제정책 개혁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덩샤오핑의 촌철살인은 더욱 빛난다. "사회주의가 곧 빈곤은 아닙니다.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 즉 공동 번영이야말로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특징입니다. 먼저 일부 지역, 특정 계층의 사람들부터 부유하게 만들어(先富), 먼저 부를 쌓은 쪽이 나머지를 부유하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後富). 그렇게 되면 결국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먼저 전 국민에게 제 발로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평등한 출발선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거주 이전의 자유나 공정한 기회·복지를 제한하는 차별적인 호적제도를 폐지하고, 평등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 공정을 추구하는 서비스형 정부를 제공하고, 민간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제2부문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경우 현재와 같은 상황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자연스럽게 제1부문에 접근함으로써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간 임금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먼저 부자가 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도 부자로 만들어주고 나아가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민이 살기 좋은 세상은 가능할까

진정한 의미의 서민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부유층의 재화로 빈민층을 구제하고 이전지급을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


중국인의 삶은 왜 이렇게 고단한가? 서민이 잘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비해 중국에서 아이를 키우거나 학교에 다니는 것은 물론 집 한 채 장만하는 일은 평생에 걸쳐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어야 가능하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훨씬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왜 이런 불공평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걸까? 연구를 통해 미국 공공 재정의 이전지급 시스템이 중국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전지급이란 무엇을 가리키는 가? 쉽게 말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부터 일부 세금을 거두어들인 뒤 재분배하는 것으로, 빈곤한 지역이나 빈민층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교육 부서에 전용 보조금을 제공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국유기업의 피할 수 없는 임무

국유기업 개혁의 첫걸음, 군살을 빼라

이미 방향을 상실한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은 사회 곳곳에서 포착된다. 중국의 국유기업은 자연자원, 특허 경영, 정부의 지원금 등을 통해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유전·무선주파수·항공노선·토지 등의 자연자원은 기본적으로 무상으로 국유기업에 제공된 것으로, 이들 자원이 없었다면 중국의 국유기업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발판을 전혀 얻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의 특허 경영 역시 민영기업의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시장경쟁을 거부한 것이나 진배없다. 정부가 국유기업에 지급하는 돈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바로 국민이 피땀 흘러 번 돈이다. 이것이 바로 국유기업의 원죄다. 국민이 무료로 사용하라고 준 자원을 효과적으로 경영해 유가나 전기요금은 낮추고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옳다. 국유기업은 사회적으로 부여된 책임을 올바로 수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국민이 무상으로 제공한 자원으로 폭리를 취한 국유기업은 대중을 위한 혜택을 마련하기는커녕 걸핏하면 형편이 어렵다며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징징거리기 일쑤다. 한마디로 국유기업은 중국 서민의 인내심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민간 기업의 진출이 희망이다

국유기업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다 보니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서부터 해결책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국유기업은 자동 반사적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다. 소란스러운 외부의 반응에도 중국의 국유기업은 정장 다른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1년 1월 부동산시장의 안정적, 건전한 발전을 위한 국무원 판공청 통지(약칭 국11조)가 시행된 뒤에도 그달 최고가 토지를 보유한 업체의 70%가 국유기업 혹은 국유기업과 관련된 업체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0년 정부가 국유기업에 부동산업계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70여 개의 부동산 관련 국유 업체 중 20여 개 업체만 발을 뺀 상태다. 분석을 통해 나는 국유기업이 중앙정부의 통제권에서 벗어나게 된 데에는 부동산 업종 외에도 은행·항구·호텔 등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이라면 무조건 달려들고 보는 추악한 습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허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국유기업의 경영 범위를 수평으로 한정하고 수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수평으로 경영 범위를 한정한다는 것은 참여할 수 있는 산업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수직적 제한은 단일 업종 내에서 민영기업이 경영할 수 있는 다운스트림이나 부대 산업에 국유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해야 하는 것을 가리킨다.


과거 중국이 국유기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는 시장이 무엇인지, 경쟁이 무엇인지 원천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단일 업계 내 여러 개의 국유기업이 있으면 경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엄연한 착각이다. 경쟁은 참여자의 머릿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찰을 갖고 설명해보겠다. 최저가를 알고 있는 양측 참여자가 입찰에 참여해 벌이는 경쟁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형식에 불과하다. 그런 까닭에 시장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공정한 개방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참여자가 진입 관문에 관여하거나 심지어 게임의 법칙을 조작하는 행위가 시장경제의 최대 폐해라고 한다면, 시장의 영혼은 부패 척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호소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는 그토록 보이지 않는 손을 부르짖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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