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3.0

World 3.0 : Global Prosperity And How To Achieve It

   
판카즈 게마와트(역자: 김홍래·이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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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트리
   
25000
2012�� 03��



■ 책 소개
세계 번영, 어떻게 이를 달성할 수 있는가?
세상을 바꿀 새로운 세계관, ‘월드3.0’

「이코노미스트」선정, 세계 최고 경영 사상가가 새롭게 통찰한 세계화의 미래를 담은 책.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겪으며 시장의 세계화로 비롯된 해결하기위한 방법이 ‘규제 철폐인가 그 반대인가’를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경제학자 판카즈 게마와트는 그 두 가지 방식의 대응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며규제와 국가 간 통합이 공존할 뿐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세계관, 월드 3.0을 제시한다. 세계는 우리의 생각만큼 세계화되지 않았으며, 통합의강화를 통한 잠재적 이익이 세계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도 다룬다. 공동의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국가 간통합에 대한 새로운 시각, 월드 3.0을 제안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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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판카즈게마와트
하버드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맥킨지앤컴퍼니에서 근무한 후하버드 경영대학에서 전임교수로서 25년간 재직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에서 1991년에 정년보장을 받았는데, 이는 이 대학의 역사상 가장 젊은나이에 정년보장을 받은 기록이었다. 2006년부터 바르셀로나 IESE 경영대학에서 글로벌전략 분야의 Anselmo Rubiralta 석좌교수로서재직하고 있다.

우수 경영저술상을 받은 『Redefining Global Strategy』를 출판하였으며, 다른 저서로서『World 3.0』『Commitment』『Games Businesses Play』 등이 있다. 게마와트는 최근 『Harvard BusinessReview』에 게재한 논문 「Regional Strategies for Global Leadership」의 공헌을 인정받아 맥킨지 우수논문상을수상하였고, IESE-Eundacion BBVA가 수여하는 우수 연구자상을 수상했다.&nbsp&
■ 역자 
김홍래
 - 한양대학교에서 금속공학석사학위를 받았다. 해군 중위로 전역했고, 2012년 현재 인트랜스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베어 & 드래곤』과『레인보우 식스』『당신들의 조국』『나는 하루를 살아도 사자로 살고 싶다』『인천 1950』『노르망디 1944』『워털루 1815』『미드웨이1942』『진주만 1941』『레이테만 1944』『로마 전쟁』『퍼시픽』『모든 것의 가격』『넥스트 디케이드』 등이있다.

이영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리츠칼튼 서울에서 리셉셔니스트로, 이수그룹 비서팀에서 비서로 근무했다. 트랜스쿨을 이수하고 현재 인트랜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머니랩』『백악관 주식회사』『퍼시픽』(공역), 『워너비 샤넬』『2012』『칼 사이먼튼의 마음 의술』『좋은투자 나쁜 투자 이상한 투자』『히트 메이커』『휴 존슨 잰시스 로빈슨의 와인 아틀라스』(공역), 『2009 세계대전망』『이코노미스트 2011세계경제대전망』『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공역), 『당신의 의사도 모르는 11가지 약의 비밀』『워너비 샤넬』등이 있으며 「탑기어」「골프펑크」「맨즈헬스」「얼루어」 등의 잡지에 번역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차례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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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능한 대안들
1장 충돌하는 세계관
2장반 세계화의 오늘과 내일
3장 국경, 차이 그리고 거리의 법칙
4장 개방을 통한 가치 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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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있을 수 있는 7가지 문제
5장 세계 집중
6장 세계적 외부성
7장 세계적 위험
8장 세계적불균형
9장 글로벌 착취
10장 세계화된 차별
11장 세계 균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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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선택
12장 월드 3.0을 향해
13장 월드 3.0의 국가들
14장 월드 3.0 세계에서의 비즈니스
15장월드 3.0에서의 우리와 그들

참고문헌





월드 3.0


머리말 

2008년의 엄청난 불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시장과 세계화에 대한 믿음을 재고하게 되었다. 시장 통합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명제가 시장의 실패라는 현실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면, 사람들이 말하듯 통합을 밀고 나가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더욱 작고 더욱 제어하기 쉬운 규모로 문제를 다루는 것이 나을까?


당신은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국경을 넘나드는 재화와 서비스, 자본, 정보, 사람의 흐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통합을 확장시킬 것인지 감소시킬 것인지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입장을 정하기가 힘들어진다. 우리가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GDP가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알고 있는가? 노동 시장에 대한 세계화의 영향을 기술 변화의 영향과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변덕스러운 국내 시장들을 연결시키는 경우, 전염을 통해 위험이 증가할까 아니면 다각화를 통해 위험이 감소할까? 대답이 흑백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입수할 수 있는 최선의 데이터와 분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경제학에만 국한하지 말고, 역사와 철학, 기타 학문의 가르침을 통합시켜야만 다른 사람들을, 아니 어쩌면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셋째, 나는 정책의 영역 자체를 확장함으로써 담론을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세계화가 규제 철폐와 함께 한다는 생각, 혹은 규제 철폐가 세계화의 진전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화와 규제를 공존할 수 없는 대상들로 몰아간다. 그래서 정책 영역 전체가 2원적 선택으로 귀결되며, 이것은 내 책 속에서 월드 1.0과 월드 2.0 사이의 줄다리기로 묘사된다.


월드 3.0식 재설정은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길을 제안한다. 특히, 세계화와 규제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는 시장 통합의 강화뿐 아니라 표적 시장에 대한 규제까지 포함하는 좀 더 큰 번영의 길을 제시한다. 통합과 규제를 이원적인 것이 아닌 두 개의 개별적 선택 영역으로 풀어냄으로써, 번영과 안전의 확대를 향한 수많은 잠재적 행로를 열어낼 수 있다.



가능한 대안들

충돌하는 세계관

오늘의 문제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 월드 3.0에서라면 정부는 시장 통합과 시장 규제를 이분법적 양자택일의 선택 영역이 아니라 조화가 필요한 두 개의 서로 다른 선택 영역으로 보게 된다. 월드 3.0은 기업들에게 여러 나라들 사이의 차이에 적응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활용하는 기회를 제안한다. 개인에게 월드 3.0의 채택은 공민권이나 세계 시민권이라는 개념과는 다른 근원적 세계주의의 개발을 포괄한다. 월드 3.0 이전에 나타났던 세계관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이들 세계관을 월드 0.0, 월드 1.0, 월드 2.0이라고 칭한다.


일반적으로 현대적인 인류가 약 20만 년 전에 등장해 5000년에서 1만 1000년 전의 신석기 혁명까지는 유목 생활을 하는 수렵 채집인 집단 속에서 살았다. 이 시기에 인류는 정착 생활과 기본적인 농업, 좀 더 복잡한 사회적 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당시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급하는 생활을 했으며, 그런 생활이 수천 년간 지속되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극히 미미했고, 성장 역시 최소에 그쳤다. 초점이 되는 것은 단연 먹을거리였고, 주요 직종은 수렵 채집과 사냥, 기초적인 농사였다. 안전 역시 대단히 중요했다. 그 시대의 수렵 채집인 사이에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살해당할 확률은 15에서 60퍼센트에 달했다. 그들은 살인이나 절도 사건이 발생해도 자신들이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처리했다. 이것이 월드 0.0이며 토마스 홉스가 말하는 자연 상태(state of nature)이다.


그런 가혹한 환경에서 누구를 신뢰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세계였다. 월드 0.0에서도 교역은 존재했다. 그러나 이 당시의 배신은 곧 당신의 소유물과 자유와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가족 특히, 공통의 유전자를 가진 혈족들을 신뢰했다. 그 후 그들은 혼인에 의해 이루어진 일가, 즉 씨족을 신뢰했다. 다음으로 자신이 속한 무리, 곧 부족을 신뢰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에서는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가르는 신뢰의 범위가 그리 멀리까지 확장되진 않았다. 수렵 채집인의 무리는 25명에서 30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고, 부족이나 종족과 같은 덩어리도 1000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 때문에 기원전 3000년경에는 평균 수십 명 정도의 사람으로 이루어진 개별적 정치 독립체가 거의 100만 개 정도 존재했으리라 추정된다.


많은 학자들은 사회 확장을 방해하고, 안전의 문제와 경제적 문제에 원인이 된 주요한 제약 요소로 낮고 개인화된 신뢰의 수준을 들고 있다. 실제로 이런 증거들은 오늘날에도 찾아볼 수 있다. 콩고나 소말리아와 같이 실패한, 혹은 와해되고 있는 사회들은 내란과 정치적인 불안정의 수준이 높으며 의료, 교육, 복지의 수준이 쇠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로부터 몇 천 년 뒤를 살펴보면 야생 세계의 경제 침체와 폭력 순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인류와 마주치게 된다. 기원전 3000년에서 서기 2000년 사이에 세계 인구는 100배 이상 늘어났고, 실질 세계 총생산은 100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회 조직이었다. 세계는 200개 이하의 정치 독립체로 합병 정리되었다. 구성원 수를 기준으로 보면 평균적인 크기가 수십만 배 증가한 것이다. 월드 0.0에서는 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나 부족이었던 것이 대부분 수백만의 주민, 확정된 영토를 지배하는 주권, 군대, 경찰력, 관료들을 거느린 국민 국가로 계승되었다.


주권 국민 국가, 즉 내가 월드 1.0이라고 표현하는 세상으로의 진정한 전환 시기를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서기 1600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1628년의 베스트팔렌 조약은 유럽 강국들의 제한을 받았고, 현대적인 세계 국제 관계 체제가 개막된 중요한 순간으로 인식된다. 이 체제는 정해진 국경 안에서는 힘의 사용을 독점하지만, 다른 국가의 내정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선언한 주권 국민 국가를 특징으로 한다. 달리 표현하면 월드 1.0에서는 국경이 국내와 국제적인 영역을 엄격하게 가르는 관문이 되었던 것이다. 월드 0.0의 모호한 신뢰 한계가 월드 1.0에서는 국경이 되고, 필요한 경우 군사력에 의해 강제되는 조약이 국경을 명시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국가들 간에는 얼마간의 군사적인 상호 교류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자족적이었다. 문화, 사회, 경제는 다분히 국가적인 색채를 띠었다. 따라서 국제 교역은 16세기에 세계 총생산의 1퍼센트를 차지했을 뿐이며, 그것조차도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월드 0.0에서 월드 1.0으로서의 진화에 내재된 중요한 변화는 협력의 규모가 국지적인 수준에서 국가적인 수준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월드 1.0에서는 비개인적인 교역이나 낯선 사람과의 상호 의존 형태가 좀 더 흔해졌다. 인적인 면에서 볼 때, 월드 1.0은 월드 0.0에서 보였던 부족에 대한 충성이 국민 국가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충성으로 대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인들이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항해에 나선 발견의 시대가 베스트팔렌 조약보다 앞서 있었고, 오늘날 다국적 기업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 편성도 베스트팔렌 조약에 선행된 일이었다. 하지만 교역의 증가 추세는 GDP 증가 추세에 비해 훨씬 최근에 가파르게 나타났다. 1920년에 1퍼센트 가량이었던 세계 경제의 GDP 대비 수출 비율은 오늘날 20퍼센트까지 증가했다. 제국주의적 합병이 계속적으로 동력을 공급한 덕분에 19세기에는 국가 간 통합이 상당히 강화되었다. 하지만 두 번의 세계 대전으로 이러한 과정은 부분적으로 역전되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세계화는 좀 더 폭넓은 논의의 일부가 되었다.


세계화가 미국 사전에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1951년이었다. 사실, 전후의 초기 기록들은 20세기 초반부터 나타난 국제화 수준의 하락을 강조했다. 세계화에 대한 열광과 흥분은 1980년대에 시작되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뚜렷이 가속되었다. 그러한 담론의 방향을 결정한 것은 주로 통합 강화에 수반된 규제 해제 경향이었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과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의 보수주의가 1980년대를 물들이면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세계화에 빨리 뛰어들어야만 종족은 물론, 국가의 구조가 평평해질 것이라는 신념이 설득력을 얻었다. 어디에서 비롯된 어떤 것인가를 막론하고, 경쟁 상황을 상정하는 그러한 국면을 나는 월드 2.0이라고 부른다.


월드 2.0은 반세계화주의자들을 몹시 걱정시키는 반면, 세계화주의자들의 가슴을 데운다. 세계화의 지지자나 반대자 모두 인류가 이미 세계의 대부분을 통합시켰다는 데 동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완전한 오류이다. 일부 월드 2.0의 열혈 지지자들은 현재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철폐된 시장에 대한 비전을 버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2008년 위기를 겪으면서 월드 1.0에 매력을 느꼈다. 월드 1.0을 보호 무역론이나 반세계화주의로 받아들인 것이다. 월드 1.0이 지지를 받게 된 데에는 이 외에도 사회학자들이 문화 지체라고 부르는 현상도 한몫했다. 즉, 급속한 경제적 변화로 일부 사람들은 월드 2.0의 도래를 주장하게 되었지만, 비물질적 문화의 많은 측면은 그러한 경제적 변화에 크게 못 미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도와 정체성의 수준에서 우리 대부분이 아직 월드 1.0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주장이다.


금융 와해가 진행되면서 경기 부양책, 긴급 구제를 비롯한 여러 계획들의 대부분은 중앙 정부가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게 확장되었고, 이는 국가 자본주의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한편, 개인들의 신뢰와 협력 범위는 다시 국가나 심지어 국지적인 수준으로 좁혀졌다.


월드 1.0에 수반되는 정책은 어떤 모습일까? 솔직히 말해서, 고립주의도 이 같은 세계관의 변종 중 하나이다. 반면, 다른 나라들을 앞지르는 데 집중하는 정책도 있다.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같은 사람들은 월드 1.0의 교조인 실익 정책(Realpolitik)을 옹호해 왔다. 실익 정책은 국민 국가를 최우선 행위자로 취급하고, UN이나 세계 무역 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기업, 비정부조직(NGO) 등의 초국가 단체는 그리 중요치 않은 행위자로 다루었다. 또한 다른 국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주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사항이라고 여겼다. 각 국가가 언제든 자국의 이익을 좇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협력의 중요성은 줄어들었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국제적인 영역에 도덕성을 적용하려는 것은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 관한 한 월드 1.0은 새로운 비전을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 이미 지난 몇 세기 동안에 걸쳐 시도해 본 일이다. 더구나 월드 1.0으로의 복귀에 총체적인 보호주의가 수반되는 경우 대공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월드 3.0은 세계화와 규제를 함께 짜 맞춘다. 월드 3.0의 첫 번째 매력은 훨씬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월드 3.0은 국가 간 통합의 실제적인 수준을 인식할 뿐 아니라, 지리적 거리나 다른 형태의 차이가 국경을 넘는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한다. 국경과 거리 모두를 중요시 하는 월드 3.0은 국경만이 문제가 되는 월드 1.0이나 어느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월드 2.0과 차별화된다.


월드 3.0은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좀 더 현실적이다. 월드 3.0은 동기 부여에 좀 더 현실주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한편, 도덕성은 희생시키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에 반해 월드 0.0과 1.0은 다른 나라의 안녕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우리 대 그들 식의 접근법을 구현한다. 그리고 우리와 그들의 구분이 없는 월드 2.0은 다른 나라의 안녕과 국내의 안녕에 같은 비중을 둔다. 지나치게 공상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월드 3.0의 매력은 개방의 수위를 더 높임으로써 얻은 혜택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월드 2.0에서는 완전한 개방이 이루어졌거나 곧 이루어질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퇴보로 인한 손실을 피하는 것만 중요한 반면, 개방의 진전을 통해 발생되는 이득은 중요치 않다. 또한 월드 1.0은 개방을 통한 이득을 무시한다(월드 0.0의 경우는 더욱더). 월드 3.0의 마지막 매력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기반이 든든한 행동의 기본 틀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월드 3.0의 특수성을 제3의길(third way)로 구분해 두고 싶다. 제3의 길은 현재 실제로 이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정치 철학으로, 토니 블레어(Tony Blair)의 자서전『여정(Journey)』에서 비롯된 것이다. 좌파와 우파의 통합, 개방과 폐쇄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 제3의 길은 월드 3.0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국가와 기업, 개인이 월드 3.0을 구축하고, 그로 인한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좀 더 상세히 처방했다. 현재로서 밝힐 수 있는 기본적 처방은 다음과 같다.


* 실제적인 통합의 수준을 파악한다. 직관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 통합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상당히 많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 규제는 시장 실패와 불안 요인을 통제하는 데 필요한 정도만 가한다. 통합은 시장 실패와 불안 요인으로 인해 저해되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는 점을 기억한다.

* 시장 실패의 지리적 범위와 그에 대응하는 규제의 지리적 범위를 일치시키도록 한다.


있을 수 있는 7가지 문제

세계적 불균형

최근, 무역과 자본의 불균형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미국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0년 말에는 불균형의 문제가 여러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세계적인 정책 어젠다가 될 정도였다. 따라서 2010년 말 서울에서 만난 G20 정상들은 그러한 불균형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불균형이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면, 그러한 불균형에 정말로 정책 개입이 필요한가 여부조차 근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월드 2.0의 팬들은 공급과 수요의 균형에 있어서는 시장이 다른 어떤 대안보다 낫다고 주장하며 정책 개입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무역 수지 적자가 큰 국가들은 외적 차입 요구를 감소시킬 방법으로 보호주의 혹은 상업주의를 주장하는 월드 1.0의 입장에 좀 더 수용적이다.


시간에 따른 자본 불균형의 증거를 살펴보기 전에 자본 불균형이 무역 불균형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부터 검토해보자. 폐쇄된 경제에는 어떤 종류의 불균형도 없다. 무역은 없고 저축이 곧 투자이다. 무역은 저축과 투자 사이를 갈라놓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 나라가 무역 흑자이면 국내 저축이 투자를 넘어서게 되고, 무역 적자이면 그 반대가 된다. 다른 종류의 국가 간 자본 흐름이 없다면 국내 저축-국내 투자는 곧 무역 수지(수출-수입)이다. 다른 종류의 자본 흐름이 더해지면 저축-투자가 경상 수지(무역 수지+소득수지[해외 투자의 소득/손실]+경상이전수지[예를 들어, 해외 원조])가 된다.


국가적인 수준에서의 만성적인 흑자나 적자는 문제가 된다. 불균형이 해당 연도에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는 여러 국가의 순 국제 투자 포지션(NIIP, 특정 국가의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 자산에 대한 주식에서 외국인이 소유한 해당 국가의 자산에 대한 주식을 뺀 것) 변화의 형태가 지속적인 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2007~2009년), 중국의 대미 상품 무역 흑자는 중국의 총 경상계정 흑자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고, 미국의 총 경상 계정 흑자의 3분의 1을 넘어 2분의 1(2009년)에 이르렀다. 중국의 무역 흑자는 인민폐를 제압하려는 목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외환을 매입하는 일과 함께 중국의 외환 보유고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외환 보유고는 미국 정부의 추가 대출을 보증해서(중국은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다) 미국 달러를 지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것은 다시 미국의 소비와 무역 적자를 부채질해서 불균형을 영속시킨다. 이러한 상보적 상태를 두고 니얼 퍼거슨과 모리츠 슐라위크가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어떻게 중국과 같이 비교적 가난한 나라가 미국의 엄청난 경상 수지 적자에 상당한 재원을 댈 수 있는가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경상 계정을 분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09년에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낮았던 미국 가정의 저축률이 상승하고, 미국 무역 적자가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정책 전환은 예상되지 않아 미국 경상 수지 적자가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이끌었다. 2008년에서 2009년에 걸친 수정 이후에도 중단기적으로 불균형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2010년 가을에 와서는 환율과 무역 불균형을 두고 세계정세가 험악한 지경으로 치닫게 되었다.


이 상황에 통화 전쟁(currency war)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G20이 서둘러 진화에 나서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 미국이나 중국의 관리가 아닌 브라질의 재무 장관이라는 사실이 이 문제가 가진 세계적인 성격을 보여 준다. 이러한 불균형이 정말 시장의 힘이 처리할 수 없는 문제일까. 이에 대해 시장의 기능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 국가 경제 회의(National Economic Council)의 초대 책임자 자리에 있었던 래리 린지가 그렇다.


미국은 이러한 처리 방식으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다. 중국은 그들의 환율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된 가격으로 재화를 살 수 있게 됨으로써 그들이 승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의 인민은행은 과도하게 달러를 구매하고 있으며, 거의 1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보유하고 있는 달러는 국내에 사용처가 없기 때문에 다시 미국의 국채, 기업과 주택 대출 시장으로 돌아간다. 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국채 금리와 대출 금리가 낮다는 뜻이며, 결국 미국의 주택 소유자와 납세자들이 승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패자도 있다. 특히,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재화의 미국 생산자가 그러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산자들의 손실보다는 소비재 수입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이나 중국의 대출로부터 얻는 금리 인하 혜택이 더 크다.


린지에 따르면 걱정할 만한 시장 실패나 공포감은 존재하지 않으며 G20의 만남을 통해 경제적으로 얻을 것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이렇게 개입 없이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은 월드 2.0과 정확히 일치한다. 여기에서의 문제는 그러한 세계관이 불균형한 상태에 대한 좋은 해법을 제공하느냐 여부이다.


시장의 처리가 문제적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모든 일반적인 유형의 시장 실패를 배제한 한 쌍의 이론적 성장 모델에 대해 고려해 보겠다. 여기에서 고려하는 모델에는 소수, 외부성, 정보 결함의 문제나 통화의 문제가 없다. 대신 두 나라 사이에서 나타나는 두 종류의 차이로 관심이 옮겨진다. 1인당 초기 자본(두 나라가 얼마나 부유한가)과 시간 선호율(두 나라가 얼마나 참을성이 있는가)이라는 면에서의 차이로 말이다. 차이메리카에 대한 논의의 선상에서 C라고 표시된 가난한 국가는 부유한 국가 A에 비해 참을성이 큰 것으로 가정한다.


우선, 기준을 단순화시켜서 기술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나 시간 선호율(지금으로서는 차이가 없다고 가정한다) 등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다만, 1인당 자본에서 차이가 나는 A국과 C국의 모델(1인당 자본은 A가 크다)을 생각해보자. 일단은 그들이 함께 움직이되 서로 격리되어 있다는 가정도 더하기로 한다. 이러한 전제에서는 장기적인 수렴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장기적인 수렴에서는 중단기적인 수렴에 비해 C의 자본 누적률과 성장률이 A보다 더 높을 것이다. 성장률의 비대칭(C의 우세)은 자본(부의 역량)에서의 초기 비대칭이 클수록 확대된다. 이러한 기본적 모델에 정부 투자와 소비를 포함시키면 생산적 투자라는 면에서는 C의 공공 투자가 크겠지만 소비(예를 들어 환경 공공재)는 A쪽이 더 많을 것이다.


이제 이러한 기본적 구조에 할인율의 비대칭이라는 조건을 추가해보자. C가 A보다 참을성이 많다(혹은 장기 지향적)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두 경제 체제가 여전히 서로 격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자. 할인율의 차이라는 전제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어 1980년대에 가속된 미국 저축률의 장기적인 하락, 중국의 훨씬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 복지보다는 성장의 극대화에 집중하는 중국 정부, 그리고 단기적인 격차와 장기적인 지향성이 두 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화적 차이일지 모른다는 문화 부문 권위자의 언급 등 차이메리카의 여러 측면에서 자극을 받은 것이다.

 

모든 국가들의 할인율이 다르다면 가장 할인율이 낮은 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자본이 누적되는 지점을 결정한다. 할인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그 나라의 할인율과 실제 금리가 같아지는 시점까지 자본을 제공한다. 그 후 그 나라의 소비는 안정된다. 다른 나라의 경우 그 기간 동안 소비가 감소한다. 할인율이 가장 낮은 나라인 C는 결국 이 시나리오에서도 A보다 부유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A국가의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리란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시간 선호율이 다른 두 나라를 연결시킬 때 일어나는 일이다. 여기에서는 훨씬 더 극적인 격차가 예상된다. 돈을 헤프게 쓰는 경제 체제 A는 현재 소비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C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더 빠르게 뒤처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벌어지는지는 A와 C를 연결시키는 경로에 따라 달라진다. 할인율이 다른 상태에서 단기적으로는 참을성이 적은 A는 참을성이 좀 더 많은 C로부터 자본을 수입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채무 원리금 상환이 이루어지면서 소비 수준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것이다.


하지만 A에서는 최소한 이러한 자본 기반 연결 과정에 부합하는 물적 자본 형성이 일어날 것이다(재원은 C에 의해 공급되겠지만). 무역이 연결의 경로가 되는 경우는 A에서의 물적 자본 형성이 전혀 필요치 않다. 무역이 C가 자국의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무역 흑자를 이룰 가능성을 열어 주면서 A의 생산 역량에 투자하기보다는 A로부터의 단기 차용을 누적시키게 만든다!


개방의 잠재적 문제에는 통화의 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 위의 모델에서는 생략되었던 통화의 문제는 2010년 말 G20 정상들의 불균형에 대한 논의에서 중심 무대를 차지한 바 있다. 우리가 살펴본 비체계적 모델들의 범위에서 벗어나 A가 A국의 통화로 C에 단기 차용 증서를 발행했다고 생각해보자. 모델링이 없어도, 통화의 문제는 부작용의 관리와 국제 교역의 혜택 보존이라는 과제를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월드 2.0이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월드 1.0으로 회귀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부가적인 과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논의된 두 쌍의 모델로부터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차이메리카 같은 전형적인 불균형에는 월드 3.0 같은 새로운 시각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이메리카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고려해 볼 것은 통화와 무역의 조정이 불균형의 문제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미국 역시 저축-투자 격차의 근간이 되는 국내 요소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월드 3.0의 또 다른 주제가 드러난다. 국내 문제를 배제하고, 국제 문제에 집중하지 말라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영향이 대단히 국지적이기 때문이다.



선택

월드 3.0 세계에서의 비즈니스

법적, 역사적 유산으로 인해 정부의 시각은 월드 1.0의 관점에 길들여져 왔다. 오로지 자극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통합자이자 규제자로서의 월드 3.0의 역할을 받아들일 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업가들은 무한할 것처럼 보이는 이윤 창출의 기회로 인해 2.0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월드 2.0이 과장된, 절반의 세계화였음이 드러나고 나면, 결과에 낙담하고 말 것이다. 결국, 거리의 법칙을 간과했던 기업들은 불이익을 당하게 되고, 사회 또한 부차적인 피해를 떠안게 된다. 반면, 차이의 중요성을 인식한 기업들의 성과는 향상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세계화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해야만 한다. 이것은 단순히 다르게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라, 국지적 차이를 더욱 민감하게 포착하고, 그 차이를 진정으로 환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기업이 월드 3.0의 관점에서 진정으로 차이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사회 전반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사회로부터 더욱 폭넓은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 낼 뿐 아니라 보호주의자들의 압력은 약화시키고, 추가적인 통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더불어 장기화된 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월드 1.0의 보호주의가 부활한다 해도,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의 활력은 대규모 신흥 시장을 향하게 됐다. 특히, 아시아 시장으로 전환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다양한 차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전 세계 정부들이 국가 경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각국의 다양한 정치 체계 및 정책 차이로 인한 개별 국가 간의 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여전히 보호주의가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각종제약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리더들은 국가 전반에 걸친 차이와 거리를 능숙하게 다루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국가들 간의 문화, 행정, 지리, 경제적 차이와 거리를 구분하는 케이지(CAGE) 거리 체계를 감안해 사고의 지도를 개선해보자. CAGE의 개념들을 이용한 연구는 교역이나 외국인 직접 투자 흐름뿐 아니라 사람, 금융, 정보 흐름의 패턴을 설명하는 데 훌륭한 성과를 냈다.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사고 지도를 그릴 때는, 먼저 영향력이 큰 지역들의 다양한 차이를 반영한 후 이를 통합해 보면 도움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해서 만약 유용한 사고 지도를 갖게 되면, 핵심 국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때 그 국가 전체가 한 가지 색깔로만 채색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거리의 차이와 더불어 강조되어야 할 또 다른 하나는 전 세계 기업들의 다양한 형태와 지배 방식이다. 국가 간의 비즈니스에서 협상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유형이 기존에 알고 있던 범주에서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독립적 기업의 형태는 전 세계 경영학 프로그램에서 가장 널리 학습되고 있지만, 가장 비전형적인 유형에 속한다. 대부분의 시장 기업들은 공개 시장의 주주들이 광범위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기업 집합체의 일부분이다. 집합 형태를 띠는 기업들은 주로 가족이나 사업 집단, 국가가 소유하는 형태를 갖는다. 이렇듯 다양한 기업의 형태와 지배 구조는 기업의 목적과 경영 방식에 따라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센티브 등을 따져 보면, 대체로 지배 구조가 다른 기업일수록 함께 일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집합 구조의 브라질 그룹이 독립 구조의 외국 기업과 합자에 성공한 확률은 7퍼센트인 반면, 집합 구조의 외국 기업과의 합자 성공률은 60퍼센트에 달했다!


기업 내의 거리에도 동일한 시각화 기법과 프레임워크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향후 5년 이내에 달성해야 할 수익의 목표를 국가별로 분리하고, 현재 경영진의 국적 구성 및 연구 개발의 지리적 분포를 지도화해 보자. 그런 다음 회사의 보고 체계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회사들의 조직 구조와 인력 구성은 여전히 월드 1.0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경영진들의 시각은 월드 2.0에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미국의 S&P 500 지수에 속하는 기업들을 조사해 본 결과, 이사들 중 고작 7퍼센트만이 외국인이었고, 9퍼센트가 해외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국제 업무 경험을 가진 사람은 27퍼센트에 불과했다. 다른 국가의 최고 경영자만을 대상으로 해도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2008년도 「포춘(Fortune)」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CEO가 자국인이 아닌 기업은 14퍼센트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러한 통계는 주로 선진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집된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같은 지표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신흥 시장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심지어 대규모 기업조차도 국제화가 훨씬 더 미흡할 것이다.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사고 지도를 재구성하고, 핵심 국가들의 성향에 따라 객관적인 측정치를 마련하고, 내적 거리에 세심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학습의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출발하여 개별 업계로 시야를 좁혀 나가는 연습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비즈니스에 어떤 종류의 CAGE 거리가 가장 중요한지를 평가해 보는 것이 좋다. 이것은 핵심 국가들을 방문했을 때 다양한 차이에 능숙하게 대처할 사고의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위기와 더불어 끝이 없어 보이는 기업 스캔들로 인해, 기업의 평판은 적어도 미국에서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개방성의 확대가 갖는 가치를 고려한다면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 회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평판을 높이기 위한 어떤 활동이든, 무엇보다 자신의 성과를 현실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성과를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의사소통 역시 매우 중요하며 또 하나의 개선 영역이 될 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 정부를 넘어 기업은 일반 대중에게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업의 이미지가 얼마나 나쁜지를 고려할 때, 책임 있는 기업 지도자는 세계화를 포함한 사회적, 환경적 우려에 대해 공개적으로 답변을 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월드 3.0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가야 한다. 제한적인 사고 지도와 관리자로 하여금 자신이 세계 어디에서든 비행기를 띄워 효과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월드 2.0의 미사여구로 인해, 기업들은 너무 자주 비틀거린다.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에게 그다지 만족을 주지 못하며, 마케팅 메시지는 완전히 실패한다. 국가적 공세가 시작되고 제국주의의 깃발이 휘날리며 더욱 강력한 보호주의의 요구가 메아리친다. 결국 월드 2.0은 우리에게 실패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월드 1.0으로의 후퇴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성과 거리가 제시하는 도전과 기회를 통해 범세계적 기업 활동을 요구하는 월드 3.0을 환영해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세계주의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CAGE 분석을 사용하여 자신의 비즈니스 환경을 다시 그리는 일이다. 기업을 부분의 총합 이상으로 만드는 데 투자하라. 외적 거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적응력을 강화하라.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라. 이를 위해 항상 더 광범위한 사회 복지에 기여하고 있는지, 실패한 시장의 이점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진 않은지, 통합의 이점들을 대중과 정치 지도자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남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하고 있진 않은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인 자신을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이 월드 3.0 수준의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 질문하라.


많은 기업들에게 내적, 외적 거리와 차이를 넘어 연결과 협력을 이루도록 하는 인적 역량을 고양시키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일지도 모른다. 만약 부서 간, 국가 간, 기업 간의 신뢰와 협력이 범위를 넓혀서 서로 반목하지 않고 진정으로 협동한다면, 수익성은 얼마나 많이 개선될 수 있을까? 또한 모두의 관점이 고객, 동료, 투자자자들 중심으로 시야를 더욱 확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리 효과에 대해 깨닫는다면 거대 기업을 하나의 가족으로 간주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결코 월드 0.0의 부족이나 씨족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공감 능력을 확장시켜 그들을 좀 더 가까운 우리로 끌어안는 고무적인 결과는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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