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지구인
지구인은 손실을 극도로 싫어한다
판다면 1,000달러, 산다면 500달러?
“댄포드 씨는 언제나 레코드라는 걸 듣고 계시는군요?” 오늘 우주인 존스는 작업복 차림이다. 그는 지구인을 조사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걸까?
“존스! 잘 들어봐. 이것은 말이지, 레코멘디드 레코드라는 영국의 음반회사가 창립 7주년을 기념해서 1985년에 제작한 박스 한정판이야. 이 음반 회사가 7년 동안 발표한 싱글 앨범 중 15장이 들어 있지. 전 세계에 700장밖에 없는 매우 희귀한 한정판 앨범이야. 내 일련번호는 469야. 여기 좀 봐!” 나는 특수 제작된 소책자를 상자에서 꺼내들고 손으로 쓴 일련번호가 나와 있는 페이지를 펼쳐 보이며 “여기! 여기!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존스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보였다.
“대체 가치가 얼마나 되는데요?” “이건 인터넷으로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 딱 700장 한정판이니까. 음, 대략 1,000달러 정도 될 걸.” “이 혹성에서는 비싼 가격인가요?” “물론이지. 하지만 어쩌면 1,000달러도 싼 편일지 몰라.” “그렇다면 댄포드 씨가 그 한정판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그 앨범을 1,000달러에 사시겠어요?” “음, 1,000달러는 좀 생각해봐야겠는걸. 500달러나 600달러라면 당장 사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순간, 우주인 존스의 얼굴이 뭔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댄포드 씨, 그건 말이 안 맞는데요? 분명히 그 앨범에 1,0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1,000달러에 팔고 있을 때 구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500달러라면 구입하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
“팔 때는 1,000달러인데, 살 때는 500달러나 600달러밖에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해요.” “존스, 알았어. 자네가 말한 대로야. 행동경제학자인 내가 취미 이야기가 나와서 그만 흥분한 모양이야. 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자!”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책상 위에 놓인 레코드와 소책자를 슬그머니 상자 속에 집어넣었다. 우주인 존스는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내 물건은 소중해
내가 우주인 존스와 하던 말을 서둘러 끝낸 기분을 알겠는가? 사실 지금 우리가 나눈 대화에는 행동경제학과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가 숨어 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다. 이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보유했을 때 생기는 특별한 효력이다.
우선 보유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보유효과는 ‘소유효과’라고도 한다. 인간이 어떤 것을 보유했을 때는 그것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나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레코멘디드 레코드사의 한정판에 1,000달러의 가치를 매겼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 없다고 가정하고 사려고 했을 때는 500달러에서 600달러의 가치밖에 매기지 않았다. 이것은 이 음반회사의 한정판을 보유하고 있을 때는 보유하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보유효과로 인해 벌어진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나처럼 수집하고 있는 물건이 있다면 현재 그것의 가치와 만약 그것을 산다고 했을 때의 가치를 생각해보라. 당신에게도 보유효과의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구인은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계획을 세우는데 서툰 지구인
“댄포드 씨, 이 혹성의 주인은 미래를 계획하는 데 서툰 것 같아요.” 우주인 존스는 아가씨 2명이 “나 요즘 다이어트 중이야!”라고 말하면서도 파스타와 피자를 남김없이 싹 다 먹어치우고 나서 다시 초콜릿 케이크를 볼이 미어지도록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마침 우리는 연구실 근처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참이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만……. 뭐, 계획을 근사하게 세우는 사람도 있고, 서툰 사람도 있지. 하지만 대체로 누구에게나 계획을 실천하는 건 어려운 일이야.”
“혹시 호주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아세요?” “잘 알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말이지? 2007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선정될 만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건축물이잖아. 특이한 지붕 모양은 건축가가 오렌지 껍질을 벗기던 도중에 떠올린 거라는 이야기도 알고 있네만.” “와우, 많이 알고 계시네요. 그럼 시공사가 그 오페라하우스를 처음엔 700만 달러에 건설할 예정이었는데 완공이 무려 10년이나 늦어져 결국 비용이 1억 달러를 넘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아시나요?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고 해도 예산보다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죠.” “호오,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던 말이지. 전혀 몰랐네.” 나는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지만 계획 시점에서 모든 정보를 입수하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 일을 계획적으로 진행하기란 쉽지 않지. 특히나 큰 프로젝트에서는 더욱더 그렇고 말이야. 이것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인 지구인의 숙명이거든.” “그럴 수 있겠네요. 다만 지구인의 자기 과신(overconfidence)에는 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존스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손에 쥔 하얀 냅킨과 우주인 존스의 검은 정장이 대조적이었다. 대체 이번엔 어디에 가서 지구인을 조사하는 것일까?
“자기 과신? 그게 무슨 말인가?” “우선, 간단한 제 질문에 대답해주세요. 소혹성 탐사기 ‘매’라는 우주선을 아시죠?” “음, 지구 부근의 소혹성 중 아폴로군에 속한 이토카와라는 소혹성이었던가? 그곳의 자료를 채집한 탐사기지.” “네, 역시 잘 알고 계시는군요.” 존스에게 칭찬 받으면 특히 더 기분이 좋다. 어쨌든 그는 초(超) 합리적인 우주인이니까 말이다.
“그 매 탐사기의 중량을 A킬로그램이라고 할게요. 그리고 2012년에 완공 예정인 일본 도쿄의 전파탑 도쿄스카이트리의 높이를 B센티미터라고 하지요. 이 수치를 정확하게 맞추기는 어려울 거예요.” “아! 알아두어야겠군.” “그러면 이 A와 B에 알맞은 숫자 X와 Y의 범위를 생각해보세요. 반드시 정확한 숫자를 답할 필요는 없어요.”
웨이터가 와서 나와 존스의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 내 머릿속에는 도쿄스카이트리의 상공을 날아다니는 위성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음, 그렇군. 매 탐사기는 대략 2톤, 즉 2,000킬로그램이고 도쿄스카이트리는 분명히 도쿄타워의 2배쯤 된다고 했으니까 666미터, 단위를 센티미터로 바꾸면 6만 6,600센티미터군. 그럼 여유를 더해서 X는 1,500, Y는 7만이네. 어떤가, 내가 맞췄지?”
그 순간 존스는 희죽 웃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제 예상대로 행동경제학자인 댄포드 씨도 꽤 자기 과신에 빠져 계신 것 같네요.”
계획은 원래 1.6배 늦기 마련?
존스는 왜 내게 자기 과신에 빠졌다고 지적했을까? 실은 나도 처음엔 몰랐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원래 매 탐사기의 중량은 탐사기의 운용을 관장하는 우주연구 개발기구에 근무하는 사람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또한 도쿄스카이트리의 최종적인 높이는 시공업체나 설계자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도쿄타워의 2배’라는 정도의 지식밖에 없다. 게다가 도쿄타워의 높이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요컨대 문제를 푸는 사람은 어느 쪽에도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깨끗이 인정한다면 X와 Y에는 1과 1억과 같이 극단적인 수치를 넣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을 지나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내가 우주인 존스에게 들은 이야기다. 참고로, 매 탐사기의 중량은 약 510킬로그램, 도쿄스카이트리의 높이는 6만 3,400센티미터라고 한다.
확실히 존스가 말한 대로일지 모른다. 우리는 무지하면서도 꽤 아는 척을 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지나친 자신감으로 계획을 세운다.
지구인은 이미 써버린 돈에 집착한다
매몰원가는 잊어라
문제① - 애슐리는 콘서트에 갈 것인가?
애슐리는 지갑을 몽땅 털어 프리미엄 가격이 붙은 비싼 야외 라이브 콘서트의 티켓을 사는 데 성공했다. 킹 크림슨이 초창기 멤버로서 특별 출연하고, 왕년의 명곡을 테크노 풍으로 편곡해서 연주한다고 한다. 하지만 콘서트 당일, 애슐리는 운이 나쁘게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컨디션이 정말 최악이었다. 게다가 콘서트는 야외의 뜨거운 태양 아래 열린다. 애슐리는 무리를 해서라도 콘서트를 보러 갈 것인가?
질문 또 하나! 같은 콘서트의 참석 여부를 묻는 문제지만 상황이 미묘하게 달라진 다음 문제에도 답해보자.
문제② - 톰은 콘서트에 갈 것인가?
톰은 가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했던 야외 라이브 콘서트 티켓을 친구인 애슐리에게서 공짜로 얻었다. 애슐리가 갑자기 몸이 아파서 못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킹 크림슨이 초창기 멤버로서 특별 출연하고, 왕년의 명곡을 테크노 풍으로 편곡해서 연주한다고 한다. 하지만 콘서트 당일, 톰도 운이 나쁘게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컨디션이 정말 최악이었다. 더군다나 콘서트는 야외의 뜨거운 태양 아래 열린다. 톰은 무리를 해서라도 콘서트를 보러 갈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 ①에 대해서는 “콘서트에 가겠다,”고 답하고 문제 ②에 대해서는 “콘서트에 가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문제 ①에서의 티켓은 자신의 돈으로 산 것이다. 그러니 이것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따라서 다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도 무리를 해서라도 가려고 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편 문제 ②의 티켓은 친구에게서 공짜로 얻은 것이다. 즉 자신이 거금을 들여 구입한 티켓이 아니다. 그러므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콘서트에 가는 일은 깨끗이 단념하는 방향으로 마음먹기 쉽다. 자신의 돈으로 샀든 다른 사람에게 받았든 콘서트 티켓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돈을 소비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티켓의 가치를 높게 매기기도 하고 낮게 매기기도 한다.
이미 다 지불해서 다시는 돌려받을 수 없는 돈을 ‘매몰원가(sunk cost)’라고 한다. 이제는 되찾을 수 없는, 이를테면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은 비용이다. 원래 앞으로의 의사결정(앞 문제에서는 ‘콘서트에 갈까 말까’)을 할 때는 되찾을 수 없는 매몰원가에 좌우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종종 지금까지 들인 돈이 아까워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매몰원가 효과’라고 부른다. 거금을 들여 구입한 콘서트 티켓에 미련을 느끼는 심리는 이 매몰원가 효과 때문이다.
또한 매몰원가 효과는 ‘콩코드 오류(concorde fallacy)’라고도 한다. 콩코드 오류는 프랑스의 국영 항공회사 에어프랑스가 초음속여객기 콩코드의 개발로 인해 큰 적자를 낸 데서 유래한 용어다. 거액을 투자한 후 여러 가지 문제점들로 인해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지금까지 쏟아 부은 막대한 투자가 쓸모없게 된다’는 논리로 계획을 중단하지 못하고 더욱더 큰 적자를 내는 상황을 뜻한다.
이러한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예를 들어 당신의 회사에서 독자적인 방식을 사용한 태양전지를 고안했다고 치자. 회사에서는 이 연구개발비로 10만 달러를 투자했다. 제품화되기까지는 1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 그런데 경쟁사에서도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으며, 그것은 자사보다도 50퍼센트 더 효율적인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개발을 계속하면 새로 투입해야 하는 10만 달러는 분명히 손실이다.
당신은 이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겠는가? 만약 투자한 10만 달러가 아까워서 개발을 진행한다면 이는 콩코드 오류가 분명하다. 만일 이와 같은 경우라면 매몰원가는 없었던 일로 생각해야 한다. 즉 아직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새로 투자할지 말지를 고민한다. 이처럼 생각하면 확실하게 10억 달러의 손실을 낼 프로젝트에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는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무모한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전략적 사고다.
지구인은 선택이 너무 괴롭다
어째서 이런 성가신 일을 하는 걸까?
커다란 쇼핑백을 손에 든 우주인 존스가 내 연구실로 들어섰다. 유명한 컴퓨터 매장의 쇼핑백이다. “어이, 우주인 존스, 쇼핑했나 보네?” “네.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샀어요.” “무슨 소프트웨어? 음, 번역 소프트웨어군. 8개 국어 지원이라!” 나는 존스가 쇼핑백에서 꺼내는 패키지의 앞면과 뒷면을 몇 차례나 뒤집어 살펴보았다.
“근데 댄포드 씨, 이게 무슨 뜻이죠?” 존스는 내가 손에 들고 있는 패키지의 한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금 당장 50달러 캐시백!”이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아, 50달러를 돌려준다는 거야. 캐시(cash)가 되돌아온다(back)는 말은 현금을 돌려받는다는 의미거든.”
“매장 점원도 똑같은 설명을 하더군요.” “상자를 열어봐. 아마 응모용지가 들어 있을 거야. 거기에 내용을 적어서 보내면 돼. 그러면 자네의 은행 계좌로 돈이 반환되는 거지.” 마호가니 의자에 앉아 허리를 기댄 우주인 존스는 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 내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어?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데요. 처음부터 50달러를 싸게 팔면 되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너무 의아해서 살 때 점원에게도 여러 번 물어봤어요.” “그래, 그 점원은 뭐라고 하던가?” “그건 제조사에 물어보세요” 하고 존스는 점원의 흉내를 냈다.
“하하하, 흉내도 잘 내는구먼. 어쨌든 5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으니 좋잖아?” “네, 하지만 이해가 잘 가질 않아요. 합리적인 설명을 들을 때까지 이 응모용지를 보내지 않을 거예요.” “그래? 보내지 않을 거면 나한테 주게나. 대신 내가 50달러를 돌려받을 테니.” “그건 안 돼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쉽사리 50달러를 포기하는 건 비합리적이니까요.” “하하, 역시 합리적인 우주인답군.”
이 책을 읽는 독자 중에도 캐시백에 대해서 우주인 존스와 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귀찮은 일을 하는 거지?’, ‘살 때 미리 할인해주면 좋을 텐데.’같이 말이다. 가령 상품은 샀지만 너무 귀찮다는 이유로 캐시백 서비스에 응모하지 않는 사람은 보기 좋게 제조사의 계략에 넘어간 것이다. 또한 캐시백에 현혹되어 이 상품을 구입한 사람도 역시 제조사의 의도에 넘어간 것이다.
우주인 존스의 질문도 들은 김에 캐시백의 비밀도 알아내고, 지구인과 ‘가격’에 관련된 불합리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캐시백의 비밀
캐시백에 대해서 알아보려면 구매자의 심리와 판매자의 의도를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구매자의 심리가 궁금하므로 빨리 다음 문제에 답해보자.
문제 - 경제적으로 충격이 큰 사람은?
두 학생이 각각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다. 이들 중 더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① 퍼시픽대학 이공계 학생 테리는 애용하는 노트북이 갑자기 망가져 수리하는 데 175달러를 지불했다.
② 퍼시픽대학 이공계 학생 체리는 애용하는 노트북이 갑자기 망가져 수리하는 데 200달러를 지불했다. 그리고 같은 날 도전한 즉석 복권에 당첨되어 25달러가 생겼다.
테리와 체리 중 누가 더 큰 경제적 충격을 받았을까? 아마도 일반적인 지구인이라면 이 사람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①, 테리의 충격이 크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리처드 세일러는 같은 실험을 코넬대학교 학생들에게 실시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①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의 충격이 더 크다고 답했다. 하지만 테리와 체리의 경우를 상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입은 손실은 175달러로 둘 다 똑같다. 다만 체리는 뜻밖의 횡재로 25달러를 얻는 행운이 있었지만, 테리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결국 이 점이 결정타가 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리의 충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심리는 캐시백에서 구매자가 느끼는 심리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가령 우주인 존스가 구입한 번역 소프트웨어의 판매가격이 300달러였다고 치자. 고객이 이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그 비용은 물론 300달러다. 이 300달러를 손실로 파악하면 테리의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한편 제조사가 가격을 50달러 높게 설정해 소프트웨어의 판매가격이 350달러가 되었다. 그 대신 50달러의 캐시백을 혜택으로 제공한다고 하자. 캐시백을 받으면 결국 상품에 지불한 비용은 300달러가 되므로 고객이 지불한 금액은 상품의 판매가격이 300달러일 때와 같다. 하지만 고객에 따라서 달라지는 사항은 되돌려 받는 ‘50달러’이다. 이것은 앞의 문제에 빗대어 말하면 ②의 체리가 얻은 복권의 당첨금에 해당된다. 그래서 같은 300달러라도 이 반환금 50달러의 가치를 높게 책정할수록 캐시백의 혜택이 포함된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사람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캐시백이 있는 상품을 선호하게 된다. 제조사는 지구인들의 이러한 심리를 잘 활용해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캐시백을 받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분명히 있다. 그러한 사람은 제조사에게 ‘굴러 들어온 복’이다. 이때 중요한 키워드가 가격차별과 자기선별이다. ‘자기선별(price discrimination)’은 같은 상품을 팔 때 비싸도 사는 사람에게는 비싼 가격을 매기고, 저렴해야만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적합한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여기에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가 있다고 하자. 당신은 이 제품에 200달러를 지불할 마음이 있다. 한편 나는 150달러라면 사겠다고 생각한다. 가령 제조사가 이 제품을 200달러에 판다면 당신은 살지 모르지만 나는 사지 않는다. 결국 제조사의 총 매출은 200달러밖에 안 되게 된다.
자, 그럼 이번에는 제조사가 이 제품을 150달러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라면 단연코 살 것이다. 200달러에도 사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도 150달러라면 사겠다. 결과적으로 제조사의 매출은 300달러가 된다. 하지만 이 경우 제조사는 얻을 수 있었던 50달러를 손에 넣지 못했다. 200달러라도 구입의사가 있던 당신에게 받을 수 있었던 바로 그 50달러 말이다. 이와 같이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인 판매 방법은 가격이 비싸도 살 사람(당신의 경우)에게는 비싼 가격에 팔고, 싼 가격이라야만 살 사람(내 경우)에게는 손해를 보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 매출을 최대한 올리는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