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미래

   
홍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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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21
   
15000
2009�� 11��



■ 책 소개
2019년 원화의 미래는?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이른바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이 크게높아졌다. 1976년 세계 최초의 인덱스 펀드인 ‘뱅가드500’을 설립한 존 보글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투자자를 위한 여섯 가지 교훈이라는제목의 칼럼을 기고하여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권고한다. 예를 들어 2008년 초 미국 월가의 주요 투자전략가들은2008년 말 S&P500지수가 1,64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903포인트까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하락 위험을제대로 예측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 집단은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방법이 없으며,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하기보다보수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따르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상식이 왜 현실에 잘 맞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한편, 10년 후원화의 가치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전망한다. 환율과 거시경제, 그리고 자본시장과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순간, 새로운 투자의 시야가 펼쳐질 것이다.특히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율문제를 쉽게 설명함으로써 미래의 투자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미래의 환율을예상한 책이 전무했기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에게도 환율 전망서로서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1장에서는 원화의 가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 역사적 사례를 통해살펴본다. 2장에서는 1장의 지식을 기반으로 2008년 발생한 외환시장의 불안 원인을 되짚어본다. 3장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의 발생 이유 및재발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4장에서는 투자자의 심리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루며, 외환시장과 주요 자산시장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마지막5장에서는 원화의 미래를 조망한다.


■ 저자홍춘욱
대구출생.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후, 한국금융연구원 입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를 다니며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석사 학위 취득 후,교보증권 리서치센터로 옮겨 경제 분석 및 정량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굿모닝증권 기업 분석부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정량 분석 및 경제 분석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올랐다. 현재 국민은행 파생상품 영업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 중이며, 주식투자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다양한 분석 자료를 네티즌과 공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주식투자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인구 변화가 부의 지도를바꾼다』『알고하자 돈되는 주식투자(공저)』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리차드 번스타인의 스타일 투자 전략』이 있다.


*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 &&>www.economists.pe.kr& &>

■차례

추천사 
프롤로그 - 우리가 환율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PART 1. 원화의가치 
달러/원 환율의 의미 
환율과 무역의 관계 
고정환율제도와 변동환율제도 
부록 1 한국은행통계정보시스템(ECOS) 이용법 
부록 2 외환시장의 구조 


PART 2. 2008년 외환시장의 불안 원인
경상수지와 환율의 관계 
2008년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와 외환시장의 관계 
부록1 국제유가 데이터 조회 방법 
부록 2 1960년대 이후의 외환시장의 역사 


PART 3.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
10년 주기의 금융위기 
선진국 경기의 예측 
경기과열은 독 
외환위기, 다시 오나? 
부록 1 총요소생산성 계산 방법 
부록 2 한국국가통계포털(KOSIS) 이용법 


PART 4. 외환시장과 주식?상품시장의 관계
환율과 주식의 연관관계 
환율과 국제유가의 관계 
달러화 자산의 투자 시기 
달러화 강세와 미국 국채
부록 1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홈페이지 이용법 
부록 2 공급곡선과 학습곡선 


PART 5. 2019년 원화의 미래
10년 후 달러/원 환율 
10년 후 달러화의 지위와 위안화의 도전 
10년 후 엔화의 가치 
미래의 자산 배분 전략
부록 1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발생 원인 
부록 2 선물환 이해 


에필로그 -달러/원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이다 
참고주





원화의 미래

PART 1. 원화의 가치
달러/원 환율의 의미

환율은 한 나라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한국은 원, 일본은 엔, 미국은 달러 등 각 나라가 정한 이름을 가지는 화폐가 무수히 존재하며, 이 다양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환율이라고 부른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이라고 하는 것은 미화 1달러가 원화 1,200원으로 교환되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지만, 이 책에서는 달러/원 환율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환율은 외국통화 1단위와 교환될 수 있는 자국통화의 가치를 의미하며,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대부분(한국도 포함된다) ‘외국통화/자국통화’의 표기를 사용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파운드나 유로화 등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자국통화를 앞에 표기하지 않는 만큼, 이 책에서는 ‘달러/원’으로 부를 것이다.


그렇다면 환율이 움직일 때,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우리 경제에 어떤 일이 발생해 어제 1,200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이 오늘 1,300원까지 상승했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에서 100달러에 팔리고 있는 애플의 아이팟 MP3 플레이어의 값이 12만 원에 머물러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리버 제품을 구매하려 들 것이다. 물론 휘발유나 철강제품처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자재를 이용해 만드는 제품은 국내에 이를 대체할 것이 없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의 인상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어제 1,200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이 오늘 1,100원으로 떨어진 경우를 생각해보자. 환율 상승의 경우와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에서 100달러에 팔리는 아이팟 MP3 플레이어의 원화 환산 가격은 어제 12만 원에서 11만 원으로 1만 원 떨어지고, 아이리버를 비롯한 한국의 경쟁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보일 것이다. 대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해외에서 수입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환율 하락으로 구매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둔다.


- 환율이 오를 때마다 가격표를 바꿔달 수는 없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환율 변동을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시키는 경우를 전제로 했지만, 환율 변동이 가격 인상으로 즉각 연결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고급카메라처럼 거의 100% 수입되는 시장을 가정해보자. 캐논이나 니콘 같은 해외의 유명 카메라 제조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물건을 출시할 때 환율 변동을 감안해서 제품 가격을 책정한다. 환율이 변동한다고 제품 가격을 매번 바꾸면 새로운 판촉물 제작비용이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도매 및 소매상도 가격 변화에 맞춰 마진을 새롭게 조정하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한다. 이런 현상을 바로 ‘메뉴 효과’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를 예로 들어보자. 키보드의 자판 배열은 왼손으로 자음을, 오른손으로 모음을 타이핑하게 되어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오른손잡이가 많은 상황에서 오른손으로 사용량이 많은 자음 자판을 두드리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키보드는 자음을 왼쪽, 모음을 오른쪽에 배치해놓았을까? 그것은 예전부터 사용해온 수동식 타자기의 자판 배열에 따라 컴퓨터의 키보드도 따라갔기 때문이다. 키보드의 배열처럼 이미 수십만,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이 ‘불편한’ 혹은 ‘불합리한’ 방식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면, 이를 수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불편한 자판 배열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데, 예전과 다른 자판을 채택한 ‘편리한’ 키보드를 출시해봐야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 가격을 환율 변화에 맞춰 자주 바꾸는 것은 키보드 자판 배열의 변경처럼 많은 비용과 불편을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니콘이나 캐논 같은 제조업체는 2008년의 달러/원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을 2009년 봄에야 인상했던 것이다.


- 시장의 경쟁 수준도 가격 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빈번한 가격 조정의 번거로움 이외에 시장에서의 경쟁 수준도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한국의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과 아이리버뿐만 아니라 삼성과 거원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 달러/원 환율이 100원 올랐다고 아이팟의 한국 판매가격을 바로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격 인상으로 인해 한국 MP3 시장을 경쟁자들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외국업체는 환율이 내릴 때 제품 가격을 동결해 마진을 확대하고, 반대로 환율이 상승할 때 어김없이 제품 가격을 인상해 마진을 유지하며 환율 변동의 위험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들 것이다. 결국 경제가 개방되어 경쟁기업의 숫자가 많으면, 환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낮다. 반대로 경제가 폐쇄적이라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적으면, 환율 변동의 충격이 즉각 경제 전반에 미친다. 이것이 무역의 기능이다.


PART 2. 2008년 외환시장의 불안 원인
경상수지와 환율의 관계

- 경상수지 어떻게 구성되나?
국제수지는 일정 기간 국가간에 발생한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국제수지는 거래의 특성에 따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나뉜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의 네 항목으로 구성된다. 네 항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액으로 계산되는 상품수지이다. 상품수지는 수출이 수입보다 크면 흑자(플러스)가 되며, 반대로 수입이 수출보다 크면 적자(마이너스)가 된다. 상품수지 다음으로 크며, 최근 그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 서비스수지이다. 서비스수지는 외국과의 서비스거래로 수취한 돈과 지급한 돈의 차이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선박이나 항공기가 상품을 나르고 외국으로부터 받는 운임, 외국 관광객이 국내에서 쓴 돈, 무역대리점의 수출입 알선수수료 수취 등이 서비스수입이 된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외국에 지급한 선박과 항공기의 운항 경비, 해외여행 경비, 특허권 사용료 등은 모두 서비스지급으로 나타난다.


이상의 둘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소득수지와 경상이전수지도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소득수지는 4월과 5월에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월별 등락이 크기로 유명하다. 왜냐하면 소득수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단기간(1년 이내) 머물면서 일한 대가로 받은 돈과 국내에 단기로 고용된 외국인에게 지급한 돈의 차이를 나타내는 급료 및 임금 수지,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투자하여 벌어들인 배당금?이자의 차이를 나타내는 투자소득수지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4~5월의 배당금 지급 시기가 되면 한국의 주식을 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자국으로 대거 송금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소득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물론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4~5월에도 소득수지 흑자를 기록할지도 모른다. 경상이전수지는 우리나라 사람과 외국인 사이에 아무런 대가 없이 주고받은 거래의 수지를 말한다. 경상이전수지는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가 국내의 친척 등에게 보내오는 송금, 종교기관이나 자선 단체의 기부금과 구호물자, 정부간의 무상원조 등이 포함된다. 앞의 세 가지 수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지만, 1998년이나 2009년처럼 달러/원 환율이 급등해 원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해외 교포의 국내 송금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영향력이 확대된다.


2008년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
2008년 한국이 1998년 이후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탈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그 이유는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경기호황으로 국내 가계의 저축률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2008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원인은 2003년부터 시작된 중국 경제의 호황에 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8배 증가(연평균 28.2% 증가)했고, 이 영향으로 2003년부터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던 것이다. 특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저금리 현상이 계속되고 2006년부터 부동산시장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어 금융권의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2008년 투자 붐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투자의 적기를 이미 놓친 상황이었다. 2004년부터 중국 경제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은 정작 경기가 계속 확장되던 2005~2006년 사이에는 투자하지 않다가 중국 정책당국이 경기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던 2007년 하반기부터 투자에 나섰던 것이다. 이런 판단 착오로, 한국 기업들은 2008년 봄부터 큰 어려움을 맞게 되었다.


기업들이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른 첫 번째 이유는 기업 경영자들이 경영 여건의 변화에 제도적인 이유로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를 위해서는 충분한 투자 재원이 필요한데,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실적 개선을 확인한 다음 대출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 후에는 경영 여건의 변화가 나타나도 사업계획을 즉시 수정하기 힘들다는 점도 투자의 타이밍을 놓친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규모 투자가 시작된 두 번째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경기호황에 도취되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들은 자신이 추진한 투자가 잘못될 경우 기업이 큰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해고당할 위험이 있는 만큼 항상 신규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런 보수적인 경영자들조차 경제의 호황이 계속되어 미래 전망이 장밋빛으로 채색되는 순간, ‘지금이 아니면 늦을지 모른다’는 초조한 마음을 가지고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보수적인 기업가들조차 자제심을 잃어버리는 바로 그 순간이 바로 경기의 ‘정점’이라는 것을 보여주곤 한다.


PART 3.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
10년 주기의 금융위기

우리나라가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또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국제 금융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림이 보여주듯, 선진국 투자자들은 개발도상국에 생각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 이 흐름이 바뀔 경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림의 파란색 굵은 선은 절대금액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자본 유입 규모 비율을 표시한 것이다. 특히 그림에서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개발도상국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된 시기)이 항상 대규모 자금 유입 이후에 나타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개발도상국 자산(주식 혹은 채권 등)에 열광하다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개발도상국의 외환위기를 촉발시킨다. 이런 ‘변덕’을 미리 예측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선진국 경기불황 = 개발도상국 통화 가치 폭락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가 호전될 때, 고수익을 노려 러시아와 한국 같은 개발도상국 주식시장에 투자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주식시장은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순간, ‘고위험’의 특성만 부각된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인해 상품 가격이 하락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위험한 나라의 자산을 팔아 미국 달러화표시 채권과 같은 이른바 안전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며 개발도상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가 수축 국면(불황)에 접어들면 차입금의 비중이 큰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듯, 상대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나라의 통화 가치가 폭락한다.


오른쪽 그림의 파란색 선은 한국의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통화 가치를 국가의 경제 규모에 따라 가중평균(중국 제외)한 것이다. 검정색 실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이다. 선진국 경기 여건이 개선될 때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반대로 선진국 경기가 나빠질 때 개발도상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대략 10년의 6~7년은 선진국 투자자들이 개발도상국 증시로 몰려들지만 이후 2~3년은 개발도상국이 마치 ‘전염병 환자’처럼 취급되는 시기를 주기적으로 경험한다. 이런 변덕이 반복되는 이유는 선진국 경제가 평균 9년을 주기로 경기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아직 개발도상국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항상 선진국 경기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PART 4. 외환시장과 주식?상품시장의 관계
환율과 주식의 연관관계

2008년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우리는 환율과 주식이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깨달았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때 주가는 하락하며, 반대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때 주가는 상승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일반적인 상식대로라면, 환율의 상승은 수출기업의 경쟁력과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니 주가 상승 요인이 아닌가?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경제 여건이 나빠질 때 달러/원 환율의 상승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여건이 나빠져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데, 환율 상승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개선 효과는 ‘대세’를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 환율이 오를 때 수출주는 약세를 보인다
달러/원 환율의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의 개선이 기대되는데도 수출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산업이 소비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제품 대부분이 직접 소비자에게 팔리기보다 선진국의 제조업체나 해운선사 등에 팔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델(Dell) 컴퓨터와 같은 세계적인 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에게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매우 중요한 거래선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 등의 한국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수 있고, 또 제품의 질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황의 여파로 컴퓨터 판매가 줄어든다면, 델 컴퓨터는 어떻게 할까? 델 컴퓨터는 컴퓨터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용 반도체의 재고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질 것을 우려해, 신규 주문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업체들이 달러/원 환율의 상승을 계기로 반도체 가격을 대폭 인하해도, 델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서둘러 반도체를 구입하기보다 컴퓨터 수요의 회복 및 메모리용 반도체 가격의 추가 하락을 기다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델 컴퓨터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환율 상승으로 확보된 ‘가격 우위’를 사용할 기회 자체가 봉쇄된 것이나 다름 없다. 환율이 급등하면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제품의 가격 인하에 열을 올릴 뿐이고, 세계 수요의 감속 속에 수출 물량도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불황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 소비자들에게 고가 브랜드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제품은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환율이 급등할 때, 수출이 더욱 줄어드는 난국에 직면한다.


- 투자자는 변화를 싫어한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때 주가가 하락하는 또다른 이유는 심리적인 부분에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에 투자한 외국인을 가정해보자. 그의 입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 한국에 혹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겁부터 덜컥 날 것이며, 달러/원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으로 자신의 투자 성과가 하락한 것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 더 나아가 현대자동차의 외환 포지션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담당 애널리스트에 전화를 걸어 문의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현대 자동차가 선물환 매도 혹은 대규모의 외화부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달러/원 환율의 상승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투자자라면 몰라도 달러/원 환율이 몇 년을 주기로 계속 급등하게 되면 급기야 한국 주식시장을 영원히 떠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PART 5. 2019년 원화의 미래
10년 후 달러/원 환율

- 10년 후 한국의 경상수지
경상수지의 장기 추세는 어떻게 결정될까?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중반까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렸으나,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섰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의 설비투자 전략에 변화가 나타났고, 출산율 하락으로 경제 전체의 부양비율이 낮아져 저축률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2019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첫 번째 요인은 2008년 겪은 경제 위기로 기업들의 투자가 다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994년, 2000년, 그리고 2007년 등 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날 때마다 경제 위기가 닥쳤던 기억은 최고 경영자에게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정책당국의 고성장 정책 채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1993년의 ‘신경제 100일’ 정책과 2008년의 ‘7?4?7’ 정책 등이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를 감안할 때, 또다시 고성장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듯하다.


경상수지의 개선 가능성을 높이는 또다른 요인은, 저축이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40~50대에 진입하면서, 우리 경제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40~50대의 인구가 증가할 때 나타나는 첫 번째 긍정적인 효과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의 향상이다. 일반적으로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 사이의 연령대가 가장 임금이 높은데, 이는 이 연령대의 근로자들이 가장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근력이 떨어지지만, 경험이 쌓이고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숙련 수준이 높아진다.


생산성의 향상은 경제 전체의 물가를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소득을 증가시킨다.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 임금은 노동 생산성 수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인구의 증가는 경제 전체의 소득 수준도 높인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40~50대 인구 증가는 경제 전반에 ‘생산성 향상 → 소득 증가 → 저축 증가 → 금리 하락’의 선순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2019년 한국 경제는 기업의 보수적인 투자 태도와 40~50대 인구 증가 속에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달러/원 환율, 하락 후 제한적인 반동 나타날 듯
우리나라의 경제가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원 환율은 2010년대 중반까지 점진적인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20년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와 외환시장도 점차 세계 경기 둔화와 중국 경제의 ‘성장통’이라는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달러/원 환율은 2009년 여름의 환율 수준(1,200원대)보다는 낮을 것이나, 1,000원 수준까지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절대적인 성장률 수준을 올리는 등의 무리한 정책을 펼칠 경우, 전망을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 추세를 경제 정책 입안자들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만큼, 고성장 정책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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