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장하준· 아일린 그레이블(역자: 이종태· 황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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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7��



■ 책 소개
1차 세계 대전 후 경제적 정치적 불안속에서 보호 무역주의는 세계 무역 시스템을 붕괴시켰고, 대공황을 장기화시켰으며, 유럽에서는 파시즘의 발흥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정치적·경제적 불안 속에서 산업 국가들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과 ‘세계 무역기구’를 통해 무역 자유화를 추구하기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1980년대 영국 대처 수상이 말했던 것처럼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신자유주의에서 나타난 6가지 신화의 허구성을 정리하고, 오늘날 세계화라는 이름아래 추진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에 대한 대안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는 실현 가능한 대안들이 실제로존재할뿐더러,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까지 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이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이슈로 떠오르는 공무원 구조 조정, 공기업 민영화, 금융 산업 재편, FTA 등의 문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적용 가능한 반(反)신자유주의정책들로는 어떤 것이 있으며,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고,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활용 가능한지의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이외에도 무역과 산업, 지적재산권, 민간 자본의 이동, 금융 규제와 거시 경제학에 대한간명하면서도 건설적인 대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오늘날, 이 책은경제불황의 마지막 탈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 저자 
장하준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3년에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에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주요 저서로는 『사다리 걷어차기』『개혁의 덫』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역할』『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이 있다. 


아일린 그레이블(Ilene Grabel) - 뉴욕 시립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매사추세츠 주립 대학교 암허스트 캠퍼스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덴버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국제 금융·무역 및 경제 통합 분야의 경제학 전담 주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UN 대학 개발경제학 국제연구원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비정부국제기구인 새로운 국제 금융 질서를 위한 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 역자 
이종태
 -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매일신문」 경제부와 사회부를 거치면서 ‘한국전 직후 민간인 학살 사건’ 관련 기사로2001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하였고, 월간 「말」 편집장을 지내면서 장하준·정승일 박사와의 솔직한 대담을 모아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엮어 냈다.현재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황해선 -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요크대학에서 MSC 석사 학위를 받았다. 메리츠증권 전략투자본부 벤처사업팀 및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주)엔터스코리아에서전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린스펀 경제학의 위대한 유산』 『런치타임 경제학』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경제학자들』 외 다수가있다.


■ 차례
감사의 글
약어 설명
머리말 -이제 다시 경제 발전을 요구한다


1부 경제 발전에 대한 신화와 현실

1 신화 1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자유 시장 원리를 지속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1.1 그릇된 신화 1.2 신화의내용 1.3 신화의 기각


2 신화 2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한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적번영을 누려 왔다
2.1 그릇된 신화 2.2 신화의 내용2.3 신화의 기각


3 신화 3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중단될 수도 없고중단되어서도 안 된다
3.1 그릇된 신화 3.2 신화의 내용 3.3 신화의 기각


4 신화 4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모델은 모든개발도상국이 모방해야 할 이상적인 형태다
4.1 그릇된 신화 4.2 신화의 내용 4.3 신화의 기각


5 신화 5 영미형 모델이 보편적 시스템인 반면 동아시아모델은 특수한 시스템이다
5.1 그릇된 신화 5.2 신화의 내용 5.3 신화의 기각


6 신화 6 개발도상국은 국제기구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국내정책 기관이 요구하는 규율을 준수해야 한다
6.1 그릇된 신화 6.2 신화의 내용 6.3 신화의 기각



2부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정책 대안

7 정책 대안1
 무역과 산업
7.1 무역 정책 7.2 산업 정책


8 정책 대안 2 민영화와 지적재산권
8.1민영화 8.2 지적재산권


9 정책 대안 3 국제 민간 자본 흐름
9.1 일반분석 9.2 외국 은행 대출 &9.3 포트폴리오 투자 &9.4 외국인 직접투자


10 정책 대안 4 국내 금융 규제


11 정책 대안 5 거시 경제 정책과 제도들
11.1환율과 통화 정책 11.2 중앙은행 제도와 통화 정책 11.3 재정 정책


맺음말 - 경제 발전 정책의 부활을 둘러싼 장애물과기회
참고문헌
추천도서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머리말 - 이제 다시 경제 발전을 요구한다
1980년대 영국의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수상은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다 광범위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렇게 선언했다.


“대안은 없다.”


이 책은 “대안은 없다.”는 선언이 근본적으로, 그리고 위험스러울 정도로 그릇되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있듯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는 실현 가능한 대안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또 이런 대안들은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경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제안하는 대안들 중 일부는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전략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수많은 대안들은 이미 전 세계적 차원에서 그 실현 가능성이 현실 속에서 입증되었다. 우리가 이런 대안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대안이 없다.”는 관념을 깨기 위해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세계적 차원에서 진행 중인 ‘경제 발전 정책을 다시 요구’하는 역동적 움직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상당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자신들이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라 부르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마력에서 깨어 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 발전이라는 어젠다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컨센서스 원안의 핵심 입안자들마저 경제 발전 정책을 재검토하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기존 개념이든 확장된 개념이든 관계없이)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우리의 목표는 지난 25년 동안 경제 발전 정책 논의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교리에서 벗어나 ‘다시 경제 발전 정책을 요구’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개발도상국을 질곡에 빠뜨린 메커니즘과 이유를 설명한 뒤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한 다양한 정책 대안을 소개할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이 여러분에게 유용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그래서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우리는 이 책이 다양한 논의를 활성화하여 세계 곳곳에서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분들이 다시 경제 발전 정책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경제 발전에 대한 신화와 현실
오늘날 부유한 국가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자유 시장 원리를 지속적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릇된 신화
오늘날 산업화된 국가들은 자유 시장주의 경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한 덕분에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개발도상국의 정책 입안자 중 상당수는 이런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국가 개입주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신화의 내용
자유 시장 정책은 무역과 금융 부문에서 국가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시장 기능에 의존한다. 이 전략은 정부의 규제 범위를 최소화하는 한편, 자원과 기업은 물론 심지어 아이디어에까지 사적 소유를 장려한다.


국가 개입이라는 바보짓의 폐해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20세기 초에 산업화된 국가들이 채택한 바 있는 보호 무역주의라는 막간극의 실패다. 18세기 이후 자유 무역으로 성공한 영국을 따라 현재의 산업 국가 대다수는 늦어도 1870년대가 저물기 전까지 자유 무역을 국가 정책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자유 무역은 전례 없는 성장의 시대를 열어 나갔으며, 이런 추세는 1913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유 무역의 시대는 1914년에 발발한 1차 세계 대전으로 막을 내리고, 경제적?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면이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들은 보호주의를 강화했고, 대공황은 이 같은 추세를 더욱 악화시켰다.


오늘날의 산업화된 국가들이 다시 자유 무역 정책으로 복귀한 것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의 일이다. 그 이후 산업 국가들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최근의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무역 자유화를 추구해 왔다. 산업 국가들은 또한 자국 산업을 탈규제화하고 민영화했다. 이런 조치들은 세계를 번영으로 이끌었는데,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두드러졌다.


금융 부문에서도 점진적으로 규제 철폐, 시장이 자율적으로 중개하는 자본 이동 현상이 나타났다. ‘금융 자유화에는 시장을 통한 투자 자금의 배분, 투자자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보호, 투명성 유지 등 많은 요소가 포함된다. 금융 자유화를 향한 추세에 역행하는 현상이 이따금 나타나기도 했지만, 오늘날의 산업 국가 대부분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자본 이동을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맡기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독립을 쟁취한 이후 매우 개입주의적인 경제 전략을 채택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의 경제는 침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입주의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개입주의를 채택한 나라들은 ‘유치 산업 보호’와 ‘수입대체산업화’를 추구하면서 고율의 관세, 제한적인 수입 할당, 대규모 보조금을 통해 국내 산업을 외국 산업과의 경쟁에서 격리시켰다. 또 이들 국가는 핵심 산업을 국유화하여 국영 기업을 세우고 민간 기업을 철저히 규제하고, 투자를 통제했다. 1980년대에 개발도상국을 휩쓴 경제 위기는 이런 잘못된 정책의 직접적인 산물이었다.


신화의 기각
역사적 기록을 ‘공정하게’ 읽는다면, 오늘날의 산업 국가들은 초기 산업화 단계에 무수히 많은 개입주의적 산업?무역?금융 정책을 개척하고 수행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목소리 큰 자유 무역의 전도사인 영국과 미국도 산업화 초기에는 보호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현재의 산업 국가 중대다수는 공격적인 산업 정책을 통해 2차 세계 대전으로 황폐화된 국민 경제를 재건하고 근대화했다. 심지어 일본, 프랑스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은 무역을 자유화하는 기간 동안에도 적극적으로 산업 정책을 수행하였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시행된 경제 구조 전환에서도 산업 정책은 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기간 동안 프랑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에서도 국경 기업의 비중은 매우 높았다. 아울러 산업화된 국가들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다양한 개입주의적 금융 정책을 펼쳤고,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최근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금융, 경제 리스크를 사회화한 적이 있다. 그 예로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1980년), 수십억 달러의 공적 자금이 지원된 저축 대부 은행 사태(1989년), 헤지 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1998년), 항공 산업 구제 조치(2001년) 등이 있다. 이 각각의 사례에서 미국 정부는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 시장의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서 기꺼이 자유로운 금융 시장의 원칙을 포기했다.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자유 시장 정책을 펼친 1980년 이후보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개입주의 시대에 훨씬 더 우수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다. 실제로 개입주의 기간 동안 개발도상국의 성과는 현재의 산업 국가가 개발 시기에 달성했던 성과보다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훨씬 더 인상적이다.


이것은 국가의 개입이 언제나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국가 개입이 참담하게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극적인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경제 발전의 성공이 다양한 형태의 개입주의와 연관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홍콩을 제외하면, 동아시아의 ‘기적’은 경제 발전과 금융 안정을 공격적으로 추진한 적극적인 ‘개발 국가’에 의해 주도되었다. 중국과 인도 역시 경제 문제에서는 국가의 강력한 지휘를 통해 성공적으로 경제 개발을 달성해 왔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중단될 수도 없고 중단되어서도 안 된다
그릇된 신화

세계화는 엄청난 성과가 보장된 것으로 필연적이고 멈출 수 없는 추세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적 번영과 번영을 촉진하려면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세계화 추세에 보조를 맞추며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신화의 내용
세계화는 19세기에 시작된 통신과 운송 혁명의 산물이다. 통신과 운송 기술의 진보로 기업가는 이윤의 기회를 쫓아 국경을 넘나들고, 신기술에 의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할 기회가 높아졌다. 이로써 국제 비즈니스의 속도와 효율성은 크게 향상되었다.


세계화가 기술 진보의 산물이라면 이런 추세를 늦추거나 거스르려는 노력은 부질없는 데다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계화를 지연시키려는 노력을 할수록 그만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아, 결국 지구적으로 생활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반세계화 전략이 소득이 높은 국가에서는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빈곤을 영구화한다는 사실이다.


세계화와 관련해 이루어지는 압박과 기회는 각국 정부가 ‘올바른 정책’, 즉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동기가 된다. 이런 주장의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재화와 자본의 흐름을 자유화해서 시장에 맡기는 국가만이 세계화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입을 제한하는 국가는 세계 도처에서 생산되는 재화를 유리한 가격으로 구입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소비자에게 불리할 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국내 생산자에게 고가의 자국 원자재를 사용하도록 강제해서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더욱이 투자와 비즈니스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제 금융 시장에서 버림받게 된다.


결국 선택은 분명하다. 생활수준을 높이고 경제 번영을 이루려면 반드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하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지칭)을 채택해야 한다. 물론 시장을 개방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실업률 증가와 같은) 단기적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가져올 장기적 이익은 엄청나다. 따라서 거의 모든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번영을 위해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을 수용해 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신화의 기각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운송과 통신 기술의 발달이 필연적으로 세계화를 촉발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운송과 통신 기술은 지난 두 세기를 넘는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이 기간 동안 세계화는 매우 불균등하게 진척되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한) 경제적 세계화의 수준은 국제 무역이 겨우 증기선과 전보에 의존했던 19세기 후반이 운송과 통신 기술이 훨씬 발전한 1950, 1960, 1970년대보다 훨씬 높았다.


어떤 특정 시기에 확산되는 속도와 형태는 당대에 의도적으로 선택한 정책의 산물이다. 세계화 과정에서 기술의 역할이 사소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기술은 재화와 화폐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조건과 속도의 한계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허용될지 여부는 구제 무역과 금융 정책 영역에 대한 정치적 결정에 따르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담론이 세계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화 그 자체가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는 사회 경제적 문제의 주범이라는 주장도 거부한다. 상당수 국가에서 생활수준이 하락하고 경제 성과를 악화시키고 있는 주범은 ‘세계화 그 자체’가 아니라 오늘날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신자유주의적 형태’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세계 경제에서 성공하려면 국내적, 국제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모든 국가는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 시스템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주장은 잘못되었다. 세계화는 국가 수준에서 (무역과 자본의 흐름에 관한) 다양한 개방 정도와 개방 유형들과 완벽하게 양립할 수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경우 개발도상국과 산업 국가는 모두 광범위한 경제 규제를 하면서도 세계화를 급속하게 진행했다. 다시 말해 경제 규제와 세계화가 결합된 시대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반드시 동전의 양면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오늘날 산업 국가들 사이에도 세계화의 진전에는 상당한 정도의 정책적?제도적 다양성이 존재한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등장했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지구화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개발도상국들은 (특히 무역과 금융에서) 정책적 선택을 다양화함으로써 자국의 생활 수준과 성장 전망에 그리 해롭지 않은 세계화 형태를 창출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정책 대안
민영화

신자유주의는 자원과 기업을 공적 소유에서 민간 소유로 이전시키는 민영화 정책을 장려한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국영 기업은 소유 구조, 경영, 인센티브, 시장 구조 등의 특성 때문에 비효율과 낭비, 부실 경영 같은 만성적인 문제로 고통을 겪는다. 물론 민간 기업도 경영자가 기업을 소유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고용된 경영자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도 민간 부문은 심각성이 훨씬 덜하다. 경영자의 성과가 주주에 의해 감시당하고, 시장 인센티브와 경쟁을 통해 그들의 실적이 점검되기 때문이다.


상당수 통계 연구는 국영 기업의 상대적 규모가 경제 성장과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는 국영 기업 부문이 비대할수록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국영 기업을 보유한 경제는 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간 기업 부문의 인센티브, 보상, 감독 체계 등이 국영 기업보다 낫다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은 근거가 없다. 연구에 따르면 민간 기업 경영자는 기업의 현재 주가를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특히 경영자가 스톡옵션으로 보상을 받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경영 목표가 기업의 장기적 이익이나 경제 전반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다양하게 분포된 수많은 주주들이 민간 기업의 경영 실적을 제대로 감시하는 사실 거의 불가능한데, 이는 주주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지분을 갖고 있어서다. 여기서 ‘공익의 문제’가 등장한다. 즉 해당 기업의 경영 상태가 개선되면 모든 주주들이 집단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개인 주주의 상황에서 보면 경영을 감시하고 문제가 생길 때 경영자를 징계하기 위해 나설 만큼 충분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감시하기 쉬운 시스템은 민간 기업이 아니라 국영 기업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처럼 다양하게 분포된 수많은 주주들보다는 중앙 집중화된 정부가 기관이 경영 감시를 하는 편이 더 쉬울 수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영 기업이 독점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그에 따라 상품 시장에서 경쟁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국영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국가에서 국영 기업은 민간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한다. 예를 들어 2차 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국유화된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는 1996년까지 국영 기업이었지만 민간 기업인 푸조뿐 아니라 다른 외국 자동차 기업과 직접 경쟁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영 기업의 존재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일시적 현상이나 통계 자료를 자주 언급한다. 그러나 실증 자료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대규모 국영 기업을 보유한 많은 국가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매우 훌륭한 경제적 성과를 보여 왔다. 국영 기업 부문의 규모와 경제 성장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대규모 국영 기업 부문이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허무맹랑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슷한 산업, 비슷한 기업 규모 등) 비슷한 조건을 전제로 국영 기업과 민간 기업의 성과를 비교하는 사례 연구들도 있으나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들의 문제는 국영 기업의 성과가 초라한 국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사례를 들어서는 국영 기업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


공공 영역에는 항상 국가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자원들이 있다. 물, 공익사업, 위생, 기초교육, 통신과 같이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나 서비스가 있고, 또 언제나 정부 통제 하에 있어야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천연자원도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상수도 시스템 민영화 같은 것은 절대 다수 국민에게 엄청난 재앙이다.


국영 기업은 자연 독점이라 일컫는 부문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자연 독점은 필요한 투자 규모가 워낙 거대해서 특정 시장에서 하나의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일 때 생긴다. 배전(配電) 같은 공공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자연 독점 상태가 아닌 산업에서도 국영 기업은 비용과 경영의 전제조건들 때문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 형태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자원이 부족하고 민간 부문의 기업들이 심하게 리스크 회피 성향을 띠기 쉬운 개발도상국에서는 특히 국영 기업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규모 국영 기업 부문의 설립이 앞선 프랑스, 오스트리아, 타이완 등이 이런 상황이었다. 국영 기업들은 산업 근대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정책대안
개발도상국에서 수많은 국영 기업들은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런 국영 기업들은 민영화되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정부가 시장 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또는 중단기 예산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영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이것은 민영화 이외의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으므로 그 정당성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몇몇 나라들은 대규모 국영 기업 부문이 있더라도 성공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예산 적자를 해결한다는 목적도 재정 개혁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주식 시장을 통해 국영 기업을 매각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영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주식을 발행해 시장에서 자본금을 모으는 것은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분배와 정치적?사회적 비용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특히 사회에서 취약한 계층에 대한 배려 측면이다. 하다못해 정부는 민영화로 고통 받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상당한 보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수많은 정부가 민영화로 발생하는 비용을 적절하게 평가한다면 그토록 쉽게 민영화를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영화가 아니더라도 국영 기업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우선 조직을 개혁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국영 기업의 경우 (사회적 목표, 산업화,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 제공 등) 지나치게 많은 목표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리고 이런 목표의 상대적 중요도도 명확하지 않다. 결국 이런 식의 모호한 목표 설정 때문에 경영진은 집중해야 할 부분을 상실하게 되고, 이에 따라 기업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분명하다. 정부가 해당 국영 기업의 사업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 목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조직 개혁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국영 기업의 실적에 관한 정보의 질을 높이고 감독하는 것이다. 상당수 국가에서는 국영 기업의 실적을 감독하는 정보와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국영 기업 관련 정보의 흐름과 감독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이 부문에 대한 개혁의 핵심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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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 기업 운영과 관련해서는 인센티브 체계와 감독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인센티브 체계는 효율성, 생산성, 고객 만족 등의 부문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인 경영자와 직원에게 확실히 보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국영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개선하려면 유능한 직원으로 구성된 단일한 감독 기관을 설립해야 하는데, 오늘날 수많은 국영 기업들은 명목상 다수 기관으로부터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는 어떤 기관도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감독 책임을 단일기구로 통합해야 감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감독이 부적절했던 것으로 드러날 때 이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밝힐 수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