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책은 나쁜 소식에 초점을 두고 미래를 대비하도록 했다. 임박한 석유의 감소를전면적으로 다루며, 어떻게 지난 세기에 석유와 전쟁이 언제나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 왔는지, 또 어떻게 석유 공급을 통제하려는 열강들의 경쟁이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새로운 자원 전쟁을 이끌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찰한다.
그리고 산업시대의 발전에서 화석 연료의 중요한 역할을 추적하면서 대체 에너지가 석유를 어느정도까지 보완할 수 있는지도 논한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던지는 『파티는 끝났다』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간단한 방법에서부터 전 세계 지도자들을 위한 정책적 조언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대책 모색하며 끝을 맺는다.
■ 저자 리처드 하인버그
저널리스트이자 교육자이며,강연자이다. 그는 전국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폭넓은 강연을 하고 있다. 그의 전작 『자연과의 새로운 계약(A New Covenantwith Nature)』은 잡지 「육체/마음/정신(Body/Mind/Spirit)」으로부터 "생활의 지침이 되는 책" 상을 수상했다. 매월간행되는 그의 『뮤즈레터(Museletter)』는 1994년에 『우트네 리더(Utne Reader)』에 의해 대안 언론상 후보로 지명되었으며,『우트네 리더』의 연보에 최고의 대안 뉴스레터로 등록되었다. 저서로 『파워다운(Powerdown)』『부처 복제(Cloning theBuddha)』『정점을 축하하라(Celebrate the Solstice)』등이 있다.
■ 역자 신현승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육식의 종말』『홀로코스트 산업』『텐징 노르가이, 히말라야가 처음 허락한 사람』『전쟁에반대한다』『인디아, 그 역사와 문화』『포트윌리엄의 이발사』『타임 라이프 세계사 - 그리스인 이야기/유럽의 낭만주의 시대』『쇼핑의 과학』『세계신화 사전』『시공사 로고스 총서 - 쇼펜하우어』등이 있다.
■ 차례
감사의 글
머리말
1장 에너지와 자연 그리고 사회
에너지와 지구 :게임의 법칙 | 생태계 속의 에너지 : 먹고 먹히기 | 사회적 파급력을 가진 전략들 : 추가 에너지를 얻는 방법 | 복잡성과 붕괴 : 에너지부족 사회 | 사회경제적 역사 응용 : 미국의 성공 사례
2장 파티 타임 : 저렴하고 풍족한 에너지의 짧은 역사
중세 유럽의 에너지 | 석탄 혁명 | 석유의 기적, 1부 | 전 세계의 전기 공급 | 석유의 기적, 2부 | 석유와지정학 그리고 세계 경제 : 1950~1980년 | 잃어버린 기회와 재난의 서곡 : 1980~2001년
3장 석유 시대의 종말에 다가서며
메소포타미아로향하여 | 고갈하는 석유 | M. 킹 허버트 : 에너지 예언가 | 허버트의 유산 | 석유 생산 정점 시기 규정 | 허버트의 비판자들 :코르코뉴피언 논쟁 | 누가 옳은가? 왜 그것이 중요한가?
4장 비석유 에너지원 : 파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천연가스 | 석탄 | 원자력 | 풍력 | 태양에너지 | 수소 | 수력 발전 | 지열 발전 | 조수와 파도 | 바이오매스와바이오디젤 그리고 에탄올 | 핵융합과 상온 핵융합 그리고 프리에너지 장치 | 절약 : 효율과 비용 절감
5장 결과의 만찬
물리적·재정적 측면의 경제 | 운송| 식품과 농업 | 난방과 냉방 | 환경 | 공중위생 | 정보 저장과 처리 그리고 전송 | 국가 정치와 사회 운동 | 에너지 자원 경쟁의 지정학| 정확히 언제 파티가 끝날 것인가?
6장 붕괴 관리 : 전략과 제안들
당신과 당신의 집그리고 당신의 가족 | 공동체 | 국가 | 세계 | 마지막 당부의 말
개정판 후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수께끼 | 쉘 게임 | 우울한 전망 | 의미심장한새로운 연구 보고서들 | 이라크의 곤경 | 프리에너지의 저주 | 진정한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주석
참고 문헌
파티는 끝났다
에너지와 자연 그리고 사회
사회경제적 역사 응용 : 미국의 성공 사례
지난 2세기 동안 전 세계 에너지 이용에 대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다음 질문부터 살펴보자. ‘왜 오늘날 미국이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로 군림하고 있을까?’ 전 세계 1등 국가가 되기까지 미국의 에너지원과 이를 활용하는 미국인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이에 기여했을까?
이런 논의의 시발점은 지질학과 지리학이다. 16세기 초부터 유럽인들이 탐험하고 토지를 점유하기 시작한 북아메리카 대륙은 생명체와 광물의 보고였다. 초창기 스페인 정복자들은 광대한 삼림, 식량과 모피를 제공하는 짐승, 비옥한 농토, 깨끗한 물, 철, 구리, 은, 금 등을 발견했다. 이 모두는 유럽의 자원을 훨씬 능가했다. 정복자의 후손들은 풍부한 석탄과 석유도 발견했는데, 이 에너지원은 특히 중요한 자원임이 밝혀졌다. 석탄과 석유 덕분에 다른 자원들도 다량으로 채취하고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미국은 에너지 자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처음에 북동부의 제분소와 공장들은 나무를 연료로 사용했다. 얼마 뒤에는 공장에 원료를, 변경에 공산품을 운송하는 철도도 나무를 연료로 사용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석탄이 감소하는 나무 공급을 대신했다. 그리고 20세기에는 석유 - 처음에는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에서, 그 후에는 캘리포니아 남부와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에서, 마지막에는 멕시코 만과 알래스카에서 석유 공급 - 를 자동차 산업과 현대적 농업과 현대적 화학 산업의 연료로 사용했다. 유럽 여러 국가는 증가하는 에너지 자원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처럼 멀리 떨어진 지역을 식민화해야 했지만 미국은 자국 내에서 필요한 자원을 모두 채취할 수 있었다. 미국이 보유한 에너지 자원은 방대했다. 덕분에 1943년까지 미국은 석유 수출국으로 남을 수 있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과거의 식민지 열강들(영국, 스페인, 포르투갈)이 정복지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한편 야심만만한 다른 열강들(독일, 일본, 이탈리아)은 다른 영토에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려 했지만 저지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미국은 토착 자원이 풍부할뿐더러 전문 지식과 기술과 자원을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유도 있었다. 미국은 이런 자원을 통해 획득한 부를 기술 개발, 그리고 강력하고 정교한 무기 시스템 생산에 투자했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경제적?군사적 측면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여기서 숙련된 기술을 가진 수백만 명의 유럽 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정치적?종교적 자유에 대한 약속이었다. 뛰어난 인물 - 이름과 위업이 역사책에 기록된 발명가, 정치가, 군사 지도자, 탐험가들 -의 역할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풍부한 광물과 에너지 자원이 없었다면 미국은 결코 현재와 같은 세계 최강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자원이 아무리 방대하다 할지라도 그 한계는 있다. 20세기 내내 지질학자들은 석유와 석탄과 천연가스를 찾아 북미 대륙을 샅샅이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탐사를 많이 한 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국민에게 자가용 구입을 장려했다. 미국의 자가용 구입률은 산업화한 세계에서 수위를 달렸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접어들자 오래된 유전은 고갈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유전은 생산력이 떨어졌다. 미국 대륙에서 새로운 석유 자원 발견율은 1930년대에 절정에 달했다. 석유 자원의 채취율은 1970년대에 정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에너지 기반의 ‘미국식 생활양식’은 정치적?경제적 재난을 피하기 위해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그 결과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추가 에너지 자원을 구해야 했다.
물론 산업의 리더와 정치적 지도자들은 경험에 의해 보장된 전략 - 범위 확장 또는 무역과 운송 - 을 선택하여 이런 간극을 좁히려고 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서 처음으로 석유를, 곧이어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흑자였던 무역 균형이 이내 적자로 돌아섰다. 과거 전 세계에서 첫째가는 대여국이자 투자국이었던 미국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부채국이 되었다. 다른 한편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넘보지 못할 정도로 이미 가공할 만한 수준의 군사력 개발을 계속했다. 특히 지구촌 헤게모니 다툼에서 유일한 경쟁자였던 소련이 붕괴한 뒤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군사력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의 석유 생산이 정점에 도달한 직후 미 당국은 실업, 저개발, 압제와 다른 모든 경제적?정치적 질병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자유 무역’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제 무역의 규칙을 조종함으로써 전 세계 천연 자원 이용을 현상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려 했다. 이 규칙 -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작성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정책에 교묘하게 실려 있는 규칙 - 에 따르면, 자원이 어디에 위치해 있건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입찰자에게 팔려야 했다. 다시 말해 이런 자원을 구입할 자금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누구든 합법적인 방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가령 이 규칙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텍사스나 미주리 땅에 묻힌 석유와 동일하게 미국의 소유물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기술 또는 ‘지적 재산권’은 소유물로 간주되었다. 그 결과 이 전략에 앞장선 국가들은 유리한 입장에 놓인 반면 ‘저개발’ 국가들은 이 전략 선택으로 희망이 꺾였다.
21세게 초에 세계화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데모와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업 소유의 상업적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는 대다수 미국인들은 세계화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 왜 사람들이 세계화에 반대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석유 시대의 종말에 다가서며
M. 킹 허버트 : 에너지 예언가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에 매리언 킹 허버트(Marion King Hubbert)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구물리학자였다. 화석 연료의 시대가 매우 짧다고 1949년에 처음으로 발표한 그의 불안한 예언 때문이었다. 물론 석유가 궁극적으로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발상은 아니었다. 실제로 1920년대에도 많은 지질학자가 석유 공급이 바닥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펜실베이니아의 초창기 유정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1900년부터 1920년까지 초창기의 한정된 석유 매장량에 대한 경험은 석유의 미래에 대해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낳았다. 그러나 1930년대에 텍사스 동부와 페르시아 만에서 거대한 석유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이런 암울한 전망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채취되는 석유보다 더 많은 약의 석유를 발견했다. 부정적인 전망이 오류임이 입증되었다. 석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석유 공급과 수요가 장래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사실에 입각한 자료와 체계로 무장한 허버트는 이런 가정에 끈질기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카고대학교 학생 시절인 1926년부터 그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에 관한 연구에 매달렸다. 1949년에 그는 통계물리학적 방식을 사용해 전 세계 총 석유 및 천연가스 공급량을 계산했으며, 급증한 석유 소비도 증거를 통해 입증했다. 그러고 나서 1956년에 자신이 연구한 석유 매장량 추정치와 석유 생산 분석에 대한 자신의 평생 연구를 토대로 미국에서 석유 생산의 정점이 1966년과 1972년 사이에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에 대다수 경제학자와 석유 회사와 정부기관들(USGS 포함)은 그의 예측을 무시했다. 그런데 1970년에 실제로 미국 석유 생산이 정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1971년 이전까지 이것은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허버트는 미국의 석유 생산 정점을 예언한 것을 토대로 전 세계 석유 생산의 정점을 계산하려는 시도를 했다. 당시 이용 가능한 전 세계 총 가채 매장량에 관한 수치를 가지고 그는 석유 생산의 정점이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에 도래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예상임이 밝혀졌다. 부분적으로 부정확한 자료와 허버트의 방식에 내포된 사소한 결함 때문이었다. 훗날 다른 연구자들이 좀 더 신뢰성 있는 예측을 위해 입력 자료와 계산 방식을 개선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언도 허버트의 예언과 불과 10년의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허버트는 이런 정보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 즉각 간파했다. 그는 현대 산업 세계에서 화석 연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석유 생산의 정점 이후에 격변하는 과도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했다. 1950년대부터 허버트는 강연과 기사를 통해 석유 시대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개략적으로 논하기 시작했다. 허버트는 에너지 감소시기에 혼돈을 피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채무와 이자에 기반을 둔 구식의 금전 시스템을 포기하고 물질 - 에너지 기반의 시스템 - 본질적으로 필수 자원의 유한한 특성을 인정하는 생태계 - 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허버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인간 사회 진화에서 우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위기는 인간과 지질학의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이런 일은 과거에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한 차례 석유를 사용하고, 오직 한 차례 금속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조만간 모든 석유를 다 태울 것이며, 모든 금속을 다 채굴해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이런 주장은 허버트를 종말론자처럼 비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비관주의자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종종 유토피아의 선각자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필요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즉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문화에 대한 정밀 진단과 금전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태양광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자원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오늘날의 경제 대신 안정적인 경제를 개발한다면 우리 인류는 실제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제로에서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조하여 말했다. “우리는 막대한 양의 기술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지식들을 모두 종합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많은 융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운용 능력은 세월과 함께 줄어들 것이다.”
비석유 에너지원 : 파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천연가스
어떤 점에서 천연가스는 석유를 대신하는 이상적인 연료처럼 보인다. 이산화탄소를 생성하긴 하지만 천연가스는 석유보다 훨씬 깨끗하게 연소한다. 소형차와 트럭과 버스들도 개조하면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밀도가 높고 다목적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천연가스의 EROEI(Energy Returned On Energy Invested)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 오랫동안 농업용 질소 비료 개발, 유리 제조 같은 산업 공정, 전기 생산, 가정에서 요리와 난방용으로 사용되었다. 현재 천연가스는 미국 에너지 소비의 약 2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채취한 천연가스의 17퍼센트는 전기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 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기반 시설을 이미 구축되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석유 부족을 보충할 정도로 천연가스 채취를 증산할 수 있을까? 몇몇 기관과 개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 동안 사용 가능할 정도로 천연가스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추정되는 총 매장량은 300tcf(1조 입방피트)에서 1,400tcf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발표되고 평가되는 방식 또한 부정확하며 추측에 의존하고 있다. 자주 인용하는 매장량 수치는 1,100tcf이다. 이것은 현재의 비율로 전 세계가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물론 EIA(미 에너지정보청)는 미래에 상당량의 천연가스를 발견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현재 확인한 매장량으로는 사실 10년을 버티기 힘들다. 그런데 현재 확인 매장량의 네 배 이상을 미래에 발견한다는 가정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런 의문도 든다. 천연가스 고갈이 허버트형 곡선을 따른다면, 생산의 정점이 예상되며 천연가스의 완전 고갈 훨씬 이전에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감소하지 않을까?
많은 업계 분석가들은 북미에서 발견되는 천연가스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EIA의 예상보다 훨씬 암울하게 바라보고 있다.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 동안 9,000개의 새로운 가스전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다음 10년 동안 발견한 새로운 가스전은 2,500개뿐이다. 천연가스 발견의 이런 하향세는, 업계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신기술을 적용하면서 10~20년 전보다 천연가스가 훨씬 빠른 속도로 고갈하고 있다. 새로운 가스전의 경우 ‘생산 첫 해’에 평균 56퍼센트의 고갈률을 보이고 있다.
일반 대중은 2000년 말에 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처음으로 감지했다. 당시 천연가스 생산지 가격은 400퍼센트나 급등했다. 이것은 1970년대 석유 파동보다 더 가파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었다. 주택 소유자와 비즈니스와 산업이 모두 고통을 겪었다. 석유 가격 급등과 맞물린 이번 천연가스 위기는 미국과 전 세계를 불황에 빠뜨렸다. 많은 소비자는 공공요금이 두 배로 껑충 뛰어오른 것을 보고 당황했다. 그러자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새롭게 불기 시작한 시추 열풍으로 천연가스 시장은 회복했고 가격도 다시 하락했다. 그러나 2001년 봄 천연가스 생산지 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여전히 두 배나 높았으며, 저장된 천연가스도 최저 수준이었다. 2003년 미국은 심각한 부족 사태를 가까스로 막았다. 그리고 2004년 이례적으로 포근한 겨울과 여름 덕분에 지하의 천연가스층을 다시 채울 수 있었다. 지금까지 미국은 용케 사고를 막았다. 하지만 점점 감소하는 천연가스 생산을 감안하면 올해건 내년이건 결국 사고를 모면하기 힘들 것처럼 보인다.
천연가스 수요 증가는 주로 전기 수요 증가에서 기인한다. 2000~2001년에 공익사업체들은 전기 수요 증가에 부응하기 위해 2005년까지 설치될 18만 MW급 천연가스 발전소를 주문했다. 공익사업체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전략이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했다. 화석 연료를 전기로 전환시키는 데 있어 당장은 천연가스를 태우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오염이 적은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발전기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충분한 양의 천연가스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면 많은 탐사 지질학자는 우려를 나타냈다. 2002년 중반에 이르러서야 천연가스 발전소 계획들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고갈이 과연 석유와 동일한 허버트 곡선을 따라갈까? 유전은 비교적 서서히 고갈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전 - 특히 새로운 가스전 - 은 매우 빠른 속도로 고갈한다. 전형적인 천연가스전 생산 분석표는 0에서 증가하여 한동안 상하 변동이 없는 시기를 거친 뒤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넓은 지역의 천연가스전을 모두 합치면 천연가스 채취는 원유보다 더 가파른 수정된 허버트 곡선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천연가스는 석유 고갈로 인한 에너지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실상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해마다 그 의존도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만간 천연가스 생산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대다수 대체에너지 옹호자들은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천연가스를 ‘과도기 연료’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 천연가스 공급의 불안정한 상황을 감안하면 과도기 연료로서 천연가스로 이동하기를 시도하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천연가스를 위해 확장한 기반 시설이 조만간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래 세대에 잠재적 가치를 지닌 천연 자원을 빠르게 소모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의 만찬
난방과 냉방
난방과 냉방 문제는 단지 안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소 덜 중요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지역-특히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북쪽 지방-에서 난방 원료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다. 전미전자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주거 에너지가 전국 에너지 소비량의 21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중에서 51퍼센트가 난방으로, 19퍼센트가 물을 데우는 데, 4퍼센트가 공기 냉난방의 용도로 쓰인다. 그리고 나머지가 전등, 냉장고와 같은 가전 기기에 들어간다.
현대 도시 생활은 난방과 냉방을 당연시 여기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연료와 전력이 주택과 사무실 구석구석으로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아무도 모르게 흐르고 있다가 스위치만 켜면 어디든 공급된다. 대부분의 사무실 건물들이 창문은 있지만 열 수 없는 통유리이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여 설계한 집들은 별로 없다. 겨울에 일시적인 연료 공급 중단으로 종종 동사가 발생하며, 여름에 냉방이 제대로 안 될 경우 나이 든 사람들은 살인적인 더위에 화를 입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매해 평균 매서운 추위로 770명이, 살인적인 더위로 380명이 사망한다. 이를 모두 합치면 매년 허리케인과 홍수, 토네이도, 번개로 사망한 수치를 합한 것보다 많다. 연료 부족이 심각하다면 추위와 더위로 죽어가는 사람들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산업 국가에서는 식품을 조리하고 물을 데우는 데 천연가스를 널리 쓴다. 만약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든다면 이런 서비스 비용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다. 전체 천연가스 공급량 중에 식품 조리에 사용되는 비율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필수 불가결한 기능이기 때문에 연료 부족 현상이 오래 간다면 사람들의 기본 생활 자체가 큰 위협을 받을 것이다.
전기로 변환된 에너지는 음식을 냉장하는 데 중요한 동력원이다. 천연가스 부족으로 전기가 비싸진다면 그만큼 냉장고 유지비용도 높아진다. 냉장고가 없으면 슈퍼마켓에서는 더 이상 냉동식품을 보관할 수 없고 제품의 신선도도 금방 떨어질 것이다. 도시의 식료품 보관 시스템은 이런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난방을 하거나 식품을 조리하는 데 땔감이나 건조시킨 동물 배설물을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공해와 산림 훼손이 이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인구 밀도가 높을 때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대체에너지로 이런 전통 연료를 사용할 경우 환경적으로나 건강상으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붕괴 관리 : 전략과 제안들
세계
세계 정부는 필연적으로 지구촌 독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결정에 기여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능력이 사회 조직의 규모와 반비례한다는 점에서 이런 두려움은 근거가 있다. 그러나 화석 연료 없이 다른 에너지로 지구촌 규모의 조직, 의사소통 구조, 법률 집행력 등을 갖춘 정부를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점에서는 이런 두려움이 근거가 없다. 생태학자 개럿 하딘은 이런 원리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문제를 절대 전 지구화하지 말라.”
반드시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까? 아마 평상시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석유 기반의 산업화 사회처럼 부침이 있는 특별한 시기에는 전 지구 차원에서 조절해야 할 세 가지 유형의 문제가 존재한다. 자원 절약과 대량 오염 통제 그리고 국가 간의 갈등 해결이 그것이다. 물론 이 세 가지 문제는 어느 정도는 지역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필수 자원 고갈, 산업 생산 과정과 산업 전쟁은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국 온난화와 핵전쟁이다. 특정 지역의 특정인들이 이런 결정이나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구촌 전체의 사람들과 다른 유기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적으로 취해진 이런 결정과 행위들이 엄청난 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차원의 통제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몇몇 기관들이 존재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기업, 무역 법인과 대출업체들이다. 두 번째는 UN의 유사 정부 기구들과 관련 원조 기관들이다. 세 번째는 규모는 작지만 국적을 초월하여 인권과 환경에 목소리를 내는 NGO(비정부단체)들이다.
기업과 국제 은행과 무역 법인들은 세계화를 위한 세력을 함께 구축한다. 그들은 전 세계 에너지 변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방해만 될 뿐이다. 그들은 화석 연료에 기반을 둔 성장 경제의 핵심 부분이다. 아래로 세계화 세력, NGO들은 에너지 자원과 고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계적인 사건들에 대해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지 않다. 또한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중심화와 민주화, 그리고 상호 협력을 향한 그들의 시도는 인류가 석유 기반의 산업주의에서 가능한 한 고통 없이 다른 자원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따라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위로부터의 세계화 세력을 약화시키고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UN은 최소한 전 세계 환경 기준을 강제하고 갈등 해결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수의 조직 중 하나다.
만약 모든 당사자가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의 심각성을 이해한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고 재상 가능 자원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확실히 하면서 교토의정서를 본 뜬 많은 국제 협약들을 교섭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원을 조사하고 보존하고 할당할 수 있도록 확대되고 권한을 가질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국가가 자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기업, 경영진을 더 부유하게 하는 대신 에너지 전환기에 있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에너지 개발 이득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UN의 갈등 해결 및 무기 파괴 프로그램은 자원 분쟁으로 인한 폭력적인 갈등의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부유한 산업 선진국들은 화석 연료로부터 최대한 빨리 손을 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개발도상국들은 산업화하려는 헛된 노력을 포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산업 선진국들은 저소비 국가들의 자원을 빨아들이는 관행을 중단함으로써 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석유 수입국들이 석유 고갈 비율 - 연간 약 2퍼센트 - 에 따라 석유 수입량을 줄이는 데 동의하는 새로운 세계 협약을 맺는 것이다. 만약 이 방식을 사용한다면, 전 세계 석유 생산 정점을 통과할 때 유가의 급등을 조절할 수 있을뿐더러 가난한 국가들이 자국 경제를 유지하는 데 최소한의 자원을 계속 수입할 수 있을 것이다. 석유생산정점연구협회(ASPO)에서 이런 협약의 모델을 제시한 바가 있다.
만약 전 세계 국가와 국민들이 대안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는다면 아마도 그들 대다수는 힘들고 고통스런 이런 시도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 법규와 협정을 제멋대로 무시하려 드는 일부 ‘불량 국가들’의 불참이다. 이들 불량 국가의 선두주자가 바로 미국이고, 중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퍼센트에 불과한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매우 불균등하게 많은 지구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은 가정에서 일부 오염 물질을 처리하면서 국제적인 환경 협정을 훼손한다. 또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국제 사찰을 거부하며, 사실상 제멋대로 다른 국가를 공격한다. 세계 인구를 안정화하고 줄이기 위한 노력도 약화시킨다. 지난 2년 동안에만 미국은 탄도탄요격미사일 협정을 폐기 처분했을 뿐만 아니라 군축협정, UN 고문방지협약, 국제사법재판, 생물무기금기협약을 약화시켰다. 앞으로 미국은 국제 공동체에 참여할까, 아니면 제국의 부스러기로서 특권화된 지위를 계속 주장할 것인가? 이것은 산업화의 쇠퇴기에 직면한 우리의 첫 번째 지정학적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중국과 관련한 것이다. 중국은 계속 산업화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중국의 엄청난 인구 때문에 중국의 산업화는 자원 보존과 오염 감소를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많은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세계는 이 두 나라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그러나 건설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그들을 설득 - 자국 시민들 또는 국제 공동체의 설득 - 할 수 있다면 전 세계의 에너지 변천을 훨씬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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