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세계경제의 화두는 미국의 몰락과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부상이다. 2008년에도친디아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마켓의 ‘빅뱅’은 계속될 것이며, 특히 친디아의 부상은 아시아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결국 친디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따라서 21세기 한국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책은 세계적인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지에 게재되었던 친디아 관련 주요 리포트들을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투자, 구매력, 대표산업, 기업문화, 사회적 도전의 차원에서 친디아에 대한 기본 정보를 소개한다. 그리고 친디아가세계적으로 큰 힘을 갖게 된 과정을 차분히 둘러보고, 이에 따른 글로벌 패러다임, 중국과 인도에 생겨난 새로운 기업모델과 시장을 살펴본다.책에서 다루는 친디아의 경제 현황, 그들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의 전환, 금융과 교육, 에너지 및 기타 사회적 아젠다 등은한국이 미래 전략을 새롭게 짜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 저자 피트 엔가디오 Pete Engardio
피트엔가디오는 「비즈니스위크」지의 수석기자이며, 세계경제 이슈에 대한 특집기사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는 6년간 「비즈니스위크」지의 아시아특파원으로 근무하였으며, 저서로는 지난 2000년 출간된 『Meltdown : Asia’s Boom, Bust, and Beyond』(공저)가있다.
■ 역자
박형기 -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언론계에발을 들여놓았다. 현재 머니투데이 국제부장으로 재직중이며, 브릭스와 친디아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등 ‘외신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저서로는 『월스트리트 제대로 알기』 『친디아』 『친디아의 비밀병기 화교&인교』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 등이 있다.
박성희 -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에 입사했다.국제부에서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으며, 친디아를 담당하고 있다.
■ 차례
서문 Ⅴ
양국의 연표 ⅩⅡ
01 친디아 개요
투자 |구매력 | 대표 산업 | 기업문화 | 사회적 도전들
02 친디아의부상
새로운 세계경제 | 와호장룡 | 인도가 중국을 추월할 수 있는 이유 | 중국의 기적다음은?
03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
새로운 세계의 직업 이동| 인도의 부상 | 백오피스 방식 | 인도의 공대생에게 인도같이 좋은 곳은 없다 | 중국 가격 | 두 가구업체 이야기 | 후버에서 생명을연명하다 | 양키, 중국에 발을 담그다 | 인도 : 변화의 촉매
04 새로운 기업모델
성공을 위한 질문 | 인도,토요타를 벤치마킹하다 | 라탄 타타 : 아무도 현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 중국, 오랫동안 정부에 속박되다 | 중국의 파워브랜드 | 중국의 고삐풀린 캐시 카우 | TCL 멀티미디어의 글로벌 전략 | 차이나 넷콤의 "적자생존" | 중국과 인도, 최후의 승자는?
05 새로운 거대 시장
아시아가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인들의 욕망이 분출하다 | 중국 서부로 진출하라 | GM-폭스바겐, 왜 중국에서 고전하는가? | 수천 개의 중국 브랜드가 뜬다 | 상하이에서대박을 터뜨려라 | 인도의 신여성 | 인도 빈민층에게 최상의 제품을 | GE의 인도 성공기 | 큐민스의 친디아 성공전략
06 도약
미국의 새로운 실험 파트너는? | 중국의하이테크: 실리콘밸리에 위협인가? | 질주하는 중국 | 인도, 기술 혁신에 나서다 | 인도와 실리콘밸리: 쌍방향으로 교류한다 | IBM의 인도행| 방갈로르의 두뇌집단
07 금융 부문의 문제
중국 대형 은행의 정밀 검사| 중국 은행에 베팅하다 | 소액대출, 대규모 금융거래 | 인도 : 누가 도로 건설에 나서는가? | 인도로 몰려드는 사모펀드 | 중국증시 :주식시장인가, 카지노인가? | 중국은 민간경제이다
08 교육 부문의 도전
가난한 교실을 구제하라 |농촌을 잊지 마라 | 인도의 수재들 | 인도 교육의 비밀병기 IIM | 다른 MIT | 차세대 실리콘밸리의 씨앗 | 새로운 개념의 학교 |광둥성에 퍼지는 물결
09 사회적 어젠다
권리에 눈을 뜨다 | 광둥에서의중노동 | 블랙리스트에 오른 노동운동가 입을 열다 | 붕괴 | 인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 디지털 농촌 | 중국의 거대한통곡
10 에너지 및 환경 위기
중국, 더러운 대형 성장엔진 | 중국을 푸르게 | 내몽골에 부는 변화의 바람 | 친환경 사업기회 | 친환경 중국을 위한 용감한 주장 | 아시아의 석유 대사냥 | 에너지확보를 위한 국가 간 긴장완화
옮긴이 후기
친디아
중국과 인도는 세계경제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향후 수십 년 동안 그들은 세계경제를 재정립하는 가장 큰 세력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특집기사란에 "새로운 세계경제"를 머리기사로 하여 19세기에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과 인도가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머리기사를 통해 거대한 인구를 가진 두 나라가 동시에 경제적 이륙을 하고, 더욱이 이들의 경제구조가 상호보완적이라는 사실을 기술했다.
이 머리기사는 중국과 인도가 소비시장, 제조업, 투자, 숙련 노동자 부문과 세계기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기업 혁신의 파트너로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요약하고 있다. 그리고 두 나라의 경제모델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분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중국 모델의 특징은 노동력과 자본의 대량 동원, 외국인 투자, 대규모 제조업의 강점, 정부의 강력한 간섭 등이다. 반면에 인도 모델의 특징은 엔지니어링과 서비스, 자유화된 금융시장, 저가에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소규모의 정밀 제조업 등이다. 또한 이 머리기사는 어느 나라가 장기간 고속성장을 하는 데에 더욱 적합한 모델인지에 관한 논쟁도 담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장률로 보면, 눈부시게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중국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가 자본효율성이 높고, 인구증가율도 높으며, 젊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장기적으로 고도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십 년 내에 중국의 성장률을 추월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산재해 있다. 그들의 경제적, 정치적 역할이 증대하면서 이들 나라의 국내문제가 세계문제로 비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
인도, 실리콘밸리의 정수가 되다
아직까지는 저임금이지만 높은 IQ에 영어 사용이 가능한 브레인 파워를 보유한 인도는 중국보다 미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강점은 제조업이다. 제조업이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고, 고용인력도 전체 인력의 11%에 머문다. 그러나 인도는 서비스업에 강점이 있다. 서비스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이고, 고용인력은 전체 인력의 3분의 2이다. 인도의 지식 노동자들은 지식중심의 신경제시대를 맞아 먹이사슬의 상층부로 올라가고 있다.
이것은 인도가 미국 경제의 핵심에 파고들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방갈로르에 있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반도체 디자인 연구소에는 900명의 인도인 엔지니어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모두 225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또한 방갈로르에 있는 인텔의 연구소는 컴퓨터 서버와 무선 칩에 사용되는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스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인텔 인도법인 사장인 케탄 샘파트는 “방갈로르는 기업의 왕관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인도는 실리콘밸리에 직접 침투하고 있다. 벤처 캐피털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칩 개발, 전자상거래 등을 하는 신생기업의 3분의 1, 많게는 4분의 3이 시작할 때부터 인도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글, 플렉스트로닉스, 애자일 소프트웨어 등 유명한 IT 기업을 인큐베이팅한 월스트리트 최고의 벤처 캐피털인 세코이어 캐피털의 파트너 마이클 모리츠는 “인도에 조언을 구하지 않고 신생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며 “인도가 실리콘밸리의 정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실리콘밸리뿐만이 아니라 실물 경제 부문에서도 정수가 되고 있다. 2003년에는 2만 명의 미국인들이, 한 달에 500달러를 지급하면 고용할 수 있는 인도의 공인회계사를 통해 세금환급금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효율성 증대는 실로 엄청나다. 실제로 인도는 미국 주식회사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기업들은 인력 개발 등 각종 업무를 새롭고 종이가 필요 없는 인도 센터로 이전하고 있다. 사실 인도에서 아웃소싱을 하는 많은 회사들이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고르지 못한 질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델의 경우, 최근에 기업고객을 위한 지원부서를 미국으로 다시 이전했다. 그러나 딜로이트, 가트너, 부즈 앨런 등 유명 컨설팅 업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로 업무를 이전한 회사들은 비용면에서 적게는 40%, 많게는 60%까지 절감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더 나은 지원을 할 수 있게 됐고, 고가의 컴퓨터 장비를 구입할 수 있었다. 미국의 은행들은 모기지 금리 계산 등의 업무를 인도에서 아웃소싱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일 걸릴 일이 인도에서는 단 3시간이면 끝난다. 인포시스 CEO인 난단 M. 닐레카니는 “중국이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렸고, 월마트가 소매가격을 떨어뜨렸듯이 인도가 서비스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같은 라이벌의 등장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을 야기할 것이다. 2,4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IT 산업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인도 IT 산업의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인포시스, 타타, 와이프로(인도의 3대 소프트웨어 업체, 옮긴이) 등이 리드하는 인도의 IT 기업들은 Y2K를 계기로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지만, 이들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액센츄어, IBM, 일렉트릭 데이터 시스템 등 미국의 거대한 IT 기업들은 인도 덕분에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비용을 3분의 1 이상 떨어뜨렸다. 인도가 서비스 산업의 가격을 재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캡제미니 언스트&영의 최고기술책임자인 존 파킨슨은 “인도인 노동자들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며 “우리는 서비스 가격 하락을 보충할 어떠한 기술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힘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비교우위를 보였던 네트워킹 장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4년 11월 15일 어려움을 겪고 있던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쓰리콤(3Com)은 1만 명의 기업 고객을 연결하는 새로운 데이터 통신 스위치 시스템을 소개했다. 3Com은 이 장비가 경쟁업체인 시스코의 장비보다 2배 정도 뛰어나며, 가격은 18만3,000달러로 시스코의 장비보다 25%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비밀은 간단했다. 3Com은 중국의 거대한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화웨이 테크놀로지와 합작 설립한 벤처회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중국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을 미국 장비업체가 매입한 최초의 사례였다. 미국에서 1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할 돈으로 합작벤처회사에서는 4명을 고용할 수 있으며, 1,200명의 합작벤처회사 직원들은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제작했다. 3Com이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고기술 장비의 가격을 떨어뜨렸으며, 이와 비슷한 합작벤처회사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3Com의 사장인 브루스 클래플린은 “우리는 네트워크 장비산업에서 가격구조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3Com은 중국에서 설계되고 제작된 네트워크 장비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첫 번째이길 원했다. 시스코 사장인 존 T. 체임버스는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우리는 품질이 아주 좋고 가격이 저렴한 장비를 만드는 경쟁자를 만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다음 단계는 핵심 산업 분야에서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다. 베이징 교외에 위치한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인터내셔널(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 SMI)은 인텔의 기술보다는 2세대 늦은 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조립공장을 오픈했다. 이곳은 주문형 반도체인 파운드리 조립공장으로, 미국 기업들과 곧바로 경쟁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곳에 계속해서 실리콘 웨이퍼 공장을 유치할 계획이다. 미국의 반도체산업협회는 이와 같이 될 경우, 반도체 개발을 선도하는 연구개발 인력들, 디자인 기능, 자본 등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거대한 야망을 갖고 있는 산업은 디지털 분야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석유화학 업체들은 10여 년 전에 중국에 아주 작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 난징에는 4.8킬로미터에 이르는 석유화학 공장에서 1만2,000명의 직원이 27억 달러어치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은 곧 세계에서 가장 크고 현대화된 에탄올(플라스틱 제품의 원재료) 공장이 될 것이다. 석유화학 공장의 수주 및 설계를 하고 있는 플루오사의 사장인 로버트 맥나마라는 “중국은 규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그들은 한 산업을 지배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주저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이 모든 산업을 지배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미국은 아직도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이다. 미국은 지금도 미국이 소비하는 것의 절반 이상을 자체 생산해 내고 있다. 대량의 연구개발비와 자본 투자가 필요한 항공산업, 자동차 산업, 제약산업 등은 아직도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다. GM 차이나의 회장인 필립 F. 머터우는 “중국이 주요 자동차 수출국이 되는 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비용, 저품질, 적시에 자동차를 인도하는 능력 부족이 중국이 주요 자동차 수출국이 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기업모델
인도, 토요타를 벤치마킹하다
와이프로를 비롯한 인도의 IT 업체들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토요타의 전략을 그대로 따랐다
2004년 와이프로의 경영진들은 토요타 조립공장 내부를 둘러봤다. 인도 방갈로르 본사 근처에 있는 코롤라 제조공장을 둘러보면서 와이프로 경영진들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백오피스 운영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길 바랐다.
배울 점들이 많았는데, 와이프로 최고품질책임자(chief quality officer : CQO) 삼부다 데브에게는 그중에서도 유독 인상 깊은 체험이 하나 있었다. 바닥에 그려진 안전통로가 급커브를 그리자 데브는 짧은 길을 택했다. 그러자 그를 뒤따르던 토요타 관계자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고 정중하게 통로로 걷도록 안내했다. 하찮은 것일지라도 모든 규칙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셈이다. “그들은 규율을 갖고 있었고 이를 지키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고 데브는 말했다.
토요타를 견학하기 전에 와이프로는 백오피스 서비스를 궤도에 올리느라 고전하고 있었다. 매출 17억 달러, 직원 4만2,000명, 뉴욕 증시 상장 2년 동안 230%라는 경이로운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와이프로가 그렇다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와이프로는 인도 IT 혁명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의 선두주자로 회계 관리에서 모기지 대출 신청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와이프로는 저비용과 신뢰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업무가 지나치게 노동집약적이라는 맹점을 안고 있었다. 개선이 절실했다.
와이프로가 토요타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와이프로의 목표는 토요타의 방갈로르 공장에서 매 5.3분마다 코롤라가 미끄러져 나오듯이 업무처리 과정을 간단명료하고 원활하며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전례 없이 와이프로는 제조업체인 토요타의 자부심 넘치는 경영비결을 서비스 영역에 도입해야 하는 힘겨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와이프로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사업부 대표인 T. K. 쿠리엔은 “우리는 사람과 기술, 문제해결 과정에 이를 응용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와이프로의 업무처리 방식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토요타 공장과 비슷하다. 밤낮으로 열의에 가득 찬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토요타 조립라인에 앉아 있듯이 길게 한 줄로 늘어서 있다. 각 복도마다 걸린 표지판은 미수금 계정과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공정을 보여준다. 팀장들은 직원들이 업무를 교대할 때마다 목표를 정한다. 토요타 공장에서와 같이 벽에 걸려 있는 전자 표지판은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뀐다.
토요타식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은 인도 IT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인도 기업은 토요타가 그들과 동일한 사고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과 같이 토요타도 저비용과 품질에 대한 열정으로 세계시장을 헤쳐 나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저비용과 품질에 대한 열정은 수천 개의 일자리를 외부업체에 발주하려는 수백 개의 서구 기업이 가장 바라는 희망사항이었다.
중국과 인도, 최후의 승자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경보 : 인도가 중국을 추월한다
중국과 인도가 함께 성장가도에 올랐지만 중국은 인도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인도 기업과 중국 기업이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 지켜보면 결과는 매우 다르다.
「비즈니스위크」가 S&P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도 기업은 투자 대비 가치 창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9~2003년 340개 상장사를 살펴보면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인도 기업은 자기자본이익률과 투하자본수익률에 있어서 중국 기업보다 월등했다.
인도 기업은 시장경쟁에 더 많이 노출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나타냈다. 수많은 정부 규제에도 인도는 대체로 시장경제가 잘 갖춰져 있다. 시장경제는 기업들로 하여금 수익 및 실적 개선에 주력하게 한다. 중국은 자유시장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S&P 국가신용등급 이사 조이딥 무커지는 “중국 정부가 대부분 국영 상장사의 다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경영진들은 수익보다 고용 등 정부 정책을 더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인도는 자금 조달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홍콩 소재 씨티그룹의 아시아 지역 주식전략가인 마커스 로스겐은 “인도에서 자본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기업들은 증시를 통해 대부분의 자본을 모집한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의 자본 배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들은 주식수익률을 강조한다. 중국에서 자금조달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의 기업들은 높은 저축률과 많은 해외직접투자 덕분에 저리의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따라서 주주들의 수익개선 압력이 높지 않다.
중국의 자금 과잉은 과도한 생산을 부추기고 있다. 낮은 비용으로 자본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창업이나 공장 신설시 재정상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질이 낮은 제품 생산에 주력함에 따라 가혹한 가격경쟁을 치러야 하고, 가혹한 가격경쟁은 수익성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주요 금융권은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수익률 극대화를 강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개혁중이다. 본토보다 세계화된 홍콩증시에 상장된 기업―보통 레드칩이라고 부른다―과 본토에만 상장된 기업은 ROE와 ROIC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2003년의 경우 ROE에 있어서 25개 레드칩은 14.8%인 반면 중국 본토 상장사는 12.9%에 불과했다. ROIC에 있어서도 레드칩은 11.6%의 수익을 올린 반면 중국 본토 상장사는 9.7%에 그쳤다.
중국은 기간산업 확충에서도 인도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인도가 운송제도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 및 유통 개혁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면 인도 경제 및 기업의 잠재성장률이 제한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거대 시장
수십 년 동안 다국적 기업들은 엄청난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를 거대한 잠재 소비시장으로 주목해 왔지만 최근까지도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힘입어 부(富)가 확산되고, 중국과 인도가 외국기업에 시장을 개방하면서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자동차에서부터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거대 시장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큐민스의 친디아 성공전략
엔진 제조업체 큐민스는 인도와 중국에서 각기 다른 사업전략을 구사했다
저스트 인 타임이 대세를 이루는 시점에 엔진공장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최상의 결정이 아닐 수 있다. 최근까지 베이징으로부터 일일 항공편이 닿는 가장 근접한 도시인 우한(武漢)에서 둥펑 큐민스 엔진 연구소로 가기 위해서는 2차선 고속도로를 5시간 30분 동안 달려야 했다. 요즘에도 여름이면 신선한 수박 더미가 마을을 향한 길을 따라 놓여 있을 정도로 개발이 덜 된 곳이다. 후베이(湖北)성 북부의 샹판의 유일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제리 갠트 공장장은 5년의 임기 동안 문화와 사업 관행, 음식에 적응하기 위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하는 갠트는 수년 전 샹판에 맥도널드가 처음 생겼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웃었다.
1995년 큐민스가 중국에 공장을 세울 당시만 해도 큐민스에게 부지를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결정은 큐민스와 50 대 50 지분으로 합작한 합작사와 중국 정부가 내렸다. 그러나 초반 중국 진출을 결심했던 다른 다국적 기업과 같이 큐민스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인도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작은 전원도시인 콜럼버스에 본사를 둔 큐민스는 1962년 인도에 첫 디젤 엔진 합작사를 세웠다. 그러나 인도 당국이 가격 책정 등 사업 전반을 통제하는 바람에 지난 30년 동안 매출 증가세는 제한되었었다.
그러나 인내심은 성과를 가져왔다. 중국과 인도는 이제 100억 달러를 웃도는 큐민스 연간 매출의 거의 10%를 차지한다. 2010년이 되면 5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둥펑은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이어 큐민스 최대 고객이자 중요한 파트너이다. 샹판 공장은 연간 12만 개의 트럭 엔진을 생산한다. 인력을 1,900명으로 10% 감축한 2001년 이후 생산량은 4배로 증가했다. 반면에 인도의 타타 모터스는 세 번째로 큰 고객이다. 푸네 공장은 엔진 및 발전기, 부품 디자인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큐민스는 장래성이 밝은 틈새시장에서 계약을 맺고 있다. 일례로,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엔진은 베이징과 뉴델리의 버스에 적합하다. 중국과 인도에서 모두 큐민스는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데오도르 M. 솔소 CEO는 “양국은 큐민스에게 가장 큰 성장기회”라고 말했다.
큐민스는 혁신이 필요했다. 북미에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볼보, 나비스타 등 주요 고객이 자사 계열사로 주문을 돌리면서 대형 트럭 엔진 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있었다. 또한 2007년 미국의 배기가스 기준법이 시행되면 큐민스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M. 라소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는 큐민스에게 특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큐민스는 외국기업이 사업하기에는 어렵다고 악명이 높은 두 나라에서 성공했다. 큐민스는 현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견고한 파트너십을 위해 자본 지출을 최소화하고 마케팅 장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현지 관리자를 교육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선정했다. 큐민스의 중국 최고경영진 10명 가운데 7명은 중국 본토인이다. 이곳으로 파견된 경영진은 중국 업무기간을 단순히 2년 동안의 안식년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큐민스는 100명의 아시아 관리자와 그들의 가족을 본사가 있는 콜럼버스로 초청하여 승진의 기회를 제공했다.
사회적 어젠다
중국과 인도가 장기 번영을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위협은 내부적인 문제들이다. 양국은 거대하고 민족적으로 다양한 국민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부 컨트롤을 아주 잘하고 있지만 빈부격차가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또한 보건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 서비스가 불충분하다.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변방의 시골 농부에서부터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노동을 하는 공장 노동자들까지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의 지도자들이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고, 성장의 과실을 보다 광범위하게 나누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양국은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인도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빈민층에게 성장의 과실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인도의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이 부의 분배에서 소외되어 절망한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권리에 눈을 뜨다
홍콩의 인권단체인 차이나 레이버 불리틴(China Labour Bulletin)에 따르면, 2004년에만 전국적으로 300만 명의 노동자들이 5만7,000건의 노동쟁의를 벌였다. 노동자들은 중국을 제조업 기지로 만든 장본인이다.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그들은 상호 긴밀한 연락을 통해 권익을 쟁취하고 있다. 중국의 노동자들은 더 이상 공산당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동 영웅’이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다루기 쉬운 고분고분한 그런 노동자들도 아니다. 광저우에서 정저우(鄭州)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노동센터와 법률구조 조직들이 노동자들을 도와 매년 수천 건에 이르는 불만사항을 법정으로 가져가고 있다. 차이나 레이버 불리틴의 조사 담당 국장인 로빈 먼로는 “중국에서 진정한 노동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노동운동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노동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지인 광둥성과 푸치엔성, 저쟝성 등지에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노동자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가구 일자녀’ 정책으로 젊은 층이 줄어들면서 공장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년 동안의 동결 끝에 임금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 주강 삼각주의 중심도시인 둥관 시 정부의 노동 담당 부국장인 황휘핑은 “이전보다 노동자들의 선택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노동운동이 지속된다면 서구의 기업들은 대중 전략을 완전히 바꾸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급성장은 서구의 수분의 일에 불과한 임금과 끊임없이 제공되는 저가 노동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동운동 등으로 중국의 임금이 올라가면 서구의 투자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서구의 투자자들은 노동운동의 활성화로 인해 갑자기 중국의 노동력이 무한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1억6,900만 명에 이르는 중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직업 이동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들은 예전과 같이 일자리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던 그런 노동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특별한 직업을 찾기 위해서 기꺼이 이직을 한다. 이는 중국이 저가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제 단순히 저임금이 아닌 다른 이점을 선전해야 한다. 예컨대 새로 건설된 고속도로, 철도, 항구, 전화, 데이터 네트워킹, 무엇이든지 공급하는 다양하고 효율적인 공급체인 등 사회 인프라를 선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이 우선적으로 선전해야 할 것은 거대한 내수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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