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팝콘 경쟁학

   
김광희
ǻ
국일증권경제연구소
   
11000
2006�� 07��



■ 책 소개
경쟁자에 대한 개념은 과거의 구도와는 전혀다른 방향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이를테면, 나이키(Nike)의 진정한 경쟁자는 ‘e스포츠’일 수도 있고 싸이월드일 수도 있다. 인터넷상에서네트워크 게임에 미친 듯 몰두하거나 싸이월드의 미니홈페이지(블로그)를 꾸미느라 운동은커녕 온종일 실내에서만 맴도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요구르트 아줌마의 경쟁자를 학습지 아줌마로, 룸살롱의 경쟁자를 노래방으로 바라보는 독특한시선으로 영역이 없는 복잡한 경쟁 환경 속에서 승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경쟁원리를 알려준다. 딱딱하고 따분한 소재가 아닌 우리 일상 속에서 뽑아낸흥미로운 사례를 곁들여가며 유쾌하게 ‘경쟁’의 이면을 파헤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보이지 않는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지도 제시한다.


■ 저자 김광희
경영학 박사. 일본 도쿄亞細亞大學大學院(Asia Univ.)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인터넷 정보제공기업 ‘뷰티앙’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협성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로재직 중이다. 경영학(마케팅, 전략) 전반과 벤처창업, 정보기술(IT), 로봇산업, RFID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고등기술연구원,국립중앙도서관, 기아자동차연구소, 녹십자, 위아, 현대건설, 한국표준협회, 외식업협회, BC카드, 제너시스(BBQ), 한국페링제약 등 주요회사와여러 대학에서 경영전략, 창의력, 마케팅을 주제로 활발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상식이란 말에 침을 뱉어라』『이수일은 심순애를어떻게 꼬셨나』『경영학을 씹어야 인생이 달콤하다』 등이 있다.

■차례
프롤로그(Prologue) 


PartⅠ 팝콘처럼 톡톡 튀는 유쾌한 경쟁 이야기
송대관의 경쟁자는 태진아일까? - 경쟁과 협력 그리고 공생 
학습지 아줌마, 마침내 반격에 나서다 - 문화적 배경(C)에 따른경쟁요인 
룸살롱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 제도적 규제(R)에 따른 경쟁요인 
기아자동차의 경쟁자는 노키아다 - 고객 만족(CS)에따른 경쟁요인 
거시기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 기술 혁신(TI)에 따른 경쟁요인 
비타500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 트렌드변화(T)에 따른 경쟁요인 
당신의 진정한 경쟁자는 누구일까? - 새로운 5가지 경쟁요인 
경쟁에 순기능이 더 많은 이유 - 경쟁의시너지효과 
당신의 경쟁자는 대체 얼마나 강할까? - 경쟁자의 전력 평가 
☞ break time : "블루오션전략"은 전혀 새로운이론인가? 
경쟁우위와 스컨필의 법칙 - 새로운 차원의 경쟁법칙 
Rule1. 고정관념(S)을 버려라 - 상자 밖의 사고
Rule2. 변화(C)를 읽어라 - 누가 최강 기업인가 
Rule3. 1mm(O)만 잡아라 - 반걸음만 앞서 가기
Rule4. 비선형(N)을 수긍하라 - 선형 vs. 비선형 
Rule5. 차별화(D)를 꿈꿔라 - 도요타와 차별화
Rule6. 유연성(F)을 가져라 - T형 포드의 몰락 
Rule7. 무형가치(I)를 창출하라 - 유형가치 vs. 무형가치
Rule8. 현실을 직시하라(L) - 프로스펙트 이론과 오류 
승리는 강한 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 게임이론으로 본 경쟁
경쟁의 진정한 의미 속으로 - 경쟁의 기원과 어원 
☞ break time : "검도관 아저씨"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PartⅡ 아는 만큼 승리하는 경쟁의 기본이론 
토끼는어떻게 옹달샘을 접수했을까? - 동요에서 배우는 경쟁원리 
스피드는 생명줄이요 경쟁력이다 - 타임 베이스 경쟁 
시장에는 무서운5명의 경쟁자가 있다 - 5가지 경쟁요인 
장벽이 높을수록 돈벌이가 된다 - 장벽과 수익성 
기업의 경쟁전략에는 3가지가 있다 -경쟁전략 
그래도 기업은 살아 성장해야 한다 - 성장전략 
☞ break time : 지는 게임엔 배팅하지 않는다! 
시장지위별 경쟁전략은 따로 있다 - 경쟁 기업의 4가지 유형 
선도자(Leader) 기업은 "안전빵"일까? - 선도자의 경쟁전략
도전자(Challenger) 기업의 정공법! - 도전자의 경쟁전략 
추종자(Follower) 기업이 나아갈 길 - 추종자의 경쟁전략
틈새공략자(Nicher) 기업이 유망한 이유 - 틈새공략자의 경쟁전략 
선도자와 도전자가 일전을 불사한다면? - 선도자 vs.도전자 
당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 SWOT 분석 
유한(有限) 자원 제대로 배분하기 - BCG 모델 
보다 진화된 자원배분 모델 - GE/매킨지 모델 
표준경쟁이 생사여탈을 쥐고 있다 - 차세대 표준경쟁 
☞ break time : 경쟁우위의 원천은인재다! 


에필로그(Epilogue) 
참고문헌





유쾌한 팝콘 경쟁학


거시기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요즘 젊은이들의 코드나 취향을 가장 빠르고 정확히 해독하려면 ‘거시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된다. 지난 대선(大選)에서도 그 위상이 입증되었듯 사용 목적에 따라 ‘거시기’의 사회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또 거시기 덕분에 시계방 아저씨도 문방구 아줌마도 매출 부진에 인상을 찌푸린다. 여기서 말하는 ‘거시기’란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휴대전화’다. 단적으로 ‘기술 혁신’이 가져온 새로운 경쟁원리의 출현이라 하겠다.


자고로 하루라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세상이다. 당장 휴대전화가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일명 ‘휴대전화 중독자’가 주위에 한둘이 아니다. 이제 휴대전화는 물과 공기 다음으로 소중하고 친근한 존재이며 가장 주목받는 의사소통도구이자 액세서리가 되었다. 그 뿐만 아니다. 휴대전화의 기능도 우리의 조바심만큼이나 빠르고 다양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스위스 군용 칼(일명 맥가이버 칼)처럼 온갖 기능을 구비한 ‘디지털 만능 기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융합(digital convergence)이 저 멀리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우리 손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


덕분에 지금껏 특정 기능에만 타깃을 맞춰 연구개발을 지속해온 기업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를테면 디지털카메라나 MP3와 같이 단일 기능의 상품 생산에 주력해온 중소벤처기업들이 그러하다. 야외 공원의 벤치나 지하철 안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어야 할 주체들이 이제는 휴대전화로 연신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DMB, 고스톱, PMP 기능을 조몰락거린다. 손안의 디지털 융합은 출판사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잘 터진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모두들 그 이상의 뭔가를 강렬히 요구한다. 실제로 국내 휴대전화의 급속한 발전은, 주요 고객인 젊은층들의 독특한 소비패턴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은 제품 고유의 실속(통화 품질)보다는 남들이 가진 것과 차별화된 기능과 디자인을 강력히 요구해 시장 성장과 기술 발전을 이끄는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또 누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어디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휴대전화의 정의나 존재 의의는 180도 달라진다. 시장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기업은 고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휴대전화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지 그 니즈를 정확히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땅에 휴대전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약 20여 년 전인 1984년이었다. 당시 소지자래야 전국에 불과 2,700여 명 정도로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휴대전화를 가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 이유로 당시 휴대전화는 부(富)의 상징이기도 했다. 대당 가격도 높아 300여만 원을 가볍게 호가했다. 그럼에도 사이즈는 거의 빨간 벽돌만 해, 휴대할 수 있는 전화라기보다는 어깨에 메고 다니는 통신기란 표현이 어울렸다.


근래 세계적 통신산업연구소인 벨 연구소는 휴대전화로 상대방의 냄새, 느낌, 영상, 음성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완료했으며 상용화 단계를 거쳐 조만간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혁신이라는 거대한 파도와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가 맞물리면서 휴대전화는 제2의 탄생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무어의 법칙(인텔 창립자인 고든 무어가 밝힌 내용으로, 반도체 집적도는 18개월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이론)’을 넘어 ‘황의 법칙(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이 주창한 것으로, 플래시 메모리 집적도는 매년 두 배씩 늘어난다는 이론)’이 모바일 혁명을 주도하고 있어 휴대전화는 1년에 두 배씩 새로운 기능이 집적되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혁신은 경쟁 환경을 기존의 양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그러한 기술 혁신과 변화에 걸 맞는 연구개발과 생존전략을 모색해야한다. 그래야 시장 퇴출이라는 최악의 화살을 피해갈 수 있다.


사람과의 접촉 도구가 바뀌면 우리들의 사고 또한 바뀌게 된다.


물론 그로 인한 경쟁패턴도.



경쟁자는 청량제다
모든 조직에는 반드시 경쟁이 필요하다. 설령 그 조직이 가정(家庭)이라는 비영리 조직일지라도 경쟁의 효용은 간과할 수 없다.


“경쟁자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이따금 이와 같은 진심어린 충고를 누군가로부터 받거나 누군가에게 직접 던진다. 우리들 인생에 항상 든든한 우군과 끈끈한 동료애로 뭉친 친구들만 존재한다면 인생은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사실 따지고 보면, No.2가 No.2로서의 희열과 존재 의의를 절감하는 것은 자신이 극복해야 할 No.1이 여전히 저 앞에 거만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진화론의 주창자인 찰스 다윈은 저서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에서 자연선택(자연도태)에 의한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을 주장했는데, 생물은 부여된 여건 속에서 생존경쟁(투쟁)을 벌여 적합한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생존경쟁은 혹여 굉장히 냉혹하고 질서가 없는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는 진화라고 하는 대단히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했다.


‘마쯔시타 고노스케’는 세계적인 기업 마쯔시타의 창업자이자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일본에서는 ‘경영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인물로서 소니의 창업자 ‘이부카 마사루’,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쇼와(?和) 세대의 3대 창업자로 추앙받고 있다. 고노스케는 생전에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힘도 세고 탁월한 경영 능력을 가진 기업과 경쟁을 펼칠 경우, 힘들거나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경쟁자의 장점을 흔쾌히 받아들여라. 이런 상대와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다소 힘에 부치겠지만 동시에 기업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라. 그러면 경쟁자의 장점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내실있는 성장이 가능해 궁극적으로는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는 지혜도 갖추게 될지 모른다.”


결국 경쟁이나 경쟁자를 단순히 두렵거나 버거운 존재로만 인식하지 말고 부지런히 경쟁자(경쟁)의 장점을 흡수해 훗날을 도모하라는 충고다. 그래서 강력한 경쟁자는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을 맛보게 하는 청량제(淸凉劑)요, 흐트러진 삶을 일깨우는 자극제(刺戟劑)요, 더 나은 삶을 독려하는 촉진제(促進劑)인 것이다.


구성원 개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치열한 경쟁을 밑거름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강인해지고 성숙해진다. 사실 그게 자본주의 최대 경쟁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율적 경쟁을 멈추게 하는 것은 국가는 물론 인류사에 대한 엄청난 범죄행위요 비겁행위다.


제한된 자원과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려거든 경쟁을 꿈꿔라!



경쟁자를 조용히 잠재워라
전쟁만큼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 준 것은 없다. 물론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피해자보다 절대다수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이를 통해 문명과 진화라는 또 다른 변화를 재촉했다.


‘전쟁’이란 단어를 ‘경쟁’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어떨까? 전쟁은 불행히도 그 참가자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두 가지 선택을 강요한다. 하나는 상대의 피 묻은 머리통 하나를 들고 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머리 없는 몸통으로 들 것에 실려 오는 것이다. 사자(死者)가 없는 전쟁이란 있을 수 없다. 전쟁에서 죽음이란, 나그네의 등짐처럼 항시 어디고 짊어지고 다니는 것일 뿐이다. 다만, 전쟁에서의 죽음은 국가, 민족, 조직에 있어 명예로운 전사로 추앙받는 한편 살인자는 영웅이 된다. 이것은 동서고금에 걸쳐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인간 존중이나 박애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평가의 세계가 바로 전쟁이다.


기업 간의 경쟁이 전쟁이라면, 경쟁에도 그 전쟁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른 점이라면 경쟁에서의 패자는 ‘개죽음’이라는 것이다. 해당 기업(조직)은 시장으로부터 퇴출이라는 준엄한 심판과 쓰디쓴 고통을 맛보게 된다. 명예로운 전사로 추앙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다. ‘패자 부활전’이 없는 업계나 영역이라면 특히 그러하다. 그래서 실제 전쟁보다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전쟁은 그것이 가져다줄 이익이 그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계산과 대의명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즉, 더 큰 파이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경쟁전략이 추구하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관점에 따라서는 ‘비즈니스(경영)는 전쟁이 아니다’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적 근거는 비즈니스와 전쟁이 가지는 요소 가운데 공통된 개념이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비즈니스의 고객 획득이나 전쟁에서 적의 섬멸과 같은 요소를 지적한다.


기업들 간에 벌이는 경쟁의 목적이 한정된 시장에서의 고객 획득이고 전쟁의 목적이 적의 섬멸이라면, 양자는 서로 목적이 달라 일견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경쟁의 진정한 목적은 고객 획득 그 자체가 아니라, 한정된 시장에서의 고객 획득을 통해 기업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전쟁 또한 마찬가지다. 적의 섬멸은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본연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병법서 『손자(孫子)』의 가장 유명한 부분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이라는 철학으로, 가장 훌륭한 전략이란, 적의 책략을 꿰뚫고 그것을 사전에 봉쇄하는 것이고, 차선의 전략은 적을 고립시켜 싸울 의욕을 상실토록 만드는 것이며, 아군의 피를 흘리고서 쟁취한 승리라면 최저 승리라고 손자는 꼬집고 있다.


많은 이들은 자신이 싸우게 된 경위를 이렇게 설명하며 그 당위성을 내세운다.


“싸움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싸우는 것 이외에 더 이상 대안이 없었다면, 그 시점에 이미 전략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피를 흘리지 않고 또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으면서 획득하는 승리가 진정한 승리이다. 물론 그로 인한 부차적 이익 역시 적지 않다. 실제로 기술의 승리, 경제적 승리, 정치적 승리와 같은 것이 직접적인 전투보다 훨씬 그 이익이 컸으면 컸지 적지 않다.


나폴레옹의 백일천하를 무너뜨린 워털루 전투의 승자 웰링턴은, 수천의 병사들과 친구를 잃었기에 결코 승리를 기뻐할 수 없었다.


“패전 다음으로 가장 슬픈 일은 승전이다.”


싸움을 승리로 이끈 웰링턴의 말이다. 이 전투에서 웰링턴 군대도 1만 5.000여명의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다. 승리도 패배만큼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것이다.


기업 간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기업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경쟁자와 몇 개월 아니 몇 년에 걸쳐 맞서게 된다면 결국 시장에서 승리를 할지라도 이미 시장에 쏟아 부은 막대한 경영자원을 회수할 길은 없다.


가급적 싸우지 말고 조용히 경쟁자를 잠재워라!



사실 토끼는 치밀한 전략가였다
동요 ‘옹달샘’을 경쟁전략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언뜻 보기에 이 노래에 등장하는 토끼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경쟁 논리가 냉혹하리만큼 철저히 적용되는 산 속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은 강인한 존재다. 평소 한 치의 약점도 드러내지 않으며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고단수 전략가임에 분명하다.


“깊은 산 속 옹달샘”
이 옹달샘은 여느 산 속에 있는 샘처럼 평범한 샘이 아니다. 깊은 산 속 외진 곳에 위치한 유일한 샘으로 숲 속 동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의 물을 제공하는 곳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옹달샘인 것이다. ‘깊은 산 속’을 경쟁이 난무하는 ‘시장’으로, ‘토끼’를 온갖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살아가는 한정된 자원의 소유자 ‘중소기업’으로 바꿔 논리를 전개해도 별 문제는 없다. 그러면 ‘옹달샘’은 산 속의 ‘전략적 요충지’로 보면 된다.


기업(토끼)은 시장(산 속)에서 이 요충지(옹달샘)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고선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모두들 자신이 먼저 기선을 제압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누가 와서 먹나요?”
옹달샘은 숲 속의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호랑이(대기업)만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어느 때건 찾아와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즉, 늑대와 여우(중견기업)는 호랑이를, 토끼(중소기업)는 늑대와 여우의 눈치를 우선 살펴야 한다. 또한 동료 토끼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이겨야 옹달샘으로의 접근이 허용된다. 물을 마시기 위한, 때론 목숨까지 걸어야 할 만큼 가혹한 경쟁이 연일 옹달샘을 두고 벌어진다.


시장의 수많은 기업들은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또 다른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곳을 피해 나아갈 수만 있다면 그 길을 택하겠건만, 중소기업이 가진 자원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노리지 않거나 소홀히 하고 있는 틈새시장(Niche market)을 찾아야 한다. 즉, 국내 99%의 중소기업이 1%도 안 되는 대기업을 상대로 과당 경쟁을 벌이다보니 납품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덩달아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옹달샘을 두고 토끼들끼리 과당경쟁을 벌여 호랑이나 늑대의 배만 채우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전략적 요충지를 수시로 들락거리는 이들이 ‘어떤 기업이며 주로 활동하고 있는 영역은 어딘지?’ 등을 자세하게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 즉, 토끼는 “누가 와서 먹나요?”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함은 물론이거니와, 그에 대한 전략적 대안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동물들로 끊임없이 붐비는 옹달샘 물을 마시기 위해 토끼는 매번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산 속의 약자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짧고 허망하다. 우선 다른 동물들이 모두들 버거워하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그래야 호랑이나 늑대, 여우의 눈을 피할 수 있으며, 다른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의도한 목표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토끼는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볐다. 이것은 눈에 붙은 눈곱을 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위장전술이었다. 즉, 잠이 덜 깬 경쟁자들에게 자신은 세수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일종의 메시지로, 눈 비비는 시늉을 한 것일 뿐이다. 경쟁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술책이다.


옹달샘에는 물을 마시는 곳과 세수를 하는 곳이 따로 있다. 동물들이 옹달샘 물을 마시다 실수로 흘리거나 남겨 버린 물은 그 아래 따로 고이게 되어있는데 세수는 여기서 하도록 되어 있다.


삼십육계(三十六計)의 첫 번째 계략은 바로 ‘만천과해(瞞天過海)’다.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너다’라는 의미다. 즉, 토끼는 교묘히 자신을 위장하고 진실을 감추어 상대방의 경계심을 늦춘 다음, 이 틈을 활용해 본래의 계책을 성공리에 추진하고자 했다. 역량과 자원이 한정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정면으로 붙거나 치고 들어가서는 승산이 없다. 이미 시장에는 충분한 역량과 자원, 그리고 최첨단 기술까지 갖춘 대기업들이 곳곳에 철벽처럼 장막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측면으로 치고 나아가자니 이미 대기업들이 먹다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를 챙기는 벤처기업들이 골목골목 들어서 있다. 그러므로 이들 모두를 따돌리기 위해서는 교묘한 위장전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이른 새벽 토끼는 경쟁자들이 ‘저 토끼는 세수하러 옹달샘에 간다’고 방심하게끔 만들고 나서 세숫물이 아닌 생명의 물을 재빨리 챙겨 빠져나갔다. 이때 토끼는 물만 실컷 마신 것이 아니라 등과 머리에 이고 지고 온 커다란 물통 가득 물을 채워 돌아갔다. 한 마디로 삼십육계의 제6계에 등장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를 정확히 실천에 옮긴 것이다. 동쪽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그 반대쪽인 서쪽을 공격한다는 뜻으로, 토끼의 전략적 핵심은 마실 물을 챙기는 것이었지만, 일부러 세수하는 척하며 경쟁자들의 관심사를 세수하는 물 쪽으로 돌리고는 당초 목표한 계책을 성공시킨 것이다.


성동격서 식 경쟁전략은 중소기업만이 아니라 시장의 많은 기업들이 경쟁자의 눈을 홀리고 훼방까지 놓으며 해당 시장에서 힘을 빼놓기 위해 종종 시도하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이제 토끼는 목숨을 건 옹달샘 경쟁에서 적어도 한두 달은 비켜나 여유를 가지고 또 다른 경쟁전략을 꾸밀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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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