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년째를 맞아 출간된 이 책은 한국이 선진국의 상징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융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에서부터 출발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재 한국 금융 산업의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며, 선진 금융 목표달성을 위해 저자들이 제시하는 액션플랜 "4M 전략"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4M이란"Market Maker, Market Place, Meister of Finance", Millionaire Campaign" 즉 "글로벌플레이어로의 변화, 세계의 돈이 모이는 시장 형성, 금융 인재를 양산, 돈에 대한 의식 전환"을 의미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금융 DNA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우리가 금융을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이충분하다는 점을 일깨워주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 금융 산업의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손에 쥔다면 선진 금융 목표달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매일경제 금융한국 프로젝트팀
조현재- 매일경제신문 편집국 국차장 겸 지식부장이다.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GE크로톤빌에서 연수했고, 일본 구마모토학원대학 연구소 연구원으로활동했다. 일본특파원, 청와대 출입 기자를 거쳤고 "김대중-김정일 평양 정상회담"을 동행 취재했다. 이어 국제부장, 정치부장, 산업부장 등을역임했다.
조경엽 - 산업부, 중소기업부, 사회부, 경제부기자를 거쳐 금융부 차장, 증권부 차장, 정치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 매일경제신문 금융부장을 맡고 있다.
변상호 - 연세대 사회학과, 국제학대학원(일본산업론), 미국 미시건대학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제일기획 국제업무국 AE(일본 담당)에 이어 1994년 매일경제신문에입사했다. 사회부, 유통부, 경제부, 지식부와 노조위원장을 거쳐 현재 금융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황형규 - 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대학원경영학과 석사(재무 전공)를 마쳤다. 1999년 입사해 산업부, 지식부, 경제부를 거쳐 사회부에서 일하고 있다.
이진명 - 서울대 경제학과와 (주)코오롱을 거쳐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금융부와 사회부, 지식부를 거쳐 현재 증권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장용승 -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매일경제에서 국제부, 경제부, 증권부를 거쳐 현재 지식부에서 지식경영 프로젝트와 세계지식포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현성 - 매일경제 편집국 지식부홍보·IT매니저. 2002년부터 세계지식포럼과 국민보고대회, MK글로벌포럼, 매경뭄바이포럼, 세계신문총회 등에 IT매니저로참여했다.
■ 차례
감사의 말 -매일경제신문·MBN 대표이사 회장 장대환
추천사 - 한국 금융연구원 원장 최흥식
Prologue 3만 달러 비전 금융한국에 있다
성장한계에 부딪힌 한국경제, 해법은 없는가? | 돈이 일하는 경제 | 일본을 이긴 영국 그 열쇠는 금융 빅뱅 | 3만달러 선진국의 열쇠
Part 1 왜 금융인가?
부자나라로 가는지름길 | 최고의 부가가치 산업 | 보다 많은 일자리 창출 | 산업 선순환을 이끄는 촉매제 | 경제위기를 관리하는 조정자 | 첨단 금융기법이삶의 질을 높여 | 고령화 시대의 해법
Part 2 영국을 부활시킨 커네리 워프 신화
영국 금융 산업의 부활 커네리 워프 | 영국 금융의 성공비결 | 빅뱅의 진실, 죽이는 개혁 | 국제 금융시장 석권 |이제는 금융도 수출산업
Part 3 3세대 금융혁명
금융 산업진화와 3세대 금융 | 세계 금융시장의 대세 | 돈을 태워 돈을 버는 투자금융
Part 4 낙후된 한국 금융
제자리걸음하는 금융 산업 | 경제 규모에 비해 미발달된 자본시장 | 자본시장은 차세대 성장산업의 밑거름 | 자본시장국제화, 갈 길이 멀다 | 자본시장 발달을 가로막는 부동산 선호 현상 | 금융시장 주도하는 외국인 투자자 | 고수익 금융 산업은 외국회사 독차지| 국제 평균에 못 미치는 금융회사 수익성 | 은행 호황은 모래성 | 한국 금융, 글로벌 플레이어가 없다
Part 5 금융한국 희망은 있다
늘어나는잉여자금 | 늘어나는 공공연기금 | 동북아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 금융 수요 |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금융시장
Part 6 한국·한국인의 금융 DNA
한국인의 금융 DNA | 금융 산업 발달 계량 분석 | 잠재력 높은 한국 금융 | 2005년 영국 그리고 한국 | 중국과일본, 새로운 기회 | 막 시작된 한국의 금융수출 | 3만 달러를 향한 금융 산업 성장속도
Part 7 금융한국의 4M 전략Ⅰ 글로벌 플레이어가되자(Market Maker)
연기금 적극 활용해야 | 연기금 집행과 운용의 분리 | 한국 증권회사의 오명, 주식복덕방| 더도 말고 일본만큼만 | 대형화 목표 자기자본 "5조 원" | 유일한 돌파구 인수합병 | 대우증권은 증권 산업 M&A 도화선 |산업은행, 투자금융 회사로 | "제2의 은행 빅뱅"으로 덩치 키워야 | 아시아 10위권 초대형 은행 | 국내시장 경쟁은 땅 따먹기 | 아시아신흥시장에 진출해야 | 보험 산업 고비용 구조개선 | 판매조직 종합금융상품 유통회사로 전환 | 금융공기업 제 역할 찾아야
Part 8 금융한국의 4M 전략Ⅱ 세계의 돈이 모이는 시장을만들자(Market Place)
아시아 금융센터 경쟁 | 송도 금융자유도시 | 정부 정책 의지가 가장 중요 |경제활동기준 시간 변경 적극 검토해야 | 디지털시대 알맞게 금융실명제 손질 | 3일에 한 번 외부감사 받는 금융회사 | 이원화된 한국금융감독기구 | 금융정책과 감독기능 분리해야 | 금융감독기구의 정치적 독립 | 외압에서 자유로운 금융감독 수장 | 금융감독 수장에 외국인영입해야 | 선진국에 걸맞은 화폐 단위 & | 미래 금융 산업의 핵심, 사이버 화폐
Part 9 금융한국의 4M 전략Ⅲ 금융인재를키우자(Meister of Finance)
국적 뛰어넘는 전문 CEO 영입 | 금융인재 육성을 위한 보상의 차별화 |금융 CEO도 기업가정신 가져야 | 3세대 금융 가로막는 노조의 일방주의 | 체계적인 금융전문가 양성 시스템 | 선진 금융회사에서 실무경험쌓아야
Part 10 금융한국의 4M 전략Ⅳ 돈에 대한 의식을바꾸자(Millionaire Campaign)
시대에 뒤떨어진 국민의식 | 금융에 대한 야누스적 사고 | 모럴해저드금융시장에서 추방해야 | 금융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 | 신세대는 미래 금융의 희망
Epilogue 금융한국 FLY 2012 비전
사라져버린 동북아 금융허브 | 아시아는 해외진출의 마지막 기회 |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경쟁력강화회의 | 금융이주도하는 앞으로의 5년
강평 -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 원장 윤증현
Appendix
Money Working Korea
부자나라로 가는 지름길
OECD 선진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과 금융 산업의 GDP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OECD에서 기준으로 하는 금융 산업은 보험과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까지 포함하고 있다. 각 나라가 산업연관표상 기준으로 삼고 있는 금융 산업의 범위보다는 훨씬 넓은 영역을 금융 산업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도를 보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6,000달러, 스페인 2만 5,898달러, 이탈리아 2만 2,981달러다. 이들 나라의 금융 산업 GDP 기여도는 한국과 스페인이 21%, 이탈리아 27% 수준이다. 소득 3만 달러 나라인 독일과 호주가 29%, 프랑스, 영국이 31%다. 그리고 소득이 4만 달러 이상인 나라 중에는 미국이 32%로 최고 수준을 보였다. 반면 덴마크, 아일랜드, 스위스 등은 24%에 불과했다. 소득 4만 달러 이상의 나라 중 이들 세 나라의 금융 산업 비중이 낮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토 규모가 작고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에서는 금융 산업의 GDP 기여도가 30% 정도는 돼야 하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영국은 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처음으로 맞이했던 1987년 금융 산업의 GDP 기여도가 현재 우리와 비슷한 20.9%였다. 그리고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1996년에는 25%였다. 영국은 이후 7년 만인 2003년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금융 산업의 GDP 기여도가 30.9%에 이르렀다. 이 기간 동안 영국 제조업의 GDP 기여도가 계속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금융 산업이 영국 경제 전체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1995년 1만 달러 시대에 처음으로 들어섰다. 그해 금융 산업의 GDP 기여도는 18.3%였다.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1997년에는 금융 산업 기여도가 20.4%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한국 금융 산업의 양적 성장은 10여 년이 지나도록 21%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제조업의 구조 조정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2006년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에 걸쳐 경제 전체의 성장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것은 특히 서비스업 발전이 지지부진한 데 기인한 것이며, 그 가운데서도 금융 산업의 질적?양적 발전이 답보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융 산업 진화와 3세대 금융
금융이 한국에서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는 불과 30년 안팎이다. 이런 면에서 1970년대 초 이전이 한국 금융의 사적 금융(1세대 금융)의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가장들은 봉급날이면 현금이 두둑한 노란 봉투를 안주머니에 넣고, 저녁 무렵 술 한 잔 걸치고 집으로 금의환향하곤 했다.
알뜰살뜰한 아내들은 형편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목돈 마련을 위한 계를 두세 개 정도 드는 것이 관례였다. 경제적 지식이 많지 않았던 아내들은 본능적으로 위험(Risk)과 이자(Interest) 사이에 비례적 관계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곗돈을 타가는 선후 순위에 따라 매달 내야 하는 곗돈 금액을 차별화하는 정교함까지 발휘했다. 위험 관리자로서의 계주 역시 그 역할과 기능이 지금의 신탁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70년대를 지나며 한국인들은 은행으로 상징되는 제도 금융시대(2세대 금융)를 맞이한다. 각종 법 규제를 받는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이 이제 국민들의 일상생활 저변으로 확대되기 시작한다. 월급봉투 대신 급여 이체 통장이 등장했고, 아내에게 월급봉투를 건네주던 가장의 모습은 사라졌다.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저축 장려 운동의 일환으로 은행 통장을 갖게 됐다. 집 평수를 늘릴 때마다 계를 하며 모아둔 목돈을 내놓던 아내 대신 복잡한 서류를 들고 은행 주택대출 창구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부부들의 모습이 일상화됐다.
은행 등 금융 회사는 일종의 공공 기관으로 여겨져 금융 회사라는 말보다는 금융 기관으로 불렸다. 그들의 주관심사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에서 나오는 이른바 ‘예대마진’을 얼마나 많이 챙길 수 있느냐에 쏠려 있었다. 돈이 부족한 시대, 은행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일종의 특혜였다. 예금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고금리 이자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 금융 시장의 환경이 급변했다. 경제 성장 결과 잉여 자금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돈이 부족한 시대는 가고 돈이 남아돌고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 다녀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은행으로 상징되는 제도 금융에서는 금융 회사가 모든 것을 알아서 했고, 금융 회사들 사이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주식 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은 시장 금융시대(3세대 금융)에 진입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서서히 극복하고 저금리 시대가 오면서 작은 금리 차이에도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고위험?고수익으로 표현되는 시장 금융은 스스로의 투자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내용 면에서는 투자 금융의 성격을 띤다. 투자자는 확정된 이자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금융 상품에 따라 자본 이득(Capital gain)을 추구했으며, 금융 회사는 단순한 예대마진이 아니라 투자자들에 대한 상담 서비스와 편리 제공의 명목으로 수수료와 커미션을 챙기는 수익 구조로 전환했다.
3세대 금융 혁명은 이같이 시장 금융 또는 투자 금융이 일정한 룰을 통해 진행될 수 있도록 제반 시스템과 전문 인력, 국민의 성숙한 투자 의식이 갖추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경우 대형 금융 회사들이 증권화(Securitization) 등 금융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증권화의 진전은 전체 신용(자금) 공급에서 은행 대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형 금융 회사들로 하여금 자산유동화 등의 업무 영역을 확대시켜 수익 기반의 다변화를 기할 수 있도록 했다.
아쉽게도 한국 금융 회사들은 여전히 예대 업무 비중이 매우 높고, 비이자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 수익 기반이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 금융 회사는 투자 금융 시대에 걸맞는 고수익 금융 회사로 환골탈태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에 놓여 있다.
국제 평균에도 못 미치는 금융 회사 수익성
열악한 시장 환경이나 외국계 경쟁사만 탓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금융 회사들의 실력이 외국 회사보다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같은 자기 자본을 갖고도 국내 시장에만 의존해 온 한국 금융 회사들의 한계가 확인된다. 네덜란드 ING 그룹이 21%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거두는 동안 우리나라 대표 은행인 국민은행의 ROE는 10%에 불과했다. 금융 선진국의 대표적인 금융 회사들의 평균 ROE 16%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증권 부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은 Man 그룹과 독일의 MLPAG, 호주의 맥쿼리 등이 20% 이상의 ROE를 거둘 때 삼성증권은 겨우 6%에 불과한 ROE에 만족하고 있다. 금융 선진국의 대표 증권회사 평균치는 16%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2006년 국내 은행의 순익이 13조 4,948억 원으로 2005년의 13조 6,343억 원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집계했다. 시중 은행들이 2조 5,000억 원 가량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것을 감안하면 은행 순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은행들이 이처럼 높은 순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주택담보대출 급증, 부실채권 정상화에 따른 시세 차익 등의 효과라는 점을 들어 지난 2~3년간의 일시적인 착시 현상일 뿐이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염려스러운 분석이다.
무엇보다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2005년 1,27%에서 2006년에는 1.12%로 0.15%포인트 하락했다. ROA가 감소한 것은 은행 간 영업 경쟁이 심해져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성이 영국(0.99%)이나 일본(0.78%)의 은행보다는 다소 높아 보이지만 미국(1.39%)에 비하면 낮고, 이마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수 있는 핵심 수익인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은행의 경영 건전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수익 다각화와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 지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2006년 하반기 이후 더욱 강해지고 있는 금융 당국의 주택담보 대출규제와 정상화된 부실채권 물량의 감소는 2007년 은행들의 자산 외형은 물론 당기순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단기적으로 중소기업과 소호 대출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문에 대한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이 2007년 2월 사이 각각 1조 원 안팎으로 늘어나는 등 대출 시장의 풍선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증권사의 수익성도 낙관적이지 않다. 2006년 상반기(4~9월) 국내 증권사 순이익은 지난 반기(2005년 10~2006년 3월)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결산법인인 국내 증권사 2006 회계연도 상반기(2006년 4~9월) 순이익은 1조 1,847억 원으로 직전 반기(2005 회계연도 하반기) 2조 1,408억 원보다 45%나 줄었다. 반면 14개 외국 증권사 국내 지점 당기순이익은 2,787억 원으로 지난 반기 3,116억 원보다 1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주주 수익성을 의미하는 ROE도 순이익 감소 여파로 지난 반기 11.9%에서 6.4%로 뚝 떨어졌다. 이에 비해 외국 증권사 국내 지점 ROE는 전반기 16.5%에서 16.1%로 조금 감소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국내 증권 회사의 이 같은 수익성 하락은 주식위탁매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생긴 결과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한결된 의견이다.
따라서 은행, 증권사 등 금융 회사들의 근본적인 수익 개선과 지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의 땅 따먹기식 영업 관행을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시장 진출과 국내 고수익 금융 사업에서의 영역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금융 시장
국내 금융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달하면 가까운 동북아 금융 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 금융 회사의 영업수익 성장치가 4,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28%가 중국 시장에서, 11%는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6%는 일본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만큼 한국 금융 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2006년 이후 한국 금융 회사의 화두는 해외 진출이다. 은행이나 보험 회사, 증권자산 운용사들은 국내 경쟁이 한계에 달해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밖으로 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2007년은 한국 경제가 맞았던 가장 참담한 경험, 외환위기 10년째다. 어렵사리 기력을 회복한 금융권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시점이다. 소버린, 론스타, 칼아이칸이 들어와 한국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동안 금융 전문가들이 몰려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가들은 도대체 뭘 했느냐는 질책도 있다.
그래서 금융권에는 그동안 수십조 원의 수업료를 치르고 배운 노하우를 동남아, 넓게는 아시아권에 활용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과거 일본에서 제조업을 배워 아시아와 동유럽 등 개발도상국이나 체제 전환국에 공장을 이전해 시장을 개척한 것처럼, 이제는 금융 회사들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 신흥 경제국들의 경제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대형 금융 회사들의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신흥 시장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진출 확대와 시장 선점 등을 위한 외국계 대형 은행들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세로 다양한 투자 기획, 수익창출 가능성이 증대됨에 따라 외국계 은행들의 투자운용 부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부유층 증가에 대처해 프라이빗뱅킹 부문(PB)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세계적인 투자 은행들도 인도 경제 성장에 따른 수익창출 기회확보 등을 위해 인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금융 회사들의 대형화 등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유일한 돌파구 인수합병
국내 증권사들의 대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증권 회사를 대형화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통한 방법과 M&A를 통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증권 산업 구조조정과 병행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대형화가 적합하다.
우선 증권사 M&A를 위해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 관치를 부활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극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금융지주회사 자회사여서 합종연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실상 M&A가 불가능한 구조다.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계열사의 금융 업무만 처리해도 최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금융지주회사 소속 증권사 역시 맏형에 해당하는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국제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해도 결코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무사안일에 빠져 있다. 그래서 정부가 과감히 채찍과 당근을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현재 증권 산업 구조에서는 M&A를 통해 증권 산업이 구조 조정된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증권사 업무 역량이 강화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 회사의 수익 구조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M&A를 통해 대형화를 이뤘다 하더라도 기존 국내 시장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고객 네트워크 확장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대형화가 아니라 기존 위탁매매수수료 중심의 증권 회사 수익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방식의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계 소형 투자 은행을 인수해 체질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유럽계 증권사는 미국 투자 은행을 인수해 글로벌 투자 은행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다. 크레딧스위스는 1998년 미국의 퍼스트보스턴을 인수해 IB 부문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DLJ마저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스위스의 PB 중심 은행이었던 UBS는 1995년 영국의 SG 워버그를 인수해 투자 은행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1997년에는 미국의 딜론 리드를 인수해 미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2000년 미국 페인웨버를 인수해 경쟁력을 키웠다. 독일의 도이치뱅크는 1999년 미국의 뱅커스트러스트를 인수하면서 월스트리트에 본격 진출했다. 미국의 대형 은행 체이스맨해튼도 2000년 JP모건을 인수하면서 투자금융회사로 체질을 바꿨다.
송도 금융자유도시
인천 앞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송도는 영종도 국제공항 인근 지역 그리고 청라 지구와 함께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지역이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게일과 포스코 건설이 합작한 NSC가 2007년 2월 동북아 트레이드타워 건설 기공식을 갖고 국제업무단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백지 상태였던 송도가 서서히 윤곽을 갖춰가고 있다.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인천대교가 2009년 말 예정대로 개통되면 인천공항과 송도는 승용차로 15분 이내에 오갈 수 있게 된다. 국제도시로서의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송도가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와 경쟁할 수 있는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금융이다. 송도를 금융자유도시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송도는 금융자유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SWOT 분석을 통해 송도의 여건을 살펴보자.
먼저 강점(Strength)이다. 2년 연속 세계 최우수서비스 공항으로 선정됐고 개항 5년 만에 국제 화물 기준으로 세계 3위의 공항에 오른 인천공항과 곧장 연결된다. 또한 반경 1,000km 안에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가 11개 포진해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과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제조업에 이어 무제한 금융 수요가 창출될 여력이 있다. 조금 떨어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는 새로운 광물 에너지 자원의 보고로 오일머니가 몰려들고 있다. 인재도 충분하다. 한국, 중국은 미국 경영대학원을 휩쓸고 있을 만큼 실력 있는 유학파 인재들이 밀집해 있다. 금융 체계 역시 글로벌 표준에 근접해 있다. 인구 5,000만 명의 한국 내수 시장은 금융 상품에 대해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을 할 만큼 충분한 시장 규모를 갖추고 있다.
기회(Opportunities)도 충분하다. 연기금과 기업의 유보 자금으로 잉여 자금이 급속히 늘고 있다. 2006년 9월 말 현재 국민연금 규모는 200조 원이 넘었다. 주식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던 증권사들의 이합집산으로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IB를 키울 기반을 갖추게 된다. 중국의 개발 금융 수요와 일본의 가계 자금 증가는 국내 잉여 자금과 함께 금융 산업에 기회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극복해야 할 약점(Weakness)도 있다. 자본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고급 정보가 부족하다는 금융 시장 내에서의 약점이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외적인 약점이다. 무디스, 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고려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핵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2007년 들어 북핵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상존 변수임에 틀림없다. 외국 고급 인력이 생활하기 불편한 생활 여건과 전투적인 노사 관계도 국제 금융 시장 도약의 최대 약점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CEO와 임원 가운데 자녀의 교육 문제로 인해 가족은 싱가포르, 도쿄, 홍콩에 살게 하고 혼자 한국에서 근무하는 기러기 아빠가 적지 않다. 또한 2006년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조사에서 한국의 노사 관계는 조사 대상국가 61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할 만큼 열악한 형편이다.
위협(Threats) 요인으로는 규제와 정책의 불확실성이 꼽힌다. 부와 외국 자본에 대한 이중적 시각이 크다는 것은 대단한 악재다.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경제성장률이 서서히 둔화되고 있는 점도 금융 시장의 위협 요인이다. 자본 시장의 크기는 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미 멀찌감치 앞서 있는 상하이, 홍콩, 도쿄와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강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배려한다면 홍콩,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금융 CEO도 기업가 정신 가져야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아야 한다. ‘모피아’가 주도하는 금융권 인사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계는 2007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기업은행장 인사 등에 주목했다. 주요 은행장 등 금융 CEO의 3년 임기가 2007년 3월부터 차례로 끝날 예정이었고,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 등은 후속 인사의 시금석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사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은행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당초 예상이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 박병원 씨가 입성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정경유착 대출, 관료의 금융 정책 실패 등으로 파탄이 난 상황이었으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공적 자금을 투입하다 보니 국유 은행이 됐을 뿐 엄연한 시중 은행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압도적인 대주주라서 당연히 관료 출신이 계열 금융 회사 총괄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지만 결과는 관료 출신이 회장직에 입성한 것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또 기업은행은 국책 은행이지만 시중 은행처럼 영업하고 있고 국책 은행으로 비쳐지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막상 민간인은 기업은행장 하마평(下馬評)에도 오르지 못한다. 실제로 그해 기업은행장 인사에서 관료 출신인 강권석 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지금처럼 낙하산 인사가 지속된다면 금융권은 ‘정치’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눈치 보기에 급급해 보호받고 안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한국 금융 산업은 혹독한 외환위기를 거쳤지만 가계 부실, 카드채 문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쏠림 현상까지 여러 면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 회사는 아직까지 먼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산업 전문 CEO가 목표 의식을 확실히 갖고, 장기 성장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이 과정에서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금융 산업 전문 CEO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 문제로 인해 공모 과정에서 능력을 갖춘 민간 출신 인사들이 공모를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존 윙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은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국민의식
정부와 국민들이 갖고 있는 돈에 대한 이중적 시각이 금융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금융 산업은 산업이 아닌 정책 수단이라는 정부의 인식과 금융을 이용한 소득을 투기로 치부하는 편견이 금융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부가 이를 진흥의 대상으로 보고 집중 육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금융은 그 자체를 산업으로 보지 않았고 단지 정책 도구로만 여겼다.
사실상 외환위기 이전의 한국은 ‘정부주도적 관계지향형’ 금융 구조였다. 정부는 정책 금융, 경영 개입 등을 통해 자금 배분에 직접 관여했다. 이로 인해 낮은 금리의 정책 금융이 이뤄졌고, 한계 기업의 생존을 연장해 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금융 산업이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으로는 금융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이제는 금융이 정책의 도구가 아니라 자체적인 산업으로, 제조업에 버금가는 성장이 필요하다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돈에 대한 편견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은 타인의 부가가치를 빼앗는 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또한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을 천하다고 여기면서 스스로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표리부동한 생각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한국 경제가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부의 축적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지 않고선 금융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올바른 자녀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기성세대는 돈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것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 자녀에게 돈과 일을 긴밀하게 연계시켜 부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심어줘야 한다. 또한 한정된 돈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저축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투자’의 개념을 가르치고 소비와 저축 외에 돈을 다루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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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