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유럽통합을 거쳐 재정위기로, 그 이후는?
한국인을 위한 글로벌 경제 전략서!
국민을 위한 경제 멘토 임형록 교수가 글로벌 경제를 제대로 분석한 책이다.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미래를 대비하려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저자는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경제 구도 중 유럽에 포커스를 맞춰 해부하고 있다. 비전문가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은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 저자 임형록
한양대학교 상경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재학하던 시기에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간사이(關西)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교환학생으로 수학하였다. 이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 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경희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경영전략과 국제경영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여 SSCI 단독 4편, SCOPUS 1편, 국내 13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저서로는, 글로벌 경제 시리즈의 첫 번째인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미국 편』『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유럽 편』이 있다. 향후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한국, 일본 편』 및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브릭스(BRICs)편』이 발간될 예정이다. 또한 『전략적 사고와 흔들기 기법 그리고 나이스 프레젠테이션』의 자기계발서와 『1인자 전략 vs 2인자 전략』의 경영전략서의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 차례
머리말 - 여러분에게
프롤로그 1
프롤로그 2
PART 1 뛰어가는 미국 vs 걸어가는 유럽
PART 2 유럽연합(EU)으로 가는 길을 되짚어 보다
PART 3 유로존의 탄생 설화 그리고 슬픈 전설이 전해지다
PART 4 유로존(Eurozone), 구조적 위기를 품다
PART 5 눈물의 씨앗, 유로존을 해부하다
PART 6 그리스발 재정위기 발생하다
PART 7 아! 전염효과(contagion effect)
PART 8 해결하자, 유로존 재정위기!
PART 9 유로존 재정위기의 미래와 그 구조적 한계를 알아보자
PART 10 삼국삼색(三國三色), 그 손익 계산서를 분석하자
PART 11 국가부채를 해결하는 네 가지 방법을 확인하자
에필로그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유럽편
뛰어가는 미국 vs 걸어가는 유럽
탈(脫) 아메리카 드라이브를 확인하자
유럽과 미국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사적 이정표들을 확인하자.
첫째, 유럽연합 결성 이후 유로화가 탄생했다. 유럽연합은 유럽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믿고 유료화를 발행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럽중앙은행의 권한과 신뢰도는 곧바로 유로존 국가들의 공용화폐인 유로화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신뢰도에 비해 유럽중앙은행의 신뢰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높다.
둘째, 유로존 차원의 신용우산이 펼쳐졌다. 유로존이 탄생하면서 신용도가 높은 국가에 기대어 신용도가 낮았던 유로존 회원국들의 신용이 동반상승했다. 이는 유로존의 그룹 협상력을 높여 유로존의 공동 신용을 창출했고, 경제부흥의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회원국들이 신용우산에 과다하게 기대는 도덕적 해이 문제는 언제든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인이었다.
셋째, 유로화의 가치변동이 커다란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1971년 미국 닉슨 행정부의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금과 자국통화를 바꾸어준다는 미국판 금 본위제도는 폐기되었다. 이후 1976년 킹스턴 체제에 의해 유럽은 비유럽 국가들과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준수하고 있다. 이후 개별 통화가 아닌 유로화의 탄생은 환위험에 따르는 소모적인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반대로 이는 유로화의 가치 변동이 유로존 회원국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의미한다. 더불어 유로화의 가치변동이 유럽을 넘어서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에 매우 큰 영향력을 형성하게 되었다.
넷째, 유럽연합으로 통합되면서 가장 큰 경제 블록이 탄생했다. 이것은 유럽대륙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가진 유럽연합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거대 소비시장으로써 수출국들에게 강력한 협상력을 갖게 된 만큼 국제교역에 있어 다양한 옵션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거대해진 유럽연합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직접투자가 발생하게 되면서 고용창출과 자본유입이 확대될 수 있었다.
다섯째, 유럽연합 공식기구들이 출범했다. 유럽연합의 헌법 하에서 공식기구들이 법률적 권한과 기능을 부여받아 독자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즉, 미국과 독립적으로 자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유럽 재정위기 동안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의 대처는 일관성을 갖추고 있었다. 즉, 이러한 모든 사항을 관통하는 하나의 명제는 다음과 같다. 탈(脫) 아메리카.
궁극적으로 유럽대륙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멘탈 인프라의 근원은 고전주의로 칭해지는 로마제국의 유산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즉 유럽문명은 그리스를 태동으로 로마에 의해 통합, 정리되었고, 그 로마가 단절된 이후 유럽의 역사는 로마의 흔적을 추적해가는 통합과 반목의 역사의 성격을 갖는다. 그 와중에 유럽대륙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스스로 무너져 내렸고 결국 자신을 대신해 새로운 패권국가로 자리 잡은 미국을 인정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유럽대륙이 분열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거 로마제국의 전통과 유산을 재현하고자 노력한 결정체가 바로 오늘날 유럽연합과 유로존이다.
유로존의 탄생 설화 그리고 슬픈 전설이 전해지다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 영국 마침내 양털깎기를 당하다
검은 수요일은 오늘날 영국의 통화동맹 트라우마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빅 이벤트이다. 이제 헤지펀드, 독일, 그리고 영국의 삼각 축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영국 양털깎기를 감상하도록 하자.
헤지펀드는 한마디로 핫머니를 운용하는 금융 세력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세력이 바로 헤지펀드들이다. 즉, 이들은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국채를 2차시장인 유통시장에서 헐값에 사들여 우리나라에게 교란과 협박을 강요한 장본인들이다. 따라서 소위 착한 나라들 입장에서는 악역에 해당된다. 영국이 파운드화 가치 방어 선언을 하자 일이 시작되었다. 헤지펀드는 이것을 영국은 언제든지 달러를 내주고 파운드화를 사줄 준비가 되어 있다로 해석했다.
고정환율제도는 기본적으로 변동 폭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투기세력이 상한선 이상까지 마르크화를 사들이더라도 더 이상 크게 오를 공산이 적다. 게다가 이미 상한선을 뚫어버릴 정도라면 마르크화가 매우 비싼 셈이다. 그런 마르크화를 더 비싸게 사는 것은 자살 행위가 된다. 독일의 금리 인상으로 마르크화가 비싸지더라도 유럽통화시스템의 변동 상한선을 뚫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검은 수요일 전까지는 분명 그랬었다. 하지만 이제 외환 보유고를 동원해서라도 파운드화를 사 주겠다고 한 영국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서 금융 차익을 만들어낼 수 없을까? 만약 파운드화에 비해 마르크화가 ±6% 변동 상한성을 뚫어버릴 정도로 값이 비싸진다면 독일의 입장은 어떠할까? 이는 반대로 마르크화에 대비해 영국 파운드화가 변동 하한선 이하로 하락하게 된다는 의미다. 즉, 다음의 상황을 의미한다. 마르크화를 사고 싶어 하는 세력이 시장에서 넘칠 것이고, 파운드화를 팔고 싶어 하는 세력이 시장에 넘칠 것이다.
그렇다면 고정환율 비율을 맞추어야 하는 양국의 중앙은행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독일의 중앙은행은 마르크화를 팔 것이고, 영국의 중앙은행은 파운드화를 살 것이다.
통일 비용이 필요한 독일의 입장에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상황이 된다. 마르크화를 더욱 많이 발권해 외환시장에서 팔아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대신에 달러화를 손쉽게 살 수 있다. 즉, 외환 보유고가 늘어나는 것이다. 늘어난 외환 보유고는 통일 독일의 마르크화에 대한 국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여의봉이다.
조지 소로스 입장에서는 영국이 파운드화를 마구 사주겠다는데 이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영국이 슬슬 유럽통화시스템에서 탈퇴할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되었다. 영국이 탈퇴를 결정하기 전에 한탕을 계획한다. 조지 소로스의 작전을 단계별로 정리해보자.
과정 1. 1992년 9월이 되자 조지 소로스가 달러를 동원해 소리 소문 없이 영국 파운드화를 사 모으기 시작한다.
과정 2. 서서히 다른 헤지펀드들도 연합전선을 펼쳐 파운드화를 매집하기 시작한다.
과정 3.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투매한다.
과정 4. 영국 중앙은행이 파운드화의 가치방어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다. 즉, 달러를 매도하고 파운드화를 적극 매입한다.
과정 5. 그 대신 영국이 매도하는 달러가 조지 소로스에게 넘어간다.
과정 6. 조지 소로스는 그 달러로 독일 마르크화를 마구 사들인다.
과정 7. 마르크화의 가치가 급등하기 시작한다.
과정 8. 독일 중앙은행이 마르크화 가치하락을 위해 시장개입에 나선다. 즉, 마르크화를 팔고 달러를 적극 매입함으로써 파운드화에 대한 고정환율 비율을 유지시킨다.
과정 9. 그 대신 조지 소로스가 가지고 있는 달러가 독일 중앙은행의 손으로 넘어간다.
과정 10. 달러 보유고의 한계로 영국 중앙은행이 파운드화의 가치 방어를 포기한다.
과정 11. 영국 파운드화가 대폭락한다.
조지 소로스는 당시 약 100억 달러의 자금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한 헤지펀드들이 무려 1,100억 달러의 자금을 동원해 마르크화를 사들이고 파운드화를 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항해 영국 중앙은행은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무려 280억 파운드에 달하는 외환 보유고를 동원해 파운드화를 매입했다. 하지만 외환 보유고도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영국 중앙은행은 사상 초유의 비상조치를 취하게 된다. 즉, 9월 16일 하루 만에 이자율을 12% 그리고 15%로 두 차례나 기습 인상한 것이다. 그날 금리 인상을 통해 영국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메시지 1. "이제 파운드화의 투매를 중지해달라."
메시지 2. "영국의 이자율을 대폭 올렸으니 지금 팔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달라."
메시지 3. "높은 이자율에 의해 파운드화가 비싸질 때 팔기를 바란다."
메시지 4. "그래야 유리하지 않은가? 가급적 유리할 때 매도해달라."
하지만 헤지펀드들은 계속 파운드화를 투매했고 영국 중앙은행은 별 수 없이 파운드화의 가치 방어를 포기하고 만다. 이후 영국의 파운드화는 대폭락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결과 1. 영국은 달러 보유고의 대부분을 상실했다. 패자다.
결과 2. 조지 소로스는 마르크화를 잔뜩 손에 쥐고 있다. 승자다.
결과 3. 독일은 미 달러화를 잔뜩 손에 쥐고 있다. 잠정적 승자다.
결과적으로 소로스는 100억 달러를 투자해 영국 파운드화를 투매함으로써 이틀 만에 10억 달러의 환차익을 거두었다. 이런 일련의 모든 과정을 통틀어 검은 수요일이라고 칭한다.
검은 수요일이 갖고 있는 중요한 정책적 교훈은 일국의 경제 수장이 자국의 통화 가치에 대해 함부로 약속하거나 발언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일국의 경제 수장이 스스로 비대칭정보인 자국의 경제 운용 정보를 대칭 정보화시키는 즉, 헤지펀드들에게 알려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렇다.
헤지펀드나 국제금융 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외환시장 교란 후 수익 챙기기를 양털깎기라고 칭한다. 보통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이 양털깎기를 당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금융산업의 종주국 영국도 바로 양털깎기의 희생자였다. 금융산업의 대명사인 영국이 양털깎기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은 꽤나 아이러니하다.
아! 전염효과(contagion effect)
유로존의 속살이 썩어가다
남유럽 경제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지하경제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지하경제란 과세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숨어 있는 경제를 의미한다. 사채시장이나 마약시장 및 무자료 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재정위기의 4인방인 PIGS 즉,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그리고 스페인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각각 약 20%, 23%, 27%, 그리고 20% 수준에 달한다. 이에 비해 독일은 15%, 프랑스는 13%, 영국은 10%, 미국은 8%, 스위스는 8.5%, 일본은 8.8% 수준이다. 지하경제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첫째, 세수 기반이 취약하다. 따라서 정부 예산을 국채로 조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 PIGS 국가들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둘째, 정부 정책의 효과가 반감된다. 정부가 인프라 사업이나 복지 사업을 펼치더라도 지하경제에 분산 흡수되어버리므로 정책효과가 쉽사리 발생하지 않는다. 즉, 정부가 거대장치산업을 일으키려 하더라도 지하경제에 동력을 빼앗겨 좌초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다.
셋째,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교란된다. 정상적인 가격이나 유통거래가 무너져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이 약화되고, 독과점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의욕이 저하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즉 수입이 언제나 수출을 초과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넷째, 정부 개혁의 단칼을 무디게 만든다. 지하경제가 20%를 넘게 되면 지하경제가 이미 하나의 기득권을 형성한다. 또한 익명의 이해 관계자들 간의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됨으로써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성공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남유럽 경제는 북유럽 경제에 비해 부족한 세수와 상대적으로 국채 발행에 의존하는 재정상의 구조적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재정위기를 논하기에 앞서 재정위기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2000년대 초반과 중반은 소위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호황기였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버블로 소비가 급증했다. 자연히 미국 소비시장을 조달하는 중국을 위시한 신흥 개도국들도 호황을 맞게 되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원유 시장을 개척하면서 경제 부흥을 이끌었다. 브라질도 룰라 개혁 이후 안정적인 경제 성장가도를 달려 왔다. 더불어 유로존은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정부와 민간에게 유리한 투자 환경을 형성했다. 이로써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내에 소위 투자 레버리지의 시대가 개막되었다.
둘째, 유로존은 신용 우산을 같은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국채를 낮은 이자율에 발행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들은 서로 간에 국채를 사기도 팔기도 하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당연히 한쪽이 재정위기에 빠질 경우 서로 물고 물리는 연쇄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호경기에 서로의 국채가 자산 포트폴리오 기능을 해주는 반면 불경기에는 상호간 부실 자산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특히 그 부실 자산이 자국의 은행권에 몰려 있다면 당장에 금융권 부실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셋째, 남유럽 국가들은 풍부한 유동성을 즐길 수 있었다. 유로존에 가입한 이후 남유럽 국가들이 낮은 국채 조달비용으로도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은 북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2008년 미국 부동산의 침체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전이되면서 남유럽 국가들의 신규 국채 가격은 대폭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재정위기가 대두된 이후부터는 고금리의 신규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값비싼 현금으로 만기가 된 국채를 일일이 상환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결과적으로 남유럽 국가 정부들에 대한 신뢰성 저하 및 긴축예산 운영 압박이 발생했다.
넷째, 유로존의 통화정책이 유럽중앙은행에게 일임된 상태였다. 즉, 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의 공통 이자율을 결정하는데, 2000년대 중후반까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었다. 당연히 대출이 활성화되어 풍부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로 시민권을 통한 사람들의 이동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동산이 활황을 맞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금융권의 부실 여신 문제가 곧바로 부각되었다.
결과적으로 한 나라의 부실이 다른 회원국의 부실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으로 확산되는 양상이었다. 이는 마치 상호 순환출자로 인해 도미노식 기업 부도사태가 발생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따라서 전염효과란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유로존의 타국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럽 재정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던 2011년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각각 255억 달러와 230억 달러의 스페인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스페인은 326억 달러에 달하는 이탈리아 국채와 382억 달러에 달하는 포르투갈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한 국가만 흔들려도 같이 흔들리는 운명 공동체가 된 셈이다.
2010년 5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구제금융 시리즈가 이어진다. 2010년 11월 아일랜드가 유럽연합과 IMF에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아일랜드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강등했다. 이후 2011년 4월에는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2012년 6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서로 간에 주고받아야 할 원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동시에 서로 간에 주고받아야 할 국채이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가 되면 스페인이 폭발하고, 스페인이 폭발하면 이탈리아가 폭발한다. 이탈리아가 폭발하면 결국 스페인이 다시 폭발할 것이다. 바로 그 곁에 이들의 국채를 잔뜩 쌓아둔 프랑스 민간은행도 함께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래서 전염효과가 그렇게나 무서운 것이다.
해결하자, 유로존 재정위기!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결책, 그 세 갈래 물줄기를 구분하자
유로존 위기 해법의 물줄기를 결정하는 비밀의 열쇠는 구제금융 금지조항이다. 유럽중앙은행은 EU 기능에 관한 조약, 일명 리스본 조약의 125조 구제금융 금지조항에 의해 광의의 구제금융이 금지되어 있다. 한마디로 구제금융을 목적으로 유럽중앙은행이 회원국들의 국채를 1차 시장인 경매시장에서 직접적으로 매입할 수 없도록 금지시켜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유럽중앙은행 간의 위기탈출 해법 차이를 구분짓는 단초가 된다.
미국과 달리 구제금융 금지조항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으니 직접적인 구제금융의 성격을 갖는 모든 해법은 유럽중앙은행이 아닌 별도의 기관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유로존의 양적완화 관련 해법이 대두될 때마다 이를 전담할 새로운 기관을 만드느라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것이다. 반면 2차 시장에서의 국채매입은 유럽중앙은행이 시행 가능하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현상을 진단하도록 하자. 그래야 올바른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현상 1. PIGS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해줄 세력이 없다.
현상 2. 유로존 은행권의 자금 부실화 문제가 심각하다.
현상 3. 유로존 재정위기가 전염되고 있다.
현상 1의 구조적 문제점은 PIGS 국가들의 국채 매입 세력을 창출시키면 해결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상당부분 해결된다. 다만 구제금융 금지조항이 있으니 유로존 회원국들이 종자돈을 모아 국채 매입을 전담할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이다. 하지만 항상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임시기구로 시작된 것이다. 재정위기가 장기적인 문제인 만큼 이후 상설기구인 유럽안정화기구(ESM, European Stability Mechanism)로 확대 개편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현상 2에서 언급된 유동성 문제는 돈을 풀면 직접적으로 해결 가능하다. 특히 유로존의 양대 세력 중 하나인 프랑스 민간은행들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 문제로 프랑스 민간은행들의 부실여신이 급증한 탓이다. 따라서 프랑스 민간은행들에 대한 긴급한 유동성 주입이 필수적이다.
만약 유동성 부족 문제를 전적으로 프랑스 정부에게만 전담시킬 경우 프랑스는 어쩔 수 없이 국채 발행에 나서야 한다. 이는 프랑스마저 재정위기에 곧바로 전염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있어서도 아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듯 유로존 은행권에 유동성을 직접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엘트로(LTRO, long-term refinancing operation)라고 한다. 양적완화 정책이 아닌 만큼 유럽중앙은행이 직접 수행할 수 있다.
현상 3은 유럽판 무제한 양적완화 해결책인 전면적 통화거래(OMT,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다. 말 그대로 PIGS 국가들을 포함한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는 선언이다. 한 마디로 유로존의 신용도를 믿고 국채 투자자들이 PIGS 국가들의 국채를 함께 매입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전면적 통화 거래는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전염효과를 차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물론 양적완화라는 말이 포함된 만큼 유럽중앙은행이 아닌 제3의 기관이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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