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

2010-2100 미래 보고서
 
서문 - 전망, 발전 그리고 유토피아
세기말이 ‘결산’하는 시기라면 세기 초는 ‘예견’하는 시기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이 현 시대를 상상했던 방식들은 재미있으면서도 교육적이기까지 하다. 로봇이 모든 집안일을 대신하는 전자동 시스템의 주거 환경은 아직까지는 우리 일상에 적용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반대로 지상 교통의 발전에 대한 전망들은 현재의 발전에 미치지 못했으며, 불치병에서의 해방은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졌을 뿐이다. 게다가 정보 혁명이나 인터넷의 발전 혹은 지구상 어느 장소에서든 운전자의 길을 인도하는 GPS 시스템을 짐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로운 세기를 구성하게 될 불확실성과 실수들은 여러 가지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분명 유용하게 될 기술에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불가결한 지식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을 때 전망은 그만큼 쉬워진다. 예를 들어 의학의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마이크로 전자 기술, 로봇 기술, 정보 기술 덕분에 여러 가지 분야에서 별 어려움 없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관절이 잘 발달한 인공 신체나 뇌의 의지를 인식하는 인공 감각 기관, 컴퓨터에 연결된 마이크로 시술기로 인체 내에 들어가 화면에 나오는 대로 조절하는 절개 없는 외과 수술, 즉 흉터가 남지 않는 수술 등이 그 예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연료 전지나 액화 수소 연료 엔진은 머지않아 상용화될 전망이다. 또한 컴퓨터의 저장 능력과 속도가 적어도 최근 몇 년과 같은 속도로 발전해갈 것이며, 언젠가는 인간 복제로 태어난 아이들 때문에 기뻐하거나 걱정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분야에서의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사실상 심리적이거나 경제적인 부분일 뿐이다. 2000년경에는 모든 가정이 로봇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심리적 혹은 경제적 요인 때문이었다.

발전의 두 번째 범주는 보다 불확실하다. 기술적인 발전에 도달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해도, 새로운 지식까지 도달하는 속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리는 암이나 알츠하이머 또는 일련의 바이러스성 질병들을 정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질병들은 아직 완전하게 정복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현재 인류가 앓고 있는 질병들은 인류의 적대적인 삶의 방식들, 암세포, 박테리아, 기생충 또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의한 것이다. 생물학의 법칙에 따르면 이러한 공격을 하는 대다수의 생명체가 죽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다른 적들이 우리가 그 적들에 대항하도록 만들었던 항생제나 항바이러스, 항암제 등에 저항하는 법을 익히고 있어 질병의 위협을 연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인간의 능력에 대한 세 번째 부류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결국 마치 과거에 방사선이나 상대성이론, 양자물리학, 실리콘, 광섬유 등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과학적 발견들이 가능하게 할 모든 발명을 포괄하게 될 것이다.

21세기에 인간은 엄청난 발전을 이룩할 것이고 이 책은 그 발전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저자는 과학 기술 발전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믿음과 인간이 그 발전을 더 잘 사용하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나 역시 인류의 행복과 강한 연대감을 유지하면서 이 모든 방법을 동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 | 귀에 장착하는 음성인식 기능으로 동시통역이 가능해진다
서울 경제 포럼에 초청된 참가자들은 연질 캡슐만 한 크기의 노랗고 작은 물체를 마치 소음 방지용 귀마개를 넣듯이 귓속에 꽂았다. 회의는 지체 없이 시작되었다. 마치 배우 같았던 연설자는 연단에 올라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된 텍스트를 낭독한다. 좌중에 가장 유식한 몇 사람들만 이 언어가 인도네시아 시골의 수많은 방언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놀라운 일이다. 마치 메아리처럼 약간의 시간 차가 있지만 모든 참석자들은 같은 연설을 자신의 모국어로 곧바로 알아듣고 있다.

이 놀라운 기술적 발전으로 학교에서의 외국어 공부 시간이 사라질 것이다. 벌써부터 외국어 교사들이나 이 일을 하고 있는 통역사들에게 어떤 여파가 미칠 것인지를 상상하고 있다. 이제 외국어를 배울 필요도 없고 연설을 번역할 필요도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혁명적이기까지 한 시스템은 귀로 인식할 수 있는 텍스트만을 동시통역해준다는 것이다. 귓속의 번역기 혹은 통역하는 만년필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어 유 아(Ear You Are)라 이름 붙여진 인스턴트 통역기를 상용화시킨 회사의 책임 연구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스템의 현실화를 위해 엄청난 작업들이 필요했다. 현존하는 대다수의 언어가 이 작은 귓속의 칩 속에서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에 라틴어 또한 배울 필요가 없다.

기술적으로는 두 가지 첨단 기술의 완벽한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이미 오래된 것이고 어느 정도 정복한 것인데 음성인식 기능이다. 이는 마이크나 전화로 얻어지는 소리를 음소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단어를 구성하는 음성의 가장 적은 단위들이 바로 음소이다. 이 다양한 음소를 모두 구분하고 나면 두 번째로 단어를 조합한다. 알려진 모든 어휘들을 갖고 있는 정보 은행을 광속도로 검색해 적합한 뜻을 찾아내는 것이다. 발화자가 말한 한 단어가 인식되면 도착 언어에서 바로 같은 의미의 말을 찾아야 한다. 이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발화자가 단어 사이에 짧은 휴지(休止)를 두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규칙이다.

통역은 그것이 사람에 의해서건 기계에 의해서건 간에 단순한 번역보다는 큰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왜냐하면 라이브로, 즉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출발어와 도착어 사이의 시간 차가 가장 큰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들, 아주 성능이 우수한 것이라도 언어의 완성을 전문 번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은 어려웠다. 어학자들과 정보학자들은 완벽한 공생 관계를 맺어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이른다. 실수율은 2년마다 반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점점 더 빨라지는 컴퓨터 덕에 상업적으로 실현 가능한 제품을 고안할 수 있게 되었다. 번역 전화기는 현존하고 있는 이동기기 시장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적용을 상상할 수 있다.

즉, 외국 교통수단 예약, 전화번호부 참조, 정보 조회 등이 그렇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외국의 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 회의, 국제 학회, 그리고 세계적인 행사의 연설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 불완전한 통역이나 번역으로 오해를 빚어왔던 일은 이제 끝났다. 한국 제조 회사가 발표한 실수율은 5%에 그친다. 엄청난 수치다. 그리고 회사는 1년 안에 실수율을 1%로 떨어뜨린 제품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한다. 기계는 전문 통역사들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기업의 CEO들은 이제 안심하고 푹 잘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시스템은 그동안 언어의 장벽 때문에 교역을 할 수 없었던 다른 나라에까지 새로운 계약을 해주기 때문이다.

2022 | 별들 속에서 밤을 보내다
이 비행기는 길다. 총길이가 70m다. 또 무겁다. 총 556톤이다. 총 너비는 80m에 달하며 항속거리는 15,000km 이상이다. A380은 16년 전부터 가장 큰 대형 점보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 점보기의 이륙을 위해서는 3,350km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놀라운 기술의 결정체인 점보기가 100km를 이동할 때 겨우 승객 한 사람당 3ℓ의 연료만을 사용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가장 좋은 소형 디젤 터보 엔진 자동차의 연료 소비량과 같은 수치이다.

2006년 출시되었을 때, 555석의 좌석을 갖춘 비행기를 예고했다. 당시 항공기의 평균 좌석수가 3백 석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였다. 매년 5%씩 증가하고 있는 항공기 수송량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행사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2022년 현재 두 배로 증가한 수치인 클래스당 840명을 수송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었다.

자, 이렇게 16년이 지났고 에어버스는 새로운 버전인 ‘팰리스’를 출범시켰다. 이 새 비행기는 승객 수는 줄이고 편안함은 증가시켰다. 승객 수는 다시 350석으로 떨어졌다. 이 비행기는 혼자 여행하여 주위에 아무도 앉히기를 원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좋다.

기내에 탑승하면 그 안락함이 정말 탁월하다. 넓은 의자에 2백 편의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개인 비디오가 장착되어 있다. 게다가 허리 안마를 할 수 있는 안마 시스템, 시원하게 음료수를 보관할 수 있는 개인 냉장고 시스템, 그리고 주변의 공기를 정화하는 공기 청정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다. 다양한 조정 장치들은 각각의 승객들이 가장 좋은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승객은 언제든지 승무원을 부를 수 있다. 호텔의 ??룸서비스??와 같은 개념의 플라이트 서비스는 아무 때나 식사를 하거나, 어깨 마사지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비행 중에 위성을 통한 인터넷 사용이나 전화 사용도 가능하다. 보다 예외적인 서비스들을 열거하자면, 스파나 자쿠지가 설치된 스포츠실, 아니면 화물칸 안에 실내 기압을 유지시킨 부분에 위치한 스쿼시 장도 있다. 비용 청구는 원격으로 고객의 카드에서 처리된다.

최고의 서비스로 나는 궁전, 팰리스는 저가 회사의 가장 최선의 해답이 될 것이다. 몇몇 비행 오거나이저들은 보다 특별한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 내년부터 세미나나 기업이 조직하는 연구 여행을 위해 비행기 전체를 예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항공 업계에서는 유례없는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예를 들어 로큰롤의 위대한 가수 콘서트를 위해 개인용으로 사용이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 불황이었던 항공 업계는 다시 상승 기류를 타게 된 것이다.

2026 | 발광 섬유가 세상을 비춘다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모니터는 종이처럼 얇아서 돌돌 말린 채로 팔리고 실제로 샘플을 진열할 공간이 필요 없다. 몇 달 만에 이 유연한 모니터는 초기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던 모든 LCD 모니터들을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버렸다. 집 안에서의 정보화 기기들은 최소화되었다. 거추장스러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전송되던 이미지들은 현재 집의 벽 또는 커튼에 설치된 OLED로 전송된다.

이제부터 텔레비전 수상기는 거실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깔로 비춰주는 새로운 조명의 역할도 하게 된다. 독일 에를랑겐의 지멘스 실험실에서는 이 얇고 유연하며 가벼운 모니터의 개발을 위해 수년간의 연구를 진행한다.

비밀은 다양한 컬러의 반도체 플라스틱에 있다. 이 중합체들은 빨강, 파랑, 초록의 빛깔을 갖고 있는데 이는 탄소의 이중 결합에 의해 고정되는 벤젠 고리에 의해 구성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모니터를 사용해 방영되는 영화에는 2～5볼트의 외부 긴장에도 여기 상태(원래 있어야 하는 궤도 전자 하나가 빠져 에너지가 높은 상태)가 되는 전자를 갖고 있다. 전자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면 믿을 수 없이 환하고 부드러운 빛을 방사한다.

또한 이 모니터들은 유연하게 만든 금속들을 합한 것에서 나오는 음극을 하나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은 플라스틱 필름처럼 유연해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벽이나 천정에 설치하여 사용하는 이 모니터는 집안에서 조명 역할까지 한다. 이런 모니터들은 액정이 딱딱하며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모니터가 아니며, 복고풍의 조명을 위한 LED 기술에 근거한 것이다.

발광 섬유의 크기는 또한 최소형으로 줄어들 수 있다. 신세대형 스마트카드가 점점 OLDE 화면을 내장하여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OLED를 장착한 최초의 스마트 카드는 1999년에 정보 통신기술 박람회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우리가 쓰는 신용카드는 이제 은행의 잔고를 보여주거나 자동차 안의 보조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빛나는’ 혁신으로 주머니 속 컴퓨터들도 유례없는 혁명을 맞이한다.

정보 통신 분야의 신기술 전문 과학자가 말하기를, “화면이 필요한 모든 기구들, 즉 주머니 속 컴퓨터나 휴대전화 텔레비전, 자동차의 계기판, 비행기 조종석,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이 모두 이 신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1896년 브라운이 만들었던 음극선관을 매장시켰던 LCD 모니터나 플라스마를 종식시킬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21세기 초, 95%의 가정이 TV 수상기를 갖고 있었고, 보다 크고 보다 아름답고 보다 평평한 화면을 추구했다. 2026년 이 화면들은 OLED에 위해 추억으로 밀려났다. OLED는 보이지 않는 수상기로 보이게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2037 | 전자 태그가 소비자들의 쇼핑 습관을 바꾼다
하나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는 언제나 일정한 적응기가 필요하다. 무선 주파수 인식 기술(이하 전자 태그)의 경우도 그랬다. 21세기 초부터 전자 태그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었고, 그 상용화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유용한 정보가 내장되어 있는 이 태그는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자 칩이다.

실제로 전자 태그는 바코드 시스템과 거의 유사하다. 바코드는 레이저 스캐너로 재고를 확인해 구매할 상품을 등록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전자 태그에는 제품의 생산에서부터 판매, 진열까지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제조원, 제조 과정, 진열 개시 날짜를 위조할 수 없고 유통 과정을 추적할 수 있으니 식품에 안성맞춤이다. 국제 표준에 의해 전자 태그 기능이 표준화되었고, 전자 태그는 대량 유통에 비해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에 공급될 것이다. 마침내 제조업자들은 그 제품이 의료이든 식료품이든 샴푸, 일회용 면도기, 화장품 등의 소비재이든 간에 모든 제품에 전자 태그를 부착해야만 했다. 지멘스 사가 제품에 직접 플라스틱 칩을 넣은 뒤로 전자 태그는 종전의 부착형에서 내장형으로 바뀌었다. 폴리에스테르 수지와 중합(동일 분자를 두 개 이상 결합하여 분자량이 큰 화합물을 생성하는 반응) 전도체에 기초를 둔 이 기술 덕분에 대량으로 소비되는 상품 전체에 전자 태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 태그의 최고의 장점은 이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의 삶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계산대의 줄이 사라졌다. 독일 라인 강 지역 대형 마트의 전자 태그 담당 기술자는 “모든 상품에는 칩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쇼핑 카트를 밀고 마트 출구에 설치된 두 개의 센서를 지나갑니다. 그러면 총 금액이 모니터에 나타나지요.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이미 계산되었던 금액과 일치하면, 즉시 신용카드로 결제가 되고 고객은 영수증을 받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마트에서 장을 봤다면 의무적으로 센서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면 구입한 물품 가격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후 도난 사건도 사라졌다. 하지만 더 이상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전자 태그의 보급으로 캐셔나 매장 관리직도 필요 없게 되었다. 진열대에 부족한 상품을 확인해 채워놓는 일도 필요 없어졌다. 이 전자 태그로 상품의 공장 출하부터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핑을 마쳤다고 해서 전자 태그가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전자 태그는 이제 소비자의 일상으로 간다. 전자 태그 시스템을 갖춘 신형 냉장고는 유제품의 유통기간을 알려준다. 마찬가지로 이메일로 의약품의 유통기한도 알려준다.

산업 분야에서 전자 태그는 이미 그 진가를 발휘했다. 20년 전, 운송 물류 박람회에서 선보인 전자 태그 덕분에 상품 준비 및 포장 과정에서부터 배송 추적이 가능해졌다. 당시 ‘차세대 바코드’라 불리던 전자 태그는 상용화되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이 20년은 새로운 판독 장치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었다. 항공 및 철도 교통 분야에서는 화물 분류와 추적에 전자 태그를 사용한다. 2010년부터 집계된 대량 실직의 감소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네 가게 주인이 라벨 스티커 위에 볼펜으로 가격을 적어 넣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2048 | 전력 낭비 없는 다이오드로 인해 전구가 사라진다
“전원을 꺼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기존의 전구는 이제 더 이상 에펠탑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수명이 10년이나 되는 다이오드가 낮이고 밤이고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사람들은 촛불에서 전구를 사용하게 되었다. 전구는 약 170년간 세상을 밝혔고, 이제 핀의 머리처럼 생긴, 기술의 집약체인 다이오드에게 자리를 내주려 하고 있다. 이것은 뛰어난 성능과 내구력으로 단 몇 년 만에 가정을 포함한 전 분야를 매혹시켰다.

이는 바로 다이오드 또는 발광 다이오드(LED: Light Emitting Diode)라고 불리는 물체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조명을 발전시키고 개선하고 대중화시키는 데 5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초기의 다이오드는 일반 전구보다 20배 이상 비쌌지만, 오늘날은 전구와 가격이 같다.

 
다이오드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빨간색이던 다이오드는 이제 흰색으로 바뀐다. 다이오드로 모든 종류의 색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교차로의 신호등에도 이것이 내장되어 있다. 더 이상 신호등의 고장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위험은 없다. 자동차 후미등도 다이오드로 되어 있다.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 불이 들어오고,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안전하다.

하지만 다이오드가 가정에 설치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해마다 개선되는 전구와의 경쟁이 매우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지멘스 조명 사업부는 기술을 보완하면서 전구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할로겐 캡슐의 등장은 혁신적이었다. 할로겐 캡슐 할로스타(Halostar)는 기존 조명을 바꾸지 않고 30%의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30%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할로겐 전구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 발광 다이오드는 2000년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자동 영사기는 모두 물방울 비슷한 독특한 형태의 다이오드를 사용한다. 개량된 반사면은 다이오드가 10m의 벽을 비출 수 있는 새로운 능력도 주었다. 원활한 교통을 위해 고속도로에도 이 새로운 조명이 설치되었다. 자정 능력이 있는 이 조명은 어떤 보수도 필요 없고, 먼지와 악천후에도 끄떡없다. 공항에서 사용하기 알맞다. 더 좋은 점은 다이오드는 전압의 변화에 반응하며, 전구가 터지지 않도록 스스로 전압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2071 | 초의 발견으로 더욱 세밀해진 시간
수십 억 광년이라는 시간 단위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이 시간 단위로 지구와 하늘에 반짝이는 별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런 관측을 통해 빛이 움직인 여정의 길이는 우리에게 한없이 길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없이 짧은 시간 단위의 발견도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바로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고, 그때까지 측정이 불가능했던 생명체들의 세상을 보게 해준 것이다. 전자 현미경이 가져다준 성과를 통해, 또한 그 성능이 점점 더 축소되는 시간 단위를 측정할 수 있게 됨으로써 이제 막 새로운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과학자들이 초의 발견에 뒤이어 초에 대한 정의도 내렸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단위의 초에 아토초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시간의 단위는 일상생활에서는 그리 필요하지 않은 것 같으나 살아 있는 세포들을 관찰하는 데 있어 혁신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 아토초의 발견은 이미 인간에게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던 1초가 무한히 분해될 수 있는 시간 단위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1970년에 초를 발견하면서 극도로 짧은 시간 동안 증식하는 살아 있는 세포의 분열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제는 초가 한층 더 정밀해진 시간 측정 단위를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하여 생명을 이루게 하는 각 단계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새로운 세계로 문이 열리면서 생물학계에 엄청난 혁신이 일어났다.

이는 마치 10억 분의 1초로 분할된 각 장면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최첨단 현미경으로도 관찰하기 힘들었던 부분까지 세세히 살펴보면서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늦춰진 속도로 필름을 돌리는 것과 같았다. 또한 인간의 생활은 1초, 1분, 한 시간이라는 길이에 맞춰져 있는 반면, 우리 몸속에서 생성되는 생명과 유전자, 분자와 화학반응들의 발생은 아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현재, 한없이 길기도 하고 한없이 짧기도 한 시간으로 인해 위대한 발견의 왕성한 시기에 있다. 이 두 개의 시간 사이에서 인간은 극도로 탄력적인 시간 단위에 자리를 잡으려 애쓰고 있다. 이와 같이 극도로 축소된 초 단위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우선 시간의 눈금이라는 것에 점차적으로 익숙해져야만 했다. 시간 단위에 대한 작업이 이 세상에 실제로 시작된 것은 매우 최근이다. 현재의 스포츠 경기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백 분의 1초라는 단위를 정확히 알게 된 시기도 19세기에 와서였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초라고 하는 백만 분의 1초도 1950년에 이르러서야 출현했다. 결국 이런 시간의 분할은 그 당시 인간에게 부족했던 정확성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시간의 개념이 점점 더 축소되면서 좀 더 정확한 시간 배분에 맞추어 일과가 짜이기 시작했다. 바로 1,000분의 1초의 발견을 통해 산업사회가 출발되고 규칙적인 속도로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철도 시간표를 분 단위로 조정하게 될 것이다.

2050년에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시계는 더욱 독창적으로 만들었으며, 야광 눈금판이 시계에 부착되어 하루의 각 단계를 간략하게 구분지어주기도 한다. 게다가 혈압이나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건강 시계’도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 즉석에서 통역을 해주는 ‘로제트’란 시계도 등장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혁신들이 시계의 정밀성에 대한 관심을 줄어들게 하지는 않았다. 세슘 원자의 진동수를 원리로 한 새로운 원자 손목시계는 GPS 위성을 통해 원격으로 자동 조종되면서, 시간의 오차 범위가 3000년당 1초로 줄어들었다. 2071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원자 분수시계’라는 이 기술은 1997년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클로드 코앙타누지에 의해 발견되었다. 결국 이 세슘 원자시계는 국제 표준시계로 정해지게 되었다. 프랑스 국립 과학원의 크리스토프 살로몬이 실험했던 이 원자시계는 오늘날 모든 사람들의 손목 위에서 매 초를 가리키고 있다!

2072 | 텔레파시가 담배를 대체하다
소위 스트레스 해소의 효과가 있다는 담배의 소비는 끝이 났으며, 담배는 한물 간 것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세대들에 의해 사장되었다. 그 대신에 멀리에서도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대화 장치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텔레파시??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전화와 그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아주 저렴한 소형 장치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은 인체에 전혀 무해한 환각을 일으키는 감정 교신기의 사용에 열광하고 있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21세기의 골칫거리였던 전통적인 마약에 대한 흥미가 점점 사라지게 되었을 정도이다. 이제는 판매상들이 헤로인 3g이나 LSD 몇 병을 판매하면 뒤떨어진 얼간이로 취급받는다.

중국에서 시작되었던 텔레파시의 물결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의사소통 망의 선구자가 되었다. 지난 세기에 긴장을 풀기 위해 담배를 피웠던 것처럼 이 기술은 짜증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통신망에 연결하여 퇴근 후에 멀리에서 보내오는 감정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점점 일상화되면서 텔레파시는 친구들과 함께 기쁨의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일종의 활력소가 되었다.

이 새로운 정신적인 중독은 적어도 한 가지의 장점이 있다. 바로 건강에 조금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담배 중독 반응이 텔레파시 중독 반응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니코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줬던 흡연 중독과 텔레파시 중독이 비슷하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 텔레파시 시스템의 모든 소비자들은 일단 텔레파시의 맛을 보게 되면 그것 없이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텔레파시의 작동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머리카락 속에 감춰져 있는 아주 작은 전자 부품으로 생각의 전달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장치가 눈과 귀의 신호와 신경 임펄스를 감지하여 신원이 확인된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예전에는 수신된 신호를 휴대용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통해 해독해야 했다. 무선 인터넷에서 사용되었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전파 송신기가 인간의 감정과 내면의 생각들을 통신망에 접속된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한다. 따라서 이 서비스 가입자들은 국제 신경망으로도 연결된다. 이는 목소리나 문자가 없는 일종의 메신저 같은 것이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도 생각으로 전달하여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글로 쓰이거나 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품은 생각이 메시지로 간단하게 해석되어 수신자가 받게 된다.

이 시스템의 효시는 21세기 초에 나사가 실험했던 것이다. 그 당시에 이 시스템을 위한 기술은 뇌에서 전송한 신경 신호를 언어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입술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이 장치를 통해 무언의 말들을 전송하면 컴퓨터가 그 생각을 말로 표출시켰다.

어느 누가 기쁨을 선사하던 담배와 알코올이 텔레파시라는 머릿속 감정으로 대체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또한 텔레파시로 인해 경제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고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세기 말에 프랑스에서 3만 4천 명 이상이었던 담배 소매상인들은 담배나 즉석 복권 판매를 ‘텔레파시’의 판매로 업종을 바꿔야 했다. 텔레파시 안내 사무소도 모든 도시에 설치되었다. 현재 그곳에서는 세계 통신망을 위한 가입 카드가 있으며 뇌 신호를 해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텔레파시를 위해 마련된 공간에서는 시스템을 시험해볼 수도 있으며, 마치 예전에 엽서를 보내던 것처럼 친한 사람에게 생각으로 다정한 말을 건넬 수도 있다. 담배에 심각하게 중독되었던 후진국을 포함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텔레파시 시스템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기술은 삶의 즐거움도 느끼게 해주었으며, 또한 담배에 중독된 지구의 금연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던 의학계에도 만족을 주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