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서비스

   
장정빈
ǻ
올림
   
18000
2016�� 01��





■ 책 소개


 


고객의 귀갓길까지 서비스하라!


 


이 책은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고객이 서비스를 어떻게 감정적으로 인식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그 이론적 기반인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쓰였다. 표준화된 고객접점이나 눈에 보이는 서비스 성과를 넘어 고객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학적 방법론을 다루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간 서비스 분야에서 사각지대로 방치했던 요소들을 찾아내어 ‘어, 여기까지도 서비스 영역이었네?’라는 관점의 전환과 함께 서비스 영역의 확장을 도모했다. 고품격 서비스와 직결되는 마케팅과 세일즈까지 아울렀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예화를 들어 새로운 개념이나 교훈을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고객과 하나 되기’ 편으로 고객의 심리와 서비스 마인드를 다루었고, 2장은 ‘서비스 전략 & 디자인’ 편으로 리마커블(remarkable)한 고객경험을 위해 나침반으로 삼아야 할 전략과 방향을 제시했다. 3장은 ‘서비스의 정석’ 편, 4장은 ‘히든 서비스의 비밀’ 편으로, 고객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감정, 신뢰, 기억, 순서, 귀인 등 행동경제학의 개념들을 소개하고 이를 서비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도구들을 정리했다.


 


■ 저자 장정빈
6년간의 교사생활을 거쳐 22년 동안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연수원 교수, 마케팅 팀장, 지점장, 콜센터장을 역임하고 세계적 은행 HSBC의 상무로 고객경험(CE, Customer Experience) 업무를 총괄했다. 지점장 시절, 점포 종합업적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 국내 최초로 ‘CS경영’을 은행에 도입했으며, 교육과 강연, 저술을 통해 서비스의 중요성을 활발하게 전파하고 있는 CS 및 마케팅 전문가이자 경영컨설턴트다.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호서대) 서비스경영학과 초빙교수와 여러 대학의 강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연세대 대학원에서 산업교육을 전공했고, 숭실대 경영학 박사과정, 고려대 서비스최고경영자(SMP)과정,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4T CEO과정을 수료했다. 기업과 정부기관, 금융기관, 대학 등 1800여 곳에서 서비스, 고객관리, 금융마케팅, 상담 및 세일즈 스킬, 행동경제학 등을 주제로 강의해왔다.


 


현재 (재)한국경영정책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스마트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해박한 이론에 풍부한 현장 사례와 실천을 접목한 명강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정책자문위원, 금융연수원 강사, 산업통상자원부 서비스품질인증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숭실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공감이 먼저다』(2015)『고객의 마음을 훔쳐라』(2013)『하루를 일해도 사장처럼』(2011)『성과를 만드는 CS경영』(2010)『리마커블 서비스』(2009)『장정빈의 금융CS』(2008)『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라』(2007)『서비스 아메리카』(2003, 역서)『먼저 돌아 눕지 마라』(2003)『타잔 마케팅』(2002) 등이 있으며, 여러 매체에 서비스 관련 칼럼을 기고하면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메일 jjbin@hanmail.net


 


■ 차례
머리말
서비스의 사각지대로 들어가라!


 


1 서비스는 느낌이다 - 고객과 하나 되기
고객처럼 생각하라
서비스에는 오직 베터(better)가 있을 뿐!
핵심 가치를 고객만족으로 정렬하라
고객만족은 천국의 식사처럼
고객의 열망지도에 “아닙니다”는 없다
고객의 기대를 배반하라
진정성의 힘


 


2 서비스는 어디로 가는가 - 서비스 전략 & 디자인
평균은 기억되지 않는다
CS경영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더 소중한 고객이 있다
서비스 평가는 고객의 눈으로
울고 싶어도 웃는 감정노동의 진실
스펙이 아니라 천성을 채용하라
사장처럼 일하는 직원은 누구인가


 


3 서비스는 영원하다 - 서비스의 정석
서비스


에 예술을 허하라
사소한 서비스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공감이 먼저다
탁월한 서비스맨의 커뮤니케이션
무엇이 특별한 상품을 만드는가
사과는 화끈해야 사과
당신은 소중합니다
제품을 팔지 말고 서비스를 사게 하라 


 


4 숨어 있던 서비스를 찾아서 - 히든 서비스의 비밀
내가 선택하면 안 되겠니?
쾌락을 편집하라
행복을 배달하는 ‘고객경험’을 서비스하라
때로는 고객의 생각을 뒤집어라
고객의 시간을 왜곡하라
가격에 숨은 서비스의 비밀
품격이 지갑을 열게 한다
끝내주는 서비스의 끝은 어디인가 




히든 서비스


서비스는 느낌이다 - 고객과 하나 되기

고객만족은 천국의 식사처럼


<천국과 지옥의 식사>

어떤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구경하게 되었다. 마침 양쪽 다 식사시간이었다. 모두가 겸상을 하고 있었는데, 팔보다 훨씬 긴 젓가락으로 먹되 한 번 떨어뜨린 음식은 다시 집어먹을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다. 지옥에 있는 이들은 제각기 음식을 집어서 자기 입에 넣으려 했지만 젓가락이 너무 길어 떨어뜨리기만 할 뿐 한 입도 제대로 먹지 못해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그런 몸부림을 볼 수 없었다. 규칙도 젓가락 길이도 똑같았지만 모든 사람이 배불리 먹고 있었다. 마주 앉은 사람의 입에다 서로 넣어주었기 때문이다.


고객만족의 경영철학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상생이다. 천국에서처럼 서로 상대방의 입에다 음식을 넣어주는, 즉 남을 먼저 이롭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내가 이롭게 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의 성공 사례도 사람을 먼저 이롭게 한 경우다. 1998년 두 대학생이 구글이라는 회사를 차렸을 때 이미 전 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는 1억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검색시장도 포화 상태로 야후, 알타비스타, 익사이트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2001년 봄, 구글이 야후를 누르고 세계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검색엔진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구글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우수한 검색 기능이었다. 구글은 빠르고 정확한 검색을 위해 당시 검색포털의 유일한 돈벌이였던 배너광고를 포기했다. 배너광고가 있으면 웹페이지가 뜨는 시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검색과 상관없는 광고를 봐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것이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선택이었다. 후발업체로 시작한 구글은 이렇게 광고 수입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포기하고 고객 입장에서 빠르고 쉽게 검색하게 함으로써 경쟁사보다 탁월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마침내 선두의 자리에 올랐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게 아니라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 존경받는 정치인, 사랑받는 기업은 고객과 국민을 먼저 이롭게 하고 더 편리하게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더 큰 기쁨을 먼저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지불한 것 이상의 가치나 기쁨을 얻을 때 만족한다. 10만 원짜리 넥타이를 선물한 여자에게 10만 원짜리 화장품 세트로 되갚는 남자는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더 자극적이고 자상한 남자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뺏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10만 원짜리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10만 원만큼의 가치를 느끼면 된다고 믿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 2, 3배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경쟁사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지불한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오래간다.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주는 CS경영을 위해 기업은 언제든 고객에 대한 철학을 바꾸고 미션을 새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서비스는 전략이 아니다. 고객서비스는 삶의 방식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다 같을 수는 없다. 흔히 고객을 구분할 때 산토끼, 집토끼라는 비유를 사용한다. 신규고객을 산토끼로, 기존고객을 집토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산토끼는 잡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힘들여 잡아와도 다시 도망가기 일쑤다. 산토끼를 잡으러 다니는 사이 집토끼가 도망갈 수도 있다. 반면에 집토끼는 잘 관리해주기만 하면 된다.


고객이 갈망하는 것

많은 콜센터들이 첨단기술을 통해 빠르고 편리하게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채워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고객만족도 조사를 보면 대다수의 고객들이 빠르게 전화를 받고 따뜻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콜센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표준화된 시스템과 매뉴얼을 통해 효율적으로 응대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은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고객은 관계 증진을 원한다. 편안한 찻집 같은 서비스, 차가운 컴퓨터가 아닌 따뜻한 휴먼터치로 자신을 대해주길 갈망하고 있다.


미국의 신발 전문 온라인쇼핑몰인 자포스에서는 콜센터가 핵심 부서 중 핵심 부서다. 여기에서는 콜센터 대신 컨택센터라고 부르는데, 자포스가 고객서비스의 끝판왕이라는 명성을 얻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 부서가 바로 자포스의 경쟁력이자 성공 요인이다. 컨택센터는 직원을 100%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절차는 까다롭다. 상담원이 되려면 15명 이상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해야 하고, 통과가 된 후에는 매뉴얼 없이도 유연하게 고객을 응대할 수 있을 때까지 몇 주에 걸친 교육을 받는다. 또한 하루 통화건수를 제한하여 최고의 컨디션으로 상담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배려한다.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하는데, 응대시간이나 상담 내용은 정해져 있지 않다. 심지어 고객이 애완동물이나 남자친구, 취미 같은 사적인 수다를 늘어놓아도 적극적으로 받아주고 소통한다. 이를 위해 무려 6시간이 넘게 고객과 통화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에 대한 평가도 응대건수나 매출 연결건수가 아니라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켰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서 직원들은 정말로 특별한 자포스 사람이 되었다. 알아서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는 이를 행복의 배달이라고 표현한다.


더 놀라운 것은 자포스의 전체 매출에서 전화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채 5%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콜센터에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고객은 언젠가 최소한 한 번은 전화를 건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포스에서는 주문과 반품이 모두 무료다. 상품을 주문한 다음 마음에 드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반품할 수 있다. 그러다 망하는 거 아니야?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이에 대해 자포스의 재무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어떤 일을 고민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객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전략

고객을 행복하게 하면 고객은 떠나지 않는다. 고객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알아보자.


첫 번째 전략은 자포스처럼 단기 이익보다 장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창업 이래 마진 15%의 원칙을 고수했다. 15%는 우리도 돈을 벌고 고객도 만족하는 경계라고 생각한다. 마진이 더 커지면 과감히 판매가격을 낮춘다. 15% 이상 이익을 남기면 기업의 규율이 사라지고 탐욕을 추구하게 된다.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길게 봤을 때 고객들이 떠나고 기업은 낙오한다는 것이 창업자 짐 시네갈의 철학이다.


두 번째 전략은 나쁜 이익을 버리고 좋은 이익을 좇는 것이다. 전에 제주도를 여행하는 동안 어느 유명 회사의 렌터카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즐겁게 1박 2일의 여행을 마쳤는데, 렌터카를 반납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주유소에서 연료를 원래 눈금에 맞추어 채워놓았는데, 공항까지 오는 동안 조금 소모되었던가 보다. 렌터카회사 직원의 지적에 내가 돈으로 계산하겠다고 했더니 대뜸 만 원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너무 많다고 하니 그러면 가스충전소에 가서 더 넣어오라고 했다. 기가 막혔지만 그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나만 당한 일이 아니었다. 약간 모자란 연료의 비용을 몇 배 더 비싼 가격으로 요구하면서 사용하지 않은 연료에 대해서는 일절 환불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익에는 좋은 이익도 있지만 직원 본인이나 회사에 독이 되는 나쁜 이익도 있다. 나쁜 이익이란 고객과의 관계를 해치면서 얻는 이익이다. 이런 이익의 비중이 높은 회사가 건실하게 성장하기는 어렵다.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낀 고객이 관계를 끊고 다른 경쟁사로 옮겨갈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해당 회사와 거래하지 말라고 열심히 선전하고 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는 170여 개의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오직 사회에 대한 책임과 명성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돈이 따라오지 뭡니까."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말이다. 이윤 극대화가 아닌 좋은 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목표가 도어야 한다. 직원, 고객, 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한 사람이 기업의 고객으로 존재하는 기간 동안 만들어내는 이익의 총합을 고객평생가치라고 한다. 한 번의 거래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총이익을 생각하는 것이다. CS경영과 일반 경영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CS경영은 이익 확보를 우선하기보다 돈이 벌리는 여건, 즉 고객만족에서 출발하여 그 결과로 이익을 확보하고 평생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고객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다. 고객을 만족시킨 대가로 얻는 팁을 이익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좋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서비스는 어디로 가는가 - 서비스 전략 & 디자인

울고 싶어도 웃는 감정노동의 진실


<웃지 않는 여사원>

사장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재미있는 유머를 들려주었다. 직원들은 이야기 중간중간에 책상을 두드리거나 배를 움켜쥐며 박장대소를 했다. 그런데 유독 한 여직원만은 웃지 않았다.

"자네는 왜 웃지 않지? 유머감각이 부족한가 보군."

사장의 물음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전 오늘 사표를 낼 예정이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웃기지 않아도 웃고, 때로는 화가 치밀어도 환한 미소를 지어야 할 때가 있다. 고객을 대하는 접점의 직원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매일, 매 순간 그렇게 해야 한다.


1990년대 초 고객만족경영이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준은 발전을 거듭해오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정도가 되었다. 일례로 미국의 CNN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10가지를 선정했는데, 항공기 승무원들의 친절한 기내 서비스가 그 안에 포함되기도 했다. 친절 자체는 당연히 자랑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바로 감정노동의 문제다.


감정노동은 고객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감추거나 억누르면서 해야 하는 일을 말한다. 그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감정노동자다. 항공기 승무원이나 백화점 판매원, 식당 종업원, 콜센터 상담원을 비롯해서 직간접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감정노동은 1983년 미국의 UC버클리대 사회학과 교수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로, 델타항공의 여승무원들을 관찰하며 추출한 개념이다. 그는 감정노동을 직업적인 특성에 따라서 마치 배우가 연기하듯 자신의 본래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이 원하는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노동으로 정의했다. 배우처럼 주어진 역할에 따라 감정이입을 통해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이 크게 주목받게 된 것은 한 대기업의 상무가 비행기에서 벌인 소동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였다. 미국행 비즈니스클래스 탑승객이었던 그는 기내에서 제공되는 라면에 대해 갖은 트집을 잡다가 급기야 들고 있던 잡지로 여승무원의 얼굴을 때려 미국 경찰에 신고당하고, 결국 공항에 내리지도 못하고 되돌아와야 했다. 이른바 라면상무 사건이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당한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갑질 행태도 감정노동을 이슈화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얼마 전에는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점원의 동영상이 떴다. 항공기 승무원을 비롯한 서비스 종사자들의 친절 뒷면에는 이 같은 인격적 모독 속에서 분노를 참으며 힘들어도 슬퍼도 웃음을 지어야 하는 수많은 을들의 아픔이 서려 있다. 과연 고객은 왕이고 서비스맨은 하인이어야 친절한 세상이 되는 것일까?


감정노동의 근본 원인

마케팅이나 CS경영에서 자주 듣는 말이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이다. 고객을 왕처럼 모셔야 감동시켜야 고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진짜 그럴까?


자본주의는 돈으로 매개되는 체제다. 내가 지불하는 돈과 내가 제공받는 상품과 서비스가 정확한 등가 가치를 형성한다. 가격이 적절하게 책정되었건 아니건 구매자는 상품과 서비스의 값을 지불할 뿐, 그 값에 판매자의 인격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매자와 판매자의 거래는 상호 간 호의에 기반해야 한다. 여기서 친절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호의를 전달하는 일종의 표현이다. 상대방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기 위한 허식이 아니라, 곳곳에 악의가 숨어 있는 험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인류가 개발해낸 유구하고도 세련된 생활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은 왕이 아니다. 상품과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면서 상대방과 호의를 나누는 파트너다.


감정노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자들을 울리는 고객의 심리가 고객은 왕이고, 너는 나의 종이다라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왕과 종으로 구분하는 인식이 서열 습성에서 비롯되었으며, 이것이 감정노동의 근본 원인이라고 밝힌다.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의 세계에는 어디서나 서열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의 모습은 어떨까?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서열 습성이 내재화되어 있다. 이것이 표출되는 대표적인 곳이 서비스 현장이다.


종업원들을 하인처럼 대하는 고객들이 있다. 멋대로 반말을 하고, 괜한 트집을 잡아 환불해달라고 고래고래 악을 쓰고, 다짜고짜 사장을 불러 따진다. 돈을 내는 왕의 지위를 이용하여 사장이건 종업원이건 얕잡아 보고 온갖 스트레스를 준다. 자신의 서열을 높여보고 싶은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이 작동한 결과다. 라면상무의 악행 역시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자신의 서열 확인을 위해 승무원을 아랫사람 취급한 데서 나온 것이다.


직원을 감동시킨 회사의 조치

그렇다면 우리는 심각한 감정노동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렵지 않다. 자신의 뇌에 사실을 알려주고 깨우치게 하면 된다. 감정노동은 서열 싸움이고, 나를 괴롭히는 못된 고객의 심리는 서열 집착에서 비롯된 거야라고 말해주면 뇌가 알아듣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한다.


인간의 서열 본능을 깨닫고 스스로를 낮추면 상대방의 공격 의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모욕감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상대방이 건네는 모욕적 언사를 나 자신에 대한 모멸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대방의 못된 자아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나는 직장생활 중 22년을 은행원으로 보냈다. 그 가운데 15년 이상을 서비스 관련 업무, 그것도 일선 민원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당시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민원 해결의 고수로 통했다. 거기엔 내가 즐겨 사용하던 전략(?)이 있었다. 공격적으로 나오는 고객들에게 무조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미안해하는 것이었다. 고객들을 상대하며 발견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지위가 높고 나이가 든 관리자에게 더 심한 비난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고객들에게 어쩔 줄 몰라 하며 사과부터 하고 나면 대부분 공격을 멈추었다. 속이 풀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속으로 매우 통쾌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노동의 문제는 결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조직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회사가 직원들에게 고객으로부터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다음은 어느 도시락카페의 입간판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한테 무례한 행동을 하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참으로 멋진 주인이다. 이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콜센터는 사람들이 분노를 터뜨리는 대표적인 곳이다. 온갖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는 악성고객들 때문에 상담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상담원들은 꾹꾹 참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고객의 전화를 먼저 끊지 못하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상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악성고객과의 통화를 끊을 수 있게 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고객이 막무가내로 나오거나 욕설을 하면 다음과 같이 단호한 메시지로 대응하게 한다.


"저는 고함을 지르거나 욕설이 사용될 때는 통화를 계속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저는 이 통화를 끝내야 합니다."


상담원들은 이처럼 자신들을 존중해주는 회사의 조치에 대해 감동하고 있다고 한다.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조건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하나 필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감정노동자를 배려하는 사회문화의 조성이다.


프랑스 리비에라의 한 카페에서 고객의 친절도에 따라 다르게 가격을 매기는 메뉴판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메뉴판에 이렇게 쓰여 있다.


"커피 한잔 - 5.9유로(8,000원)"

"커피 한 잔 주실래요? - 4.25유로(6,000원)"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만 주실래요? - 1.4유로(2,000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 메뉴판을 만든 주인에게 사연을 들어보니 무례하게 구는 고객이 많아 써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커피 전문점이 "따듯한 말 한마디" 이벤트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공손하게 주문하면 커피값을 50%까지 깎아주고, 반말이나 속된 말을 쓰면 할인해주지 않는다. 처음에는 한시적인 이벤트로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매월 첫째 수요일에 계속하는 것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때로는 이것이 인생과 비즈니스의 성패를 결정하기도 한다.


방위산업체 레이시언의 CEO 빌 스완슨은 <스완슨의 알려지지 않은 경영의 법칙>에서 웨이터의 법칙을 강조한다. 웨이터를 거칠게 대하는 사람은 절대로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지 말라는 귀뜸이다. 그런 사람은 웨이터만이 아니라 직원들도 험하게 다루어 인재가 떠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상대방과 식사를 하면서 웨이터를 어떻게 대하는지 꼭 살폈다고 한다.


한 정보통신업체의 CEO는 함께 식사를 하던 사람이 웨이터의 실수를 유머로 넘기는 것을 보고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웨이터가 그의 고급 양복에 와인을 쏟았는데도 "오늘 아침에 바빠서 샤워를 못했는데 그걸 어찌 알았느냐"는 우스갯소리로 당황하는 웨이터를 위로하는 모습에서 그의 인품을 읽었던 것이다.


인격이 높고 신뢰할 만한 경영자는 자신의 운전기사나 비서, 경비원을 아랫사람이라고 홀대하지 않는다.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고, 식사할 때도 그들을 챙기고 배려한다. 이처럼 웨이터의 법칙, 비서의 법칙, 운전기사의 법칙 등을 적용해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나와 가족, 친구를 포함해서 우리는 누구나 소비자인 동시에 감정노동자가 될 수도 있다. 앞에서 소개한 도시락카페의 입간판에는 이런 글귀도 쓰여 있었다.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입니다." 고객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지위를 누리는 것 못지않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할 때 사회의 시한폭탄과도 같은 감정노동 문제가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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