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팔다

   
마스다 무네아키(역주: 백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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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북스
   
13000
2014�� 04��



■ 책 소개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의 저서. 일본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의 추세를 간파하고 그 가운데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를 찾아 TSUTAYA를 일본 최대 규모의 ‘지知-스토리지’로 키워낸 저자가 미래의 비즈니스를 예측한다. 





지금까지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이 수행해온 수많은 기획을 집대성하는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의 기획 과정을 세밀하게 서술한 이 책에는 TSUTAYA 오픈 이래 시대의 인식과 사회 인식,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기획의 본질을 응축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마스다 대표가 일본이라는 역사적 공간 속에서 최근 30여 년 동안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을 어떻게 기획해왔는가 눈여겨봄으로써 미래 비즈니스를 보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고객은 누구인가?(1부), 고객과는 어떤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2부),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제공할 것인가?(3부)와 같이 고객-소통-콘텐트라는 문제접근 방식은 독자가 어떠한 사업 영역에 있든지, 독자의 직업이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자신의 현주소를 돌아다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각 부 말미에 수록된 외부 전문가(유명 카피라이터, 게임 크리에이터, 건축가)와의 대담은 저자의 비즈니스 철학을 외부와 소통하며 확대 재생산하여 전달해준다. 독자는 저자의 모노로그뿐 아니라 지식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치 TV로 대담 프로그램을 방청하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 


1951년 오사카 히라카타시에서 출생했다. 도시샤 대학을 졸업하고 주식회사 스즈야에 입사, 가루이자와 벨코몬즈 개발 등에 참여했다. 1983년 주식회사 스즈야를 퇴사하고 히라카타시역 앞에 ‘츠타야TSUTAYA 서점’을 열었다. 1985년 오사카 스이타시에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현재 TSUTAYA를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의 CEO로 재직 중이다. 





■ 역자 백인수 


1965년생 충북 음성에서 출생했으며, 고려대학교와 와세다대학에서 수학하고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산업연구원(KIET)에서 유통정책 연구원으로, 2007년 이후에는 롯데 그룹에서 유통전략 연구원으로 재직, 현재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 담당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 및 역서로는 『유통산업구조와 업태별 이슈(산업연구원, 2006)』『끌리는 매장의 비밀(청림출판, 2009)』『명품직원이 고객을 움직인다(청림출판, 2012)』 등이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 기획의 나침반 





제 1 부 : ‘프리미어 에이지’의 가능성 


제1장 ‘세계 최초’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제2장 고객이 느끼는 ‘피부 감각’과의 거리 


제3장 ‘고객가치’의 미러 이미지 


제4장 ‘어른을 바꾸는 어른’의 탄생 


제5장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장소 


제6장 ‘물건’과 ‘행위’의 벡터 


대담: 이토이 시게사토 / 마스다 무네아키 ‘프리미어 에이지의 낙원’ 





제 2 부 : 커뮤니케이션의 역학 


제7장 ‘ON’과 ‘OFF’의 용해溶解가 가져다준 것 


제8장 ‘다이칸야마’와 ‘가루이자와’라는 숲의 자기장 


제9장 ‘편집권’이 옮아가는 시대 


제10장 추천(recommend) 진화론 


제11장 콘텐트는 유료인가? 무료인가? 


제12장 온라인에서 체온이 느껴지는가? 


대담: 이노 겐지 / 마스다 무네아키 ‘커뮤니케이션의 가치와 질’ 





제 3 부 : ‘숲속의 도서관’을 품은 거리 


제13장 건축이란, 곧 미디어(media)다! 


제14장 다이칸야마와 시부야의 위상 


제15장 구야마테 도오리의 테루아르 


제16장 방송국 소재지와 시청률의 특이한 상관관계 


제17장 ‘숲속의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 


제18장 ‘볼 수 없는 영화는 없다’를 위한 로드맵 


제19장 4000평의 카페에서 일어나는 드라마 


제20장 출발점과 도착점을 잇는 것 





대담: 클라인 다이섬 아키텍처 / 마스다 무네아키 ‘심플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 





마치며 : 나선형의 여정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프리미어 에이지의 가능성

세계 최초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2011년 여름에 완성될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의 부지에 TSUTAYA의 대형 매장 3개와 다양한 전문점을 세우는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서점이 창조하는 거리라는 주제를 구체화하려는 시도다. 1983년 3월 오사카 히라카타시에 츠타야 서점 1호점을 오픈하면서 시작된 TSUTAYA의 기획을 30여 년에 걸쳐 조금씩 구체화해온 하나의 결실이 다이칸야마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마다 이를 두고 TSUTAYA의 새로운 업태라는 타이틀로 소개하는 대중매체가 적지 않다. 사내 회의에서도 대표이사인 나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직원들이 더러 있다. "어떤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면 좋을까요?" 하지만 나는 신규 사업 혹은 세계 최초의 시도 등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가치를 튼튼한 기반으로 삼는 일이다. 이는 절대 원칙이다. 예를 들어 TSUTAYA 매장의 특징 중 하나로 심야 영업을 들 수 있는데, 처음 시도됐을 당시에 사람들의 눈에는 참신하게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다른 회사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또한 "영업시간을 늘리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날 거야." "영업시간을 늘리면 그만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야." 같은 생각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다.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낸 억지 논리이자, 고객가치와 전혀 관계없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니까.


단순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의도에서 탄생된 기획은 반드시 실패한다. 새로운 업태 혹은 새로운 발상처럼 듣기 좋은 말에는 은폐된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다. 즉 고객의 눈에 기획자는 억지 논리가 보이지 않도록 숨겨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매장의 입장과 고객의 입장 사이에는 격차가 존재한다. 정반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에 매장 측은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하여 고객에게 발생한 불이익과 불편함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초래됐다는 사실을 감추려고 한다.


"이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입니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 다소 당황스러운 점이 발생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변명이 존재한다. 그러나 고객은 특별히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느끼기에 쾌적하고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원할 뿐이다. 새로운 서비스든, 오래된 서비스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 여관이 해외의 유명 호텔과 어떻게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기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고객의 욕구를 새롭다라는 면죄부를 이용해 무시한다면 고객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획은 잠시 동안 고객의 관심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머지않아 고객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획은 늘 회의실 안에서 탄생된다.


"사건은 회의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일어난다!!" 혹시 이런 명대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주인공인 아오시마 슌사쿠가 외쳤던 말이다. 이는 마케팅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의실에 앉아서 "뭔가 새로운 것이 없을까?"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한 그 순간, 회의실에서 탄생되는 기획은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요, 생명력을 잃은 시체나 마찬가지다. 세계 최초, 새로운 업태, 새로운 발상 등은 매장 측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현장 즉, 고객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에서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 비로소 진정한 기획이 탄생된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기획이라면 새로운 시도라도 추진해야 한다. 가령 "이런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막연한 바람을 종합해서 기획을 세우고 그런 장소를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장소가 새로운 업태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다이칸야먀 프로젝트의 TSUTAYA는 지금까지 운영해온 기존의 TSUTAYA 매장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갖는다. 단, 이번 프로젝트가 새로운 업태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명확히 해두고 싶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도가 됐지만 새로움을 추구한 끝에 얻어낸 것은 결코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역학

온라인에서 체온이 느껴지는가?

TSUTAYA와 같은 매장을 운영하다보면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무엇을 바라는지 저절로 보인다. 일종의 유행이라고 할까? 막연하고 애매모호한 것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중에는 개개인의 취향과 의지를 뛰어넘는 시대적 분위기라고 불러야 할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의 DVD 판매와 대여 경향을 살펴보면, 미국 할리우드 작품이 주춤세를 보이면서 이를 대신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음악 CD에서도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과연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나는 미국식 이기주의의 봉착과 그와 반대되는 가족주의에 대한 회귀를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능력만 있으면 성공한다."는 자본주의의 경쟁 원리에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족과 동료 등의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자신이 앞으로 머물러야 할 장소를 찾으려는 것이다.


사실 앞서 내가 향후 비즈니스는 사회 공헌과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시대적 분위기는 그 방향을 틀려고 하고 있다. 이기주의는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고, 이타주의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친환경으로도 이어진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했던 소비에서 환경을 배려하는 재활용으로 변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마켓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도 바뀔 것이다. 그의 단적인 예가 바로 트위터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다른 사람과 지금 이 순간 트위터를 통해서 연결됐고 서로 통했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이것이 바로 시대적 분위기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이기주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생긴 일이다.

예전부터 미국은 홈쇼핑이 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이 정착되어 있다. 국토가 넓다는 이유도 있고, 신용 카드의 사용이 발달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포머셜이라는 방법은 홈쇼핑에 의해 탄생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인포메이션과 커머셜이 합쳐진 조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마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처럼 상품을 사용한 실험이나 체험자의 소감을 담아서 상품을 소개하는 코너를 구성하는 것이다. 지금은 TV를 켜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됐지만, 미국 홈쇼핑 프로그램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쨌든 이러한 홈쇼핑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통신 판매 회사의 콜센터에서 있는 일인데, 한밤중에 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이 인생 상담이라고 한다. 재미삼아 거는 그런 장난 전화가 아니라, 진실하고 절박한 내용이 담긴 상담 전화라는 것이다. 물론 각 통신 판매 회사마다 대처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을 텐데, 이 경우에는 고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상담에 응하라고 적혀있는 모양이다. 전화를 건 고객이 15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고 상담을 받은 후에 "그 상품을 사겠어요!" 하면서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어쩌면 이는 인포머셜이라는 방법이 초래한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TV 화면을 통해서 방송되는 일반 사용자의 체험 모습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콜센터의 일화는 인터넷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암시해주기도 한다. 홈쇼핑은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집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편리함 덕분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비즈니스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홈쇼핑 사례를 통해서 나는 향후 편리해진다는 장점 이외에 감성적인 가치를 부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휴먼 터치가 느껴지는 인터넷, 바꿔 말하자면 인간의 체온이 느껴지는 인터넷을 이용자들이 원하지 않을까?


물론 이는 TSUTAYA의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매장이라는 실존하는 공간과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융합시키려면 인간의 체온이 느껴지는 인터넷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이런 일들이 가능해지면 어떨까?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와 실존 공간을 통한 커뮤니티가 일상적으로 교차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성공한다면 새로운 커뮤니티의 한 형태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IT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비즈니스의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IT 기술은 큰 변혁을 강요하는 만큼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러한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떨쳐냈을 때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IT 혁명 시대에 프리미어 에이지를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할 공간을 만드는 것,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에 이렇게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것은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숲속의 도서관을 품은 거리

숲속의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

나는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의 중심 고객층으로 프리미어 에이지를 택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창의성을 향사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내가 내놓은 답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서적을 모아두는 곳이다. 지금은 서적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서 손쉽게 주고받는 물건이 됐지만, 과거 구텐베르크가 인소기를 발명하기 이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한 권의 서적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어야 했고, 그 때문에 유통되는 서적의 수량도 극히 적었다. 일종의 공예품과 같았다. 그래서 서적을 보유한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었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서관이 대부분 귀족이나 왕실의 저택 교회 등과 같은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장소의 부속시설로 지어진 데는 이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도서관을 짓고 서적을 보관하는 행위는 주변으로부터 존경받는 일이기도 했다.


이처럼 도서관이 갖는 본래의 특권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시설을, 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다이칸야마에 만들고 싶다. 다이칸야마의 울창한 숲속에 말이다. 특권성이라고 해서 부자를 위한 문화 클럽을 만들고 싶은 건 아니다. 내가 말하는 특권성은 자산이나 소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지성이나 이성에 기반을 둔 것이다. 프리미어 에이지는 이른바 지(知)의 상위권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자각을 하고 있든 아니든, 프리미어 에이지에게 지식이나 예술의 세계를 사랑하는 딜레탕티즘(dilettantism)은 생활에도 반드시 필요한 정신적인 요소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개척해온 세대다. 어떤 종류의 딜레탕티즘이 그들을 그들답게 만드는지를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책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들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집을 짓거나 아파트를 구입할 때 서재를 마련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재는 그들에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한 공간이다. 책장에 놓인 책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한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가 꿈꾸는 숲속의 도서관은 그들의 서재와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즉 서재를 확대시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도 좋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대 사회에서 소유라는 개념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케자와 나쓰키의 아쿠타기와상 수상작인 『스틸 라이프』속의 등장인물이 "뭐든지 가게에서 팔고 있어. 지금 자기 손에 없어도 가게라는 창고에 맡겨놨다고 생각하면 돼!"라고 말한 것이 1987년이다. 이 무렵부터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물건을 소유하지 않아도 생활이 충분히 가능해졌다. 가령 냉장고에 아무 것도 없어도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에 가면 원하는 것은 뭐든지 살 수 있다. 아니, 이제는 냉장고도 필요 없게 됐다.


현대 사회의 서재도 마찬가지다. 서재가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장소로 기능하는 이상, 개인의 거주 공간에서 서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365일 심야 영업을 하는 TSUTAYA가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심야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로 소유를 대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또한 나는 구텐베르크 이전의 소서관을 부흥시킨다는 의미에서 다이칸야마의 숲 속의 도서관에 또 다른 혁신적인 변화를 도입하고자 한다. 바로 빈티지 매거진의 아카이브다. 예를 들어 창간호부터 폐간호에 이르기까지 출판된 잡지 헤이본 펀치를 전부 모아둔 장소가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밖에도 아무리 구하려고 해도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과거의 인기 잡지를 누구나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장소를 나는 숲속의 도서관에 마련할 계획이다.


그렇기 때문에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은 전자책이라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전자책이라는 용어는 최근 들어 마치 유행어처럼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전자 서적의 구체적인 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 신중하게 고려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출판 불황의 장기화로 인해 새롭게 출현한 판로로 갈아타고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자책이라는 기술은 예를 들어 빈티지 매거진의 아카이브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빈티지 매거진 아카이브에서 취급하는 잡지는 판매할 수 없다. 세상에 한 권밖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대여도 어렵다.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도 2~3명이 동시에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아카이브의 매력은 반감될 것이다. 그래서 서적의 전자화라는 기술이 필요하다. 즉, 출판된 모든 헤이본 펀치를 한 페이지씩 스캔해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분류키를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이 보고 싶은 연, 월, 주의 인물이나 주제어를 넣어 검색할 수 있다. 이를 태블릿 PC를 통해서 꺼낼 수 있다면 전자 서적이라는 기술에 큰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물론 숲속의 도서관에 구체화될 기능은 이것만이 아니다. 자가 출판이나 자비 출판된 도서, 동인잡지, ZINE 등 쉽게 구할 수 없는 소량 출판도니 양질의 출판물도 판매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잡지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를 도입해야 비로소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는 프리미어 에이지가 원하는 서재를 확대해서 옮겨 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미어 에이지에게 영감을 주는 장소를 창조한다는 주제는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높아서 여간해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나선형의 여정

앞서 나는 클라인 다이섬 아키텍처의 3인방 아스트리드 클라인과 마크 다이섬, 히사야마 유키나리와 대담을 나누던 도중,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로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언급했다. 갑자기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튀는 것 같지만, 사실 평소의 내 사고방식은 구겐하임 미술관의 구조와 동일하다. 나선형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나선형의 사고 방법을 나 자신에게 과제로 부여한 것일까? 그 이유는 나선형의 사고 방법을 통해 내린 결론이 직선형의 사고 방법을 통해 내린 결론보다 성공할 개연성이 높익 때문이다. 실제로 전제에서 결론까지 일직선으로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의 천재뿐이다. 대개는 하나의 전제로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검증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사고 과정을 진지하게 반복하게 되면 결론에 이르는 여정은 일직선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프로세스가 나선 형태만 그리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나선을 그리면서 하나로 연결된 사고여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부분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 즉 그 어떤 모순도, 그 어떤 비약도 없이 나의 사고는 고객가치의 창조라는 나침반을 따라 끊임없이 지속됐다는 자신감 말이다. 그 근거가 바로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다.


즉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는 20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나선형을 그리며 계속 상승해왔다. 그래서 맨 위에서 내려다보면 원의 동일선상에 위치하고, 바로 옆에서 보면 멀리 떨어진 상층부에 존재한다. 여러 번 말하지만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는 나 나름의 나선형 사고의 귀결이다. 그것이 2011년 여름 다이칸야마에 실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니 무척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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