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돌파구를 찾으려면 생각의 천장을없애라!
경쟁의 파도는 잔잔하던 블루오션마저도 삽시간에 레드오션으로 바꾸어놓는다. 마케터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블루오션이라는 우연하고 일시적인 행운이 아니라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마케팅 사고이다. 언제나 마케팅 돌파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것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통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0여 권에 달하는 최신의 명저(名著)를 고찰하고 그 중에서 정수를 뽑아 담은 결과물이다. 실제로 저자는 마케팅은 물론경영 전반에 걸쳐 최근 10여 년간 출간된 주요 서적들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관련된 예리한 통찰력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 내고있다. 하지만 그 울림은 마케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는 이에 따라서 이 책은 전략서가 되기도 하고,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각을 필요로 하는이들에겐 아이디어 북이 되기도 한다.
■ 저자
홍상진
연세대학교를 나와 대전대학교 병원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매년 수백 권의 책을 정독하는 그에게 대학도서관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거의 무제한으로 대출할 수 있는 교수 신분을 활용하여 매년 관심분야를 조금씩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이 책도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한동안 음악방송 코너를 진행했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LP 음반 수집이 취미다. 1만 장이 넘는 음반을 보유중이며, 향후 "우리나라 가요"에 대한 책을 쓸 계획도 가지고 있다. daniel@dju.ac.kr
이광수
연세대학교와 미국 Virginia CommonwealthUniversity에서 공부하였다. 미국 MPCRF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였고,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2009년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서 수여하는 젊은 보건행정연구자 상을 받았다. 전략경영, 의료의 질 관리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주제로 강의와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매년 에어쇼를 참관할 정도로 항공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 차례
01 생각의 천장을 없애라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시작하라:월마트 신화의 탄생 | 무한대의 외부 자원을 활용하라: 골드코프 챌린지 콘테스트 | 사양 산업은 없다: 동춘 서커스 vs 태양의 서커스 |무에서 유를 만들어라: 타다카피의 공짜 비즈니스 모델 | 없애는 것도 혁신이다: QB 하우스 경쟁력의 비밀 | 트리즈로 해답을 찾아라: 폐교위기에서 부활한 초등학교 | 기술이 아니라 니즈에서 출발하라: 통증을 잊게 하는 수면 내시경 | 제품 대신 시장에 초점을 맞춰라: 웅진 코웨이의렌털 비즈니스 | 혁신을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굴러다니는 시계, 클러키 | 혁신에 이르는 통찰의 기술: 오티스의 거울 | 아이디어 시스템을만들어라: 아이디어 주식시장
02소비자의 마음으로 시장을 읽어라
시장을 모르면 1등 브랜드도 실패한다: P&G 팸퍼스가 일본에서 실패한 이유 |문화가 다르면 시장도 다르다: 프랑스 치즈 VS 미국 치즈 | 고객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제품이다: 지오지오의 미국 알아가기 | 소비자의 속내를알아 내라: 네스카페가 초기에 고전한 이유 | 고객의 심리를 역이용하라: 영리한 2등 전략 | 유통업자를 경쟁자로 만들지 마라: 반영구적엔진오일의 실패 | 제품에 대한 환상에 빠지지 마라: 이창명의 라멘 가게가 망한 이유 | 누가 진짜 고객인지 먼저 파악하라: 1등 세일즈의 비밀| 컨셉이 제품의 운명을 결정한다: 자일리톨 껌의 부활
03 포지셔닝에 사활을 걸어라
업(業)을 재정의해 재포지셔닝하라: 스와치의 성공 비결 |전략적 목표에 포지셔닝하라: 에이비스의 2등 전략 | 떠오르는 트렌드에 포지셔닝하라: 렌터카 업계의 신성, 엔터프라이즈렌터카 | 역발상으로포지셔닝하라: 비틀의 "Think Small" 캠페인 | 시장을 세분화해 포지셔닝하라: 배달 전문 도미노 피자 | 포지셔닝은 단순할수록 좋다:카트라이더가 국민 게임이 된 이유 | 속도에 포지셔닝하라: 덴마크 우유, 아를라(Arla)
04 이기는 방법은 따로 있다
자신의 약점을 공격하라:선두 기업을 위한 방어적 마케팅 | 경쟁자의 약점에 화력을 집중시켜라: 2, 3위 기업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 | 전략적 틈새시장을 장악하라:새로운 주자를 위한 측면 공격 마케팅 | 살금살금 시장을 잠식하라: 소규모 기업을 위한 게릴라 마케팅 | 시장 포지션에 맞는 전략을 찾아라:입시 문제집들의 마케팅
05 베스트원보다온리원이 낫다
유니크함이 경쟁력이다: 크롬하츠가 고가에도 잘 팔리는 이유 | 독창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라: 디자이너도,생산 시설도 없는 의류 회사 | 업계 관행을 뒤집어라: 낙소스의 성공 비결 | 남다른 것이 경쟁력이다: 행인의 심금을 울린 걸인 연주자 |독창적 운영 시스템을 개발하라: 24시간 투숙하는 호텔 | 다른 업종의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라: 맥도날드식 아라빈드 안과 병원 | 고객 마음속유일한 브랜드가 되라: 꿈을 파는 할리데이비슨 | 독특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쇼울다이스 병원 | 유니크한 병원:행복한 의사들의 제너럴 닥터 | 유니크한 라디오 채널: 독불장군 모토 에프엠 | 정말 유니크한 회의: 어떻게 하면 산업자원부가 빨리 망할까?
06 디테일에 목숨을걸어라
0.01%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여라: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비행 | 성공하는 조직은 디테일에 강하다: 신라호텔의고객 알아보기 서비스 | 디테일은 일부가 아니라 전부이다: 소설가 김훈 |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하지 마라: 한 끼 식사 때문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비즈니스 | 세심함이 성공의 열쇠다: 경영의 신, 왕융칭 | 디테일한 프로세스가 경쟁력이다: KFC가 요리의 나라 중국에서 성공한 이유 |1%만 바꿔도 성공할 수 있다: 차이를 만들어 내는 1%의 비밀
07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라
고객을 위해 신경 쓰고 있음을 알려 줘라: 디즈니 병원의서비스 전략 | 인간적인 배려보다 강력한 서비스는 없다: 환자들이 정말로 고맙게 느끼는 것 | 고객은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믿는다: "고객의소리 듣기" 사진전 | 제품에 마음을 담아라: 순종의 "쇠고기탕" | 열정도 보여 줄 수 있어야 경쟁력이다: 늦깎이 대학생의 입시 전략
08 리마커블이 감동을 낳는다
업의 본분을 기억하라: 420포대의 동전을 수납한 은행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라: 총각네 야채가게의 단골 관리 | 제품 대신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라: 리바이스의 맞춤 청바지 | 될 때까지 하라:일본전산의 리마커블 서비스 | 배려를 서비스하라: 속 깊은 우동 한 그릇 |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라: 예치과의 일류호텔 서비스 | 고객을친한 친구처럼 대하라: 개인적 서비스가 특별한 이유 | 고객의 마음을 읽어라: 서비스 고수를 감동시킨 막걸리 장수 | 놀라운 고객 경험을제공하라: 십만 불짜리 후추 셰이커 | 리마커블 서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리마커블 상사
09 열정과 신뢰가 힘이다
지름길을 찾지 마라: 배병우와오카노 마사유키의 열정 | 뭐든지 지나칠 정도로 하라: 약사 김성오의 친절 전략 | 집중력은 열정에서 나온다: 프린시피아 메네지멘타 | 먼저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라: 연습벌레 발레리나의 성공 비결 |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열정의 힘: 4,000장의 엽서 | 적당히 해서는 이룰수 없다: 칠고초려 | 끝없는 연습이 천재를 만든다: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 | 명품을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정성이다: 초밥왕미즈타니 하치로 | 열정의 크기가 배역의 가치를 결정한다: 학예회 연극 공연 | 신뢰가 최고의 상품이다: 앵커 브루잉 양조장 | 소통이 없으면신뢰도 없다: GE의 낙하산 인사 대처법
10 감성과 스토리가 자산이다
스토리가 마음을 움직인다: 거부할 수 없는 구직 원서 |스토리가 황금알을 낳는다: 새로운 부의 원천, 창조 산업 | 이야기 산업의 시대가 왔다: 이야기 회사 디즈니 | 성공 스토리를 팔아라: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박지성 | 위대한 스토리를 가진 기업가: 스티브 잡스| 감성을 자극하라: 어느 부동산 업자의 하이터치 마케팅| 최고의스토리를 들려 줘라: 스토리가 있는 와인, 빅타투 레드 | 평판에 투자하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머크" | 위트와 코믹으로 경쟁하라:사우스웨스트 vs 스티븐스의 멋진 대결
11 스페이스도 마케팅이다
특별한 고객 경험을 연출하라: 노드스트롬 피아노 | 싸움의 장소를바꿔라: 후발 주자가 승리하는 방법 | 감성 체험을 디자인하라 : 좋은 기억을 남기는 MRI | 스페이스 시너지를 창출하라: 워렌 버핏의 신문배달 | 스페이스를 재정의하라: 물리적 스페이스의 소멸
마케팅 생각의 천장을 없애라
생각의 천장을 없애라
무에서 유를 만들어라: 타다카피의 공짜 비즈니스 모델
일본의 공짜 복사가게 ‘타다카피(Tadacopy)’는 자선 단체가 아니다. 오셔나이즈라는 기업이 운영하는 타다카피는 게이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모태로 2006년에 세워졌다. 공짜 복사라는 전혀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은 서비스로 이 회사는 2007년 한 해 동안 2억 엔을 벌어들였다. 전년도 매출이 2200만 엔이었던 것에 비하면 1년 만에 매출이 10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공짜로 복사를 해 주고도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답은 복사지 뒷면에 숨어 있었다. 타다카피의 복사지 뒷면은 일본의 대기업이나 학교 근처 사업장 광고로 가능하다. 백지인 뒷면을 광고 페이지로 활용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광고 전단지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은 전단지를 얼마나 간직하고 기억할까? 그러나 타다카피의 복사지 뒷면을 활용하면 이런 고민은 해결된다. 필요에 의해 복사한 문서는 그냥 나눠 주는 전단지에 비해 훨씬 더 오래 간직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돈도 적게 들 뿐더러 타깃 고객인 학생들이 더 오랫동안 보관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무료로 복사를 하는 학생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양쪽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킨 타다카피는 2년 만에 일본 전역 46개 대학으로 사업장을 확대했다.”(이장우·황성욱. 『마케팅 빅뱅』, 위즈덤하우스, 2009)
타다카피의 비즈니스 모델은 학생들에게 직접 돈을 받는 대신 제3자인 스폰서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물론 수익의 매개는 타다카피의 경우 무료 복사이지만, 업종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공짜 비즈니스 모델의 또 다른 사례로 2007년 8월, 영국의 음반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프린스(Prince)사건이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일요판 신문에 프린스의 신작 앨범을 공짜로 끼워 넣은 것이다. 런던 콘서트 투어를 앞둔 프린스 입장에선 데일리메일의 홍보가 필요했고 데일리메일은 그들 나름대로 판매부수 신장을 위한 마케팅이 필요했기에 가능한 ‘사건’이었다. 프린스는 데일리메일에 끼워 넣은 300만 장의 CD 인세(약 560만 달러)를 손해 본 것 같지만 사실은 총 21회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입장권 판매 2,340만 달러), 신문사 측으로부터 100만 달러의 저작권료를 별도로 챙긴 덕분에 결코 밑진 장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공짜 전략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해서 점점 더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일례로 유럽의 백색 가전업체 보쉬-지멘스(Boash-Siemens)는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와 결합하여 2008년 7월부터 저개발 국가에서 헌 냉장고를 새 냉장고로 바꿔 주는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브라질의 전력회사와 제휴해 빈민층에게 고효율의 냉장고를 공짜로 나누어 주고 있다. 최신 냉장고를 공짜로 주고 대신 전기 소비율이 높은 구형 냉장고를 수거하는 것이다. 이후 구형 냉장고와 대비한 최신 냉장고의 전기 사용량 감소분과, 구형 냉장고의 HFC(수소불화탄소) 냉매 처리 분을 CDM 실적으로 인정받아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냉장고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공짜로 물건을 주고도 수익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공짜 경제 비즈니스 모델이다.”
둘러보면 공짜 비즈니스 모델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시대 가장 대표적인 공짜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세계 최초의 검색엔진 업체는 아니지만, 세계 최고의 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최고의 검색 서비스 이용자들을 자신들의 고객들로 확보하려는 광고주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소비자의 마음으로 시장을 읽어라
고객의 심리를 역이용하라: 영리한 2등 전략
경복궁을 앞두고 있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화랑과 카페 등 멋스러운 가게들이 즐비한 삼청동에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는 독특한 간판을 달아 놓은 단팥죽 가게가 있다. 아주 오래된 집이고 맛으로도 유명한 집이다. 하지만 ‘원조’와 ‘진짜 원조’, ‘맨 처음 생긴 집’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최고가 아니라 두 번째라며 다소곳이 몸을 낮추는 그 가게의 모습이 더 정겹다. 그런가 하면 떡볶이로 유명한 신당동에도 수많은 원조집들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모두들 원조를 표방하다 보니 누가 진짜 원조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한 집이 눈에 띈다. ‘비밀을 알아 버린 며느리’.
스스로 원조나 최고라 칭하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이 집에서만큼은 실망하고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2등은 확실히 보장하지 않겠는가. 원조는 아니지만 시어머니의 비법을 캐낸 며느리가 운영하는 떡볶이집이라면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 아닌가. 2등 전략은 못난 전략이 아니다. 사이비 원조가 지천으로 널렸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린 ‘겸손해 보이지만 사실은 영악한’ 전략이다.
그런가 하면, 국내 라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인 농심에 맞서 오뚜기가 2등 전략을 표방하며 내보낸 진라면의 광고 카피는 이랬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게 진라면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니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 1등 하지 않겠습니까?”
포지셔닝에 사활을 걸어라
업(業)을 재정의해 재포지셔닝하라: 스와치의 성공 비결
스와치는 스내지(snazzy)라는 제품을 2년에 한 번씩 한정 판매한다. 한정 판매되기 때문에 스와치 수집가들은 이 모델을 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수십만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시계를 구입한 ‘승리자’들은 자신이 구입한 스와치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게 된다. 스와치 브랜드가 출시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티 경매장 같은 곳에선 벌써부터 초기 모델을 놓고 경매를 벌이기도 한다. 당초 100달러를 밑돌던 스와치 제품이 골동품으로 취급되어 거래되는 가격은 6만 달러를 상회하기도 한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스위스 시계의 명성은 최고였다. 그리고 그 명성에 걸맞게 가격도 언제나 최고였다. 하지만 70년대 후반 들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홍콩과 일본제 시계가 스위스 시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물밀듯 쏟아졌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시계 장인들은 싸구려 제품이라 폄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소비자들은 전자시계의 ‘정확성’에 한 번 놀랐고, ‘싼값’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바야흐로 저렴한 시계의 대량 생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바로 스위스였다. 수출량이 반 토막 났고, 시장점유율도 바닥이었다. 한마디로 스위스 시계 산업에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나 스위스 시계 산업을 견인한 기업이 바로 스와치다. 고급 제품만을 고집하다 적자의 늪에 빠진 스위스의 대표 기업 ASAUG와 SSIH를 합병해 스와치를 설립한 주인공은 니콜라스 하이에크였다. 일본 기업에 넘어갈 뻔했던 이들 기업을 인수, 합병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기존의 스위스 시계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는 것이었다. 1983년, 하이에크는 고가의 스위스 시계 대신 저가 브랜드 스와치를 내놓았다. 대담한 색상과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캐주얼한 시계로 50달러 이하의 시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격대엔 이미 한국, 홍콩, 중국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3개월마다 신 모델을 선보이는 스와치에 대한 초창기 시장의 평가는 “스위스 시계도 갈 데까지 갔다”는 반응이었다.
스위스 업체인 스와치가 5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대적인 공정 혁신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시계의 외관에 해당하는 케이스를 금속에서 값싼 플라스틱으로 바꾸었다. 부품을 줄이고 수작업 대신 기계로 만든 쿼츠 모듈을 넣었으며, 생산 시설을 자동화한 덕분에 원가를 80% 이상 줄임으로써 저가 제품들과의 싸움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스와치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을 넘어 패션의 완성과 자기 표현의 도구로서 스와치 시계를 인식시켰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이에크 회장은 “스와치 그룹이 만드는 시계는 시계라기보다는 새롭고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다. 고객들은 이제 시간을 보려고 시계를 사지 않는다. 시계를 산다기보다는 스와치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사고 있다.”고 말한다. 매년 수백여 종의 제품이 출시되므로 이전 제품과 차별성을 갖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정한 패턴의 유닛 넘버를 부여하는 대신 제품마다 독특한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스와치는 차별화에 성공했다. 세계 1위의 시계 그룹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너져 가던 스위스 시계 산업을 되살려 놓은 스와치! 스위스 내 50여 개 공장과 전 세계적으로 400여 개가 넘는 생산, 판매 조직을 거느린 오늘의 스와치 그룹이 가능했던 것은 시계를 달리 보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간’이 아니라 ‘패션의 완성’으로서 시계의 새로운 가능성에 포지셔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디테일에 목숨을 걸어라
세심함이 성공의 열쇠다: 경영의 신, 왕융칭
2008년 10월 15일, 대만 최고 기업 포모사 그룹의 창업가인 왕융칭 회장이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30개 계열사에 9만여 명의 임직원을 두고 연매출 617억 달러(2007년 기준)를 올리며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아 온 그의 첫 시작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맨손과 맨발’ 그 자체였다.
집안이 어려워 일찍부터 장사를 시작해야만 했던 그는 1932년, 16살에 고향을 떠나 자이라는 곳에서 쌀가게를 열었다. 작은 도시였던 자이엔 이미 30여 개의 쌀가게가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밑천이라곤 200위안이 고작이었던 그가 택할 수 있었던 점포는 행인도 별로 없는 외진 골목 한 귀퉁이가 유일했다. 뒤늦게 생긴데다 가게도 작았던 이곳은 단골 확보는커녕 쌀가게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리기 어려운 곳이었다.
규모도 작고 자금도 부족한 그가 다른 가게보다 싸게 파는 도매를 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으며, 목이 좋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와 달리 외진 골목에 있는 그의 가게엔 손님이 오지 않았다. 생각다 못해 쌀자루를 메고 집집마다 다녀보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만의 독특한 장기(長技)가 필요했다.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품질과 서비스에서 살길을 찾기로 했다. 당시에는 길가에서 수확한 벼를 말려 도정을 했으므로 모래나 잔돌이 꽤 섞여 있었다. 이는 어느 쌀집이나 예외가 없었는데, 손님들은 이 부분을 당연하게 생각했으므로 파는 입장에서도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밥을 짓기 전에 쌀을 일어 돌을 골라내는 게 큰일이었다. 왕융칭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점에서 역전의 실마리를 찾았다. 동생들을 동원하여 쌀에 섞인 이물질들을 모두 골라낸 뒤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고와 더불어 이물질이 줄어드는 만큼 쌀을 더 많이 줘야 하는 등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손해가 막심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머지않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왕씨 가게 쌀은 따로 일 필요가 없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손님이 늘기 시작했고, 그의 구석진 가게도 조금씩 나아가게 된 것이다. 그는 쌀의 품질을 높임과 동시에 서비스의 질도 개선했다.
“당시에는 쌀을 산 사람이 직접 쌀을 들고 가야 했다. 젊은이라면 몰라도 나이든 노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은 낮에는 늘 생계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으므로 쌀을 사는 것은 대부분 노인들의 몫이었다. 왕융칭은 이 점에 착안하여 손님의 집으로 직접 쌀을 배달해 주기 시작했다. 좋은 쌀을 편하게 살 수 있으니 손님들로서는 일석이조였다. 그는 처음 오는 손님의 집에 쌀을 배달해 줄 때마다 그 집 쌀독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식구는 몇 명인지, 어른이 몇 명이고 아이가 몇 명인지, 그리고 식사량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세세히 기록하고, 이 기록을 토대로 손님의 집에 언제쯤 쌀이 떨어질 것인지를 예측하여 그때가 되면 손님이 가게에 찾아오기도 전에 미리 알아서 배달해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왕융칭은 손님이 쌀독에 쌀을 부어 달라고 할 경우, 쌀독에 쌀이 남아 있으면 그 쌀을 모두 퍼내고 나서 쌀독을 깨끗이 닦고 새 쌀을 먼저 담은 후에 남아 있던 쌀을 위에 부었다. 그래야 전에 남아 있던 쌀이 오래되어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은 이렇게 섬세한 왕융칭의 배려에 감동했고 더 많은 손님들을 데리고 왔다.”(왕중추. 『디테일의 힘』, 올림. 2005)
열정과 신뢰가 힘이다
끝없는 연습이 천재를 만든다: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
바흐(J.S Bach, 1685~1750)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300여 년 전인 1720년 경에 작곡되었다. 하지만 현란한 기교를 요구하는 이 곡을 제대로 연주한 사람이 없었고, 결국 그 악보는 200여 년 동안 헌 책방에 묻혀 있었다.
그 악보를 찾아낸 사람은 파블로 카잘스(1876~1973)라는 13세 소년이었다. 그날부터 장장 12년 동안 소년 카잘스는 매일같이 그 곡을 연습했다. 전주곡과 알르망드, 꾸랑뜨, 사라방드, 미뉴엣과 지그로 이어지는 두 시간여의 작품을 말이다. 그러고는 마침내 25살이 되던 해에 이 곡을 세상에 내놓았다. 12년 동안 매일같이 갈고 닦아온 것이니만큼 그 기교와 실력은 오죽했겠는가. 사람들은 열광했고, 드러나지 않는 첼로라는 악기가 독주 악기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로 인해 첼로가 독주 악기로 새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카잘스에게는 ‘첼로의 성자(聖者)’라는 존칭이 붙여졌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카잘스가 이 곡의 전곡(全曲)을 녹음한 것이 그의 나이 60세가 되던 때였다는 점이다. 그는 12년의 연습으로는 부족했는지 35년이라는 시간을 더 들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라는 그가, 고령의 나이에도 하루 6시간씩 연습을 하자, 기자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의 나이 아흔다섯 살때의 일이다. 카잘스의 대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지금도 제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카르멘 환상곡, 서주와 타란텔라, 찌고이네르바이젠 등 귀에 익숙한 많은 곡들의 작곡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한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1844~1908)를 두고 한 평론가가 그를 ‘천재’라고 칭찬했다. 그러자 사라사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재라고? 37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4시간씩 연습했는데.”
하나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한가. 카잘스도 독주 악기로 첼로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데 12년이나 걸리지 않았던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 하물며 최고를 꿈꾼다면 그 대가가 더 혹독하다는 것은 비단 음악 장르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스페이스도 마케팅이다
싸움의 장소를 바꿔라: 후발 주자가 승리하는 방법
영국의 항공학자 란체스터는 1,2차 세계대전의 공중전을 분석한 결과, 성능이 같은 아군 전투기 5대와 적군 전투기 3대가 공중전을 벌인다면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아군 전투기는 2대가 아니라 그 차이의 제곱인 4대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전투력의 차이는 격차의 산술적 차이가 아니라 그 제곱만큼 벌어진다는 것이 란체스터 법칙이다. 언뜻 보면 강자가 유리하다는 당연한 얘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법칙은 약자가 강자와 동일한 장소, 동일한 무기, 동일한 방법으로 정면대결을 벌여서는 안 되며 전투 조건을 다르게 가져가야만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전쟁터를 바꾸는 것이다. 싸우기에 불리한 지형이라면 유리한 곳으로 싸움터를 옮겨야 한다. 전쟁터를 바꾸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때는 무기를 바꿔서 싸워야 한다.
“미래학자인 앤드루 졸리는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후발 주자는 단순히 경쟁의 조건을 정의하는 게 아니라 경쟁의 정의를 다시금 새롭게 함으로써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위크」 또한 ‘첫 번째 주자의 어드밴티지는 잊어버려라. 구글은 첫 번째 검색엔진 업체가 아니라 단순화와 앞선 기술로 무장한 기업이다’라고 말한다.”(홍성용. 『스페이스 마케팅』. 삼성경제연구소, 2007)
영화업계에서 후발 주자였지만 영화업을 재정의하면서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1990년대 중반 국내에 처음으로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치고 나오며 우리나라 영화 유통의 주도권을 거머쥔 CGV가 그 주인공이다. 사업 초기, CGV에게 기존의 극장들은 상대하기 힘든 엄청난 큰 산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영화관을 만들 것인지 고민했다. 기존의 극장들이 지배하는 시장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내린 결론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방식’이라는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CGV가 집중 공략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싸움의 방식(장소)을 바꾼 것이다. 기존 영화관들이 따라 하기 힘든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라는 전혀 새로운 싸움의 장소를 창조해 낸 것이다.
후발 주자인 CGV는 기존의 극장들이 갖추지 못한 환경을 도입하는 데 용이했다. 기존의 시설이라는 장애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제안을 통해 시장 개척자의 역할을 한 것이다.
“CGV의 성공은 또다시 멀티플렉스 극장이라는 시장을 확대했으며, 멀티플렉스 극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들 후발 주자들은 이미 시장을 석권한 CGV의 시설과 경쟁해야 했으므로 좀 더 차별화된 공간과 자기만의 공간적 특성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했다. 하지만 이후 건립된 여러 멀티플렉스 극장 가운데 차별화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후발 주자들은 CGV가 보여준 화려한 색감과 구성을 모방함으로써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CGV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공익을 마케팅하라
웹상에서 공익을 구현하는 방법: 에코토노하(Ecotonoha) 캠페인
일본의 유명 웹 아티스트인 유고 나카무라는 일본 NEC의 후원 아래 환경 프로젝트 ‘에코토노하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과 기술이란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캠페인은 남다른 아이디어와 재미있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에코토노하 캠페인의 독특한 운영 방식은 홈페이지에 있다. 에코토노하 홈페이지(www.ecotonoha.com)에 접속하는 순간 이용자(접속자) 몫의 가상의 나무가 생기고 그 나무에 나뭇가지 하나가 만들어진다. 한 번 방문에 나뭇가지 하나씩 생겨나는 방식으로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게 된다. 방문자는 나뭇가지가 하나씩 생겨날 때마다 그 가지에 본인이 쓰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를 적을 수 있다. 각각의 메시지는 나뭇잎이 되고 어느덧 이 나뭇잎이 100개가 되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NEC 측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단의 캥거루 섬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한 그루 심게 되는 것이다.
NEC 입장에선 고객들의 지속적인 홈페이지 방문을 통한 홍보 효과를, 그리고 접속자들은 지구를 살리는 ‘나무 한 그루 심기’에 동참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좋은 일에 뒤따르는 흐뭇함은 에코토노하 캠페인이 주는 덤이다.
에코토노하 사례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상업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상호 배타적이지만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아울러 공익 마케팅의 방법 중 하나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새로운 전형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