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20년 후

   
피터 슈워츠(역자 : 우태정 · 이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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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맥
   
14000
2005�� 01��



■ 책 소개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피터슈워츠가 앞으로 20여 년간 펼쳐질 변화를 예측한 책이다. 슈워츠는 자신이 설립한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해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피할 수 없는 놀랄 일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예측했다.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은 CIA(미 중앙정보국), 보잉, 시멕스,IBM 등에서 장기적 의사결정 위한 분석법으로 사용된 바 있다.

 


"이미 보여지는 징후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노령화, 장기호황, 미국 패권에대한 견제 강화, 테러와 마약, 인종, 종교 분쟁의 격화, 과학기술의 약진, 환경친화적 에너지 개발 등을 향후 20여 년을 결정지을 키워드로제시한다.


인간의 수명은 급속도로 연장될 것이며 미국에서 아시아계와 중남미계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고인구이동이 새로운 방식으로 인류를 분열시키거나 통합시킬 것이라 예언한다.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내놓는다. 닷컴거품 붕괴 후 금융시장이불안정해지면서 경기가 침체되었지만 이것은 그 전에 시작된 40년 주기의 장기호황 추세 속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단기현상이라는 것이다. 생산성증대와 글로벌 시장의 확대, 인프라의 혁신 등 호황의 요소들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 세계적 호황이 올 것이라는 게 슈워츠의분석이다. 


 저자 피터슈워츠
미래예측가 겸 투자자이다. 미래예측 기법의 하나인 시나리오 플래닝의 선구자로, 2005년 현재 미래예측 관련조사자문 회사인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GBN)의 공동 설립자이자 벤처캐피털 회사인 알타 파트너스(Alta Partners)의 출자자대표(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들과 보잉, 텍사코 등 여러 민간기업들에게 장기적 전망에 관한 자문을했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비롯한 몇몇 영화에 반영할 미래사회의 모습에 관해 영화제작자들에게 자문을해주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장기전망의 기술(The Art of Long View)』『장기호황(The Long Boom)』(공저), 『좋은회사가 나쁜 일을 할 때(When Good Companies Do Bad Things)』(공저) 등이 있다.


역자
우태정
 -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조사부를 거쳐 경남기업 홍보팀장 등을 지냈다. 2007년 현재 번역가로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이미 시작된 20년 후』『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등이 있다.


이주명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조사부를 거쳐 「한겨레」기자, 주간「이코노미21」편집장,「프레시안」편집부국장을 지냈다. 현재 필맥 출판사 대표로 있다. 지은 책으로『아시아보고서』『손바닥 경제』 등이, 옮긴 책으로 『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자유문화』 등이 있다.

 

 차례
1장 피할 수 없는 놀랄 일들
2장 노인들과융합된 세계
3장 사람들의 대홍수
4장 다시 도래하는 장기호황
5장 완전히 새로운 세계질서
6장 혼란과 무질서의목록
7장 과학기술의 일대 약진
8장 보다 청결하나 치명적인 세계
9장 필연의 미래전략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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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된 20년 후


노인들과 융합된 세계
앞으로 30여 년에 걸쳐 노인들은 2차대전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문화 속에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통합될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불가피한 추세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각각은 나름대로 우리를 놀라게 할 요소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둘째, 노인의 건강 상태가 현저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노화를 저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꿈을 마침내 실현시킬 수준에 다다랐다. 셋째, 인구 노령화가 경제에 커다란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압력에는 우리가 잘 알듯이 사회보장제도, 건강보험제도, 연금제도 등에 가해지는 정치적인 압력도 포함된다.


노화 : 건강의 가치 증대
1948년부터 1962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노인이 되어도 그전 세대의 노인들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더 젊은 감성을 갖고, 더 건강하고, 더 활동적인 경향을 보일 것이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포함한 미래의 노인들은 오늘날의 노인들에 비해 노령화에 따라 쇠약해지는 정도가 훨씬 덜하게 됨으로써 계속 일을 하고, 여행을 하고, 독서를 하고, 완전한 성생활을 누리고, 운동을 즐기고, 심지어 60대, 70대, 80대, 90대가 되어서도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기술의 발달이 이런 전망을 가능케 한다. 새로운 기계와 도구의 개발, 인간게놈의 해독, 나노기술의 발달, 생물유전학과 약학 연구의 진전 등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가속화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일부 혁신들은 각각 개별적으로 보면 우리의 삶에 끼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일부 기술혁신은 실패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술 자체는 성공적이더라도 그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한 몇몇 질병과의 싸움은 획기적인 성과를 낼 것이다. 이렇게 예상되는 질병으로는 알츠하이머병, 심장질환, 뇌졸중 등 세 가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노화방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런 성과 하나하나는 그리 대단한 것이 못 된다. 진짜로 놀랄 일은 그 모든 혁신들이 하나로 뭉치면서 생겨날 것이다. 


당신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이를 먹더라도 과거와 달리 노쇠현상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만족스런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당신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달라지는 은퇴제도
21세기 초에 은퇴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정치적 토론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있는 듯하다. 우리는 노인들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것을 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공적 연금은 고갈된 상태이고 사적 연금을 불확실하다. 그들의 노후생활을 뒷받침할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은퇴 문제에 대한 정치적 토론에서는 가장 긴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앞으로 사람들이 갖게 될 은퇴 후 삶에 대한 기대, 즉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은퇴 후 삶을 원하고 선택하려고 하는가?"다.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은퇴의 개념이 완전히 다시 정의되고 있다. 앞으로도 분명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하던 일에서 은퇴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은퇴는 그동안보다는 훨씬 더 극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은퇴연령은 더 높아질 것이고, 은퇴 전과 은퇴 후의 삶이 그렇게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게 될 것이다. 아울러 사람들은 은퇴를 한 뒤에도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특히 직장을 적어도 서너 번 이상 옮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은퇴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은퇴는 더 이상 휴식, 여흥, 건강 유지에만 신경을 쓰는 인생의 황혼기가 시작됐음을 뜻하지 않게 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는 명백하다. 기대수명이 70~75세일 때는 65세에 은퇴하고 그 이후부터는 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스스로 110세나 120세까지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65세에 은퇴한 뒤 죽을 때까지 무려 45~55년간을 은퇴자들만 사는 곳에 틀어박혀 가진 돈을 쓰며 보낸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연금제도가 불괴하지 않고 계속 은퇴자들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공적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연령을 높여야 할 거시경제적 압력이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일을 하고 싶어하는 강한 압력이 은퇴자들부터도 나올 것이다. 이 압력은 노년을 따분하게 보낼 수 없다는 은퇴자들의 입장에서 나올 것이다.


부유한 노인, 가난한 노인
고용 행태와 관행이 변화하면서 은퇴를 뒷받침하는 각종 제도들도 변화할 것이다. 법정 은퇴연령이 앞으로 상당기간 67세에 고정된다 하더라도 관행적인 은퇴연령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사회보장 급여는 은퇴자의 소득이라는 의미를 상실할 것이다. 대신 그것은 70세 혹은 75세가 넘은 노인들에게 사회가 진 빚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정치적인 현명함을 보여주는 작은 보답으로서의 수당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이미 오늘날에도 사회보장급여는 은퇴한 노인들이 살아나가기에 너무 적은 액수다.


부유한 사람들은 비교적 오래 살면서 자기들이 가진 돈은 투자하고 재투자할 것이며, 그들이 죽은 뒤에야 그 재산이 상속자들과 국가에 분배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 25년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격차가 확대될 것이 확실하다. 특히 앞으로 노인으로 오랫동안 살아나가야 할 사람들 사이에서 빈부격차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건강관리에 드는 비용은 증대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이 비용이 증가하는 속도가 연평균 15퍼센트에 이른다. 따라서 2002년에 연간 1만 달러의 건강보험료를 낸 미국의 4인 가정은 2010년이 되면 건강보험료 부담이 연간 2만 6000달러에 이를 것이다. 제도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엄청난 건강보험료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자기 집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져도 일하기를 중단하지 않는 사람들은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도 남을 만큼 돈을 벌 것이고, 장수를 하는 데 필요한 의료비를 지출하고도 돈이 남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대홍수
신붓감과 일을 찾아나서는 중국인들

중국의 경제적인 부상과 그것이 전 세계에 몰고 올 충격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더 이상 놀랄 일은 아니다. 중국은 엄청난 저임 노동력뿐 아니라 정부정책의 변화, 기술혁신, 외국인투자에 의해 보강된 경제강국으로 떠올랐다. 연간 6~7퍼센트에 달하는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을 압도한다. 인도만이 유일한 예외이다.


전략문제 저술가인 오마에 겐이치가 최근 중국의 경제부흥에 관해 쓴 저서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의 그 같은 경제성장률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선전, 상하이, 다롄과 같은 중국의 해안 도시들은 연간 15~20퍼센트의 속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급속한 성장은 세계화의 한 결과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인들 스스로가 그들에게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조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수백만 명의 중국인들이 그들의 가족사상 처음으로 가전제품과 자동차와 같은 것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지금 중국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극적이고 잠재력이 큰 중산층의 부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버클리대학 저널리즘스쿨의 학장으로 있는 오빌 셸을 비롯한 많은 논평가들이 지적했듯이, 중국에는 아직 무시할 수 없는 내적 모순들이 존재한다. 중국의 금융시장 등에 존재하는 제도화된 부패, 환경의 악화, 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정치적인 일당체제에는 치명적인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교류, 중국인들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신념의 위기 등이 바로 그런 내적 모순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중국의 미래에 불가피하게 닥칠 두 가지 인구통계학적 추세가 있다. 하나는 중국 정부의 한 가족 한 자녀 갖기 정책이 낳은 결과들이다. 중국의 정부 관리들은 그런 정책을 시행하면서 자녀의 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중국인들은 태아의 성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1990년에는 중국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는 111명이 되어, 남녀 간 출생률 차이가 3~4퍼센트 포인트에 이르렀다. 1995년에는 여자아이 100명단 116명의 남자아이가 태어났고, 이 비율이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5퍼센트 포인트 정도라면 그리 대단치 않은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에서 매년 1000만 명이 새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5퍼센트 포인트의 출생률 격차는 매년 여자보다 남자가 50만 명씩 더 많이 태어나는 게 된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 20년간 지속된다면 그 숫자는 무려 1000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이런 남녀 간 출생률 격차가 앞으로 20년 이상 더 지속될 수도 있다.


중국 남자들은 교육의 기회와 신붓감을 찾아 대거 해외로 몰려나가서 대체로 1~4년간 외국에 머문 다음 중국으로 되돌아간다. 다른 나라들에서 중국으로 이주하는 비중국인들의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중산층이 된 중국 남자들은 파키스탄이나 필리핀, 기타 동남아시아 국가들, 심지어는 인도에서도 젊은 여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런 새로운 상호의존 관계는 중국과 주변의 나라들 사이에 이미 존재해온 혈연관계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고, 그런 혈연관계는 양방향으로 투자자금이 오고가는 자연스러운 통로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미래에 닥칠 두 번째 인구통계학적 추세는 중국 내부의 인구 이동이다. 이미 수백만 명의 내륙 농촌지역 사람들이 급성장하는 해안 도시들을 향하고 있다. 셸은 이렇게 논평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인구 이동이 중국에서 전개되고 있다. 1억 5000만 명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있는데, 도시에서는 아무런 복지혜택도 교육도 보건서비스도 주거시설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다.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 중국 경제가 침체된다면 유동인구의 존재는 부담이 된다. 그럴 경우 중국은 갑자기 수천만 명에 이르는 유랑난민을 갖게 되는 셈이다. 그들은 다시 농촌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방콕과 싱가포르를 방문해보면 오늘날 중국이 직면한 상황과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의 해안 도시들이 방콕을 닮아간다면 중국의 새로운 사회는 아마도 지속불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중국은 기존 인구를 수용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새로운 중심 도시들이 100개의 싱가포르처럼 된다면 중국은 인구를 충분히 수용하면서 번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혼란과 무질서의 목록
테러리즘, 예측불가능성의 힘

테러의 미래를 자세히 알아보려면 먼저 알 카에다에서 시작해야 한다. 알 카에다는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유능한 테러리스트들의 집단이다. 첫째, 이 조직의 직접적 활동은 2001년 9월 11일 이후 확실히 중단된 상태다. 이 조직은 그 지도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분열되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둘째, 이 조직의 네트워크는 애초에 외부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게 퍼져 있었을 것이고, 그동안 우선적인 과제가 서로 다른 다양한 산하조직들을 만들어내면서 그 영역을 계속 더 넓히고 있다. 셋째, 알 카에다는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들은 미국에 상처를 입힘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증명해 보였다. 넷째, 알 카에다에 대해서는 그 지도자들을 체포해 처형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해법이 없다.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테러가 모두 다 이슬람교도들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유너보머(Unabomber)로 알려진 시어도어 카진스키(수학 교수 출신으로 1978년부터 1996년까지 16차례의 우편폭탄을 배달시켜 26명의 사상자를 낸, 반문명주의 성향의 극단주의자)로 상징되는 환경주의 테러리스트들의 파상공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들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기를 이용해 과학기술 문명을 무너뜨림으로써 더 단순하고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들은 예컨대 중국의 삼협댐을 폭발시켜, 그로 인해 초래될 대홍수로 200만 명을 수몰시킬 수도 있다.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소수민족 활동가들이 생겨나, 자신들이 전제적이라고 판단한 국가로부터 그들만의 독립을 쟁취하려고 할 수도 있다. 정치적 권력을 박탈당한 집단이 자신들의 주장을 널리 알리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는 테러만큼 확실한 수단이 없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은 앞으로도 피해갈 수 없다. 완전히 안전한 미래가 올 가능성은 없다. 앞으로 대규모의 지정학적 위협은 아주 적을 것이다. 그러나 질서를 존중하는 나라들과 미국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테러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테러가 야기하는 위협 가운데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테러로 인해 질서를 존중하는 나라들의 정부가 투명성과 일관성을 갖추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점과 관련된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테러 그 자체와의 전쟁은 승산이 없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테러는 하나의 기법에 불과하다. 진짜 전쟁은 전혀 다른 적을 상대로 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그 적에 대해 언급하기를 삼가왔다. 그것은 테러가 아니다. 알 카에다를 배후에서 움직이는 추동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추가적인 테러공격이 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무질서를 대변한다. 그 미국의 적은 급진 이슬람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아프리카, 중국, 러시아, 인도의 에이즈 : 질서로 가는 길을 막는 최후의 장벽
에이즈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인도 등에서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에이즈는 이들 세 나라의 미래, 특히 이들이 질서 있는 나라가 될 능력에 영향을 미칠, 가장 중요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만약 인류가 전적으로 합리적인 존재하면 에이즈는 통제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질병은 혈액교환을 통해서만 확산된다. 항문성교, 여러 명이 주사바늘을 같이 사용하는 것, 수혈 등이 이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다. 이 세 가지 형태로 이루어지는 혈액교환은 사회적 또는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에이즈의 비극이 있다. 에이즈가 뿌리내린 모든 곳에서 그와 같은 사회적, 정치적 의지를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에이즈 환자 수는 중국이 5800만 명, 인도가 8500만 명, 러시아가 1200만 명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에이즈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고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에이즈 환자 수를 전체 인구 수와 비교해보면 러시아가 훨씬 더 심각하다. 중국의 5800만 명과 인도의 8500만 명은 각각 인구의 0.05퍼센트와 0.07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러시아의 에이즈 환자 수 1200만 명은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가깝다. 더욱이 이 질병은 상대적으로 젊은 노동계층, 다시 말해 러시아 경제의 생산적인 측면들을 발전시키는 계층들에 집중돼 있다.


만약 러시아가 에이즈 문제에 적극적으로 손을 쓰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현대적이고, 질서 있고, 민주적이고, 자본주의적이고, 시장 지향적이고, 진보적인 사회로 완전히 이행하는 데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일대 약진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가 성공한다면 오늘날의 컴퓨터보다 말 그대로 수십억 배나 더 강력한 컴퓨터들을 이용해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단백질 접힘현상, 유전자 성계, 우주 분석,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통제, 기후변화 모형 개발, 복잡한 형태의 암호화 기술, 그동안 불가능했던 인공지능의 실현 등에 양자컴퓨터가 기여할 것이다.


나는 2002년 중반에 양자컴퓨터 기술의 잠재적 가능성을 조사한 바 있다. 국방첨단연구계획청(DARPA)으로부터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전략수립 작업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양자컴퓨터에 대해서도 맨해튼 프로젝트(핵무기 개발계획)와 같은 프로젝트를 출범시켜야 하는가? 돈의 문제를 배제하고 기술적으로만 전망해볼 경우 2010년쯤이면 쓸 만한 첫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겠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라는 제한적 긍정이었다. 초기적 징후는 희망적이지만 남아있는 과제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컴퓨터는 뉴턴 물리학에 완전히 부합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보는 전도성이 아주 높은 물질의 전자들에 기록된다. 전자들은 이진수의 0과 1을 기록하는 원자들의 부분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0과 1외에 두 가지 형태를 모두 갖는 중첩 현상을 나타낸다. 중첩 현상은 데이터 기록을 문제 자체의 복잡성보다 더 빠르게 증대시킬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보다 복잡한 문제를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 이 두 입자는 얽힐 수 있어서 물리적으로 나뉠 수 있지만 그렇게 된 뒤에도 서로 간에 즉각적인 영향력이 유지된다.


양자컴퓨터와 같은 대용량 연산능력이 낳을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은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만약 양자컴퓨터가 실현될 수 없는 것으로 판명 나고 그 밖의 다른 컴퓨터 기술은 등장하지 않는다 해도 또 다른 피할 수 없는 놀랄 일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무어의 법칙의 종언이다.


2010년에서 2018년 사이에는 컴퓨터의 달러당 속도와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현상은 중단될 것이다. 연산능력 증대는 프로세서들 사이의 공간을 줄여나가는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은 점점 더 작아져서 이미 분자 수준에 근접해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더 작아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그것만으로도 세계의 모든 시스템들에 충격을 가할 것이다. 장기 호황 경제를 뒷받침할 생산성 추동력이 제거되고, 과학연구의 발달 속도도 저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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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자컴퓨터가 실현된다면 2020년의 표준적인 컴퓨터는 2003년의 표준적인 컴퓨터보다 무려 1억 배나 강력한 것이 될 수 있다. 그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로 워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의 2020년 버전은 2003년 버전과 비슷한 것일까, 아니면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어떤 사고과정과 새로운 관련성을 가진 것일까? 혁신적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크게 강화될까? 오늘날의 소프트웨어와 닮은 꼴일까?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아직 많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