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만들면 뭔가 다르다.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이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이들이 만들었다면 무조건 좋은 제품일 것이라 판단하여, 제품의 장단점까지 알려고 하는 행동은 생략된다. 그만큼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참으로 그들의 브랜드 파워는 대단하다. 그래서 더더욱 이 골리앗과 맞설 대상도 없어보이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툴을 부수게 만든 저자 클라우스 슈메가 있다. 그의 주장은 단 하나, 강자에도 약점은 분명히 존재하는법, 이 틈을 파고 들어가는 전략을 세워라는 말이다. 일종의 틈새시장 노리기, 강점 발휘,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적절한 의사결정으로 요약할 수있다. 이것이 때론 거대기업의 파워보다 더 막강하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면, 전기밥솥 "쿠쿠"와 김치냉장고 "딤채"가 그러하다. 삼성이전력투구하지 못했던 분야에 먼저 뛰어들어 시장을 점유한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다. 이 승리의 비결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정면대결이 아닌 아무도선점하지 않은 신규 시장을 발굴한 것이다.
말보르를 약올린 유기농 담배, MTV를 밀어낸 음악방송 VIVA, 최상급 샴페인들을 무릎꿇게 만든 로트캐프헨, 코카콜라를 울린 레드불, 렌터카업계에 돌풍을 몰고 온 식스트, PC 주변 기기업계의 작은 고추 로지텍 등은 각자의 개성을발휘하여 각 업계의 골리앗 기업을 무너뜨리고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로 올라선 기업이다.
에세이처럼 재미있고, 무협지처럼 흥미진지하게 전개되는 세계 기업들의 마케팅 성공과 실패는마케팅을 전공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전될 책이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과 니즈를창출해 돌파구를 마련한 기업들의 생생한 체험담으로서 읽는 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 대부분이 우리와비슷한 인구와 자원 규모를 가진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들의 기업 이야기라는 점이 더 설득력 있다. 외부에서는 더 막강한 자본력과 규모 혹은 값싼노동력을 무기로 한 외국 기업들이 압박해오고, 설상가상으로 포화 상태에 다다른 시장 내에서 수많은 기업들과 자웅을 겨뤄야 하는 북유럽 기업들의상황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무모해 보이는 싸움에서도 승리의 비책은 반드시 있으며,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시장에도 파고 들 틈이있다.
독자들은 33가지 흥미진진한 사례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견주어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인지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고 물량 공세가 승리할 뿐이라고자포자기했던 시장에서 나만의 신천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 저자 클라우스 슈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보안 시스템 기업 컨설턴트이자 저술가이다. 인터넷 산업이 시작된 1995년부터 컴퓨터 잡지에 관련 기사를 연재하고 있으며,주요 기업들의 성장 전략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특히 유머러스한 그의 필치와 놀라운 통찰력은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큰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책으로 『인터넷 시대, 무섭게 성장한 55개 기업 스토리』(2002년), 『컬트 신드롬: 마케팅의 전설』(2004)등이 있다.
■ 역자 박규호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에서독문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성공기술 변화의 방법 포르쉐』『인간』『손이 지배하는 세상』 등 다수가있다.
■ 차례
들어가며 :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같았던 승리
제1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신화를 창조하라
1. 마케팅은 없다, 오로지 맛으로 승부한다
(맥주) 외팅어 vs 벡스와 크롬바커
2. 발터스하우젠의일개미
(상용차) 멀티카 vs 크라이슬러의 유니모그
3. 최고를 초조하게 만든 또 하나의 잡지
(시사지) 포커스 vs슈피겔
4. 도덕성이 브랜드 가치를 결정한다
(담배) 내추럴 아메리칸 스피릿 vs 말보로
5.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마신다
(커피) 스타벅스 vs 맥도널드
6. 메가톤급 히트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된다
(영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vs 저예산 영화<여학생 리포트&&
7. 우스꽝스러운 쥐 한마디로 만든 왕국
(캐릭터) 생쥐 디들 vs 미키마우스
8. 공룡을이긴 스무 명의 정신 나간 사람들
(방송국) VIVA vs MTV
결론 약자는 컨셉으로 승부한다
제2부 의외의 곳에서 성공이 만들어진다
9. 내 앞에서 검색을 논하지 마라
(검색엔진) 구글 vs. 야후
10. 잠들지 않는 신화를 만들어낸 사나이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 vs. 실베스터 스탤론
11. 우연이 만들어낸 승리
(데이터복구 서비스) 퀴르트 vs. 온트랙
결론 기술은 강자에게 더 유리한 종목
제3부 숨겨진 1%의 강점을 찾아라
12.메이드 인 글라스휘테
(시계) 랑게 vs. 파텍 필립
13. 모든 것은 빌 게이츠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PC시장)마이크로소프트 vs IBM
14. 누가 골뱅이를 잡아 먹었나
(이메일) 인터넷 메일 vs. X.400
15. 가진 것이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광고회사) 융 폰 마트 vs. 대형 광고 에이전시
16. 미래의 표준은 의외의 곳에서 나온다
(인터넷) 무선 랜 vs. UMTS
17. 사람들은 이제 펭귄을 원한다
(PC 운영체제) 리눅스 vs. 윈도우즈
18. 빨강모자와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늑대
(샴페인) 로트캐프헨 vs. 헨켈&죈라인
결론 훈풍이 불어준다면 항해의 청신호
제4부 보이지 않는 시장의 흐름을 읽어라
19. 미친 소가 캔 속으로 들어왔다
(음료) 레드불 vs. 코카콜라
20. 보이지 않는 시장의 흐름을 읽어라
(유가공업) 뮐러우유 vs. 식품업계의 거물들
21. 자유와 모험을 꿈꾸게 한 브랜드 마케팅의 전설
(담배) 말보로 vs.레이놀드
22. 금지된 것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컴퓨터 암호 툴) PGP vs. 수백 개의 암호 프로그램
23. 나는시장을 발기시키는 법을 안다
브루노 바나니 vs. 기존 언더웨어 업체
24. 사상 최고의 돈을 벌어들인 장난
(영화)블레어 윗치 프로젝트 vs.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5. 빠른 것이 다른 모든 것을 제압한다
(컴퓨터) 델 vs. IBM
결론 다윗의 최대 무기는 마케팅 전략
제5부 작은 몸집이 오히려 유리하다
26.프랑스에서 이루어진 아메리칸 드림
(보험) AXA vs. 알리안츠
27. 액셀러레이터를 있는 힘껏 밟아라
(렌터카) 식스트vs. AVIS
28. 저예산 드림팀이 정상을 정복하다
(축구) SC 프라이부르크 vs. 분데스리가 상위 팀
29.고스하임에선 시계가 거꾸로 간다
(벽시계) 헤믈레 vs. 아시아의 저가 경쟁사
30. 하찮고 초라한 비즈니스란 없다
(폐품회사) USA 웨이스트 vs.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31. 전설을 쓴 시골뜨기 선수들
(축구) 한자 로슈톡 vs.서독의 선두 클럽
32. 노병은 죽지 않았다
(자동차) 포르쉐 vs. 자동차업계의 거인들
33. 시골 농가에서 세계시장의선두주자로
(PC 소모품) 로지텍 vs. 마이크로소프트
결론 리스크를 감수하는 과감한 경영
저자후기 골리앗과 싸운 심정으로
역자후기 보이지 않는 가능성의힘
1등 기업을 무너뜨린 마케팅 전략 33
1. 약자는 컨셉으로 승부한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에서도 후발 기업이 한 수 위의 컨셉으로 성공을 거두는 예는 종종 있다. ‘약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내세울 수 있는 컨셉이 존재하는가?’하는 질문은 아주 흥미로운 주제다. 실제로 몸집이 너무 크게 때문에 들어갈 수 없는 작은 틈새 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하는 예는 많다. 컨셉을 설정할 때 작은 기업이 유리한 이유는 무엇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처럼 매사에 조심스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2. 기술은 강자에게 더 유리한 종목이다
약자가 성공하는 데 기술적 우위가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기술력이 기업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특히 방대한 기술 간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의 상품 시장에서는 누가 천재적인 기술을 잘 활용해 파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발명을 하고도 그 열매를 수완 좋은 대기업에 빼앗기거나 정작 상업화하지 못하고 고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혹은 기술력이 시장과 연결시켜줄 기업가적 자질과 결합하지 못한 경우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결국 최초의 개발자보다 그 뒤에 단점을 극복한 모방품을 만드는 기업이 더 유리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따라서 기술에 관해서는 작은 몸집이 득이 될 만한 경우가 거의 없다. 기술 혁신이 승리를 견인하기는 하지만 핵심적인 순간에는 다른 경쟁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훈풍이 불어준다면 항해의 청신호(한 수 위의 조건)
더 나은 조건이라는 것은 약자가 ‘전략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작은 회사에게 운명적으로 더 나은 조건이 주어져 있는가를 찾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조건을 100퍼센트 활용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한 수 위의 조건”은 기업 성패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몇몇 분야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들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달리 말해 대기업은 활용할 수 없는 조건을 작은 기업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홈 구장의 이점이라든지, 유리한 입지 조건이라든지, 오랜 전통 같은 것들이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군살 없는 기업 구조와 까다롭고 말 많은 주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독립성, 광고나 마케팅에서 재치 있고 파격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자유로움 같은 것이 바로 약자에게 주어지는 좋은 조건들이다.
그러므로 약자는 강자와의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이보다 더 나은 출발점은 없다. 물론 한 수 위의 조건은 첫걸음에 불과하며 이 유리한 조건들에 적절한 컨셉, 올바른 마케팅, 훌륭한 경영 등을 더해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4. 다윗의 최대 무기는 마케팅 전략
마케팅에는 광고, PR, 판매 방식이라는 세 가지 영역이 있다. 이 세 가지를 살펴보자.
광고 덕택에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은 적지 않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는 오히려 톡톡 튀는 공격적인 광고를 도입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물론 광고에는 돈이 많이 든다. 따라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라야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대신 뛰어난 광고는 모방이 어렵다는 이점이 있다. 광고를 모방하면 소비자들이 즉시 알아보기 때문에 투자한 비용만큼이나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마케팅 분야에서 약자가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은 비교 광고다. 도전자는 훨씬 힘이 센 적과 비교해 자신의 장점을 알리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강자를 이길 많은 충분한 광고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면 고객들의 눈을 확실히 끌 수 있는 광고 캠페인을 고안해내야 한다. 하지만 정말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PR쪽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라면 PR이 간단하면서도 위험 부담이 적은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PR은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적합하다.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PR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비용을 많이 들일 수 없는 경우라면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PR을 할 것인가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잘 고안된 비밀이나 스캔들 따위를 이용하여 여론이 자사 상품에 관심을 갖도록 해볼 수 있다.
마지막은 판매 전략이다. 판매 전략을 통해 성공한 약자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향을 하나 끄집어내기는 어렵다. 매번 처해진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좀더 관찰해보면 판매 분야에서 특히 효과적인 약자의 이점이 눈에 띈다. 즉 판로를 제안하여 특화전략을 펴는 것이다.
5. 작은 몸집이 오히려 유리하다
경영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서 독립성이 큰 경우에 약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작은 규모와 독립성을 잘 활용하면, 상품과 광고에 대한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며칠 안에 이를 현실화하는 능력이 있다. 수많은 작은 기업들에게는 독립성이 무기가 될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주주들의 입김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전략이 실패해도 투자자들에게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그밖에도 시장의 특정 영역에 특화하는 전략이 작은 기업에게 유리할 수 있다. 몸집이 큰 거인은 전문화가 어렵다. 전문화하면 거인의 몸집을 먹여 살리기에는 매출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약자는 강자에 비해 잃을 것이 많지 않으므로, 경영에서도 좀더 과감하게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 1등을 무너뜨린 마케팅 전략 사례들
마케팅은 없다, 오로지 맛으로 승부한다
- 외팅어 vs. 벡스와 크롬바커
외팅어(Oettinger,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근교의 외팅엔이라는 지명을 딴 지방 맥주회사), 지방 도시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 맥주 회사에는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유주 귄터 콜마의 딸인 피아 콜마가 마케팅에 할애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어차피 소비자들은 마케팅이라면 지긋지긋해 한다.
이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러나 외팅어의 실적을 보고 나면 콜마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자그마한 시골에 위취한 가족경영 회사 외팅어는 현재 독일에서 네 번째로 큰 맥주 회사다. 외팅어는 TV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유명 팀의 스폰서를 나선 적도 없다. 하지만 외팅어는 현재 연 20퍼센트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뚜렷한 구조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는 여전히 수백 개의 맥주 회사가 존재한다. 그 결과 독일의 맥주 판매가 상승률은 물가인상률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다른 식품 분야에서는 고작해야 십여 개의 업체들이 전체 시장을 나눠 갖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맥주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앞으로도 계속 맥주 회사의 퇴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6~7개 정도의 맥주 회사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투자를 하고 있고 시장점유율도 가장 높은 인터브류(Interbrew, 벡스Becks라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와 크롬바커(Krombacher), 두 거인이 살아남을 확률이 가장 크다고 점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광고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광고를 거부해온 외팅어의 성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가격표를 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외팅어 맥주를 몰랐던 소비자라도 우선 눈을 비비고 가격표를 한 번 더 보게 될 것이다. 외팅어 맥주는 한 박스에 6유로(한화 약 8,000원)가 채 안 된다. 이보다 더 쌀 수는 없다. 경쟁사인 바르슈타이너(Warsteiner), 리허(Licher)같은 맥주는 한 박스에 11유로(약 14,000원) 정도 한다.
이렇게 도발적인 가격이 매출 신장에 효과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바이에른 지방의 가족경영 기업에 생산하는 이 맥주가 싸지만 맛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판매는 더욱 호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외팅어가 계속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도 큰 수익을 올리는 그 비결에 대해서는 좀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소유주 귄터 콜마를 중심으로 한 외팅어의 경영진들은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관된 ‘No 광고’ 원칙이다. 외팅어의 맥주병 자체도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광택 나는 화려한 레이블도 없고, 병뚜껑에는 상표도 찍혀 있지 않다. 쓸데없는 데 돈을 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마케팅만 고집하는 콜마는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하나를 넌지시 귀띰해준다. 즉 회사의 조직 구성이 아주 효율적이고 직원 급여도 높고 그 만큼 일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는 것이다. 일당백의 조직이이라는 말이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강점은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외팅어의 공장이다.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인 이 공장에 콜마는 수백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그 선택은 옮았음은 판매 실적이 입증하고 있다.
외팅어가 가장 크게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부문은 아마도 유통 분야일 것이다. 경쟁사들이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외팅어는 레베(Rewe), 리들(Lidl), 플루스(Plus) 같은 할인매장에만 납품을 한다. 외팅어는 유통업자를 개입시키지 않고 대형매장과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유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생기업인 이 외팅어는 특별히 애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계속 판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컨셉은 턱없이 단순하다.
‘품질 좋은 맥주를 가능한 빨리 싼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쓸데없는 것들은 과감히 포기한다. 1999년 외팅어는 독일에서 네 번째로 큰 맥주 회사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외팅어는 독일 ‘맥주 귀족’의 대열에 들게 된 것이다.
골리앗인 인터브류나 크롬바커의 컨셉 전략과 비교해 외팅어의 전략이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윗인 외팅어가 생존을 넘어 골리앗의 위치까지 위협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컨셉 전략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발터스하우젠의 일개미 - 멀티카 vs. 크라이슬러의 유니모그
울퉁불퉁한 시골길이건 눈 쌓인 도로건 거침없이 누비는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유니모그(Unimog)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전설로 통하는 차다. 유니모그는 칼스루에 근교 뵈르트에서 생산되는 작은 상용차 Universale Motor-Gerat(만능 전동 도구)의 역자다. 유니모그는 독일 제품의 전형적인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 잔고장이 없고,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쓸데없는 장식이 없는 절제의 미학을 갖고 있다. 유니모그는 품질 좋은 독일 제품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초 독일 상용차가 기술의 대명사인 이 막강한 유니모그를 상대로 구(舊) 동독의 작은 회사가 도전장을 냈다. 이 회사는 구 동독 체제 하에 개발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제작한 특수차 ‘멀티카(Multicar)를 앞세워 경쟁사의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가고 있었다.
이 회사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시장점유율 때문이 아니다. 겉모습만 봐도 보잘 것 없고 약해 보이는 멀티카와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유니모그의 싸움은 처음부터 승부가 난 것처럼 보였다. 초라한 외양 때문에 사람들은 멀티카를 상용차계의 트라비(Trabi, 동독에서 생산하던 유일한 승용차)라고 낙인찍었다. 그리고 벤츠 로고를 단 힘센 유니모그와의 싸움에서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 단언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멀티카가 머지않아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자신들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동독 사회주의 경제가 자동차 생산을 그만둔 지 1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구 동독산 일개미는 여전히 도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독의 신생기업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유니모그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경쟁 제품인 유니모그에 비해 멀티카의 가격은 훨씬 저렴했다. 하지만 파산한 사회주의의 산물, 게다가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는 상용차를 오로지 싸다는 이유로 살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멀티카의 자그마한 크기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만약 소형 화물차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면, 기술력을 인정받는 서독의 자동차 회사들이 당연히 그런 차를 만들었을 것이다.” 『노이에 취리히 Neue Zurch』에 인용된 한 경영 컨설턴트의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했던가?
멀티카는 처음 얼마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곧 수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구 동독 지역의 지자체들의 발터스하우젠(1948년 멀티카를 생산하는 회사가 ‘VEB 발터스하우젠 차량 공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의 고객이 되었다. 동독 시절부터 브랜드가 알려져 있었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유니모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었다. 또한 유니모그보다 크기가 작아 실용적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점차 부각되었다. 눈을 치우거나 잔디를 깎거나 나무덤불을 정리할 때에는 몸집이 작은 멀티카의 장점은 빛났다. 저렴한 소형 다목적 차량이라는 컨셉을 갖고 멀티카는 성공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1995년까지 멀티카는 매출액에 있어 유니모그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에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유니모그가 군수 분야의 주문이 줄어든 탓에 적자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유니모그의 경영진은 적자를 멀티카와의 직접 대결로 타결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멀티카에 득이 되는 행동이 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유니모그가 멀티카의 장점들을 모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실제로 1996년 유니모그가 새로 개발한 UX100이라는 모델은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상용차보다 크기가 작았으며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멀티카와 유사했다. 멀티카의 고객을 빼앗자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제품에는 결함이 많았고 결국 1998년 멀티카가 유니모그의 해당 모델을 매입하였다. 같은 해 멀티카는 보덴제 근교의 위버링겐에서 건설 장비를 생산하던 크라머(Kramer)사의 트레모(TREMO)라는 모델도 인수하였다. 트레모는 멀티카와 경쟁 관계에 있는 모델이었다. 이렇게 해서 작은 거인 멀티카는 주요 경쟁자들을 물리쳤고 소형 상용차와 화물차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게 되었다.
내 앞에서 검색을 논하지 마라 - 구글 vs. 야후
구글은 신규시장의 개척 따위와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탄생했다. 1998년,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라는 두 명의 대학생이 회사를 차렸을 때는 이미 인터넷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선 상태였고, 검색엔진 시장 또한 이미 포화 상태처럼 보였다. 대형 검색엔진들은 치열한 경쟁 중이었고, 누군가 발이라도 들여놓을라치면 그대로 갈아 마시기라도 할 기세였다. 이렇듯 업계의 강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시장에 풋내기 신참이 뚫고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브린과 페이지는 스탠퍼드 재학 중에 웹사이트들의 중요도를 신뢰성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산출법을 고안해냈었다.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천재적이었다. 다른 사이트에 인용되는 빈도가 높을수록 그 사이트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을 토대로 구글은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검색엔진을 만들 수 있었다. 사실 부른과 페이지는 이 방법을 직접 시장화할 생각이 없었지만 기존 검색 회사 경영진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직접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구글의 첫 번째 사무실은 두 창업자의 친구집 창고였다. 다행히 당시에는 인터넷 거품이 꺼지지 않은 상태라 투자가를 찾기가 그리 어려지는 않았다.
테스트 기간 중에 구글은 마치 마술처럼 인터넷 사용자들을 끌어들였다.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혁신적인 검색 결과 배열 방식 덕택에 경쟁사보다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1999년 9월 공식적인 테스트기간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했을 때는 이미 하루 3만 건의 검색 의뢰가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2001년 봄, 드디어 구글은 최대 경쟁자인 야후를 누르고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검색 엔진으로 3년 만에 수십 억 달러의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었다. 구글은 이미 상당수의 업체들이 위기에 처해 있던 2001년 4/4분기부터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매출의 대부분은 광고수익이며 나머지는 주로 구글의 기술에 대한 사용료로, 야후도 구글의 고객이 되었다.
구글의 제1의 성공 원인은 ‘우수한 검색 기술’이다. 하지만 또 다른 성공 요인이 있다. 구글은 다목적 포탈로 구축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사와 달리 오로지 ‘정보검색’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단순명료한 구글의 웹사이트 디자인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구글은 눈에 거슬리는 배너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회사의 수익보다는 일관되게 고객을 생각하는 경영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기술 혁신과 경쟁사의 오류를 개선한 “한 수 위의 컨셉”이 구글 성공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구글 역시 다른 수많은 약자들처럼 ‘몸집이 작은 도전자’로서의 이점을 충분히 누렸다. 다시 말해서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이라면 아무리 바람직한 일이라고 해도, 수익이라는 그 달콤한 유혹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후발업체로서 잃을 것이 없었다.
미친 소가 캔 속으로 들어왔다 - 레드불 vs. 코카콜라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 있다. 별로 맛도 없고 광고 세례도 퍼붓지 않은 평범한 음료가 90년대에 가장 성공한 혁신 제품으로 꼽히며 청량 음료 시장의 대기업들을 오히려 구닥다리로 보이게 만든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일들은 시장에서 왕왕 벌어진다.
우선 20세기 말의 스트레스 상황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에너지 음료가 필요하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훌륭했다. 산업 시대는 자동차로부터 시작해 원자력과 컴퓨터의 등장으로 화려한 변신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레드불이 탄생했다. 마치 온 세상이 레드불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제품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가능하려면 약간의 천재성과 광기가 필요하다. 대기업에서라면 이런 아이디어는 쓰레기통에 처박혔을지 모른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디트리히 마테쉬츠(Dietrich Mateschitz)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마테쉬츠는 80년대 레드불이라는 제품으로 도저히 난공불락할 것 같았던 시장을 공략했다. 수백만 달러의 광고비를 쏟아 부을 여력이 없는 약자에게는 더욱 승산이 없는 시장이었다.
마테쉬츠에게 유리했던 조건을 굳이 꼽자면 시장 판도가 워낙 뻔해 경쟁사 분석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정도를 들 수 있겠다. 레드불은 불가피하게 코카콜라를 위시한 여러 청량 음료와 자웅을 겨뤄야 했는데, 알다시피 이들은 수백만 달러를 광고에 쏟아 붓는 대기업 제품들이다. 스포츠 음료 시장은 그나마 청량 음료 시장보다는 작았지만, 이미 붐을 타고 있어서 이소스타, 아쿠아리스, 게토레이 같은 제품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테쉬츠에게 남은 선택이라고는 결국 조롱거리밖에 되지 못할 무모한 싸움의 상대자를 게토레이로 할 것인가 코카콜라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마테쉬츠는 겁먹지 않았다. 치약회사 블렌닥스(Blendax)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마테쉬츠는 극동 아시아로 수 차례 출장을 다니면서 ‘특이한 음료수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다. 일본을 위시로 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에는 이미 카페인이 들어 있는 에너지 드링크 류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 하루를 샐러리맨의 자양 음료로 자리 잡고 있었다. 출산 후 몸이 약해진 산모들도 에너지 드링크를 즐겨 마셨다.
블렌닥스를 그만둔 마테쉬츠는 이후 수년간 에너지 드링크의 컨셉을 연구했다. 드링크의 이름은 레드불(Red Bull)로 정했다. 앞으로 세계를 정복해 나갈 기업의 본사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의 푸쉴제(Fuschlsse)에 세웠다.
레드불이 성공하게 된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뛰어난 상품 포지셔닝이었다. 이들은 레드불을 갈증 해소용이나 파티 음료로 선전하지 않았다. 그렇게 했다면 코카콜라를 비롯한 유수의 브랜드와 싸워야 했을 것이었다. 이들은 오히려 컨디션을 좋게 해주는 기능을 중점적으로 부각시켰다. 또한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일상이 힘들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즉 현대의 경쟁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두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스트레스 받은 경영자건 피곤한 동성애자이건, 몸의 활력을 찾고 싶은 사람은 레드불을 마시라는 것. ‘레드불은 날개를 달아줍니다’는 광고 카피일 뿐 아니라, 조금 과장이기는 했지만 제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활력을 주는 음료 레드불을 이소스타와 같은 스포츠 음료로 분류했다. 하지만 사실 젤리 맛의 레드불은 하나의 고유한 시장 세그먼트였다.
마케팅 전문지 「호리존트」는 레드불을 “스포츠 음료, 콜라와 레모네이드, 커피, 에너지 드링크의 혼합”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 기이한 조합의 음료는 다양한 계층의 인기를 얻어 나이트클럽에서 스포츠용품 전문매장에서나 할 것이 없이 아주 잘 팔리고 있다.
레드불은 세계를 정복하기 전에 우선 마테쉬츠의 고향 오스트리아 정복에 나섰다. 처음부터 마테쉬츠는 동원이 가능한 자원을 마케팅에 쏟아 부었다. 외부 자본 없이 창업한 사람치고는 엄청난 액수인 100만 유로를 론칭 광고에 쏟아 부었고, 덕택에 오스트리아에서 레드불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비해 광고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던 레드불은 스포츠 경기를 비롯한 각종 행사의 스폰서를 맡았다. 광고나 판매와 관계없는 것은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 외주를 주었다. 특히 레드불은 직접 생산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생산은 오스트리아의 레모네이드 생산 회사인 라우흐(Rauch)에 맡겼다.
론칭 캠페인은 오스트리아인들의 취향에 적중했다. 레드불은 처음부터 컬트 음료로 인식됐다. 회사 사장이든,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젊은이든, 공장에서 교대조로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든 모두 레드불을 찾았다. 오스트리아에서 레드불 열풍이 분 것은 단순히 광고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중들에게 퍼진 수많은 소문과 ‘전설’이 레드불의 판매에 불을 붙였다. 레드불이 건강에 나쁘다느니, 중독성이 있다느니, 사람의 공격성을 높인다느니 하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레드불이 마약과 비슷하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레드불과 관련된 소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레드불의 주요 성분인 타우린이 황소의 고환에서 추출된 물질이라는 것이다. 이 소문은 거짓이었지만, 사람들은 황소의 힘이 레드불에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레드불은 독일에서 1994년 3월 대대적으로 출시되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독일인들은 아마도 에너지에 대한 엄청난 요구가 있었던 것 같다. 출시 후 100일 만에 3천 5백만 개의 레드불이 팔렸으니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생산 공장에서 물건을 제대로 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레드불의 큰 성공을 일궈낸 마테쉬츠는 자신이 만든 레드불과는 달리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오페라 공연이건 신문의 가십난이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제 58세가 된 마테쉬츠는 주식 상장이나 외부 자본 유치에도 관심이 없다. “비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해할 만 하다. 레드불 자체가 하나의 엄청난 비합리적인 결정이었으니 말이다.
외부 자본 없이도 이 ‘마녀 음료’는 70여 개국에 진출하여 매년 14억 개가 팔려 나간다. 매출이 10억 유로(약 12조 원)를 넘은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특히 마테쉬츠 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시장에서 말이다. 마테쉬츠의 성공 이후 다른 경쟁자들도 뛰어들어 현재 독일 시장에는 50여 종의 에너지 드링크가 있다. 거의 모두 레드불의 캔 모양을 모방한 제품들이다. 하지만 마테쉬츠는 자신이 창조한 시장에서 75퍼센트의 점유율을 유지함으로써 경쟁자들의 모방 상품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출발점이 이렇게 확고한 레드불 경영진은 또 하나의 큰 도전에 나섰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청량 음료의 천국 미국에서 레드불이 얼마나 선전할지 두고 볼 일이다. 광고 카피는 이미 정해졌다.
“레드불은 날개를 달아줍니다 Red Bull gives you w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