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의 재발견

   
윌리엄 손다이크
ǻ
마인드빌딩
   
18000
2019�� 03��



■ 책 소개

 

자신만의 철학으로 위대한 기업을 만든
역발상 CEO 8명의 투자와 경영의 지혜

 

저자 윌리엄 손다이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 과정 학생들과 함께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진 끝에, 기업 경영에서 잭 웰치 이상의 성과를 거둔 CEO 8인을 찾아내고 분석했다. 놀랍게도 이들 8인이 공유한 경영의 우선적인 가치와 전략에는 여타의 CEO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들이 있었다.

 

저자는 이들의 경영전략을 ‘관행타파 경영’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면서 8인의 공통된 경영방식을 ‘역발상 CEO 전략’으로 규정했다. 그 핵심은 성장이나 매출이 아닌 ‘가치·수익의 극대화’였다. 남들과는 다른 ‘역발상 CEO’들의 경영전략을 철저히 분석하여 미래의 CEO와 비즈니스 리더들을 위한 ‘최강의 경영 모델’을 도출하여 이 책에 담았다. 8인의 역발상 CEO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경영의 목적과 핵심 지표, 장기적 지향점을 통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주목한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윌리엄 손다이크
저자 윌리엄 손다이크는 개인자산 관리 기업인 후사토닉 파트너스의 창립자이자 CEO이다. 하버드대학교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역시 하버드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해왔다. 현재 8개 기업과 2개 비영리기구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 역자 이혜경
역자 이혜경은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산업팀 기자, 한경닷컴 증권팀 기자, 조선일보 이코노미플러스 금융팀 기자, 한국투자교육연구소 투자뉴스팀장, 아이뉴스24 경제금융팀장을 거쳤다. 17년간 경제·금융·증권 전문기자로 일하며 기자생활을 주로 돈이 흘러 다니는 길목에서 보냈다. 돈 문제를 두루 다루는 작가 겸 번역가로 인생 후반전을 열고 있다.

 

■ 차례
추천사
서문_ 탁월한 경영자는 무엇이 다른가

 

Chapter0_ 그들은 왜 현금흐름에 집중했을까
고슴도치 CEO vs 여우 CEO ∥ 뛰어난 CEO들의 공통점 ∥ 누구나 따라 할 수 없는 경영기법

 

Chapter1_ 돈을 벌어들이는 영구기관: 톰 머피와 캐피털 시티스 방송사
톰 머피의 경영철학 ∥ 톰 머피의 경영노트 ∥ 머피가 경쟁자들보다 앞섰던 이유 ∥ 트랜스다임: 캐피털 시티스의 자본배분 기법을 잇다

 

Chapter2_ 상식을 뒤엎는 경영자: 헨리 싱글턴과 텔레다인
경영천재 싱글턴의 행보 ∥ 텔레다인만의 이익 지표 ∥ 싱글턴의 경영노트 ∥ 버핏과 싱글턴: 쌍둥이 같은 경영방식

 

Chapter3_ 기업회생 경영비법: 빌 앤더스와 제너럴 다이내믹스
빌 앤더스의 신선한 시각 ∥ 전략적 통찰을 바탕으로 한 회생비법 ∥ 앤더스의 현금 창출 전략 ∥ 앤더스가 마주한 진실 ∥ 앤더스 이후의 제너럴 다이내믹스 ∥ 빌 앤더스의 경영노트 ∥ 원칙은 같지만 전혀 다른 행동 ∥ CEO 3인방의 공통점과 차이점 ∥ 후기: 가장 솔직한 형태의 칭찬

 

Chapter4_ 격변하는 산업에서 가치 창출: 존 말론과 케이블 사업자 TCI
과도한 부채의 위기에서 시작 ∥ EBITDA의 탄생 ∥ 사업이 잘될 때 경영방법 ∥ 시대의 변화를 감지한 뒤 ∥ 말론의 경영노트 ∥ 말론의 경영철학 ∥ 직원들의 장기근속 이유

 

Chapter5_ 파괴적 혁신과 전략의 수립: 캐서린 그레이엄과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
워싱턴 포스트의 일인자 ∥ 워싱턴 포스트의 흥망성쇠 ∥ 그레이엄의 경영노트 ∥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 그레이엄의 인재경영 방법 ∥ 후기: 두 회사 이야기

 

Chapter6_ 공개적 차입매수: 빌 스티리츠와 랠스턴퓨리나
다르면서도 비슷한 빌 스티리츠 ∥ 스티리츠의 경영철학 ∥ 스티리츠의 경영노트 ∥ 현금흐름을 지배하는 능력 ∥ 스티리츠가 주목한 두 가지 ∥ 스티리츠의 경영전략 ∥ 참고할 사례: 사라 리

 

Chapter7_ 최적화를 위한 다각화: 딕 스미스와 제너럴 시네마
두 가지 혁신 ∥ CHH 투자로 만든 새로운 사업 ∥ 스미스의 안목과 결정 ∥ 스미스의 경영노트 ∥ 현금흐름을 지배하는 방법 ∥ 스미스의 기업 인수 특징

 

Chpater8_ 탁월한 CEO 투자자: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 ∥ 워런 버핏의 선견지명 ∥ 워런 버핏의 투자전략 ∥ 워런 버핏의 경영노트 ∥ 남들과 다른 자본배분 방법 ∥ 워런 버핏만의 주식투자 관리 방법 두 가지 ∥ 잭 웰치 vs 워런 버핏의 경영철학

 

Chpater9_ 철저한 합리성: 역발상 CEO들의 사고방식
항상 계산하라 ∥ 중요한 건 분모, 즉 주식 수 ∥ 거침없는 독립성 ∥ 카리스마는 과대평가됐다 ∥ 인내하며 악어처럼 기회가 오기를 노린다 ∥ 때로는 대담하게 움직인다 ∥ 꾸준하게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방법 적용 ∥ 장기 전망 ∥ 역발상 CEO들의 공통된 가치관 ∥ 후기 사례와 체크리스트

 

부록_ 버핏 테스트
감사의 말
역자의 말_ 엄청난 데이터와 치밀한 분석이 현금을 재발견하다
주 

 




현금의 재발견


상식을 뒤엎는 경영자: 헨리 싱글턴과 텔레다인

경영천재 싱글턴의 행보<
/P>요즘에도 통념상 대기업은 ‘한 우물형’ 기업이 갖춘 민첩함과 집중력이 부족하고 효율도 떨어지는 조직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1960년대 내내 대기업들은 높이 치솟은 주가수익배수를 즐겼고, 비싼 자사주를 현금처럼 이용해 미친 듯이 계속 기업을 사들였다. 이 흥분되는 시절에는 인수 경쟁이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다. 사모펀드도 아직 없던 시기였다. 인수대상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가격은 주가수익배수로 산정하는데, 대개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의 주가수익배수보다는 실질적으로 낮았다. 이는 기업인수에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공했다.


싱글턴은 이런 광범위한 차익거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1961년부터 1969년까지 싱글턴은 무려 130개 기업을 인수했다. 항공전자에서 특수강, 보험까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었다. 이 가운데 두 곳 외에는 모두 비싼 텔레다인 주식을 이용해 사들였다.


그런데 싱글턴의 인수방식은 다른 대기업 경영자들과 결이 달랐다. 그는 마구잡이로 기업을 인수하지 않았다. 실적이 바닥을 찍은 기업을 피했고, 해당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로 수익성이 좋으면서 성장하는 기업들에 중점을 뒀다. 틈새시장 기업들에도 종종 관심을 보였다. 텔레다인의 특수강 부문을 맡았던 잭 해밀턴이 사업 내용을 내게 간단히 설명했다. “우리는 톤 단위가 아니라 온스 단위로 팔리는 이익률 높은 상품이 전문이에요.” 싱글턴은 매우 유능한 기업인수 전문가였다. 이익의 12배 이상은 절대 지불하지 않았고, 대부분 기업 주가수익배수가 아주 낮을 때만 사들였다. 이 기간에 텔레다인 주가수익배수가 최저 20배에서 최고 50배 수준으로 높았다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많은 대기업 경영자들이 본사주도형 경영방식을 채택했다. 그들은 본사 직원을 잔뜩 뽑았고 부사장들과 기획부서로 기업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싱글턴은 원조 경영의 달인 중 하나인 텍스 손턴 가까이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턴과는 전혀 다른 경영기법을 고안했다.


손턴과 ITT의 헤럴드 제닌 같은 경쟁자들과 달리, 싱글턴과 로버츠는 당시 유행하던 ‘통합’과 ‘시너지’는 멀리하고, 그 대신 극단적인 분권화를 강조했다. 이들은 기업을 가장 작은 부품 단위로 쪼개서, 가능한 한 최하 말단 조직에까지 성과 및 운영상 권한을 넘겨줬다.


분권화 덕분에 텔레다인에서는 사내 정치가 없었고 조직문화는 객관적으로 조성됐다. 텔레다인에서 사장을 지낸 여러 명이 사내 정치가 없는 텔레다인의 신선한 기업문화를 언급했다. 이들은 다들 재직 시절 목표치를 달성한 지휘관이었다. 하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이들은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텔레다인의 전직 사장 한 명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싱글턴이 누구와 점심을 먹는지 신경 쓰지 않았지요.”


텔레다인만의 이익 지표

1969년 들어 기업인수 엔진이 속도를 늦추자, 로버츠와 싱글턴은 텔레다인의 기존 사업부문에 시선을 돌렸다. 통념에서 또 다시 벗어나, 싱글턴은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사랑받던 핵심지표인 순이익을 무시하고, 대신 잉여현금흐름을 최적화하는 쪽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싱글턴과 CFO 제리 제롬은 ‘텔레다인 이익’이라고 명명한 특이한 지표를 고안했다. 텔레다인 이익은 각 사업 부문별 현금흐름과 순이익의 평균을 내서 구했다. 현금 창출을 강조하면서, 모든 사업부문 본부장들의 보너스도 텔레다인 이익에 맞춰 지급했다. 싱글턴은 《파이낸셜 월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일 누가 텔레다인을 따라하고 싶으면, 분기 순이익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해요. 우리는 회계처리에서 연차보고서상 순이익이 아닌, 현금흐름 최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지요.” 이는 월스트리트에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포천》500대 기업 CEO한테서 들을 법한 얘기는 아니다.


싱글턴을 자사주 매입 분야의 개척자라고 정의하는 것은 그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셈이다. 아마도 자사주 매입의 베이브 루스, 또는 기업재무 분야 초기 역사에서 빼어났던 신 같은 존재라고 묘사하는 게 훨씬 정확할 것 같다. 1970년대 초반 이전에는 자사주 매입이 흔한 일이 아니었고 논란도 많았다. 통념상 자사주 매입은 그 기업이 더는 투자할 데가 없다는 신호로 인식됐다. 그래서 월스트리트는 자사주 매입을 해당 기업이 허약하다는 증거로 간주했다. 싱글턴은 이 통설을 무시했다. 1972년과 1984년 사이에 싱글턴은 여덟 차례 공개매수로 텔레다인이 발행한 주식을 무려 90퍼센트나 사들였다. 찰리 멍거의 말마따나 “아무도 자사주를 그렇게 공격적으로 사들인 적은 없었다.”


주주들에게 자본수익을 돌려주는 수단으로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이 더욱 절세 효과가 크다는 게 싱글턴의 판단이었다. 그의 재임기간 대부분 배당금에 붙는 세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싱글턴은 매력적인 가격에 매입한 자사주가 텔레다인 자체적인 호재에 힘입어 기업가치를 주가에 완전히 반영하며 급등할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꽉 눌린 용수철이 미래 어떤 순간에 펄쩍 튀어 오르듯이 말이다. 싱글턴은 이런 과정에서 엄청난 수익이 날 거라고 예상했다. 자사주 매입은 자본배분을 할 때면 유용한 잣대가 됐다. 싱글턴은 자사주 매입에서 예상되는 수익이 다른 투자 기회와 비교해 매력적으로 보일 때마다 자사주를 취득했다.


싱글턴은 경쟁자들과 주식시장이 왜소해 보일 정도로 특출한 기록을 남기고 떠났다. 신뢰할 만한 주식거래 자료가 쌓이기 시작된 첫해인 1963년부터 회장에서 물러난 1990년까지, 싱글턴은 주주들에게 연평균 20.4퍼센트라는 뛰어난 수익률을 안겨줬다. 이는 같은 기간에 S&P 500이 8.0퍼센트, 다른 주요 대기업들이 11.6퍼센트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파괴적 혁신과 전략의 수립: 캐서린 그레이엄과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

워싱턴 포스트의 일인자

1963년 9월 20일, 그레이엄이 워싱턴 포스트 사장이 됐을 때, 그는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의 경영 아래에서 상당히 커진 회사를 물려받았는데, 성장세에 있던 워싱턴DC 시장의 신문 세 곳 중 하나인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해 주간지 《뉴스위크》,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있는 TV 방송국 세 군데 등 미디어 기업들이었다.


1972년, 워싱턴 포스트는 그레이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공화당의 선거부정행위를 집중 취재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침내 워터게이트 사태로 확대됐다. 브래들리와 젊은 취재기자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를 필두로 워싱턴 포스트는 이 특수한 스캔들을 보도했다. 결국 1974년 여름 닉슨의 사임을 끌어냈다. 이러한 ‘언론 쿠데타’로 워싱턴 포스트는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뉴욕 타임스의 유일한 경쟁매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닉슨 정부의 불만과 위협은 워터게이트 사태 내내 계속됐지만 그레이엄은 이를 결연하게 무시해버렸다.


워싱턴 포스트의 흥망성쇠

1981년,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첫째로, 워싱턴 포스트의 오랜 라이벌인 《워싱턴 스타》가 지속적인 판매부수 하락 끝에 결국 발행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워싱턴 포스트는 파업 후 비용 체계에 군살을 덜어낸 상황에서 미국 수도의 유일한 일간지가 됐다. 그 결과 발행부수와 수익성이 치솟았으며 이는 이후 10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둘째로 1970년대 내내 네 번이나 시도한 끝에, 그레이엄은 마침내 딕 시먼스라는 뛰어난 COO를 찾아냈다. 다각화된 미디어기업 던 앤 브래드스트리트 COO를 역임한 시먼스는 워싱턴 포스트 COO가 되자 즉시 경쟁사에 비해 마진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했다. 그를 영입한 것은 워싱턴 포스트를 놀라운 수익성의 시대로 이끈 신의 한수였다. 우리의 역발상 CEO들이 성공하려면 능력 있는 COO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불황기였던 1990년대 초반, 경쟁사들은 과도한 부채로 인해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워싱턴 포스트는 이제까지와 달리 인수전에 나섰다. 약세장에서 주가가 부진했던 케이블TV 시스템들과 TV 방송국들, 교육업체 몇 곳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들였다.


1993년 캐서린 그레이엄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때, 워싱턴 포스트는 신문사 가운데 가장 다각화돼 있었는데, 매출액과 순이익의 절반가량은 신문발행 이외의 사업에서 벌어들였다. 이후 이러한 다각화된 사업구조 덕분에 아들 도널드가 회사를 맡은 후에도 워싱턴 포스트는 더욱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레이엄의 경영노트

그레이엄은 버핏의 조언을 받아 파격적이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자본을 배분했다. 그레이엄의 자본배분 방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즉 배당금과 부채는 동종업계 하위수준으로, 자사주 매입은 동종업계 상위수준으로, 기업인수는 상대적으로 적게, 자본지출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식이었다. 이제 분야별로 들여다보겠다. 회사의 재원부터 시작하자.


그레이엄의 재임기간 동안, 워싱턴 포스트는 지속적으로 대규모 현금흐름을 창출했다. 경쟁사 워싱턴 스타가 폐간한 후 워싱턴 포스트 매출액이 급증하고, COO인 딕 시먼스가 모든 사업부문의 이익률을 개선시킨 덕분에 1980년대 10년 동안 워싱턴 포스트의 수익성은 극적으로 호전됐다. 이러한 현금유입 물결과 더불어, 워싱턴 포스트에는 부채와 자산 매각이라는 또 다른 재원이 둘이나 더 있었지만, 이 둘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레이엄은 현금을 대단히 신중하게 처리했다. 임기 내내 배당금 지급은 세금 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최소 수준으로만 유지했다. 이런 식의 배당 최소화 방침은 그 당시 신문 산업 관행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신문 업계에서는 대체로 설립자 가족들이 높은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 일부는 배당금 수입에 기대어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레이엄 시절의 워싱턴 포스트는 배당금 수준을 동종업계에서 가장 적게 지급했고, 그 결과 유보이익 규모가 업계에서 가장 컸다.


그레이엄이 회사 수익을 사용하는 방식은 시먼스, 버핏 그리고 또 다른 이사회 멤버인 캐피털 시티스의 댄 버크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모든 자본 지출 결정은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야 승인될 수 있었는데, 해당 투자로 매력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승인이 이뤄졌다. 앨런 스푼은 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이 시스템은 모든 잉여 현금이 본사로 들어가는 방식의 연방정부 체제 같았죠. 관리자들은 자본이 투입되는 모든 프로젝트에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했거든요. 핵심 질문은 ‘최적의 자금 사용처는 어디인가?’였어요. 워싱턴 포스트는 엄격하면서도 끊임없이 의심하는 자세로 그 질문에 맞는 대답을 구했지요.”


이러한 규율로 인해 그레이엄은 경쟁사들과 비교해 물리적 설비 투자를 결정할 때 한층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1980년대에 다른 대형 신문사들은 수억 달러를 써서 신규 인쇄 설비와 인쇄전 공정 설비를 설치해 공정 전 준비시간을 줄였고 컬러 인쇄도 도입했다. 그레이엄은 주요 신문사 CEO 가운데 그런 시설투자를 자제한 유일한 경영자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주요 신문사 중에서 구식 활판인쇄로 발행하는 마지막 신문사였다. 그레이엄은 새 공정 설치비용이 저렴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런 설비를 가동해도 이익이 난다는 점을 경쟁사들이 확실하게 증명할 때까지 투자를 연기했다.



탁월한 CEO 투자자: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의 경영노트

버핏의 뛰어난 성과는 서로 중요하고도 밀접한 세 분야, 즉 자본창출, 자본배분, 운영관리 분야를 파격적인 방식으로 운영한 결과였다.


찰리 멍거 얘기로는, 버크셔가 장기간 성공을 구가한 비결은 “3퍼센트 이율로 조달한 자금으로 13퍼센트 수익률을 내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속적인 저비용 투자자금 조달능력은 버크셔의 재무적 성공에 기여한 점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놀랍게도 버핏은 부채를 얻거나 주식을 발행한 일이 거의 없었다. 사실상 버크셔의 투자 자본은 모두 내부에서 창출됐다.


버크셔의 주요 자금출처는 보험 자회사의 책임준비금이었다. 완전출자 자회사들에서 나오는 자금과 이따금씩 투자자산을 매각해서 들어오는 상당량 현금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버핏은 버크셔에 사실상 자본의 플라이휠(관성을 이용해 기계나 엔진을 안정적으로 회전시키는 무거운 바퀴. 일단 돌기 시작하면 쉽게 멈추지 않음-역자)을 창조해냈다. 버크셔 내부에서 나온 자금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다른 사업의 전체나 일부 지분을 인수하고, 거기서 나온 수익으로 다른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식으로, 이런 과정을 계속 이어갔다.


남들과 다른 자본배분 방법

이제 버핏이 버크셔 사업들에서 나온 자본을 어떻게 배치했는지 살펴보자. 버핏은 회사를 인수할 때마다, 잉여현금은 오마하로 보내 배분해야 한다며 지체 없이 현금흐름 지배권을 가져갔다. 찰리 멍거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매우 분권화된 운영과는 달리, 버크셔에서 자본배분은 매우 중앙집권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느슨함과 엄격함의 혼재, 즉 위임과 위계의 혼재는 다른 역발상 CEO 기업들에도 모두 나타났지만, 버크셔만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이미 상당히 성공한 투자자인 버핏은 버크셔가 이례적으로 자본 배분에 대비하게 했다. CEO들은 대부분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가 잘 아는 산업 내에서만 투자한다. 이런 CEO들은 고슴도치다. 이와 달리 버핏은 다양한 주식과 산업에 투자하며 평가해본 전형적인 여우였다. 그래서 버핏에게는 비공개기업 매수나 상장기업 주식 매수 등 배분 옵션이 훨씬 더 많은 메뉴판에서 고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CEO가 투자대안이 많으면 많을수록 높은 수익을 내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더 커지는데, 이런 넓은 메뉴판은 버크셔에 상당한 경쟁우위로 나타났다.


잭 웰치 vs 워런 버핏의 경영철학

버핏은 관련 사업을 전혀 운영해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CEO 역할을 맡았다. 그는 자기 시간을 자본배분 업무에 집중했고, 운영관리에는 가능하면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게끔 버크셔를 설계했다. 운영관리에는 자신이 관여할 게 별로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버크셔 시스템의 표준은 극단적인 분권화가 됐다. 텔레다인, 캐피털 시티스를 비롯해 이 책에 나오는 분권화 경영방식과 철학으로 운영되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버크셔는 분명히 무정부상태나 마찬가지였다.


1986년 버크셔 연차보고서에서, 버핏은 놀랍도록 강력한 ‘제도가 가하는 압박’에 대해 설명했다. ‘제도가 가하는 압박’이란 경영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경쟁사를 따라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수시로 인용하곤 했던 윈스턴 처칠의 말(“당신은 당신의 집을 만들고 그 집은 당신을 만든다.”-역자)을 떠올리면서, 버핏은 이러한 압박을 피할 수 있도록 회사와 생활을 의도적으로 구성했다. 버핏은 다른 《포천》500대 기업 CEO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썼다.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일정을 관리했고, 일간지 다섯 개와 수없이 많은 연차보고서를 읽고 생각하는 데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했다. 그는 정기회의 없이 빈칸이 유지되는 달력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사무실에 컴퓨터가 없으며 주식시세 표시기도 둔 적이 없다.


버핏의 투자자 대상 홍보 방식도 특유의 방식으로 시행했다. 버핏은 CEO들이 평균적으로 자기 시간의 20퍼센트를 월스트리트와 교류하는 데 쓰는 걸로 추정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는 애널리스트에게 시간을 쓰지 않았고, 투자 콘퍼런스에도 가지 않았으며, 분기 이익 전망치를 제공한 적도 없었다. 그는 상세한 연차보고서와 회의로 투자자들과 소통하기를 선호했는데, 두 가지 모두 남들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단색 표지와 코팅 안 된 평범한 종이로 인쇄한 버크셔의 연차보고서는 다른 연차보고서들과 달라 보인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버핏이 쓴 긴 에세이로, 회사가 전년도에 했던 다양한 사업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직설적이지만 쉬운 문체로 작성된 이 보고서들은 각 사업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간단명료한 틀이자, 버핏과 밍거의 남다른 운영철학은 보여주는 ‘주주 안내서’다.


주주총회 또한 특이하다. 관리상 소요되는 시간은 통상 15분을 넘지 않지만, 이후 버핏과 밍거가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는 데는 다섯 시간까지 걸린다. 주주총회는 엄청난 군중을 끌어들였다.(2011년 주총 때는 3만 5,000명 넘게 참석했다.) 버핏은 이를 “자본주의의 우드스톡 페스티벌”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이러한 연차보고서와 주주총회는 절약, 독립적인 사고, 장기적인 관리에 가치를 두는 강한 문화를 강화한다.(덩달아 기발함과 유머라는 가치관도. 버핏은 1990년대 초반에 그답지 않게 회사 비행기를 한 대 샀을 때, 이 사실을 연차보고서에 덧붙여 놓았는데, 우스울 정도로 조그만 글씨로 “입이 두 개라도 할 말 없음”이라고 적었다.)



철저한 합리성: 역발상 CEO들의 사고방식

항상 계산하라

역발상 CEO들은 항상 수익이 얼마인지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5학년 수준의 산수만 할 줄 알아도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모든 투자 프로젝트는 수익을 창출했다. 역발상 CEO들은 보수적인 가정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계산을 했고, 상당한 수익이 나올 만한 프로젝트만 진행했다. 그들은 핵심 가정에 집중했고, 지나치게 상세한 스프레드시트를 믿지 않았다. 부하나 외부 자문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직접 분석했다. 역발상 CEO들은 재무 추정치의 가치는 페이지 수가 아니라 적용한 가정의 질이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이들 중 다수는 간단명료한 한 페이지짜리 분석용 견본을 개발해냈다. 직원들이 핵심 변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거침없는 독립성

역발상 CEO들은 권한 위임의 대가였다. 대단히 분권화된 조직을 운영했으며 운영상 결정권을 조직의 말단, 최고 외곽 수준까지 내려 보냈다. 하지만 자본배분 결정 권한만은 넘기지 않았다. 찰리 멍거가 설명했듯, 그들의 기업은 “분권화된 운영과 아주 중앙집중적인 자본배분을 묘하게 뒤섞은” 것이었는데, 이러한 느슨함과 치밀함, 위임과 위계의 혼합으로 관행이 가하는 압박에 강력하게 맞설 수 있음을 입증했다.


독립적 사고에 덧붙이자면, 그들은 외부 자문가들에게는 최소한의 도움만 받고서도 편안하게 움직였다. 마치 주인공 혼자 악당 무리를 상대하는 서부극 <하이 눈>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존 말론은 혼자 AT&T의 개발부서 직원, 변호사, 회계들을 상대했고, 빌 스티리츠는 노란색 메모장 하나만 들고 수백억 달러짜리 거래 관련 실사회의에 나타났으며, 워런 버핏은 버크셔를 방문해보지도 않고 하루 만에 인수를 결정해버렸다.


인내하며 악어처럼 기회가 오기를 노린다

그들 모두는 수익 계산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적당한 기회가 나타나기를 오랫동안 기꺼이 기다렸다(일정 규모가 될 때까지 케이블 회사를 계속 사들였던 존 말론은 예외다). 제너럴 시네마의 딕 스미스는 10년 내내 기다리기도 했다. 캐서린 그레이엄처럼, 그들 중 다수는 인수 열풍이 몰아치던 기간에도 한발 비켜서서 고평가된 ‘전략적’ 인수들을 피한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주주가치를 창출했다.


꾸준하게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방법 적용

이 경영자들은 자본을 다루는 외과의사들이었다. 가용 자본을 가장 효율적이면서 가장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프로젝트에 꾸준히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오랜 기간 동안, 이러한 규율은 가치를 올리는 결정들은 더해가고, (똑같이 중요한) 가치에 해로운 결정들은 피하며 주주 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통념을 뛰어넘는 사고방식은 그 자체로 이들이 경영하는 기업들에 중요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에 있게 하는 강점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빛을 한 곳으로 모으는 렌즈 같은 역할을 했는데, 경쟁자들의 행동이나 통념 때문에 눈이 부실 때 역발상 CEO들은 이 렌즈로 차단하고 핵심적인 경제현실에 초점을 맞춰 적절히 결정할 수 있었다.


이 실용적이고 분석적인 방법 덕분에 명쾌함과 효율을 얻은 사례는 이 책에 수없이 많이 나온다. 이 CEO들은 자신들이 뭘 찾는지 정확히 알았고 이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도를 넘어서 분석하거나 과도한 모델을 세우지 않았고 그들의 생각을 확인받으려고 외부 컨설턴트나 은행가를 찾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은 달려들었다. 랠스턴 퓨리나에서 빌 스티리츠의 오랜 부하였던 팻 멀케이 얘기처럼, 그들은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 정확히 알았다.


경제잡지 《배런스》는 2009년 한 기사에서 엑손모빌 ‘특유의’ 기업 문화를 “자존심을 버리고 수익에 집요하게 몰두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러한 검소한 문화에서 뛰어난 성과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엑손모빌은 지난 25년간 석유 ‧ 가스 산업에서 자기자본이익률 선두를 유지해왔다.


역발상 CEO들의 공통된 가치관

이렇게 역발상 CEO들을 (그리고 그들 기업의 성과를) 다른 이들과 가른 것은 명백히 다른 두 가지 사고방식이었다. 스톤사이퍼와 틸러슨처럼 역발상 CEO들은 다른 모두가 관심 없을 때 무대 한 가운데에서 춤을 췄고, 음악소리가 가장 클 때는 수줍어하며 외곽 지역에 있기를 고수했다. 그들은 현명한 역발상 투자자들이었다. 수익이 별로다 싶을 때는 기꺼이 벽에 기대어 계속 서있었다.


아주 다양한 산업과 주식시장 상황에서, 역발상 CEO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였지만 매우 비슷한 핵심 원칙 근처에 모여 있었다. 경쟁자들이 이쪽으로 오면 스톤사이퍼와 틸러슨 등 역발상 CEO들은 저쪽으로 가면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아래 표에 나타나듯이, 그들은 저쪽으로 가서 사실상 똑같은 계획대로 움직였다. 그들은 배당금 지급을 멀리했고, 인수할 때는 규정에 맞춰서 했으며 (가끔은 대규모로), 차입금은 선별적으로만 썼고, 자사주는 대규모로 매입했고, 세금은 최소화했고, 조직은 분권화 중심으로 운영했고, 연차보고서상 순이익보다는 현금흐름에 중점을 뒀다.


그들 특유의 행동은 공통된 사고방식에서 나왔는데, 이는 그야말로 CEO 성공에 필요한 새로운 모델이 됐다. 즉 기업 자원을 최적화하는 경영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역발상 CEO들은 대단히 유능한 인물들이었지만, 경쟁자들과 비교해 본 상대적 장점은 지능이 아니라 기질이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중요한 것은 통찰력 있는 결정이라고 판단했고, 시대에 뒤떨어진 덕목처럼 보이는 검소함과 인내심, 독립심과 (가끔씩) 과감함, 합리성과 논리를 강조했다.


그들의 통념을 벗어난 방식은 다양한 산업과 주식시장 상황에서 경쟁우위에 있게 한 탄탄한 자원임을 입증했다. 기본적으로, 역발상 CEO들은 어떤 철저한 합리성을 실행했다. 그들에게는 장기투자자나 기업주의 관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CEO들이 고액 연봉을 받지만 직원처럼 일하는 것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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