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재가 된 홍 대리1

   
김만기 외
ǻ
다산라이프
   
14000
2014�� 06��



■ 책 소개 


대한민국 최초 소설로 읽는 중국 비즈니스의 모든 것!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중국을 공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재미있는 소설로 보여준다. 이 책에는 중국 문화와 중국인을 모르고 사업에 도전한 홍 대리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성공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기존 중국 관련 책들이 ‘투자’의 관점에서 알아야 할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이 책에는 중국에서 20년간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온 김만기, 박보현 저자의 ‘진짜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자들은 흥미진진한 소설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팁과 칼럼을 통해 중국 비즈니스에 필요한 정보들은 물론 중국과 중국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까지 다룬다. 중국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중국을 알고 싶은 사람들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단순히 중국을 공부한 학자들은 해줄 수 없는, 중국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실제로 중국에서 사업에 성공해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알토란같은 노하우들이 넘쳐난다. 





■ 저자 


김만기 


중국투자전문가인 김만기 교수는 한중수교가 되던 해인 1992년 무일푼으로 중국 땅을 밟아 한국인 최초로 베이징대학 유학생이 되었다. 영국 런던대학에서 중국학 석사를 취득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시작했다. ㈜헤럴드차이나 대표로 재직하면서 중국투자 컨설팅을 했고, 이후 중국 사모펀드를 조성하여 ㈜랴오닝하이리더투자개발을 설립해 직접 중국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중국 심양의 랜드마크가 된 거대한 쌍둥이 빌딩은 그가 성공시킨 대표적 투자 사례다. 





중국 지방정부 경제 고문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고, 베이징대학 한국 총동문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 경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숙명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 사업가와 교육자로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중국과 대만에 번역 출간된 『20대에는 사람을 쫓고 30대에는 일에 미쳐라』옮긴 책으로는 『차이나스리더스』가 있다. 




박보현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베이징대학 유학 시절 김만기 교수를 만나 결혼 후 런던대학에서 같이 유학했다. 학업뿐 아니라 사업, 강의, 집필 등 모든 활동을 함께하며 중국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이들 부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탄영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중국을 잘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믿음으로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중이다. 이들은 언젠가 세 식구가 배낭을 메고 광활한 중국 대륙 곳곳을 함께 돌아보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 차례 


등장인물 


프롤로그_살아남기 위하여 





1장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교두보,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 


경쟁자는 어디에나 있다 


제임스 장 


중국 비즈니스,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1 





2장 전략이란 변하는 것 


우연? 운명? 


‘지금’ 필요한 전략 


베이징과 윈난, 같은 나라 맞아? 


직원의 소속감을 기대하지 마라 


홍 대리, 중심을 잃다 


중국 비즈니스,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2 





3장 꽌시가 전부는 아니지만 꽌시 없이 되는 일은 없다 


드디어 만난 커피농장 동사장 


사면초가 


비상식적인 문화란 없다 


중국 비즈니스,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3 





4장 초심으로 


돌아오지 않는 직원들 


다시 처음으로 


중국 비즈니스,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4




중국 천재가 된 홍 대리1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교두보,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

사무실로 들어간 홍규태는 메일을 확인했다. 스팸 메일이 두 개, 오승진 상무에게서 온 메일이 하나였다. 주간과 월간 매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라는 내용에 규태는 한숨부터 나왔다. 중국사업팀을 총괄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에서 홍규태의 직함은 대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총경리라는 거창한 직함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오승진 상무 덕이었다.


"난 자네를 믿네. 홍 대리."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만난 오승진 상무는 홍 대리의 어깨를 꼭 쥐며 말했다. 중국사업팀을 책임지던 전임자가 2호점의 처절한 매출에 책임을 지겠다고 스스로 사임했을 때, 그 자리에 자원한 사람은 홍 대리뿐이었다. 임원들 대부분은 홍 대리의 나이와 경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다른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홍 대리를 지지한 몇 명 되지 않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미국 MBA와 중국어 실력을 지지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오승진 상무만은 그의 스펙이 아닌 실력을 믿어주었다.


"필리핀 진출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홍규태 대리입니다. 옆에서 지켜본 나는 홍 대리라면 능히 중국 진출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필리핀 진출이 막 안정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라 홍 대리가 자원해서 중국에 간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후로는 가장 확실한 지지자가 되어주었다. 비록 오승진 상무가 회사의 창립 멤버이자 사내에서 입지가 탄탄한 인물이라지만,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대리급을 적극 추천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경험이 풍부한 전임자가 실패한 일을 맡기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난 자네를 믿네."

그때도 오승진 상무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최목단 사장은 홍 대리가 아닌 오승진 상무를 믿어보기로 했다.


"오 상무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요. 그리고 카페 산업에는, 또한 태동하고 있는 중국에는 생각이 깨어 있는 젊은 인재가 더 어울릴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홍규태 대리를 책임자로 파견하겠습니다."


메일을 보고 있으려니, 마치 오승진 상무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여어, 홍 대리!"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문득 베이징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중국사업팀 상황은 잘 알고 있겠지? 그래, 어떻게 할 계획인가?"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의 1호점 매출에 자신감을 얻은 전임자가 야심차게 문을 연 왕푸징의 2호점은 몇 개월째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이곳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던 전임자는 몇 개월의 노력에도 적자 폭이 점점 커지자,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부하직원이 이런 곳으로 자원해서 가겠다고 하니, 오승진 상무 입장에서는 일견 기특하고 대견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 부하직원이 중국지사에 자원을 한 이유의 절반쯤은 현실 타협적인 것이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중국사업팀을 성공으로 이끌 경우 특진과 함께 막대한 포상이 주어질 예정이었고, 가세가 기운 홍 대리에게는 상당히 혹할 만한 인센티브였다.


"자세한 전략은 없지만, 나름의 계획은 있습니다."

"말해보게."

"현재 왕징점은 매출이 완곡하게나마 하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우선은 이를 다시 본궤도로 올려놓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이 매출을 바탕으로 왕푸징점이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적자를 메울 수 있으니까요. 전임자의 보고서를 빠짐없이 봤습니다. 매출을 끌어올리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더군요. 물론 큰 효과는 없었지만요. 직접 가서 보고 세부 전략을 짜야겠지만, 우선은 철저한 차별화 전략으로 왕푸징점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이어 홍 대리는 자신이 찾아본 자료를 인용해 계획을 설명했다.

"중국에서 영업 중인 커피전문점들의 전략은 크게 고급화 또는 저가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로 나뉩니다. 시장의 급성장을 감안해, 고급화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놓고 고급 커피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를 위한 포석이 바로 왕푸징점이지요. 비록 지금 당장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1선 도시 중에서도 상징성이 큰 베이징을 공략하려면 왕푸징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 나도 그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네. 왕푸징점은 우선 현상유지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힘써보게. 시간이 많지는 않네. 아마도 6개월? 내가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겠지만, 그래봐야 1년일세. 그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면 중국 현지인을 전문 경영인으로 쓰자는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을 걸세."
"예, 알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그 이상의 인내심을 보여줄 수 없겠죠. 그 안에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그렇게 오승진 상무에게 호언장담을 하고 한국을 떠난 게 3개월 전이었다. 지난 3개월간의 일정은 전쟁에 비견될 만했다. 우선 두 개의 매장을 모두 둘러보고 다각도로 분석을 시행했다. 그 외에도 수십 개의 항목을 정리했고, 각각의 중요도와 긴급도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매겨 하나씩 업무를 처리해왔다. 그 결과 1호점인 왕징점의 매출은 그전보다 하락세가 둔화됐고, 2호점의 적자폭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누군가는 3개월밖에 안 됐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칭찬했고, 다른 누군가는 3개월씩이나 지났는데 성과가 미미하다며 질책했다. 그리고 홍 대리 자신은 후자에 가까웠다.

"필리핀에서는 해낸 일을 중국에서는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답답합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보다 더 먼 나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하더군. 조급해하지 말게나."


경쟁자는 어디에나 있다

중국 발령 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계약하고 개점 준비 중인 첫 번째 매장인 3호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홍 대리는 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것 같았다. 모든 것은 지난달에 있었던 부동산 계약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홍 대리는 구매 담당자인 쉬타오를 통해 알게 된 부동산 중개소 사장과 약속을 잡고 궈마오의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중심업무지구)로 향했다.


"홍 총경리! 아주 기가 막힌 자리가 났어. 와서 한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이틀 전 통화에서 부동산 사장의 유쾌한 목소리에 들떠 밤잠까지 설친 홍 대리였다.

"라오반(중국의 일반적인 상점 주인이나 사장을 일컫는 호칭), 근데 스마오텐졔면 임대료가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스마오텐졔(THE PLACE)는 각종 이벤트와 다국적 기업들의 마케팅 프로모션 등 이색 볼거리가 가득한 특수 상권이었다. 특히 거리 천장의 대형 스크린과 화려한 조명 쇼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되는 곳으로, 베이징의 관광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동산 사장은 바로 그곳에 자리가 났다며 이렇게 홍 대리를 불러낸 것이다.


"비싸긴 하지. 그런데 총경리네 회사 한국에서 잘나간다면서?"

"물론이죠! 그래도 가능하면 싸게 들어가는 게 좋잖아요."

홍 대리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곧바로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CBD의 어마어마한 임대료를 떠올리며 긴장했다. 누가 뭐래도 CBD는 스타벅스 1호점이 임대료를 이겨내지 못하고 나갔다는 소문이 있는 바로 그 장소가 아닌가?


"어때? 마음에 들지 않아?"

"생각보다 조금 좁긴 하지만, 위치는 괜찮네요."

"그럼! 홍 총경리가 보는 눈이 있네! 좀 좁긴 해도 자리 하나는 기가 막히지. 주변 시세랑 비교해서 비싼 것도 아니고."

하긴, 여기보다 넓으면 예산을 초과해도 한참 초과하는 거지.


지금도 아마 예산은 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홍 대리는 본사를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중국에서 제대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면 우선 브랜드를 알릴 필요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CBD 입점은 매우 효과적일 것이므로, 임대료를 브랜드 홍보비용이라 생각한다면 꼭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더구나 궈마오는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온 화이트칼라들이 많은 곳이라, 홍 대리가 기조로 삼은 고급화 전략에도 잘 들어맞았다. 그러니 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의 매출만 올린다면, 3호점은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홍 대리의 생각이었다. 들어오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길게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계약하죠."

"잘 생각했어. 이런 자리는 또 언제 날지 몰라."


기분 좋게 계약을 마치고 나왔고, 본사를 설득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결재 받아 인테리어에도 더욱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고 며칠이 지나서 일어났다.


3호점이 들어설 건물과 좁은 길을 하나 사이에 둔 3층짜리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이 호화롭게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약하러 왔던 2주쯤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장사가 잘된다 싶은 베이커리가 있었다. 그런데 건물이 낡은 것도 아니고, 장사도 잘되고 있는데 굳이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마침 근처를 서성이던 부동산 사장에게 물었다.


"라오반, 저기 저 건물은 왜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거죠? 그 베이커리 장사 잘되는 것 같던데,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문제? 그럴 리가. 그게 아니라, 주인이 바뀌었어."


"베이커리 주인이 바뀌었다고요?"

"에이, 그건 아니고, 이제 베이커리 없어지고 카페 들어올 거야."

카! 페! 홍 대리는 순간 빈혈이라도 있는 것처럼 휘청거렸고, 머리로 피가 쏠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잠시 심호흡을 한 후에 다시 부동산 사장에게 물었다.

"저기에 카페가 들어선다는 거, 라오반은 알고 있었어요?"

"당연하지. 내가 중개한 건데……."


"뭐라고요? 그럼 나보고 구멍가게처럼 이 큰 카페 옆구리에 붙어서 장사하라는 겁니까?"

"아니, 왜 그러시나? 홍 총경리도 판다커피 알지? 여기 판다커피 들어오는데, 거기서 기다리기 싫은 손님이 빈하우스로 갈 수도 있잖아. 그럼 서로 좋은 거 아닌가?"


판다커피. 발령이 나기 전, 중국 커피시장에 대한 자료를 긁어모으던 중 한 방송에서 본 기억이 났다. 한때 상하이 지역에서 급속도로 커나가며 50호점까지 열었다가 자금이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으며 오히려 매장을 20여 개로 줄여가고 있던 곳이다. 바로 그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영어 이름을 쓰는 대만인 총경리가 투자를 받아 인수했고, 이후 완벽히 부활해 약 1년여 만에 상하이 100호점을 돌파했다. 개인이 조그만 카페를 냈는데, 바로 그 옆에 스타벅스가 들어서는 격이다.


"계약은 언제 한 겁니까?"

"한 2주쯤 됐나? 아, 그게 아마 홍 총경리 계약하고 한 이틀인가 지나서였을 거야. 예전부터 제임스 장 총경리가 이 근처에 입점하고 싶다고 했거든. 그런데 자리가 안 나니까 답답해서 그랬는지, 제임스 장 총경리가 저기 있던 베이커리 주인하고 자리 좀 마련해달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다음 날 둘이 와서는 베이커리 점포 내놓고 그걸 제임스 장이 계약하기로 했다고, 진행해달라고 하던데?"


장사가 충분히 잘되고 있는 베이커리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 제임스 장이라는 사람은 무슨 조치를 취한 걸까? 아마도 어마어마한 돈을 제시했을 것이다. 궈마오에서의 경쟁상대로 스타벅스와 영국의 코스타, 이탈리아의 라바짜 같은 곳들을 눈여겨보고 있던 홍 대리로서는 직격탄을 맞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계약까지 해놓은 것,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대로 무너질 것 같으냐? 두고 봐라. 어떻게든 이겨낸다."



전략이란 변하는 것

우연? 운명?

홍 대리는 넋을 놓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넋을 놓고 볼 정도로 멋진 풍경이었다. 둘째,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망했다. 하필 오늘 오픈이냐."


그렇다. 홍 대리가 국경절 휴일 동안 더 철저하게 준비해온 3호점 오픈 바로 전날인 10월 19일, 즉 오늘, 바로 옆에서 개점 준비 중이던 판다커피가 오픈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홍 대리는 사방에서 폭죽이 터지는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는 중이었다. 폭죽도 적당히 터뜨리면 좋으련만, 귀가 아파 1분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터뜨려댔다.


"어떻게 된 걸까요? 분명 우리보다 인테리어 착공도 늦게 들어갔고, 건물 규모도 훨씬 커서 더 오래 걸렸어야 정상인데 어떻게 벌써 오픈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이거 원, 시작도 해보기 전부터 밀린 거로구먼."

"그렇다고 오픈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자, 우리 모두 파이팅합시다!"


*


전날 그렇게 파이팅을 했지만, 정작 빈하우스의 오픈식은 맥이 빠질 정도였다. 홍 대리로서는 그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메뉴들로 무료시식 코너도 만들었고, 중국에서 인기가 좋은 한국 아이돌들의 노래도 틀어놓았다. 오픈 기념으로 한 잔을 구매하면 한 잔을 더 주는 1+1 행사도 진행을 했지만,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판다커피는 전날에 이어 여전히 장사진을 이루었다. 마치 빈하우스의 오픈 이벤트도 판다커피의 손님들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실제로 판다커피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이 와서 빈하우스의 무료시식 코너에서 음식들을 먹고는 다시 원래의 줄로 돌아갔고, 서서 기다리기 지루한 데 잘됐다는 듯이 노랫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단체나 여러 명이 모인 손님들은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판다커피로 향했고, 간혹 혼자 온 사람들만이 빈하우스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도 대부분은 관심만 보이고는 가버렸고, 그나마 주문을 한 사람들도 "혼자 왔는데 한 잔 산다고 한 잔 더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차라리 한 잔만 마시고 돈을 반만 내겠다고 우겨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홍 대리의 예상과 기대를 저버렸다.


하지만 오픈식의 처참한 실패는 더욱 처참한 역사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 뒤로 1개월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3호점은 2호점보다 더 큰 실패를 맛봐야 했다. 처음 이 자리를 봤을 때 얼마나 짜릿했던가? 유동인구도 적지 않으면서 사람들 눈에도 잘 띄는 위치였고, 인근에 카페가 없었으며, 카페의 주요 고객층인 20대와 30대가 주로 찾는 곳.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망할 수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궈마오점이 왕푸징점보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임대료 차이가 꽤 컸다. 물론 액수는 왕푸징점이 컸지만, 규모 대비로는 궈마오점 임대료가 더 비쌌다. 둘째, 바로 옆의 판다커피에 손님들을 빼앗기고 있었다. 홍 대리로서는 커피 한 잔을 마시자고 30분 이상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런데 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저기 다 들어가요?"

리리가 정말 궁금해서인지, 아니면 침울해져 있는 총경리가 안쓰러워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한 것인지, 판다커피를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던 홍 대리에게 물었다. 홍 대리는 대답할 기운도 없고 그럴 기분도 아니었지만,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왔다.

"테이크아웃 구매하면 꽤 할인이 된다잖아요.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저렇게 줄 서서 기다렸다가 커피 한 잔씩 들고 나오는 거죠. 근데 그럼 허무하지 않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홍 대리는 빈하우스 3호점을 둘러보았다. 18개 중 단 4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테이크아웃 구매 손님도 거의 없었기에, 이대로는 현상 유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거 지금까지의 방침을 깨고 테이크아웃 할인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지금 필요한 전략

"당연히 차별화죠. 그거 외에는 답 없어요."

홍 대리는 단숨에 소주 한 잔을 들이켜고는 탁 소리 나게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앞에 앉은 정진중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실패했으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실패요? 정진중 씨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요.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기엔 아직 일러요. 그리고 차별화라는 게 대충 남들 안 하는 거 한다고 다가 아닙니다. 계속해서 수정을 해야 하고, 사람들 머릿속에 인식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죠."


이어 홍 대리는 마치 강의를 하듯 온갖 경영전략에 대해 때로는 전문용어까지 섞어가며 설명했고, 정진중은 말없이 술을 마셨다.

이럴 때 보면 확실히 참 똑똑한 사람이긴 한데…….


하지만 정진중이 보기에 홍 대리는 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자신의 역할은 총경리를 보좌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는 자신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총경리의 성격 탓도 있고,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자신의 탓도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총경리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MBA라는 학력은 차치하더라도 필리핀에서의 성공담이 사실이라면 그런 자신감을 가질 만도 했다. 문제는 경영 외적인 문제에서도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직접 된통 당해봐야만 "아, 이게 아니구나" 하고 고치는 것이 바로 총경리의 성격이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자리도 그랬다. 처음 중국에 발령을 받아서 온 홍규태 총경리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회식을 제안했다. 물론 좋은 뜻이었던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끝이 안 좋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끝이 안 좋으면 그 뜻마저 안 좋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한 종류의 음식만 계속 먹는 걸 중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니 삼겹살 회식은 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분명 정진중은 이렇게 조언을 했었다. 그럼에도 총경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건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그날 회식은 삼겹살로 시작해 삼겹살로 끝났다. 직원들은 정진중의 예상대로 그다음부터는 다들 회식을 피했다. 그나마 한국 회식 문화를 알고 한국 음식도 잘 먹는 사람은 정진중뿐이라, 둘은 본의 아니게 가끔 술을 한잔하게 됐다. 사실 정진중도 자신의 총경리와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라서, 단둘이 갖는 술자리가 반가울 리는 없지만 정진중은 피하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서, 또 자신이 속한 회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는 각오였다.


"차별화도 좋지만 고객들에게 맞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우리 회사 커피와 다른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아무리 마셔 봐도 모릅니다. 그 커피가 그 커피 같죠. 고급 원두 쓴다고 해서 그거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봐요, 정진중 씨. 차별화의 포인트를 놓치고 있군요. 최고급 원두를 이용한 커피라고 해서 맛있다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에요. 최고급이라는 말 자체에 의미가 있는 거죠. 전에 정진중 씨가 말했죠? 중국은 아직 한국처럼 커피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고……. 그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최근 중국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커피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과시용으로 마신다는 겁니다. 소위 말하는 허세인 거죠. 내가 잡으려는 고객은 나 이렇게 비싼 최고급 커피도 마시는 사람이야라고 허세 좀 부려보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베이징 같은 부자 동네에서는 그게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보는 거고요."


"고객이 외면하는 차별화가 무슨 차별화입니까? 고객이 원하는 것과 다르다면 차별화의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보다 실제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차별화에 앞서 현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 현지화? 지금 현지화라고 했습니까? 다른 것도 아닌 커피를! 다른 곳도 아닌 중국에서! 현지화를 하라고요? 중국인들이 커피를 알긴 안답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현지화된 커피를 주라니, 그건 더하기 빼기도 안 배운 사람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 겁니다!"


"그러니 더더욱 현지화가 필요합니다. 중국인들은 커피를 마셔도 캐러멜마키아토처럼 단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경쟁사들은 더 달고 중국인 입맛에 맞는 음료를 만들어내는 거고요. 우리도 중국인들 입맛에 맞는 커피부터 시작해 점점 그 깊이를 알아가게 해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깊이를 알긴커녕, 아마 그런 커피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이상한 음료들에 맛이 들어서 나중에는 제대로 된 커피를 쓰레기 취급하게 될 겁니다!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요? 지금이야 그렇지만, 두고 보세요. 곧 중국 사람들도 커피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날이 올 거고, 그럼 그때는 우리 빈하우스가 스타벅스고 판다커피고 다 제치는 겁니다."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릴 생각이십니까? 현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고 1등이라 믿는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입니다. 그래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자부심이라고 했나요? 사람이 먹는 음식물도 가짜투성이에, 온 천지에 버젓이 짝퉁이 판치는 게 1등의 자부심입니까? 그런 자부심 생각해주느라 초심을 잃고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정작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해요. 현지화는 어디서나 다들 할 수 있는 겁니다. 고급화와 차별화야말로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알아야죠."


정진중은 중국에 대한 홍규태 총경리의 편견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알고 답답해졌다. 아직 자신도 중국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지금 자신의 총경리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런 편견을 가진 상태로는 절대로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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