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드

   
데브 팻나이크(역자: 주철범, 감수: 현용진)
ǻ
이상미디어
   
13800
2010�� 03��



■ 책 소개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키워드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기업들은 혁신이나 고객감동을 외치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퇴보하고 만다. 이 책은 공감(Empathy)이야말로 고객과 진실된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고객을 만족시키고 감동시키는 유일한 전략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인간의 가장기본적인 능력, 즉 ‘공감하는 능력’을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전략적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과 연결되고 공감할 것인가? 고객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나이키,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랜드, 시스코, 할리 데이비슨, 메르세데스 벤츠, 타겟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심벌즈 제조사질지언, 세계 제일의 농구공 제조업체 스팰딩까지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 저자 데브 팻나이크(Dev Patnaik)

기업의 성장전략을컨설팅하는 점프협회(Jump Associates)를 설립하고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휴렛-패커드, 타겟, 나이키,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서컨설팅을 진행해왔으며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초빙하고 싶은 1순위 강연자이다. 그는 현재 스탠퍼드 대학에서 리서치 방법론에 근거하여 디자인과비즈니스를 접목하여 가르치고 있다.

■역자 주철범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한화석유화학에 입사한 이후 헝가리 국립대에서 유럽지역전문가 과정을수료했다. 해외영업팀, 국제사업추진팀, 기획실 등을 거쳐 현재는 Solar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국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쌓은경험과 느낀 점들이 번역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 감수 현용진

현재 KAIST 경영대학원(마케팅 전공)에서 교수를 맡고 있으며KAIST 공정거래연구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KAIST 경영공학과장, 테크노경영대학원장, (사)한국소비자학회 회장,(사)한국CRM(고객관리) 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후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에서 마케팅을 전공했으며 박사학위를취득했다.

■ 차례
Part1

1.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시대
할리 데이비슨 본사 앞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없다?
왜 엑스박스는 성공하고 준은실패했을까?

2. 단순한 지도의 함정
맥스웰하우스의 딜레마, 그리고 결정적 실수
IBM을 쪼개야 한다 VS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디즈니는 왜 ‘동물의 왕국’ 프로젝트를망설였을까?
델타 항공 임원들은 왜 1등석만 탈까?

3. 공감의 소멸과 비즈니스의 위기
공장을 옮긴 터브스 스노슈는 왜 고객을 잃었을까?
모차르트와 링고스타가 사랑한심벌즈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는 런던 농산물시장의 기적

Part 2
4. 친밀감의 위력을 믿어라
클린턴이 부시를 꺾을 수 있었던 선거전략은무엇일까?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들은 왜 유리벽에 갇혔는가?

5. 당신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 : 거울신경
미식축구 선수 테일러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나이키 본사앞에는 왜 육상 트랙이 있을까?

6. 그리고 공감은계속되어야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임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다
픽사의 만화영화 제작자는 왜 식당 주방보조가되었을까?
파충류는 왜 애완동물이 되기에 부적합한가?

7.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라
SRC, 위기극복을 위해 재무공개 경영을 실시하다
고객처럼 직접 정원에서 땀 흘리는스미스엔호켄 직원들

Part3
8. 진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방법
키아누 리브스는 왜 빨간 알약을 골랐을까?
디지털 시대에 코닥의정체성은 무엇인가?
나이키 운동화, 화려한 색깔의 반란

9. 우리가 그들이고, 그들이 곧 우리다
노인을 위한 디자인은 없다?
친구를 사귀면 과연 수명이늘어날까? 

할리 데이비슨, 직원이 고객이고 열광적인 팬이다

10. 상호적 이타주의의 발견
스톡옵션을 둘러싼 실리콘밸리의 도덕 불감증
쓰레기더미를 뒤지라고요? : 노스웨스트항공의 실수
테러 용의자에게 물고문을 하는 것은 정당한가?

11. 공감의 나비효과
호텔 룸메이드에게 자부심을 어떻게 심어줄까?
마하트마 간디가 삼등칸에서 마주한현실
소외받는 가정주부들을 위한 기업 전략 

 





와이어드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시대
혹시 타인을 배려하는 본능을 잃어버렸는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게다가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미묘하고도 복잡한 구조로 진화해왔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모두 타인을 배려하는 본능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결정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남을 배려하려는 본능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본능이 큰 조직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때가 많다. 조직 내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인해 개인의 본능적인 직관을 잃어버려 조직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기업이라는 조직은 더욱 고립되기 쉽다. 이런 본능적인 감각을 잃게 되면 대학들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세계로 매몰되고, 정치인들은 선거운동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만의 주장을 내세우게 된다. 이런 자기고립은 결국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불러온다.


조직 내에 있는 사람들이 본능적인 직관을 더욱 발전시켜 외부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잘 알게 되면,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며, 그들의 행동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본능적 직관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람이란 그들의 제품을 구입하는 구매자인 동시에 그들의 브랜드에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결국 그들에게 퇴직연금을 제공해주는 고객들이다! 이와 같은 본능적 직관은 기업들이 지금까지 사용해온 그 어떤 시장조사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조직 내에 형성된 폭넓은 공감은 그 조직의 기업문화에 영향을 주고,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소명을 제시해준다. 이를 통해 기업은 쓸데없는 부분에 대한 무의미한 논쟁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혁신이 아니라 공감이다! : 할리 데이비슨
기업이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신들의 고객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이야말로 직원들이 오토바이를 몰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들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들의 공감은 본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있는 할리 데이비슨 본사 주차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표지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케이지(Cage) 주차금지. 오토바이만 주차 가능!’ 케이지란 오토바이족끼리 자동차를 일컬을 때 쓰는 그들만의 속어로, 그들은 자동차가 사람들을 광활하게 열린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킨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위스콘신 공항에 내려서 포드 자동차 토러스를 빌린 다음 할리 데이비슨 본사까지 직접 운전해 가보라. 할리 데이비슨에 도착하면 주차장관리 담당직원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친절한 설명을 듣게 될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에 잘 오셨습니다. 주차는 건물 뒤편에 해주십시오.” 본사를 방문해본 사람들은 주차장에서 처음 접한 할리 데이비슨의 규칙이 앞으로 그곳에서 경험하게 될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할리 데이비슨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어떻게 생산 현장에 있는 엔지니어부터 재무 부서에 있는 회계직원까지, 회사 내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고객인 오토바이족들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회사는 직원과 고객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이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각 부서의 팀장들에게 되도록 많은 시간을 오토바이족들과 함께 보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것이 할리 데이비슨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토바이를 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회사 내의 많은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전혀 탈 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직원들이 오토바이를 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할리 데이비슨은 직원들에게 회사가 중요시하는 그들만의 가치를 심어줄 수 있었다. 오토바이족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도 오토바이족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지금까지 할리 데이비슨의 경영실적이 가장 좋았던 기간은 1986년부터 2006년까지 약 20년간이다. 당시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수십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하며 역사상 최대 인원을 감원하던 때였다. 하지만 그 힘든 시기에도 할리 데이비슨은 거침없이 두 자릿수의 성장을 달성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위스콘신 본사 직원들에게 과거와 다름없이 업계 최고의 급여를 지급하면서 지금껏 해오던 방식 그대로 오토바이를 생산했다. 할리 데이비슨이 생산한 오토바이는 일본과 유럽의 경쟁자들이 만든 제품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팔렸을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할리 데이비슨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앞다투어 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리 데이비슨이 생산한 오토바이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위치에 서게 되었다. 할리 데이비슨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했던 시기와 그들이 폭넓은 공감 형성을 핵심전략으로 추진했던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할리 데이비슨처럼 조직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때,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조직이 외부세계와 형성한 튼튼한 연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 건물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 그리고 우리와 그들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할리 데이비슨의 경우, 직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족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자신의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고객이 아닌 오토바이족이라 부르기를 좋아한다.


할리와 오토바이족 사이에 형성된 튼튼한 연대를 바탕으로 수십 년 간 계속 이어져 오던 빠른 수익성장률이 차츰 느려지던 2007년, 그들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장기적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부모들이 타던 오토바이를 더 이상 타고 싶어 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과 어떻게 공감하고 연결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단순한 지도의 함정
디즈니는 왜 동물의 왕국 프로젝트를 망설였을까?

디즈니 사의 연구개발 부서에서 일하고 있던 조 로드는 아이디어가 매우 풍부한 사람으로 아마추어 세계여행가이기도 했다. 그는 오늘날의 미국 사회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개발이 안 된 오지 여행을 특히 좋아했다. 어느 날 오지를 여행하던 와중에 그는 디즈니가 야생동물들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대규모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사업 아이디어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프리카 지역의 사파리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었다. 왼편으로는 코끼리 떼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자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도시인들은 얼마나 흥미로워할까? 당시 디즈니는 모든 사람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강한 중독성을 가진 ‘야생모험 코스’를 만들어낼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사업화하는 데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디즈니는 이전에 동물원을 경영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회사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예전에도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여러 차례 검토해본 적이 있었지만, 디즈니의 경영진들은 늘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결론은 동물원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로드가 동물원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영진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뛰어넘어야만 했다. 오랫동안 궁리하던 그는 마침내 수많은 야생동물들과 신나는 탈거리들로 가득 찬 새로운 테마파크를 만들자는 사업 계획서를 이사회에 제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 놀이공원을 동물의 왕국(Animal Kingdom)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사회가 열리는 도중에 당시 디즈니의 CEO였던 마이클 아이즈너는 과연 사람들이 단순히 동물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울 수 있느냐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약간은 부정적인 톤으로 로드에게 물었다. “그것들은 그냥 동물들일 뿐이잖아,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건가?”


로드는 아이즈너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이사진을 둘러보며 회의실의 문을 열자, 문 밖에는 400파운드나 나가는 벵갈 호랑이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로드의 지시에 따라 사육사들은 그 호랑이를 아이즈너에게로 데리고 갔다. 책상보다 덩치가 더 큰 호랑이는 자신의 엄청나게 큰 머리를 CEO의 몸에 부비면서 으르렁거렸다. 그 소리에 사무실 전체가 울릴 정도였다. 아이즈너는 이 순간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겠소.” 아이즈너는 그 짧은 순간, 지루하게만 생각했던 야생동물들이 디즈니에 놀러 온 가족들에게 얼마나 박진감 있고 매혹적인 경험을 제공할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즈너는 직접 호랑이와 조우함으로써 로드가 장시간에 걸쳐 설명하고자 했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아이즈너는 ‘디즈니 동물의 왕국’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동물의 왕국은 1998년 개장한 이후, 입장권이 1인당 70달러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890만 명이나 되는 관람객을 끌어들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공원 중 하나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 놀이공원의 성공은, 불확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동물의 왕국 프로젝트는 실제 대단히 훌륭한 사업기회였다. 그리고 로드와 그의 팀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그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진에게 왜 그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진짜 맹수와 직접 접하면서 느낀 박진감과 흥분을 통해, 아이즈너를 비롯한 이사진은 동물의 왕국이 왜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즈너와 이사진들은 의사결정을 하기에 앞서, 그들 스스로 놀이공원을 방문할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야 했었다. 이처럼 어떤 사업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사업영역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만 한다.


친밀감의 위력을 믿어라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들은 왜 유리벽에 갇혔는가?
거대한 유리벽에 갇힌 도시, 디트로이트

랜섬 E. 올즈가 처음으로 설립한 자동차 공장부터 헨리 포드가 미시간 주 디어본에 설립한 전설적인 자동차 생산 라인까지, 디트로이트는 자동차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였다. 디트로이트 경제의 흥망성쇠를 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1970년대만 해도 디트로이트는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다. 랜싱, 플린트, 어번 힐즈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몇 세대에 걸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그 지역 자동차 공장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취직할 수 있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 크라이슬러가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다. 그들은 회사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미시간 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도 함께 향상시켰다.


그러나 최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과 독일 그리고 한국의 경쟁자들은 미국 3대 자동차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큰 폭으로 빼앗아 갔다. 한때는 캐딜락과 링컨이 미국 내의 고급차 시장을 주도했었지만, 지금은 일본이 생산한 렉서스가 고급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수익률이 높은 반면에 기름 소모가 많은 SUV와 대형트럭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국제 유가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포드, GM, 크라이슬러 모두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할 만한 차를 만들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겪고 있는 오늘날의 이런 비참한 상황은 하루아침에 닥쳐온 것이 아니다. 3대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 몇 십 년간에 걸쳐 천천히 침몰해왔다. 1984년만 하더라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시장의 81%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즉시 고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술력은 해외 경쟁사에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결국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전반적인 공감대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성공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자동차 시장이 한참 호황기였을 때,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고위관리자들에 대한 특혜의 일부로 회사가 출시한 최신 자동차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쓸모없는 제도를 만들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 계획(A plan)이라고 불리는 황당한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의 골자는 직원들이 차를 살 때 큰 폭으로 할인해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자신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친구와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물론, 자동차 회사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매가격으로 훨씬 낮은 가격에 신차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디트로이트에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들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역대 가장 낮은 국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디트로이트 지역 고속도로는 미국산 차들로 가득 차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디트로이트에서는 혼다와 도요타를 찾아보기 힘들다. 즉, 디트로이트 시민들이 몰고 다니는 차들은 대부분 직원할인을 받지 못하는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전혀 인기가 없는 모델들이다.


애당초 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고안된 A계획이 뜻밖에도 디트로이트의 자동차문화를 다른 도시들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왜곡시켜 놓았던 것이다. 이런 왜곡된 환경 아래서 포드와 GM 그리고 크라이슬러의 직원들이 고객의 취향과 요구를 제대로 반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006년 포드가 포드와 자신의 계열사에서 생산한 차를 운전하는 직원들만 디어본에 있는 트럭공장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 조치로 인해 포드는 공장 밖에 있는 타 지역들과 완전히 고립되고, 포드의 직원들은 더욱 왜곡된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경쟁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제품을 제공하는지 알지 못하는 기업이 무슨 수로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오히려 포드는 경쟁사들이 생산한 차를 가까이 두고 분석하고 연구해야 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디트로이트를 다른 지역과 전혀 다른 지역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자신들을 고립시켰다. 이와 동시에 그들은 고객과의 공감대를 잃어버렸다. 자동차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은 이와 같이 왜곡된 상황에서 입수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했고,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그릇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거대한 유리 상자 속에 갇혀 살고 있었던 것이다.


디트로이트의 기업인들과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너무 복합적인 것이어서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디트로이트는 높은 실업률과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부채, 그리고 지역의 기초산업이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에 처하면서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기업계 고위간부들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평범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끝내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진부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방법
나이키 운동화, 화려한 색깔의 반란
나이키, 스포츠 용품에 대한 관점을 바꾸다

‘나이키 운동화는 당신을 더욱 빠르게 해줍니다.’ 나이키가 육상화를 출시했던 초창기에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나이키의 메시지는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믿을 수 없을 만큼 효과적이었다. 이 때문에 나이키는 불멸의 육상화를 처음 출시한 이후 8년이 지난 1980년까지 특별한 광고 없이도 운동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메시지에 힘입어 나이키는 빠르게 성장했던 것이다.


이 전략은 무척 성공적이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조직의 성장은 둔화되기 시작했다. 육상화 시장에서 너무 크게 성장해버린 나이키는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데이브 쉐넌과 그의 디자인팀이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였다.


1990년 어느 날, 그는 대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나이키 운동화를 덜 사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한 대학교를 방문했다. 데이브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왜 나이키 운동화가 대학교에서 인기가 없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운동화는 학생들이 입고 있는 통이 넓고 긴 청바지와 맞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생들은 입고 있는 옷과 신고 있는 신발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들이 입고 있는 청바지 아래 신을 만한 멋진 운동화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 청바지 아래 신어도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는 신발이 엄청나게 커야 했던 것이다.


그 순간 데이브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나이키가 학생들이 이동할 때 편리하고, 달리기를 하기에도 적합하며 파티에도 신고 갈 수 있을 만큼 멋진 다목적용의 신발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이 신발은 운동선수나 기록을 단축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포츠 감각을 패션에 적용하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자신들의 사업영역을 스포츠 용품이라는 좁은 범위에서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광의의 범위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나이키에 전혀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었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키가 추구하는 고기능성 신발에 대학생들이 바라는 패션 감각까지 겸비한 운동화를 개발해야 했다. 이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검은색의 재탄생
데이브와 그의 디자인팀은 나이키가 추구하는 고기능성 신발이라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패션과 접목시키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여 뉴욕까지 왔다. 데이브는 뉴욕의 획일적인 검은색 패션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그는 두 번째 유형의 관점 전환을 했던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검은색으로 획일화된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곧 밝은 색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나이키는 다양한 색깔의 운동화를 생산함으로써 미래에 다가올 새로운 시장을 선도해가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관점의 전환조차도 데이브가 당면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당시 운동화 생산업체의 가장 큰 과제는 그들이 생산한 운동화를 신발가게의 진열장에 올리는 것이었다.


당시 신발가게들은 진열하는 제품의 종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렸기 때문이다. 최소진열재고량(SKU, Short for stock Keeping Unit)은 가게들이 취급하는 모든 제품을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진열장에 전시해야만 하는 제품의 종류를 뜻한다. 그 중에서도 신발은 특별히 많은 SKU를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한 가지 색깔을 가진 신발만 해도 가장 작은 7사이즈부터 가장 큰 13사이즈까지 1/2 단위로 총 13가지의 SKU를 보유해야만 한다. 신발가게들은 이렇게 많은 SKU 때문에 3가지 이상의 색깔을 가진 신발을 판매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데이브는 여기서 SKU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티셔츠처럼 신발의 사이즈를 단순화하면 SKU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데이브가 적용한 세 번째 유형의 관점 전환이었다.


데이브는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유형의 새로운 관점들을 찾아냄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첫째, 나이키가 자신의 사업영역을 기능성 위주의 스포츠 용품에만 한정짓고 있을 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스포츠를 생활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둘째, 모든 사람들이 검은색 운동화만 신던 시절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는 차별화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 셋째, 시장에 다양한 색깔의 운동화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티셔츠처럼 운동화의 사이즈를 단순화해야 한다. 이처럼 세 가지 유형의 관점 전환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자 모든 일들은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과거에는 모두 13가지 사이즈가 필요했지만 새로운 신발의 신축성 덕분에 최소형, 소형, 중형, 대형, 특대형이라는 다섯 가지 사이즈만으로 다양한 발 크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꼭 맞는 신발을 제공할 수 있었다. 크기 문제가 해결되고 나자 디자인팀은 흰색과 검은색에서부터 시작하여 밝은 빨강색과 주황색 그리고 녹색에 이르기까지 모두 8가지 색상을 가진 신발을 만들었다. 그들은 이것을 나이키 프레스토(Nike Presto)라고 불렀는데,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 색깔의 운동화를 생산할 수 있었다.


프레스토는 2002년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주요 운동화 소매상들은 모두 프레스토의 전 모델을 주문했는데, 이것은 사이즈의 수를 줄인 나이키의 전략 덕분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전국에 있는 대학생들이 프레스토를 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프레스토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패션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프레스토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포츠 문화 상품 부문은 급속히 성장해서 나이키의 가장 큰 사업부문이 되었다.


그러나 데이브가 몇 년 전에 우연히 방문했던 대학교 교정에서 경험했던 첫 번째 유형의 관점 전환이 없었다면 프레스토의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형성한 공감대는 수많은 장애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자신의 팀에게 그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데이브는 직접 학생들과 접촉했기 때문에 자신이 추진하는 일이 올바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점의 전환은 조직을 다른 차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기업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전환함으로써 자신들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존 상품을 새롭게 혁신할 수 있고 자신들의 사업영역을 재설정하기도 한다. 기업이 관점을 전환하면 새로운 방향으로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의 전환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관점의 전환이 눈에 보이는 근본적인 변화인 반면, 공감대 형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직관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공감대는 중대한 변화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공감대는 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할수록 그들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일은 더욱 수월해진다. 또 고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분하는 경계선은 더욱 모호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점차 자신들이 속해 있는 기업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커다란 세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공감의 나비효과
호텔 룸메이드에게 자부심을 어떻게 심어줄까?
당신은 일의 의미를 찾았는가?

우리 모두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면 더욱 충만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누구나 급여가 높고 가족들의 미래를 보장해주면서 스트레스는 적은 직업을 원한다. 더불어 우리는 스스로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뜻 깊은 일을 원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이 세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 주변 세상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공감대는 이런 것들 외에 또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다. 공감대는 우리들이 매일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제공해주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공감대를 바탕으로 고객과 유대를 형성하면 자신의 일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공감대는 단순한 일을 전문적인 일로 바꿔주고, 전문적인 일을 소명에 찬 일로 바꿔준다. 어느 회사나 직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더 나은 혜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직원들의 이직을 막을 수 없다. 사람들이 평생 동안 일하기 위해 선택하는 직장은 그들에게 일의 의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나비효과다. 공감대는 조직뿐만 아니라 그 조직을 위해 일하는 개인들의 성장도 불러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경험이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험은 그들에게 왜 지금 이 일을 해야만 하는지 생각하게끔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일을 소명에 따라 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변연계가 자극을 받아 기대하지도 않았던 본능적인 반응을 불러온다. 갑자기 자신이 훨씬 더 큰 세상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자각의 순간이 삶의 변화를 가져오고 때로는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