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모든 서비스는 카가야를 통한다’에서는 카가야 온천여관의 탄생배경부터 세계인의 시선을사로잡은 카가야만의 독특한 감동 서비스에 대해 알아본다. 2장 ‘이것이 혼(魂)을 담은 서비스다’에서는 카가야가 고객의 감성에 맞춘 1대1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과 집처럼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분석해준다. 3장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 만족도 커진다’는 감동서비스를 실천하는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하여 카가야의 서비스를 더욱 명품으로 만드는 카가야 고유의 경영정신을 담고 있다. 4장 ‘불만고객을단골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에서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카가야의 서비스 정신과 ‘모른다’ ‘없다’ ‘안 된다’라는 세 가지 말은 절대사용하지 않는 카가야만의 서비스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고객들이 카가야 온천여관에 보낸 감사의 편지를 책 안에 수록하여 카가야온천여관에서의 하룻밤을 누구나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일본 온천에 대해 익숙지 않은 독자들의 빠른 이해를 위해 온천의 특성과일본 여관의 색다른 풍습 등을 상세하게 소개해준다.
■ 저자 오세웅
일본 유통경제대학교를졸업하고 일본 자동차회사에서 물류를 담당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반도체, 신발, 의류 상사 등에서 해외 무역업무를 담당했다. 지금은 자신의글을 쓰는 작업과 남의 글을 옮기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커뮤니티 솔루션을 이용하라』『수호천사』『연하연애』『밤 11시의 산책』등이 있다. & &
■ 차례
프롤로그 - 창조하는 서비스, 카가야온천여관
1장 모든 서비스는 카가야를 통한다
카가야에 온 편지- 첫 번째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만남
일본 서비스의 중심, 카가야 온천여관
서비스의 첫 단추, 인사
고객을 다시오게 하는 힘
일본온천 이모저모 ① 카가야 온천여관
2장 이것이 혼(魂)을 담은 서비스다
카가야에 온편지 - 두 번째
1인 10색의 맞춤 서비스
내 집처럼 편안한 서비스
일상 속 감동 서비스
고객의 향수를 달래는적자 서비스
변함없이 고객을 섬기는 안심 서비스
모든 서비스의 기본인 클린 서비스
일본온천 이모저모 ② 다다미
3장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 만족도 커진다
카가야에 온편지 - 세 번째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감동 서비스
고객의 속마음을 읽는 행간의 서비스
고객의 행복이 곧 우리의행복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객을 위하여
고객의 행복을 책임지는 하룻밤 경영자
사장 위에 직원 있다
보이지 않는서비스가 더 중요하다
일본온천 이모저모 ③ 자부통
4장 불만고객을 단골고객으로 만드는 전략
카가야에 온편지 - 네 번째
카가야에 없는 것들
고객이 까마귀를 희다고 하면 흰 게 맞다
고객의 성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人本主義(매뉴얼 플러스 알파)
서비스는 유전된다
일본온천 이모저모 ④ 도코노마
에필로그 - 행동하는 서비스가 고객의 마음
더 서비스THE SERVICE
1장 모든 서비스는 카가야를 통한다
일본 서비스의 중심, 카가야 온천여관
카가야 온천여관(이하 카가야)은 2006년 100주년을 맞았다. 2006년은 카가야가 있는 와쿠라 온천이 발견된 지 1,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카가야는 이시카와현 쓰바타 출신의 오다 요키치로 씨가 1906년 창업했다. 그가 태어난 쓰바타는 가나자와시의 북부에 위치한 곳이고 카가야 지방의 최북단이기도 하다. 카가야라는 상호는 창업주의 고향에서 따왔다. 오다 요키치로씨의 뒤를 이어 2대째 카가야를 이어받은 사람은 아들인 오다 요시마사 씨다.
그가 대를 이었던 당시의 카가야는 3층짜리 목조건물에 수용인원이 60명, 방은 20개 남짓한 작은 여관이었다. 오다 요시마사 부부는 오늘날 카가야의 명성을 가져온 주역이라고 볼 수 있다. 카가야가 있는 와쿠라 온천은 해중(海中)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중 온천은 말 그대로 바다 가운데에 있는 온천이다. 썰물 때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다가 밀물이면 빠져나온다. 이곳에서는 2차 대전 전까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카가야는 온천욕을 즐기면서 바다를 볼 수 있는 희귀한 곳이다.
일본이 세계 각국과 전쟁을 치를 당시 모든 온천은 군인들의 병원이었다. 일본 온천은 옛날부터 부상병을 치료하는 민간 의료기관이었다. 온천은 군인들의 야전병원으로, 카가야의 객실은 전쟁 부상병들로 꽉꽉 채워졌다. 정부에서 영업을 허가한 일부 객실도 병문안을 온 가족이나 고위 장교들에게 내주어야 했다. 하지만 오다 부부는 장사에 개의치 않고 성심성의껏 전쟁 부상병들에게 봉사했다. 전쟁이 끝난 후 카가야에서 보살핌을 받았던 군인들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카가야를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와쿠라 온천에 가면 반드시 카가야에 들르라고 입소문을 냈다.
신세를 잊지 않고 찾아온 고객들을 보고, 오다 부부는 한 번 다녀간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는 이유는 만족할 만한 서비스 때문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카가야의 안주인 오다 다카 씨는 찾아온 모든 고객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고객이 머무는 객실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온천여관의 안주인이 고객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사례는 없었다. 카가야의 안주인 다카 씨의 이러한 정중한 인사는 머지않아 일본 전역의 온천여관으로 퍼졌다.
일본 온천의 안주인은 일본어로 ‘오카미’라 부른다. 오카미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나, 고객접대가 매우 다르다. 그녀는 고객과 마주할 때면 무릎과 허리만 이용해서 몸을 이동했다. 앉아 있는 고객 앞을 서서 오가지 않았고 물러설 때도 등을 보이지 않았다. 카가야의 오카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고객 한 사람에게 인사할 때 그 고객 뒤에 계시는 보이지 않는 천 명의 고객을 보고 인사한다.” 그녀는 오랜 세월 온몸을 바쳐 고객에게 서비스한 탓에 노후에는 휠체어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한번은 니가타현에서 온 고객이 술에 취해 2층에서 아래 정원으로 추락한 적이 있다. 고객은 발이 부러져 인근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오다 다카 씨는 매일 도시락을 싸서 병문안을 갔다. 무려 한 달 간 그녀는 고객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누가 보아도 고객의 명백한 실수로 빚어진 일임에도 다카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카가야에 묵은 고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부 카가야의 책임으로 간주했다. 고객은 퇴원 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카가야를 찾았다. 다카 씨를 만나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녀가 보여준 서비스는 어디까지가 상술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그런데 그녀는 그런 구별 자체를 싫어했다. 그저 “‘고객이 알아주는 진심’을 서비스라고 불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폭설로 도착시간이 예정보다 한참 지연된 단체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몇 시간이나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기다리기도 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눈 때문에 고생하며 오시는데 자신은 방에 앉아 기다리는 게 서비스가 아니었다. 마침내 폭설을 뚫고 사람들이 도착했다. 그녀는 얼른 따뜻한 물수건과 차를 대접했다. 고객들이 무사히 오신 것만으로도 그녀는 안도했다.
생전의 오다 다카 씨가 보여준 서비스 정신은 극상에 가깝다. 고객이 있기에 비즈니스가 존재한다는 그녀의 발상은 거의 희생에 가까운 마음가짐이다. 내 마음과 내 정성을 다하여 고객의 행복지수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서비스가 극상의 서비스요, 최상의 서비스다.
2장 이것이 혼(魂)을 담은 서비스다
내 집처럼 편안한 서비스
일본인의 대다수가 ‘생에 한 번은 카가야에 머물고 싶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무엇이 카가야를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한 번 가볼 여행지로 손꼽히게 만들었을까. 이는 카가야의 존재 자체가 최상의 서비스와 동등한 말이기 때문이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가야는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철저히 활용하고 있다. 카가야는 한 번 다녀간 고객을 절대 잊지 않는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고객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잘 알고 있다. 역설적으로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켜야 최상의 서비스가 자리 잡는다.
카가야의 객실 센터는 고객의 정보를 처리하는 부서다. 어떤 요리를 좋아하는지 아님 어떤 요리를 기피하는지, 방의 온도는 몇 도가 적당했는지, 지난번 객실담당 직원이 맘에 들었었는지에 대한 자료를 꼼꼼히 기록해둔다. 고객에게 받은 앙케트, 객실담당의 보고나 메모도 데이터베이스에 첨부된다. 고객의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특별한 날도 빠짐없이 기록된다. 필자가 지난번에 카가야에 머물렀을 때는 식사를 주문하기 전에 반드시 특정한 음식에 대해 알레르기 여부가 있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혹여라도 그렇다면 미리 주방에 알려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다. 한번 카가야에 머물렀던 고객이 다시 방문하면 이전에 작성한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해서 만전의 준비를 하게 된다.
카가야의 직원들은 입사 후 몇 개월만 지나도 카가야에 머무는 공기의 색깔, 카가야의 향기를 닮는다고 한다. 고객의 일거수일투족, 말 한마디에 자신의 입과 귀를 늘 열어두기 때문이다. 유명한 국내 특급호텔이 제주도에 처음 진출하면서 현지 직원을 채용했지만 애로사항이 많았다. 제주도 출신 직원들은 호텔 측에서 실시하는 서비스 교육을 제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서비스의 개념을 인식하지 못한 그들은 상사에게 지적을 받으면 차라리 감귤 농사나 짓겠다고 대들면서 금세 관두곤 했다. 당시 제주도는 대부분의 집이 감귤을 재배했기 때문에 감귤 농사는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고 맘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비스는 음지(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분히 단련되고 수련을 쌓아야 고객에게 연주할 수 있는 음악과 같다. 고객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는 서비스는 오래된 정원처럼 시행착오와 성의가 매일 닦여질 때 칠 잘된 마룻바닥처럼 빛난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가야는 이미 100년 전부터 그 씨앗을 뿌리고 주춧돌을 박았다. 내 집처럼 편안한 서비스는 그렇게 오래 걸려서 천천히 완성된다.
3장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 만족도 커진다
고객의 속마음을 읽는 행간의 서비스
카가야의 숙박료는 다른 온천에 비해 다소 비싸다. 하지만 고객은 카가야의 숙박료가 비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온다. 그래서 어쩌다 들른 온천이 아니라 결혼기념일, 환갑, 장기근속 기념 등의 이벤트성 숙박이 유난히 많다. 또한 특성이 있다면 단체여행의 일정 중에 포함된 하나의 코스가 아니라, 카가야 자체를 목적으로 여행 오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일본 속담에 “무지개도 15분 이상 지속되면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서비스의 감동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절대 요소는 서비스의 질이다. 서비스의 질은 행간을 파악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된다. 카가야의 직원들은 색깔로 치자면 투명한 블루다. 자기 색깔이 없으면서도 바다처럼 한없이 다른 색을 받아들인다. 고객의 색깔에 자신을 물들이니 감동 서비스가 된다. 행간은 ‘예스 혹은 노’라는 확실한 의사표현이 아닌, 말 그대로 고객의 숨은 뜻과 심정을 일컫는다.
그 손쉬운 사례로 인사가 있다. 일본인들은 고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태도로 유명하다. 고객이 들고 날 때도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인사를 100%로 계산한다면, 고객을 마중할 때 인사하는 게 30%고 배웅할 때 하는 인사가 70%의 비율을 차지한다. 인사는 숙박시설이나 요리에 버금갈 만큼 중요하다. 정식 서비스가 아니면서 정식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행간의 서비스는 고객의 ‘예스’를 중요시하기에 가급적 고객의 주관적인 예스를 끌어낸다. 가령 와인 리스트를 보여달라는 고객이 있다고 치자. 단순히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면 매뉴얼에 충실한 직원이다. 하지만 행간을 살린 질 높은 서비스맨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단정형이 아닌 질문형을 가져감으로써 자신을 낮추고 고객이 우위임을 말없이(행간) 증명해준다. 이때 고객은 “예스”라고 흔쾌히 대답해준다.
고객이 의식하고 있는 서비스는 통상적인 서비스에 불과하다. 고객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즉 잠재적인 서비스를 충족해야 감동 서비스가 된다. 그래서 카가야의 예약담당 창구는 고객과의 첫 대응, 즉 ‘퍼스트 콘택트’가 되는 서비스 입구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예약전화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다가 고객의 잠재적인 서비스를 알아채야만 한다.
4장 불만고객을 단골고객으로 만드는 전략
카가야에 없는 것들
같은 내용이라도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안 됩니다. → 아쉽게도 희망하시는 대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틀렸습니다. → 글쎄요, 혹시 착오는 아니신지요?
없습니다. → 죄송합니다만, 마침 떨어지고 없습니다.
이러면 손님의 기분이 한층 좋아질 것 같지 않은가.
카가야 관내는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카가야 관내 매점에서는 지역 토산품과 카가야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다. 또한 온천탕에서 사용되는 샴푸나 비누, 카가야의 이니셜이 들어간 수건, 여러 가지 각종 기념품도 함께 팔고 있다. 그중에 빨갛게 익은 노을처럼 매혹적인 색이 돋보이는 타조 핸드백이 있었다. 샘플로 하나만 전시해놓았지만 상품이 팔리면 다시 갖다놓는다고 했다. 팔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정과정이 길어져서 그렇단다. 나가야에서 특별히 판매하는 것으로 시중보다 값이 저렴했고 디자인도 훌륭했다.
필자는 지나가는 말로 점원에게 핸드백의 디자인을 남자가 했는지 아니면 여자가 했는지 물어보았다. 전체적인 이미지가 깔끔하면서도 실용적이었기 때문에 약간 궁금증이 일어서였다. 정말이지 지나가는 말이었고 그저 무시해도 좋을 말이기도 했다. 필자가 처음에 말을 건 직원이 모르겠다고 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직원은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일본인이 아무리 친절하다고 해도 도쿄나 삿포로의 백화점에서 이렇게 물었다면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라고 덧붙일 것이다.
그녀는 내게 잠깐 기다리라고 양해를 구하고는 어디론가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잠시 후 나이 든 여직원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나이 든 여직원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다시 사과를 했다. 핸드백을 만드는 회사에 문의한 결과, 디자이너가 3명 있는데 남자가 2명, 여자가 1명이라고 했다. 또한 필자가 궁금해했던 상품은 여자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필자는 일부러 수고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말을 들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손님 덕분에 저희가 모르는 점을 알게 돼 공부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카가야 서비스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카가야의 1대 오카미인 오다 다카 씨가 있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단체관광 손님으로 북적거리던 연회장에서 연회가 열리기 전에 한 손님이 일본 전통술이 마시고 싶으니 구해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그 손님은 일본 전통술에 해박한 손님처럼 보였고 손님이 요청한 술은 카가야가 있는 이시카와현이 아닌 인접한 토야마현의 전통술이었다. 일반적으로 일본 온천여관에는 각종 술이 상시 구비되어 있지만 공교롭게도 그 손님이 요청한 술은 없었다. 다른 온천여관 같으면 “죄송한데, 그 술은 없습니다. 다른 술로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손님의 양해를 구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상품을 추천하며 손님의 요구를 살짝 비켜가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카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가져다드릴테니 기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고 손님에게 대답한 후, 택시를 타고 토야마현까지 내달았다. 아무리 인접한 현이지만 택시로 왕복하는 데 서너 시간은 걸린다. 갔다 오면 이미 술자리가 끝날지도 몰랐다. 술을 사가지고 도착한 시간은 저녁 12시에서 3분 모자란 시각이었다. 물론 그녀도 연회에 맞추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술을 부탁한 손님은 자기를 위해 일부러 큰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그녀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시했다.
카가야 온천에 ‘없습니다’ ‘안 됩니다’ ‘모릅니다’가 없는 이유는 이 특별한 에피소드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혹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없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고, 모르는 게 있다. 하지만 카가야의 직원들은 손님 앞에서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일단 ‘알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물러나서 최선의 성의를 다해 손님의 요청에 부응하려고 애쓴다. 그러고도 도저히 힘에 부치면 손님에게 솔직히 “열심히 애써보았지만….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다.
‘행복의 스위치’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전기로 작동되는 무거운 의자를 옮길 수 없어서, 그 의자를 판 가게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가게 주인은 골절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일손을 도우러 도쿄에서 내려온 둘째 딸이 투덜거리며 대신 할머니 집에 가게 된다. 할머니 집에 갔다가 병원에 온 딸이 왜 우리가 쓸데없는 서비스를 해야 되냐고 침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에게 불평한다. 아버지는 화를 내며 딸에게 일갈한다. “진정한 서비스는 물건을 판 다음이라야 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았을 때, 그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의 행복과 안녕까지 기원해줘야 진정한 서비스다. 카가야 직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내 일은 고객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함과 동시에 고객에게 꿈을 전달하는 일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