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친절한 윌리 씨

   
필립 밴 후저(역자: 이은주)
ǻ
거름
   
11000
2006�� 06��



■ 책 소개
택시기사 윌리를 비롯한 여러직종의 프로 서비스맨들의 사례를 통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맞춤식 서비스 비법 6가지를 담은 책. 저자는 컬럼비아시에 출장차 갔다가 우연히 만난택시기사 윌리 왓슨의 서비스에 감동받고 이후 윌리처럼 프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윌리 방식(Willie"s Way)"라부르며 윌리식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진정한 프로를 가름하는 요인은 사실 알고 보면 크게 힘이 드는 일이 아니라고강조한다. 필립을 감동시킨 윌리의 서비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은 "고객에게 전념하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관심과 배려"인 것이다. 사소한일에 신경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큰 성과를 이루어내는 방법이며 프로 서비스맨들의 숨겨진 비법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 저자 필립 밴 후저
아내, 세 자녀와 함께고향인 미국 켄터키주 프린스턴시에 살고 있는 필립 밴 후저는 리더십 증진과 서비스 프로페셔널리즘 분야에서 인정받는 권위자이다. 1988년부터 전세계 700여 단체를 대상으로 리더십과 동기부여, 팀 빌딩(team building), 서비스 프로페셔널리즘의 실제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 강연을해왔다.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경영인에 들었던 그는 해마다 북미 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기업과 전문 단체를 상대로 100여 차례의기조연설과 훈련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전미강연가협회의 이사로도 활동 중인 그의 저서로는 『조의 아들 맞지?(You"re Joe"s Boy,Ain"t Ya?)』 『배짱만으론 부족해(It Takes More Than Guts)』 등이 있다.


■ 역자 이은주
이화여자대학교 수학과와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국내 기업과 외국계 은행, 교직을 거쳤고,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150살까지 살 수있을까』『우리 몸 기생생물에 대한 관찰노트』『야구장으로 간 수학자』『나를 괴롭히는 문제, 기발하게 해결하기』『Curious 남아공』등이있다.


■ 차례
추천의 글 - 서비스 프로는 사소한일일수록 소중히 다룬다! 
서문 - 고객에 대한 봉사 의지를 자극하는 특별한 경험 
프롤로그 -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


비법 1. 고객을 보는 즉시 알은체하라 
엘엘빈의대고객 선언
기계적이고 비안간적인 서비스
서비스 게임, 비즈니스 게임 
내부 고객에 대한 서비스 


비법 2. 일상 활동을 재정의하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라
오토바이 순찰대를 위한 서비스 강의
히츠필드 공항의 서비스 프로
경영진을 부르는 호출 신호


비법 3. 고객에게 관심을 집중하라 
어서 오세요!씨씨즈입니다!
리츠 칼튼은 손님께 방향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무시당한 고객의 설움
유능한 서비스 프로의 권유


비법 4. 경청하라, 생각하라, 상식을 이용하라
나만을 위한 복숭아 요구르트
잘 듣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으뜸
안내 도우미이자 
매장 보안관인그리터
가장 좋은 서비스는 가장 상식적이다 


비법 5. 때로는 규칙을 어겨라 
고객님, 저희방침입니다
문 닫은 후에 가도 되나요?
정해진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기 


비법 6. 마지막 몇 초를 중시하라 
업무상 우연히만나는 몇 초의 위력
프로 정신과 침착함을 유지하라
상황을 긍정적으로 끝내기 위한 노력
소규모 상점이 살아남는 법


에필로그 - 서비스 프로페셔널리즘의 마력 
수십 년간연습한 기술이야
마술이란?
신학적인 고객 서비스
사소한 일을 놓쳤을 때의 결과
마술 같은 순간을 경험하라


옮긴이의 글 - 고객에게 전념하는 소박한 관심과 배려 &





고마워요, 친절한 윌리 씨


비법 1 고객을 보는 즉시 알은체하라
엘엘빈의 대고객 선언

몇 년 전, 아내 수잔과 함께 자동차로 미 동구 해안을 달리며 휴가를 즐긴 적이 있다. 메인(Maine)주를 향해 이동하는 내내 우리는 고향 남부의 끈적거리는 늦여름 더위에서 벗어나 신선한 바닷가재와 그림 같은 해안선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맸다. 휴가 때마다 우리는 늘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움직였는데, 이때만은 단 한 곳 일찌감치 꼭 들르자고 한 장소가 있었다. 바로 메인주 프리포트(Freeport)시에 있는 대형 엘엘빈(L.L. Bean : 중저가 패션 브랜드 - 옮긴이) 본점이었다.


뉴잉글랜드주 사람들에게 엘엘빈은 수십 년간 친숙한 이웃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카탈로그를 통해서만 접하기 때문에 엘엘빈에 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나 역시 그들 제품을 오래 전부터 즐겨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제품의 질과 서비스에 대한 세간의 명성이 가히 전설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한다는 것. 나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가 엘엘빈 매장에 도착한 것은 새벽 1시를 막 넘긴 시각이었다. 시간 때문인지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점원 몇 명만이 조용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거나 말거나 수잔은 고어-텍스나 플란넬, 양모 제품 등을 고르는 데 정신이 팔려 벌써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덕분에 나 혼자서 상점 안을 여기저기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이 통로, 저 통로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건물의 어느 한 구석이었다. 그곳 벽면에는 형판 인쇄물 하나가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읽어 보았다.


?손님은 전화나 편지로 대화하건 직접 대면하건 상관없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다.
?손님은 우리가 의지하는 대상이지 우리에게 의지하는 대상이 아니다.
?손님은 우리가 일하는 목적이다.
?손님은 우리와 똑같이 감정과 편견을 지녔다.
?손님은 우열을 겨루거나 말다툼할 상대가 아니다.


다 읽고 나자 이 내용이 고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기 위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단순 명쾌한 메시지가 퍽 인상적이었다. 고객 응대 훈련 프로그램 때 소개하면 좋겠다 싶어 즉시 펜과 메모지를 꺼내 옮겨 적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열중해 있었던지 인기척도 못 느낄 정도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을 때 나는 자지러지듯 놀랐다. 옆에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황급히 돌아서니 웬 젊은 점원이 코앞에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 손님.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공손한 말투였다.


“전 그저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나 해서요.” “없는데요.”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뭣 때문에 그러시죠?” “실은, 손님께서 저 ‘대고객 선언’을 열심히 읽고 계시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벽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으시면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의 행동은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걸 이해하자 깜짝 놀랐던 마음이 점점 감동으로 바뀌었다.


“저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네! 정말 있어!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자세가 되어 있어.”



비법 2 일상 활동을 재정의하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라
오토바이 순찰대를 위한 서비스 강의

사무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첫 마디만 듣고도 수화기 건너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챘다. “날세. 랜디. 자네가 나 좀 도와줄 일이 생겼네.”


랜디는 나의 오랜 고객이다. 자세히 소개하면 남동부 소재 어느 경찰서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경관으로, 4~5년에 걸쳐 다양한 계급과 부서의 경찰관들을 위한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실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행사에 나를 참여시켰다. 우리 둘은 힘을 합해 일을 처리하면서 자연스레 친구 관계로 발전했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더라도 안심할 수 있을 만큼 돈독한 신뢰를 쌓았다. 나는 아주 반갑게 전화를 받았으나 그의 음성은 썩 밝지 않았다.


“나야 언제든 도와주고말고. 그래, 무슨 일인가 랜디?” “방금 서장실에서 나오는 길인데, 서장님 심기가 말씀이 아니더군, 근래 보고받은 통계 자료가 문제였어, 지난 6개월 동안 우리 서에 접수된 민원 중 90퍼센트 이상이 오토바이 순찰대에 관한 내용이거든. 별것 아닌 위반 상황에서도 순찰대가 괜시리 고압적이거나 뭘 물어봐도 대꾸가 없어 기분 나빴다 식의 항의가 주를 이룬다네. 딱지 떼이는 것만도 속이 상할 일인데, 업신여김이나 무시를 당했다고 느낀다면 운전자로선 부아가 치밀 테지. 여하튼 이런 민원들 때문에 윗선에서 줄줄이 문책을 받았나 봐. 나한테까지 그 불똥이 튀었지.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라고 닦달이지 뭔가.”


“듣고 보니 걱정이 많겠구먼. 근데 이 일에 내가 무슨 도움이 될까……?”


“자네, 오토바이 순찰대를 대상으로 교양 학교 좀 열어보지 않겠나?”


“교양 학교?” 문득 그 옛날 아리따운 젊은 여성들을 모아놓고 우아하게 걷고 말하는 법, 예쁘게 차 마시는 법 등을 가르치던 학교가 생각났다. 소위 요조숙녀를 양성한다는 학교 말이다.


“랜디, 지금 농담하나?” 내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농담이라니. 간과하기 쉬운 예의범절의 중요성을 경찰관들한테 일깨워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우리 기관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대번에 긍정적으로 바뀔 거야. 그뿐인가? 어쩌면 기동 순찰대만이 아니라 경찰 전체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구. 자네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셈이지. 어때. 굉장한 기회 아닌가?”


결국 나는 그 제의를 받아들이고 기동 순찰대원을 위한 6시간짜리 특별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 매몰되었을 때, 일상을 재정의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보았다. 단 몇 분만 시간을 내면, 순찰대원들은 시민들에게 그들의 프로 정신을 입증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비법 3 고객에게 관심을 집중하라
어서 오세요! 씨씨즈입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한 장소에 모아놓고 챙기는 게 가능하던 시절, 우리 가족은 피자 먹으러 나가길 좋아했다. 어느 식당에 가겠냐고 선택권을 주면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씨씨즈를 외치곤 했다. 그야말로 씨씨즈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씨씨즈는 우리 동네에 지점을 개설한 피자 레스토랑 체인점이다. 음식점들이 즐비한 번화가에 자리한 그곳은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뷔페형 식당으로 유명하다. 갈 때마다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늘 손님들로 넘쳐난다. 그곳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기만점의 레스토랑이다. 사실, 유명세나 인기로 따지면 뒤지지 않을 피자 가게들은 얼마든지 많다. 그런데도 씨씨즈의 어떤 점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은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모든 차이는 씨씨즈의 직원들에게서 나왔다. 아이들은 식당 문을 들어설 때마다 어김없이 받게 되는 열렬한 환대를 재미있어했다. 식당 안이 만원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문  안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맨 먼저 계산대 직원이 우렁차고 열띤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씨씨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곧바로 요리사부터 웨이터, 웨이트리스에 이르기까지 가게 안의 전 종업원이 메아리치듯 이를 복창한다. 직원들은 이 절차를 진심으로 즐기는 듯 보였고, 그건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씨씨즈를 특별하게 여기게 된 또 다른 점은 피자 뷔페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이 기꺼이 손님 개개인의 특별 주문에 맞추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때때로 두세 명씩 짝지어 일하는 피자 ‘쉐프(chef:요리사)’들은 산더미같이 쌓인 피자 도우 너머에서 뷔페 카운터를 오가는 손님들을 살펴보다가 큰 소리로 묻곤 했다. “어떤 피자를 원하십니까?”


각양각색의 피자들이 이미 구비되어 있다면 “여기서 골라 먹겠다”는 대답이 돌아오지만, 때마침 손님이 먹고 싶은 종류가 카운터에 없으면 “페퍼로니, 소시지, 피망을 얹은 것으로 만들어주세요”라는 주문을 한다. 그러면 쉐프는 “6분만 기다려 달라”고 시원시원하게 대꾸하는데, 이때 “씨씨즈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따라붙는 건 말하나 마나다.


6분이 지나면 한 손님만을 위해 갓 구워낸 페퍼로니, 소시지, 피망을 얹은 피자가 테이블로 전달된다. 말로는 어느 피자 레스토랑도 능히 할 수 있는 작은 서비스다. 그러나 씨씨즈는 단순하게 끝나기 쉬운 이 행위에 재미와 신명이라는 요소를 보태었다. 잠깐 동안이지만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전념하는 서비스. 이것이 다른 레스토랑과 차별화를 이룬 요소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누구에게랄 거 없이 목청을 높이곤 했다. “안녕하세요! 씨씨즈에 잘 오셨습니다! …… 안녕하세요! 씨씨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어서 오세요! 씨씨즈에 잘…….” 어린 마음에도 그 열성적인 대접이 꽤나 흡족했나 보다.



비법 4 경청하라, 생각하라, 상식을 이용하라
나만을 위한 복숭아 요구르트

몇 년 전, 나는 전국 각지의 비즈니스 리더들을 불러 모아 리더십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3일 동안 아내를 포함한 회사 전 직원이 이 엘리트 집단의 물리적?정신적?지적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데 동원되었다.


흥분된 시간이었다. 나는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리더십 전문가들의 협조를 구해 시사점이 크고 상호작용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매 강의 마무리는 지적 자극과 도전 의욕을 유발하는 열띤 토론으로 장식했다. 우리의 의도는 참여자들에게 리더십 강화와 서비스 우수성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위해 하는 모든 일에서 그 가치를 몸소 구현하려 애썼다.


교육적 요소뿐 아니라 숙박과 오락적 측면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으며 완벽을 기했다. 음식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자고로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것이 사랑받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나는 무조건 잘 먹여야 청중의 머리도 잘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여 그 생각을 행동에 옮겼다.


매일 푸짐한 뷔페 식단으로 아침을 열었다. 베이컨, 소시지, 달걀, 페이스트리, 과일, 시리얼 등 다채로운 음식을 차렸다. 점심과 저녁 역시 성찬이었다. 참가자들의 지적?물리적 욕구를 모두 채워서 떠나보내는 것이 우리의 암묵적 목표였다.


아카데미를 개최한 첫날 아침,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호텔 연회팀이 멋들어진 식탁을 꾸몄다. 식당 문이 활짝 열리자 시장한 참가자들이 앞 다투어 밀려들었다. 뷔페 라인에 늘어선 사람들마다 흡족한 얼굴이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킴은 각 테이블 상태를 살피면서 참가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무슨 문제든 발견되면 재빨리 처리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말이다. 다행히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여덟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테이블에 갔을 때였다.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과 잠깐 환담을 나누는데, 유독 한 사람 앞에는 달랑 커피 잔만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고맙게도 우리의 사무장 킴이 잠시 후 그 테이블에 들르게 되었다. 나처럼 그녀도 다른 사람들이 포식하는 틈에서 혼자 커피만 홀짝이는 남자를 발견했다.


“로버트 씨, 드실 것 좀 가져다 드릴까요?” 그가 부드럽게 사양했다. “그래도 아무것도 드시질 않으니…… 일정이 매우 고되실 텐데요.” 킴이 다시 정중히 권했다. “뭐든 말씀만 하시면 가져오겠습니다. 특별히 드시고 싶은 게 있나요?” 그제야 신사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털어놓았다.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실은 제가 식성이 아주 까다로운 데다 습관을 잘 못 버리거든요. 음식들이 다 먹음직스럽긴 합니다만, 수십 년 동안 고집해 온 아침 식단이 있어서요. 항상 커피와 요구르트만 먹지요. 요구르트도 아무거나 안 되고, 밝히기 창피하지만 복숭아 요구르트만 좋아해요. 연회 담당 직원에게 물었더니 그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2, 3일만 참으면 되는데요. 뭘.”


하지만 참지 않아도 되었다. 그날 오후 킴이 일부러 식료품점에 가서 복숭아 요구르트를 한 아름 사왔던 것이다. 다음날, 킴이 오로지 그를 위해 준비한 복숭아 요구르트를 내밀며 넉넉하게 마련해 놓았다고 귀띔했을 때 그 신사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간다.


그녀가 내 허락을 구하거나 지시를 기다리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킴은 우리의 모임이 그 신사에게 보다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천했다. 무슨 대가나 칭찬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다.



비법 5 때로는 규칙을 어겨라
고객님, 저희 방침입니다

고객이 들었을 때 가장 실망스러운 말은 무엇일까?


“적어도 2~3주는 기다리셔야 처리되겠는데요.”, “컴퓨터가 다운되어서 어쩔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서비스 요원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힘들고, 내일 아침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도착할 겁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뭔가를 요구했는데 태평한 얼굴로 성의 없이 응대하는 서비스 제공자를 만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이없고 분통이 터질 일이지만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바꾸어 생각하면 어떨까. 불쾌한 접대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했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곰곰이 돌이켜본 후 내가 고객을 대할 때는 절대로 그와 같은 태도와 행동을 보이지 않겠다고 엄숙히 다짐하는 것이다.


사실 위에서 예를 든 말들은 고객이 듣는다면 분명히 화가 날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혐오하는 어떤 말대꾸에 비하면 정말 양호한 편이다. 나는 서비스 제공자가 판에 박힌 핑계를 댈 때마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진저리가 처지면서 온 근육과 신경이 팽팽한 긴장 상태로 돌입한다. 그 말은 바로 “회사 규정상……”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대내외적으로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내부 규정과 방침, 법규 등 일종의 방어 무기를 사용하는 데 너무나 익숙하다. 그 무기를 사용하는 일차적 목적은 적으로 인식한 존재(고객)를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게 문제다. 왜냐하면 기업의 정책은 비즈니스 관계를 좀먹는 것이 아니라 굳건히 다지는 데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은 거래에 관심이 높을수록 비즈니스 관계를 증진시킬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탐색성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서비스 제공자들은 적극적인 태도와 접근방식을 택하기보다 거의 본능적으로 ‘규정 방어선’을 둘러치기에 바쁘다. 예를 들어 "도와드리고는 싶은데 저희 규정이……” 혹은 “저희 방침이 그 제품을 시험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서…” 등이다.


본질적으로 그러한 말과 배경에 깔린 사고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정해진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 당신의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해주기 위해 상상력과 창의력, 고객 맞춤형 접근 방식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당신이 우리 규정을 따라야 우리가 일하기 편하다.” 이는 절대로 고객의 관심을 끌고 감동시키고 신뢰를 얻으려는 태도가 아니다.


과연 엄격한 방침은 우리의 서비스 노력에 장애가 될까, 도움이 될까? 그 답은 ‘경우에 따라 다름’이다.


어떤 정책의 수립 목적이 부서나 회사가 맞닥뜨리는 도덕적?법적?윤리적 문제에서 ‘우위’에 서기 위함이라면 그 정책은 서비스 측면의 이해관계를 떠나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고객의 필요와 사정은 등한시한 채 단지 회사의 업무상 편의를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틀림없이 서비스 노력을 훼손시킬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자체에도 해를 입힐 것이다. 아무리 견고한 서비스 정책일지라도 융통성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

어떤 사람은 이렇게 반박할는지 모른다. 그런 융통성 있는 서비스는 작은 마을에서나 가능한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진정한 서비스 프로라면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이러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