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에서 1008개 기업들이 40여 년 간 이룩한 성과를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한이 책은 어떤 기업이 창조적 파괴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았는지, 그들의 생존 이유는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맥킨지사에서 일했던 저자들에 따르면<포브스&&가 1917년에 발표한 미국 100대 기업 가운데 1987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39개 뿐 이었으며 더욱이 남은 기업 중100대 기업에 속하는 것은 18개뿐이었고, 이 기업들도 시장의 수익률보다 20%나 낮은 수준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듯 오랫동안 번영을 누리는 기업이 왜 그토록 드문지, 그리고 장수하는 기업의전략은 무엇인지를 ‘맥킨지 기업 성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제시한다. 이것은 15개 산업분야에서 활동하는 1008개 미국 주요 기업이 40여 년간 거둔 성과를 분석한 것으로 맥킨지가 이 DB에서 밝혀낸 장수기업의 비밀은 단순하지만 까다로웠다. 그것은 바로 ‘시장의 속도와 규모로변화하라’는 것이었다. 핵심 경영철학부터 운영 시스템, 기업문화에 이르는 기업의 모든 영역에 대해 변화를 능동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재구성하라는. 즉 현재를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 저자 리처드 포스터·사라 캐플런
- 리처드 포스터
1973년 맥킨지 사에 입사하여 1982년에 사장에 선출됐다. 그는 50개 이상 산업 분야에서 고객 서비스를 담당했고, 특히 지난 25년간 대기업이 이룩한 성장과 혁신적 성과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저서 『혁신 : 공격자의 이점(1986)』은 최고경영자가 뽑은 경영서적 5권 중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 사라 캐플런
맥킨지 사의 혁신 전문가로서 전 세계 제약 의료기기 항공 소매품을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에 10년 이상 성장과 혁신 문제를 조언하고 있다.
■ 감수 맥킨지 서울사무소
1926년 제임스맥킨지(James O. McKinsey)가 설립한 기업 경영 자문 컨설팅사로서, 전 세계 45개국에 83개 사무소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1987년 처음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1991년 서울사무소가 공식 출범했다. 특히 IMF 위기 이후 한국 유수 기업 및 산업 부문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하여 한국기업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역자 정성묵
광운대학교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주)엔터스코리아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달팽이는 어떻게 고정관념의 틀을 깼을까?』『최고의 고객만들기』『스포츠 경영』『잃어버린 위대한 연설』『HBSP 기업가정신(Entrepreneur)』등이 있다.
■차례
1장 불연속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2장 창조적 파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3장 변하지 않는 비전은기업을 망친다
4장 창의성이 살아 있는 운영 시스템
5장 창조적 파괴의 폭풍
6장 창조와 파괴의 균형잡기
7장변화에 적합한 구조를 만들어라
8장 창조적 파괴를 이끄는 경영자의 역할
9장 창조 능력을 10배 증가시켜라
10장 허용과통제 사이의 균형을 잡아라
11장 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조절하는 기술
12장 창조적 파괴가 지배하는 세계
부록 1 - 주요 투자자들의 경영 접근법
부록 2 - 역동적 성과분석
창조적 파괴
창조적 파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헨리 허드슨 로(路)에서 웨스트 96번 가를 통해 센트럴파크로 향하다보면 암스테르담 로와 웨스트 96번 가의 교차로에 고색 창연한 은행 건물이 나타난다. 크지는 않지만 견고해 보이는 매우 인상적인 건물이다. 기념비적으로 설계된 이 거대한 단층 건물에는 일반 건물에 있는 창문보다 2배나 높은 창문이 있다. 정면에는 5개의 이오니아식 기둥이 버티고 서 있고 벽에는 창문보다 2배나 높은 창문이 있다. 벽에는 ‘149-1926’이라는 연도가 새겨져 있고 그 연도 표시 좌우에는 저축의 미덕에 대한 토머스 제퍼슨과 링컨의 금언이 장식되어 있다. 이 건물 앞에 서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언제까지나 안전할 거야.’ 그러나 암스테르담 로를 건너서 보면 이 건물이 전혀 은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현재는 의약품소매업체인 CVS가 그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 은행은 매우 강하고 영원할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도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아니 겉보기에 거창한 조직일수록 더 쓰러지기 쉬울지도 모른다.
이스트리버 저축은행은 1848년 설립되어 뉴욕과 함께 성장했다. 1925년 8대 은행장인 다윈 R. 제임스는 은행 이름을 이스트리버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일련의 개혁을 단행했다. 1927년 암스테르담 로와 웨스트 96번 가 교차로에 첫 번째 이스트리버 저축은행 지점이 들어섰다. 대공황이 미국 전역을 휩쓸면서 많은 은행이 파산했지만 이스트리버 저축은행은 계속 번성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1932년에는 메이든 레인 저축은행과 뉴욕 시의 이탈리안 저축은행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스트리버 저축은행도 1970년대 닥친 위기는 비켜가지 못했다. 결국 이스트리버 저축은행은 뉴욕주 북부의 저축대부조합에 매입돼 아메리카 리버뱅크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이 새로운 이름은 전국 부동산, 기업 대출, 자본 시장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리버뱅크는 급속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경영진이 은행 홍보와 새로운 고객 상품에 힘을 쏟았지만 대출 상환 부실로 노력이 허사가 됐다. 1991년 연방예금보험공사는 리버뱅크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1995년 리버뱅크의 모든 지점은 마린미들랜드 은행에 매각됐다. 1997년 통째로 홍콩 상하이 은행에 인수됐고 지역 주민들의 바램과는 달리 1998년 초 에섹스 캐피털 파트너 부동산회사가 지점 건물을 매입하고 6개월 후 전국적 의약품 체인 CVS에 그 건물을 임대했다.
이렇게 해서 이스트리버 저축은행 건물은 의약품 소매상점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가 작용하는 과정이다. 이스트리버 저축은행과 같은 경우는 운이 나빴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다. 미국의 거대한 기업이 파멸한 것이 단지 인터넷의 등장이나 신 경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이스트리버 저축은행의 파멸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인 1920년대부터 서서히 진행되어온 현상이다. 변화의 속도는 강력하게 떠오르는 신생 기업들이 급속하게 S&P 리스트에 오르고 유서 깊은 전통 기업들이 그와 비슷한 속도로 리스트에서 쫓겨나는 현상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25년 전만 해도 이처럼 급속한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고 1920년대에는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S&P 리스트에 진입하는 신생 기업들의 수를 볼 때 이러한 변화는 지난 70년 동안 속도를 더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가속화가 중요한 이유는 신생 기업에 오랜 생존자보다 더 높은 총 주주수익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신생 기업이 없었다면 시장 전체, 어쩌면 경제 전반의 성과가 지금보다 훨씬 못했을 것이다. 미국 경제의 강력한 창조적 파괴 작용은 미국 자본 시장의 장기적인 호황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왔다. 그 결과 1962년만 해도 미국 상위 80%안에 들지 못하던 소규모 기업들이 지금의 미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으며 향후 36년 안에 미국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1938년 슘페터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이렇게 말했다.
“산업의 변화 과정은 끊임없이 경제 구조를 혁신한다. 끊임없이 늙은 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기업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과정이 바로 자본주의 현실이다. 이는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기반이며 모든 자본주의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다.”
창조적 파괴는 무엇보다도 오늘날 성과를 거두는 기업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장기간 해당 산업을 능가한 기업은 지금까지 없었다. 경쟁이 극심한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언제까지나 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분석가들이 기업의 변화율과 성장률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사이에서 성급하게 주가를 결정하려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뛰어난 기업은 언제나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투자자에게 평균 이상의 수익을 안겨준다는 이론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 기술이 뛰어나 지속적인 변화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은 지속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 변화의 규모와 속도에 대한 표준을 설정하는 것은 바로 시장이다. 이미 살펴본 대로 특정 산업은 경제 전체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계속해서 거둘 수 있다. 즉, 변화에 과감히 도전해 그 변화를 지배하는 산업 분야가 오래도록 높은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시장과 같은 속도로 변화하는 기업만이 시장 전체의 성과를 따라가거나 앞지를 수 있다. 반면 시장과 같은 속도와 규모로 변화를 꾀하지 않은 기업은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핵심은 시장 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따라가는 일이다. 단 운영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시장은 통제력 상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다. 물론 시장만큼 창조적 파괴 활동과 뛰어난 운영을 함께 이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제 전체의 창조적 파괴 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는 꼭 필요한 일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볼 수 없지만 지난 70년 동안 ‘새로움’이 미국 경제에 확산되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우리의 연구에 다르면 비록 주기는 있겠지만 향후 수십 년 동안 창조적 파괴의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질 것이다. 따라서 연속성만을 바라보는 기업은 점점 궁지에 몰릴 것이다. 따라서 어렵더라도 창조적 파괴를 제대로 다루려면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불연속과 창조적 파괴를 무시하는 기업은 결국 이스트리버 저축은행과 같은 파멸을 맞을 것이다.
창조적 파괴의 폭풍
슘페터는 시장과 경제 발전 동향에 관한 연구에서 파괴와 창조가 주로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대 이야기 속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있다. 이집트와 그리스 신화는 아킬레스의 양아버지이기도 한 아라비아의 불사조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 불사조는 스스로 불 속에 들어가 죽은 다음 300년마다 다시 태어나 이집트 역사를 크게 바꾸어 놓는다. 불사조는 탄생과 생존, 죽음, 부활, 영생으로 이어지는 순환 주기를 상징한다. 다시 말해 불사조는 창조와 파괴를 결합한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가루다(금시조)라는 새는 불사조와 비슷하다. 불교의 종교적 전설에 따르면 부처가 금욕의 가치를 가르쳐주기 전가지 가루다는 매일 뱀을 잡아먹었다. 그러나 금욕을 알게 된 후부터는 잡아먹었던 뱀을 다시 살려 놓았다. 중국 문화에 등장하는 봉황새는 꿩의 머리와 공작새의 꼬리를 가진 새이다. 아라비아의 불사조나 가루다와는 모양이 다르지만 비슷한 역할을 한다. 힌두교에서 창조자 브라마와 때로 파괴자가 되는 시바, 그리고 중재자인 비시누가 창조와 파괴의 균형을 유지시킨다.
이처럼 창조적 파괴의 기원이 종교와 문화적 역사 속에 묻어 있다. 따라서 슘페터가 창조와 파괴, 탄생과 죽음, 연속성과 불연속 사이의 밀접한 관계에 처음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는 창조와 파괴의 교훈을 설득력 있게 경제에 적용했다. 파괴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요소를 제거하여 시장을 신선하게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파괴는 자본주의에 꼭 필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파괴는 물론 부정적이며 경각심을 일으키는 단어다. 파괴는 혼란과 무질서를 연상시킨다. 슘페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과정을 설명한다면 다른 단어를 썼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파괴’와 비슷한 용어였을 것이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파괴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태어나고 죽거나 인수된다. 밝은 미래와 무한한 가능성, 개인적인 성장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창조와 달리 파괴는 공포와 불길한 느낌을 준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의 폭풍’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내면서 신규 기업에 밀려나는 기존 기업들을 염두에 두었다. 가장 투철한 무정부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 혁명가 바쿠닌은 이렇게 말했다. “파괴하려는 충동은 창조하려는 충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슘페터의 사고방식은 그 반대였다. 효율적인 신생 기업은 빨리 변화하지 못해 경쟁력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옛 기업에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슘페터는 새로운 산업에서도 경쟁우위를 상실한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 쫓겨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슘페터에게 파괴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한의 끝’을 의미한다. 물론 파괴는 경제적으로 수명을 다한 부서가 반드시 소멸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경제적으로 수명을 다한 사업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음을 의미할 뿐이다. 이는 부서가 잠재력을 상실했거나 기업의 경제적 목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파괴는 기독교적 죽음보다는 힌두교 전통에서 말하는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파괴하다’는 말은 ‘지워버린다’보다 ‘교환하다’에 더욱 가깝다. 어떤 경우 파괴는 경제적 수명의 종말을 의미하지만 이는 예외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경제에서든 기업에서든 새로운 것이 옛 것을 밀어낸다.
파괴 또는 교환 행위는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기업에서 가장 극단적인 행위는 방금 말한 대로 한 그룹을 매각하거나 문을 닫는 것이다. 이보다 덜 극단적인 것은 모 기업이 소수 지분만 보유하고 있을지라도 부채 자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그룹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때의 파괴란 슘페터의 말처럼 창조를 위해 길을 닦는 행위다. 다시 말해 기업의 신선도를 높이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구조조정을 파괴나 교환 행위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구조조정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정상적인 한 부분이다. 기업은 성장이나 수익성을 위해 구조조정을 한다. 하지만 그 의도는 창조 능력을 높이기보다는 계속해서 기업을 적극적으로 경영하기 위함이다. 파괴라는 개념은 경영진에게 도전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그러나 실제로 파괴자로서 운영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남의 자산을 빼앗는 파괴자가 가끔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런 파괴자도 거의 없을뿐더러 이런 기업이 오래 생존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쇠퇴의 길로 접어들면서 경제적 성과가 떨어지면 이러한 기업은 인수되거나 빠르게 파멸로 치닫는다. 지금까지 지적한 대로 이러한 기업은 ‘생기가 없는’ 상태에 너무 오래 머문다. 이러한 기업은 전혀 파괴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파괴자’라 부를 수 없다. 그들은 단지 생존하기만을 원하다가 결국 소멸되고 말았다.
파괴는 시장이 당면한 현실이다. 파괴는 한 부서나 회사, 산업의 경제적 효용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잠시 파괴를 연기할 수는 있지만 피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타고난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 파괴를 기업 경영의 정상적인 일부로 인식하지 않으면 발전이 지연되고 성과가 낮아지며 결국 기업은 아무것도 모른 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파괴를 무시하다가는 재난을 초래하고 만다. 파괴를 피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파괴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파괴에 대처하는 방법은 먼저 파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 파괴되고 있는 자산을 완전히 파괴되기 전에 교환하는 것이다. 혁신과 마찬가지로 파괴에도 점진적, 실질적, 구조적이라는 세 가지 파괴가 있다. 파괴의 경우 변화의 정도는 파괴의 정도와 파괴가 진행되지 않았을 때 위험에 처한 부의 양에 따라 다르다. 기업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이 세 가지 파괴가 모두 필요하다. 기업은 성장하면서 점차 복잡해진다. 이러한 복잡성은 규정, 디자인 매뉴얼, 관료주의적 성장 등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기업은 규칙과 절차라는 외피에 뒤덮이고 만다. 이처럼 단단해진 외피를 제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 파괴이다. 파괴만이 기업의 시스템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신선하게 유지시켜준다. 외피 제거를 미루면 후에 더욱 극적인 파괴를 감수해야 한다.
변화에 적합한 구조를 만들어라
S&P 500대 기업들이 현재는 평균 20년 정도 그 리스트 안에 머물겠지만 2025년경에는 10년 이상 그 자리에 남아 있기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또 앞에서 우리가 살폈듯이 생존 자체만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장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살펴볼 때 2025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의 성과도 아마 시장 평균을 밑돌 것이 분명하다. 생존과 동시에 낮은 성과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오늘날 기업들이 이름 없이 사라진 이스트리버 저축은행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맞이했던 운명을 과연 피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시장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즉, 기업이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시장의 속도와 규모에 발맞추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기업이 시장과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방주를 짓기 위해 경영자는 우선 운영에 중점을 두고 창조적 파괴는 여력이 있을 때 한다는 19세기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창조적 파괴를 우선적으로 단행하고 회사운영은 그 다음에 다뤄야 한다. 특히 기업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잘 수행해야 한다.
1. 시장의 변화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변화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2. 기업 및 협력업체의 총체적인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과정을 개방하고 문화적 폐쇄성을 피해야 한다.
3. 기업 운영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면 전통적인 통제 개념은 완화해야 한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폭풍’의 여파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신생 기업의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한편 맥킨지 기업 성과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면 공개투자회사 중에서 창조적 파괴의 비밀을 발견한 경우는 없었다. 어떤 공개투자회사도 시장의 성가를 능가하지 못했으며 장기간을 통해 살펴보아도 전체 시장에 대한 우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1999년 6월 GE의 최고경영자인 잭 웰치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견을 이렇게 피력했다.
“나는 큰 회사에서 일할 때 부딪히는 단점에 대해 모두 말했다. 그러나 장점도 많다. 지난해 우리는 108건의 기업 인수를 단행했다. 이는 약 21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이다. 말하자면 큰 변화를 108번이나 겪은 것이다. 기업을 인수할 때 각각의 인수에 대해 철저히 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중 20~30%는 기대한 만큼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작은 기업은 두세 차례만 성공하지 못해도 망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훨씬 더 많이 실수를 해도 여유가 있다. 따라서 실제로 우리는 더 많이 시도해야 한다. 사실 어려움에 빠지는 거대기업들은 모두 규모의 이점을 살려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 규모를 지키려다 그렇게 된 것이다.”
GE는 방송사업과 금융 서비스에서 대안을 창조해 냈다. 예를 들어 GE 가전사업부를 매각하여 대안을 ‘선택’했다. 플라스틱과 제트엔진을 포함하여 많은 사업을 높은 경영성과 중심으로 ‘운영’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GE의 사업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20년 동안 GE는 S&P 500대 기업 리스트에 속한 기업 중 최고의 경영성과를 끝내는 기업 군에 계속 머물렀다. GE의 경우에는 창조, 운영 그리고 선택 모델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GE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방법론을 다른 기업과 기꺼이 공유하려 한다해도 GE의 성공을 모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GE의 성공은 상장기업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성취할 수 있고, 자본 시장은 변화를 성취할 수 있는 기업을 크게 보상해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자 창조적 파괴의 잠재력을 구현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시도 중 가장 유명한 사례는 ‘창업보육회사(Incubator)’다.
창업보육회사의 유일한 기능은 성공적인 신규 기업을 길러내는 것이다. 창업보육회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벤처캐피털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들은 신생 기업에 자본 이상의 것을 공급한다. 즉 고속통신 회선, 컴퓨터, 사무실 그리고 종종 연구자료, 회계사, 컨설턴트 및 변호사까지 제공한다. 벤처캐피털이 보통 합자형태인 데 비해 창업보육회사는 스스로 상장기업이라고 간주한다. 그들이 기대했던 것을 할 수 있기만 하면 그들은 주식 시장에서 상당한 이득을 얻을 것이다. 1980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창업보육회사는 12개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적어도 700개의 창업보육회사가 있다. 그들은 모두 운영을 위한 경영과 창조적 파괴를 위한 경영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슘페터식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모인 창업보육회사는 이미 큰 성공을 감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바인 인터벤처스는 GE 규모의 지주회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창업보육회사가 비중 있는 투자자로 성장하여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는 분명하지 않다. 많은 창업보육 회사가 벌서 실패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최고의 창업보육회사는 형태와 기능을 수정하면서 오래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생존기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들은 창조적 파괴에 적합하게 자신을 계속 설계해 나가고 있다. 출발 당시의 모습이 어떠하든 창조적 파괴를 체득하는 것이 높은 경영성과를 오래 지속하기 위한 선결조건임은 분명하다.
창조 능력을 10개 증가시켜라
자본 시장에서는 기존 기업보다 10배에 해당하는 규모와 속도로 실질적 그리고 구조적 혁신이 이루어진다. 기업이 시장이 지닌 수준의 혁신적 힘에 도달하려면 수렴적 사고를 터득했던 것처럼 확산적 사고의 기술도 터득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지적한 것처럼 확산적 사고는 창조적 프로세스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확산적 사고의 목적은 시장의 속도와 규모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면 충족되지 않은 욕구 등의 핵심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유망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확산적 사고과정에서 상세한 해결책을 찾거나 그 해결책이 효과적이라고 입증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핵심적인 단계는 필요하지만 수렴적 사고 과정의 일부로 취급하는 것이 더욱 좋다. 확산적 사고의 목적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사업계획을 창안하는 데 유용하고 유망한 해법을 제기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탐색, 육성 그리고 충돌은 확산적 사고에 필요한 핵심요소다. 불연속성을 수용하려면 이러한 과정이 꼭 필요하다. 탐색, 육성 그리고 충돌을 통한 확산적 사고가 정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을 통해 확산적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현재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는 시장의 속도와 규모로 탐색, 육성 그리고 충돌을 추구하는 것을 방해한다.
겨울철 밤하늘에 가장 먼저 빛나는 별은 오리온자리를 구성하는 3개의별이다. 하지만 3개의별에서 나오는 빛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오리온자리의 중앙 별 근처에는 방대한 크기의 말머리(Horse head)성운이 있다 이곳에서 미래의 별들이 탄생한다. 비슷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경제활동의 성운은 중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산업의 주변부에 있다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활용하고 새로운 역량과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업방식의 이점을 살려 새로운 기업을 형성하는 기회는 바로 산업 주변부에 있다. 주변부는 슘패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폭풍’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오늘날 기업이 보여주는 전략수립 활동은 앞에서 말했듯이 너무 무미건조하고 맥빠진 활동이 되어버렸다. 확산적 사고의 정신을 결합하여 주변부 발전을 그림으로 그리면 전략계획 수립활동에 생명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다. 주변부와 주변부 발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기업이 알고 있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기업의 실무자들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략계획 수립과정이 경직된 구조로 되어 있고, 회사의 장기적인 경제적 시사점보다는 다음해에 초점을 맞춘 좁은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식을 수집해서 활용하는 기업이 매우 드문 것이다. 조직의 인재들이 창조적 파괴의 문제를 다룰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문화적 폐쇄성이다. 전략계획 수립 과정을 재 설계하는 목적은 조직의 인재들을 이러한 속박에서 풀어주어 그들이 직접 창조적 파괴의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하게 하는 것이다. 한 번에 몇 명씩 이들이 모였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당신은 식사 후 거실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듯 친밀하게 대화를 나눈다. 최종 산출물을 내놓아야 할 필요도 없고 종료시간이 정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면 대화는 3시간 혹은 그 이상 계속될 것이다. 주제도 임의로 정해진다. 우리는 기업의 고위경영진이 이러한 환경을 창출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확산적 사고를 위한 연습이다.
기업이 시장의 속도와 규모로 적극적인 창조자, 운영자, 대안 선택자가 되려면 아룬 굽타의 방법론을 모방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핵심적인 변화 프로세스를 다시 정비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들도 있다. 전략기획, 연구개발, 기업 내 벤처투자 활동이 그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변화하려는 의지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생존기업에서도 세계 사업장에 숨어 있는 굽타와 같은 직원들이 번성할 길만 찾는다면, 그들은 고위경영진에게 시장의 속도와 규모로 변화할 수 있는 대안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경영진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운영상의 우수성을 해치지 않고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달성할 것인가가 딜레마이다.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해답은 기업의 통제프로세스가 얼마나 세부적인가에 달려있다.
창조적 파괴가 지배하는 세계
우리는 모든 기관이 창조적 파괴를 새롭게 할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득을 얻는다고 믿고 있다. 또한 창조적 파괴의 힘에 장기적으로 저항할 수 없다는 사실도 믿고 있다. 계속적으로 변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궁극적으로 실패한다. 국가나 기관이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대안을 창조하고 낡은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제거해야 한다. 창조적 파괴 기세를 장기간에 걸쳐 억압하면 이로 인한 균열은 기관과 개인을 빠르고 잔인하게 파괴시킨다. 과거의 정치적, 군사적 혁명은 일관성 있게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종교개혁에서 최근의 소비에트 연방과 세르비아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그러했다. 적법한 자본 시장은 수백만 개인의 희망과 역량을 조화시키고 상대적으로 평화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변화 속도와 폭을 적절하게 조정해준다. 적법한 자본 시장은 잠재력만 있다면 확산적 사고를 꽃피게 만든다. 활동적인 시장이 없다면 기업가정신은 억눌려 있을 것이다. 때로는 몇 십 년 간 억눌려 있을 수도 있다.
모든 조직과 기관이 확산적 사고를 위한 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깊이 생각해야 할 단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낡은 아이디어 사이의 경쟁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모든 조직과 기관은 창조적 파괴의 힘을 언제, 어떻게 작동하도록 허용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조직에 유효한 교훈은 개인에게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기업 입장과 마찬가지로 개인 입장에서도 일자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혹은 학교에서 학문을 수련하면서 확산적 사고를 위한 시간을 별도로 갖기란 어려운 일이다. 기존 아이디어를 성급하게 버리지 않은 채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 지금의 현상보다는 변화를 향해 관심을 갖는 태도를 취하는 것 등 이러한 모든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숙제다. 그렇지만 변화를 인지하고 수용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법과 대응 방법을 찾는 것 외에는 특별히 제시할 수 있는 비법은 없다. 슘페터는 1939년에 “중요한 것은 가격과 상품의 경쟁력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 신기술, 새로운 공급자, 새로운 유형의 조직에서 나타나는 경쟁력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공황과 전쟁 발발에 관심을 빼앗긴 정책 입안자들은 슘페터의 주장을 간과했다. 오늘날 슘페터의 통찰력이 지닌 중요성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싫든 좋든 우리는 불연속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수한 기업의 확고한 입지와 명성은 점차 바르게 사라지고 있고 자기잠식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기업 재편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래 전에 우리는 케인즈의 교훈을 얻었다. 오늘날 우리는 슘페터의 교훈을 배우고 소화해야 한다. 창조적 파괴를 다루는 일은 앞으로 점점 더 크나큰 도전이 될 것이다. 자원 배분 책임을 시장에 맡기는 기업은 자신을 소멸시키는 일에 협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창조적 파괴라는 게임을 할 의사가 없거나 할 능력이 없는 기업은 불가피하게 대체될 것이다. 좋든 싫든 연속성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 자본주의 경제를 이처럼 탄력적이고 활력 있게 만드는 요인은 불연속성과 창조적 파괴를 잉태하는 바로 그 힘이기도 하다. 기업과 기업 경영자들은 단지 운영상의 우수성을 유지하려 하거나 변화의 시류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자신이 맡은 기업의 운명을 책임진 선장이 되어서 시장을 주도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도록 창조적 파괴에 능숙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