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피터 드러커 외
피터 드러커는 1909년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1927년 독일 함부르크대 법학부에 입학, 다음해 프랑크푸르트대학으로 옮겨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1933년 영국으로가 경제?경영으로 전공을 바꾸었다.1939년 30세 때 첫 저서 『경제인의 종말』을 발표했고, 1954년엔 서구사회에서 경영학의 교과서로 통하는『경영의 실제』를 내놓았다.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철학, 경영학에 두루 밝은 그는 50여 년간 『단절의 시대』『새로운현실』『미래경영』『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 수많은 저서를 냈다.1971년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클레어몬트 경영대학원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 역자 심영우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뉴질랜드 와이카토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코리아헤럴드 어학원과 세종대학교, 에듀 미디어에서 영한번역을 강의했으며, ETAT 출제 및채점위원을 역임했다. 번역서로 『강한 회사는 회의기간이 짧다』 『치유하는 교회』 등이 있다.
■ 차례
CHAPTER ONE 성공적인 의사결정은 6단계 과정을 거친다
CHAPTER TWO 탁월한 선택에는 올바른 교환이필요하다
CHAPTER THREE 체계적으로 문제를 분석하라
CHAPTER FOUR 명세표를 이용해 문제를분석하라
CHAPTER FIVE 보이지 않는 함정을 경계하라
CHAPTER SIX 부분적인 정보만으로도 의사결정을 할 수있다
CHAPTER SEVEN 인간관계는 의사결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CHAPTER EIGHT 인간적 감성과 느낌에 귀를기울여라
미래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의사결정의 순간
성공적인 의사결정은 6단계 과정을 거친다
성공한 경영자는 수시로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오직 주요사안에 대해서만 신중하게 판단을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꼭 필요한 핵심 사항에 대해서만 의사결정을 한다. 또한 주어진 상황에서 일정한 원칙을 찾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전략적이며 포괄적인 ‘방안’을 강구한다. 즉 성공한 경영자는 빠르게 판단하는 대신 하나의 문제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부수적 현상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다.
성공적인 의사결정에 이르는 6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문제를 분석한다. 둘째, 문제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셋째, 답을 열거한다. 넷째, ‘경계 조건’에 맞춘 수용 가능한 해결책보다는 ‘옳은 것’으로 결정을 내린다. 다섯째,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결정한다. 여섯째, 의사결정 내용이 현실성이 있는지, 유용한지를 실험한다.
위에 언급한 6단계 과정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은, 먼저 문제가 일반적인 현상인지, 예외적인 현상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문제를 사분법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자.
첫째,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실제로 개별적 문제는 근본적 문제의 한 증상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생산관리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생기는 문제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근본적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수개월 간의 전체 작업 분량을 분석해 보면 근본적인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즉 파이프의 이음새가 고온과 고압의 부하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이음새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분석해내지 못할 경우 생산 부서는 개별적인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아 붓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만다.
둘째, 개별 회사에게는 예외적 문제지만, 실제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 예는 다음과 같다. 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합병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 중소기업에게 있어 합병 문제는 일회성의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합병’은 기업들이 직면하는 보편적인 상황이므로 수락하느냐 거절하느냐 하는 문제로 고민할 때 어느 정도의 일반적인 규칙이 필요하다. 일단 이 중소기업의 경영자는 의사결정을 위해 다른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 정말 예외적인 문제가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다. 1960년대 초에 수많은 기형아를 낳게 한 수면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1천만 분의 일이거나 1억만 분의 일이며, 재발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이 같은 예외적인 사건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예외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말 예외적인 일인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넷째, 새로운 문제의 등장이다. 예컨대 북동부 지역의 전력 중단과 수면제 사건은 현대의 전력 기술과 약학 분야에서 일반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그 재발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발생한 문제가 지금까지 언급한 네 가지 유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일단 문제가 일반적인 것인지, 예외적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섰다면, 다음 단계인 정의를 내리는 일은 한결 쉬워진다. ‘무엇에 관한 것인가?’, ‘이 문제와 관련된 것은 무엇인가?’, ‘이 상황을 해결할 열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제기되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한 불완전한 정의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관찰 가능한 모든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다음은 세부적인 내용을 분명하게 결정하는 단계이다. 세부적인 내용을 과학에서는 ‘경계조건’이라고 부르는데, 의사결정은 이 경계조건을 만족시킬 때에 유효하다. 특히 결정된 의사결정을 포기할 시기를 결정하려면 경계조건을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계조건에 대한 인식이 분명해야 선택 가능한 모든 의사결정들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경우를 가려낼 수 있다. 그리고 성공한 경영자는 차선책인 수용 가능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마지막에 항상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경계조건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면 올바른 협상과 잘못된 협상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실행 단계에서는 실행에 앞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알아야 할 사람과 책임자를 명시하고, 책임자가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하며, 실천에 필요한 행동을 미리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끼리 심각한 감정적 갈등을 겪게 된다.
의사결정의 최종 단계는 피드백(feedback)이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는 정보 모니터링과 보고를 포함시켜 그에 따른 기대치와 실제 상황의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경영자는 현장 확인을 통해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의 전제가 유용한 것인지, 현실감이 떨어져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 현실은 늘 변하기 때문에, 경영자는 의사결정의 전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은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정리된 정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보고서와 통계 수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나가 직접 얻는 피드백이다. 이것이 없다면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독단주의에 빠지게 된다.
성공한 경영자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결정해야 할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후 일련의 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경영자가 내린 의사결정은 조직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며, 의사결정에 따른 실적에 따라 그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탁월한 선택에는 올바른 교환이 필요하다
올바른 교환(trade-off)은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직감, 상식, 추측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렸지만, 이런 의사결정에는 분명하고 이성적이며 편리한 교환의 방법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맞교환법(even-swamp)이라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는데, 이는 다양한 목표와 다양한 대안에서 교환을 할 수 있는 실용적 방법이다. 맞교환법은 교환의 메커니즘적 요소를 단순화시킴으로써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모든 정신적 에너지를 의사결정에 쏟아 부어, 회사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이 시스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교환을 시작하기 전에 모든 대안과 각 대안이 목표에 미치는 결과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을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결과표이다. 우리는 대안(세로)과 목표(가로)가 만나는 칸에 간단한 예측 결과를 적은 결과표를 통해 많은 정보를 간단하고 질서정연하게 정리해 목표별로 대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각 대안의 결과를 기록하고 나면, 그 중에서 제외할 만한 대안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열관계를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대안에 따른 결과 내용을 기준으로 간단한 순위를 정해 두 번째 결과표(순위표)를 작성해야 한다.
순위표에 의해 한 가지 대안이 남기도 하지만, 대체로 여러 가지 대안이 남는다. 바로 이때, 대안들 사이의 맞교환이 필요하다. 맞교환은 대안 결과가 동일한 가치를 가지거나 결과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나타내 보여준다. 우열관계를 평가하면서 대안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과 달리 맞교환을 이용해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목표를 줄여 나가다 보면 비교 대상이 감소하면서 의사결정은 한결 쉬워진다. 맞교환법을 적용하기 위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목표를 제외하는 데 필요한 차이값을 구하라. 둘째, 결과를 변경할 때 다른 목표를 어떻게 변경해야 이를 상쇄할 수 있는지 분석한다. 셋째, 맞교환을 실행한다. 넷째,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목표를 제외하라. 다섯째, 열등한 대안을 제외한다.
하나의 결과를 다른 결과와 맞교환할 때 어느 정도의 가치로 교환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는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다음의 조언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손쉬운 맞교환부터 하라. 손쉬운 맞교환부터 시작하면 곧바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고(적어도 일부 대안을 제외할 수 있다), 어려운 맞교환을 실행하기 위해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 목표의 중요성이 아니라 맞교환의 양에 집중하라. 셋째, 원래 기준을 근거로 변경되는 양의 가치를 평가하라. 추가되는 부분의 가치는 추가되는 일부가 아닌 전체를 놓고 평가해야 한다.
넷째, 일관성 있게 실행하라. 교환하는 대상의 가치는 상대적이지만, 맞교환 그 자체는 논리적으로 일관성 있게 실행해야 한다. 다섯째, 유용한 정보를 확보하라. 결과를 맞교환하는 데 있어서는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이 주관적 판단 역시 확실한 정보와 분석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여섯째, 꾸준한 연습이 완성도를 높인다. 낡은 문제를 새로운 해결 방법으로 접근할 때처럼 맞교환법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맞교환법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교환 가치를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는 데 있다.
보이지 않는 함정을 경계하라
의사결정의 오류는 대안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거나,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했다거나, 비용과 이익이 정확하게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간혹 의사결정 과정보다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오류의 책임이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는 최고경영자에게 이런 심리적 함정은 특히 위험하다. 여기서는 이러한 함정의 원인과 그 출현 형태를 살펴보고, 경영진이 그러한 함정에 대비할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최선의 방어책은 그에 대한 인식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정관념의 함정
고정관념의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과거의 사건이나 경향이다. 의사결정에 미치는 고정관념의 영향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되어 왔다. 고정관념의 위험성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그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첫째, 어떤 문제든지 항상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다. 둘째, 자문에 앞서 문제를 스스로 충분히 심사숙고한다. 셋째,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조언을 구한다. 이 때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고정관념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넷째,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의 처음 제안에 구속받지 않도록,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의 위치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도록 한다. 그와 동시에 고정관념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현상유지의 함정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대안을 현상 유지에 고착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노골적으로 이러한 성향을 드러낸다. 현상 유지의 함정의 힘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테크닉을 사용할 수 있다. 첫째, 항상 자신의 목표를 염두에 두고, 현상 유지가 목표 달성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살펴본다. 이때 현상 유지를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둘째, 실제로 현상 유지를 선택하지 않아도 될 상황인데, 왜 선택하려고 하는지 자문해 본다. 셋째, 현상 유지 상태에서 변화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나 비용을 과장하지 않도록 한다. 넷째, 현상 유지에 대한 욕구는 시간이 흐르면 바뀐다는 점을 마음에 새긴다. 다섯째,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현상 유지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매몰 비용의 함정
과거의 선택 방식이 이미 쓸모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선택방식을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첫째, 과거에 선택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 결정을 견지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갖지 않은 사람들의 충고와 견해를 듣고 조언을 구한다. 둘째, 과거에 선택한 결정이 실수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이유를 분석해 본다. 셋째, 부하직원이 매몰 비용에 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의심되면, 그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뽑아 새로운 결정을 도출해 낸다. 넷째, 직원들에게 자신들의 실수를 영속화하는 결과를 낳도록 하는, 이른바 ‘실수를 두려워하는 문화’를 조성하지 않도록 한다.
증거 찾기의 함정
선입견을 갖게 되면 처음에 생각했던 견해나 느낌을 뒷받침해 줄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를 무시하려는 것으로, 이 함정은 수집한 정보를 해석하는 방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인지를 실험해 보는 단계가 필요한데, 다음은 그 방법을 나열한 것이다. 첫째, 모든 증거를 같은 수준의 냉철한 관점으로 검토하고 있느냐를 항상 체크한다. 둘째,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반문해 보아야 한다.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한다. 넷째, 조언을 부탁할 때에는 어떤 결정을 유도할 만한 선행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구성의 함정
질문을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이익과 관계되었을 때는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지만, 문제가 손해를 피하는 관점에서 제기되었을 때에는 오히려 위험을 추구하려고 한다. 또 문제를 제기 받았을 때,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하기보다는 제시된 구성에 그대로 적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아울러 구성의 틀이 서로 다른 준거점(reference point)을 사용하는 경우, 같은 질문으로 전혀 다른 응답이 유도되기도 한다. 부적절한 구성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결정의 전 과정을 통해 문제를 구성하는 방법을 심사숙고한다. 그리고 문제를 이익과 손실을 종합하거나 서로 다른 준거점을 포괄할 수 있는 중립적인 방법으로 자세하게 제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가지 함정은 하나씩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모든 함정이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켜 서로간의 역할이 증폭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심리적 함정에 빠지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그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비무환 정신이 필요하다. 심리적 함정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그러한 함정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다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인간적 감성과 느낌에 귀를 기울여라
수년 동안의 경영 연구 결과, 최고경영자는 ‘비용 대 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과 같은 논리적 방법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직관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의사결정이 매우 계량화되어 있는 중간관리자까지는 자기의 임무를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보다 복잡해지고 애매모호해지는 고위 경영진에 오르게 되면 그러한 판단력이나 직관력은 실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많은 기업이 처한 격변하는 환경이다. “모든 가능한 옵션과 대안을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사업가적인 판단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에게 기업 간의 거래를 거절하거나 부사장을 임명하는 것 같은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육감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인간의 마음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정보를 끊임없이 여과 처리하고 있고, 둘째, 인간의 두뇌는 광범위한 신경체계뿐만 아니라 화학적 신호(호르몬, 신경 전달물질, 조절체)를 통해 신체의 여러 부위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은 냉철하고 분석적인 프로세스와 전혀 별개의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모든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처리하지 못하며, 그러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여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인간의 감성과 느낌이다. 즉 인간의 의식이 탁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점까지 그 결정 의지를 안내하는 것이 바로 육감이다. 감성(예를 들면 분노와 같은 감정)이 너무 풍부해도 의사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너무 부족해도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즉 감성과 이성이 균형을 이룰 때 사람의 본능은 그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게 된다.
육감을 이용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스스로 분명히 밝힐 수 없는 패턴과 규칙에 의지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반면에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결정처럼 아주 복잡 미묘한 프로세스에도 패턴과 규칙이 있다. 의사결정이 육감에 의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체계, 즉 크로스 인덱싱(Cross-Indexing)이 필요하다. 이 능력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분량에 따라 증가한다. 전혀 별개의 분야에서 유사한 패턴을 발견해 낼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의 직관력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육감이 가끔씩 틀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육감이 틀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 이상 믿지 못하면서도 믿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 자신을 지나치게 믿는 것 이 잘못인지 깨닫지 못하는 무지는 결국 우리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최고경영자가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기 점검의 메커니즘을 키울 필요가 있다.
직관적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점검과 그 결과인데, 몇몇 기업에서는 이 과정이 고위 경영진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끊임없는 피드백에 맞춰 육감에 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아마도 그러한 프로세스가 ‘신속한 행동을 위한 효율적인 경영 스타일로 다듬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다양한 본성적 특성은 직관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 인간이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아무 패턴이 없는데도 굳이 패턴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자기 점검과 피드백은 꼭 필요하다. 피트먼은 AOL과 타임 워너 간의 합병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기로 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육감에 의한 의사결정에 관련해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자신이 내린 결정과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흘러가는 물과 같다. 당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끊임없이 결정을 내리고, 또 그 결정을 고쳐야 한다는 명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