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 리더십

   
서정문
ǻ
호이테북스
   
13000
2016�� 12��



■ 책 소개

 

새로운 시대, 인간 중심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가 과거에는 명령하고 통제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성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람은 억지로 강요하기보다는 부드럽게 설득할 때 효과적으로 움직인다. 큰소리친다고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그들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인간 중심 리더십’이다.

 

‘인간 중심 리더십’은 이미 역사상 위대한 리더들이 모두 실천했던 리더십이다. 그것만으로도 ‘인간 중심 리더십’은 이미 그 효과를 입증했다. 이 책은 저자가 군과 사회의 리더십 현장에서 고민해 온 반성과 성찰의 기록이다. 그리고 성과와 숫자에만 매몰되어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에서 벗어난 작금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인본주의 리더십과 리더십의 본질로 회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저자 서정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30년 가까운 군 생활을 통해 군의 많은 리더들을 만났으며 다양한 리더십 유형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리더 한 사람이 조직에 얼마나 큰 폐해를 줄 수 있는지 몸소 체험했다. 이후 한국능률협회(KMA) 전문 강사 및 성신여대에서 리더십과 세계문화를 강의했다. 현재는 군과 사회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경영연구원 연구위원 및 리더십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리더십은 저자가 사관학교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관심을 집중한 주제다. 저자가 특히 고민했던 점은 명령과 통제를 넘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스스로 참여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그동안 저자가 고민하고 성찰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인간 중심 리더십』이다.

 

■ 차례
ㆍ 프롤로그: 권위주의 리더십에서 인간 중심 리더십으로
ㆍ 추천사: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1장. 왜 리더, 리더십인가
1. 리더 없이는 조직도 생존도 없다
2. 리더는 조직 통합의 구심점이다
3. 리더는 추진력의 엔진이다
4. 리더의 역량이 조직의 역량이다

 

2장. 리더의 존재 의미와 다섯 가지 역할
1.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가
2. 조직의 나아갈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3.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독
4.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헌신과 봉사자
5.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의 최종 종착지

 

3장. 사람과 조직을 죽이는 자기 중심 리더십
1. 설 곳을 잃은 일방적, 권위적 리더십
2. 부하를 무시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
3. 편애는 조직을 분열시킨다
4. 우유부단은 조직의 위기를 부르는 단초다
5.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리더에게 미래는 없다
6. 책임을 회피하면 리더가 아니다
7. 이기적인 리더는 조직의 암덩어리다

 

4장. 사람과 조직을 살리는 인간 중심 리더십
1. 먼저 믿음을 심는다
2. 솔선수범하고 요구한다
3. 배려로 마음의 문을 연다
4. 소통으로 조직의 혈류를 뚫는다
5. 경청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
6. 전적으로 믿고 맡긴다
7. 단점이 아니라 장점에 주목한다
8. 역지사지로 상대를 본다
9. 부하를 리더로 키운다
10. 명마를 키우듯이 인재를 키운다

 

ㆍ 에필로그-인간 중심의 리더십을 꿈꾸며
ㆍ 참고문헌




인간 중심 리더십


왜 리더, 리더십인가

리더 없이는 조직도 생존도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그러나 인간만이 사회적 동물은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대부분 집단을 이루며 살아간다. 집단을 이루며 사는 생물은 모두 사회적 동물이라 할 수 있다. 사자나 늑대와 같은 포식자는 물론 코끼리, 원숭이, 사슴 등 초식 동물들도 대개 집단을 이루며 살아간다.


동물뿐만이 아니다. 개미나 벌, 곤충들도 집단을 이루어 생활한다. 그렇게 집단을 이룬 개체들에게는 반드시 무리를 이끄는 리더가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가와 군, 기업은 물론 사적인 동창회나 동아리, 가정에서도 리더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생물들이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에 리더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무리의 안전과 생존과 번영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표범이나 호랑이와 같이 단독으로 생활하는 동물도 있지만, 단독으로 생활하면 대부분의 경우 적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자신보다 큰 먹잇감을 공격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 집단을 형성하고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리더의 필요는 하나의 전통과 유전이 되었을 것이다.


무리에서 리더라는 존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효율성 때문이다. 무리를 이끄는 리더가 없으면 구성원 전체가 효율적으로 활동하기 힘들다. 개인이건 조직이건 목표가 없으면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아무리 민주적인 조직이라도 모든 것을 구성원 전체가 참여해서 결정할 수는 없다. 이처럼 조직 전체의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고 존재 이유이다.


목표와 방향을 모르는 집단은 나침반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이러한 배는 표류하다가 좌초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이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과 같은 존재이다.


조직의 목표와 방향을 결정하는 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최종 대안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다. 더구나 긴급한 위기상황에서 리더의 신속한 결단은 구성원과 조직의 생사를 가른다. 만일 세월호 침몰 당시 선장이 신속하게 탈출 지시를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 많은 사람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리더가 없으면 조직은 산만한 집합체에 불과하며, 오합지졸이 되기 쉽다. 리더는 조직 통합의 구심점이자. 추진력을 불러오는 엔진이다. 조직은 리더라는 구심점이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팀으로 완성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능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리더로 세워 조직을 이끌게 하는 것이다. 리더가 없으면 조직도 생존도 결코 담보할 수가 없다.



리더의 존재 의미와 다섯 가지 역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독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인사가 만사가 되려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 적재적소란 적합한 인재를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직은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자원도 사람이다 훌륭한 인재를 뽑아 적합한 자리에 앉히면 그 조직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TV에서 흑산도 홍어에 대한 특집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근해에서 어족 자원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홍어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홍어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올라온 고등어는 어부에게는 잡어일 뿐이다. 우리는 쓸모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켜 흔히 무용지물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서 무용지물은 없다. 모든 사물은 언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귀중한 보물도 되고, 잡초도 된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자신과 맞지 않는 자리에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고, 다소 부족해도 자신과 잘 맞는 일을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필자는 북한산을 자주 오른다. 북한산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성벽을 유심히 살펴보면 반듯한 돌뿐 아니라 모난 돌들도 그 틈에 끼어 튼튼한 성벽을 이루고 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인재가 모여 균형을 이루어야 강하고 훌륭한 조직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은 장점을 갖고 태어난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과 조직의 성패가 갈린다.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특기나 장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는 조직의 사활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GE의 전 CEO였던 잭 웰치는 "조직에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사람을 뽑고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리더들이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80퍼센트는 인재를 뽑고 배치하는 일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조직의 성패가 적재적소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도 기업은 사람이다는 경영원칙으로 적재적소를 경영의 요체로 생각했다. 그래서 인사 때마다 수개월을 고민하며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의 능력을 파악하여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권한을 주어 소신껏 일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또한 직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성과를 거두고, 그 일에 보람을 느낄 때 적재적소에 인재가 배치되었다고 보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선수들의 자질과 기량을 철저히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훈련시킨 후 학연이나 지연을 떠나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함으로써 그들이 가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했다. 한국 축구팀이 이룩한 4강 신화 기적도 결국 적재적소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적재적소가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어서 쉬운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지도자들이 적재적소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실천하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일 가능성이 높다. 중대장 정도 되는 그릇인데 연대장을 시키거나, 사단장 그릇인데 중대장의 자리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고 싶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것이야말로 야생의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인간사회의 어리석음이고 비극이다.


인간사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사실상 완전한 적재적소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현재 상태에서 누가 최적의 인물인지 판별하는 것이 쉽지 않고,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사람이라도 결정적인 단점 하나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최대한 적재적소의 원칙을 지킨다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인사의 어려움이다.


적재적소는 리더가 합리적으로 공정한 마음으로 조직 전체를 생각할 때 가능하다. 사심이 들어가는 순간 원칙은 무너지고, 한 번 무너진 원칙은 다시 세우기가 힘들다. 적재적소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좋은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야말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며, 거기에 조직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조직을 죽이는 자기 중심 리더십

책임을 회피하면 리더가 아니다

2014년 4월 16일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수요일이었다. 그날 청해진해운 소속의 세월호는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고 있었다. 승객 중에는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 도시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꿈꾸던 가족, 효도관광을 나선 어르신들, 그리고 대부분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모두가 여행의 즐거움에 들떠 있던 오전 9시경 세월호는 진도 해상 부근에서 갑자기 전복되어 이틀 후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시간 동안 유가족들과 많은 국민들은 배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차가운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참담하게 지켜봐야 했다. 이 사고로 탑승 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대한민국의 민낯을 만천하게 드러낸 사고였다.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배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이준석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 기관사 등 승무원들이 배와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배 안이 더 안전하니 안에서 대기하라며 승객들을 안심시켜 놓고 자신들은 배를 빠져나왔다. 국민들은 이들의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행동에 치를 떨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이제 막 인생의 봄을 맞이한 어린 학생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비극이었다. 4월의 초록처럼 젊고 푸른 꿈을 가진 그들은 그렇게 모두 우리의 곁을 떠났다.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를 채 나누지도 못하고 떠나야 했던 그들의 고통과 절망과 탄식이 귓전에 들리는 것만 같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배를 끝까지 사수해야 할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에게 승객을 살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양심과 책임감만 있었어도 그렇게 큰 희생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배의 구조를 임의로 변경하고, 평형수를 줄여 상습적으로 과적한 청해진해운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경영도 근본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그다음 문제다.


이들이 배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남아 탑승객들을 도운 사람은 고 박지영(매점 근무,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하고 학생들의 구조를 돕다가 끝내 사망)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승무원들이었다. 그들은 배에서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모두 허비하고 강제로 수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는 책임감 없는 리더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고라 할 수 있다.


사실 무책임한 리더는 적보다도 무서운 존재다. 시대가 변한다 해도 리더십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솔선수범과 희생정신, 그리고 책임감이 그것이다. 책임감은 리더십의 처음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리더의 기본 자질인 책임감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평범한 개인에게도 책임감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성품이다. 책임감은 자신보다 조직 전체와 구성원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으며, 어디서도 성공할 수 없다.


1852년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근처, 영국 해군 수송선 버큰헤드 호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기 시작했다. 당시 배에는 영국 73보병연대 소속 군인 472명과 그들의 가족 162명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구명보트는 3대, 최대 승선 인원은 180명이었다. 이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함장인 세튼 대령은 단호한 결심을 한다.


그는 어린이와 여자부터 구명보트에 태우라고 지시하고, 함장을 포함한 군인 472명을 모두 갑판에 모이도록 했다. 갑판에 모인 군인들은 함장인 세튼의 명령에 따라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했다. 한 명도 동요하지 않은 채 부동자세로 군가를 부르고 멀어져 가는 구명보트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면서 그들은 생을 마감했다. 이후 영국에서는 해상 사고가 발생하면 승무원 모두가 버튼헤드 호의 정신을 지상명령으로 생각하고 실천했다. 그리고 이러한 희생정신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 영국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되었다.


존경하는 마이드 장군!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모두 당신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만약 작전에 실패했다면 장군은 링컨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이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하십시오!

-에이브러햄 링컨


이 편지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게티즈버그 전투 때 마이드 장군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보낸 짧은 편지다. 책임은 자신이 지고 영광은 부하에게 돌리는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다. 링컨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가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책임감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인재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더는 모든 책임의 종착역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분명한 소리를 내는 나팔수며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가리키는 자다. 또한 조직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보증수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실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함부로 백지수표를 남발해서는 안 되며, 언행일치의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리더가 조직 전체보다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을 생각한다면 그 조직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역사에서 무책임한 리더를 만났을 때 국민이 얼마나 불행해졌는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도주하기에 바빴던 선조와 지배층, 북한이 남침하면 점심은 평양에서 먹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지도자들이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먼저 서울을 빠져나간 후 아무런 경고도 없이 한강다리를 폭파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던 일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세월호 참사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위기 시 리더의 행동은 조직과 구성원의 생과 사를 가른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더 큰 책임감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초등학교 출신인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전 총리가 대장성 장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일본 엘리트 관료 집단의 본산인 대장성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다나카는 다음과 같은 짧은 취임사 한마디로 그들의 우려와 불만을 일거에 해소했다.


"여러분은 천하가 알아주는 수재들이고, 저는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사람입니다. 더구나 저는 대정성 일에 대해서는 깜깜합니다. 따라서 대장성 일은 여러분들이 하십시오. 나는 책임만 지겠습니다."


그가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 그리고 리더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이자 직원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던 것이다.


논어에 군자구제기(君子求諸己), 소인구제인(小人求諸人)이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모든 책임을 남에게서 찾는다는 말이다. 리더는 군자와 같아야 한다. "공은 부하에게 돌리고, 과는 본인에게 돌리라"는 말도 동일한 의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을 추진하다가 잘못되면 실무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빠져 나가는 상사들이 많다.


리더는 권한은 위임할 수 있어도 책임까지 위임할 수는 없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리더가 아니다. 그래서 리더는 영광의 자리인 동시에 고독하고 외로운 자리인 것이다. 별이 홀로 빛나듯이 고독과 외로움은 리더의 운명이다. 인류가 만들어 낸 모든 위대한 것들은 고독과 외로움의 산물이다.


인간은 사실 나약한 존재다. 특히 자신의 지위와 생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러한 모습은 여실히 드러난다. 군이나 기업 등 어느 조직이건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개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한다. 특히 대형사고와 같이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쁘다.


세월호 사고 후에도 이런 모습은 예외가 아니었다. 세월호를 운영해온 청해진해운도, 선박 운행을 관리 및 감독해야 할 해경 등 정부기관의 책임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무도 책임이 없다면 도대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리더에게 권한은 준 것은 그만큼의 책임을 준 것이다. 권한이 많아지면 책임도 그만큼 늘어난다. 리더의 자리가 힘든 이유는 일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책임을 져야 하는 마음의 자세 때문이다. 부하들은 상사가 책임을 져주지 않으면 자기가 책임질 정도로만 소극적으로 임하게 된다. 이러한 조직이 어떻게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생존할 수 있겠는가.


리더는 책임질 상황이 생기면 어떠한 경우든 피해서는 안 된다. 리더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면 부하들은 경계심을 거둔다. 어려울 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부하들은 리더를 믿고 따르게 된다. 그로부터 발생하는 구성원들의 신뢰와 영향력이 바로 리더십의 핵심이다. 리더는 조직의 성패를 최종적으로 책임진 자다. 십자가를 질 각오가 없다면 리더의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리더의 모든 것은 책임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사람과 조직을 살리는 인간 중심 리더십

소통으로 조직의 혈류를 뚫는다

우리 일상은 소통으로 시작해 소통으로 끝난다.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고는 하루도 생존이 불가능하다. 사회가 복잡하고 다원화될수록 소통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첨단 기기의 발달로 소통 수단은 다양해지고 편리해졌으나, 어느 곳에서도 소통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더 많은 소통만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원시시대에 사냥은 부족의 생존과 직결된 일이었다. 그 당시의 사냥 방식은 건장한 남자들이 사냥감을 포위하여 화살이나 몽둥이로 때려잡는 현재의 토끼몰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냥은 참가한 사람들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잘못된 판단으로 포위망이 뚫리면 사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때 소통은 협력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항공 사고 원인의 50%는 소통의 문제로 발생한다고 한다. 기장과 부기장, 항공기와 관제탑 간의 소통 문제로 인한 사고가 절반이나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소통은 성과와 효율성 차원을 넘어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현대의 리더십에는 구성원들과의 소통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국내 한 언론사가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소통능력(12.3%)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창의성(10.8%)과 도덕성(10.8%), 감성지능·공감능력(5.6%) 순으로 조사되었다. 카리스마가 바람직한 리더의 자질이라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반면, 현재 리더들에게 부족한 자질로는 소통 능력(14.6%), 도덕성(11.8%), 창의성(11.5%)이 많이 지적됐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않으면 훌륭한 리더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경영에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경영의 과거형은 관리이다. 경영의 현재형은 소통이다. 경영의 미래형 역시 소통이다. 기업 문제의 70%는 의사소통의 장애로 야기된다."


오늘날 기업에서 소통과 공감은 생산성은 물론 조직원의 행복지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도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60%가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경영자의 필수적인 자질로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동서양의 전문가 모두가 소통이 현대 경영의 핵심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리더들은 모두 위대한 소통자였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도 소통과 포용의 리더였다. 태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세종은 장자승계의 구조에서는 결코 왕이 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세종은 즉위 전, 세자였던 양녕대군의 폐위로 갑작스럽게 세자로 책봉되었다가 2년 만인 22세에 왕이 되었다. 세종은 자신이 군왕이 될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물었으며, 좋은 건의는 정책으로 만들어 시행했다.


세종의 위대한 점은 자신의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신하들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신하들이 다소 무례하고 과격한 건의를 해도 세종은 너그러이 용서했다. 세종은 한문을 모르는 백성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목적에서 훈민정음도 창제했다. 당대의 학자들은 대부분 훈민정음 창제에 반대했다. 그 이유는 첫째, 오랫동안 한문을 사용해왔기에 한글을 만들어 가르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 모든 백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이미 전문에 한문을 아는 유생들이 있으므로 일반 백성들은 그들을 본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종의 생각은 달랐다. 백성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백성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문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백성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세종은 당시의 고루한 성리학자들과는 달리 열린 사고를 가진 리더였다. 세종은 포용과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훈민정음의 창제, 각종 제도의 정비, 과학기술의 발전 등과 같은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원활한 소통을 하려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째, 리더 스스로 최고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서로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말이 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몸에 피가 원활하게 흐르면 건강하고 막히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서로 통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흔히 타인에 대한 선호도를 표현할 때 말이 통하는 사람과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말이 통하는 상대라야 편안함을 느끼고, 소통과 공감이 일어난다.


소통은 리더가 아랫사람을 존중할 때 가능하다. 리더가 낮은 자리로 내려와 구성원들과 눈높이를 같이 할 때 비로소 상대가 보이고,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소통은 혈관에 흐르는 피다. 막히면 조직은 괴사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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