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CEO

   
킹 리우 외(역:오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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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O
   
13500
2017�� 10��



■ 책 소개

 

남들이 주저하는 길이 성공의 계단으로 연결되다

 

별다른 열정 없이 뛰어든 자전거 사업은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았다. 여러 생산업체가 사용하는 부품의 규격이 각기 달라 출고되는 자전거의 품질은 형편없었고 외국의 고객들에게서 항의가 빗발쳤다.

 

이윤만을 좇던 ‘사업가’가 회사를 통해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진정한 ‘경영자’의 자세로 돌아선 것은 바로 이때였다. 그때부터 킹 리우는 아무도 가지 않을 길로 들어섰다. 그는 협력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통 규격을 바탕으로 생산해줄 것을 부탁했다. 4년간의 고행 끝에 마침내 합의점을 찾았고 자전거의 품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OEM 업체가 세계 최고 브랜드로 거듭나다

 

설립 초기, OEM을 주업으로 하던 수주업체 자이언트는 어떻게 현재와 같은 업계 ‘거인’이 되었을까? 관련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전무하던 킹 리우는 어떻게 ‘자이언트’라는 이름을 세계 자전거 동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이 책 『자전거 타는 CEO, 오씨이오』는,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킹 리우 회장의 깊이 있는 경영 철학과 비결을 듣고, 그 성공의 경로를 함께 탐색하는 책이다. ‘쉰이 넘어 진정한 경영자가 되었고, 일흔이 넘어 자전거와 진정한 사랑에 빠졌다’는 킹 리우 회장의 경영 스토리는 성공 여정의 어떤 지점, 어떤 상황에 놓인 독자들에게도 진지한 울림을 줄 것이다. 

 

■ 저자
킹 리우(류진뱌오, 劉金標)

저자 킹 리우(류진뱌오, 劉金標)는 자전거 매출 세계 1위 자이언트(GIANT) 창업자이다. 자이언트는 전 세계 50개국 1만 2,000여 매장에서 매출 2조 2,000억 원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다. 전통적 사양산업이었던 자전거 제조업에 뛰어들어 100년이 훌쩍 넘는 세계적 자전거 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브랜드로 끌어올렸다. 38세에 자전거 사업 시작, 50세에 자체 브랜드 자이언트 출시, 60세에 브랜드가 업계에서 인정받기 시작, 78세에 공용자전거 대여사업에 뛰어드는 등 늘 남들보다 늦었지만 ‘온리 원’의 길을 묵묵히 추구하여 현재의 ‘넘버 원’ 자리에 올랐다. 세계 최초 탄소섬유(카본)로 만든 자전거 대량생산에 성공했고 세계 최초로 여성 전용 브랜드 리브(Liv)를 런칭했다. 현재 자이언트는 ‘자전거업계의 도요타’로 평가받으며, 킹 리우 회장은 ‘자전거 대부’라 불린다. 제8회 ‘10대 우수 기업가’에 선정되었고 대만무역협회에서 수여하는 ‘대만 국제 브랜드 보급 특별 공헌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화인(華人) 기업 리더 평생 성취상’, ‘안융(安永) 연도 창업가상’을 수상했다.

 

저자 여우쯔옌(尤子彦)
저자 여우쯔옌(尤子彦)은 타이중 출신이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대학원에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임상 심리 컨설턴트 및 신문사 경제부 기자로 근무한 적이 있으며 현재는 <비즈니스 위클리(Business Weekly)>에서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점장을 위한 강의』가 있다.

 

■ 역자 오승윤
역자 오승윤은 상하이 복단대학교 어언문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다년간 MBC 불만제로 등 다양한 영상 번역 및 기업체 번역을 하였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초보자를 위한 커피 기구 도감』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1 ‘옳은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자이언트를 키우다
추천의 글 2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
추천의 글 3 “자전거는 네 돈 내고 사렴.”
시작하는 글 자전거를 탄 노인, 세상을 움직이다

 

course 1 | 무엇을 향해 달릴 것인가?
1. 라이딩의 시작 :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자전거에 오르다
2. 워밍업 : 나의 한계와 잠재력을 가늠하기
3. 핸들 조절하기 : 무엇을 좇느냐에 따라 핸들의 방향이 달라진다
4. 동반 라이딩 : 험난한 종주일수록 동행이 필요하다
5. 페달링 : 페달을 멈추는 순간 자전거는 넘어진다
6. 주행 : 충분히 즐겨야 기록을 세울 수 있다

 

course 2 | 어떻게 최고 속도에 도달할 것인가?
7. 업힐 : 가속만 해서는 오르막을 견딜 수 없다.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라
8. 코너링 : 무사히 모퉁이를 돌려면 진행 방향을 숙지해야 한다
9. 다운힐 : 위기를 맞은 후에야 급제동을 하면 늦는다
10. 변속 : ‘생존’과 ‘발전’. 어떻게 속도를 조절할 것인가?
11. 호흡 조절 : 숨을 일정량 마시고 뱉는 것만이 정도다
12. 스탠딩 : 의미 있는 일 한 가지를 완벽히 해내면 세상이 바뀐다

 

course 3 | 낡은 길을 벗어나 최적의 경로를 개척하기
13. 야간 라이딩 : 열정, 가장 밝은 라이트
14. 사이클 경주 : 경기장이 좁다면 새로운 판을 짜라
15. 라이딩 테크닉 : 스토리가 생명이다
16 . 자전거 정비 : 젊음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
17 . 라이딩의 마무리 : 꿈이 있는 라이더는 멈추지 않는다

 

부록 1. 일본의 자전거 전도사, 도키히로 도지사 인터뷰
부록 2. 자이언트그룹의 발자취




자전거 타는 CEO


무엇을 향해 달릴 것인가?

핸들 조절하기: 무엇을 좇느냐에 따라 핸들의 방향이 달라진다

볼트와 너트가 맞지 않는 자전거

사람들은 자전거에 심취한 내가 타이완 일주도 모자라 중국과 일본, 네덜란드까지 원정을 나가는 걸 보고 이렇게 짐작하곤 한다. 리우 회장은 처음부터 자전거에 워낙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려니, 그래서 자전거 사업까지 시작한 거겠거니 하고 말이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자전거 사업에 뛰어든 것은 흥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서른여덟 되던 해, 선배와 함께 투자한 장어 양식장이 잘 풀리지 않은 탓에 사업을 접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친구 몇 명과 밥을 먹으며 우연히 사업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누군가가 미국 자전거 시장이 꽤 괜찮다고 슬쩍 말을 꺼냈다. 같이 사업을 한번 해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응해서 자금을 모아 자이언트기계를 세운 것이 자전거 사업의 시작이었다.


친구의 제안으로 큰 관심 없던 분야의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별다른 열정이 일지 않았다. 그저 부업삼아 오전 10시쯤 출근해 결제 도장을 찍고 오후에 퇴근해 쉬면 되겠다는 안이한 마음이었다. 밤낮도, 가정생활도 없이 양식장에만 매여 지내던 생활을 끝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후련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나니 생각처럼 일이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 새로운 상황에 부닥치는 날들이 계속됐다. 특히 문제는 여러 생산업체가 사용하는 부품의 규격이 서로 달랐던 점이다. 각 업체가 제조한 휠과 타이어, 볼트와 너트가 맞지 않았다. 자연히 출고되는 자전거마다 품질은 형편없었다. 우리 물건을 수입한 외국의 고객들에게서 항의를 담은 팩스가 빗발쳤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사업을 계속할 것인가? 자전거가 이렇게 노력을 들일 만한 업종인가?


사업 가능성을 평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는 타이완 경제가 발전하던 시기라 교통수단이 대부분 자전거에서 자가용으로 대체되는 상황이었다. 국내를 보자면 취약 계층과 학생들의 통근 수단으로서 약간의 내수시장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리면 방대한 시장과 수요가 펼쳐졌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 사업은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만년 사업이었다. 넓은 시야로 끈기 있게 매달려 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자전거 사업에 몸담은 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생겨난 셈이다.


주행: 충분히 즐겨야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미뤄둔 꿈은 진짜가 될 수 없다

내가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자이언트를 창립하고 몇 년 되지 않았을 때다. 사루에 있는 집에서 다자(大甲) 지역의 본사까지 20킬로미터 남짓 되는 길을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가끔은 전동자전거도 타보았다.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자전거를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직접 많이 타보아야 상품의 장단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재래식으로 철강을 제련하던 때였다. 품질 테스트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정밀한 수치와 조립 단계들을 감만으로 재단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사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해외시장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기 위해 출장을 다니는 바쁜 나날이 계속됐다. 디자인과 설계를 전담하는 부서와 담당자들이 생기면서 자전거를 탈 기회는 점점 더 줄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자전거를 탈 때의 상쾌함이 잊히지 않았다. 언젠가는 일을 내려놓고 자전거로 타이완을 돌면서 발길 닿는 대로 여기저기 다니리라. 마음에 드는 식당이 보이면 자전거를 잠시 세워 두고 들르기도 해야지.하는 생각이 늘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와 발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일까, 나는 몇 년 동안이나 계획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던 2006년 12월, 다자에 위치한 푸두(富都)극장에서 자이언트가 협찬한 영화 <연습곡>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영화 속의 대사 한마디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지금 하지 못하면 평생 못해."

마치 객석에 있는 나에게 주인공이 직접 던지는 말 같았다. 나는 이미 일흔을 훌쩍 넘겼다. 자전거로 타이완을 일주하겠다는 꿈은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평생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두 달 뒤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출퇴근길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는 건 그전까지와 같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타이중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타이중에서 본사가 있는 다자까지는 편도 거리만 42킬로미터에, 완만하지 않은 다두산까지 끼고 있었다. 그 길을 매주 적어도 두 번 이상은 오가며 연습을 했다. 왕복 84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화장실 때문에 휴게소에 들를 때를 빼고는 쉬지 않고 페달을 밟았다.


오늘이라는 특권

언젠가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라이딩에 중독될 만큼 푹 빠지셨는데요, 혹시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이 후회되지는 않나요?"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내가 자전거를 훨씬 일찍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즐기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전에는 자전거의 경량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고 눈에 보이는 성능도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당연히 속도가 잘 나지 않았을 테고 역풍이라도 만나면 숨이 턱턱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들기는 아무래도 힘들었으리라.


운동이 그렇듯 일 역시 즐겁지 않으면 보람을 찾을 수 없고, 오래 버티기도 힘들다. 오늘 내가 하는 일은 지금의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잊지 않는 사람은, 분명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최고 속도에 도달할 것인가?

업힐: 가속만 해서는 오르막을 견딜 수 없다.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라

온리 원이 없으면 넘버 원도 없다

일본 언론사의 기자에게서 언젠가 인상 깊은 질문을 하나 받았다. 일본의 자전거업체들을 보면 2~3대 회장을 거쳐 업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이 보통인데, 자이언트는 어떻게 창립 40년도 채 되지 않아 세계 최대 수준의 자전거 회사로 발돋움했는지 그 비결을 묻는 내용이었다.


나는 지난 40여 년간 자이언트가 걸어온 발자취를 이렇게 정리해서 설명했다. 먼저 하나뿐인(Only One) 장점을 많이 만들었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최고(Number One)가 되었노라고.


내가 말하는 온리 원은 시장 점유율이나 수익을 뜻하는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 독특한 제품과 서비스, 미래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열 가지 온리 원

자이언트가 창업 이후 지금까지 이뤄낸 온리 원의 사례를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부품 규격 통일

자이언트 창업 초기, 타이완의 부품 생산업체들 사이에는 통용되는 규격이라는 게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업체가 생산한 휠과 저 업체에서 구입한 타이어가 서로 어긋나고, 볼트와 너트가 짝이 맞지 않는 경우까지 있었다. 당시 나는 업계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지만 동료들과 함께 협력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일본공업규격을 기반으로 생산해줄 것을 권면했다. 4년간의 노력 끝에 업계의 합의점을 찾았고, 마침내 각 업체의 생산 단위를 세계 공통 규격과 접목시켰다.


2. OEM 방식을 벗어난 자체 브랜드

창업 초기에는 유럽과 미국 지역의 OEM 수주에 의존했다. 돈벌이는 제법 됐지만 남의 손에 회사의 사활이 달린 셈이었다. 직원들이 브랜드에 유대를 느끼지도 못했고, 시장에서 제품 발언권도 상당히 제한되었다. 회사가 오래도록 생존하려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1981년 자체 브랜드 자이언트를 개발했다. 우리는 타이완 내수시장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그 결과, 5년 후에는 타이완을 넘어 네덜란드로 진출해, 타이완의 자전거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글로벌 지사와 마케팅 채널을 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6. 에이팀을 통한 타이완 시장 정착

모든 전통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전거산업 역시 부품업체들이 대거 중국 대륙으로 이전해 한동안 산업공동화 현상이 심각했다. 업계의 선두업체로서 우리는 책임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2002년 말, 타이완 시장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일환으로 라이벌 업체 메리다 및 열한 개 부품 조립업체와 연합한 산업연맹 에이팀을 공동으로 발족했다. 에이팀은 도요타생산방식을 도입해 함께 연구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그 결과 타이완 자전거의 수출 단가가 네 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세계 고급 자전거의 트렌드를 이끄는 최상위 시장, 산업 정보가 한데 보이는 송신 기지로 발전했다.


8. 세계 최초의 여성 자전거 브랜드 개발

우리는 자전거를 즐기는 여성이 많아진다면 시장 전반의 수요가 크게 확장될 거라고 판단해 세계 최초로 여성 자전거 브랜드를 개발했다. 그렇게 탄생한 리브(Liv)는 현재까지도 유일한 여성 전용 자전거 브랜드로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리브를 통해 우리는 여성 자전거 애호가들을 겨냥한 전용 모델을 만들고, 세련된 자전거 커버 액세서리를 개발했다. 나아가 타이완 전역과 일본, 상하이 등의 지역에 리브 플래그샵(Flag Shop, 대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왜 제 2의 도요타는 탄생할 수 없는가?

자이언트는 대부분 자체적인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시스템을 개발했다. 다만 도요타생산방식을 도입한 사례는 타 업체의 성공 경험을 빌린 특이한 경우였다.


자이언트는 지금까지 27년간 도요타생산방식을 배웠고, 궈뤼에자동차의 하라다 다케히코(原田武) 전 사장 등 도요타자동차의 여러 고위 임원을 찾아 자문을 구했지만, 그들의 성공 경험을 완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세계적으로 도요타생산방식을 배우는 제조업체가 부지기수이지만 어떤 기업이 제2의 도요타로 도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도요타를 뛰어넘는다는 건 더욱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도요타생산방식은 도요타만의 독특한 DNA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이 회사에 적용된 경영 시스템이므로, 이를 실현하고 운영할 수 있는 독특한 조건이 필요하다.


기업마다 DNA와 시스템, 경영 가치관이 다르다. 그렇기에 각 조직에 정확히 들어맞는 방식을 찾아야만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자이언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이언트 그룹은 자체 소유한 공장을 기반으로 판로를 장악한 상태에서, sBTS라는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매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한다. 이를 통해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최소화하고, 소수 중개업체가 소위 벌처(vulture) 판매 수법으로 브랜드 가치를 망가뜨리는 것을 근절한다. 벌처 판매란, 중개업체들이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재고 상품을 공장에서 구입하여 대폭 낮춘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자이언트의 이런 모든 시도는 다른 외국 자전거업체는 실현하기 불가능하다.


결국 개인이나 기업이나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가장 잘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 1등을 좇는 아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노선이 분명한 유일한 1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코너링: 무사히 모퉁이를 돌려면 진행 방향을 숙지해야 한다

미래를 주도하는 물속 오리 전략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싸우라는 말도 있듯이, 기회가 찾아왔을 때 허둥거리며 서두르지 않도록 늘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쟁 중에 병사를 훈련시켜서는 늦는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한다고 내가 말하면 앞으로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봄이 와 강물이 따뜻해지면 오리가 먼저 안다는 말이 있다. 물가에서 딴청을 하는 오리보다 물에 들어가 있는 오리가 계절의 변화를 먼저 아는 법이다. 산업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탄소섬유를 자전거 프레임에 도입한 것도 그런 경우였다. 탄소섬유는 가볍고 튼튼하며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에 현재 업계에서는 고급 자전거 프레임의 가장 이상적인 소재로 통용되고 있다. 이 소재가 지금처럼 확산된 것은 1985년, 자이언트가 공업기술연구원의 소재연구소와 공동 연구에 뛰어든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자이언트와 소재연구소는 공동으로 탄소섬유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 자전거 프레임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이러한 복합 소재는 우주항공 산업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었기에 이 소재를 자전거업계에 도입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자전거업계 종사자들 중에 탄소섬유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조차 거의 없었고, 반대로 우주항공업계는 자전거 사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탄소섬유를 어떻게 자전거에 활용할지도 당연히 몰랐다. 업계에서는 오직 자이언트만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자이언트는 연못의 가장 깊은 곳에서 헤엄치는 오리처럼 끊임없이 물속과 주변을 살폈다. 어떻게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확장할지, 어떻게 하면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를 늘 생각했다.


우리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라이딩에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이 속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동차는 마력을 올려서 주행 속도를 높이지만, 자전거의 주행 속도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자전거 프레임의 재질은 티타늄에서 알루미늄합금으로 변천해왔는데, 산업 구조를 선진화하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그 대안으로 탄소섬유라는 신소재를 찾은 것이다.


완벽한 회사일수록 개혁이 필요하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하도록 판단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들을 이해하고 현재를 철저히 운영해야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있다.


자이언트그룹이 다른 여러 업종에 투자하는 문어발식 경영을 하지 않고 지금껏 자전거라는 본업에만 집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집중해야 할 대상이 분산되면 업계의 진정한 물속 오리가 될 수 없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든 전문성을 갖추어야 최고가 될 수 있다. 한 분야에 온전히 집중하면 앞으로의 변화에 자연스럽게 민감해진다. 위기가 닥치고 손실이 발생한 다음 이를 메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최적기가 언제인지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운힐: 위기를 맞은 후에야 급제동을 하면 늦는다

거침없는 질주를 위한 준비

내리막을 달릴 때는 두 무릎을 살짝 구부려 고정하고 엉덩이의 중심을 뒤로 두어야 속도가 빨라져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또, 손잡이를 단단히 잡되 팔은 적당히 힘을 빼야 한다. 그래야만 울퉁불퉁한 바닥에서 바퀴로 전해지는 충격과 페달링으로 생기는 반동이 흡수된다. 급히 자전거를 멈춰야 할 때는 보통 두 손으로 동시에 브레이크를 잡게 되는데, 앞 브레이크는 뒤 브레이크보다 제동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급제동을 할 경우 뒷바퀴가 들리면서 자전거가 전복될 수 있다. 따라서 두 개의 브레이크 레버를 동시에 쥐되 부드럽게 서도록 해야 한다.


이 원리를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회가 왔을 때는 피치를 올려야 한다. 기회는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자원이 충분하고 기업의 체질이 건강할 때 최대한 속력을 내고 필요한 구간에서는 끼어들기도 해야 한다. 내가 놓친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 버린다.


내 경우 투자를 판단할 때 승산이 70퍼센트 정도만 있다고 확신이 서면 과감하게 진행한다. 물론 앞으로의 동향을 충분히 파악했다는 것이 전제다. 모든 게임이 그렇듯, 룰렛이 멈추고 나서 돈을 걸 수는 없다.


정확한 자세와 담력을 유지하고, 앞의 노면 상태를 잘 파악했다면 내리막에서 속력을 낼 때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업을 밀어붙이거나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전에는 위험 요소를 미리 살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혹시라도 일을 그르치게 만들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사전에 극복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그런 뒤에는 거침없는 질주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1990년 무렵, 중국의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경제정책을 시행한다는 선포를 했다. 인구가 13억에 달하는 중국은 거대한 기회의 시장으로 부상했다. 특히 비용 면에서 무시 못 할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타이완달러까지 강세를 보이며 압박을 더하자 타이완 자전거업계의 상/하위 업체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출했다.


자이언트는 당시 중국에 진출해 공장을 지었던 모든 자전거업체들 가운데, 처음부터 내수시장을 구성한 유일한 제조업체였다. 동종 업체들보다 4년 늦게 중국 시장에 투자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내다보고 나름의 판단이 섰다면, 담대하게 온리 원의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이다. 내리막을 철저히 준비한 라이더라면 자갈과 웅덩이가 숨어 있는 제멋대로인 길도, 멋진 기술을 선보일 도구로 삼을 수 있다.


스탠딩: 의미 있는 일 한 가지를 완벽히 해내면 세상이 바뀐다

자전거를 타고 호텔 방까지 들어간 이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용자전거 대여 시스템은 프랑스 파리의 벨리브로 전체 자전거의 일일 회전율이 6~7회가량이다. 그런데 2012년 말 타이베이에 설치된 유바이크는 최고 회전율이 무려 15회, 평균 회전율도 10~12회에 달한다. 2년간 이용자 수를 계산하면 한 해당 3,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유바이크의 급성장을 밖에서 보고 놀라워할 뿐 그 이면에 어떤 열정과 사명감, 그리고 전문성이 결합해 있는지는 상상치 못할 것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유바이크는 자이언트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으리라는 사실이다.


나는 오랜 기간 세계 각국의 공용자전거를 깊이 있게 연구했다. 몇 년 전 파리에 답사를 갔을 때는 벨리브 자전거를 직접 타보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호텔까지 끌고 들어가기도 했다. 어떤 사양의 부품을 쓰는지, 어떻게 특수 설계를 해야 부품을 도난당하지 않을지 등을 자세히 뜯어보며 연구했다.


또한 다른 여러 나라 공용자전거 시스템의 장단점을 정리해서 데이터화해본 결과, 아직도 자전거 탑승 서비스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례로 외국의 경우 자전거 대여소마다 두세 대 정도는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하거나, 체인이 빠져 있거나, 벨이 울리지 않거나, 소리가 나면 안 될 부분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이 대여용 자전거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니 자연히 회전율이 떨어지고, 운영업체는 수지가 맞지 않아 총체적 난국의 사업을 정부에 떠넘기고 있었다.


파리의 벨리브조차 대여하는 자전거의 질이 형편없었다. 공장의 생산 및 관리 과정 전반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판매 업체에 피드백을 맡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런 전체적인 문제를 극복할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도전하기로 했다. 의미 있는 일을 완벽히 해내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용자전거 전용 모델을 개발하고, 스마트화를 통해 관리 및 서비스 시스템을 통합할 방안을 고민했다.


그 일환으로 공용자전거 서비스와 지하철 교통시스템을 연계하도록 했으며,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RFID(무선주파수 식별장치) 충전 서비스까지 고안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마침내 지금의 유바이크가 탄생했다. 그리고 유바이크는 단기간 내에 세계 자전거공유 시스템의 새로운 규격과 기준을 제시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브랜드가 되라

우리는 유바이크의 모든 자전거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공장에 보내 보수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전문 정비사들이 각 대여소를 돌며 점검 및 수리 작업을 병행한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도 마련했다. 배차요원을 투입해 이용자가 많지 않은 시간에는 자전거를 수요가 많은 대여소로 보낸다. 더불어 민간투자사업 계약 사항에는 없는 24시간 서비스 콜센터를 별도로 마련했다. 유바이크가 세계 최고의 회전율을 기록한 배경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세세한 노력들이 있었다.


내가 요구한 또 한 가지는, 유바이크를 지하철의 서브시스템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거점인 타이베이를 비롯한 모든 지역 유바이크 대여소들을 주변 지하철역 중심으로 배치해, 시민들이 지하철과 유바이크만 있으면 집 앞까지 곧장 갈 수 있었으면 했다. 다시 말해 유바이크를 보조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만들자는 이야기였다.


유바이크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사용자의 경험과 느낌을 철저히 중시하며,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유바이크와 자이언트는 똑같은 브랜드 이념과 사상을 바탕으로 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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