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지치지 않는 완벽주의와 강렬한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또한통제에 집착하는 괴짜이고 최고의 인재만을 선호하는 엘리트주의자이다. 애플에 복귀해서도 그는 여전히 직원들이 몇 년 동안 고생하며 진행해온프로젝트를 단번에 뒤집고, 컴퓨터 픽셀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디자인될 때까지 직원들을 닦달한다. 또 항상 단순함을 추구하다보니 중요한 기능 하나없애는 일쯤은 다반사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회사를 이끄는 이 CEO 덕분에 애플은 1997년 부도 위기를 멋지게 극복했고,차별화된 제품으로 수많은 마니아들을 확보하면서 사람들에게 선망 받는 최고의 기업으로 다시 일어섰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여러 일화들은 독자들에게자극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고, 스티브 잡스의 일하는 방식에 관한 생생한 일화를 통해 뜨거운 열정이 지닌 힘에 대해 알게 될것이다.
■ 저자 린더 카니
IT 전문매체와이어드닷컴(Wired.com)의 뉴스 편집자이며 맥 예찬론자이다. "Cult of Mac"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 출간된책으로는 『컬트 브랜드의 탄생 아이팟』이 있다. 카니는 편집자 겸 기자로서 12년 넘게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취재했으며 존 스컬리, 존루빈스타인, 피터 호디, 짐 올리버 등 애플의 산증인들을 인터뷰했다.
■ 역자
안진환 - 경제경영 분야에서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 번역가.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명지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 출강한 바 있으며, 2007년 현재 번역에이전시인트랜스(&www.intrans.co.kr& &)와 번역 아카데미 트랜스쿨(& &www.transchool.com& )의 대표로있다. 저서로는 『영어실무번역』『Cool 영작문』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스펜서 존슨, 행복』『빌 게이츠@생각의속도』『포지셔닝』『괴짜경제학』『미운오리새끼의 출근』『SXE : 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허브 코헨, 협상의 법칙 2』『실리콘밸리스토리』『전쟁의 기술』『애덤 스미스 구하기』『퓨처 싱크』『10년 후』『위대한 가족을 만드는 7가지 원칙』『아이덴티티 코드를 발견하라』『비즈니스위즈덤』『설득의 기획서』등이 있다.
박아람 - 트랜스쿨을 이수하고 현재 인트랜스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왕의 정부』『퍼펙트 마일』『벳시와 황제』『10대를 위한 부자 아빠 가난한아빠』『바디더블』『폼페이』『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등이 있다.
■ &차례
iMap -스티브 잡스의 인맥 지도
서문
1. 벼랑에 선 애플을 구하다
애플의몰락│iCEO로 등극하다│잘하는 일을 하라│애플의 혁신에 시동을 걸다│스티브식 종결│거절 박사│스티브 잡스의 초점│스티브의 교훈
2. 잡스는 애플의 1인 포커스 그룹
넥스트, 그 다음은?│다들 멍청이군요│어떠한 세부사항도 하찮을 수 없다│유저 인터페이스의 단순화│마침내 출시된 맥OS X│잡스의 디자인 프로세스│제품은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스티브의 교훈
3. 디자인에서 완벽을 고집하라
지치지않는 완벽주의자│아마추어적인 미학은 싫다│잡스, 디자인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다│매킨토시, 잡스의 "국민컴퓨터"│포장 디자인에 대한 고집│세탁기 살때도 토론하는 사람│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좋은 디자인은 상호협력으로부터│보이지 않는 디자인에도 관심을│소재와 제조 공정을중시하다│스티브의 교훈
4. A급 선수들만 고용하고 얼간이들은 해고하라
픽사, 예술은 팀 스포츠다│최고의 인재만이 경쟁력│소규모 팀이 낫다│잡스만의 역할│스파링 파트너│애플의 믿음직한 광고파트너│존 스컬리를 영입한 이유│합동 마케팅 캠페인│기밀을 지켜라│스티브의 교훈
5.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열정을 가져라
일주일에 90시간, 그래도 좋다│영웅과 꼴통의 롤러코스터│당근과 채찍│위대한 협박자│잡스와 함께 일한다는 것│스티브의교훈
6. 발명 정신과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혁신에 열광하다│제품 혁신과 비즈니스 혁신, 둘 다 꾀하다│혁신은 어디에서 오는가│잡스의 혁신 전략 "디지털 허브"│제품지향적인 문화│동기가 차이를 만든다│선지자와 도둑│잡스가 생각하는 창의성이란│낡은 생각은 버려라│애플의 혁신 사례 "애플 스토어"│삶을 더욱풍요롭게│스티브의 교훈
7. 아이팟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컴퓨터는 라이프스타일의 기술│고객이 원한 것은 음악이었다│아이팟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스티브의 교훈
8. 나는 통제한다, 고로 존재한다
통제광 잡스│일괄 제품을 통제하다│통제광적 성향의 장점│플레이포슈어│애플 애플리케이션의 통합성│여러 제품을 하나의시스템으로│수직적 통합의 부활│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스티브 잡스의 연보
감사의 글
주석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벼랑에 선 애플을 구하다
1997년 화창한 7월의 어느 날 아침, 스티브 잡스는 20년 전 친구와 함께 설립했던 그 회사로 돌아왔다. 애플은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6개월 후면 파산에 이를 지경이었다. 몇 년 사이에 애플은 세계 최대의 컴퓨터 기업에서 낙오자로 전락했다. 현금과 시장 지분이 계속 새어나갔고, 더 이상 아무도 애플의 컴퓨터를 사려 들지 않았다.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으며, 언론은 애플의 몰락이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애플의 고위 간부들이 본사에서 열리는 회의에 소집되었다. 당시의 CEO인 길버트 아멜리오가 여기저기 구멍 난 곳을 땜질하며 회사를 다시 일으키려고 노력했지만 창의적인 정신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제가 떠나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조용히 회의실을 나갔다. 뒤이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스티브 잡스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에 며칠 동안 면도도 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회전의자에 털썩 앉더니 천천히 의자를 돌리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 얘기 좀 해주시지요.” 그런 다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곧바로 소리쳤다. “문제는 제품입니다. 엿 같은 제품!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요!”
애플의 혁신에 시동을 걸다
회사에 모습을 드러낸 잡스는 업무에 돌입하자마자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수주에 걸쳐 잡스는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단행했다. 수석 경영진을 교체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상하며, 회사의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인 애플 브랜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고객을 생각하고, 복제품 사업을 모두 중단시켰으며, 애플의 공급업자들과 협상을 하고 거래 조건을 갱신했다.
잡스가 수행한 가장 중요한 일은 애플의 제품 공급 시스템을 극도로 단순화한 것이다. 애플 회의실 옆에 위치한 자신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잡스는 화이트보드에 가로 세로 세 칸으로 이루어진 아주 단순한 표를 그렸다. 가로줄에는 각각 ‘일반 사용자’와 ‘전문가’라고 적어 넣고 세로줄에는 ‘휴대용’과 ‘데스크톱’이라고 적었다. 이것이 애플의 신제품 전략이었다. 네 대의 기계, 즉 일반 사용자용과 전문가용으로 나누어 노트북 컴퓨터 두 대와 데스크톱 컴퓨터 두 대만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제거하고 네 가지 제품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과단성 있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잡스는 애플이 몇 달 후면 파산에 처할 것이며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애플이 가장 잘하는 일, 즉 일반 사용자들과 창의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를 만드는 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잡스는 수백 가지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와 거의 모든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각종 모니터와 프린터, 그리고 뉴턴이 퇴출당했다. 뉴턴의 퇴출에는 엄청난 논란이 뒤따랐다.
그러나 잡스는 애플이 고급 컴퓨터, 즉 상류층 시장을 타깃으로 적절한 디자인을 갖춘 잘 만들어진 컴퓨터를 판매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호화 자동차처럼 말이다. 잡스는 애플이 일반 컴퓨터 시장에서는 절대 경쟁할 수 없다고, 그것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델, 컴팩, 게이트웨이 외에도 컴퓨터 제조업체는 수없이 많았으며, 그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유일한 차이는 가격이었다. 애플은 최저가의 컴퓨터로 델과 경쟁하기보다는 최고급 제품을 생산하여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린 다음, 그 수익으로 계속해서 최고급 제품들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판매량이 많아지면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가지치기와 조직 개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잡스는 오랜 시간에 일에 매달리며 늘 녹초가 되곤 했다. 이따금씩 그는 자신이 과연 옳은 일을 하는 것인 회의가 들기도 했다. 잡스가 가장 걱정한 것은 실패였다. 애플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자신이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이미 애플 역사의 한 부분을 장식했고 다시는 애플을 망쳐놓고 싶지 않았다. 1998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잡스는 자신이 영웅으로 생각하는 밥 딜런에게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잡스는 말했다. “지속적으로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아티스트입니다. 밥 딜런은 언제나 실패의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거절 박사
극적으로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한 잡스의 전략은 결국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후 2년에 걸쳐 애플이 소개한 네 가지 제품이 모두 연속적으로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첫 번째 제품은 1997년 11월에 출시된 전문가용 고속 컴퓨터 파워맥 G3였다. 당시 파워맥 G3는 애플의 핵심 고객들, 즉 전문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1년 사이에 무려 100만 대가 팔렸다. 파워맥 G3의 뒤를 이은 다채로운 색깔의 아이북과 매끈한 티타늄의 파워북도 모두 판매율 상위권에 들었다. 그러나 진정한 블록버스터는 바로 물방울 모양과 과일 색깔로 디자인된 아이맥이었다. 아이맥은 600만 대가 팔려나가면서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컴퓨터로 기록되었으며, 치약에서 헤어드라이어에 이르기까지 그 투명 플라스틱을 본 딴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
잡스는 애플이 적절하게 실행할 수 있는 소수의 제품에만 주력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은 각각의 개별 제품에도 적용되었다. 신제품을 설계할 때, 혹은 발매한 후에 기능들을 하나하나 추가해서 제품을 비대하게 만드는 현상, 이른바 ‘피처 크리프(feature creep)’를 피하기 위해 잡스는 예리하게 초점을 맞출 것을 고집했다. 끝도 없이 복잡한 선택권으로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일을 피하기 위해 잡스는 애플에서 다음과 같은 주문을 늘 되뇐다. “초점을 맞추는 것은 거부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면에서도 잡스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모두 다른 사람에게 위임한다. 애플에서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즉 신제품 개발, 마케팅 감독, 기조연설 등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픽사에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견지했다. 영화 제작 프로세스는 유능한 참모들에게 위임하고 할리우드와 매매 협정을 맺는 일로 자신의 주요 역할을 제한한 것이다. 매매 협정은 그가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분야이다.
디자인에서 완벽을 고집하라
지치지 않는 완벽주의자
잡스는 세부 사항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귀찮고 성가신 완벽주의자로서 까다로운 요구들로 부하 직원들을 미칠 지경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까다로운 완벽주의 성향을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잡스의 비타협 정신은 애플의 독특한 제품 개발 방식에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애플의 제품들은 잡스의 지휘 하에 끊임없는 수정 및 변경 작업과 모형 및 시제품 제작 작업을 거쳐 개발되는 것이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제품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경영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면서 개발된다. 결코 순차적인 흐름을 따르는 법이 없다. 수차례의 회의와 브레인스토밍을 거치고 단순화에 역점을 두어 거듭 수정된다. 유동적이고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전면 무효화되는 경우도 있다.
작업 전반에 걸쳐 잡스는 언제나 세부 사항에 이전보다 더 큰 주의를 기울일 것을 고집했다.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장인정신이 깃든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애플의 제품들은 꾸준히 크고 작은 디자인상을 수상해왔으며, 고객들에게 마니아 수준의 충성심을 불러일으킨다.
애플의 뛰어난 디자인 비결은 바로 탁월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잡스의 의지에 있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다. 제품의 외양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고, 색상이나 세부적인 스타일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제품의 작동 방식이다. 디자인을 형태가 아닌 ‘기능’으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제품의 작동 방식을 적절히 파악하려면 디자인 과정에서 이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상호협력으로부터
대다수의 사람들은 애플 제품을 보이는 그대로 이해한다. 너무 밋밋하고 단순해서 디자인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디자인 프로세스를 입증해주는 장식이나 장신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의 디자인 팀을 이끄는 조너선 아이브에게는 그것이 핵심이다. 아이브는 말했다. “매우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어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하고 필연적인 해답을 내놓는 것, 그리하여 그것이 처음에 얼마나 어려운 문제였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입니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내놓은 다음, 그것들을 다듬어가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거치면 단순성이라는 열매가 맺힌다. 맥 OS X의 인터페이스도 이러한 방식으로 디자인되었다. 그 과정에는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애플의 여러 팀들이 개입한다.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심지어는 마케터까지도 관여한다. 아이브가 이끄는 산업디자이너들도 어떠한 프로젝트든 초반부터 깊숙이 관여한다. 아이브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정말 일찍부터 관여합니다. 스티브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팀과도 아주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협력하지요. 저는 그것이 애플의 특수성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에서는 최종적으로 확정된 컴퓨터의 구성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마음껏 탐구하고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초기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인터뷰에서 아이브는 긴밀한 협력, 상호 교류, 동시공학 등을 언급해왔다. 애플에서 개발되는 제품은 팀에서 팀으로, 즉 디자이너에서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마케터의 순서로 전달되지 않는다. 디자인 프로세스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모든 팀이 동시에 작업을 하여 여러 번의 검토가 이루어진다. 이때 회의는 끝이 없다. 회의는 긴밀한 협력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며, 회의가 없으면 충분한 상호 교류도 일어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도 관심을
아이브의 팀은 다른 회사들이 종종 간과하는 세부 사항들에 주의를 기울인다. 일테면 조명의 단순한 켜짐?꺼짐 기능이나 전원 어댑터 등과 같은 것들이다. 첫 아이맥의 전원 코드는 컴퓨터와 똑같이 반투명으로 만들어져 세 가닥의 전선이 꼬여 있는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이처럼 하찮아 보이는 세부 사항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애플은 마치 수공예품을 만들듯 꼼꼼히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 애플의 제품들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생산품보다는 맞춤복이나 수공 도자기에 어울릴 법한 세심한 손길을 담고 있다.
애플의 제품 대다수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아이맥의 최근 모델은 커다란 평면 화면 뒤에 컴퓨터가 붙은 형태이다. 화면에는 이음새가 없이 하나로 이루어져 일정 각도에서 구부러진 알루미늄 받침대가 부착되어 있다. 그 받침대 덕분에 화면을 살짝 미는 것만으로도 컴퓨터를 여러 각도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힘들이지 않고 화면을 움직여 고정시키는 그 기술에는 수개월의 노력이 들어갔다.
아이브는 스티커도 싫어한다. 대다수의 애플 제품들은 제품의 정보를 케이스에 직접 레이저 에칭으로 새겨 넣는다. 제품의 일련번호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스티커를 붙이는 편이 훨씬 쉽고 간단하지만, 레이저 에칭은 애플의 제조 방식을 한 단계 높여주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소재와 제조 공정을 중시하다
지난 몇 년 사이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과일 색상의 아이맥에서 검은색의 맥북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몇 가지 뚜렷한 단계들을 밟아왔다. 애플 디자인의 특징은 대략 4년에 한 번씩 바뀐다. 1990년대 후반의 애플 제품들은 밝은 색상의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구분되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과 반짝이는 크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티타늄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으로 제작된 노트북 컴퓨터들이 나왔고, 최근에는 검은색 플라스틱과 거친 느낌의 알루미늄, 유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의 변천은 사전에 계획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의식적으로 계획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보다는 한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이 도입되면 다른 제품도 해당 디자인을 따라가면서 서서히 전반적인 변천이 이루어진다. 또한 새로운 소재와 생산 방식의 실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변천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이 결코 억지로 짜낸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디자이너들끼리 “유기적이고 여성스러운 모양의 컴퓨터를 만들자”라는 식의 대화는 나누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이맥은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이것이 아이맥의 디자인 브리핑에서 요구 조건으로 언급되지는 않는다. 애플의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말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무엇이 나오는지 봅시다. 반투명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바로 여기서부터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이브와 그의 디자이너들은 소재와 재료 과학에 면밀한 관심을 기울인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서 소재를 뒷전으로 미루어둔다. 그러나 아이브의 디자인팀은 소재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최초의 맥은 ‘당당한 플라스틱 제품’을 지향했다고 아이브는 설명한다. 이때 플라스틱은 주로 값싼 제품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고려하여, 디자인 팀은 아이맥을 싸구려가 아닌 고급 제품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케이스를 투명하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초기에 그들은 여기저기 점과 선 등의 얼룩이 생기는 문제에 봉착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색상을 고르게 하기 위해 사탕 공장을 찾아가 대량생산의 착색 공정을 배웠다.
아이브와 그의 디자인 팀은 소재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조 공정을 배우는 일에도 열을 올린다. 그들은 새로운 제조 기법에 대해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애플의 상징적인 디자인 중 일부는 새로운 제조 기법들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종류의 아이팟 제품들은 플라스틱 몸체 상단에 얇고 투명한 막이 씌워져 있다. 이 플라스틱 피복은 ‘트윈샷(twin-shot)’이라는 플라스틱 주형 기법의 산물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을 하나의 틀에 동시에 넣어 매끈하게 접합시키는 방식이다. 그 결과 아이팟의 앞면은 두 가지 소재로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이음새는 보이지 않는다.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열정을 가져라
일주일에 90시간, 그래도 좋다
맥 팀의 팀원들은 3년 동안 노예처럼 일했다. 잡스는 그들에게 소리를 질러대면서도 보다 숭고한 소명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의 사기를 높였다. 그들이 하는 일은 신이 하는 일에 비교해도 그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잡스는 맥 팀에게 그들은 예술가로서 기술과 문화를 융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컴퓨팅의 형세를 바꿀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서 있으며, 그처럼 획기적인 제품을 설계하는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라고 납득시킨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사실이었다. 컴퓨팅 분야에서 맥은 분명히 혁명적인 발전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그것은 일종의 신념에 불과했을 것이다. 맥은 여러 경쟁업체에서 개발하던 수십 가지의 컴퓨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컴퓨터들보다 좋을 거라는 보장도, 심지어는 출시될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다만 맥 개발 팀은 잡스의 신념을 믿은 것이다. 그들은 잡스의 비전에 대한 자신들의 믿음이 마치 광신도 집단의 지도자가 주입시키는 신앙과도 같다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잡스가 주입한 것은 신앙심이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고안하고자 할 때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열정 말이다.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일에 대해 열정이 충만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포기할 거라는 말입니다. 누구에게든 열정을 지닌 아이디어나 문제, 혹은 바로잡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끈기를 갖고 끝까지 매달리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승리의 절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잡스의 열정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잡스와 애플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때면 주로 경멸이라는 세상의 반응에 부딪혔다. 물론 그들을 믿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1984년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첫 맥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장난감’이라고 비웃었다. 빌 게이츠는 사람들이 컬러 컴퓨터를 좋아할 거라는 애플의 발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팟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도 비평가들은 애플에게 그것을 열어보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비전에 대한 강한 믿음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이러한 비판을 견디기는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영웅과 꼴통의 롤러코스터
애플의 기업 문화는 잡스로부터 서서히 전해져 와서 조직 전체에 흡수된다. 잡스는 자신에게 보고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많은 것을 요구하며, 중간 관리자들도 자신의 부하 직원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성과를 요구한다. 그 결과는 바로 공포 정치다. 모두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영웅과 꼴통의 롤러코스터’이다. 어제까지 영웅이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멍청이로 전락한다는 의미이다. 내가 얘기를 나눈 몇몇 직원들에 의하면, 애플에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과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메시아적 열의와 함께 끊임없는 긴장감이 흐른다고 한다.
일에 대한 흥분과 열정이 없다면 영웅과 꼴통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참기 힘들 것이다. 내가 얘기를 나눈 몇몇 직원들은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일과 더불어 그들이 누리는 또 다른 혜택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일테면 우수한 동료 직원들과 멋진 카페테리아, 첨단 기술에 대한 도전 등이 그것이다.
위대한 협박자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로데릭 크레이머로부터 명실공히 ‘위대한 협박자’로 인정받았다. 무서운 비즈니스 리더의 범주에 속한다는 얘기다. 크레이머의 연구에 따르면, 위대한 협박자는 공포와 협박으로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사람이다. 단순히 약자를 괴롭히는 건달이 아니라 두려움을 통해서, 그리고 동시에 기쁨을 주겠다는 욕망을 통해서 사람들을 자극하는 엄격한 아버지 유형에 가깝다.
다른 위대한 협박자들과 마찬가지로 잡스 역시 강제적이다. 그는 종종 극심한 수준까지 직원들을 몰아붙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구슬리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한없이 냉혹하고 잔인해질 수 있으며,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강력한 권력을 휘둘러 사람들이 마치 자신을 신처럼 두려워하게 만든다. 이러한 종류의 리더십은 부실기업의 위기 상황에 가장 효과적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통제권을 쥐고 전면적인 개혁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잡스가 입증했듯이 제품을 신속하게 출시하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잡스의 공포 정치는 어느 정도는 순전히 쇼에 불과하다. 조직 전체에 미칠 효과를 염두에 두고 직원들을 공공연히 호되게 꾸짖는다는 얘기다. 잡스는 예리한 정치적 지능을 지녔다. 크레이머는 이를 “차별화되고 강력한 형태의 리더 지능”이라고 부른다. 잡스는 성격을 적절하게 판단한다. 행동 방법과 일을 완수하는 방법 등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다.
잡스는 ‘현실왜곡장’으로도 유명하다. 현실왜곡장은 누구든 현실을 왜곡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일종의 카리스마의 장(場)이다. 앤디 허츠펠드는 맥 개발팀에 합류한 순간부터 이것을 경험했다. “현실왜곡장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웅변과 불굴의 의지, 어떤 사실이든 목적에 맞게 왜곡할 수 있다는 열의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잡스는 어떤 주장이 먹혀들지 않으면 그것을 교묘하게 바꾸곤 했지요. 때로는 자신이 다른 식으로 생각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상대방의 견해를 자신의 것으로 채택하여 상대방의 넋을 빼놓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현실왜곡장에 있다는 사실을 기민하게 자각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듯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종종 어떻게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논의했지만, 얼마 후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이고 포기해버렸습니다.”
나는 통제한다, 고로 존재한다
통제광 잡스
잡스는 못 말리는 통제광이다. 그는 애플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디자인, 마케팅 및 온라인 서비스를 통제한다. 사실상 아주 하찮은 사항들, 즉 직원들이 먹는 음식부터 가족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회사 관련 얘기의 허용 범위까지 조직 기능의 모든 측면을 일일이 통제한다. 잡스가 돌아오기 전의 애플은 느긋한 분위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잡스는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새로운 규칙들을 정하고 그 규칙들을 엄격히 적용했다.
일괄 제품을 통제하다
제품을 총체적으로 통제하려는 잡스의 욕구는 철학적인 동시에 실용적이다. 그것은 단순히 통제를 위한 통제가 아니다. 잡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복잡한 장치들을 진정한 대중적인 제품으로 전환하길 바라며, 이를 위해서는 애플이 소비자들로부터 기기에 대한 통제권을 어느 정도 뺏어올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좋은 예로 아이팟을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관리해주는 아이튠즈 소프트웨어와 아이튠즈 스토어 때문에 복잡한 MP3 플레이어의 관리법을 알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음악을 구입하는 자유는 누릴 수 없지만, 그 대신 음악이 전송되는 동안 아이팟이 멈추는 일은 없다. 바로 이것이 실용적인 측면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확실한 통합을 통해 좀 더 쉽게 제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폐쇄형 시스템은 선택의 폭은 좁지만 안정성과 신뢰성이 높다. 반면, 개방형 시스템은 안정성과 신뢰성은 떨어지지만 자유라는 혜택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오늘날 기술 업체들 가운데에도 제품이 아닌 솔루션 또는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포레스터 리서치는 2005년 12월에 제품이 아니라 디지털 경험을 판매하라라는 제목의 연구를 발표했다. 여기서 포레스터는 소비자들이 대형 고화질 TV 같은 고가의 신제품 기기에는 큰돈을 쓰지만, 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콘텐츠나 서비스, 이를테면 고화질 케이블 서비스는 구입할 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려면 디지털업계는 독립형 기기나 독립형 서비스의 판매를 중단하고 디지털 경험, 즉 단일 애플리케이션의 통제 하에 엔드 투 엔드로 통합되어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애플을 설립한 이후 30년 동안, 잡스는 놀라운 수준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탁월성에 대한 욕구, 훌륭한 디자인의 추구, 마케팅에 대한 직관력, 편의성과 호환성에 대한 고집….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존재했다. 그의 직관은 지극히 적절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났을 뿐이다.
잡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디지털 오락 시장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아이팟, 아이폰, 애플 TV 역시 디지털 오락 기기다. 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사용하기 쉽고 조화롭게 작동하며 디자인이 뛰어난 장치이다. 이제 하드웨어 기업은 소프트웨어 분야로, 소프트웨어 기업은 하드웨어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다른 기업들이 아이팟 킬러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제품에 대한 애플의 총체적인 통제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라이벌은 하드웨어라는 장치에 초점을 두지만, 사실 비법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의 매끈한 혼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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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는 30년이나 시대를 앞서 갔다. 그가 초창기 PC 시장에 도입한 가치들, 즉 디자인과 마케팅과 사용 편의성 등은 당시에는 부합하지 않는 가치들이었다. 초창기 PC 시장의 성장은 기업 고객에게 달려 있었으며 그들은 우아함보다는 가격을, 편의성보다는 규격화를 중시했다. 그러나 지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은 디지털 오락 시장이며, 주요 고객은 가정의 소비자들이다. 가정의 소비자들은 다시 디지털 오락과 통신, 그리고 창의성을 원하고 있으며, 이 세 가지는 잡스가 지닌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애플의 DNA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20년간 애플이 지켜온 자리는 정확히 컴퓨터 기술과 소비자 가전 시장이 만나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강을 건너 저편으로 가기보다는 저편에 있는 사람들이 강을 건너 우리에게 오고 있는 셈이지요.” 소비자 시장에서는 디자인, 신뢰성, 간결성, 효과적인 마케팅, 그리고 우아한 포장이 핵심 자산이다. 컴퓨터 업계는 한 바퀴 빙 돌아서 다시 원점으로 오고 있다. 이제 업계를 주도하는 최상의 자리는 모든 것을 수행하는 회사가 차지할 것이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