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사람들의 앞서가는 생각

   
홍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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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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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4��



■ 책 소개
국내 마케팅 도서의 고전인『소비자 심리의 이해』 저자 홍성태 교수가 12명의 창의적인 CEO, 경영 구루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인터뷰집이자 마케팅 최전선 실전 사례집.12명의 경영 구루들이 경영과 마케팅의 최신 쟁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창의적인 생각의 습관을 어떻게 한결같이 유지하는지 배울 수있다.

 


12명의 CEO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공통되는 핵심은 뜬구름 잡는 식의 아이디어 싸움이나무조건 튀는 것만을 찾는 창의력 강조,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먼저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업의 본질이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정말 필요한 소양이 무엇인지 따져보라고 충고한다.


■ 저자 홍성태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을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주리대학교 조교수, 한국 마케팅학회 상임이사, 한국소비문화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대한민국 여성소비자』『자기표현의 힘』『소비자 행동의이해』『보이지 않는 뿌리』등이, 옮긴 책으로 『마케팅의 10가지 치명적 실수』『페르소나 마케팅』『위대한 상인의 비밀』 등이있다.


스스로 "뒤늦게 피는(late bloomer)"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는지은이는 마케팅 분야 중에서도 "소비자 심리"에 가장 흥미를 느끼고 그쪽으로 계속 연구 및 강의,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은 광고에서의심리는 물론 소비자의 심리유형 파악, 고객만족을 위한 게슈탈트 상담기법의 도입 등 새롭고도 창의적인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www.hongsungtai.com에 가면, 그가 쓴 칼럼과마케팅 관련 정보들을 볼 수 있다.


■ 차례
"앞선 사람들의 앞서가는생각"


100점은 필요 없다 빵점 아니면120점!
크리에이티브 에어 최창희 대표
-창의적인 사람들의 특성


예술가의 민감한 더듬이를 이용하라
쌈지 천호균대표
-아트와 결합한 마케팅


현장에서부터 고객과 눈을 맞춰라
BMW 코리아 김효준대표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당신은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가?
현대백화점 하원만사장
-소비자 관점에서 찾는 "업의 본질"


Think Brand! 문제는 브랜드다!
태평양 이해선부사장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디자인


식탁에서부터 문화력을 키운다
광주요 조태권회장
-문화력이 곧 기업의 힘이다


비전을 제시하라 그리고 공유하라
크라운제과 윤영달회장
-비전을 공유하여 생기는 시너지


돈이 되는 데 들어가거나 일등이 되라
이메이션 이장우부회장
-수요를 창출하는 제3의 공간


기본부터 갖추어라 독창성은 그 다음이다
레인콤 이명우대표
-제품 포트폴리오의 조화와 균형


감각을 쫓기보다 마음을 읽는 게 감성마케팅이다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
-창의적 전략의 핵심, 통찰력 갖기


브랜드에 스토리와 스피릿을 불어넣어라
할리데이비슨코리아 이계웅 대표
-고객을 보는 시각


튀는 게 다가 아니다 순수함도 차별화다!
민들레 영토지승룡 대표
-드림 소사이어티를 향하여




앞선 사람들의 앞서가는 생각


예술가의 민감한 더듬이를 이용하라
쌈지 천호균 대표 - 아트와 결합한 마케팅

쌈지를 런칭할 당시 자금의 여유도 없이 시작하셨다면서, 초기부터 쉽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잖아요? 사장님만의 비법이 있었나요?


쌈지가 처음 나왔을 땐 홍보활동이나 광고를 할 여유도 없었고 노하우도 없었죠. 그저 독특함이 힘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우선 네이밍 자체가 새로웠죠. 그때만 해도 우리말을 쓴 브랜드 명이 흔치 않았는데, 순수한 우리말로 ‘쌈지’라고 이름 붙인 게 눈길을 끌었던 것 같아요. 또한 제품에서도 그때 시장에 없던 스타일들을 저희가 찾아냈기 때문에, 시작하자마자 크게 히트를 쳤죠. 그러고 나서 디자인과 마케팅의 테마를 아트로 하자고 했던 것입니다. 아트쇼를 하고, 매장에는 저희 가방과 음악, 미술을 같이 넣음으로써 ‘문화가 있는 매장’을 시작했죠. 문화 매장. 그것이 지금까지 쭉 이어지는 쌈지 아트 프로젝트입니다.


디자인과 마케팅의 테마를 아트로 하자는 발상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요?


그냥 시장에 나갔다가는 경쟁에서 깨지겠더라고요. 그래서 막연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디자인 쪽에 아트를 접목시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아티스트는 작품을 판매해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러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게 현실이죠. 그런 아르바이트 기회를 쌈지가 혹시 제공해 주지 않겠느냐는 요청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가는 과정들, 이것이 아트 마케팅의 시작이었습니다.

 

쌈지 브랜드가 인기가 많긴 하지만 아무래도 노화할 수밖에 없잖아요. 타깃 고객들도 변할 것이고요. 노화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하세요?


첫 번째 노력은 신인 아티스트들. 그들을 활용한 아트 마케팅이죠. 갓 대학을 나왔거나 묻혀 있는 아티스트들, 그런 신인 청년들을 가까이 함으로써 저희 상품이 노후화하는 것을 커버하는 아트 마케팅을 합니다. 아트 마케팅은 스타 마케팅하고 달라서 아티스트가 작품에도 영향을 주고, 디자이너나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니까 노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천 사장님이 즐겨 하시는 말씀 중에 “이태리에 구찌가 있다면, 한국에는 쌈지가 있다.”라는 것이 있는데, 쌈지에는 한국의 어떤 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들도 세계화 전략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적인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세계에 내놓아야 할까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저희가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음악 공연을 보면서 한국음악을 좋아하는 외국사람의 취향을 분석해본 적이 있어요. 우리의 독특한 창이라든가 가곡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전문가들이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우리 음악은 한국인들이 작곡한 것이지만 그들의 성향에도 맞는 것들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들 것보다 훨씬 더 앞섰거나 깊이가 있는 음악들, 이런 것들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미술도 마찬가지로, 원초적으로 동양적이거나 한국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일단 자기네 성향과 흡사해서 취향에 맞고, 거기에 더 깊이가 더해져야 선호하죠. 한국 브랜드가 외국에 가서도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내야 되겠다는 어떤 소망은 있지만, 깊이 있게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부터 고객과 눈을 맞춰라
BMW 코리아 김효준 대표 -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BMW의 CEO가 되시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사장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1987년에서 1994년까지 그저 연간 100대 정도 판매되었을 뿐입니다. 당시에는 벤츠가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로 가장 좋은 차이고, BMW는 그보다 낮은 등급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외제차가 드물었기 때문에 제가 BMW를 타고 아파트에 들어서면, 동네 애들이 차를 쫓아 뛰어오면서 “와아~벤츠다~”라고 소리 지르곤 했어요. 이러한 인식의 벽을 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벽은 어떻게 허물어 가셨나요?


제한된 범위 안에서 어떻게 차별성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답은 아무래도 고객에게 있을 것 같아 주말마다 서비스센터를 찾아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 속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었지요.


직접 서비스센터에까지 찾아가서 고객의 불만을 들으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어떤 불만 사항들이 있었고, 어떻게 조치하셨나요?


불만 중에는 부품 조달이 늦고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부품 창고를 만들어 24시간 이내에 부품 조달이 가능하도록 하고, 물류비를 절약해 부품 값을 낮추었습니다. 고객들이 차를 수리하기 위해 서비스센터 대기실에서 관심도 없는 잡지를 뒤적거리거나 몸을 비비 꼬면서 2~3시간씩 기다리는 것을 보고, 기술자들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 차량을 수리하거나 차를 고칠 때까지 대차 서비스를 하도록 했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거 같아요. 제가 정말로 강조하고 싶은 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디테일에 신경 써야 된다는 겁니다. 기업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아무리 훌륭해도 고객의 평가와 일치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지요.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그렇게 많은데, BMW가 경영적인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홍 교수님 말씀처럼 자동차 회사는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지난 4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익을 낸 회사는 2개뿐이지요. 바로 도요타와 BMW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한 대당 순익이 가장 높은 차는 어떤 브랜드인지 아십니까? 대당 이익이 가장 높은 차는 포르쉐이고, 두 번째가 BMW입니다. 즉 BMW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보다는 실속이 있는 경영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BMW는 프리미엄 시장에만 집중합니다. 순수하게 승용차, 그중에서도 아주 고급 승용차만 만드는 회사입니다. 어느 기업이든 자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죠. 


요즘 VIP 마케팅이 화두가 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혹시 지적해주실 점이 있으신지요?


어느 산업을 보든 양극화되어 중간층이 없어지고 하이앤드와 로우앤드로 집중되니까, VIP 마케팅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고객에 대한 정의가 확실하지 않고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VIP 고객들은 조사를 통해서는 잘 잡히지 않아요. 그럴 때 ‘부자들은 이럴 것이다.’라는 짐작으로 마케팅을 하면 십중팔구 실패할 수밖에 없지요. 고객에게 빠져 진지하게 연구할 때 답을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 그것을 실천하는 능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식탁에서부터 문화력을 키운다
광주요 조태권 회장 - 문화력이 곧 기업의 힘이다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도자기 사업을 시작하신 건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셨습니까?


도자기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니까 ‘과연 문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생기더군요.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문화라는 것은 사실은 그 나라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더라고요. 거창한 무엇이 아니고, 의식주 수준 말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 브랜드 뒤에는 세계화된 자국의 식문화가 버티고 있고, 그 식문화가 그들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식생활 문화가 수준에 오르지 않고서는 도자기 사업은 요원한 얘기더라고요. 그래서 보는 도자기가 아니라 생활 속에 쓰는 도자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생활도자기’라는 개념이지요.


문화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요.


제가 눈여겨보는 것은 왕실 문화입니다. 문화라는 것이 특수층에 의해 만들어져 대중에게 전달되는 거지, 대중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역사를 들여다보면 전쟁에서 이긴 편이 전리품으로 노예와 자원을 모두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왕실의 식, 의, 주를 중심으로 사치가 극도로 발전하기 시작해서 18세기까지 내려오다가 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붕괴되고, 그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궁 밖의 일을 하게 되면서 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바다 건너 해외를 침공하고 식민지화하면서 그들의 문화도 따라 가게 되는 거죠. 다시 말하자면 식, 의, 주 문화는 정복자의 것이 주된 문화로서 자리매김 한다는 겁니다.


일본은 식문화를 어떻게 차별화하여 왔습니까?


일본인들은 생선을 가장 신선하게 먹는 노하우로써 세계 속에 자기들의 식문화를 심었습니다. 64년 일본 올림픽 때부터 스시와 사시미를 꾸준히 알려 왔죠. 처음에는 외국 사람들이 외면을 했어요. 그래서 일본인들이 스시는 특수층이 아니면 못 먹는다는 분위기를 조성한 겁니다. 그것을 전파하는 데 기업들이 많은 기여를 했죠. 기업들이 외국 사람들에게 스시를 먹이려고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급 상류층 문화로서 대중들이 스시를 동경하기 시작하였던 거죠. 그러자 일본 사람들이 어떻게 한 줄 아십니까? 가격을 더 올렸습니다. 스시를 담은 그릇이 백 년 된 것이다, 생선의 희귀한 부위다, 인테리어에 쓴 나무가 뭐다 하면서 사치의 극치를 달리는 겁니다. 그 귀한 걸, 그 인테리어 안에서 먹는 것 자체를, 즉 새로운 문화를 즐기게 만든 겁니다.


문화란 동경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 거군요.


그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 국민들이 최고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신성시하도록 떠받쳐 줘야 합니다. 그것이 있음으로써 대중문화가 피라미드처럼 따라오는 것이죠. 그러므로 숏텀(short-term)이 아니라 롱텀(long-term)의 문화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세계를 상대로 한국 문화의 마케팅에 승부를 걸고 계시는데, 세계 속에 한국 문화의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우리 국민들이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준 붉은 악마들의 결집, 그런 것을 통해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봤습니다. 이제 그런 결집을 누가 또 만들 것이냐 하는 겁니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시작한다면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겠죠. 우리가 그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무관심했던 우리의 식문화에 대해 인식을 전환하고 관?산?학(官産學) 모두가 노력해 세계인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한국 식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과 없이 받아들였던 타국의 식문화와의 만남을 줄이고 우리의 식문화로 채움으로써, 한국의 식문화가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키워야 합니다.



비전을 제시하라 그리고 공유하라
크라운제과 윤영달 회장 - 비전을 공유하여 생기는 시너지

회장님 스스로가 교육에 각별한 관심이 있으셔서 그런지 해태-크라운에서 운영하는 ‘모닝 아카데미’라는 교육 프로그램은 밖에서도 유명하던데요.


교육이란 단어가 정확한 것 같지는 않아요. 시켜서도 안 되고 본인이 필요를 느끼게끔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라는 단어가 더 맞을지 몰라요. 저는 직원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할 뿐이지요. 매주 수요일 오전에 ‘모닝 아카데미’를 하는데 지금까지 75회를 했습니다. 식사하기 전에는 시를 읊습니다. 식사 후에는 경영과 관련된 강의를 듣고요. 강의 내용을 저희 회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즉석에서 무선 인터넷을 통해 서로 30분간 토론하고 발표하지요. 그런 뒤에는 미술가로부터 직접 자기 미술에 대한 해설을 듣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공부합니다.


간부 직원이 매주 한꺼번에 그렇게 모이면 시간 손실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요.


사람이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뭘까요? 같이 술 먹고, 골프 치고, 등산 가는 걸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동문수학(同門修學), 그러니까 같이 공부하는 게 제일 친해지기 쉬워요. 공부할 때는 입장이 똑같아지니까, 돈이고 지위고 다 필요 없는 거지요. 해태와 크라운이 같은 회사가 되었지만 서로 보기가 힘이 들어요. 공장도 따로 있고 영업부서도 다르니까. 그런데 공부할 때는 매주 보고 섞여 앉으니까 쉽게 가까워지지요. 수요일 오전은 완전히 비워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 그렇게 하면 일하는 시간이 10% 가까이 없어져 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 이상 효과가 있다고 봐요. 시간으로 일하는 거 아니잖아요, 질로 일하는 거지. 또한 10명씩 짝을 지어 앉고 매주 의무적으로 테이블 위치를 바꾸니까 모든 직원이 돌아가면서 내 테이블로 차례차례 옵니다. 그렇게 서로 만나는 거지요.


그동안 디자인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신 걸로 아는데요.


공부를 하려고 의도적으로 많이 참여했죠. 경영자 입장에서 디자인을 모르면 안 되겠더라고요. 디자이너가 아무리 훌륭해도 의사결정을 제 대신 해주는 건 아니니까요. 디자이너에게 일을 부탁하려면 결국은 나 자신의 안목을 키워야 되는 거지요. 디자이너를 전적으로 믿으려 해도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믿을 거 아닙니까?


이제는 기업에서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성이라는 것은 연세 드신 분들이 머리로 이해하려 해서는 잘 안 된단 말이에요. 어떻게 해야 감각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요?


오페라 보러 가는 게 최고라니까요, 돈도 제일 적게 들고. 직접 보러 가기 힘들면 DVD를 사다 보아도 좋고요.


그렇다면 디자인을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디자인이란 아름다움을 만드는 거겠지요. 그럼 왜 아름다움이 중요한가? 보고 싶고, 먹고 싶고, 갖고 싶고, 하고 싶게 유도하니까요. 저는 디자인을 그렇게 봅니다.


마케팅이란 무엇입니까?


고객을 공부하는 것, 그게 마케팅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고객이 이런 걸 원하니까 이렇게 만족시켜 주자, 원츠(wants)를 찾아주고 니즈(needs)를 충족시켜주고. 마케팅이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고객을 더 잘 알 수 있을까 공부하는 거겠지요.



감각을 쫓기보다 마음을 읽는 게 감성 마케팅이다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 - 창의적 전략의 핵심, 통찰력 갖기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때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저는 마케팅이라는 게 고객의 마음을 잡는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 하는 데 신경을 써야 되는 거죠. 특히 여성고객의 경우에는 좀 더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나은행의 이미지를 여성적이라든지 예술적이라고까지 표현을 하던데요. 의도적으로 그렇게 시도하시는 건가요?


실제로 저희가 미술품을 조금 컬렉션을 하는 편입니다. 문화적 감성을 보이면 고객들도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은행에 동질화시키는 효과가 있겠죠. 고객이 품위 있는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서로의 긍지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융산업이라는 게 하이테크가 아닙니다. 상품 하나를 만들면 다른 데서 금방 다 모방할 수 있어요. 한 달이면 전산시스템까지 똑같이 구축해 버리니까 꾸준히 새로운 걸 만들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유지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죠. 또한 그런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훼손되는 것은 하루아침이거든요.


혹자는 외국기업보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감성이란 이슈가 더욱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감성경영이라는 건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일하도록 만드는가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많은 기업들이 주로 인센티브나 보상과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일하게 만들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구성원 스스로가 일하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겠죠. 특히 우리 국민에게 이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뭐랄까 더 정서적인 면에 치우친다고나 할까요. 외국 경영자들이 와서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정서의 문제입니다.


회장님은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다는 말을 직원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공과금 수납을 은행에서 경쟁적으로 유치하려 한 때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별 수익이 안 되니까 서로 안 받으려 합니다. 저희는 고객이 미안할 만큼 친절하게 받습니다. 미안하니까 다른 거래도 우리 은행에서 하도록 자연스레 유도하는 거죠. 말하자면 우리가 고객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의사 결정하도록 하는 방법을 취하죠.


회장님 평생의 좌우명이 있으세요?


저희 직원들 보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매달리라.”라고 합니다. “최선을 다하자.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실패에 대해서는 우리가 수용하자.”라는 말을 늘 하지요.


평사원으로 입사하셔서 오늘날 가장 칭송 받는 금융그룹을 일구신 비결을 말씀해주십시오.


운이 좋았던 거죠.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도와준 거고요. 저는 뭐 대체로, 모든 걸 진실로 솔직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거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관계를 지키려면 진실 이외는 없다고 늘 생각하죠.



브랜드에 스토리와 스피릿을 불어넣어라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이계웅 대표 - 고객을 보는 시각

할리데이비슨에 배어 있는 앤틱스러움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전자식 손목시계가 일반화되었는데도 명품시계 브랜드들이 기계식을 고집하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요즘 나온 시계는 무척 패셔너블하지만, 한 6개월 차고 다니면 벌써 싫증이 나기 시작하잖아요. 하지만 40년 이상 된 명품 시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그 가치를 더하죠.


앤틱스러움을 버리지 않는 것이 회사의 전략적 방향인가요?


할리데이비슨의 기업사명이 “모터사이클을 타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고객의 꿈을 실현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클래식한 모델들을 계속 만드는 이유도 할리의 고객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꿈을 실현시켜주겠다는 회사의 약속 때문이고요. 어려서부터 할리데이비슨을 보고 갖고 싶다는 꿈을 키워온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최첨단으로 완전히 바뀐 모터사이클을 공급한다면, 고객의 오랜 꿈을 실현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할리데이비슨은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은 에어컨도 없고, 비 오면 비 맞고, 잘못하면 넘어지고, 무겁고...그런 것을 사람들이 왜 사는 겁니까? 고급승용차 값인데요.


우리가 판매하는 티셔츠 중에 “내가 말로 설명해줘야 하는 거라면, 당신은 어차피 이해할 수 없다.”라고 프린트된 게 있어요. 그 말을 해석하자면 “할리데이비슨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면, 장황한 설명이 필요 없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시킬 수 없다.”는 뜻이겠죠. 할리에는 미스틱한(신비로운) 그 무엇이 있습니다. 자기가 직접 타봐야 알게 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 말입니다.


광고나 프로모션은 어떻게 하세요?


할리데이비슨은 모터사이클 ‘판매 후 마케팅 활동’이 전체 마케팅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을 구입하는 순간, 우리의 관계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라는 것이 저희의 마음가짐입니다. 즉, 판매 촉진을 위한 광고보다는 관계 구축을 위한 이벤트들이 많습니다. H.O.G(Harley Owners Group) 관련 이벤트, 미국 대륙 횡단 투어, 모터사이클 드렉 레이싱, 신모델 런칭 파티 등 대규모 행사부터 중?소규모 이벤트들이 연중 지속적으로 개최됩니다. 사실, 할리데이비슨처럼 감성적이고 고객들의 충성도 및 애착이 높은 브랜드는 더욱 고객만족에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할리데이비슨을 구입하는 순간 모두가 가족이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과제 또는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과 교육을 통해 서비스의 질이나 임직원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 그게 제일 큰 과제입니다. 


‘모터사이클로써 고객의 꿈을 실현해 나간다.’는 기업사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사업 초기에 이스타나라는 밴을 자가용으로 활용했던 적이 있는데요.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 옆을 보면 다른 승용차 운전자만 보였는데 밴을 탔더니 버스기사까지 보이더군요. 그래서 밴이 승용차보다 얼마나 높은지 한번 재봤습니다. 한 30cm정도 높았던 것 같습니다. 30cm가 높아지니까 다른 세상이 보였습니다. 모터사이클을 타면 새로운 인생이 보인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