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힐링

   
신익수 (지은이)
ǻ
생각정거장
   
22000
2024�� 12��



■ 책 소개


요즘 여행, 요즘 힐링, 요즘 템플스테이

요즘 가장 핫한 개그맨이라고 하면 ‘극락도 락(樂)이다’와 ‘부처 핸섬’을 외치는 뉴진스님이 아닐까. 그만큼 불교라는 종교와 사찰이 우리와 가깝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속세의 물건으로 가득 채운 여행 가방보다 작은 에코 백에 꼭 필요한 물건만 담아 가볍게 떠나는 사찰 여행, 요즘 MZ들의 여행법이다. 이런 MZ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전국 템플스테이 사찰 40여 곳의 50개 이상 프로그램을 엄선했다. 뉴진스님도 놀랄 힙한 곳부터 세계 기록 보유 사찰, 소원 명당, 스타들이 자주 찾는 사찰, 풍경 맛집, 사랑이 싹트는 러브 명당, 미스터리 사찰 등 취향 따라 떠날 수 있게 테마별로 구분했다. 차례를 보고 끌리는 곳이 있으면 지금 바로 신청하고 가볍게 떠나면 된다.

알고 가면 더 많은 즐거움이 있는 그곳

한국불교는 1,7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각 사찰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쉼을 위해, 힐링을 위해 떠나도 좋은 곳이 절이다. 하지만 내가 가는 곳의 역사와 정보를 알고 가면 재미는 배가 된다. 사찰을 비롯해 그 주변의 산과 나무, 꽃, 작은 돌탑까지도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여러 절을 순례하며 글을 써온 여행전문기자가 각 사찰의 연혁과 역사를 두루 설명했다. 몸으로 체험하는 것을 넘어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지적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옆으로, 뒤로, 그리고 안으로 나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 저자 신익수
매일경제 여행전문기자. 뉴진스님급 튀는 글발로 여행 업계를 올킬시킨 신익수 여행전문기자가 ‘템플스테이’ 바이블을 가지고 돌아왔다. 극락도 ‘락(樂, 즐거움)’이라는 모토로 MZ세대가 열광할 힙한 곳들만 추렸다. 말하자면, 부처님께서도 ‘부처 핸접(Hands Up)’을 하며 놀라워할 ‘힙플스테이 모음집’이다. 사찰의 핵심 정보를 비롯해 전화번호, 예약 방법, 프로그램 내용 등 깨알 정보까지 꾹꾹 눌러 담았다. 마음이 아프신가. 욱하시는가. 회사에서 부장한테 깨지셨는가. 그렇다면 볼 것 없다. 이 책을 펼치고 달려가시라.

■ 차례
일주문

재미로 보는 MBTI별 템플스테이
알아두면 쓸데 있는 템플스테이 잡학 사전
템플스테이 사찰 한눈에 보기

CHAPTER 1 뉴진스님도 놀란다! 힙한 템플스테이 ‘힙플’
묘적사 | 안 오고 뭐하냥! 냥냥이와 냥플스테이
현덕사 | 드립 커피 힙플에 템플스테이 평가 등급도 A
낙산사 | 사찰은 고리타분? 화끈하게 서핑 힙플
금선사 | 1,000점 만점에 993점! 가을 버스킹 힙플

CHAPTER 2 기네스북도 화들짝! 세계 기록 템플스테이
조계사 | 딱 2시간이면 끝! 최단 기록 템플스테이
진관사 | 1억 원 최고가 세계 여행 팀도 찜했다
용문사(양평) | 몸값 1조 6,000억 원의 은행나무를 품은 기록의 사찰
홍법사 | 아파트 15층 높이 좌불상으로 최장신 기록 보유한 사찰

[일상 속 불교 용어를 아나요? ①]

CHAPTER 3 돈과 운을 부르는 사찰! 소원 명당 템플스테이
수국사 | 33kg의 순금 황금 사원 기도하면 대박 터진다
무량사 | 1박 2일 30만 원! 만수르 템플스테이
은해사 | 1초 만에 소원 성취 여부를 안다고?
동화사 | 2개는 No! 딱 1가지 소원만 들어주는 갓바위

CHAPTER 4 BTS RM도 갔다! 스타 템플스테이
육지장사 | 가수 혜은이도 다이어트 성공! 살 빼주는 사찰
향일암 | BTS 힐링 사찰! 아미들도 몰려간다
미황사 | 혜민스님이 찜한 땅끝마을 힐링 사찰
길상사 | 법정스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심 속 사찰

[일상 속 불교 용어를 아나요? ②]

CHAPTER 5 임종 체험부터 템플버거까지! 이색 체험 템플스테이
봉인사 | 스티브 잡스도 놀랄 임종 체험 템플스테이
갑사 | 절대 도망 못 간다! 초강력 독방 고독 체험
서광사 | 바둑 두고 도자 빚는 이색 템플스테이
화엄사 | 버거킹도 고개 숙인 비건식 템플버거 원조

CHAPTER 6 촬영 명소를 아나요? 촬영 핫플 템플스테이
용화사 | 넷플릭스 〈더 글로리〉 촬영지
대원사(보성) | 어린 왕자 템플스테이를 아나요?
골굴사 |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선무도의 사찰
용문사(예천) | 〈1박 2일〉 팀이 감탄사 연발한 사과냉면 맛집

[일상 속 불교 용어를 아나요? ③]

CHAPTER 7 사랑이 싹트는 러브 명당! 꽃보다 템플스테이
쌍계사(하동) | 봄, 기록의 벚꽃 길
불갑사 | 가을 핫플! 레드 카펫 밟으며 템플스테이
백담사 | 만추홍엽 최고의 단풍 명소

CHAPTER 8 세상에 이런 곳이! 미스터리 템플스테이
봉선사 | 500년 출입 금지의 숲을 걷다
대승사(문경) | 신비의 도시 문경에 미스터리 템플스테이가?
망경산사 | 인생 별 볼 일 없다고? 별 보는 템플스테이
건봉사 | 북쪽 땅끝, 세상에 하나뿐인 민간인 통제구역 트레킹

[일상 속 불교 용어를 아나요? ④]

CHAPTER 9 몸과 마음을 고치다! 치유 템플스테이
백양사 | 풀장 변신부터 아토피 치유까지! 트랜스포밍 메카
신흥사(완도) | 해양치유로 힐링하는 바다 템플스테이
템플트레인 | 기차 타고 절로 힐링!
캠플스테이 | 캠핑하며 절로 힐링!

CHAPTER 10 번외 편! 템플인 듯 템플 아닌 템플 같은 스테이
저스트비 홍대선원 | 홍대 클럽 뺨치는 홍대 한복판 힙플
도선사 | 소원 자판기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첨단 시스템 사찰
칠장사 | 소원 성취하러 떠나는 합격 명당
미륵사(증평) | 댕댕이와 함께하는 댕플스테이
보문사 | BTS 세계 진출 꿈 이뤄준 사찰이라고?

[일상 속 불교 용어를 아나요? ⑤]

부록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추천 테마별 템플스테이
계절별 추천 템플스테이
전국 템플스테이 사찰 리스트
전국 템플스테이 안내 지도

나가며

 




절로 힐링


뉴진스님도 놀란다! 힙한 템플스테이 ‘힙플’

묘적사 - 안 오고 뭐하냥! 냥냥이와 냥플스테이

참으로 '묘'하다. 댕댕이 템플스테이도 아니고 냥냥이 템플스테이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 경기 남양주 '묘적사'다. 이 사찰, 묘한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양이 '묘'와 동음이의어인 것도 묘한데, 냥냥이 템플스테이로 알려진 것도 묘한 일이다.


일단 묘적사의 '묘'에 대한 오해부터 풀자. 이쯤 되면 고양이 묘를 쓸 것도 같은데, 아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묘한 것 하나가 더 있다. 예능 프로그램 단골 촬영지라는 점이다. 가장 먼저 알려진 건 '이효리의 눈물' 사찰이다. 온스타일 골든 12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가 묘적사에서 템플스테이 체험을 한다. 이효리와 소셜 클럽 멤버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각자 소원을 적은 종이를 태우던 중 작가 이주희가 속내를 털어놓는다. '길고양이 밥을 줬었는데, 이사간다. 앞으로 내가 밥을 안 줘도 아이들이 굶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인다. 이때 이효리도 함께 눈시울을 적시며 '나는 남이 울면 무조건 따라 운다. 좋은 사람이 이사올 것이다'고 위로를 한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촬영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2020년 지현우가 그의 매니저와 함께 절에 방문해 명상으로 마음을 다지는 모습이 그려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묘적사는 역사도 묘하다.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질 뿐, 이를 고증할 만한 기록이나 유물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에 관한 묘한 이야기가 구전될 뿐이다. 문헌 기록으로는 《세종실록》과 《연산군일기》,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남아 있다.


묘적사 대웅전과 팔각다층석탑

사찰 내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는 묘하기가 한술 더 뜬다. 본래 국왕 직속의 비밀 기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왕실 산하 비밀 요원을 훈련시키기 위한 사찰을 짓고, 선발된 인원을 승려로 출가시켜 승려 교육과 아울러 고도의 군사훈련을 받도록 했다는 스토리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 가운데 두 차례는 잘 막았으나 마지막 한 번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완전 폐허가 됐다고 전한다.


19세기 절에 남아 있는 기록중《묘적사산신각창건기》에 따르면 1895년 규오법사가 산신각을 중건했다고 한다. 그리고 1917년 자신스님에 의해 대웅전과 요사가 중건됐다. 1969년 화재로 대웅전과 산신각 등이 소실됐는데, 1976년 다시 대웅전을 1979년과 1984년에는 나한전과 산령각을 각각 건립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사설은 이쯤하고, 왜 고양이 사찰이 됐을까? 그 스토리도 묘하다. 터줏대감 고양이가 묘하게 3마리나 살고 있어서라고 전해진다. 묘적사는 아예 안내문을 써 붙이고 고양이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이 3마리 고양이의 이름은 마루, 또랑, 시루다. 마루는 종종 마루 밑에서 놀아 붙여진 이름이다. 얼굴 가운데 노란색 털이 코끝까지 있는 생김새도 묘하다. 또랑이는 개울이라는 '도랑'의 센 말이다. 마루가 마루가 됐으니 그냥 마루 앞 개울 또랑이라고 붙여버렸다고 한다. 시루는 시루떡을 닮았다고 붙인 것인

데, 마루와 돌림자를 '루'로 맞췄다. 시루떡처럼 희기도 검기도 한 외모다. 물론 이들 3인방 외에 다른 고양이도 천지다. 묘적사 템플스테이족에게는 필수품처럼 챙겨 오는 게 있다. 다름 아닌 츄르다. 액상형 스틱 고양이 간식이다.


프로그램은 어떨까? 역시나 오'묘'하다. 프로그램 이름이 '오~묘하고 적절한 쉼'이다. 1박 2일 휴식형인데, 편히 쉬면 된다.


낙산사 - 사찰은 고리타분? 화끈하게 서핑 힙플

여름에 가장 핫한 해변가인 강원도 양양 서피비치, 그 뜨거운(?) 곳에서의 서핑 템플스테이라면 어떤가. 솔직히 미쳤다. 파격이다. 이쯤 돼야 튀는 템플스테이라 부를 만할 터다. 야심차게 2024년 서핑 템플스테이를 밀어버린 곳, 놀랍게도 유구한 역사의 '낙산사'다.


낙산사라 하면 지금이야 화재를 떠올리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대표 사찰로 꼽혔을 정도다.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시·도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역사만큼이나 유적도 줄줄이다. 보물 제499호인 '양양 낙산사 칠층석탑', 강원도 유형문화유산 제33호인 '낙산사 홍예문', 강원도 유형문화유산 제34호인 '낙산사 담장', 보물 제1723호 '양양 낙산사 해수관음공 중사리탑·비 및 사리장엄구 일괄', 강원도 문화유산자료 제36호인 '낙산사 홍련암' 등이 있다.


이곳이 화마를 입은 건 2005년 4월 4일 오후 11시 50분께다. 양양군 화일리 도로변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가옥과 창고 등 41채가 불에 탔다. 이어 자정이 지나면서 초속 15~20m의 강풍이 불었고 불이 삽시간에 번졌다. 양양 일대 산림의 약 150만m2가 불에 탔다. 낙산사 역시 화재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낙산사 동종까지 녹여버린 이 화마로 사찰 내부 문화유산도 대부분 소실됐다. 국가유산청은 낙산사를 복원하기 위해 김홍도의 낙산사도를 참고해 즉각 복구에 나섰다. 2015년에 이르러서야 화재로 소실된 사찰의 모습이자 지금의 낙산사가 완성됐다.


화마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일까. 낙산사는 가장 핫한 사찰 중 하나다. 우선 가장 튀었던 이벤트는 2024년 칠월 칠석 특집 이벤트 '나는 절로, 낙산사'에 무려 1,501명(남자 701명, 여자 773명, 성별 미기재 27명)의 청춘남녀가 참가 신청을 해 화제를 모았다. 남녀 각 10명씩 총 20명을 선정한 이 이벤트 최종 경쟁률은 남자 70.1 대 1, 여자 77.3 대 1이었다. 원래 2012년 출발한 프로그램인데, 출범할 당시에는 20명을 채우기도 힘들었을 정도니 한마디로 대박이다.


파격도 모자라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게 또 하나 있다. 서핑 템플스테이를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역시나 반응은 폭발적으로 뜨거웠다. 서핑 템플스테이, 튀는 것만이 아니다. 진중한 의미까지 담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라 파도의 높이와 강도가 달라지듯 환경과 조건(인연)에 따라 우리 마음의 파도 높이와 강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를 새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게를 두는 건 서핑보다 파도명상이다. 바다를 마주해 우리 마음의 실체를 지혜롭게 바라보고 서핑으로 파도를 즐기며 산란하고 괴로운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셈이다.


서핑 배우기가 포함된 만큼 조건도 엄격하다. 안전상 만 11세부터 참여가 가능하다. 청소년도 보호자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압권은 디지털 디톡스 코스라는 것이다. 서핑 템플스테이가 진행되는 2박 3일 동안 휴대전화는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디지털만큼은 쏙 빼고 아날로그적 감성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개인 방사도 없다. 여러 명이 함께 방을 사용해야 하며 남녀 구분도 확실하다.


일정은 이렇다. 첫날 가벼운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끝나면 둘째 날이 서핑의 하이라이트 타임이다. 오전 8시 30분 서피비치로 이동해 모닝 요가를 하며 가볍게 몸, 아니 정신을 풀어준다. 다음은 환복이다. 서핑 복장을 갖추면 10시 30분부터 서핑 강습이 시작된다. 바다와 함께 제대로 된 힐링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중간 퇴실은 불가하며 꼭 완주해야 한다. 강습 시 슈트는 대여할 수 있다. 기상 악화로 인해 서핑이 불가한 경우 체험형 프로그램인 '아득한 성자'에 준하는 실내 프로그램으로 대체된다. 2박 3일간 진행되며 참가비는 17만 원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게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되는 소리명상이다. 가만히 강당에 눕는다. 눈을 감는다. 스님의 싱잉볼 터치에 따라 은은한 종소리가 파도 소리처럼 밀려온다. 그 소리에 따라 마음의 부유물을 가라앉힌다. 비로소 느껴지는 마음의 높이, 즉 파고다. 마음의 파고와 움직임을 알면 확실하게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자신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주의 사항이 있다. 밤에는 반드시 사찰로 돌아와야 한다. 클럽 분위기라고 서피비치에 몰래(?) 잠입했다가는 강퇴당할 수 있으니 필히 마음의 파고(?)를 다스려야 한다.



돈과 운을 부르는 사찰! 소원 명당 템플스테이

수국사 - 33kg의 순금 황금 사원 기도하면 대박 터진다

"동양 최대의 황금 사원"


KBS 스펀지에서 서울 '수국사'를 소개하며 붙였던 수식어다. 무늬만 황금도 아니다. 진짜 금가루가 뿌려져 있다. 물론 건물을 황금으로 지은 건 아니다. 하지만 법당을 구성하는 목재에 한 땀 한 땀 금가루를 빽빽하게 발라 넣었다.


템플스테이 이야기에 사심 가득해지면 안 되지만, 일단 금 가격 이야기를 안 하고 갈 수는 없다. 이 금박을 전부 긁어모으면 무게가 무려 33kg다. 손바닥만한 1kg짜리 순금 골드바가 현 시세로 약 1억 2,000만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 금은 시가로만 무려 40억 원대에 육박한다.


이런 곳에서의 템플스테이니 가히 황금 템플스테이라 부를 만하다. 당연히 이곳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명칭도 '황금 템플스테이'다. 기가 막히지 않는가. 아, 잊을 뻔했다. 이곳에서는 간절함을 담은 소원도 황금 법당에서 빈다. 재테크족이라면 버킷 리스트 0순위에 올릴 법한 동양 최대의 황금 사원, 그곳이 서울 수국사다.


불교에서는 깨달으면 몸에서 빛이 난다고 표현한다. 불상에 금칠을 하는 까닭이다. 불상은 본래 '금상'이라고도 한다. 수국사는 불상뿐 아니라 법당까지 금빛으로 빛나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중심 전각은 대웅보전이다. 이건 통째 황금이다. 온통 황금색이며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도 찬란하게 빛이 난다. 지은 지 600년이 넘은 일본의 황금 사원 '킨카쿠지(금각사)'보다 2배 이상 클 정도니 말 다했다.


수국사 템플스테이는 휴식과 자유를 강조한다. 아무 데서나 다리를 뻗어도 좋고 누워도 된다. 여차하면 당장 나가면 그만이다. 당연히 시그니처 프로그램은 당일형 황금 템플스테이다. 단 4만 원에 황금 템플스테이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면 어떤가. 심지어 당일형인데도 108배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점심 공양을 한 뒤 스님과의 차담을 나누고 해산한다.


황금 법당에서의 예불이 포함된 1박 2일 코스 '나에게 주는 선물'도 인기다. 자율을 중시하는 만큼 봉산 둘레길을 걷는 산책도 자율, 별빛명상도 다 자율 참여다. 템플스테이 하면 무조건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아는 108배 역시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주의 사항 하나가 있다. 가끔 자유 시간에 진짜 금인지 확인하느라 나무에 발라진 금을 긁는 이들이 있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은 금이 아니라 마음 통제력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하자.



BTS RM도 갔다! 스타 템플스테이

향일암 - BTS 힐링 사찰! 아미들도 몰려간다

'페르소나(Persona)', 네이버 지식백과의 설명은 이렇다. "가면, 인격.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브 융은 말한다.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다. 혜민스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나'가 아니라 '남의 나' 같은 존재다. 나의 의식이 주체적으로 조정하는 나가 아니라 남이 만들어낸 세상 속에서 남이 빚은 대로 산다는 의미, 즉 남의 나로서의 삶이 페르소나라는 의미다.


삶도 여행도 마찬가지다. '나는 누구인가', '이 여행이 과연 내가 욕망한 진짜 나를 위한 여행인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래야 길을 잃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다. BTS의 RM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는 그가 만든 노래 페르소나를 통해 읊조린다. "누군 달리라고, 누군 멈춰서라 해. 얘는 숲을 보라고, 걔는 들꽃을 보라 해." 이렇게 흔들릴 때 RM은 스스로를 다독였다.


RM이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 사찰이다. 전남 여수 금오산에 둥지를 튼 '향일암'도 그중 한 곳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 한 번 절묘하다. 해를 품은 곳이라니. 향일암 템플스테이는 해를 품을 수 있어 더 특별하다. 당연히 이 특별함을 증폭시켜주는 핵심 사건이 RM의 방문이었다. '남해의 소원 명당' 애칭에 'BTS 소원 명당'이라는 수식어까지 더블로 달았으니 그 인기야 말이 필요 없을 터다.


일단 이 사찰의 역사부터 보자. 선덕여왕 때다. '원통암 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졌고 지금의 향일암이라는 이름은 1715년에 지어졌다. 명찰답게 특별함은 내부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일반인들 사이에 소원 명당이 된 이유는 이곳의 독특한 관음전 탓이다. 인간 세상의 소원을 부처님에게 전달하는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곳이 관음전이다. 향일암에는 이 관음전이 묘하게도 2개가 존재한다. 그러니 소위 기도발도 2배일 거라는 희망을 품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은 국내 4대 관음 기도 사찰로도 꼽힌다.


향일암에 오르는 과정도 특별하다. 바위 동굴 틈 7개를 지나야 한다. 간절한 마음을 품고 이 틈을 모두 지나면 소원 하나는 반드시 이뤄진다는 관문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코스가 있다. 7개 틈 중 으뜸으로 꼽히는 바야굴 해탈문은 해탈문이라는 이름처럼 마음이 무거운 사람은 지나지 못한다. 당연히 이곳을 지나기 전에 쌓인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RM 역시 이 길을 오르며 그를 짓눌러온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가 내려놓은 것이 짐작이 간다. 남의 시선, 남이 원해서 만든 RM의 페르소나였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바위틈을 지나며 그는 오롯이 자신의 욕망, 자신의 자아를 찾았을 것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크게 2가지다. 체험형과 휴식형이다. 맞춤 사회공익형 프로그램도 있다. 사찰의 역할 가운데 사회적 책임과 지역민을 위한 코스다.


향일암이라는 이름답게 천수관음전에서 해가 뜨는 바다를 바라보며 참 나를 찾는 명상이 핵심이다. 향일암 템플스테이 법대심 간사의 지도로 자세와 호흡법을 익히고 좌복 위에 다리를 틀고 앉아 자신을 찾아간다.


템플스테이 신상인 만큼 깔끔한 시설이 강점이다. 템플스테이관으로 탈바꿈한 곳은 후원 건물이다. 최신식 세면 시설을 갖춘 방사(40명 수용 가능)와 현대식 공양 공간과 다실이 차례로 마련돼 있다.


체험형은 1박 2일 코스가 기본으로, 첫날은 설렌 날이고 둘째 날은 아쉬운 날로 정의한다. 독특하게 첫날에 저녁 예불 108배 과정이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금오산으로 포행도 나간다. 오체투지 같은 힘겨운(?) 과정은 없으니 걱정 붙들어 맬 것.


새벽,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명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RM의 페르소나에 나오는 가사가 떠오를지 모른다. "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니가 사랑하는 나, 또 내가 빚어내는 나, 웃고 있는 나, 가끔은 울고 있는 나. 지금도 매분 매 순간 살아 숨쉬는 Persona."


미황사 - 혜민스님이 찜한 땅끝마을 힐링 사찰

여러분은 혹시 자신만의 안식처가 있나요? 삶이 지치고 힘들 때, 그래서 본연의 자기 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혼자 조용히 찾아가 숨을 고르며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말입니다. 스페인어로는 이렇게 다시 기운을 되찾는 곳을 케렌시아(Querencia)라고 합니다.

-혜민스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중에서


케렌시아, 스페인에서 온이 말의 원뜻은 조금 살벌하다. 피 튀기는 스페인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와 목숨을 걸고 싸우다 지친 소가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그 포인트, 즉 잠깐 쉬며 '기력을 회복하는 장소'라는 의미니까 말이다. 살짝 틀어 삶에 케렌시아를 투영해본다면 의미는 더 와닿는다.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전쟁터인 초고속의 삶, 냉혹한 이 삶의 정글에서 유일하게 조용히 찾아가 치유할 수 있는 피란처 정도가 된다.


혜민스님은 조곤조곤 말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불안하고 힘든 삶 속에서 버티려면 자기 주변의 케렌시아를 여러 곳 찾아내라고. 갑작스럽게 혜민스님 이야기를 꺼낸 건 순전히 남쪽 땅끝마을 해남의 '미황사' 때문이다. 혜민스님이 마음의 요동이 클 때 습관처럼 찾는 케렌시아다.


해남 땅끝마을의 상징 미황사, 두말 필요 없는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에 있다. 땅끝이라는 단어에 갇혀버린 여행객은 이곳 동쪽에 자리 잡은 달마산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달마산의 의미를 곱씹으면 더 끌린다. 한반도의 산줄기가 바다로 떨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솟아오른 봉우리, 그 속에 둥지를 트고 있는 절이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천년 고찰 미황사다.


혜민스님처럼 나 역시 힐링 여행지 1순위로 꼽는 곳이 땅끝 미황사다. 이유가 있다. 새벽안개가 걷히면 드러나는 흰빛의 수직 암봉 풍광 때문만이 아니다. 그 힘들다는 3,000배, 이곳에서는 딱 3초 만에 이룰 수 있다. 어떻게? 미황사 대웅보전에는 천불 벽화가 있다. 1,000개의 불상, 그러니 딱 절 세 번만 하면 3,000배다. 혜민스님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당연히 초고속 3,000배 때문은 아닐 터다.


미황사는 묘한 창건 설화가 전해진다. 신라 경덕왕 때인 749년 어느 날 돌로 만든 배가 달마산 아래 포구에 닿는다. 배 안에서 범패 소리가 들려 어부가 살피려 다가갔지만 배는 번번이 멀어져 간다. 이 말을 들은 의조화상이 스님들과 동네 사람 100여 명을 이끌고 포구로 나간다. 그러자 배가 바닷가에 닿는다. 배 안에는 화엄경 80권, 법화경 7권, 비로 자나불, 문수보살, 40성중, 16나한, 그리고 탱화, 금환, 검은 돌이 실려 있었다.


이내 마을 사람들이 불상과 경전 둘 곳을 의논하기 시작한다. 이때 검은 돌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검은 소 한 마리가 뜬금없이 튀어나왔고 순식간에 소는 거대하게 자라난다.


그날 밤 의조화상이 꿈을 꾼다. 꿈 속 금인이 '나는 본래 우전국(인도)의 왕이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부처님 모실 곳을 구하고 있다. 이곳에 이르러 달마산 꼭대기를 바라보니 1만 불이 나타남으로 여기 부처님을 모시려 한다.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 소가 누웠다가 일어나지 않거든 그 자리에 모시도록 하라'고 말을 한다. 의조화상은 금인이 지시한 대로 행한다. 소를 앞세우고 가는데, 소가 한 번 땅바닥에 눕더니 일어났고 산골짜기에 이르러 이내 쓰러져 일어나지 않았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누운 자리에 '통교사'를 짓고 마지막 머문 자리에는 미황사를 창건한다. 미황사의 '미'는 소의 울음소리가 하도 영롱해 따온 것, '황'은 금인의 황금색에서 따와 붙였다고 한다.


미황사는 절 아래 마을 서정리에서, 그것도 봄에 올려다봐야 제맛이다. 짙은 녹음을 발산하는 동백과 소나무 숲, 그 사이로 대웅보전의 잿빛 지붕이 한 점 구름처럼 둥실 떠 있다. 사실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에 땅끝만한 곳도 없다. 그곳에 있는 산사에서 템플스테이라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일 터다. 그러니 이곳에는 1년 내내 템플스테이족들이 몰린다.


이곳에서는 차담만큼이나 인기 있는 게 원족이다. 원족은 트레킹과 엇비슷한 의미다. 제법 먼 길을 걸으며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 이곳 원족 코스는 발군이다. 부도전 옆으로 1,200년 전 전설 속으로 슬며시 빠져들 수 있는 천년 포구길이 있어서다. 아예 이 길을 걷기 위해 이곳 템플스테이를 신청하는 열혈 트레킹족도 있다.


부도전에서 사자포구까지 11.5km를 가는 천년 포구길은 우리 전통의 리듬이 깔린 길이다. 느릿느릿 중모리 리듬이 이어지는가 하면 자진모리, 휘모리로 빨라진다. 그러다 다시 중모리 리듬으로 슬금슬금 느려진다. 그 엇박의 리듬을 따라 문화, 역사, 맛이 흐른다.


이곳의 명상 포인트는 너덜 지대다. 원족 때는 꼭 참선을 하고 가는 곳이다. 여기서 쉬엄쉬엄 1시간 정도를 더 가면 40년 전 조림한 측백나무 숲길이 나온다. 미황사 스님들은 이곳을 '다르마 로드'라고 말한다. '깨달음의 길','마음 수행의 길'이라는 의미다.


이곳 템플스테이는 격식이 없다. 물 흐르듯, 바람 가듯 그저 흘러간다. 시간도 짜여 있지 않다. 하루를 머물러도, 한 달을 머물러도 된다. 다만 미황사는 현재 사찰의 내부적인 사정으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굳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아니라도 좋다. 이곳은 또 다른 시작을 꿈꿔야 하는 땅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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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