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내가 할게

   
이화숙 외
ǻ
빨간집
   
15000
2022�� 01��



■ 책 소개


어린이 문학정신을 지켜나가는 동네서점 <책과아이들>의 25년 이야기

<책과아이들>은 부산에서 25년째 운영 중인 동네서점이다. 어린이 전문서점이라는 개념도 생소했던 시절, 독박육아의 시간을 아이와 책 읽기로 보내던 초보 엄마 강정아가 좋은 그림책을 자신의 아이만 보는 게 아까워 스스로 ‘잠잠이’라 칭하며 책방을 연 게 시작이었다. 이제 수많은 작가와 독자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이곳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책 문화의 버팀목이자, 남녀노소, 책방 회원과 동네 이웃 누구나 오가는 문턱 없는 책의 천국이 되었다. 서점 일만으로 바빠 켜켜이 쌓여온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낼 틈 없었던 잠잠이가 부산 동네서점들의 쑥반장 이화숙의 청을 받아 길고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걸어온 길처럼 깊고 단단한 목소리가 책장 가득 울려 퍼진다.

■ 저자 이화숙, 강정아
이화숙(쑥반장) - 세상을 향한 따뜻한 호기심은 내 삶의 원동력. 사람을 좋아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걸 특히 좋아한다. 고단한 타향살이를 정리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공유지의 풀밭을 가꾸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부산 서점·출판계의 홍반장을 꿈꾼다.

강정아(잠잠이) - 자신이 누군지 분명히 알지만 얼굴 붉히며 수줍어하는 잠잠이가 부러워 이름으로 삼은 지 30년 가깝다. 4기 암 진단을 받고 3년째 동거 중이다. 3년 전 그때, 내가 누군지 명확해졌다. 난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 내게 주어지는 삶을 거부 없이 신나게 사는 사람. 운도 좋다

■ 차례
여는 글

1부 <책과아이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독박 육아에 지쳐 집 나가 찾아간 곳
어린이 전문서점 <초방>을 만나다
아파트 거실에서 시작된 <잠잠이 책사랑방>
시댁 어른 몰래 문을 연 <책과아이들>
서점 위치에 대한 고민 : 양정에서 교대 앞으로
회원의 날과 만남잔치
기억의 장, 소식지
『마당을 나온 암탉』과 양계장 속 김 대표

2부 어린이 문학정신과  <책과아이들>
어린이 문학정신과 사회적 책임
어린이 문학을 ‘그림책 교실’에 담다
삶을 가꾸는 시
엄마, 옛날이야기 할머니가 되어줘
옛이야기의 가치와 복원
배움의 공동체, 책방 모임

3부 함께 읽는 독서 프로그램
초등학교 독서 모임 ‘친구와 함께’
겨울방학, 잠잠이샘과 세이레 책읽기
게임에 몰두하는 성빈이를 보면서
청소년, 가족과 함께 인문학을 읽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힘
누구에게나 논술이 필요할까?
얘들아, 탈핵 운동하러 가자
독서캠프 1박 2일
서점 운영의 뿌리를 다져준 ‘한 반 나들이’
그림책 원화 전시는 책으로 들어가는 통로
회원들과 함께 공부하며 준비한 기획 전시
상설 갤러리에 대한 고민
두근두근 당당하게 - 책을 무대에 올리다
우리는 생활연극을 지향합니다
요술 철가방? 어렵지 않아요
책 읽고 즉흥 연주하는 아이들
퍼커션 연주와 함께하는 그림책 교실

4부 서점에서 만난 사람, 서점에서 만난 세상
동네책방 서가의 수준은 그 마을의 수준입니다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교대 앞 인연들
어린이 서점 문의하는 분들에게
사회참여 활동, 서점 밖으로 걸어나가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와 함께
스스로 만드는 축제, 매일매일책봄
책방에 힘을 보탠 사람들
책방 선생님들
졸업하고도 찾아오는 아이들
기억에 남는 남매
서점 지원사업에 대해
공공도서관과 하고 싶은 일
24시간 열려 있는 소극장을 꿈꾸며
저걸 내가 다 못 읽을지도 모르겠네
닫는 글
<책과아이들> 동무들이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서점은 내가 할게


여는 글

<책과아이들>(공동대표 강정아, 김영수)은 어린이·청소년 전문서점으로 1997년 부산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은 서점 공간 외에도 책사랑방, 워크숍룸, 갤러리, 멋진 마당까지 갖춘 마을의 문화사랑방입니다.


강정아 대표님은 운영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20년 넘게 뚝심과 내공으로 서점을 지속해왔고, 서점의 공동대표인 김영수 선생님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출범 당시 초대 회장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책과아이들>은 부산에서 동네책방들의 멘토 역할을 하며 대내외로 동네책방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사심 없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책과아이들>의 여정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이 책을 통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서점은 내가 할게.”


강정아 대표님의 이 말씀만은 꼭 생생한 목소리로 여러분께 가닿기를 바랍니다. 무심한 듯 담담하지만 아주 단단한 그 목소리로 말이죠.


 

1부 <책과아이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시댁 어른 몰래 문을 연 <책과아이들>


수원에서 <잠잠이 책사랑방>을 하다가 부산으로 이사 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서점 준비에 들어가신 거죠? 처음엔 양정에서 서점을 열었다고 들었는데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97년, 제가 살던 아파트 상가인 양정 현대프라자에 공간을 마련했어요. 큰 아이는 일곱 살, 둘째는 두 살이었어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까 집에서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을 얻은 거죠. 시댁 어른들은 제가 일하는 걸 반대하셔서 몰래 준비했어요.


식구들이 지지를 안 해서, 그렇게 어렵게 시작했다는 게 요즘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가죠? 제가 맏며느리거든요, 맏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본인 계획 속에 좀 더 포함시키나 봐요. “난 처음부터 일하는 며느리 안 얻었다.” 하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정말 뜻밖의 이야기네요. 현재 부산 지역에서 <책과아이들>은 커다란 나무 같은 느낌이거든요.


지금 서점은 마당도 있고 여러 층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그땐 겨우 12평짜리 공간 하나가 다였어요. 행사를 기획하면서 모집이 안 될까 봐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좁아서 문제였죠. 어린이책 관련 행사가 도서관에서조차 잘 열리지 않던 시절이었어요. 행사를 열면 좁디좁은 공간이 사람들로 북적이곤 했어요. 좁은 공간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모임과 행사를 했던 시절이라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어요. 그때 그 시절 사진이 몇 장 한 남아 있어서 아쉬워요.


우리 옛이야기 다시 쓰기와 되살리기에 힘쓰셨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저자 서정오 선생님의 사진이라든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이었는데도 공간이 꽉 찼던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선생님 행사 때 사진이 그나마 남아 있어요.


책방 이름을 따님인 기영 씨가 지었다고요.


네, 맞아요. 당시 일곱 살이었던 딸이 지었어요. 처음엔 ‘이야기숲’같은 이름으로 지으려고 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추상적이잖아요.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으니 기영이가 옆에서 “책과 아이들이구만.” 하더군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딱이다 싶었어요.


이름 지은 기영이가 책임도 다했죠. 동생 세 명을 다 돌봤어요. 저녁밥도 맨날 해놓고. (웃음) 이 시대의 몽실 언니였어요. 회원 소식지 발송하러 우체국까지 왔다 갔다 하면 한 시간 넘게 걸리곤 했거든요. 그동안 기영이가 책방을 혼자 지키기도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간이 컸어요. 그 어린것을 혼자 있게 두고 동생도 부탁하고, 나중엔 장구 배운다고 팔도를 돌아다녀도 내버려두고….


간이 커서 덜컥 책방도 했겠죠? 부산에 내려와 동화 읽는 어른 부산 모임인 ‘얼레와 연’을 함께 만들고 활동하는데, 제일 아쉬운 것이 부산에 어린이 전문서점이 없다는 거였어요. 신평에 살 땐 동아대 근처 <향학서점>이라도 갔지요. 그러다 덜컥 “서점은 내가 할게.”한 거죠. 양정으로 이사하면서 상가도 동시에 얻었고요. 남편이 내내 전설처럼 얘기해요. 이 사람은 내가 일본 장기 출장 간 사이에 이사도 하고 서점도 열었다고. 이만하면 간이 큰 건가요? 그래도 열어놓고는 심장이 콩닥 콩닥 뛰더라고요.



2부 어린이 문학정신과 <책과아이들>

어린이 문학정신과 사회적 책임


<책과아이들>을 20년 넘게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오랜 세월을 버티게 해준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 같아요.


처음부터 대단한 운영 철학이 있었던 건 아니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면서 길을 찾아가고 있어요. 초창기 책방 표어로 삼은 말은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어린이에게 기쁨을’이었어요. 좋은 책을 봤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재미와 감동이 바로 ‘기쁨’인 거죠. 아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을 골라주자는 데서 시작된 말이었어요.


교대 쪽으로 이사온 뒤에는 ‘서점 나들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어요. 주기적인 활동, 말하자면 습관을 붙이는 활동이라는 걸 강조했죠. 2003년에는 같은 건물 2층을 인수해 책 읽어주는 공간인 책사랑방을 좀 더 넓게 마련하면서 이렇게 써붙였어요. ‘<책과아이들>은 어린이 문학을 즐기는 곳입니다.’ 책 읽기는 학습이 아니고 즐기는 행위라는 거죠. 지금은 ‘어린이 문학을 즐기고 어린이 문학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을 서점입니다.’라는 문구를 쓰고 있어요.


어린이 문학정신이라. 정확한 뜻을 잘 몰라도 들었을 때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는 느낌인데요.


이오덕 선생님이 ‘동심’에 대해 이야기한 게 있어요. 동심을 ‘사심 없는 마음’이라고 잘 정의하셨어요. 말하자면 나를 내세우는 욕심이 사심이죠. 서점 일을 할 때도 사심이 들어가면 안 돼요. 가만히 돌이켜보니 그동안 그래왔던 것 같네요. 사심 없이 일했기 때문에 일이 이뤄지고 하늘이 저를 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어린이 문학정신이 뭐냐고 물어보면 동심을 들어 설명해요. 그렇게 해서 앞의 문구가 탄생했어요. ‘지킵니다’가 아니라 ‘지키고자 합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노력한다는 뜻이에요. 사심은 항상 일어나게 마련이니까요. 늘 함께 읽어온 책,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 책, 그쓰기 연구회와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펴낸 책 등등, 결국은 모두 같은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제 표현 방식으론 바로 어린이 문학정신이죠.


책방 규모가 커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더 많이 느꼈어요. 계몽주의를 무척 싫어하는데도 말이죠. 공간 규모에 걸맞게 공적인 책임 같은 걸 좀 더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3부 함께 읽는 독서 프로그램

초등학교 독서 모임 ‘친구와 함께’


영유아와 함께 하는 그림책 교실 외에 초등학교 이상 아이들과 함께 하는 책 읽기 프로그램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초등학교 독서 모임인 ‘친구와 함께 책읽기’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 아이 기영이가 4학년이었던 2001년에 시작했으니 꽤 오래됐네요. 희한하게 기영이 주변으로 친구들이 잘 모이더라고요. “책읽기 같이 할 사람 모여.” 했다가 나중에는 같이 축구도 하고 여행도 가고 했지요.


아이들을 들여다보니까 저한테 배우는 게 아니라 친구들한테 배우는 거더라고요. 그걸 부모들은 잘 모르니까 명칭으로 드러낸 거죠. 학부모들이 반을 구성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순리대로 하면 거기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건데 말이죠. 


30여 년 전에 동화 읽는 어른 회원들과 독서지도사 과정을 만들었어요. 저는 책 장사를 하기 위해서 참여했다고 오해할까 봐 빠져 나왔어요. 그리고 책방에서 제 나름으로 독서 지도 방법을 구상했지요. 무엇보다 어릴 때는 책 읽어주기와 들려주기의 효과가 크다는 걸 믿었어요. 더 커서는 책을 성실히 읽고 정직한 글쓰기를 하는 단순한 과정을 반복했어요. 함께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거나,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거나 약간의 순서 차이만 있죠.


독서 지도는 책 고르기에서 시작해 책 고르기로 끝나요. 연령과 계절에 적절한 책을 고르는 순간 아이들과 만남은 90% 성공이더라고요. 책이 다 해줘요.



4부 서점에서 만난 사람, 서점에서 만난 세상

기억에 남는 남매


<책과아이들>을 운영하면서 제일 기억나는 아이가 있다면요?


제가 안 울고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남매가 있는데, 지금은 둘 다 성인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 오빠는 초등 3학년이고 동생은 1학년이었어요. 집안 사정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저한테 와서 먼저 얘기하더군요.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요. 엄마랑 살아요. 저는 유복자에요.” 둘 다 항상 즐겁고, 구김살 없는 순박한 아이들이었어요.


한참이 지나도 그 아이들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그런 데 어느 날 걔들이 고등학생, 중학생이 되어 찾아온 거에요. 남매가 오랜만에 만나서 엄마랑 같이 갔던 곳에 가보자 했는데, 그곳이 바로 <책과아이들>이었대요. 교대 앞에서 만나 예전 책방 있던 자리에 가보니 없어졌더라는 거예요. 너무 속이 상해서 그냥 가려고 하다가 지금 서점 간판을 보게 된 거죠. 간판을 크게 붙이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걔들이 어릴 때 책방에서 저랑 시 모음을 했던 공책을 안 찾아가서 제가 보관하고 있었어요. 얘기했더니 보여달라는 거예요. “선생님, 우리 이렇게 못했어요? 아, 창피해.” 하면서 안 가져간대요. 그래서 알겠다고, 내가 가지고 있겠다고 했어요. 한 번씩 오라고 했는데 그 뒤에는 못 봤어요. 대학에 간 것까지는 알아요. 둘 다 졸업했을 나이죠. 그 얘들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사람들이 저에게 서점 언제까지 할 건지 물어보거든요. 없어지면 안 된다고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그 남매에게 중요한 장소일 수도 있잖아요. 그 아이들이 언젠가는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만남까지 이어지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해요.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