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나태주
ǻ
열림원
   
15000
2022�� 10��



■ 책 소개


‘풀꽃 시인’ 나태주 × 자연예술가 임동식
그림, 마침내 시(詩)가 되다

1945년생. 해방둥이, 동갑내기. 을유생, 닭띠. 임동식 화백과 나태주 시인. “공주라는 고즈넉한 도시에서 만나 한세상을 함께 산 두 사람.” 나태주 시인은 언제부터인가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임동식 선생은 “오로지 화가 그것일 뿐인 사람”.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화가 임동식은 자연(自然),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향한 겸허한 사랑을 화폭에 담는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사물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시로 써온 ‘풀꽃 시인’ 나태주. 인생이라는 고단한 여정에서 두 친구가 건져올린 삶의 고즈넉한 정경은 그림이 되고, 마침내 시(詩)가 된다. 임동식 화가의 그림 51점과 그 유장한 아름다움에 헌정하는 시 48편,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순수한 서정이 빛나는 애송시 6편이 수록되었다.

■ 저자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풀꽃』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 등 15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 「풀꽃」을 발표해 ‘풀꽃 시인’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충남문인협회장, 충남시인협회장, 공주문화원장,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는 공주에서 ‘나태주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제정·시상하고 있다.

■ 그림 임동식
1945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났다. 1964년 공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7년 공주문화원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1974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해 ‘한국미술청년작가회’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자연물과 교감하는 행위와 설치 예술을 시작했다. 1970년대 말, 공주로 돌아와서 〈금강현대미술제〉 개최, ‘야투-야외현장미술연구회’ 창립 등 수행적 예술행위를 지속했다. 1981년부터 10년간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유학했으며, 1991년 해외 작가들과 함께 〈금강에서의 국제자연미술전〉을 개최했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공주 원골에서 ‘예술과 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8년 DTC아트센터 초청 개인전 〈임동식: 1980년대 함부르크 드로잉부터 2018 오늘까지〉, 2020년 서울시립미술관 초청 개인전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을 개최했다. 2020년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했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서로 다른 계절의 두 사람
화가 임동식 / 그냥 소년이다 / 토끼야 놀자 / 실험가 / 수선화에게 인사 / 놓아주자 / 숲속에 / 꽃들아 안녕 / 두 사람 / 그날 / 혼자의 기쁨 / 평화 / 슬픔 / 소년 시대 / 그리운 시절 / 지상에서의 며칠 / 세상이 밝아왔다 / 배반은 없다 / 산전山田 / 유현幽玄 / 청춘 / 우정 1 / 우정 2 / 아버지의 집 / 저녁 강 / 비단강 / 설일雪日

2부 겨울 없이 어찌 봄일 수 있을까
그리움 1 / 그리움 2 / 상사想思 / 비 / 거리감 / 별밤에 / 좋은 날 / 흰 구름 / 안개 / 뒷짐 / 하오의 한 시간 / 응시 / 손님 / 고양이 함께 / 기도 / 조춘早春 / 결코 / 향기에 취해 / 황홀 / 그 또한 별 밭 / 두고 온 나라 / 나무 어른 / 친구 / 안부 / 마음 멀리 / 비의秘意 / 화백과 더불어

에필로그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서로 다른 계절의 두 사람

화가 임동식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사람


산과 들과 강물을 사랑해

산과 들과 강물을 그리다가

끝내 산과 들과 강물이 되어버린 사람


그를 우리는 오늘

화가라 부른다

공주의 화가를 넘어

대한민국 화가라 부른다.



두 사람

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 있었네


다른 길로

돌아서 왔지만


끝내는 

한길에서 만난


서로 다른 계절의

두 사람


꽃이 피는 일은

꽃이 지는 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생은 파노라마.



우정 2

그림은 때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도 한다


보아라, 수없이 많은

저 나무 잎새 하나하나


땅을 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미세하게 조금씩


하늘을 향해 고개 들고 있었음을

그대 놓쳐서는 안 되리라.



겨울 없이 어찌 봄일 수 있을까

그리움 2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좋은 날

바람 좋은 날

구름 좋은 날

사람도 좋아진다

짐승까지도 좋아진다

이런 날 좋아지지 않고

어찌 배겨날 수 있으랴

나무 좋다

풀들도 좋다

모두가 순해진다

고른 숨을 쉰다

멀리멀리 뻗어

산을 넘는다

마음의 고개를 넘는다.



뒷짐 

뒷짐을 지고 세상을 보면

풍경이 잘 보인다

길이 환하다

오름기도 그다지

숨차지 않다


뒷짐을 지고 세상을 보면

나 자신이 보이기도 한다

나무 나무 나무

나무가 나이고

풀잎 또한 나이다


무겁게 안고 있던 마음의

근심 걱정들 내려놓고 싶어진다

문득 세상과도 화해하고 싶어진다

용서하지 못할 일들까지

용서하고 싶어진다.



고양이 함께

할머니 할머니

비단이 안 팔려

어쩌면 좋아요


그러게 말이다

오늘도 종일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구나


너라도 내 곁을

지켜줘서 고맙구나.



결코

정말로 화가는

그림 속에 소리를

담고 싶었을까?


정말로 화가는

그림 속에 냄새를

담고 싶었을까?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들릴 듯한 소리

이 세상에는 없는 소리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번져 나오는 냄새

이 세상에는 결코 없는 냄새.



친구

겨울 없이 어찌 봄일 수 있을까

고통 없이 어찌 기쁨일 수 있을까


목말랐던 나무들 잠 깨어

벌컥벌컥 물 마시는 소리


땅속에서 군시러웠던 꽃들

햇빛 속에 나와 웃고 있는 소리


더는 참을 수 없어 나도

지팡이 짚고 나왔단다


이 동산에서는 누구나 친구

보아라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아라


나무 수풀 가지가지 사이로

흘러가는 바람의 맨살을 좀 보아라.


* * *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