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후이(역:최인애)
ǻ
미디어숲
   
16800
2022�� 08��



■ 책 소개


3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후이의 반짝이는 고백
깊은 안도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작가의 메시지!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고 또 누군가와 헤어진다. 그 과정에서 아픈 상처만 쌓아가는 이가 있고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는 이도 있다.

후이는 사랑이라는 전쟁터에서 늘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비루한 패잔병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말처럼 지나간 사랑에서 교훈을 얻고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며 새로운 사랑을 꿈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전해 주는 흥미로운 경험담과 깊은 통찰은 독자에게 단단한 마음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깨달음을 준다.

■ 저자 후이
후이구냥, 본명 뤼후이. 1983년생 물병자리. 중국방송대학(University of China) 졸업 후 출판, 광고, 미디어,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몸담았다. 현재 공푸전옌 영화사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글과 가사를 쓴다. 3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2014년, 2015년 연속 베스트셀러 대상을 받아 ‘인터넷 시대 신여성 대변인’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흔들리며 꿈꾸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산다. 예민한 편이고, 여름과 여행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일은 듣고 또 듣기. 과거에 침잠된 일들을 기억하고 기록해서 ‘이야기 속에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한다. ‘손에 든 펜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단지 하나의 인생 경험이 된다’는 말을 믿는다. 『결국 모든 것은 다 좋은 계획이야』, 『괜찮아, 상관없어』, 『시간이 너를 증명한다』 등을 썼다. 『결국 모든 것은 다 좋은 계획이야』는 올해의 명언으로 선정되어 100여 명의 명사를 통해 인용되었으며, 동명의 드라마가 2017년 제작되었다.

■ 역자 최인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였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괴짜 심리학』,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심리를 처방합니다』 외 다수가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_ 나는 나를 사랑해

첫 번째 속삭임_ 사랑
품위와 결혼하다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한없이 낯설고 어색한 사랑
맘대로 사랑한 건 나니까, 넌 네 맘대로 해
사랑하면 보인다
이별은 내가 성장할 기회

두 번째 속삭임_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편해지는 인생
실패해도 괜찮아
진심과 정성을 다해

세 번째 속삭임_ 외로움
거절 못 하는 당신에게
함부로 내 영역에 들어오지 마세요
나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네 번째 속삭임_ 진심으로 대하기
더 많이 주고 싶은 사람
서로를 위해 관심 끄기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고결한 사람이었는가
어느 여행에서 일어난 일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사랑

한없이 낯설고 어색한 사랑

어느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손에 알록달록한 풍선을 한가득 안은 어르신과 마주쳤다.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손주 주실 선물인가 봐요?”


어르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아내에게 주려고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에 쑥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부끄럽지만, 아내가 좋아하거든요.”


***


누군가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을 보았다. 외국으로 보이는 거리, 한 노부인이 화장품 가게에서 파운데이션을 고르고 있었다. 얼핏 보아도 일흔을 훌쩍 넘긴 그녀는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곁에 있는 노신사의 모습이었다. 부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화장품을 골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영상에 달린 댓글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달달하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나도 나이 들어서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 등등...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이 하나 있었다.


‘저게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할아버지도 할머니가 샴푸 살 때 항상 저렇게 도와주는데?’


하지만 이 댓글은 ‘부럽다’, ‘감동적이다’, ‘현실 맞냐’는 식의 댓글 홍수에 밀려 저 아래로 사라지고 말았다.


***


친한 친구끼리 모인 날,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한 친구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녀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지만 이내 심각해졌다. 그러더니 수화기 저편을 향해 진심으로 ‘그 일을 잊다니 정말 미안하다. 바로 들어가겠다’며 열심히 사과하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다들 숨죽인 채 그 친구만 바라봤다. 그녀는 통화를 끝내자마자 급한 일이 있어서 가 봐야겠다며, 이번에는 우리에게 사과했다. 다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했다.


“됐어. 미안하긴, 월급쟁이 명줄은 상사가 쥐고 있는데 어쩌겠냐.”

“얼른 회사로 들어가서 일 봐라. 괜히 밉보였다 자리 없어질라.”


그녀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 오해라며 손을 내저었다.


“상사가 아니라 세 살짜리 우리 딸이야. 오늘 밤에 같이 어린이 드라마를 보기로 약속했는데 그만 깜빡 잊었지 뭐야.”


친구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통화하는 말투도, 태도도 영락없이 어른을 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딸과 통화하면서 그렇게 저자세로 나가다니 엄마의 권위는 어디로 갔냐며 누군가 핀잔을 주자 그녀는 우리보다 더 놀라며 반문했다.


“엄마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 딸은 상사만큼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는 거야?”


***


오래전, 한 잡지에서 읽은 수이의 자전적 에세이를 잠시 소개할까 한다.


1950년, 열다섯 살 수이는 기차를 타고 충칭에서 청두로 향했다. 역에는 아버지인 라오서가 마중나와 있었다.  수이가 객차에서 내리자 아버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다.


“수이, 안녕하시오.”


아버지의 격식 차린 인사에 수이는 적잖이 당황했다. 당시에는 어린 아들에게 어른을 대하듯 정중히 악수를 청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고 그때를 돌이켜 본 수이는 비로소 아버지가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여 줬음을 깨달았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성이나 나이 차에 상관없이 사람은 모두 평등하고, 모두가 똑같다는 메시지 말이다.


간단하고 명료한 이치이건만 이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이 든 반려자를 처음 사랑하던 때와

변함없이 아끼고 배려하는 것.

어린 자녀를 어른과 마찬가지로 존중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

연로한 연장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쏟는 것과 똑같은 인내와 미소를 보이는 것.

부모와 허물없이 지내며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는 것.


이해할 수 없고 낯설다고 해도 이런 식의 관계 맺기를 원치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바라지만 가지지 못했기에, 그런 관계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아예 믿지 않으려 할 뿐이다.



있는 그대로

실패해도 괜찮아

지섭은 차(茶) 덕후다. 그의 사랑은 차를 마시고, 음미하고, 모으고, 차 이야기를 하며 친구를 사귀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업으로 삼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 그는 전국의 유명한 다원을 돌아다니며 직접 차를 거래한다. 뛰어난 품질의 찻잎을 얻기 위해 첩첩산중 두메산골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그를 보면 진짜 사랑이란 저런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온갖 정성을 들여 구해 온 차를 일부는 자신과 지인을 위해 보관하고, 일부는 팔고, 일부는 차 상인끼리 친목을 도모하는 데 투자한다. 그런데 이 친목의 방식이 범상치 않다. 다들 차 덕후를 넘어 이른바 ‘차의 전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차의 전쟁’이란 서로 가진 차의 품질을 겨루는 것을 말한다. 두 사람이 맞대결할 수도 있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자웅을 다루기도 한다. 보통 생산지, 제다 방식, 보관 방법 등 차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정보를 비교해서 차 상인으로서 안목을 검증한다.


지섭은 차의 전쟁이 푹 빠져서 기회만 생기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다. 어디서 누구와 벌인 겨루기는 어떠했고, 어느 때 아무개가 가져온 차가 참 훌륭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무슨 대단한 무용담처럼 펼쳐놓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 세계가 참 심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번은 그에게 그렇다면 성적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래도 명색이 ‘전쟁’인데 이기는지 지는지, 승률은 어떤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지섭은 쑥스럽게 웃으며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많다고 했다. 오죽하면 별명이 백전백패 장군이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말을 들으면 화나지 않냐고 묻자 지섭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했다. 오히려 ‘고맙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그런데 자꾸 지다 보니까 그게 오히려 나한테 도움이 되더라. 차의 전쟁에서는 규칙이 있는데 바로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차를 사들이는 거야. 가지고 있는 양의 반 정도를, 원래 가격보다 조금 더 비싸게 구매하는 게 원칙이지. 패자를 위로하는 방법이랄까. 그럼 나는 그 돈을 가지고 더 좋은 차를 찾아다녀. 결과적으로는? 정말로 더 좋은 차를 만나게 되더라고.”


패배함으로써 더 좋은 것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가 져도 괜찮은 이유였다.



진심으로 대하기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고결한 사람이었는가

직장을 다닌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사수가 거래처에 가서 중요한 서류를 받아 오라며 예정에 없던 심부름을 시켰다. 한창 차가 막힐 시간이라 전철을 타고 가서 부랴부랴 서류를 받아 오니 정작 급히 필요하다던 사수가 자리에 없었다. 그새 다른 거래처에 외근을 나간 것이다. 전화를 해 보니 당장 자신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오라며 성화를 부려서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전철을 타고 한 시간이 걸려 찾아갔다. 서류를 전해 주고 나오니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날따라 높은 하이힐을 신은 바람에 다리가 너무 아팠다. 발가락은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고, 발바닥은 타는 듯했으며, 발꿈치는 벌겋게 쓸려 피가 맺혔다. 절뚝이며 지하철을 탔지만 퇴근 시간이라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간신히 지지봉을 잡고 섰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차라리 구두를 벗고 쭈그려 앉고 싶었지만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머리 한구석에 박힌 ‘여자는 언제나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공공장소에서’라는 가부장적 고정관념이 주저앉으려는 나를 자꾸 가로막았다. 하지만 내 몸은 비명을 지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눈이 핑핑 돌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두 정거장도 못 버티고 기절할 것만 같았다.


사실 내가 주저앉든 말든,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엄청난 갈등에 시달렸다. 신체적 한계와 정신적 압박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못하고 마치 생사가 걸린 선택을 앞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나는 벌게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지지봉에 기댄 채 조금씩 주저앉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돌아보니 소박한 옷차림의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내 곁에 서 있었다. 내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아주머니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기 뒤에 있던 커다란 짐을 끌어다 내 쪽으로 밀었다. 검은 비닐로 싸인 짐은 얼추 내 허벅지 근처까지 올 만큼 부피가 컸다. 짐의 크기를 보아도 그렇고 아주머니의 차림을 봐도 그렇고, 근처 의류 도매시장에서 떼어 온 옷더미가 분명했다. 아주머니는 짐을 툭툭 치며 말했다.


“앉아요.”

“...네?”


내가 바보처럼 되묻자 아주머니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다 옷이라 눌려도 괜찮아요. 어서 앉아요.”


나는 잠시 멍하니 짐을 바라봤다. 하지만 강렬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고맙다는 말과 함께 조심스레 그 위에 걸터앉았다. 엉덩이 아래 푹신한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 너무 편안해서 울고 싶어졌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는 신경 쓰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주머니가 앉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자신은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젊은 아가씨가 직장 생활하느라 얼마나 힘들겠어요, 고생이 많아요.”


그날 나는 빈자리가 생길 때까지 옷더미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아주머니는 내리지 않았다. 어느 역에서 내리시냐고 물어봐도 자꾸 다른 이야기만 할 뿐, 좀처럼 대답해 주지 않았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 그 옷더미의 감촉이 생생하다. 여태껏 내가 앉아 본 모든 자리를 통틀어도 그만큼 편안한 자리는 없었다. 몇천만 원 하는 소파에도 앉아 보고, 비행기 일등석도 타 봤지만 그날 아주머니가 내어준 비닐봉지에 싸인 옷더미보다 편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느낌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스해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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