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그랜트 스나이더
ǻ
윌북
   
14800
2022�� 06��



■ 책 소개


세상이 거칠다고 나까지 거칠어질 필요 있을까?
늘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마음 관리법

거친 세상의 크고 작은 소란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마음 단단한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음과 정신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그 방법을 담은 카툰 에세이다. 그렇다고 이 방법들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저 일상을 좀 다르게 경험하고 그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그시 관찰하는 소소한 기술의 연속이다. 특별히 마음 단단하고 시끄러운 세상에도 덤덤하게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 보내는 혼자만의 특별한 시간. 저자는 어떤 철학이나 가르침을 강요하지 않고 아주 부드러운 방식으로 유머스럽게 그 시간을 소개한다. 

■ 저자 그랜트 스나이더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만화는 《뉴요커》, 《캔자스시티 스타》, 《베스트 아메리칸 코믹스》 등에도 소개되었으며,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헤맨 나날을 촘촘히 그려 넣은 「책 좀 빌려줄래?」는 전 세계 책덕후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기도 했다. 시적인 문장과 위트 넘치는 그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삶도 환하게 빛나는 것만 같다.

■ 역자 홍한결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나와 책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쉽게 읽히고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옮긴 책으로 「신의 화살」, 「인간의 흑역사」, 「진실의 흑역사」,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책 좀 빌려줄래?」,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등이 있다.

■ 차례
깨어 있는 삶을 위한 선언
눈앞의 사물을 관심 있게 보자
매일 빈 공간을 만들자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자
생각을 종이에 적자
날씨가 어떻든 밖에 나가자
지루함을 겁내지 말자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겪어보자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늘 경이로움에 눈을 뜨자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눈앞의 사물을 관심 있게 보자

명상

조용한 곳을 찾아

산만한 건 멀리하고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스쳐 가는 생각들을 바라보고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잊고

언젠가 스러질 날을 염려하지 말고

나를 둥실 떠나보내자

대지와 이어진 채 일어나

우주 앞에 깨어나자



매일 빈 공간을 만들자

휴식의 요령

윙윙 맴도는 잡생각은 무시하고

도시의 소음에 귀를 닫고

연휴에는 집에 틀어박히고

경계를 너무 조이지 말고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무 미루지 말고

자리는 넉넉히 확보하고

이 순간을 즐기자

어느새 지나갈 테니


미래

우리 앞길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누가 알까?

토끼굴?

살얼음판?

낭떠러지?

가상현실?

어처구니없는 실패?

비록 불확실해 보여도

나아가야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자

하루하루

하루에 하루씩 살자

울타리를 한 코 한 코 엮듯이

벽돌을 한 장씩 깔듯이

파도처럼 물결치고

물방울처럼 흘러내리다

기억 속으로 흩어지도록

차곡차곡 쌓이고

새록새록 돋다 보면

삶이 은은하게 내비치겠지



생각을 종이에 적자

지나친 몰두에서 벗어나는 법

일과 거리를 둔다

자연 속에서 걷는다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다

샤워를 오랫동안 한다

하지 않던 활동을 한다

장소를 옮긴다

일을 다시 손에 잡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날씨가 어떻든 밖에 나가자

좋은 소식

낮이 점점 길어진다

창밖 어디선가

숨은 새들이 지저귄다

겨우내 쌓인 낙엽 틈에서

무언가

노랗고 파란 것이 솟는다

마른 가지에서 잎이 돋는다

꽃이 핀다

세상이 불현 듯

형형색색으로 흐드러진다

누가 뭐라건

봄은 온다


비 오는 날 할 수 있는 일

유리창에 흐르는 빗방울 구경하기

잔물결의 동그라미 세기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의 리듬 듣기

푹신한 의자에 앉아 딱딱한 책 읽기

담요로 요새 짓기

따뜻한 코코아로 몸 녹이기

밝은색 비옷과 싸구려 우산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

일렁이는 불빛 위에서 첨벙거리기


여름 느낌

고개 숙인 해바라기

곧 쏟아질 듯한 소나기

밀맡에 부는 바람

숨 막히는 더위

매미 울음소리

보름밤 불꽃놀이

도로의 아지랑이

현관에 무성한 잡초

자욱한 방충제 스프레이

막 내린 비 냄새

박쥐의 활강

헐렁한 모자

갖가지 모양의 구름

오색영롱한 곤충들

흘러가는 시간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


가을 느낌

귀퉁이의 거미줄

꽃에 앉은 작은 새

붉게 물든 담쟁이

날아다니는 나비

문간의 나방 떼

힘이 센 다람쥐

잿빛 구름과 기러기들

노랗게 물든 나뭇잎

눈부신 아침 햇살

뒤엉키는 머리칼

숨은 귀뚜라미 울음소리

못 보던 모양의 구름

거미줄 피하기 림보

창가의 나방

눈길 닿는 모든 곳이

가을의 연가를 쓰는 이유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겪어보자

점심시간

딱히 할 일 없이 마냥 걷는다

녹조가 잔뜩 낀 연못을 지나

평범한 주택가를 지나

보도가 끊어지는 그곳에 이른다

산들거리는 바람, 윙윙거리는 벌레

양말에 달라붙는 가시풀

드넓은 하늘 아래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나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다시 걸어 돌아간다

하나뿐인 내 삶 속으로


순환적 사고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면

걸어보자

계속 원을 그리면서

돌다 보면

나사가 헐거워지고

그러다가 아래로 쑥 떨어져...

잠재의식 속에서 해법을 찾을지도



늘 경이로움에 눈을 뜨자

희망

희망은 유치한 것

많이 품을수록

많이 사라져버려

희망이 클수록

실망도 크지

희망은 어이없는 것

현실을 왜곡하고

손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져버려

그래도 우린 희망을 놓지 않아

희망을 키우고 키워서

희망에 부풀고

희망에 젖어들곤 해

희망에 들뜨고

또 들떠서

도취해버리지

내가 남들에게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을까?

내 희망은 계속 솟아오르기만 할까?

나는 눈부신 희망의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리려나?

아니면 현실과 맞부딪쳐

추락할지도

희망은 어리석은 것

그렇지만 더 어리석은 건

희망을 포기하는 것


고마워

바삭거리는 낙엽

말라붙은 개울

산울타리

불길한 까마귀

가을의 마지막 꽃

쇼핑몰 위 밤하늘

좀 이상한 길 이름

줄 맞춰 나는 기러기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갈매기

공룡의 후예들

부질없는 몸짓

못 들어가는 풀밭

무리 속의 개성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기

그림자 춤

의외의 로맨스

보도가 끝나는 곳

하늘이 시작되는 곳

그리고 미처 인사하지 못한 모든 것에게…

고마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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