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을 위한 시

   
나태주
ǻ
열림원
   
17000
2022�� 01��



책 소개


풀꽃 시인 나태주와 함께 읽는
‘BTS’와 ‘작은 시’

평소 BTS의 노랫말에 관심이 있었다는 나태주 시인은 BTS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노랫말에 담긴 메시지를 찾아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이다. 시인은 서른다섯 편의 가사를 읽으며 느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BTS의 메시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더한다.

이 책에서 나태주와 BTS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작고 사소한 것 사이에 녹아 있는 “사랑”이다. 시인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랫말에 숨은 사랑을 찾아가면서도, “사랑에 대한 생각이나 정의”가 자신의 그것과 달라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무릎을 탁 치며 방법이 다를 뿐 그것 또한 사랑임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 저자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풀꽃』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 등 150여 권을 출간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 「풀꽃」을 발표해 ‘풀꽃 시인’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2014년부터는 공주에서 ‘나태주 풀꽃문학관’을 설립 ㆍ 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제정 ㆍ 시행하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낯선 길 위에서
서시 작은 것이 아름답다

PART 1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 사랑에 빠진 소년
Tomorrow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Rain - 화사함을 너에게
Intro : 화양연화 - 꽃처럼 아름답던 날들
이사 - 노마드
Butterfly - 사랑은 떨리는 마음
Whalien 52 - 독백처럼
고엽 - 눈물겨운 아름다움
Save ME - 치명적인 사랑
EPILOGUE : Young Forever - 공연 끝낸 자리
Reflection - 영화 같은 인생
Lost - ‘가지 않은 길’ 앞에서
둘! 셋!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 노래의 매직
봄날 - 저, 눈부신 애상
Outro : Wings - 새, 가지 말라는 길

PART 2
Intro : Serendipity - 사랑의 기쁨
Best Of Me - 황홀한 고백
전하지 못한 진심 - 수줍은 사랑
134340 - 버려진 자의 아픔
Love Maze - 막강한 노래의 힘
Magic Shop - 사랑처럼 기적처럼
Euphoria - 꿈속의 꿈
Trivia 承 : Love - 눈부신 한국말 미학
I’m Fine - 그래, 나도 괜찮아
Answer : Love Myself - 인생의 해답

PART 3
Intro : Persona - 자신의 구원
소우주(Mikrokosmos) - 인간이란 소우주
Make It Right - 초심으로 돌아가는 겸손
00 : 00 (Zero O’Clock) - 종점이 바로 시작
친구 - 메아리처럼 아우성처럼
Moon - 황홀한 사랑 고백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 - 더 많은 일곱과 함께
Life Goes On - 사랑만이 오래 남는 것
Blue & Grey - 소망과 우울과
잠시 - 혼자서도 사랑

에필로그 의자 하나 옆에 놓고
저작자 리스트

 




작은 것들을 위한 시


Tomorrow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Tomorrow

우리가 그토록 기다린 내일도

어느새 눈을 떠보면 어제의 이름이 돼

내일은 오늘이 되고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어제가 되어 내 등 뒤에 서 있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한참 전의 일일 거야. 미국의 서부, 로스앤젤레스, 우리 한국의 교포 문인들이 초청해주어서 문학 강연을 여러 차례 가본 일이 있었지. 그때 한 여성 문인의 안내로 수목원을 구경 간 적이 있었단다. 거기서 허밍버드, 우리말로는 벌새를 맨 처음 가깝게 만나보기도 했었지.


그때 허밍버드와 함께 본 것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었지. 영어 이름으로는 ‘예스터데이 투데이 앤 투모로우.’ 하나의 나무에 피어 있는 꽃들의 색깔이 달랐단다. 어제 핀 꽃은 연보라색인데 오늘 핀 꽃은 보라, 그리고 이틀이 지난 꽃은 흰색. 꽃이 핀 날짜에 따라 꽃 빛깔이 이렇게도 확연히 구분된다는 게 신기했어.


그래서 꽃의 이름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었던가 봐. 그러나 그것은 꽃의 일이고 우리 사람의 일은 그렇게 확연하게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봐. 나는 말하곤 해. 오직 우리에게 유의미하고 중요한 건 오늘뿐이고 어제는 흘러간 오늘이고 내일은 오지 않은 오늘이라고.


하지만 인간만이 내일을 꿈꾸고 내일을 위해 발돋움해. 오늘의 삶이 비록 성공적이지 못하고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더라도 내일이라는 또 다른 오늘을 믿고 오늘의 실패와 고통까지 인내한다고 봐.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 말하고 꿈이라 말하지. 그야말로 고마운 일이야. 이러한 꿈마저 없다면 어떻게 오늘의 힘겨움을 견디겠어.


BTS, 방탄소년단. 휘황찬란 빛나는, 아름다운 젊은이들. 그들이 부르는 노래. 나는 처음 그들의 노래 역시 휘황찬란 빛나기만 할 줄 알았어. 그런데 정작 가사 내용은 안 그런 거야. 오늘날 ‘미생’이니 ‘취준생’이니 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보통 젊은이들의 심정과 형편과 꿈을 그대로 담고 있는 거야.


가슴이 먹먹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그런 심정이야. 분명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듣는다면 더욱 그 느낌은 격렬하고 실감이 날 거야. 아, 그렇구나. 그래서 방탄소년단인 거구나. 그래서 한국의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거구나. 반복되는 이런 가사는 나이 든 내 가슴도 울려줘. 그러니 젊은 네 가슴은 더욱 감동 쪽으로 줄달음치겠지.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에 전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 마/ 지금 니가 어디 서 있든 잠시 쉬어 가는 것일 뿐/ 포기하지 마 알잖아.”


결국 이 노래는 우리에게 미래의 희망을 잃지 말라고 종용하는 노래고 또 용기를 북돋워주는 노래였던 거야.


Intro : 화양연화 - 꽃처럼 아름답던 날들

Intro : 화양연화

오늘따라 림이 멀어 보여

코트 위에 한숨이 고여

현실이 두려운 소년

공을 던질 때면 유일하게 맘이 되려 놓여

홀로 던지는 공

림을 향해서 내가 던진 건

수많은 고민과 삶의 걱정거리

세상을 아는 척하지만 아직 설익은 몸

슛 코트가 나의 놀이터

손짓에 따라서 발 옆엔 작은 공이 튀어

성적은 바닥을 기지만 난 더 오히려

세상에 다 잘될 거라며 괜시리 소리쳐

하지만 세상은 되려 겁줘 그럴 거면 멈춰

머리를 채운 상념 공 대신 미래를 던져


(…)


이 순간은 언제든 다시 찾아오지 않아

다시 나에게 되물어봐 지금 행복한가

그 답은 이미 정해졌어 난 행복하다


꽃처럼 아름답던 날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을 거야. 우리말로는 ‘좋은 시절’ ‘호시절’ ‘꽃시절’이지.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자기에게 좋은 시절이 왔음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 시절을 보내버린다는 거야. 어리석음이지.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가 나에게 좋은 시절이었구나, 후회하게 돼.


현명할 필요가 있어. 마음의 눈을 뜰 필요가 있어. 현명이란 지혜와 통하는 것. 지혜는 지식과는 무늬가 달라. 지식은 그냥 무엇에 대해서 아는 것을 말하지만 지혜는 아직 오지 않은 일들을 헤아려 아는 것을 말하지. 미래의 일, 마음의 일, 미해결의 일을 아는 힘을 말하지.


이 노래의 주인공은 더 어린 사람이네. 슛 코트에서 공을 던지며 놀이를 하는 소년. 공을 던질 때만 자신감을 되찾는 소년. 공부 성적은 바닥이고 주변의 눈길은 호의적이지 않은 소년. 하지만 소년은 용기를 잃지 않아. 계속해서 공을 던져. 그러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자신이 누군가를 알게 돼.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애를 써야 돼.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끝없이 노력을 해야만 해. 개울물 속에 헤엄치며 노는 물고기들을 좀 봐. 밖에서 볼 때는 물고기가 그 자리에 그냥 멈춰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아.


적어도 물고기가 그 자리에 멈춰 있으려면 위에서 떠내려오는 물의 세기만큼 물을 거슬러 헤엄치고 있어야만 해. 그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야. 끝없는 도전과 시도와 좌절. 그런 뒤에 오는 성취와 승리. 노래 속의 소년은 현명한 친구야. 물의 속도보다 더 세게 거슬러 올라야만 물고기가 개울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아는 친구지.


Magic Shop - 사랑처럼 기적처럼

Magic Shop

망설인다는 걸 알아 진심을 말해도

결국 다 흉터들로 돌아오니까

힘을 내란 뻔한 말은 하지 않을 거야

난 내 얘길 들려줄게 들려줄게


(…)


너의 하늘을 과연 어떻게 수놓을지

나의 절망 끝에

결국 내가 널 찾았음을 잊지 마

넌 절벽 끝에

서 있던 내 마지막 이유야

Live


(…)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줄 Magic Shop


사랑처럼 기적처럼

와, 이 노래도 대단하네. 작은 이야기 안에 아주 커다란 세상을 담았어. 과연 BTS다워. 시작은 흥얼거림이야. 그 흥얼거림이 자꾸만 이어지고 확장되면서 커다란 세상, 눈부신 세계, 놀라운 기적을 일으켜. 그야말로 Magic Shop. 마법의 공간, 마법의 가게야.


주인공은 자기에게 다가와준 ‘너’ 자체를 기적이라고 믿고 그로 인해서 생긴 사랑을 역시 기적이라고 믿어. 그래서 그는 상대방의 가슴속에 숨겨진 ‘은하수’를 찾아내. 그것은 더욱 놀라운 기적이지. 이것이 또 인간과 사랑과 믿음만이 가능하게 하는 기적인 것이지.


끝내 주인공이 바라는 세상은 나 혼자만의 안일과 성취와 행복만 있는 세상이 아니라 ‘너’와 함께 하는 나라야. 보다 넓은 세상. 그러기 위해 주인공은 너와 나를 연결하는 ‘문’을 갖고 싶어 해. 그 마법의 공간에서 주인공이 하고 싶은 일은 대단한 것이 아니야.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저 은하수를 올려다 보며/ 넌 괜찮을 거야 oh 여긴 Magic Shop.”


나는 이 노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중간에 나오는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해. 사람 마음을 밝고 가볍게 해주면서 희망을 주는 문장들이야. 이런 문장들을 통해 오늘의 젊은 세대가 저들의 힘든 현실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그럴 거야.


I’m Fine - 그래, 나도 괜찮아

I’m Fine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눈 떠

흠뻑 쏟아지는 햇살이 날 어지럽게 해

한껏 숨이 차오르고 심장은 뛰어

느껴져 너무 쉽게 나 살아 있다는 걸


괜찮아 우리가 아니어도

슬픔이 날 지워도

먹구름은 또 끼고

나 끝없는 꿈속이어도

한없이 구겨지고

날개는 찢겨지고

언젠가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달지어도

괜찮아 오직 나만이 나의 구원이잖아


(…)


차가운 내 심장은

널 부르는 법을 잊었지만

외롭지 않은걸 괜찮아 괜찮아

깜깜한 밤 어둠은

잠든 꿈을 흔들어놓지만

두렵지 않은걸 괜찮아 괜찮아


그래, 나도 괜찮아

“I’m Fine.” 난 좋아. 난 괜찮아. 가볍고 기분 좋은 말이야. 이런 말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지. 긍정의 힘이야.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세상 모든 것이 어둡게 변하고 말아.


그래. 이건 하나의 ‘주문’ 같은 거야. 자기최면 같은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삶의 현실이 어둡고 힘들고 고달플지라도 마음만은 밝고 환하고 가볍게 가질 필요가 있어.


언젠가 음악회에 초대받아서 갔다가 화가 나서 돌아온 일이 있어.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음악 프로그램이 한결같이 어둡고 비장하고 무거웠던 거야. 음악회를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어.


어두운 밤에 그리운 건 밝은 아침이고 비 오는 장마철에 그리운 건 맑은 하늘이야. 그걸 보여주는 것이 예술이고 문화라고 생각해.


계속해서 우리는 말해야만 해. 나는 좋아. 나는 좋아지고 있어. 나는 좋아질 거야. 끝내 그러고 말 거야. 너도 부디 그러기를 바래.


소우주(Mikrokosmos) - 인간이란 소우주

소우주(Mikrokosmos)

반짝이는 별빛들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사람들의 불빛들

모두 소중한 하나


어두운 밤 (외로워 마)

별처럼 다 (우린 빛나)

사라지지 마

큰 존재니까


인간이란 소우주

비록 우리는 오늘도 도시에 묶이고 건물과 각자의 방에 갇힌 존재라 해도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므로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사람들의 불빛들/ 모두 소중한 하나”라는 거야. 이 얼마나 당당하면서도 아름다운 상상이겠니!


그러기에 ‘어두운 밤’이지만 외로워하지 말아야 하고 ‘별처럼’ 우리는 모두 빛나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어찌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사라질 수 있겠니? 구름에 가려 안 보인다 해도 그것은 잠시일 뿐 다시금 반짝이게 되어 있어.


가끔 생각하게 돼. 밤하늘에 그렇게 반짝이던 많은 별들이 왜 낮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걸까? 그건 너무나도 단순한 문제야. 낮의 하늘이 밝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야.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이 있다는 것과 “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이라는 생각은 상쾌한 발견이고 탁견이야. 나아가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라는 믿음은 참 훌륭한 자각이야.


지구 위에 70억 인구가 살고 있다면 70억 개의 촛불이 빛나는 것이고, 그 촛불은 또 70억 개의 별빛이 되는 것이고, 70억 개의 역사가 쓰여지는 것이고, 나아가 70억 개의 우주가 열리는 것이지.


나 한 사람이 그대로 하나의 우주라는 자각은 지극히 아름다운 자존감의 근본이 되어주지. 생명 존중, 인간의 존엄성을 넘어 거룩함까지 깨닫게 해주지. 우리의 BTS가 부르는 노래가 이렇게 철학적이라는 것을 노래만 듣고서는 미처 몰랐을 거야. 한글로 된 가사를 읽고 영어로 된 가사를 또 들여다볼 때 그렇구나, 알게 되는 일이야.


Life Goes On - 사랑만이 오래 남는 것

Life Goes On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눈치 없이 와버렸어

발자국이 지워진 거리

여기 넘어져 있는 나

혼자 가네 시간이

미안해 말도 없이


(…)


세상이란 놈이 준 감기

덕분에 눌러보는 먼지 쌓인 되감기

넘어진 채 청하는 엇박자의 춤

겨울이 오면 내쉬자

더 뜨거운 숨


(…)


잠시 두 눈을 감아

여기 내 손을 잡아

저 미래로 달아나자


(…)


늘 하던 시작과 끝 ‘안녕’이란 말로

오늘과 내일을 또 함께 이어보자고

멈춰 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사랑만이 오래 남는 것

“지금 사람들 너나없이/ 살기 힘들다, 지쳤다, 고달프다/ 심지어 화가 난다고까지 말을 한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도/ 우리가 마땅히 기댈 말과/ 부탁할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낌없이 사랑해야 하고/ 조금은 더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소망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다림의 까치발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날마다 아침이 오는 까닭이고/ 봄과 가을 사계절이 있는 까닭이고/ 어린 것들이 우리과 함께하는 이유이다.”


이것은 얼마 전에 내가 쓴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시야. 때로 우리의 삶은 콱 막힌 외통수 길처럼 막막할 때가 있어. 한 번만 그런 것이 아니고 여러 번, 특정한 사람에게만 그런 게 아니고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그런 때 듣고 싶은 노래가 이런 노래야. 그런 때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는다는 것이지. 이런 말이라도 가슴에 안고 버텨야만 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멈춘 듯하지만 멈추지 않고 느린 듯하지만 결코 느리지 않은 것이 우리네 삶이야. 쉼 없이 흐르고 속으로는 빠른 물살을 안은 것이 강물이듯이 말이야. 어찌해야 할까? 끝까지 사랑을 가슴에 안는 거야. 그 방법밖엔 없어. 사랑만이 오래 남는 것이지. 아니야, 사랑의 기억만이 오래 남아 꽃이 되는 것이지.


“이 음악을 빌려 너에게 나 전할게/ 사람들은 말해 세상이 다 변했대/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 늘 하던 시작과 끝 ‘안녕’이란 말로/ 오늘과 내일을 또 함께 이어보자고/ 멈춰 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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