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

   
이호정(하오팅캘리)
ǻ
21세기북스
   
18000
2022�� 01��



■ 책 소개


사소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나만의 작은 습관!
기록이란 그저 쓰고 싶은 것을 적고, 남기고 싶은 것을 남기는 것

한 달도 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다이어리. 앞쪽만 빼곡한 채 어딘가에 처박혀버린 노트. 매년 올해는 다이어리 한 권을 다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를 사지만, 날이 풀리고 꽃이 피는 3월엔 내 마음도 같이 풀려 버리는 것일까. 일상을 기록하고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꾸준히 쓰기로 한 결심을 ‘꾸준히’ 지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어느 순간 반복되는 일상을 기록하다 보니 매번 똑같은 글만 쓰는 것 같고, 똑같은 글만 쓰다 보니 더 이상 쓸 말도 없다. 오히려 핸드폰 메모장에 간략히 적은 메모가 일상을 더 잘 기록한 것 같고, 포스트잇 메모지에 급하게 휘갈겨 쓴 글씨가 더 예쁘게 기록된 것만 같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빈 페이지들을 보며 ‘역시나 나는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구나’ 하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기 일쑤다.

그러나 저자는 기록이란 대단하거나 완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남기고 싶은 것을 남기되, 모든 포커스가 ‘나’를 향해 있을 때 비로소 기록은 완전해진다. 때론 딱 한 개의 단어일지라도, 혹은 단 한 장의 사진일지라도 나만의 것을 담아낸다면 이미 충분한 기록이다. 당신의 사소한 일상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어느 순간 가장 특별한 이야기로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다.

저자 이호정
캘리그라퍼, 일상기록자, 그리고 프로산책러.
사진을 찍고 글씨를 쓰며, 가끔 그림도 그린다.
일상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일을 하면서 《나도 손글씨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책을 썼다.

■ 차례
프롤로그 | 당신이 기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PART 1. 준비운동: 기록을 하기 전에
“무엇으로 기록하나요?”
1. 노트: 세상에 딱 맞는 노트는 없으니까
2. 펜: 왜 이 좋은 펜을 이제 알았지?
3. 기타: 아주 간단한 특별함을 위해서

PART 2. 마음가짐: 우리는 기록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왜 기록을 하나요?”
1. 문구 덕후, 일상기록자가 되다
2. 당신에게 기록이란 무엇인가요?
3. 꾸준함은 기적일지도 몰라

PART 3. 시작하기: 펜 하나로 시작하는 슬기로운 기록생활
“어떻게 기록하나요?”
1. 먼슬리(monthly)
2. 위클리(weekly)
3. 데일리(daily)

 




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


준비운동: 기록을 하기 전에

“무엇으로 기록하나요?”

노트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무지 노트에 손수 밖을 만들어 기록하고 있지만 3~4년 전만 하더라도 날짜형 또는 만년형 다이어리를 사서 쓰곤 했다. 그땐 형식을 갖춘 노트에 일기를 쓰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지금 사용하는 노트에 정착하기까지 정말 많은 노트들을 거쳐왔다. 그야말로 다이어리 유목민이었는데, 대비 연말이면 경쟁이 치열하다는 스타벅스의 커피 스탬프를 모아 교환했던 다이어리도 써보고, 디자인 문구 쇼핑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날락하면서 이 노트 저 노트 비교해보며 구매하던 때도 있었다. 정말 열심히 고르고 따라서 구매한 다이어리인데도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1년에 두세 번씩 새 다이어리를 구매해 바꿔 쓰는 게 당연하던 시설도 있었다. 쓰다가 망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쓰겠다는 명분으로 새 다이어리를 구매하기도 했다.


그렇게 노트를 구매할 때마다 든 생각은 ‘세상에 내가 찾는 내가 원하는 나에게 딱 맞는 노트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것 중 그나마 제일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쓰곤 했는데, 그중에 일본 문구 브랜드 미도리의 ‘하루 한 페이지 다이어리’라는 노트가 있었다.


매해 다이어리를 쓰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더 많은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욕심이 생기면서 어느 날은 쓰고 싶은 내용이 넘쳐나기도 하고 그늘을 조금 더 생생하게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것들(예를 들면 영수증이나 각종 티들, 또 마음에 들었던 커피 포장지 등)도 붙여놓고 싶은데, 내가 쓸 수 있는 칸은 제한적이라 아쉬울 때가 많았다. (물론 그 작은 한 칸을 못 채우는 날이 존재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주어진 형식이 있으니 그 형식을 따라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런 고민 없이 한 페이지 내에서 하루를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

펜 중에선 제일 오래, 제일 많이 사용한 편이다. 전엔 일기를 쓸 때 손에 잡히는 아무 펜으로 쓰곤 했는데, 어느 날 중성펜으로 일기를 썼고 그날따라 글씨가 마음에 들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노트를 덮었는데, 다음날 보니 펜의 잉크가 덜 마른 채로 노트를 덮어서 번짐으로 난리가 나 있는 게 아닌가. 그 이후론 펜의 잉크 다름이 비교적 느린 젤 펜이나 잉크 펜으로는 일기를 잘 안 쓰게 되었다.


그러다 가지고 있던 펜 중 잉크 마름이 제일 빠르고, 같은 검은색 필기구임에도 너무 강렬하지 않은 검은색을 가진 피그먼트 라이너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이 펜이 가진 장점을 알고 구매한 것은 아니고 ‘참새 방앗간’처럼 드나들던 문구점에서 우연히 산 펜이었다. 그저 여태 사 모은 수많은 펜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우연히 이 펜으로 쉽기를 쓰게 되면서 피그먼트 라이너라는 존재에 대해 새삼 인지하게 된 것 같다. ‘왜 이 좋은 돈을 이제야 알았지’. ‘이 펜의 정체는 뭐지?’ 하는 호기심에 검색을 해보고 펜이 가진 장점(잉크가 마르고, 마른 후에는 물에 번지거나 쉽게 지워지지 않는 피그먼트 잉크 펜이고, 뚜껑을 씌우지 않아도 오랜 시간 잉크가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늘 쓰는 펜이 되었다.



마음가짐: 우리는 기록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문구 덕후, 일상기록자가 되다

첫 '나홀로 여행'이 준 선물

20대 초반 그러니까 대학생 때는 그저 수업 듣고, 놀고, 과제하고, 다시 노는 게 전부였기에 일기를 거의 못 썼다. 아니 안 썼다. 그냥 시간이 좀 여유 있거나 적어놓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었거나 하는 날만 겨우 썼던 것 같다. 그래서 이때의 기록에 대해선 얘기할 것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20대 초반의 기록을 언급하는 이유는 학교를 잠시 쉬던 휴학생 시절의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성격상 계획 없는 여행은 힘들어해서 인터넷과 여행 책자에서 이 정보, 저 정보 수집하며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부산의 각 기차역에 스탬프가 비치되어 있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하진 않지만) ‘부산 스탬프 투어’라는 게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 스탬프를 찍어오겠다는 일념하에 노트와 펜을 챙겨 갔는데, 스탬프 찍기 아쉬워서 이것저것 쓰기 시작한 게 나의 첫 여행일기가 되었다.


부산 여행을 계기로 쓰기 시작한 여행일기의 내용은 처음엔 단순했다. 몇 월 며칠 몇 시에 어디를 갔고, 무슨 일이 있었다는 한두 줄의 짤막한 기록이었다.


일기를 쓰는 당시에도 너무 좋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문득 그 시간이 그리워 노트를 펼쳐 다시 읽게 되면 설레면서도 두렵고 또 즐거웠던 첫 여행의 추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뭐라도 써놓길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 그때 덕분에 본격적인 기록 생활을 시작하며 즐기게 되었던 것 같다


“왜 기록을 하나요?”

당신에게 기록이란 무엇인가요?

기록이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알지만, 계획이 없는 하루는 나를 느슨하게 만든다. 하루를 계획하고 기록하는 일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게 나에겐 할 일을 적어두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되었고, 하루의 시작이자 끝과도 같은 일이 되었다. 그날그날의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알고, 머릿속에 입력하는 행위는 하루를 흐르는 대로 흘러가게 놔두는 것이 아닌 주도적으로 살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록은 나의 힘이기도 하다. 기록하는 순간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힘을 얻는다.


그래서 나에게 노트 다이어리는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다짐들이 눌러 담긴 책이며, 기록하는 순간은 어떤 일의 시작이면서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나를 위한 시간과 나를 돌보는 일

기록하는 습관 덕에 얻게 된 긍정적인 것을 하나 꼽으라면 아무래도 내면의 건강을 챙기게 된 것이다.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내가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하게 된 줄 알았는데, 과거 노트를 보니 계기가 되었던 때가 떠올랐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건강은 거저 주어지는 것인 줄만 알았기에 관리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말 그대로 ‘프리랜서’이기에 그땐 밤과 낮이 자주 바뀌어 있기도 했고, 밤샘은 일상과도 같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많아지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성격은 예민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스트레스는 자꾸 쌓여만 갔다. 아니 어쩌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저 쌓아두고만 있다가 결국 탈이 나곤 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라든가 문제들을 누가 어떻게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그냥 누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거나 속이 후련해질 때 가 있다. 예전엔 그래도 주절주절 얘기를 잘했던 것 같은데,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다 보니 나 편하자고 다른 사람한테 무겁고 힘든 얘기를 하는 게 듣는 사람한테는 버겁거나 또 다른 힘든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이렇게 때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말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 손때 가득 묻은 작은 노트 한 권이 좋은 리스너(listener)가 되어주기도 한다. 어디에 덮어놓고는 싶지만 새어나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들을 작은 노트 하나가 묵묵히 들어주고 지켜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노트에든 핸드폰 메모장에는 그런 일들을 기록한다는 것이 사실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처음엔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기록을 해두면 다이어리를 불태우지 않는 한 어쩌면 그 기록은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 일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또 어쩌면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일기엔 좋은 일. 행복하고 좋았던 순간만 가득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속에 담아두고 혼자 끙끙 앓거나 곪는 것보다는 노트에라도 써서 꺼내어 풀어내는 것이 더 건강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여름철 높은 습도 때문에 꿉꿉해진 이불도 볕이 좋은 날 한두 시간만이라도 밖에 내놓으면 보송보송해지는 것처럼 스트레스나 안 좋은 생각들을 기록을 통해 밖에 꺼내어 놓는 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좋았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빼먹지 않고 기록하다 보면 알게 된다. 좋았던 순간은 내가 지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 힘들었던 순간은 그 당시엔 괴로운 일이었다 할지라도 나중에 보면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경험이며, 나의 밑거름이자 자양분이 됨을.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쓸 때는 그 순간을 위한 기록이라 생각했는데, 써놓고 보니 나중을 위한 것이 되어있기도 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지냈구나’, ‘그래 이런 때도 있었지’ 하며 과거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했고, ‘이불킥’을 부르는 흑역사부터 슬프고 화났던 순간까지 당시의 기록들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켜켜이 쌓인 과거의 기록들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나의 역사가 되기도 했다.

일단 뭐든 기록해보자. 그 기록이 언젠가는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때론 채찍질을 해주기도 하고 필요한 아이디어를 스윽 꺼내주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필요에 의해서 때로는 심심해서, 때로는 답답한 마음에 적었던 모든 것들이 현재의 나뿐만 아닌 미래의 나를 위한 밑거름이고 자양분이었을 줄이야. 열의와 열정 넘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는 동안은 내 속도대로 최선을 다해 가는 것이 삶의 목표라면 목표다. 그러니 내가 자랄 수 있을 때까진 최대한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기 위한 자양분을 계속 주는 수밖에.



시작하기: 펜 하나로 시작하는 슬기로운 기록생활

“어떻게 기록하나요?”

먼슬리(monthly)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방법으로

무언가를 지속하게끔 하는 것은 아주 작은 성취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이전에 쓰던 다이어리에서 한 달도 제대로 못 재워봤거나 혹은 다이어리라는 것을 처음 써보는 사람이라면 먼슬리나 위클리 (특히 먼슬리) 페이지부터 채워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긴 시간, 별다른 스킬이 필요하지 않고 비교적 금방 알차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먼슬리 페이지를 굳이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거나 조금 더 색다른 기록을 해보고 싶다 하는 사람들에게도 먼슬리는 좋은 페이지이다. 먼슬리에 쓰는 내용이 꼭 중요한 일정이나 일상의 기록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 후 오려 붙여 스티커처럼 활용해보기도 했다. 자타 공인 ‘남산 마니아’인 나는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씩 남산을 가기 때문에 이번 달엔 남산에 몇 번 갔는지 궁금해서 마스킹 테이프로 표시해 보기도 했다.


위클리(weekly)

위클리를 쓰는 이유

과거엔 먼슬리와 마찬가지로 기본 구성 페이지이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기나 기록을 굳이 ‘다이어리’라는 이름으로, ‘다이어리’의 틀을 갖춘 노트에 쓸 필요는 없는데 그때는 남들 하는 대로 하느라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답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쓰고 싶으면 쓰고, 필요 없으면 안 쓰면 되는 것일 텐데 말이다.


그동안 위클리는 자발적 선택이 아닌 들어 맞추기 위해 혹은 틀에 따라가기 위해 쓰는 페이지였다. 그러나 쓰다 보니 위클리 페이지의 쓰임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먼슬리는 한 달 단위의 일정과 에피소드를 한눈에 파악하기 좋지만, 위클리는 한 주 단위로 할 일들을 관리하기 좋았다. 그래서 먼슬리는 간단하게 한 달 단위의 대표적인 일들을 파악하기 위해 위클리는 주 단위의 먼슬리에서 읽을 수 없는 상세한 이야기를 파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데일리(daily)

데일리를 쓰는 이유

일기를 꾸준히 쓰다 보니 굳이 길고도 세세하게 적은 문장들이 아닌 한두 가지의 키워드로도 기록은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조금 더 길게, 또 세세하게 남겨서 그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을 때가 있다. 굳이 그렇게 쓸 필요까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하루에 대한 기록이 조금 더 세세할수록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순간도 더 많아지고, 그렇게 기록이 주는 선물 같은 순간을 누리게 되는 날들도 많아졌다.


그래도 기록이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방식대로 기록하고자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찾게 된 방식이 데일리 기록인 것 같다. (데일리 기록에도 나름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하루에 한 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에 기록을 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


데일리에 기록하는 것들

쓰고 싶은 건 가리지 않고 뭐든 쓴다. 먼슬리나 위클리는 칸이 제한적이기에 때때로 적고 싶은 것이 많아도 그중에서 몇 개만 골라 써야 했는데, 데일리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뭐 이런 것까지 다 쓰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것저것 다 쓸 수 있다.


해는 언제 뜨고 지는지, 날씨는 어땠는지, 밥은 무얼 먹었는지, 마트에선 무엇을 샀고, 무슨 음악을 들었으며, 어떤 기사를 읽었고, 총 지출 금액은 얼마인지,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했고,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등. 내 하루를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기록의 소재가 된다. (다만, 그 모든 것을 다 적는 날도 있고, 쓰고 싶은 몇 가지 혹은 한 가지만 쓰는 날도 있다.)


자급자족형 ‘다꾸’

날씨가 유난히 좋았던 날이나 특별히 마음에 드는 순간들이 많았던 날, 글만으로는 기록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 날에는 핸드폰이나 카메라로 따온 사진들을 사용하기 좋은 사이즈로 편집한 다음 인쇄하여 스티커처럼 활용해서 쓰기도 한다. 사진을 컴퓨터에 옮겨서 크기 편집을 하고, 인쇄해서 오려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대신 그 사진 한 장으로 기록은 충분해진다. 산책이라든가 여행 같은 이동이 많은 날엔 시간별, 혹은 장소별로 정리해서 붙여 간단한 코멘트를 달아준다면 더욱 좋다. 만약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날씨를 간직하고 싶다면 대표적인 사진 하나만 톡 붙여놓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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