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ǻ
싱긋
   
14000
2021�� 09��



■ 책 소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나사에서 즐기면서 일하는 법

이 책은 12년 차 나사 연구원 김현정 박사가, 지난 10년간 나사에서 일하면서 배운 100가지의 지혜를 기록한 책이다. 김 박사의 어머니는 “우리 인생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직선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무수히 많은 점”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 책은 김 박사가 베이비에서 주니어로 성장하기까지 나사에서 수없이 실패하고, 좌절하고,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면서 찍은 수많은 점을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보여준다. 나사라는 특수한 조직 안에서 좌충우돌 실수투성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이끄는 팀의 리더로 성장한 과정이 그려져 있다.

■ 저자 김현정
미국 NIA(National Institute of Aerospace, 국립항공우주연구소)를 통해 나사 랭글리리서치센터(NASA Langley Research Center)에서 계약직 직원(contract employee)으로 근무했으며, 최근에 나사 정직원으로 전환되었다.

ㆍ 연세대학교 재료공학과 졸업(2003), 카이스트 재료공학과 석사학위(2005), 박사학위(2009) 취득
ㆍ 미국 국립항공우주연구소(NIA) 연구원, 나사 랭글리리서치센터 계약직원(2009-2021)
ㆍ 나사 랭글리리서치센터 정직원(2021년 9월 말 현재)
ㆍ 나사 멘토 감사상(Certificate of Appreciation / Acknowledgement / Recognition for Excellent Mentorship) 2009, 2011, 2012, 2014, 2015, 2017, 2018
ㆍ 미국 항공우주공학협회 햄튼지부 올해의 젊은 과학자상(RAIAA Hampton Roads Section, Robert A. Mitcheltree Young Engineer of the Year Award), 2012
ㆍ 나사 우수 연구팀상(NASA Group Achievement Award), 2015
ㆍ 나사 특허상(NASA Patent Award) 2015, 2018, 2021
ㆍ 나사 핸리 리드 우수논문상(NASA H.J.E. Reid Awards, 3rd place winning paper), 2020
ㆍ 나사 우수기술성취 메달(NASA Exceptional Technology Achievement Medal), 2020

■ 차례
프롤로그

실수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인가 하는 것이 낫다 | 실수에서 배워라 | 실수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 생각한 대로만 보고 그 이상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다

성장
아주 잘됐다! | 더 많이 궁금해하고, 더 많이 물어보자 | 오늘의 단어 | 강의가 아닌 대화 | 박사학위의 의미 | 겸손하자 | 필요한 사람이 되자 |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가짐과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 | 설거지 방법 | 나는 당신을 믿어요 |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매일 하자 | 도움을 청하자 | 모든 일에 대해 준비하세요 | 언제나 긴밀한 대화를 유지하기 | 꿈이 실현되면, 그다음에는 새로운 꿈을 꾸어라 | 가르치면서 배우기 | 결과만을 염려하지 말고, 과정을 즐겨라 |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 | 세상 끝난 건 아니에요 | 나사에서 일한다고 모두가 로켓 과학자는 아니다 | 우리는 누구나 무엇을 팔면서 산다 | 성공이란 | 안전제일 |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 당장 흔들의자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글쓰기를 하자 | 권투선수의 길 | 인생은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 주위의 인적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 우리 모두에게 멘토가 필요하다 | 하느님께서 꾸짖으시는 이는 얼마나 행복한가

일Ⅰ
얼음깨기 |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먹일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면 평생을 먹일 수 있다 |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고, 주고, 도와라 | 모든 일이 우선순위다 | 엄마의 밥상 | 관찰하는 것의 강력한 힘 | 맛있는 식당이 되자 | 절대로 다리를 모두 태워버리지 마라 | 당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 배워라 | 연구윤리 | 이메일은 간결하게 쓰자 | 대인배들은 언제나 아이디어(사상)를 이야기한다 | 성공을 위해 타인의 업무 스타일을 이해하자 |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 내가 정말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 언제나 100% 이상을 주어라 | 일을 탁월하게 해내는 비밀 |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나사 프로그램1

일Ⅱ
노력을 인정하다 | 질문만이 답을 얻는다 | 성공을 위한 비법 | 나사의 ‘디테일 포지션’ | 작은 일들이 모여 놀라운 결과가 이루어진다 | 숙제를 하자 | 쉬운 것부터 조금씩 하기 | 첫 단추를 잘 끼워라 | 부재중입니다 | 날아오는 공은 피해라 | 해야할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 낙타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 | 누구도 왕자나 공주가 되려고 하지 않기 |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자 | 나는 오늘 병가중입니다 |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능력 | 점심시간 미팅 | 하일마이어의 일곱 가지 질문 | 연구 노트에 적자 | 나사 소수 대학교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 | 나는 우리 팀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 로봇이 제일 먼저 당신의 이력서를 읽는다 | 20% 규칙 | 역사를 배우면 문화가 보인다 | 매일이 여러분의 삶을 바꿀 새로운 기회입니다

리더십
리더의 의미 | 35,000피트 상공에 머물러라 | ‘왜 그렇지?’ 혹은 ‘~라면 어떨까?’ | 같은 페이지에 있어야 한다 | 5분 결정 비법

 





실수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미국 버지니아주 햄프턴시에 있는 나사 랭글리리서치센터에 있다. 랭글리센터는 나사의 전신인 국가항공자문위원회인 나카가 나사로 확대 개편되기 전부터 우주탐사기술 개발연구를 진행한 곳이다. 10개의 나사 산하 필드 센터 중에서 가장 오래된 센터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다.


“와!” 소리가 저절로 나올 법한 멋진 곳으로 매일같이 출근하면서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에 대해 12년 동안 끊임없이 자문해왔다.


“나사에서 일하면 자부심이 클 것 같은데,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도 해요?”라고 다소 의아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낯선 땅에서 10년이 넘도록 지내다니, 대단하네요”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나는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새로운 환경을 만났을 때 곧잘 두려움에 휩싸이고, 급한 성격 탓에 실수도 자주 하고, 좋고 싫은 기색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한마디로 설익은 사람이다.


새로운 일을 마주하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두려워서 눈을 감아버린다. 눈을 떴을 땐, 꿈에서 깨어나듯 내게 익숙한 상황으로 바뀌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실수를 자주 하다보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부족한 영어 탓에 의도치 않은 말실수를 하고 난 뒤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수없이 했다. 이를 극복하려고 일부러 더 새로운 것에 나를 내던지며 다양한 것에 익숙해지려는 노력도 해봤다. 이런 갖은 노력과 다짐을 하면서까지, 나는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수없이 되뇌인 질문에서 내가 찾은 답은 하나다. 부족한 것이 많은 만큼 배워야 할 것도 많은 내가 이곳에 있다보면 성장할 수 있겠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the better version of myself)’가 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이곳에는 나를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깨우쳐주고, 도와주며,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나를 성장하게 한다.


이곳에는 나를 성장으로 이끄는 훌륭한 ‘스승’들이 많다. 이들 덕분에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가 된다. 이것이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성장하는 내가 되기 위해 이곳에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나를 깨어 있게 하고, 이런 깨달음은 나의 생각과 말, 판단과 발걸음을 어제와 다른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실수에서 배워라

나는 실수가 많다. 급한 마음에 일을 하면 어김없이 넘어지고, 다치고, 망가트리고, 결국엔 실수를 수습하느라 일은 더 늦어진다. 마음이 급하면 실수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급한 마음에 처하면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고는 ‘내 이럴 줄 알았어’ 하고 한숨을 내쉰다.


이렇게 마음만 급한, 열정만 넘치는 나를 안쓰럽게 여긴 수석 연구원 랍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네 자신의 과거가 네 역사야. 실수한 과거를 돌아보면 실수를 줄이는 방법을 알 수 있어. 그 역사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안에서 배우면 실수를 최소화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거야.”


여기서 ‘역사’는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우선은 반복하고 싶지 않은 실수를 인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는 한 나는 실수할 수 있고, 내가 과거에 했던 실수에서 배우려고 하는 한 나는 이전보다 나아지고, 실수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모두들 이렇게 믿으셔도 좋다. 내가 보증한다.



성장

아주 잘됐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우리는 일 년에 한 번 맞이하는 생일이면 어김없이 축하 인사를 주고받는다. 나사에서 일한 뒤부터 나는 생일이 아닌 날에도 많은 이들을 축하하고 축복해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동료나 함께 일하는 학생들에게 아주 잘됐다는 말을 건넨다. 매일매일 생일을 맞이하듯 살고 있다.


함께 일하는 대학원생들은 너나없이 연구가 세상의 전부인 듯 산다. 그래서 연구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 실연당한 사람처럼 침울해하고,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찾으면 얼굴에 금세 꽃이 피고 내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부터 경쾌하다. 그럴 때면 나는 어김없이 “축하해”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내 방을 나가는 그들을 향해서 “I am so happy for you”라고 말한다. 의역하면 ‘그거 아주 잘됐다’는 의미이고, 직역하면 ‘당신 덕분에 행복하다’는 정도의 뜻이다.


‘I am so happy for you’는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이다. 내가 남을 위해서 무언가 해준 것이 없더라도,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일지라도, 남이 잘된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어야 한다. 축하는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내 안에 긍정의 싹을 틔우고 키울 수 있게 한다. 타인의 성공을 배 아파해봐야 타인의 성과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내 위치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의 내면에 부정의 독버섯만 키우게 되고, 그것은 곧 나의 정신을 갉아먹을 것이다.


기억하자. 우리의 삶에서 축하할 일은 생일뿐 아니라, 일상 도처에 수없이 널려 있다는 것을.


설거지 방법

살면서 몇 번이나 설거지하는 순서에 대해 생각해보았을까? 내가 ‘설거지하는 순서’애 대해 처음 들은 것은 대학교 때였다. MT에서 여럿이 모여 설거지를 하는 중에, 동기생이 “설거지하는 순서를 아느냐?”고 물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법이 있는 듯이 묻기에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설거지는 깨끗한 것부터 해야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야 수세미를 처음부터 더럽히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더러운 그릇까지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나사에서 일하면서 다시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도시락통을 씻던 동료가 “설거지를 어떻게 하는지 아느냐?”고 내게 물었다. 그의 비법이 듣고 싶어서 “모르겠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설거지는 바로 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야 그릇 위 아래가 아닌 위만 닦아도 되니 그만큼의 수고를 덜 수 있단다. 쌓아두면 그릇이 포개지면서 위아래를 모두 닦아야 하는 수고가 생긴다고 말이다.


너무나 멋진 설명들 아닌가? 이후 설거지를 하면서 나만의 비법을 생각해보았는데, 나의 설거지는 둘의 방식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먼저 싱크대를 뽀득뽀득 소리나게 닦는다. 그래야 닦은 그릇을 온전히 헹구기까지 놓아두어도 더러워지지 않으니까. 설거지 하나에도 이처럼 순서가 존재한다.


다만 나의 설거지 방법은 ‘너’가 아닌 ‘나’에 집중되는 것이다. ‘내’가 깨끗하면 조금 더러운 ‘네’가 와도 얼마든지 깨끗하게 할 수 있다. 싱크대인 내가 깨끗해야, 깨끗하게 씻은 그릇을 놓아도 다시 더러워질 염려 없이 온전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싱크대를 먼저 씻는 일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수고가 더 들 뿐이다.


이처럼 설거지 하나에도 자신만의 방식, 순서, 그리고 다양성이 존재한다. 다만 이들의 방식에서 배울 점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서 스스로의 순서를 만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당신이 설거지하는 순서는 어떠한가?


도움을 청하자

어려서부터 부모님은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해라”는 말을 자주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고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늘 문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이제야 나는 부모님의 말씀처럼 문을 두드려야 부족한 나를 세상이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물처럼 감정까지 솔직해져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원인은 모르지만,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보청기를 시도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니냐는 말을 들으며 오늘날까지 잘 지내왔다.


‘귀’ 이야기만 나오면 울음부터 터지던 내가, 마음을 열고 타인에게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부탁하기였다.


“내가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 귓속말은 하지 말아 줄래요?”

“내가 당신의 오른편에 앉으면, 당신의 말을 잘 알아듣고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될까요?”


내가 그렇게 부탁하면 그 누구도 “싫다”고 하지 않고 나의 불편을 이해해주었다. 솔직하면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상대는 나를 돕거나 배려할 수 있게 된다.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하면, 세상이 밝아지고, 세상은 너의 친구가 될 것이며, 세상이 너를 도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부모님의 명언이다. 


당장 흔들의자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줄곧 그 자리에 머물게만 하지, 결코 다른 곳으로 데려가지는 않는다. ‘걱정’은 마치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같아서 끊임없이 앞뒤로 왔다갔다하면서 걱정하고, 고민하고, 생각만 하지 실제로는 고민이 없어지거나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연구 장비를 다루는 일을 하다보면, 예상 밖의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장비가 고장나기도 하고, 시설에 문제가 생겨서 장비 운영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이런 나에게 동료들이 종종 들려주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걱정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온 힘을 다해 반동을 줘도 고작 앞뒤로 움직이는 것밖에 하지 않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걱정만 하는 것과 닮았다.


의자에 앉아서 걱정만 하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로 인해서 근심만 더 늘어난다. 하지만 흔들의자에서 일어나 한 발짝을 떼면 원인 모를 걱정들이 투명해지고,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에게 쉼을 주는 흔들의자는 필요하다. 다만 제자리에 갇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드는 용도로는 쓰지 말아야 한다. 앉아서 고민만 반복하는 것은, 실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일Ⅰ

엄마의 밥상

엄마의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음식이 맛있을 때까지 간을 하기 때문 아닐까. 그런 정성과 그런 노력이라면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올해 초 한국 업체 엔지니어분들이 장비 납품과 관련해서 나사에 방문했다. 오후 6시가 되면 모두 퇴근하고 주말이면 센터 출입이 안 되니 일을 서둘러 처리할 거라고 여겼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자, ‘나사는 모든 일이 천천히 진행되는 느린 곳’이라는 생각을 한 듯했다. 그런데도 일이 무리 없이 진행되어 시간 안에 다 처리된다면서 신기해했다. 내가 이곳에서 처음 일하면서 느꼈던 ‘느려터짐’을 똑같이 느낀 듯했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서 배운 것은, 이들은 ‘엄마의 밥상’처럼 일한다는 것이다. 시간의 양보다는 업무의 질을 높이면서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에 해내는 것이다. 종종 급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주말에 나와보면, 나보다 먼저 와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미팅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들에게 강요는 조금도 없다. 모두가 자신의 결정이다. 이미 맛있다고 말하는 나에게 더 맛있게 뭐라도 하나 더 넣어주려는 ‘엄마의 밥상’처럼, 그들은 그렇게 일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기도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이루어질 때까지 기도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맛있어질 때까지’ 끈기를 가지고 해보자. 엄마의 밥상처럼.


일을 탁월하게 해내는 비밀

약간의 재주가 있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면 잘할 수 있다. 하지만 기가 막히게 잘하는 것(excellence, peck performance)은 코치 없이는 어렵다.


가끔 기가 막히게 연구를 잘하는 박사들을 만나면, ‘저들은 박사과정 때 어떤 조력자가 있었기에 저렇게 잘 배웠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그들에게 조력자는 지도교수나 실험실 선배나 동료일 것이다. 어떤 코치를 만났는지에 따라 얼마나 잘 배웠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나는 이런 이유로 훌륭한 조력자 아래서 잘 트레이닝받은 사람을 뽑아서 데려오려고 노력한다.


훌륭한 코치 아래에서 잘 배우는 것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과정으로 설명해보겠다. 학위는 전문성을 찾는 과정 혹은 특정 업무에 투입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장비를 다루는 기술뿐 아니라 대화나 인간관계의 기술도 포함)을 배우는 과정이다. 마치 직업훈련소같이 일련의 과정을 트레이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석박사 과정 동안 훌륭한 코치 아래에서 얼마나 잘 배우고 준비해 세상으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석박사 과정을 수업을 들으면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고 조절하는 능력도 배우게 된다. 또한 과제가 주어졌을 때 계획을 세워서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련의 과정도 배우게 된다.


1.연구 주제가 정해지면

2.연구 계획을 세우고

3.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조사하고, 논문을 읽은 뒤

4.내 연구에 적용해서 실험을 한다.

5.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6.데이터를 분석하고, 오류를 찾아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7.내 연구를 다른 이들에게 발표해서 내 연구를 알림과 동시에 다른 이들에게 조언을 받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낸 뒤

8.연구 결과로 논문을 쓴다.

9.혼자 일하는 것과 같이 일하는 것을 익히고

10.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지 계획 세우는 일을 배우고

11.그 외 연구 생활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과정들을 배우고 익힌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과정을 익히는 덕분에, 사회에 나갔을 때 나에게 어떤 연구 주제가 주어지든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기가 막히게 잘하는 것’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코치 아래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사회에 나와서는 배운 대로 실천해가면서 꾸준히 내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내가 누군가의 코치가 되어서 가르침과 동시에 배우고 나날이 성장해야 한다.


‘기가 막히게 좋은 것’은 없다. 다만 나날이 노력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고, 또 오늘보다 나을 내일을 준비한다면 언젠가는 ‘기가 막히게 나은’ 내가 되지 않을까? 오늘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줄 코치를 찾아보자.  



일Ⅱ

작은 일들이 모여 놀라운 결과가 이루어진다

나사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대부분 결과를 한 번에 얻기보다는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에 더 가깝다. 다른 사람이 이미 발표한 연구를 재현하거나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결과를 검증하는 등 시간을 오래 두고 쌓아간다. 작은 일들이 모이고 쌓여 어느 순간 놀라운 결과가 되는 것이다.


내가 지난 수년 동안 준비한 과제를 드디어 재정지원을 받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년이 주어졌지만, 나는 6개월 안에 성과를 내서 좀더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자면 최대한 실수를 줄이며 진행해야 했기에 매일 계획을 세우고, 폐기하고, 다시 계획 세우기를 반복했다. 이런 나에게 부서장은 워런 버핏의 말을 인용해서 “놀라운 결과를 얻기 위해 반드시 놀라운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작은 일들이 모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놀라운 결과가 이루어진다”고 조언해주었다. ‘단번’의 성공을 기대하는 나에게 ‘크고 넓게 보라’는 뜻깊은 조언이었다.


‘한 방’을 기대하다보니, 나는 결과에만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결과 중심으로 일을 하려니 매일같이 계획만 세우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 중심의 연구는 결과가 계획과 다르게 나오면 실패로 간주하기에, 결국에는 무슨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지고 어떠한 일들도 더디게 시작하는 문제가 있다.


‘한 방’에만 마음을 쏟느라 일의 과정에서 얻게 되는 소소한 성공들을 잊고, 지금의 작은 성공과 즐거움도 놓치고 있었다. 연구를 하는 데 필요한 ‘사람, 장비, 연구비’를 하루아침에 다 갖추려는 마음에 초조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오로지 앞만을, 그것도 결과만을 보려 했다.


팀원들과 작은 성공을 축하하거나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나를 보면서 ‘내가 참으로 한심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람, 장비, 연구비를 얻기 위해 초조해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의 내 역할의 일을 제대로 하면, 이 세 가지가 나를 따라올 것이다. 상사가 내게 들려준 말처럼, ‘놀라운 결과’를 얻기 위해 반드시 놀라운 행동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작은 성공들이 모여 큰 성과를 이루는 것이다.


눈앞의 순간을 즐기자. 결코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이다.


자기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너는 언제 행복해?”라는 질문을 받고는 망설임 없이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나는 행복해”라고 답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어린 시절 내가 받아온 작은 상장이 일에 지친 엄마를 웃게 하는 걸 보면서, 다음에도 상장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행복해하면, 나를 둘러싼 세상이 행복했다.


물론 학교와 집이 세상의 전부이던 시절, 나는 적어도 ‘내 주위의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른 이의 행복 안에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점차 자라고 생활 반경이 커지면서, ‘내가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착각과 자만심을 내려놓아야 했다. 나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2013년부터 센타라 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호스피스 봉사는 임종이 6개월 이내로 다가온 환자들이 편안하고도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곁에서 보살펴드리는 행동인데, 나는 주로 식사를 돕는다. 식사를 잘 넘기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잘 드시니 오래 사시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당뇨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은 환자를 돌보던 때가 있었다. 하루는 점심시간도 잊고 일하고 있는데, 환자 가족에게서 환자가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전화가 왔다. 일터에서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에 있는 시설이라 바로 달려갔다. 시력을 잃어 음식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모르는 환자에게 음식을 한 숟갈 한 숟갈 입에 넣어주는데, 이번에는 왠지 행복하지 않았다. 환자도 늦은 점심에 즐거워하지 않았고, 점심을 먹지 못해 배고픈 나도 그다지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우습게도, 이 슬픈 경험을 통해 나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어도 그 상황에서 나는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도 행복하게 하지 못했다.


그날 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스캇이 내게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일을 그만둬!”라고 말했다. 환자 가족에게 부탁 전화가 왔을 때, 내가 거절한다고 해서 그들이 낙담할 것을 생각하지 말고, “미안하지만 부탁들 들어줄 수가 없다”고 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들은 거절한 나를 대신해 다른 사람을 찾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부탁을 들어주었을 것이며, 나는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나의 일을 더 할 수 있었을 거라고.


내 주위의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애쓰느라 정작 나의 행복은 잊고 있었다. 나는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 그리고 모두를 즐겁고 행복하게 할 필요도 없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이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삶의 많은 순간 나에게 묻고 답한다.


“너는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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