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전합니다

   
제니퍼 하우프트 외 69인
ǻ
열림원
   
17000
2021�� 03��



■ 책 소개


“이 책에는 우리의 꿈과 집단적 고통이 담겨 있다.
그것은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다.”

『안부를 전합니다』는 제니퍼 하우프트를 중심으로 칠십 명의 미국 작가들이 자신의 ‘코로나 경험담’을 엮어 만든 작품이다. 에세이와 시, 인터뷰로 이루어진 칠십 편의 글들은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변화한 일상의 단면을 담고 있다. 이 책이 기획되던 당시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역을 휩쓸며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고, 사람들은 자가 격리를 하며 집 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모든 것이 멈추며 미국의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위협 받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이 책을 기획한 제니퍼 하우프트도 두 번째 소설의 출판 계약이 취소되며 생계 수단을 잃게 되었지만 절망하지 않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코로나19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독립 서점들을 돕기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그동안 작가들의 ‘문화적 허브’가 되어 주었던 독립 서점들에게 받은 고마움을 갚아야 할 때라며, 저널리스트와 작가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이들에게 함께 작품집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곧 칠십여 명의 작가들이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담은 원고를 보내오면서 이 책이 만들어졌다. ‘이제 어떡하지?’ ‘슬픔’ ‘위안’ ‘소통’ ‘멈추지 마’로 구성된 다섯 개의 부에서 작가들은 ‘연대’와 ‘희망’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하루하루가 고통인 상황에서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언제 끝날지 모를 이 불확실한 시대를 함께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 저자 제니퍼 하우프트 외 69인
대표작가 - 제니퍼 하우프트
25년의 경력을 가진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매거진 O』(O, The Oprah Magazine)를 비롯하여 『시애틀 타임스』(The Seattle Times), 『더 선』(The Sun), 블로그 Psychology Today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파해왔다. 데뷔 소설 『In the Shadow of 10,000 Hills』로 2018년 Foreword INDIES에서 Bronze 역사 소설 상을 수상했다

■ 역자 김석희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ㆍ프랑스어ㆍ일본어를 넘나들면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소로의 『월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쥘 베른 걸작 선집(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 차례
책머리에
들어가는 말

1부 이제 어떡하지?
콰미 알렉산더와의 대화
경계와 굴복(안드레 듀버스 3세)
새롭지만 오래된 어휘록(페이스 아디엘)
요즘 같은 때에는 -마야 안젤루를 기리며(니키 조반니)
유령도시(스콧 제임스)
마음과 영혼에 먹이 주기(안드레아 킹 콜리어)
떨구기(게일 브랜다이스)
앉아 있다, 젠장(딘티 W. 무어)
책들도 멈추었다(케빈 샘프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제이미 포드)
마지막 장(지나 프란젤로)
밤의 밀물(N. L. 숌폴)

2부 슬픔
데이비드 셰프와의 대화
나는 세상을 사랑하고 싶지만 세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켈리 러셀 애거든, 멜리사 스터다드)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로라 스탠필)
슬픔의 강(그레이스 탈루산)
엉겅퀴의 물결(루벤 퀘사다)
피부(폴렛 퍼해치)
접촉(미셸 구드먼)
마지막 티셔츠(줄리 가드너)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매 간의 멀어지기(캐럴라인 리빗)
현재 시제로 기념하기(메그 웨이트 클레이턴)
아마도(애나 퀸)
고맙게도 -코로나19 병동에서 보낸 긴급 보고(마사 앤 톨)
격리(수전 헨더슨)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아니다(아다 리몬)

3부 위안
데니 사피로와의 대화
오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제인 허시필드)
세시(제니 쇼트리지)
혼자, 욕망에 가득 차서(소노라 자)
고비에서 바라보기 -2020년 3월의 기록(레나 칼라프 투파하)
욕조 안에서(제나 블럼)
봉쇄령 속에서 품위 찾기(장 궈)
무균실(제시카 키너)
유폐(피터 G. 퀸)
지붕에 이끼가 낀 집(애비게일 카터)
느닷없이 닥친 재난(도나 미스콜타)
교외의 밤 풍경(사디아 하산)
재난 속의 라벤더(로베르토 로바토)
마음의 끝에서 부르는 노래(수전 리치)

4부 소통
그녀의 길 -프라밀라 자야팔을 위하여(클로디아 카스트로 루나)
최첨단 시대에 나라 꼴은……(데비 S. 라스카)
마스크 뒤에 있는 것(리즈 헤인스)
사랑하는 O(칭인 첸)
황홀경(리디아 유크나비치)
팬데믹 밤의 데이트(소머 브라우닝, 데이비드 실즈)
유혹, 과일과 자비 이후(세레나 초프라)
‘원격 강의’로 요가 수련하기(던 라펠)
소통을 위한 레시피(제니퍼 로스너)
낯선 화폐(샌드라 사르)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스티브 야르브로)
엄마로서 피할 수 없는 기쁨(크리스틴 밀라레스 영)
연좌시위에 가져가야 할 것(앰버 플레임)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할 때(테리 엘람)

5부 멈추지마
루이스 알베르트 우레아와의 대화
아름다운 미국이여, 다시 한번(리처드 블랑코)
끈기 -2020년 전몰장병기념일 주말에(팸 휴스턴)
왜 침대에서 나오지?(제니퍼 하우프트))
그 모든 것 너머(크리스틴 헴프)
뉴욕에서 보내는 엽서(샐리 코슬로)
믿음을 멈추지 마(샤나 머하피)
희망이 노래한다(애나 헤브라 플래스터)
이야기해줘?(미셀 윌젠)
반짝이는 길(재뉴어리 길 오닐)
잎떨림병(로빈 블랙)
우리는 마스크를 쓴다(W. 랠프 유뱅크스)
엘레우테리아(메이저 잭슨)

감사의 말
옮긴이의 덧붙임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안부를 전합니다


이제 어떡하지?

콰미 알렉산더와의 대화

콰미 알렉산더(작가·교육자·시인. 2015년에 운문소설 『크로스오버』로 ‘뉴베리상’을 받았다. 뉴욕에 살고 있다)는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의 <모닝 에디션>에서 자주 보여주었듯이 “우리의 울적한 기분을 아름답게 만드는” 재능을 갖고 있다. <모닝 에디션>은 미국 전역에서 1만 명이 넘는 청취자들이 보낸 시구를 토대로 감정이 듬뿍 담긴 한 편의 시를 창작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보건과 경제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이 시기에 콰미 알렉산더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나라가 통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함께 느끼는 슬픔과 두려움을 표현하고 더 나은 날들을 기대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효과에 대해 NPR의 주재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제니퍼 하우프트: 우리의 삶, 우리의 이야기는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기간 동안 모두 변하고 있다. 당신 가족에게 뉴노멀(대변환기에 새롭게 나타나 보편화되는 기준이나 표준)은 무엇인가?


콰미 알렉산더: 우리 집에는 열한 살 난 딸이 있는데, 나는 그 아이가 일상을 계속 영위하도록 애쓰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지난 40일 동안 딸아이와 나는 우리 아파트 앞에서 소프트볼을 했고, 캐치볼도 했고, 훌라우프도 했고, 프리스비도 던졌고, 얼마 전에는 스케이트보드도 하나 샀다. 요즘 나는 아이한테 스케이트보드 타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과거에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사느라 그런 놀이를 할 시간을 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런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지금, 뉴노멀은 무엇일까? 나는 우리가 과거에 자라면서 했던 일들로 돌아가고 있고 딸아이는 그걸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부모로서 나에게는 고무적이고 신나는 일이다. 그것은 나에게 테크놀로지와 이 본능적이고 민감한 것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당신들은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자랐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그것은 이 시대가 주는 선물의 하나라고. 그리고 우리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옛날’ 방식을 새롭게 개발할 거라고 생각했다.


제니퍼: 우리 아이들은 실제로 테크놀로지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이 시대가 우리의 자녀 교육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뭔가 긍정적인 결과도 있지 않을까?


콰미: 우리는 어떻게 우울한 기분을 아름답게 만들 것인가? 그건 모두 관점의 문제이다. 예전과 똑같은 기본적인 생각들이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냥 책을 읽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 글을 쓰는 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싶어 하도록 가르치는 것,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 이 모든 것은 예전과 똑같이 남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교육자로서 우리의 창의성을 어떻게 활용하여 이 새로운 학습법을 혁신하고 거기에 적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니퍼: 아이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해보라고 부추기는 것도 당신이 하는 일의 큰 부분이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콰미: 사람은 누구나 남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느끼려면 당신이 뭔가를 말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에게 목소리를 준다. 그것은 또한 우리 목소리를 높여준다. 우리가 세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고, 더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우리 자신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봐, 이게 바로 너의 참모습이야. 이게 네가 지금까지 겪은 일이고, 이게 지금 네가 가고 있는 곳이야.”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그것은 씌어지고, 앞으로도 씌어질 것이다.” 나는 그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금 내가 내 이야기를 세상에 발표하고,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읽고 거기에 반응해 그것과 자신을 결부시켜 생각하면, 나는 세상에 중요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나보다 더 큰 어떤 곳의 일부이다.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격렬하고 힘겨운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에는.


제니퍼: 지금은 출신 배경이 무엇이든, 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든 상관없이 누구나 팬데믹의 영향을 받고 있다. 나는 공통의 적과 함께 싸우고 있다는 연대 의식을 통해, 서로 적대하는 ‘타인’으로부터 우리 모두가 싸우고 있는 질병으로 대화의 주제가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콰미: 우리의 차이점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무언가가 우리를 통합시킬 수 있다는 건 아주 오랫동안 내 희망 사항이었다. 그렇게 되려면 확실히 어떤 재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내 평생의 목표는 어린이들을 돕는 것이다. 어른들은 이미 지나치게 망가졌을 테니까.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도록 돕고 싶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하도록 돕는 것이다.


제니퍼: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할까? 사회적 행동주의의 추진력이 계속 유지되도록 우리의 이야기와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콰미: 나는 어린 딸아이에게 늘 말한다. 말하는 것보다 남의 말을 듣는 것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제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세상을 언뜻 보여주는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리듬과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듣는 것은 무언가를, 무엇이든, 아니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은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 가져오는 그 듣기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 이야기의 근원이 아닐까?



위안

마음의 끝에서 부르는 노래(수전 리치
)

나는 당신을 라디오 주파수로 생각한다-

(때로는 찾기가 어렵다)


불빛으로 밝혀진 다이얼을 만질 때처럼.

그러나 오늘 밤 당신이 도착한다.


반쯤 잠든 내 귀에 속삭이며.


당신은 작은 즐거움과 웃음이 담긴 여행 가방,

공중제비를 돌며 나라를 가로지른 가방을 내민다.


이 자가 격리 시대에

우리는 열에 들뜬 방랑자들이다.


휴대용 기기 말고는 가진 게 없다.


그 열린 화면에는 생략 부호가 떠오른다.

우리는 지진이 난 듯한 과거의 뼈를 치료한다-


새로운 어휘로

거친 입을 장식하며.


더 이상은 미루지 않는다.


세상이 조용해지면

나는 우리의 갈망에 눈을 뜬다.


남은 것은 그것뿐.

붕대도 감지 않고 치장도 하지 않고


해안선을 따라 빽빽이 모여서


격리 라디오 방송의

부드러운 리듬과 알림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이것이 당신에게 방송된다.



소통

그녀의 길 -프라밀라 자야팔을 위하여(클로디아 카스트로 루나)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걸어가는지가 중요하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슬픔을 인정하는 것

우리 어머니의 눈에서 늘 보아서 익숙해진

그 작은 불꽃을 다른 사람들의 눈에서 보는 것

오래된 이름들을 배우는 것

품위 있게 그 이름들을 말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용기는 왕관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 딱딱 맞부딪치는 것

뱃속의 응어리와 비슷하다.

길고 험한 길을 선택할 때

미지의 것을 인정할 때

그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정의를 갈망하듯

빵을 갈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집을 언뜻 보는 것은 그것의 일부다.

과거의 집에는 없었지만, 앞으로 지어질 집에는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

그리고 겨우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 잔을

원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거리의 양지바른 쪽에는

현명한 나무의 빈틈없는 눈길 아래

현관 포치가 있을 것이다.


워싱턴주의 계관시인인 클로디아 카스트로 루나는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된 이튿날 이 시를 썼다. 그녀는 코로나19를 생각하고, 이민법 개혁의 필요성을 생각하고, 다가오는 여성 참정권 획득 100주년 기념일을 생각하며 이 시를 썼다.


“끝에 있는 나무는 이 나라의 끔찍한 린치의 역사를 암시한다. 나무들은 잊지 않으니까 우리도 잊지 말자”라고 카스트로 루나는 말한다.


‘원격 강의’로 요가 수련하기(던 라펠)

우리를 강제로 실내에 머물게 하고 서로 갈라놓은 바이러스, 수십만 명의 사람을 상실과 비탄으로 괴롭히고 있는 바이러스의 치료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나는 나와 가족이 무사하다는 데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 널리 퍼져 있는 슬픔에 면역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젠가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슬픔의 치유법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팬데믹의 와중에 나는 ‘프라나 비디아’ 수련(물론 원격 강의)에 등록했다. 배울 기회가 흔치 않은 이 요가 명상은 호흡으로 운반되는 생명력에 초점을 맞춘다. 이 생명력은 ‘심령체’라고도 불린다. 날마다 나는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강사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고, 내 몸 안팎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했고, 전 세계의 시간대에 있는 수강생들과 교유를 나누었다.


요가의 정의 가운데 하나는 ‘합일’이다. 요가는 이중성을 포용하고 인간의 관념들 가운데 가장 완고하게 역설적인 관념의 한계를 무시할 수 있다. 원격 강의로 심령체 수련을 받는다고? 왜, 그러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그것이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요가를 가르친다. 요가 동작, 프라나 명상, 요가 니드라를 가르치는 내 일은 번창하고 있지만, 어떤 성공도 내가 요가를 가르칠 때 얻는 황홀감을 주지는 못한다. 내 수련생들이 마침내 밤에 잠을 충분히 잤다거나 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었다고 말하면, 물론 나는 그것을 즐기지만, 그것을 내 공으로 삼을 수는 없다. 바닷물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내가 수련생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내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깊은 평화를 전달하는 것은 이 지혜의 전통이 나를 통해 흐르고, 나를 사방팔방 모든 방향으로 이어주는 것을 느끼는 순간들이다. 그 모든 방향에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시간은 결국 유동적인 구조물이다.


***


우리는 코로나19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마치 전혀 알지 못했던 것처럼 코로나19에 급소를 찔리는 바람에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을 단련하여 우리의 반응을 통제하기 시작할 수 있다. 평온한 곳, 더 깊은 웅덩이에서 나오면, 그 반응은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보살필 수 있다. 우리는 이제 행동을 취해야 한다.


나의 요가 니드라 프로그램의 일부는 이렇게 끝난다. 파도는 물방울을 공중으로 던지고, 거기서 물방울들은 반짝이다가 사라진다. 하늘은 물에 비친다. 하늘은 너무나 푸르고 끝이 없다. 그것은 무한하다.



멈추지마

믿음을 멈추지 마(샤나 머하피)

어느 안개 낀 토요일 아침, 남편 앨런과 나는 샌프란시스코 푸드 뱅크의 음식을 노인들에게 배달하러 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한 번도 이 일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팬데믹은 많은 사람이 전에 해보지 않은 일을 하도록 부추겼다. 우리가 101번 국도에 들어섰을 때 ‘저니’가 부른 <돈 스톱 빌리빙(믿음을 멈추지 마)>의 후렴의 분명한 피아노 선율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이 노래는 한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단의 응원가여서, 점수가 동점이거나 뒤지고 있을 때는 여덟 번째 이닝 내내 연주되곤 했다.


“101번 국도가 이렇게 텅 비어 있는 건 처음 봐.” 앨런이 말했다. 남편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는 새너제이로 출근하기 위해 오전 여섯 시 전에 집을 나서야 했다. 한 시간만 늦게 출발해도 교통 체증에 걸려 지각할 수밖에 없었다.


차가 포트레로힐과 푸드 뱅크 쪽으로 달리고 있을 때 나는 오라클 파크를 돌아보았다. 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이 야구장을 ‘AT&T’파크라고 부르는데, 내가 여기서 자이언츠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본 게 2012년이었다. 여덟 번째 이닝 중반에 이르렀을 때 점수는 동점이었다. 219섹션의 마지막 줄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었다. 그 자리는 ‘저니’의 리드 싱어인 샌프란시스코 토박이 스티브 페리의 지정석이었다. 피아노 전주가 시작되자 스티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중은 환호성을 지르며 모두 일어났고, 스티브의 선창에 따라 스타디움 전체가 한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해에 우리는 믿음을 멈추지 않았고, 자이언츠는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그 기억은 내 목과 눈시울에 그 익숙한 감각을 가져왔다. 내 신경이 슬픔에 반응하여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진 것이다. 그때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4만여 명의 관중이 스티브 페리와 하나가 되었듯이,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조응하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포트레로힐 너머에 도착하자, 푸드 뱅크의 자원봉사자들이 식료품 봉지로 가득 찬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 쪽으로 가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장부에 기록한 다음, 무거운 봉지 열다섯 개를 차에 실었다.


“고맙습니다.”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말했다.


“당신들이 더 고맙죠.” 우리가 대답했다. 우리는 두어 시간 동안 식료품을 배달하는 일만 하고 있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일주일 내내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우리의 배달은 샌프란시스코의 수많은 동네 가운데 액셀시오르라는 곳에서 시작되었다.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밝은 노란색 문이 달린 새파란 색깔의 집이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였다. 나는 초인종을 두 번 누르고 식료품 봉지를 현관 앞 계단에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노인들이 너무 허약해서 15킬로그램짜리 봉지를 나를 수 없어도 식료품을 집 안으로 옮기는 일을 우리가 도와줄 수는 없었다.


잠시 후 문이 천천히 열렸다. 작은 몸집의 아시아계 할머니가 지친 얼굴로 방충망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푸드 뱅크에서 왔어요.” 나는 목에 걸고 있던 배지를 들어 올리고 식료품 봉지를 가리켰다.


그녀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고마워.” 나는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차로 돌아갔다. 그다음에 식료품 봉지를 받은 여자는 손뼉을 치며 “어머, 이건 나를 위한 거로군요” 하고 말했다.


배달을 절반쯤 끝냈을 때 우리는 자줏빛 실내복 차림에 어울리는 색깔의 푹신한 슬리퍼를 신은 라틴계 할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고맙다면서 차 안에 있는 앨런에게 손 키스를 날렸고, 영국적 금욕주의자로 알려진 이 남자는 차창을 내리고 열정적으로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식료품을 받고 무척 기뻐했다”라는 말을 듣는 것과 직접 그것을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마지막 목적지는 낡은 나무 계단 양쪽에 화분이 줄지어 놓여 있는 집이었다. 거기서 나는 다림질을 한 회색 바지에 하얀 칼라를 댄 셔츠를 입고 연푸른색 카디건을 걸친 노신사를 만났다. 집을 떠날 수 없는데도 그날을 위해 그렇게 차려입은 것이다. 식료품을 보자 그의 반짝이는 눈은 즐거운 웃음 속으로 사라졌다. 그를 보자 2년 전에 돌아가신 삼촌이 생각났다.


우리는 차창을 내린 채 집으로 차를 몰았다. 해가 졌다. 내 두 발은 바닥에 닿아 있었고, 두 팔은 하늘로 올라가 있었다. <돈 스톱 빌리빙>이 차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목청껏 따라 불렀다.


지금 우리는 식료품을 배달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들과 인사 이상의 것을 나누면서 매주 토요일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일시적인 접촉점을 경험하고, 거기서 서로의 삶을 잠깐 들여다본다. 그곳을 떠날 때는 죽은 친척들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아무리 늙어도 자기보다 더 늙은 사람이 있고 남에게 위안을 주는 능력과 지혜를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노인들은 대부분 몸무게가 50킬로그램도 안 되지만, 무거운 식료품 봉지를 거뜬히 들어 올리고 소박한 감사 인사로 우리의 두려움을 가라앉혀준다.


팬데믹은 끝날 것이다. 우리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뒤에 남기고 온 것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미지의 미래 속으로 미소와 허공에 날리는 손 키스와 감사의 말과 희망의 선물을 가져갈 것이다.


* * *


본 도서 정보는 우수 도서 홍보를 위해 저작권자로부터 정식인가를 얻어 도서의 내용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정식인가 없이 무단전재, 무단복제 및 전송을 할 수 없으며, 원본 도서의 모든 출판권과 전송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