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의 청소부입니다

   
김영빈
ǻ
쌤앤파커스
   
14000
2021�� 02��



■ 책 소개


“시는 마음을 긁어 적는데
청소는 바닥을 쓸어 담는다.”

푸른 산 빛이 먹색으로 변하면 가방을 둘러메고 출근을 한다. 전철 역사를 미화하는 야간 청소부가 그의 직업이다. 대학입시 때도 4대 1이었는데, 무려 9.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꿰찬 자리다. 밤새 일하고 노곤한 몸을 실은 새벽 첫차 퇴근길. 첫차는 가장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타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밤새고 퇴근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덕분에 땀과 눈물로 세상의 모든 아침을 여는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이 책은 전철역 야간 미화원 김영빈 작가의 바라본 밤의 세상, 전철역을 오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 관계, 삶, 나이듦에 대한 시와 에세이를 엮였다. 코로나19로 평범한 날들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해진 요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상을 지키며 엄혹한 세월을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욱 뭉클하다.

■ 저자 김영빈
푸른 산 빛이 먹색으로 변하면 가방을 둘러메고 출근을 한다. 전철 역사를 미화하는 야간 청소부가 그의 직업이다. 대학입시 때도 4대 1이었는데, 무려 9.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꿰찬 자리다.

밤새 일하고 퇴근길 새벽 첫차. 첫차는 가장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타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작가를 포함해서 밤새고 퇴근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덕분에 땀과 눈물로 세상의 모든 아침을 여는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소통 전문가로 스피치 강의를 했고, 〈한국문학예술〉에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인생치의 선물》, 《삶의 품격을 높이는 말 부리기 연습》,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다》 등 여러 권의 책을 냈다.

■ 차례
시작하며_자꾸만 눈에 밟히는 문장 하나

하나. 아침에 먹는 술
아침에 먹는 술 | 글보다 밥 | 늙은 초보 | 고통 총량을 마저 채우는 중 | 그런 말 없다 | 희망 | 청소의 정의 | 이따가 봐요 | 역 | 빗자루 | 전철 | 새우잠 | 조명 | 청소와 수행의 공통점 | 물청소 | 노동은 운동과 달라서 | 준비와 마무리 | 시선 자르기 | 성지 | 길

둘. 사는 일은 이별 연습이라
지뢰밭과 사막 | 라일락 향기 | 말 잘하는 사람 | 힘 빼는 말 |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 | 나는 안다 | 마지막 용서 | 다짐 | 시가 돈이 된다고 | 아름다운 삶 | 걱정과 근심의 양 | 금기어 | 바보가 사랑받는 이유 | 우린 어쩌다 설명이 안 되는

셋. 삶의 기술 중 최고는 잘 웃는 일

넷. 몰라서 못 하는 것보다 알지만 안 하는 것
그럴 사람이 아닌데 | 불편과 불쌍 | 나도 그런 사람인지 몰라 | 헤어지는 연습 | 지독한 사랑 | 사랑을 듣는 기술 | 망초 | 먼지의 사랑 | 작은 고통 | 자존감의 근원 | 최고의 관건 | 인연

다섯.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위로 | 공황장애 | 자신의 몫 | 져주는 사랑 | 질긴 자 | 알고도 조용한 사람 | 못 자국 | 닮은 사람 | 인생작 | 옆자리 | 친구가 많은 친구 | 책 중에 제일은 산책 | 치사하게 늙는다 | 돈과 감정에 솔직해지기 | 악인 | 모자 쇼핑 | 몸이 상전 | 선택의 다른 이름 | 인생 사계절 | 휴일

마치며_애쓰는 마음은 그냥 사라지지 않아서

 




나는 밤의 청소부입니다


아침에 먹는 술

아침에 먹는 술

이어진 해장술이 아니다.

일 끝내고 먹는 아침술은

맨밥을 오래 씹는 맛처럼 달다.


안주가 딱히 필요 없는 것은

밤새운 일거리를 씹으면 되기 때문.


취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취기 없는 사람 또한 없다.


거기서 거기가 다 고향이고

내 자식 네 자식이

다 자랑이고 애물이라

흉허물이 풀어진다.


사람 팔자 모이니

영화보다 재미있고

소설보다 감동이다.


아침에 먹는 술은

가슴이 비워진다.


**

시는 마음을 긁어 적는데

청소는 바닥을 쓸어 담는다.


시는 정신을 여행하는 일이고

청소는 물질을 이동시키는 일이다.


나의 출근은 당신의 퇴근이다.

낮과 밤이 그러하듯 해와 달이 교대하고

바람과 구름, 계절과 꽃도 마주치고는 헤어진다.


사랑의 원천인 가족도

가는 생, 오는 생이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듯이

동행은 오로지 나 자신뿐.


희망

희망은 빛으로 향하는 것

오지 않으니 가야 하는 것


그리하여 고난 속에서도

오로지 희망을 꿈꾸었는데


이제 알았어. 깨달았어.


희망은 내일의 길이 아닌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걸.


**

무려 9.4대 1의 경쟁을 뚫고 환경 미화원 자리를 꿰찼다.

우리 야간 B조 남성은 5명 채용에 47명이 지원했다.

대입시험도 4대 1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난 추락했다고 생각했다.

많은 직업을 전전했지만 그야말로 바닥을 청소하는 거니까.

그래서 더더구나 추락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내가 추락한 곳으로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다.

내 절망의 감정은 사치였던 거다.


전철

전철은 길들여진 공룡

정해진 길로만 다니며

평생 다이어트 중이다.


앙상한 뼈대만 남아도

속을 고스란히 비우고

스르르 꼬리를 감춘다.


심술부려 정차하면

막 속이 뒤집히고

여론의 질타를 맞는다.


전철은 사랑스런 공룡

오늘도 이놈 뱃속을

헤집고 자리를 잡는다.


**

역사마다 고충이 다 다르다.

어느 역은 가로수 낙엽 때문에 청소하는 데 더 어렵고

어느 역은 배수가 잘 안 돼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느 역은 대합실이 지하라 일조량이 부족하고

어느 역은 환승이라 화장실 사용이 많아 골치고


우리 역은 승강장이 지상인데

비둘기 때문에 청소가 힘들다.

배설물을 바로 치우면 되지만 조금 방치하면

냄새도 나고 굳어져서 닦기가 어렵다.

더구나 깃털은 비질에 도망을 다녀서

담기가 쉽지 않다.

비둘기 천적은 매라고 하는데

매를 부르느니 청소를 더 열심히 하는 쪽으로.


청소와 수행의 공통점

잘해도 표가 안 나고

잘못하면 표가 나고


단순하지만 힘이 들고

하고 나서 또 해야 하고


할 때마다 다르고

할 때마다 같고


눈으로 지우고

가슴으로 쓸고

마음으로 닦고.


쉽지 않은 길을 간다.

밥값은 했니?

고개를 끄덕이니 됐다.


**

세상 사람 모두가 잠든 시간은 없다.

깨어 있는 고독과 마주한다고 외로워하지 말기를.

사는 일이나 죽는 일이나

혼자서 하는 거다.


죽어도 같이 죽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말뿐이지.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은 그런 말이라도 하니

사랑할 수밖에.


밤새도록 긴 시간의 어둠을 지나왔어도

흰 머리카락 하나 검게 물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깨끗한 역사는 자부심을 만들고

가슴은 보람으로 뿌듯해진다.



사는 일은 이별 연습이라

라일락 향기

하루를 거꾸로 사는

야근 인생살이 출근길


라일락 향기가 따라오며

초라한 삶의 냄새를 지운다.


얼마나 혹독한 겨울을 보냈기에

라일락은 이토록 좋은 향기가 날까.


나는 얼마나 잔혹한 세월을 지나야

인간다운 향기를 품을 수 있을까.


**

사는 일은 이별 연습이라

아침은 저녁을 이별하고 밤은 낮과 이별한다.

지금 보는 것은 조금 전에 본 것을 이별해야 하고

들리는 것은 조금 전 들은 것과 이별해야 비로소 들린다.

사랑도 이별을 전제로 하니 만남이 곧 헤어짐인 것을.


부모는 자식이 밀어내고 자식은 그 자식이 밀어내고

영원불멸한 것은 없으니 순간을 살라 한다.

꽃은 지려 피고 싹은 가지가 밀어내

사람도 늙어가니 젊기만 바라지 말아야 하고

사는 일은 이별 연습이라

허무와 친하게 지내야 하는 거다.



몰라서 못 하는 것보다 알지만 안 하는 것

불편과 불쌍

불편함을 참는 사람과

불편함을 없앤 사람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만났어.


서로의 모습이 늙어서 깜짝 놀랐지.

하지만 불편을 참던 사람의 표정이

더 오래 남았어.

불쌍해서 말이야.


**

몸은 하난데 옷이 너무 많아.

그런데도 옷장을 열고 하는 말은

“입을 옷이 없어.”

‘에이, 맘에 드는 옷이 없는 거겠지.’


“옷이 작아졌나 봐.”

‘당신이 살쪄서 그래.’

신상에 해로운 말은

삼가는 것이 함께 사는 방법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보다는

상대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그나저나

수행자는 갈아입을 옷 한 벌이면 된다는데

요즘은 옷방이 따로 있을 정도니.


사랑을 듣는 기술

새겨들어야 합니다.

아프지 않다고

그러니 당신 하는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말은

지금 많이 아프니

빨리 오라는 겁니다.


흘려들어야 합니다.

갖고 싶은 거 없다고

돈도 없을 텐데

기념일 챙기지 말라는 것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지나치지 말라는 겁니다.


**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지만 못 하는 게 더 많다.


그러니 더 많은 지식을 찾기보다는

안 좋은 습관 하나 버리는 건 어떨까?


자존감의 근원

자존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등락을 거듭한다.

스스로 조절하면 좋지만 그리 쉽지 않다.


자존감은 많은 사람 앞에서

칭찬을 받거나 하면 최고로 상승하고

존재감 없이 무능한 느낌이 들면

한없이 추락한다.


자존감을 상승시키는 방법은 뭘까?

자신을 위로하는 거다.

‘나 잘하고 있어. 내가 최고야!’라며

으쓱대는 거다.


**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더 행복할까?

찔러놓고 “왜 그렇게 아파하냐?”고 의아해한다면

상대에 대한 생각은 1도 안 하고

자신과 같은 거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사는

외향적인 사람일 거다.


어쩌다 속내를 말하면 “겨우 그거 때문에?”라며

말한 사람을 오히려 속 좁은 사람으로 우습게 몰아가는 사람.

그래서 한 번 더 속이 상해서 입을 다물게 되는 경우는

내성적인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힘겨움이다.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럴 때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데,

제발 그러지 마시길.


내성적인 사람은 대부분 착한 사람이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려고 자신이 참는 거니까.

자신을 더 사랑해주시라. 스스로 버림받지 않게.

약간은 손해라고 느끼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거니까.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공황장애

남들이 공황장애를 말할 때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나는 마인드 컨트롤이 되는 사람이라고 자부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다.

가슴을 쥐어뜯는 갑갑함, 미칠 것 같은 지경,

‘아, 이렇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절체절명의 순간.

그랬다, 공황장애는 정말 무서웠다.


호흡 간에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숨을 쉴 수가 없었으니까.


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내와 자식을

더 사랑하는 방식으로

공황장애를 이겨냈다.


**

지구 밖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어떨까?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움직이고 그럴 거다.

뭐든 써야 하고, 버려야 하고,

서로 사랑하고, 싸우고, 이별하는 모습일 거다.


그런 작은 톱니바퀴에서 사는 거다.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길.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거다.


책 중에 제일은 산책

혼자 놀기의 진수는 뭐니 뭐니 해도 걷기.

둘레길을 산책하는 것은 자기와의 데이트.

자연의 무정형을 보면 삶이 정리된다.


자연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가까이 보면 치열하게 경쟁하고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상생한다.


무료하다고 느낄 때

무작정 나와서 걸어본다.

단, 폰은 꺼두고.


온전한 산책은 무념이다.

바른 생각을 하려는 게 아니라


아무 생각도 없이 마음을 비워내는 것.


**

사람은 좀체 변하지 않는다.

아주 큰 사건이 있으면 모를까.

죽음에 버금가는 상황을 겪지 않으면

어제의 습관대로 오늘을 살고 내일도 마찬가지다.

나는 매일 1밀리미터만 변화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감히 권하노니

매일 한 가지씩 바꿔보기를.

고치고 싶었던 것이든, 하고 싶었던 것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아침에 체조를 하거나

기침시간을 30분 앞당기거나

하루에 한 줄 메모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찜찜해서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었는데 게을러서 하지 못했던 것,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놓던 것.


그런 것을 하루에 한 가지씩만이라도 해본다.

그러다 보면 삶의 궤적이 많이 달라질 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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