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사람들이 불어주는 온기로 천천히 항해하고 있다”
책방에서 마주한 무수한 만남과 소중한 나날
할인을 포기하고 동네서점에서 책을 주문해주는 고마운 이웃들, 아주 넉넉한 삶은 아닐지언정 거스름돈 몇 푼을 받지 않고 책방에 보태어주는 손님들, 크지 않은 행사비마저 사양하며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건네는 작가들, 당신들의 공간에서 의미 있는 사업을 해주어 고맙다며 월세를 탕감해준 건물주 부부 등, 시인은 ‘책방이듬’을 운영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실감한다. 누구 하나 빈손으로 오지 않은 조촐한 송년회를 통해서는 “멀리 있는 부모 형제보다 친밀하게 정을 나누는 공동체가 있음”을 깨닫기도 하고, “파티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로 방해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서로를 환대하는 정경에 감동하기도 한다.
물론 조건 없이 건네는 도움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책방을 운영하는 데는 숱한 역경과 난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제법 많은 책을 냈고 대학 강의도 나가는 중견 작가인데 작품이나 쓰지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느냐?” 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으며 “아무도 시키지 않은 사업에 골몰해 있다.” 큰 이득을 보기가 어려운 동네서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란 정말 녹록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시인은 “문학이 누군가의 일생을 바꾸고 그를 불행에 건져낼 수 있다면” 하는 작은 기대와 바람을 갖고 이 생활을 이어간다. 그에게 ‘책방이듬’은 농도 짙은 희로애락이 집결하는 공간이지만, 시인은 그곳에서 사투한 날들을 두고 먼 훗날 “내가 나를 만나는 멀고 긴 여행이었다고 느끼리라” 생각하며 오늘도 주저 없이 책방의 문을 열어놓는다.
■ 저자 김이듬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했다.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표류하는 흑발』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와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산문집 『모든 국적의 친구』 『디어 슬로베니아』가 있으며 연구 서적으로 『한국 현대 페미니즘시 연구』가 있다. 두 권의 영역시집 『Cheer Up Femme Fatale』 『Hysteria』와 한 권의 영역 장편소설 『Blood Sisters』가 있다. 시와세계작품상, 김달진창원문학상, 올해의좋은시상, 22세기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전미번역상,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1인 독립 책방 ‘책방이듬’을 운영하고 있다.
■ 차례
1부 / 책방에서 나의 방을 생각하다
2부 / 그녀의 입술은 따스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
3부 /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화해하는 밤이
4부 / 우리는 만나 다른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