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아내와 남편이 되어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헌사(獻辭)’!
화사한 햇살을 받으며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노부부가 걸어간다. 내딛는 보폭이 그리 크지 않은 두 노인의 걸음이 여유롭고, 비록 대화는 나누지 않아도 가끔씩 살피는 눈빛에 살풋한 정이 스며 있다. 노부부가 겪은 삶의 궤적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렇듯 서로 의지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모습이 왠지 부럽기만 하다.
1987년 〈월간문학〉 수필 부문에 당선된 후 담담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힘을 지닌 글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유선진 작가가 산문집 『한 평 반의 행복 _저문 날의 어느 노부부 이야기』를 펴냈다.
작가가 막 80대로 접어든 2015년, 85세 노령의 남편이 극한 스트레스로 쓰러져 4개월 7개월 동안 병원에서 지낸 이후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돌보면서 지난날의 회한과 지금에 이르러 감사하기까지, 틈틈이 일상의 일들을 써내려간 글에는 작가의 부끄러운 고백과 반성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산문집 『한 평 반의 행복』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헌사(獻辭)’이다. 아내든, 남편이든 입장의 차이가 있을 뿐, ‘나’가 아닌 ‘우리’로 살면서 엮어내는 삶의 변주곡은 그래서 더욱 치열하다.
그 치열함을 거쳐 인생의 끝자락에 이르면 애틋하고, 비록 병고의 배우자라 할지라도 곁에 있음이 감사하고 축복이라는 것을, 부부가 아니면 그 감사와 축복을 어떻게 알 수 있으랴. 그래서 노환의 남편을 돌보는 일상의 이야기를 때로는 투정 부리듯, 때로는 따뜻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시선이 참 고맙다.
■ 저자 유선진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미동초등학교, 경기여중 · 고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고 1987년 [월간문학] 수필 부문에서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하였다. 2002년에 발표한 첫 수필집 『섬이 말한다』는 같은 해 한국문예진흥원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2009년 산문집 『사람 참 따뜻하다』, 2014년 수필선집 『쓴맛 단맛』을 출간하였다.
■ 차례
작가의 말
1부 그이의 인생 _남편의 마음으로 아내가 쓴 이야기
아빠가 뿔났다 | 어떤 월급날
2부 네가 있어 행복해
그의 묘비명 | 해로(偕老) | 내 남편이 먼저 손을 들었다네 | 삽화 하나 | 미라클!
| 아이고, 아닙니다요 | 네가 있어 행복해
3부 또 하나의 고개
소식을 전합니다 | 함께 있는 것이 둘 다 사는 길 | 삼부합창 | 과거라는 이름의 보물 상자
| 고소한 참깨 냄새 그리고 평강의 연둣빛 | 등이 말한다 | 무전기 교신 | 기사회생의 명약
| 바깥은 겨울 | 나는 아이처럼 끌어안았다 | 또 하나의 고개
4부 다정이 병이 되어
종점 전 정류장 | 아홉수 | 놋수저 | 천국에서 산다 | 야래향 | 교회 가는 길
| 두 노처(老妻) 이야기 | 멈추며 흐른다 | 모처럼의 나들이 | 뒤늦은 동행 | 한 평 반의 행복
| 다정이 병이 되어 | 구름 위로 나는 새는 비를 맞지 않는다 | 행운목 꽃이 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