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뉴요커

   
홍세림
ǻ
21세기북스
   
19500
2020�� 05��



■ 책 소개

60만 유튜버 홍세림은
왜 무작정 뉴욕으로 향했을까?

 

유튜버 홍세림은 바쁜 일정에 좇기는 여행을 거듭하면서 늘 여행에 만족하지 못했다. 2019년 말 한 도시에 여유롭게 머무르며 특별한 하루와 일상적인 하루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한 달 살기’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목적지는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시 ‘뉴욕’으로 정했다.

 

뉴욕으로 떠나기 전 한 달 동안 뉴욕에서 꼭 해야 할 버킷리스트 20가지를 정했고 이 경험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리스트에는 타임스 스퀘어에서 새해를 맞거나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는 등 뉴욕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도 있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거나 평소처럼 카페에서 일하는 등 여유롭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들도 있다. 그곳에서 느낀 특별하고도 소소한 경험들을 오롯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풀어냈다.

 

다른 여행 콘텐츠들로 대리만족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은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동시에 잊고 있었던 여행에 대한 설렘을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저자 홍세림
파워 집순이. 하지만 집 밖을 나설 땐 통 크게(?) 해외로 떠난다!

 

아무도 유튜버를 하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생각 외로)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 하지만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고 카메라에 모습을 담아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어 행복한, 직업 만족도 100% 크리에이터. 내일은 또 어디로 떠나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하는 상상으로 가득 차 있다! 

 

■ 차례
프롤로그
두근두근 뉴욕으로 떠나기 전
+ 나만의 한 달 살기 리스트

 

DAY 1. 뉴욕행 비행기에서 이 노래 듣기
tip 첫 여행에서 이것만은 알아두자
tip 뉴욕’ 플레이 리스트
관찰일기 캐릭터 소개

 

DAY 2. 록펠러 센터에서 크리스마스 맞기
tip 뉴욕 홈파티 레시피

 

DAY 3. 에어비앤비 살아보기
tip 나만의 에어비앤비 잘 고르는 방법!
관찰일기 밥 잘 해주는 착한 세끼

 

DAY 4.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기
tip 뉴욕에서 본 뮤지컬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
관찰일기 슬립 노 모어 후기

 

DAY 5. 현지인처럼 영어 내뱉어보기
tip 실전 야매 영어
+ 여행에서 써야 할 말 적어보기

 

DAY 6. 타임스 스퀘어에서 새해 맞기

 

DAY 7. 3대 미술관 정복하기
+ 공연, 전시회 일기

 

DAY 8. 자유의 여신상 보러 가기
+ 여행 취향 테스트
tip 친구들과 함께 즐긴 빅애플패스’ 정보

 

DAY 9. 한복 입고 인생 사진 찍기
tip 초보자를 위한 셀프 스냅사진 준비물 추천
+ 인생사진 붙여보기

 

DAY 10. 현지 마트 털기
tip 미국에서 먹은 시리얼과 한줄평
tip 붉닭볶음면과 최애 조합

 

DAY 11.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해보기

 

DAY 12. 맛집 도장 깨기
tip 맛집 리얼 한줄평
tip 그림일기
관찰일기 맛있었던 음식은?

 

DAY 13. 문구 투어 다니기

 

DAY 14. 뉴욕에서 휴가 떠나기
tip 패스트패스’ 일정표

 

DAY 15. 평소의 나’처럼 일해보기

 

DAY 16. 뒹굴뒹굴 넷플릭스 보기
tip 내가 즐겨 본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DAY 17. 똑똑하게 쇼핑하기
tip 뉴욕에서 산 아이템 리스트
관찰일기 Whats In My Bag
+ 꼭 사고 싶은 나만의 쇼핑 리스트 적어보기!

 

DAY 18.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기

 

DAY 19. 여행지 가계부 정리하기
tip 뉴욕 가계부 대공개!

 

DAY 20. 뉴욕에서 책 쓰기

 

에필로그
로망이 가득한 도시, 뉴욕에서 돌아온 후

여행 계획 세워보기!
한 달 살기 월간 계획
한 달 살기 주간 계획
한 달 살기 가계부

 

 




이번 달은 뉴요커


뉴욕행 비행기에서 이 노래 듣기

한 달 살기는 처음이라...
!

공항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이미 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 주희와 처음 같이 가게 된 두 명의 친구까지, 총 네 명이 떠나는 여행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한 달 동안 뉴욕을 여행할 생각은 아니었다. 일로 만난 네 명의 친구들이 ‘어디론가 같이 떠나보자!’라는 생각에 어쩌다 보니 설레는 그 단어 ‘뉴욕’으로 입을 모으게 되었고, 1주일은 조금 짧다고 생각한 우리는 어쩌다 보니 2주일로 스케줄을 맞추게 됐다. 하지만 주희와 나는 조금 더 욕심을 내 “간 김에 2주 더...?”라고 입을 모았고, 어쩌다 보니 ‘한 달 살기’ 여행을 계획하게 됐다.


짧게 한 나라로 여행을 가다 보면, 짧은 시간 내에 그 나라를 다 돌아봐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었는데, 한 도시에 한 달간 머무르는 여행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위해 작은 목표를 세웠다. ‘한 달간 뉴욕에서 지내며 해보고 싶었던 소소한 버킷리스트를 다 해보자!’라는 계획과 함께 나의 도전이 시작됐다. 몇 박 며칠의 짧은 여행에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들을 해보고 싶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위시리스트를 작성한 수첩을 들고, 부푼 기대감을 안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록펠러 센터에서 크리스마스 맞기

뉴욕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했다. 시차 적응이 전혀 안 된 우리는 해롱해롱 잠이 쏟아지고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뉴욕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다만 시간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우리는 서둘러 짐 가방을 내려놓고 일단 거리로 나섰다.


대망의 하이라이트! 우리는 록펠러 센터의 트리 앞으로 향했다. 외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줄로만 알았는데, 뉴욕의 롤펠러 센터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아, 이 정도일 줄이야!


사진 한 장 찍으려 해도 몰려든 인파에 가려 트리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우리 넷은 손을 꼭 잡고 인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서로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애썼다. 틈새를 노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댄 덕에 우리는 각자 마음에 드는 기념사진을 건졌다.


여행이란 나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는 것

여행을 떠나는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보다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에 집중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다시 경험하지 못할 시간을 최대한 즐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오는 감정을 온전히 만끽하라는 것!


이 여행은, 이 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별것 아닌 순간들도 영원히 기억하게 될 추억이 된다.



에어비앤비 살아보기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숙소는 또 다른 여행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다. 여행지에서의 집은 여행을 위해 잠시 몸을 누이는 장소가 아니다. 그 집에서 ‘사는 것’ 또한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여행의 과정이다.


나에게 집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그 집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집이기에 겪게 되는 여러 상황들, 그 동네이기에 가능한 일들, 동네 사람들, 주변 상점들, 그 집 앞의 풍경... 더 나아가 그 집에서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의 추억, 항상 기대되는 예측할 수 없는 그 집에서의 소소한 에피소드들까지!


나는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우리 집’을 마련했다. 네 명이서 2주간 머물렀던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의 우리 집, 두 명이서 2주간 머물렀던 맨해튼의 우리 집! 뉴욕에서 한 달간 머무르는 동안 ‘집’은 나에게 아주 큰 부분이었고, 그 집에서만 겪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경험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기

한 달 살기의 특권?

한 달이라면 길다면 긴 기간 동안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여유로움이었다. 그중 이번 여행에서 특히나 여유롭게 깊이,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게 바로 ‘뮤지컬 감상’이다. 뉴욕의 중심 브로드웨이의 많고 많은 유명한 뮤지컬들! 유명하다고 알려진 뮤지컬 중 선택해서 보는 게 아니라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뮤지컬을 여러 개 감상했고, 더 나아가 한 뮤지컬을 여러 번 보기도 했따.


여러분은 어떤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게 된다면 무엇을 여유롭게 그리고 폭넓게 경험해보고 싶은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벌써 그 여정이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타임스 스퀘어에서 새해 맞기

인생에 한번은 뉴욕 타임스 스퀘어 볼 드롭

인생을 살면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사람마다 손에 꼽는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내가 빼놓지 않고 상상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바로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0시 정각에 새해를 맞이하는 것!


새해를 해외에서 맞이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설레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왕이면 대표적인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포함된 시즌으로 정한 이유도 사실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새해맞이를 뉴욕에서 해보겠노라!”라고 말한 게 컸던 것 같다.


뉴욕에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인 ‘볼 드롭’을 보기 위해 매년 12월 31일, 세계 각지에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타임스 스퀘어에 모인다고 한다. 나는 사실 타임스 스퀘어에서 새해를 맞이해보고 싶다고만 막연하게 상상했었지,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뉴욕 현지에서 12월 31일이 다가오자 그때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인터넷을 검색했다. 아니 세상에! 평균 대기 시간이 최소 열 시간이고,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가 대기를 한단다. 게다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해 성인용 기저귀는 필수라는 코멘트까지!


다신 겪지 못할 생생한 새해맞이 경험담

2019년 12월 31일, 대망의 결전의 날! 아침 9시쯤 떨리는 마음으로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야외에서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므로 방한용품들을 최대한 많이 챙겼다. 밥도 든든히 먹고, 군것질거리 등을 야무지게 크로스백에 챙겨 길을 나섰다.


볼 드롭 당일은 교통이 통제되는 구역이 많다고 해서 조금 떨어져 있는 록펠러 센터 쪽 지하철역에 내려 무작정 입장하는 줄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타임스 스퀘어가 정확히 어디인지 아는가? 나는 이번 볼 드롭 행사 경험을 통해 뉴욕의 ‘애비뉴’와 ‘스트리트’ 개념에 대해 다시 찾아보며 다시 한 번 정확히 숙지할 수 있었다.


타임스 스퀘어는 뉴욕 7번가 42스트리트부터 50스트리트에 걸쳐 있는 나비 모양의 존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7번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6번가나 8번가 쪽에서 진입해야 한다는 글을 본 우리는 하차한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6번가 쪽을 돌아다니다가 48스트리트에서 우연히 입장 줄을 발견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대기 후, 우리는 짐 검사를 받고 볼 드롭 행사 대기 존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타임스 스퀘어의 메인 전광판(‘코카콜라’가 써 있는)과 볼 드롭 구조물의 가운데쯤에 자리를 잡게 됐다. 보다 안정적으로 대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펜스 쪽으로 이동했다. 펜스를 잡을 수 있어서 오래 버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는 오후 1시부터 열한 시간 정도 한자리에서 대기했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 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는 (멀찍이) 공연 리허설도 보고, 간식도 먹으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시간을 보냈다. 중반 즈음에는 피자를 파는 상인이 나타나 운 좋게 따뜻한 피자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기운을 충전하며 몇 시간 정도는 나름 기분 좋게 버텼다.


하지만 서너 시간 정도 남았을 때 고비가 찾아왔다. 맑게 개어 있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 것이다. 날씨 예보로는 분명 하루 종일 맑다고 했는데... 멘붕이었다. 움직일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비가 온 뒤에는 급격히 추워지고 해도 떨어져 본격적인 추위와 고통의 시간이 엄습했다.


두 시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는 ‘와, 내가 아홉 시간을 기다렸다고? 이제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네?’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기뻤다. 생각보다 드문드문이었지만 유명한 가수들이 공연도 하고, 나오는 음악에 맞춰 기념품으로 받은 풍선을 흔들며 버텼다.


우리가 참여했던 ‘2020 볼 드롭’ 행사에는 우리나라의 BTS가 출연 가수 중 한 팀이었는데, 낯선 도시 한가운데서 낯선 사람들과 버티고 서 있는 이 순간, 우리나라 가수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나라 가수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위로가 되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힘을 얻었다.


볼 드롭 행사에서는 오후 6시부터 매시 정각마다 카운트다운 연습을 하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없어서 걱정스러웠다. ‘실제 카운트다운도 그냥저냥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망의 1월 1일 0시 정각이 되는 순간! 나의 걱정언 티끌조차 남지 않고 사라졌다. “10, 9, 8... 4, 3, 2, 1, 해피 뉴 이어!”를 외치는 순간,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열한 시간을 힘들게 기다린 보람이 기대보다 훨씬 더 큰 순간이었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도, 2020년 새해를 타임스 스퀘어에서 맞이했다는 것도 여전히 실감 나지 않았다.


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모른다

아직도 카운트다운을 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로망을 이루던 순간! 그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눈부시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낯선 곳에서 처음으로 겪어야 하는 과정 앞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막상 해내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고 훨훨 날아갈 것만 같았다.


난생처음 뉴욕 타임스 스퀘어 볼 드롭을 경험하면서 아주 진하게 느낀 한 가지가 있다. ‘해보지 않으면 영원히 모른다!’ 걱정이 많을지라도, 고민이 될지라도 일단 해봐야 그것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오랜 생각들, 이젠 도전해보자! 값진 보석이 될 것이다.



현지 마트 털기

뉴욕의 물가는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며, 지역에 따라 더 비싼 곳도 있다. 끼니를 해결할 때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경우에는 팁도 추가되기 때문에 매우 부담스러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레 첫 끼니는 간단히 요리를 해서 먹곤 했다.


여기서 나의 즐거움을 크게 증폭시키는 기폭제는 바로 ‘마트 털기’다. 원래도 ‘무엇을 조합해서 요리를 만들어볼까’를 상상하며 장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외국에서 장을 보면 새로운 재료와 그 나라의 음식 브랜드를 구경하는 재미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뉴욕에서 한 달간 지내는 동안에도 거의 현지인 수준으로 자주 장을 봤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재료나 브랜드의 음식을 사보기도 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 등에 어울릴 법한 미국 마트에서 파는 음식들을 조합해 먹기도 했다. 그리 대단한 요리는 아닐지라도 이것저것 사고 만들어보면서 뉴욕 여행의 소소한 추억을 쌓았다.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해보기

어떻게 보면 좀 뻔한 환상일 수도 있지만, 나는 뉴욕에 가면 꼭 센트럴 파크에서 진짜 뉴요커처럼 그들과 섞여 조깅을 해보리라 상상했었다. 나는 그 로망을 직접 실현하기 위해 하루 날을 잡아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을 하는 완벽한 뉴요커로서의 하루를 계획했다!


센트럴 파크에서 실제로 뛰어보기

센트럴 파크를 위한 준비물! 바로 베이글이다. 왠지 뉴욕 하면 또 딱 떠오르는 베이글을 들고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숙소에서 멀지 않은 유명한 베이글 가게인 ‘에싸 베이글’에 들렀다. 에싸 베이글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시그니처 페이보릿’이라는 메뉴와 ‘록스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을 주문했다. 시그니처 페이보릿은 훈제 연어와 토마토, 양파, 케이퍼, 상추 그리고 스캘리언(파맛) 크림치즈를 넣은 한 끼 대용의 샌드위치 같은 메뉴였다. 그리고 록스 크림치즈가 조금 특이했는데, 잘게 다진 훈제 연어를 크림치즈에 미리 섞어놓아 짠맛과 연어의 향이 융화된 게 특징인 크림치즈라고 한다.


우리는 베이글 두 개와 커피를 사들고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그런데 가던 도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 멀리 보이는 센트럴 파크 안 조깅 라인을 따라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뉴요커들이 주말 아침에 조깅을 하러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이 뛴다고?


흔들리는 동공을 부여잡고 공원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허기를 달래기 위해 베이글부터 꺼냈다. ‘에싸 베이글이 그렇게 유명하다던데...’라는 말을 증명해주는 맛이었다. 뉴욕에 간다면 꼭 먹어보기를 추천한다(먹어본 베이글 중 최고였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슬슬 뛰어보기로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는 길 위로 슬며시 동참해 뛰어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도시 한복판에서 푸릇푸릇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뛰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마치 진짜 뉴요커가 된 기분이었다.


햇살에 비친 호수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산책하러 나온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도심 속 활기찬 기운이 이곳에서 샘솟는 듯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른 시간부터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몸살 기운이 올라와 오래 뛰지는 못했지만 겨울 공기를 마시며 뛰고 나니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사람들 배에 모두 번호표가 붙어있는 게 아닌가...? 맙소사! 알고 보니 그 엄청난 인파는 몇 주마다 열리는 ‘센트럴 마라톤’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기

일을 시작한 지 4년이 넘었다. 아무 것도 안 하는 날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해왔다. 평소 일상에서는 항상 할 일이 넘쳐나고, 일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고로 여행지에서라도 하루쯤 모든 욕심을 버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쉬리라 다짐했다. 숙소에서 눈을 뜬 아침. 나는 저 멀리 뉴욕 시내를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렸다.


쉼 없이 달려야 해!

이렇게 쉬는 날 없이 일을 하며 살게 될 거라고는 갓 스무 살이 되던 때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나는 말이나 행동이 앞서는 편은 아니지만, 한번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해내려는 책임감이 강하다.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그 계획들을 분배해 할당량을 정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일단 목표가 생기면 나는 기필코 그것들을 해내야만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하는 일에도 나만의 엄격한 룰을 세웠다.


일을 하면서도 ,남은 학기 공부를 하면서도 나는 영상 업로드를 멈추지 않았다. 4년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일주일에 적어도 하나 이상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나에겐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더 잘하기 위해 쉬는 시간 없이 달려왔다. 뭘 하고 싶은지, 취미가 뭔지도 모르는 시절을 거쳐 어느새 일이 취미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쉬는 시간 없이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쩌다 짬이 생겨도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쉬지 못했다.


여행과 나 그리고 삶

결국 나는 뉴욕에서의 그날도 ‘아무것도 안 하고’ 쉬지 못했다. 내가 세워놓은 기준에 다다르지 못하면 잘못된 것 마냥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데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뉴욕에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그 대신 쉼 없이 달려온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달리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았는지 물어볼 겨를도 주지 않았다.


한 달 살기를 계획하면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관광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하루만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턱까지 차오른 숨을 깊이 그리고 천천히 내쉬며 조금씩 여유를 찾아갔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나의 그 생각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껏 나를 이끌어온 원동력 중 하나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여행을 갈 때는 그 기간 동안 업로드할 영상을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 여행을 즐기기 위해 나는 그 영상들을 만들어놓느라 밤을 새기도 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일들을 몰아서 한다.


그런데도 여행을 생각하노라면 그 과정들이 전혀 힘들지 않다. 나에게 여행은 정신없이 바쁘고 머릿속이 일로 가득 찬 일상에서 벗어나 유일하게 죄책감 없이 쉴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보고 느낀 많은 것들로 나는 또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다양한 성장을 했다고 느낀다. 내가 겪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세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법도 조금은 알게 됐다. 특히 이번 뉴욕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또 다른 가치들을 많이 배웠다. 세상 모든 것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모든 걸 열심히 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가끔은 쉴 필요가 있다는 것.


나처럼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여행을 통해 나 자신과 마주했듯이, 가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만큼 심취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면 어떨까.


잠깐 쉬어간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하루쯤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나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충전의 시간도 필요하다. 사실 난 이 말들을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다.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하루쯤 푹 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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