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
ǻ
포르체
   
16000
2020�� 03��



■책 소개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삶의 길이 되는 시를 읽으며 인생을 배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 걸어왔던 삶의 한 자락에 포근하게 기대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찾는 일이다. 이 책은 3부로 나누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 ‘사람’, ‘삶’의 지혜를 전한다. 상실의 아픔을 시로 승화한 엘리자베스 비숍(Elizabeth Bishop), ‘모성’이라는 주제로 맹목적인 사랑과 존재의 역설을 표현한 20세기 시인 샤론 올즈(Sharon Olds), 삶의 속절없음을 ‘꽃잎이 흐른다’라는 이미지로 표현한 이미지즘의 대모(代母) 에이미 로엘(Amy Lowell) 등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30편의 시, 그 안에 담긴 시인의 철학을 통해 인생의 가치를 배움은 물론, 각 시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이정표 삼아 삶의 길을 지혜롭게 찾아 나갈 수 있다.


시 읽기는 시인의 삶이 빚어낸 말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이고, 말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에 사용된 ‘언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과 같이 시에 쓰인 명문장을 통해 영어의 품격을 쌓다 보면, 시 읽기의 즐거움은 물론 영문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조이스 박 교수가 엄선한 ‘50가지 교양 영어’에는 고급 영문법이나 어휘, 우리가 몰랐던 영어의 어원이 두루 담겨있다. 영어학습서의 암기식 ‘공부’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영시를 읽으며 인문학적 지식을 얻고, 영어 교양을 쌓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저자 조이스 박
저자 조이스 박은 서강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석사까지 전공한 후, 영국 University of Manchester의 CELSE(교육대학원)에서 TESOL을 전공,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TESOL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대학에서 교양영어를, 다른 교육기관에서 영어 교수법과 영문학을 가르치고, 기업체에서 다양성(Diversity) 강연을 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문학과 종교밖에 없다고 믿으며 삶을 허위허위 노 저어 가고 있다. 책벌레로 살다 보니 세상을 거대한 텍스트로 읽어내려 하고 삶을 개인이 쓰는 서사라고 착각하는 치명적인 결점을 기꺼운 마음으로 지니고 산다.


지은 책으로는 《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과 《하루 10분 명문낭독 영어 스피킹 100》을 비롯한 십여 권의 영어학습서와 영어 동화 시리즈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와 《로버랜덤》을 비롯해 십여 권이 있다.


■ 차례
들어가며


1부 사랑의 언어
Day1 혼자인 것과 외로운 것 -사라 티즈데일 〈혼자〉
Day2 어긋난 별들의 사랑 -엘리자베스 제닝스 〈뒤늦게 오나니〉
Day3 나를 보되, 지나쳐 보시라 -파블로 네루다 〈멀리 떠나가지 마세요〉
Day4 증명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에밀리 디킨스 〈늘 사랑했다는〉
Day5 사랑과 소유는 병립할 수 없다 -루이즈 글룩 〈헌신이라는 신화〉
Day6 사랑은 자칫 기만이 된다 -실비아 플라스 〈미친 소녀의 사랑 노래〉
Day7 세상에서 가장 큰 반어법 -엘리자베스 비숍 〈한 가지 기술〉
Day8 뱉지 못하는 사랑도 사랑이다 -사라 티즈데일 〈사랑하는 자들은〉
Day9 전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에드워드 이스틀린 커밍스 〈감정이 먼저〉
Day10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앨런 긴즈버그 〈노래〉


2부 존재의 언어
Day11 내 안의 연약한 파랑새 -찰스 부코스키 〈파랑새〉
Day12 화려할수록 짙어지는 고독 -엘라 휠러 윌콕스 〈고독〉
Day13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영원이 순간인 것처럼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
Day14 본능과 이성의 변주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말레이 〈나는 여자로 태어나 괴롭나니〉
Day15 우리는 욕망으로 존재한다 -앨리스 워커 〈욕망〉
Day16 오롯이 내 몫이다 -린다 파스탄 〈슬픔의 다섯 단계〉
Day17 모성이라는 겁박 -샤론 올즈 〈자신에 대한 공포〉
Day18 환상을 소비하는 사람들 -앤 섹스턴 〈신데렐라〉
Day19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 -에이드리언 리치 〈생존자로부터〉
Day20 연결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존 던 〈어떤 이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3부 삶의 언어
Day21 삶은 흐르는 물이다 -에이미 로웰 〈꽃잎〉
Day22 꿈, 그 가능성과 비현실성 -랭스턴 휴즈 〈유예된 꿈〉
Day23 누구든 돌아오시라 -로버트 프로스트 〈눈 내리는 밤 숲에 멈춰 서서〉
Day24 살아 보이는 것 -사로지니 나이두 〈삶〉
Day25 감정의 기억은 삶의 흔적이다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
Day26 삶의 재고를 조사하다 -도로시 파커 〈재고〉
Day27 사람은 숲에 거하는 존재가 아니다 -딜런 토마스 〈그저 인간인지라〉
Day28 가면은 눈빛을 감추지 못한다 -폴 로렌스 던바 〈우리는 가면을 씁니다〉
Day29 자유와 추락의 관계 -마야 앤젤루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Day30 사랑이라는 축복 -앤 마이클스 〈사랑이 그대를 사로잡기를>


참고문헌


 




내가 사랑한 시옷들


사랑의 언어

혼자인 것과 외로운 것

Alone - Sara Teasedale

I am alone, in spite of love,

In spite of all I take and give-

In spite of all your tenderness,

Sometimes I am not glad to live.


I am alone, as though I stood

On the highest peak of the tired gray world,

About me only swirling snow,

Above me, endless space unfurled;


With earth hidden and heaven hidden,

And only my own spirits pride

To keep me from the peace of those

Who are not lonely, having died.


혼자 - 사라 티즈데일

난 혼자예요,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고받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그 모든 다정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때론 사는 게 기쁘지 않아요


난 혼자예요, 지친 회색 세계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서 있는 것처럼 내 주변엔 눈보라만 몰아치고

내 머리 위에 끝도 없는 우주가 펼쳐져 있어요


땅도 찾을 수 없고 천국도 찾을 수 없이

오로지 내 영혼의 자부심만이

이미 죽어서 외롭지 않은 이들의 안식을 택하지 않게

나를 지킬 뿐이예요


혼자인 것(being alone)과 외로운 것(being lonely)

절대 고독이라는 것이 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있음에 소스라치는 순간이 있다. 물론 alone과 lonely는 다르다. 단순히 혼자 있다(being alone)고 해서 외로운(being lonely) 것은 아니다.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롭지 않을 수 있고,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지극히 외로울 수도 있다. 영어로 혼자(alone)라는 표현은 ‘by oneself와 같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ry)>에는 브리짓이 <All By Myself>라는 팝송을 부르며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장면이 나온다. all이 강조의 의미로 쓰인 이 곡은 ’오로지 나 혼자뿐‘이라는 뜻이다. 혼자라서 외롭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혼자일 뿐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alone and lonely는 ‘혼자이고 외로운’이라는 말도 되고 ‘혼자라서 외로운’이라는 뜻도 된다. 접속사 and는 인과관계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혼자인 것과 외로운 것을 따로, 별개의 언어로 두고 싶을 때 말이다.


화자가 느끼는 외로움은 사랑하는 이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종류의 외로움이다. 사람들 속에서 살을 맞대고 부대껴 살아도, 인간이란 언제나 홀로인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는 존재다. 사라 티즈데일은 이것을 “지친 회색 세계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나는 가장 높은 봉우리를 이렇게 해석해보고 싶다. 그야말로 ‘혼자’인 것처럼 보이는, 육지에서 가장 높이 솟아오른 산이 아니라, 우리가 보통 섬이라 부르는 수면 아래에서 솟아오른 산 말이다. 화자가 말하는 ‘가장 높은 봉우리’는 ‘섬’과 닮아 있다. 가시적인 높이를 따지자면 육지 위에 솟은 산이 더 높아 보이겠지만, 어마어마한 몸뚱이를 바다 깊숙이 감춘 섬이 육지의 산보다 거대할 수도 있다. 심연 아래 보이지 않는 산이 가진 외로움은 육지에서 솟아난 산보다 훨씬 더 깊고 깊을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혼자’가 아닌 것처럼 보여도 다른 이가 헤아리기 힘든 외로움의 깊이를 감추고 살아간다.


영시로 배우는 영어

with earth hidden and heaven hidden,

땅이 감춰지고 천국도 감춰진 채로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문어체로 쓰이는 이 문형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시에서는 의역을 통해 “땅도 찾을 수 없고 천국도 찾을 수 없이”라고 했으나, 직역해보자면 전치사 with의 목적어인 earth와 heaven이 각각 이 단어들을 따라 오는 형용사(hidden)로 상태 묘사되고 있다. 즉, ‘땅이 감추어진 그리고 천국이 감추어진’ 상태를 with를 사용해 표현하는 구문이다. 이는 문장에서 주어의 부가적인 상태를 함축적으로 나타내기 좋은 문형이다.


사랑과 소유는 병립할 수 없다

A myth of Devotion - Louise Gluck

When Hades decided he loved this girl

he built for her a duplicate of earth,

everything the same, down to the meadow,

but with a bed added.


Everything the same, including sunlight,

because it would be hard on a young girl

to go so quickly from bright light to utter darkness


Gradually, he thought, hed introduce the night,

first as the shadows of fluttering leaves.

Then moon, then stars. Then no moon, no stars.

Let Persephone get used to it slowly.

In the end, he thought, shed find it comforting.


A replica of earth

except there was love here.

Doesnt everyone want love?


He waited many years,

building a world, watching

Persephone in the meadow.

Persephone, a smeller, a taster.

If you have one appetite, he thought,

you have them all.


Doesnt everyone want to feel in the night

the beloved body, compass, polestar,

to hear the quiet breathing that says

I am alive, that means also

you are alive, because you hear me,

you are here with me. And when one turns,

the other turns-


Thats what he felt, the lord of darkness,

looking at the world he had

constructed for Persephone. It never crossed his mind

that thered be no more smelling here,

certainly no more eating.


Guilt? Terror? The fear of love?

These things he couldnt imagine;

no lover ever imagines them.


He dreams, he wonders what to call this place.

First he thinks: The New Hell. Then: The Garden.

In the end, he decides to name it

Persephones Girlhood.


A soft light rising above the level meadow,

behind the bed. He takes her in his arms.

He wants to say I love you, nothing can hurt you


but he thinks

this is a lie, so he says in the end

youre dead, nothing can hurt you

which seems to him

a more promising beginning, more true.


사랑과 소유는 병립할 수 없다

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명부의 왕, 하데스의 일방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시 속의 하데스는 자신의 세계에 페르세포네를 끌고 와 가둬놓는다. 자기중심적인 남성들이 여성과 사랑의 관계를 맺을 때, 정확히 말하자면 관계 맺기에 실패했을 때 보이는 강압적 심리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독하게도 이들은 자신이 우선이라, 자신의 욕구를 기준으로 상대의 욕구를 이해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상대도 자신을 사랑할 거라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자기중심성은 성인이 아닌 미성년 혹은 동물의 경우에 한하여 이해 가능한 것이 아닐까. 고양이의 보은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쥐나 새를 애써 잡아서 사랑하는 주인에게 바치는 갸륵한 사랑. 쥐나 새의 사체가 끔찍하더라도 고양이니까 ‘그러려니’가 가능한 사랑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다 큰 성인 남성이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지독한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케이스를 우리는 꽤나 많이 접한다. 글룩의 시에서 페르세포네는 하네스가 만든 세계에 억지로 끌려와 하데스를 위해 봉사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사실 신화 속의 세계, 신화 속의 들판, 신화 속의 침대는 모두 남성 위주의 가족 제도에 대한 비유다. 그리고 이러한 비유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제도에 억지로 자신을 맞추어야 하는 여성의 비극으로 나타난다.


소유의 대상이 된 페르세포네는 그렇게 자신이 가진 감각을 누리지 못하고 생명을 잃는다. 현실 속에도 하루하루 자신의 감각을 타인의 것으로 여기고 죽어가는 여성들이 있다. 감각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영어로 living dead, 즉 그것은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진배없는 삶이다. 하데스와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지배하기 쉬운, 자기 세계에 일방적으로 끼워 맞추기 쉬운 어수룩한 사람을 골라낸다. 이러한 사람들이 만든 세상에서 여성은 늘 ‘소녀기’에 갇혀 있다. 더욱이 역설적인 이야기는 상대를 자신의 소유물로 만든 사람들 역시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하데스가 “당신은 죽었소.”라는 말을 더욱 진실된 것으로 느끼는 것처럼, 소유는 소유당하는 자에게 죽음을 의미한다. 소유는 사랑이 아니다. “널 사랑해서 널 가지고 싶어.”라는 소리는 그릇된 변명에 불과하다.


지독한 자기중심성과 타인을 계속해서 소유하려는 습관을 버리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은 자기만의 작은, 그러나 절대적인 왕국에 갇혀 영원히 외로울 것이다. 냄새도 없고, 생명도 없는 명부의 왕국에서….


영시로 배우는 영어

It would be hard on a young girl to go

So quickly from bright light to utter darkness.

소녀가 밝은 빛에서 새까만 어둠으로

한순간에 옮겨지는 건 힘들까 봐 그렇게 만들었다.


hard는 ‘어려운’이라는 뜻이다.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라는 걸 말하고자 할 때는 전치사 on을 써서 be hard on someone이라고 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반어법

One Art - Elizabeth Bishop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so many things seem filled with the intent

to be lost that their loss is no disaster.


Lose something everyday. Accept the fluster

of lost door keys, the hour badly spent.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Then practice losing farther, losing faster:

places, and names, and where it was you meant

to travel. None of these will bring disaster.


I lost my mothers watch. And look! my last, or

next-to-last, of three loved houses went.

The art of losing isnt hart to master.


I lost two cities, lovely ones. And, vaster,

some realms I owned, two rivers, a continent.

I miss them, but it wasnt a disaster.


-Even losing you (the joking voice, a gesture

I love) I shant have lied. Its evident

the art of losings not too hard to master

though it may look like (Write it!) like disaster.


한 가지 기술 - 엘리자베스 비숍

잃어버리는 기술을 터득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많은 것들이 잃어버리겠다는 의도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니

그것들을 잃는다 하여 재앙은 아니죠.


매일 뭔가를 잃어버려 봐요.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시간을 허비해도 그 낭패감을 그냥 받아들여요.

잃어버리는 기술을 터득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리곤 더 많이, 더 빨리 잃어버리길 연습하는 거예요

장소, 이름, 여행하려 했던 곳.

이것들을 잃어버린다고 재앙이 닥치지는 않아요.


난 어머니의 시계를 잃어버렸어요. 그리고 보세요!

내가 사랑했던 세 채의 집 중 마지막 집이든가, 아니 그전

집도 잃어버렸어요.

잃어버리는 법을 터득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난 두 도시를 잃었어요. 사랑스러운 도시였죠. 더 넓게는,

내가 소유했던 얼마간의 영토와 두 개의 강과 하나의 대륙도 잃었어요.

그것들이 그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재앙은 아니었어요.


심지어는 당신을 잃는 것도 (그 장난스러운 목소리와 내가 사랑하는 몸짓) 거짓말은 하지 않을게요. 잃어버리는 기술은 터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재앙처럼 보일 수 있을 지는 (써 두세요!) 몰라도요.


잃어버리는 기술을 터득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시에는 엘리자베스 비숍의 목소리가 상당히 많이 투영되어 있다. 비숍은 상실(loss)을 누구보다도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는 사고로 죽고, 어머니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져 평생을 갇혀 살았다. 그녀는 거의 혼자나 다름없었다. 외조부모가 비숍을 키웠으나 친조부모가 양육권을 가져가는 바람에 원치 않게 집을 바꾸어야 했고, 비숍이 그들에게 적응을 못하자 다시 이모의 손으로 넘겨져 자랐다. 그녀는 전 세계를 두루 여행하는 방랑자였으나, 브라질에서 인연을 만나 몇 년을 정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사랑했던 연인, 로타 데 마세도 소아레스(Lota de Macedo Soares)는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사랑했던 이들을 하나둘씩 잃어갔던 비숍은 말년에 앨리스 맷퍼즐(Alice Methfessel)이라는 여인을 사랑했다. 전기 작가에 따르면, 비숍은 알코올 중독으로 하던 일조차 하나씩 잃어갔고, 사랑하는 앨리스가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그 두려움 속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시가 바로 「한 가지 기술」이다.


이 시는 그 자체가 반어법이다. 마지막 연인 앨리스마저 잃을까 두려워했던 여인이 “당신 없어도 난 살아.”라고 중얼거리는 시다. 내 인생에서 저 말보다 더 큰 반어법이 없던 것처럼, 비숍의 인생에서도 저 말이 가장 큰 반어법이었을 거라 생각해본다.


영시로 배우는 영어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잃어버리는 기술을 터득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Something is(isnt) hart to master.는 언제든 It is(isnt) hard to master something.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존재의 언어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영원이 순간인 것처럼

Auguries of Innocence - William Blake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A Robin Red breast in a Cage

Puts all Heaven in a Rage.

A Dove house filld with Doves & Pigeons

Shudders Hell thr all its regions.

A dog starvd at his Masters Gate

Predicts the ruin of the Sate.

A Horse misusd upon the Road

Calls to Heaven for Human blood.

Each outcry of the hunted Hare

A fibre from the Brain does tear.


순수의 전조 - 윌리엄 블레이크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려면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려면,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

우리에 갇힌 붉은가슴울새는

천국을 온통 분노케 하며

비둘기로 가득 찬 비둘기 집은

지옥을 구석구석 뒤흔든다.

주인집 대문 앞에서 굶주리는 개는

그 나라의 멸망을 예측하게 하며

길에서 학대를 당하는 말은

인간의 피를 천국에 호소한다.

사냥 당하는 토끼의 비명은 매번

뇌 조직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게 한다.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영원이 순간인 것처럼

「순수의 전조」에는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작은 것 하나를 보고도 전체를 짐작하는 것은 ‘통찰’의 힘이다. 이 시의 화자는 이러한 통찰의 힘으로 일상에서 소외된, 연약한 존재들이 고통과 슬픔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날개는 있으나 새장에 갇혀 평생 날지 못하게 된 한 마리의 새, 가리개 때문에 옆을 보지 못하고 채찍을 맞으며 끝도 없이 달려야 하는 말, 인간의 편의로 번식되어 태어났지만 변변한 먹이를 얻어먹지 못하고 방치되는 개, 귀족들의 취미로 인해 사냥개에게 무참히 학살당하는 토끼,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중에 들 리 없는 상황 속에서 화자는 작은 새의 울음, 헥헥거리며 거품을 무는 말, 깨갱거리는 개, 겁에 질린 토끼 등 작은 것들이 죽어가며 지르는 절명을 듣는다. 그리고 침묵 속에 잊혀져가는 연약한 존재들을 느낀다. 느낀다는 것,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아마도 이런 존재에 공명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영시로 배우는 영어

A Horse misusd upon the Road

Calls to Heaven for Human blood.

길에서 학대받는 말은

인간의 피를 천국에 호소한다.


현대 영어에서는 “call out to someone for something"의 형태를 사용한다. 전치사 for 뒤에는 ‘목적’, 즉 앞서 쓰인 행위(동사)의 이유가 명사로 등장한다. 많은 경우 for 뒤에 나오는 명사를 달라고 하거나, 그것을 얻기 위한 동작을 한다고 해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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