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기발한 방식으로 인간 존재의 심연을 파고든
2019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 문학의 새로운 발견
시간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전위적이고 독창성 넘치는 작품으로 늘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는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두 작품, 『진정한 느낌의 시간』(Die Stunde der wahren Empfindung, 1975년)과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Die Stunde da wir nichts voneinander wußten, 1991년)을 한 권으로 묶었다. 『진정한 느낌의 시간』은 중편소설이고,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은 무언극인 희곡이다.
『진정한 느낌의 시간』의 주인공 그레고르 코위쉬니히는 파리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의 언론 담당관이다. 그는 어느 날 밤 살인자가 되어 어느 여인을 죽인 뒤 그 시신을 나무상자에 넣어 유기하는 꿈을 꾼다. 이 순간부터 그의 삶은 무의미해지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매일의 일상을 보내고, 모든 관계를 이어 나간다.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며 ‘진실한 느낌’을 찾는다. 과연 그가 바라마지 않던, 정말 자신이 살아 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느낌의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의 무대는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임의의 광장이다. 이곳으로 총 450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 다른 행동을 하며 오고 간다. 그들은 혼자이기도 하고 부부나 두 사람의 친구이기도 하며 세 사람이기도 하며 그 이상으로 이루어진 그룹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도 없고 조연도 없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다. 또 등장인물 개개인의 행동을 에피소드식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줄거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은 점점 등장인물들에게 매료되며 미로 같은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 꼭꼭 숨은 주제에 이르게 된다.
“낯설고 기발한 언어로 인간 경험의 섬세하고 소외된 측면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라는 평으로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의 이 두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과 불안을 각각 ‘진정한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과 ‘무심함에서 화합과 화해로 나아가는 시간’을 통해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 저자 페터 한트케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그곳에서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 ‘포룸 슈타트파르크’와의 인연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을 출간하며 전업 작가가 되었다. 같은 ‘47 그룹’ 모임에서 독일 문학을 비판하며 문단의 시선을 끌었고, 연극계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첫 희곡 『관객모독』을 발표했다.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소망 없는 불행』『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희곡 『카스파』 등 8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역자 김원익
문학박사, 신화연구가,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 외무부 의전 자문위원.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연세대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 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 과기대 등에서 “독일어” “신화와 인간심리” 등을 강의하고, 라이나재단의 ‘전성기캠퍼스’ 등지에서 신화를 소재로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영웅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등 다수의 역서와 평역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문화』『신화, 인간을 말하다』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 차례
진정한 느낌의 시간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
페터 한트케 연표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