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느낌의 시간

   
페터 한트케
ǻ
이상북스
   
14800
2020�� 01��



■ 책 소개


기발한 방식으로 인간 존재의 심연을 파고든
2019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 문학의 새로운 발견
시간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전위적이고 독창성 넘치는 작품으로 늘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는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두 작품, 『진정한 느낌의 시간』(Die Stunde der wahren Empfindung, 1975년)과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Die Stunde da wir nichts voneinander wußten, 1991년)을 한 권으로 묶었다. 『진정한 느낌의 시간』은 중편소설이고,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은 무언극인 희곡이다.


『진정한 느낌의 시간』의 주인공 그레고르 코위쉬니히는 파리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의 언론 담당관이다. 그는 어느 날 밤 살인자가 되어 어느 여인을 죽인 뒤 그 시신을 나무상자에 넣어 유기하는 꿈을 꾼다. 이 순간부터 그의 삶은 무의미해지고 주위의 모든 것들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매일의 일상을 보내고, 모든 관계를 이어 나간다. 길을 잃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그는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며 ‘진실한 느낌’을 찾는다. 과연 그가 바라마지 않던, 정말 자신이 살아 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느낌의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의 무대는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임의의 광장이다. 이곳으로 총 450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 다른 행동을 하며 오고 간다. 그들은 혼자이기도 하고 부부나 두 사람의 친구이기도 하며 세 사람이기도 하며 그 이상으로 이루어진 그룹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도 없고 조연도 없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다. 또 등장인물 개개인의 행동을 에피소드식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줄거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은 점점 등장인물들에게 매료되며 미로 같은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 꼭꼭 숨은 주제에 이르게 된다.


“낯설고 기발한 언어로 인간 경험의 섬세하고 소외된 측면을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라는 평으로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의 이 두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과 불안을 각각 ‘진정한 감각이 깨어나는 시간’과 ‘무심함에서 화합과 화해로 나아가는 시간’을 통해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 저자 페터 한트케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그곳에서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 ‘포룸 슈타트파르크’와의 인연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을 출간하며 전업 작가가 되었다. 같은 ‘47 그룹’ 모임에서 독일 문학을 비판하며 문단의 시선을 끌었고, 연극계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첫 희곡 『관객모독』을 발표했다.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소망 없는 불행』『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희곡 『카스파』 등 8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역자 김원익
문학박사, 신화연구가,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 외무부 의전 자문위원. 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연세대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 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 과기대 등에서 “독일어” “신화와 인간심리” 등을 강의하고, 라이나재단의 ‘전성기캠퍼스’ 등지에서 신화를 소재로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영웅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등 다수의 역서와 평역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문화』『신화, 인간을 말하다』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 차례
진정한 느낌의 시간


우리가 서로 알지 못했던 시간


페터 한트케 연표


역자 후기


 




진정한 느낌의 시간


진정한 느낌의 시간

1

살인자가 되어 겉으로만 예전의 생활을 계속하는, 그런 꿈을 꾸어본 적 있는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던 그 당시에 그레고르 코위쉬니히는 몇 달 전부터 파리의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언론 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 그리고 네 살배기 딸 아그네스와 함께 파리 제16구의 어두운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 건물은 세기말에 프랑스 시민계급을 위해 지어졌는데, 2층에는 돌로 된 발코니가, 5층에는 주물로 만든 발코니가 있었고, 파리의 서쪽 출구 중 하나였던 포르트 도테이유 쪽으로 약간 경사져서 내려가는 조용한 대로변에 비슷한 건물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 대로를 따라 뻗어 있는 선로 위로 하루에 오 분마다 기차가 지나갈 때면 아파트 주방 찬장에 있는 유리잔과 접시가 달그락거렸다. 그 기차는 여행객들을 파리 교외에서 도심의 생라자르 역으로 실어다주었다. 그러면 그들은 그곳에서 북서쪽인 대서양 해변으로, 가령 도빌이나 르아브르로 가는 기차로 갈아탈 수 있었다(수백 년 전에는 포도밭이었던 이 구역에 사는 어떤 노인들 역시 주말이면 이런 방식으로 개를 데리고 대서양 해변으로 갔다). 그러나 아홉 시 이후 기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밤이 되면, 대로변은 너무 조용한 나머지 여기서는 흔한 미풍이라도 불라치면 가끔 창문 앞에서 플라타너스 잎들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7월 말의 어느 날 밤 그레고르 코위쉬니히는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긴 꿈을 꾸었다.


갑자기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었다. 그는 마치 직업을 구하는 이들이 변화를 모색하는 것처럼, 그렇게 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는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와 똑같은 삶을 살아야 했으며 무엇보다 예전의 자신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가 예전처럼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던 것도 일종의 가식적인 행위였으며, 그가 갑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의 예전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 것도 단지 자신으로부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그는 노파를 살해해 그 시신을 나무상자에 아무렇게나 집어넣으면서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큰 치욕을 안겨줄 것인지를 생각했다. 우리 가족 중에 살인자라니! 하지만 그의 마음을 가장 많이 힘들게 한 것은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예전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꿈은 어느새 그의 집 앞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이는 그 나무상자를 행인이 열어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오후가 길게 지속되었다. 마치 더 이상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때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인체의 기관처럼, 이제 시간이 절실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더 이상 예전처럼 흘러가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실존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모든 사람과 관계된 문제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어떤 일에 몰두하며 시간으로부터 도피할 수 없었다. 코위쉬니히는 그것은 결국 자신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니 약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예전에는 보편적인 단체에 소속되어 있던 기관이 이제 독립을 했다. 즉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 것을 멈추자, 아무것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낮이 너무 길어지자, 시간은 적대적 본성을 드러내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문명사회를 파멸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일상의 시간이 효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누군가 빠지라고 함정을 파놓는 것처럼, 적대적인 시간도 사람에게만 영향력이 있어 동물은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갑자기 비인간적인 시스템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건물들 사이를 지나갔다. 그것은 도로가 뻗어나가고, 선창의 흉벽이 앞으로 나아가며, 크레인이 흔들릴 때와는 다른 의미로 움직였고, 비둘기 깃털들이 천장에서 회전하며 떨어질 때, 꽃씨가 자동차 사이를 날아다닐 때와도 사뭇 달랐다. 코위쉬니히는 이런 무자비하고 광포한 시간 아래에서 세상이 영혼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세상은 아주 높고 빛나는 하늘 아래에서 힘들어 허우적댔다. 사람들은 그 아래로 등장할 때마다 의미 없는 막간극이 되어버렸다. 몇몇 아이들이 오래전에 끝난 축제를 위해 임시로 만들어놓은 무도장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녔고, 이젠 아무에게도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하는 쓸모없는 몇 장의 전단들만 이리저리 휘날렸다. 하늘은 그런 풍경의 전면에 우뚝 솟아 있는 문명의 상징인 고층빌딩에게도 이미 다른 시스템에 속해 있는 것처럼 너무 높기만 했다. 이에 비해 인간은 협소하고 칙칙한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진 대목장의 싸구려 물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풍경의 주연은 너무 많아진 시간이 그것을 수단으로 이 세상을 짓눌렀던 짙은 하늘색이었고, 조연은 그가(그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삶이나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그 안에서 뭔가 털끝만큼이라도 의미를 찾아보려고 한, 저 아래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전단들이었다.


코위쉬니히는 하늘이 콩코드 광장 위에서 이상한 모습을 한 채 광장 아래로 가장자리를 적대적으로 늘어뜨리고 궁륭(穹窿)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앵발리드 다리 위의 가로등도, 그가 하늘을 오랫동안 쳐다본 탓인지, 그의 눈에는 끝나버린 축제를 회상하듯 어슴푸레하게 빛났다. 이제 넓고 탁 트인 광장은 보지 말자! 그는 앵발리드 광장에 도착하기 전에 택시에서 내려 안전지대를 향해 뛰었다. 도중에 갑자기 맑으면서도 어두운 하늘에서 그의 손등 위로 따뜻한 빗방울이 떨어졌다… 코위쉬니히는 파베르 거리에서 ‘오스트리아 대사관’이라는 동판을 보자 비로소 다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진지하게 업무를 시작하면서, 타자기의 검은 롤러에서 하얀 백지가 나오자마자, 그에게는 모든 일이 원래의 자리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 후 그는 딱 한 번 몸을 웅크리고 귀를 막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몸 깊은 곳에서, 마치 밖에서, 보호벽 밖에서, 최상의 대비를 하고 있는 대사관도 어쩔 수 없는 무엇인가가 광란을 부리고 있는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그는 자신들 중 지금 무방비상태로 있는 사람들은 고통스러우리라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상태가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파국적인 분위기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거나, 어쨌든 거의 느끼지 못해서, 자신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다고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면? 코위쉬니히는 그렇다면 그것은 비록 밖의 상태가 단지 자기 자신의 상태에 불과할지라도 어떤 가능성의 종말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2

그는 앵발리드 광장을 내다보았다.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게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심장이 뛰는 것을 진정시키기 위해 억지로 무엇인가를 관찰하려고 애썼다. 가령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을 연결하면서 인부들을 위해 세운 가건물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너무 작아서 인부들은 허리를 숙이고 들어갔다가 뒷걸음쳐서 나왔다. ‘아하, 그렇구나’라고 그는 생각했다. 큰 광장에 서 있는 활엽수의 많은 잎이 벌써 노란색이었고 벌레를 먹었다. ‘아하, 그렇구나.’ ‘동쪽 하늘엔 희미한 달이 떠 있을까? 왜 그렇지 않겠어.’ 언제나처럼 광장 다른 쪽 끝자락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던 에어프랑스 버스정류장의 창문 하나가 오늘은 어제보다 약간 빨리 그의 방 안을 비췄다. ‘좋아’ 코위쉬니히는 생각했다. 그는 지금까지 본 모든 것을 인지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중얼거려보았다.


그 후 그는 자신과 같은 층에서 몇 사무실 떨어져 있는 국기게양대 뒤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전혀 모르는 젊은 여자였는데, 며칠 전부터 휴가 간 사람들 대신해 문서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녀는 특별히 그를 인식하지 못한 채 작은 커피잔으로 제라늄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창가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물을 채운 컵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그녀가 그 컵을 꽃 위로 높이 들고 매우 조심스럽게 물줄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입술은 벌어져 있었고 얼굴은 이상하게 늙어보였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뭔가 금지된 것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몸이 뜨거워지면서 어지러웠지만 더 이상 다른 곳을 볼 수도 없었다. 그녀가 다시 창가에서 떠나자 그는 그녀가 다시 오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나타났는데, 진짜 뛰어왔고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곁눈질로 재빨리 그를 한 번 쳐다본 다음, 좀 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물을 부었으며, 마치 극복해야 할 마음의 갈등이 있는 듯 컵을 엎어 물을 다 쏟아 붓는 것을 망설였다. 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그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시선은 끊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화난듯하면서도 뇌회하고 정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순간 그의 페니스가 뻣뻣해져서 깜짝 놀란 그는 뒤로 물러섰다. 그는 모든 것을 잊고 얼른 복도를 지나 그녀에게 건너갔다. 그녀도 사무실 안에서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문을 잠갔다. 두서너 동작 끝에 그들은 방바닥에 누워 서로 엉켰으며, 다시 두서너 동작 끝에 그녀가 눈을 떴고, 그가 그 눈을 감겼다. 한참 후 그들은 동시에 격렬하게 웃기 시작했다.


파리에서 사람들은 보통 고개를 들지 않아도 하늘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똑바로 보아도 하늘은 많은 도로의 끝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코위쉬니히는 하늘에 구름들이 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매우 하얗고 움직이지 않는 띠구름들이 위쪽에 높이 더 있었고, 그 아래 띠구름들 밑으로 상당히 깊고 비스듬하게, 가까워서 약간 어둡게 보이는 구름들이 떠 있었는데, 그것들은 건물들의 지붕 위를 아주 가깝게 매우 빨리 지나가면서 그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 모양이 변했다. ‘왜 이제야 하늘이 내 눈에 띄었지?’하고 그는 생각했다. 사실 하늘이 그의 눈에 띈 것이 아니라, 그가 단지 관심을 두고, 그리고 특별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하늘은 본 것뿐이었다. 몇 걸음 걸어가는 동안 그는 하늘에 몰두했다. 그것도 전적으로 몰두해서, 그는 나중에 생각했다. ‘나는 다른 아무것도 특별히 관찰하지 않고 또한 내게서 아무것도 빠져나가지 않는, 이런 사심이 없고 충만한 순간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 그런데도 그는 곧바로 구름을 다시 보자 벌써 싫증이 났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꺼져버려, 모두!’ 그는 다시 인도 한가운데서 양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걸으며 누군가를 모욕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저리 비켜, 너희 똑똑한 자들아!’ 그는 어떤 여자에게 딱 한마디만 해주고 싶었다. 그러면 그녀는 평생 그 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선 누구도 대답하지 못할 말을 찾자!


샹젤리제 위쪽 끝자락에 우리의 눈길을 끄는 개선문이 서 있었다. 사람들이 그 아래 원형교차로에서 개선문을 관통해 보면 넓은 도로 표면에 반사된 서쪽 하늘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 도로를 계속 올라가면, 그 너머로 라데팡스 교외에 새로운 건물들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 크레인들이 보일 것입니다.’ 코위쉬니히는 이것을 마치 다른 사람들은 위해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짧은 기분전환거리였다.


지금이 7월 말이라 그런지 텅 빈 마리니 광장 옆 어린이 놀이터를 지나갈 때, 하늘은 구름으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밤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샹젤리제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썩은 나뭇가지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린이용 회전목마의 목마들은 여름 내내 보자기와 비닐에 싸인 채 두꺼운 끈으로 묶여 있었다. 날이 상당히 어두워졌다. 마리니 광장에는 코위쉬니히 혼자뿐이었다. 그의 콧속으로 먼지가 날아 들어왔다. 바람이 이제 아주 심하게 불자 갑자기 그는 극심한 불안에 사로잡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그는 가브리엘 거리 버스정류장에 있는 공중전화기로 달려가 전화를 걸었다. 아그네스는 집에 있었다. 전화를 바로 아그네스가 받았다. 아이는 뭔가 기분이 좋은 듯 봉봉 캔디를 빨고 있었다.


그는 다시 계속 걸어가면서 조금 전 불안에 사로잡혔던 사실을 떠올렸다. 감정, 그것이 어땠더라? 너는 바로 그것을 기억하라. 온몸의 근육과 힘줄이 갑자기 굳어져서 마치 제2의 골격처럼 자신의 조직을 만들어냈다. 그렇다, 그는 그렇게 불안을 느꼈었다. 그는 자신이 모든 감정을 새로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

엘리제궁이 위치한 마리니 거리는 파리 중심가를 관통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어떤 가게도, 사람이 사는 집의 어떤 창문도 보지 못한 채 항상 밤나무와 공원의 높은 담벼락만 지나칠 수 있다. 포브르 생토노레 거리로 접어드는 어귀에만 그 앞에 신문 가판대가 있는 레스토랑이 딱 하나 있을 뿐이었다. 마리니 거리는 차가 진입하기에 그리 길지도 않고 넓지도 않았지만 직선이었고 한눈에 전경을 볼 수 있었다. 그 주변에는 자동차가 하나도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 인도에조차 주차된 자동차는 없었다. 콘크리트 말뚝이 따닥따닥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경찰들만 높은 담벼락 앞에서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 길로 접어들자 코위쉬니히는 갑자기 그곳이 신분증이 없으면 다닐 수 없는 곳이라도 되는 듯 본능적으로 여권을 만지작거렸다.


경찰관 하나가 모퉁이의 초소에 서서 긴 줄에 매달린 호루라기를 손가락으로 돌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다행스럽게도 코위쉬니히가 재채기를 했다. 그것은 그가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는 이날 자신의 얼굴을 본 사람이라면 자신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이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애써도 더욱 눈에 띄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경찰의 목에서 모기에 물린 상처 하나를 보았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 꿈속 장면이 하나 떠올랐다. 그때 그의 상체는 모기에 물린 상처로 반점투성이였다. 그는 또한 꿈에서 자주 그런 것처럼 자신이 나체 상태였다는 사실도 생각났다. 그러나 이 꿈에서는 다른 때와 달리 스스로 나체이기를 원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자신의 나체를 보여주고 싶은, 그것도 누군가 한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 그래서 사람들 옆을 스쳐 달려가지 않고 사람들 앞에 나체로 서 있었다.


빌려온 삶의 감정들, 이날 그의 몸의 모든 기관이 즉시 밀쳐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원래 우리 몸의 기관들은 역겨운 것을 밀쳐내며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법이다. 그가 만약 그렇게 인위적인 감정을 모두 축출해냈다면, 자기 자신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세상 전체와 불화를 이루는 과중하고 시체처럼 무거운 비실재성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그의 몸의 모든 기관이 밀쳐낸 행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인공호흡에 대한, 돌팔이 의료행위나 진배없는, 국제적으로 인증된 체험 형식에 대한 혐오감의 표시였다. 물론 그는 지금 도시 전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여름철이어서 재방영 시즌이다. 이번 주에는 <키라고>가 방영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영화를 본 다음 보가트와 그의 불안하게 젖은 아랫입술을 생각하며 조금 위안을 느끼면서 극장 지하계단을 오르겠지만, 그러나 몇 미터 가지 않아 거리로 들어서면, 동료도 하나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혼자가 되어 자신이 도대체 왜,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이제 영화 재방영 시즌은 끝나버린 것이다. 그가 자신의 새로운 상태에 대처하기 위해 돈을 내고서라도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어떤 연구나 시스템도 뭔가 생산할 만큼 성숙할 때까지 필요한 것을 얻게 해주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무엇을 찾고 있을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찾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갑자기 자신이 옳다고 느끼면 모든 사람에 대항해 이런 정당성을 변호하고 싶었다. 그는 왜 항상 자신의 본모습을 숨겨왔을까? 그는 정말 사람들에게 위험한 존재였을까? 지금까지 거의 온종일 그 여자(그는 그녀가 자세히 생각나지도 않았다.)와 있었던 단 한 번의 일을 제외하고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욕망만 가졌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었고, 벌거숭이가 되어 이빨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까봐 두려워했다.


그 후 그는 아주 소중한 체험을 했다. 그는 그 체험을 받아들이는 중에도 그것을 절대로 잊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발아래 모래 속에서 밤나무 잎사귀, 주머니거울 조각, 어린이용 머리핀 등 세 개의 사물을 보았다. 그 사물들은 내내 그렇게 놓여 있다가, 갑자기 거리를 좁혀 놀라운 사물들로 변신했다. -“도대체 누가 세상은 이미 발견되었다고 말하는가?” 세상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공격에 대해 자신의 확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낸 비밀에 한해서만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제 어쨌든 그가 협박을 받을 수 있는 인위적인 비밀은 더 이상 없었다. 모든 위대한 비밀들은, 흑거미의 비밀이나 중국산 스카프의 비밀과 다를 바 없이 무언가를 통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발뒤꿈치로 땅바닥을 긁으며 웃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이 사물들에서 나에게만 유용한 비밀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비밀의 이념을 발견했다.’ “이름이 ‘개념’으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이념’으로서는 해낼 수 있다.” 그가 이것을 어디서 읽었더라? 그는 비밀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이념이 필요했다. 그가 비밀의 이념을 갖고 있다면 모든 날조된 비밀 뒤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그는 갑자기 해방감을 느낀 나머지 더 이상 혼자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가서 말하고 싶었다. “너는 내게 비밀을 가질 필요가 없다!” 모래 속에서 세 개의 놀라운 사물들을 보고 고양된 그는 모든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꼈고, 그 애정이 이성적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내게는 미래가 있다!’ 그는 승리감을 느끼며 생각했다. 밤나무 잎사귀, 주머니거울 조각, 어린이용 머리핀은 서로 더욱 가까워진 것처럼 보였다. 그것들에게로 다른 것들도 합류하다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합류하지 않았다. 사물들 사이에 정말 마법적인 친근감이 조성된 것이다! “나는 변할 수 있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발을 굴러보았지만 유령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적수를 보지 못했다. 그는 세 개의 사물로부터 더 이상 아무것도 바랄 게 없었기 때문에 발로 모래를 긁어서 그 위에 덮었다. 그는 밤나무 잎을 가져가려고 했다. 기억하기 위해? 그러나 기억한다는 것도 불필요했다. 그는 그 잎을 버렸다. 그런 다음 흰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나는 이제 감히 배고플 자격이 있다.’ 그는 그곳을 떠나며 생각했다. ‘나는 마침내 이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전능한 힘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이 세지는 않았다.


코위쉬니히는 집 앞에 섰다. 그는 어떻게, 어떤 순서로 행동해야 할지 몰라 속이 메스꺼워졌다. 그는 어떻게 날마다 자신이 집으로 왔는지, 집으로 오다가 왜 중간에 사라져버리지 않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왜 지하철에서 지레 걱정하며 현관 열쇠를 손에 들고 있었을까? 그는 자신이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우선 머릿속으로 시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쨌든 먼저 서류가방을 드레스룸에 가져다둬야 할 것이다. 그 후엔 맨 먼저 아이가 그에게 달려와 다른 사람에 대해 방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동화에서처럼 두려워하는 대신에) 희망할 수 있었다. 만약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면(벌써 잠을 잘 수도 있으니까), 그는 가능한 한 빨리 드레스룸에서 적당한 표정을 짓고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꽃집의 여점원처럼) 사람들 앞에 나설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아무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았다. 그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들과 더욱 더 적게 동질감을 느꼈다. 그가 열쇠를 돌리는 동안, 처음에는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서 헛기침을 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아주 오래전에 돌에 새겨져서 읽을 수 없는 상형문자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곧 “어떻게 지내셨어요?”라는 질문을 들을 것이며, 제대로 대답을 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는 턱을 이리저리 밀며 긴장을 풀었다. 이어서 최소한 겉으로라도 평소의 자기 자신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미리 미소를 지어 보였다.


4

한참 후 그는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모르게 갑자기 서 있다가 슈테파니에게 갔다. 방 안은 어두웠고 그녀는 자고 있는 것처럼 숨소리를 냈다. 그는 무심하게 서 있었는데 졸렸다. 그때 그녀가 완전히 잠에서 깨 천천히 말했다. “있잖아, 그레고르, 당신을 사랑해….” 그녀가 그 말을 너무 조용히 했기 때문에 그는 깜짝 놀랐다. 그는 불을 켜고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가 너무 진지해 보여 방 안에 흐트러진 그녀의 물건을 보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그녀를 보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분명하게 그녀를 보았다. 그들이 서로 바라보는 동안 그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그녀의 턱 아래로 밀쳐 넣으려 했다. 그녀는 훌쩍이기 시작했고, 그는 동시에 그녀의 팔에 닭살이 돋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 슬퍼하는 거야?” “응”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잖아.” 그는 그녀에게 몸을 숙이고 몸을 떨면서 별 생각 없이 그녀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온몸이 얼마나 차디차던지! 그는 흥분이 되어 그녀 위에 누웠다. 바로 그때 그녀가 발로 그를 침대에서 밀어냈고, 그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도 그는 조금은 흡족하게 슬며시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그 후 곧바로 자신이 살해당하는 꿈을 꾸다가 절벽에서 깨어났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살인자라는 사실이 떠올라 깨어났다. 그는 살해당할 것이며, 동시에 방금 밖의 안개 속을 지나 집으로 들어온 살인자였다. 깨어났다고 해서 아무것도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의 공포는 이제 대상이나 형체를 갖고 있지 않을 뿐이었다. 그는 두 팔을 몸과 나란히 놓고 한 발을 다른 발 위로 포개 발바닥을 발등에 올려놓은 채, 이를 악물고 몸을 쭉 뻗은 상태에서 깨어났다. 그는 마치 흡혈귀가 깨어날 때처럼 눈을 번쩍 떴다. 그는 그렇게 말없이 움직일 힘도 없이 죽음의 공포에 휩싸여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도망갈 곳도 없었고 어떤 종류의 구원도 없었다. 그의 심장은 더 이상 갈비뼈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심장은 마치 그 위에 피부만 있는 것처럼 팔딱거렸다.


다음 꿈은 자신의 꿈속에서 계속 등장하는 어머니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어머니와 춤을 추었다. 그는 상당히 몸을 밀착해서 춤을 추었는데, 어머니 몸에 닿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춤을 추는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머릿속에 ‘손님용 침실’ ‘북독일 지역’ ‘병문안’ ‘잘 다녀오세요!’ ‘오스트리아 와인 숍’ ‘식단표’ ‘딸 아이’ ‘은행나무’ 등의 단어들-모두 어젯밤에 사용한 단어들이었다-을 간직한 채 깨어나서, 슈테파니가 중국 식당에서 물어본 “이 집 촙수이 어때?” 라는 질문을 생각하다가 구토를 하지 않기 위해 반대편으로 돌아누워야 했다.


다음 꿈에서는 겨울 하늘에서 죽은 까마귀 한 마리가 곰 위로 떨어졌다. 그 사이 부엌의 커다란 냄비에서는 수육이 끓고 있었다. 그 후 그는 무덤에 묻히지 못하고 험준한 경사면에서 벌어진 입에 검은 피가 엉겨 있는 여자의 시신과 맞닥뜨려서는 그 위에 모래를 뿌려주었다. 그다음에 그는 어떤 무대에 서 있었는데, 자신이 텍스트를 썼는데도 자신의 역할을 몰랐다. 그 후 그는 깨어나 창문 앞 회색빛 하늘에서 인공위성이 반짝이며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이제 끝장이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누구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다음 꿈은 그가 낯선 집에서 변을 본 다음 물 내리는 줄을 잡아당기는 것을 잊었는데 벌써 다른 누군가가 화장실로 오고 있는 것이었다. 또 다른 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그를 공격해서 그는 구름의 그림자가 바삐 스쳐 지나가는 알프스 고원으로 혼자 달아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향해 아직 사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다시 전쟁이었다. 그의 딸은 아직 밖에 서있는데 마지막 버스가 그를 싣고 떠나버렸다. 그가 깨어났을 때 얼마나 불안했는지 그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와 있었다. 그 후 그는 국부에 생리혈을 묻힌 채 어떤 뚱뚱한 여자의 몸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는 수백만 유로의 어떤 절도에 연루되어 더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위조한 여권과 바꾼 지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 꿈은 아주 느리게 진행되어 그는 그것을 사실처럼 느꼈다. 그는 이 사건이 법적인 시효가 없어서 죽을 때까지 무명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상하게도 즐겁게 받아들였다. 그는 비몽사몽간에 오늘 밤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허하고 산만하게 깨어 있는 상태가 싫었다. 구원이 될 수도 있을 마지막 꿈을 꾸고 싶었다! 위층 집 라디오에서 벌써 기상 음악 소리가 들리는 동안 코위쉬니히는 채색된 아침의 꿈속에서 햇빛 비치는 계곡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계곡은 아주 광대하고 낙원 같아서 그는 기쁨에 겨웠다.


집들이 숙박시설이 되었다. 집마다 나무 식탁과 벤치가 다정하게 빛나는 풀밭에 놓여 있었다. 공기가 아주 온화해서 그는 원래 컨디션을 찾은 것 같았다. 그 후 그의 부엌에서 누군가 수육을 뒤집었다. 천둥이 치고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코위쉬니히가 모든 꿈으로부터 벗어나 깨어났을 때, 그는 자잘하지만 경멸받을 만한 범죄자에 불과했으며, 즉시 꿈이 주는 의미를 잊어버렸다. 아내가 그를 떠나고, 아이가 사라지며, 그는 사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결국 그의 인생이 바뀌는 바로 그 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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