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함민복의 글은 꾸밈이 없고 삶의 갈피갈피에 미안한 마음이 묻어 있다. 돌에게서 <아픔>을 만지기도 하고 추석 때 고향에 못 가서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시인의 <아픔>을 슬며시 보여주기도 한다. ‘짝 찾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봄이 왔나 보다. 거름 퍼담는 트랙터 소리가 축사에서 들려오고 밭에 펼쳐놓은 거름 냄새가 바람에 묻어온다. 숭어 그물을 꿰매고 나무 말뚝을 깎는 어부들 마음은 벌써 만선인지 술 한 잔 뒤에 풀어놓는 우스갯소리에 터지는 웃음소리가 물고기처럼 싱싱하게 튀어오른다.’
■ 저자 함민복
함민복은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6년 강화도에 빈 농가를 빌려 둥지를 튼 그는 이제 강화도 사람들과 한통속이다. 서해 바닷가 사람이 되어가며 그가 쓴 시는, 욕망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강화도 개펄의 힘을 전해준다. 그는 강화도의 자연과 역사와 물고기를 공부하며 지금도 조용히 마음의 길을 닦고 있다. ‘과거를 추억하나 그에 얽매이지 않고, 안빈낙도하는 듯하나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날 선 눈초리를 잃지 않는’ 그의 글은 많은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애지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시집 『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과 에세이집 『눈물은 왜 짠가』,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와 카툰시집 『꽃봇대』가 있다.
■ 차례
바람을 만나니 파도가 더 높아진다
흔들린다
텃밭
늦가을 바닷가 마을의 하루
달이 쓴 ‘물때 달력’ 벽에 걸고
배가 웃었다
섬에서 보내는 편지
밤길
새들은 잘 잡히지 않았다
스피커가 다르다
그 샘물줄기는 지금도 솟고 싶을까?
추억 속의 라디오
뱃멀미
내 인생의 축구
첫눈
통증도 희망이다
긍정적인 밥
사람들이 내게 준 희망
고향에 돌아가리라
봄
죄와 선물
어머니의 소품
절밥
그리운 사진 한 장
술자리에서의 충고
나마자기
술자리에서의 충고
정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걸까?
폭력 냄새나는 말들
‘해안선순환도로’라는 말을 생각하며
먼지의 제왕
고욤나무 아래서
그냥 내버려둬 옥수수들이 다 알아서 일어나
팔무리
항아리
읽던 책을 접고 집을 나선다
봄비
봄 산책
봄 삽화 한 장
꽃비
노루
석양주
자산어보를 읽고
수작 거는 봄
파스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