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일본 청년 문화의 선두주자이며 신화적인 존재인 츠카 코우헤이! 최연소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문학상과 훈장을 석권한 그는 일본 현대 문화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김봉웅. 재일 한국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두 개의 조국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동안 ‘두 개의 조국’ 사이에서 휘청거렸다. 겉으로는 일본에서 전후 최고의 극작가로 인정받는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딱지가 그의 전 존재를 부여잡고 있었다. 이제 그를 다시 보자. 애국심이라는 구태의연한 잣대를 넘어 고뇌하며 살아간 한 인간으로, 그 고뇌를 예술로 승화시킨 훌륭한 예술가로 그를 보자.
이 책 《딸에게 들려주는 조국》은 1985년 한국 방문을 배경삼아 태어나 처음 찾은 조국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삶과 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자전 에세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일본 사회에 자신이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 책은 그의 연극과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3월 18일 문화방송 에서는 ‘츠카 코헤이와 김봉웅’이라는 제목으로 츠카 코우헤이를 다뤘다. 정당하지 못한 사유로 한국에서 필시 무시받고 있는 한 예술인에 대한 재평가를 제안하는 재조명이다. 이 책 역시 언뜻 유쾌함으로 포장하고 있었지만 떨칠 수 없는 슬픔의 연원을 가진 예술가, 츠카 코우헤이를 다시 보기 위함이다. 이제 그의 작품들을 좀 더 편안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우리도 즐겨보기 위한 첫 걸음이다.
■ 저자 츠카 코우헤이(김봉웅)
저자 츠카 코우헤이(つかこうへい; 김봉웅金峰雄)는 일본 연극계가 ‘츠카 이전’과 ‘츠카 이후’로 연대를 구분할 정도로 많은 연출가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인간의 속마음을 날카롭게 관찰해 차별하는 쪽과 차별당하는 쪽의 감정을 직시하는 대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도려내는 한편, 넓은 마음으로 인간을 상냥하게 지켜보며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작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24살에 데뷔한 츠카 코우헤이는 데뷔하자마자 “충격적인 ‘천재’ ‘귀재’의 젊은이 출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주목받았고, 시대의 총아가 되어 70~80년대에 일약 ‘츠카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1948년 후쿠오카에서 재일한국인의 아들로 태어난 츠카 코우헤이는 게이오 대학 재학 당시 학생극단 ‘가면무대’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붉은 베레모를 그대에게〉(1971)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듬해 와세다 대학 극단 ‘잠(誓)’에서 연출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197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극단 ‘츠카 코우헤이 사무소’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까지 35여 년 동안 연극과 영화는 물론 소설을 통해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해준 천재 작가 츠카 코우헤이는 2007년 일본 정부가 학문·예술·스포츠 분야에서 공적이 큰 사람에게 수여하는 자수포장(紫綬?章)을 받았다. 이는 재일한국인 최초의 쾌거였다. 그의 작품은 연극계뿐만 아니라 일본 영화계에도 큰 영향을 끼쳐 수많은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연극 <뜨거운 바다>는 츠카의 작품 《아타미 살인 사건》을 원작으로 삼은 것으로서, 1985년 국내 초연된 이후 지난 25년 동안 <뜨거운 바다> <아타미 살인 사건> <아이시떼루> <월미도 살인 사건> 등의 이름으로 각색·연출되어 여러 차례 무대에 올려진 유명한 작품이다. 그 외 작품으로는 《카마타 행진곡》 《비룡전》 《2세는 크리스천》 《이 사랑 이야기》 《청춘, 사랑의 도피 행각》 《유채꽃 이야기》 《딸에게 들려주는 조국》 등이 있다.
■ 역자 김은정
역자 김은정은 1968년 춘천에서 태어났고, 충주에서 자랐다. 일본 도쿄의 일본외국어전문학교 한·일통역과와 성신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인천에서 통역과 번역 일을 하면서 외국어학원 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 차례
추천사 : 츠카 코헤이, 내 연기 인생의 하나뿐인 사랑 - 김지숙(배우)
유서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안 된다
너와 엄마만은 꼭 지켜줄 거야
아빠는 한국인이다
어머니를 위한 이름, 츠카 코헤이
아빠는 비열하고 어리석은 아이였다
사람을 차별할 수 있다니, 그런 쾌감도 없지
‘아빠’로서, ‘한국인’으로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
눈물 흘리며 술잔 기울이던 날
‘휴전 중’인 조국, ‘소설도 검열하는’조국을 찾아
조국을 알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은 쓰레기다
너는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줄까
도심을 가로지르며 목격한 조국의 민낯
내일은 꼭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한국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
아빠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기대지 않고 살아왔다
생활ㆍ문화적인 면에서 아빠는 일본인이다
네가 상처받는 여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눈앞에 있는 사람을 믿어라
인간의 잔혹성과 생명력을 그려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사람의 따뜻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조국이란 너의 그 아름다움이다
해설 : 나는 누구인가를 철저히 탐구한 자기 재생의 글 ― 하리키 야스히로(연극 평론가)
저자 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