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옳다

   
전제우 외
ǻ
21세기북스
   
14800
2018�� 03��



■ 책 소개

 

모든 시작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제제’와 ‘미미’ 부부도 알 수 없는 미래가 불안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찾았고, 익숙한 일상을 쫓아 편한 일만 좇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어떤 일이든 계획부터 세우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았고, 계획만 세우다 그만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던 그들이 결혼식을 준비하면서부터 변했다. 남들과 똑같이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한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씨앗이었다. 남편 제우는 ‘제제’, 아내 미영은 ‘미미’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에 결혼하고 나서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써 내려갔다. 일단 뭐라도 시작하자 다음 할 일이 보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기회로도 이어졌다. 그렇게 제제와 미미의 새로운 인생 2막이 열렸다.

 

이 책은 이런 제제미미 부부의 크고 작은 시작 이야기다. 방 안에서 트위터 한 줄을 올리면서 소소하게 시작한 일도 있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처음부터 크게 판을 벌리며 시작한 일도 있다. 부부가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다녀오기도 하고,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수많은 시작을 함께하며 제제미미 부부가 느낀 것은 하나다. ‘시작은 언제나 옳다’는 것. 처음에는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한 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니 그다음 길이 보였다. 저자들은 사소하더라도 무엇이든 용기 내어 시도하면 크든 작든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그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 저자
전제우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세계 일주를 감행했다. 셀프 결혼식부터 퇴사, 세계 일주 과정에 이르기까지 부부가 함께 시작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블로그와 페이스북으로 공유하면서 많은 구독자와 소통했다. 하루하루 행복한 일을 중심으로 여행, 강연, 전시, NGO 활동, 애플리케이션 기획/개발, 에어비앤비 호스트 등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다.

 

수많은 시작과 실패를 함께하며 사소하더라도 무엇이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고,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시작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현실에 발을 디딘 채로 지금 즐거운 일을 한다. 대책 없이 무모하지도 않고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자유와 안정 그 중간쯤을 추구한다. 평생 놀고 먹고 일하기가 목표다.

 

박미영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세계 일주를 감행했다. 셀프 결혼식부터 퇴사, 세계 일주 과정에 이르기까지 부부가 함께 시작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블로그와 페이스북으로 공유하면서 많은 구독자와 소통했다. 하루하루 행복한 일을 중심으로 여행, 강연, 전시, NGO 활동, 애플리케이션 기획/개발, 에어비앤비 호스트 등 다양한 일을 벌이고 있다.

 

수많은 시작과 실패를 함께하며 사소하더라도 무엇이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고,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시작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현실에 발을 디딘 채로 지금 즐거운 일을 한다. 대책 없이 무모하지도 않고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자유와 안정 그 중간쯤을 추구한다. 평생 놀고 먹고 일하기가 목표다.

 

■ 차례
프롤로그 괜찮아, 처음은 누구나 다 그래

 

1. 시작의 순간은 누구나 서툴다
 조금은 유난스러워도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
 초심자의 행운
 예상치 못하기에 세상이 재미있다
 시작은 역시 옳다

 

2. 출발선 바로 직전에는
 좋아 보이는 것의 비밀우연은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
 우리가 떠난 이유
 내 삶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두 발은 늘 땅을 딛고 서기

 

3. 낯섦과 익숙함, 그 중간쯤에서
 가방이 무거우면 떠나지 못한다
 인생에 하이라이트만 있을 수 없다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된다
 불안에게 말을 걸다

 

4. 길이 아니라도 걸을 수 있다
 좋아하는 일 따로, 잘하는 일 따로
 어딘가에 나를 위해 준비된 길이 있다
 당신이 가장 빛나는 순간
 걱정, 쓸모없음
 실패를 인정하는 법

 

5. 때로는 좋았고, 때로는 나빴다
 타인의 시선
 규칙은 누가 정한 걸까
 세상의 정답에 주눅 들지 마라
 일단 저지르는 것도 방법이다
 가끔은 운명처럼

 

6. 남들처럼 살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삶은 이진법이 아니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아침이 기다려지는 삶
 한 걸음 뒤에서만 볼 수 있는 세상
 오늘 행복하기

 




시작은 언제나 옳다


시작의 순간은 누구나 서툴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

진짜 안정의 의미

결혼식과 신혼여행으로 2주나 회사를 비우고 다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100통이 넘는 업무 메일이었다.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부터 모든 일을 우리 마음대로 결정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도 바뀐 것이 없었다. 복귀 첫날부터 시작된 야근은 반복되었고, 주말 출근도 다반사였다. 이렇게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신혼여행 중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함께 적었던 버킷리스트는 업무 메일 한 통만도 못한 신세가 되었다. 심지어 이사 간 신혼집에 짐을 풀 시간조차 없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야근하고 있었다. 같이 일하던 선배들의 전화가 하나둘씩 울리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일곱 시였다. “선배, 그렇게 매일 늦게 들어가면 집에서 뭐라고 안 해요?”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친한 선배에게 물었다. “뭐라 하지. 근데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잖아.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안정적으로 회사 다니는 것만 해도 어디야. 너도 이번에 결혼했지? 힘들어도 열심히 버텨라.”


우리는 이날도 어김없이 지하철이 끊긴 다음에야 회사를 나왔다. 집에 오는 내내 선배의 말이 귓속에 맴돌았다. 안정적인 회사. 갑자기 ‘안정적’이라는 말에 의문이 생겼다. 문득 ‘안정’이란 단어의 뜻을 찾아보았다.


상황과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함


더욱 의문이 들었다. 사전적 의미라면,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란 직장의 상황과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평화롭지 않다. 우리는 IT회사에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IT업계는 특히나 빠르게 변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다니는 회사는 지나치게 가변적이었다. 우리가 앞으로도 쭉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불안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내가 한 회사에서 끝까지 살아남기도 힘들지만, 한 회사 자체가 그리 오래 유지되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세상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회사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물꼬를 트고 나닌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회사 안에서 안정을 찾는 게 옳은 일일까? 회사 밖으로 나가서 우리의 능력을 키우고, 회사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계속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진정 안정이란 의미에 가깝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세계 일주를 떠나기로 했다. 무작정 일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부부에게도 먹고사는 문제는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여행을 하면서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였다.


우리가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하기까지는 1년이 걸렸다. 먼저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자기 집을 숙박시설로 공유하는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신혼집을 외국인에게 빌려주고 추가 이익을 얻었다. 습관적으로 하던 소비도 줄였다. 그와 함께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고, 퇴사를 계획하면서 겪었던 과정과 사연을 블로그에 적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한 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한 발자국 내디딘 그곳에 또 다른 문이 열린 것이다.


저희는 SBS 다큐멘터리 촬영 팀입니다. 제제 미미의 세계 일주 준비 이야기를 저희 다큐멘터리에 담고 싶은데요, 연락 부탁드립니다.


방송 촬영이라니! 떨리는 마음으로 연락을 했다. 세계 일주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가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길 바란다.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매체에 보도됨으로써 얻는 이점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언론 매체에 접촉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블로그에 글을 쓴 것만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시작은 역시 옳다

텅 빈 명함에 담긴 것

회사를 나온 뒤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이 생겼다. 그날도 그랬다. 우연히 초대받은 네트워킹 자리에서 만난 한 분께 제제가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드렸다. 그분은 제제의 명함을 보더니 흠칫 놀라며 직업을 물었다.


제제가 건넨 명함에는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작은 로고만 박혀 있었다. 명함이라면 으레 있어야 하는 회사, 소속팀, 직급, 직책 등이 없으니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당황스러워할 만도 했다.


처음부터 이런 명함을 가지고 다녔던 건 아니었다. 3년 전만 해도 명함에 회사와 팀, 직급, 직책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직장과 직업은 엄연히 다르다. 직업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을 의미하고, 직장은 그 일을 하기 위해 계약 관계에 있는 ‘일하는 곳’일 뿐이다. 누군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물었다면 내가 하는 일을 이야기해야지, 내가 계약해서 일하는 곳을 얘기하면 안 된다.


새삼 직업과 직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내 명함에서 회사와 팀, 직책을 지우면 과연 뭐가 남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는 나를 어떤 사람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흔한 말로 계급장 떼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줄까?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을 무렵, 독일인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가 쓴 떤<저니맨>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대학 졸업 후 구직 활동을 하며 별 볼 일 없이 살아가던 중 우연히 ‘중세 장인의 수련 여행’에 관해 알게 된다.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독일을 떠나 수련 여행을 다니면서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그때 막연하게 수련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지났다. 우리는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그 덕분에 지금은 남들보다 조금 많은 ‘나’를 갖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그 여정의 한가운데 있다.


우리는 오늘도 아무 직업이 적히지 않은 명함을 들고 다닌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따라 세계 일주 여행자가 되기도 하고, 사진작가나 스타트업 운영자가 될 때도 있다. 때로는 공유 숙박의 호스트이기도 하고 IT프리랜서 기획자, 책을 쓰는 작가, 강연하는 강사 등이 되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만약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다면 그 답을 찾기 위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의 첫걸음이 그렇게 시작된 것처럼.


여러 우물을 파도 될까

결혼식 직전 만난 웨딩플래너가 말했다. 당신의 인생은 한 번뿐이니 하고 싶은 일을 후회 없이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회사에 다닐 때는 많은 것을 해볼 수 없었다. 눈코 뜰 새 없이 쏟아지는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도 벅찼다. 회사원에게는 ‘욜로’라는 말은 사치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공유 숙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게스트에게 좋은 평가를 얻어 공유 숙박 회사의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비록 아직 ‘대박’이라고 할 만큼 성공한 서비스는 없지만,



출발선 바로 직전에는

우리가 떠난 이유

삶의 방식을 선택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것은 막연한 동경이나 도피가 아니었다. 우리는 커리어에 있어 진정한 안정이란 무얼까 고민했고, 앞으로 주변 환경이 변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하고픈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결혼한 후로 그런 생각은 더욱 커져만 갔다. 공유 숙박에 참여하면서 여러 사람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본 것은 여행을 떠나기로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가 자라온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삶을 살고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고 자부하는 사람조차도 가만히 따져 보면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얽혀 있다. 살아가는 모습이 주위 사람과 닮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공유 숙박을 하면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삶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평생 만날 수 없을 부류의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크고 작은 영감을 얻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졌다.


두 번째 이유는 여행하다가 끌리는 곳이 있으면 머물러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낮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길이 있지는 않을까?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이 디지털 노마드였다.


이곳저곳 가곡 싶은 곳을 여행하고,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면 참으로 자유로운 삶이 아닌가! 우리는 단지 여행을 위해 떠나기로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가치관,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 떠나기로 한 것이었다.



낯섦과 익숙함, 그 중간쯤에서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된다

계획을 방해하는 것들

여행 영상 만들기는 우리가 여행 초반에 계획했던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우리는 항상 가방에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기고 다녔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일단 카메라를 세팅하고 동선을 체크했다.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우리가 가는 여행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으려 하면 카메라와 우리 사이에 수십 명의 사람이 지나갔다. 그렇다고 그들을 막고 사진을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치안이 위험한 동네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와서 못 찍고, 날이 더운 날은 너무 더워서 찍을 힘이 없었다. 결국 이런저런 핑계로 한 번, 두 번 사진을 안 찍다 보니 우리의 영상 계획은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었다. 계획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규칙이 없으면 한계도 없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그냥 막 찍자. 어차피 카메라는 챙겨온 거니까.”


그날부터 우리는 아무거나 막 찍었다. 멋진 풍경이 아니더라도 무조건 카메라에 담았다.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찍은 영상이 외장 하드 하나를 가득 채웠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꾸준히 영상을 찍고 마음 내키는 대로 편집하기로 했다. 귀국하면 열기로 한 사진 전시회에서 영산전을 함께 할 계획을 세웠다. 전시회 제목은 ‘별일 없는 여행’으로 정했다. 우리에겐 여행이 일상이고, 일상이 곧 여행이었다. 일상과 여행 사이 모호한 경계를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영상전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모든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만든 규칙을 지키지 못했고, 멋진 여행 영상을 직는 데도 실패했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결과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영상전이 바로 그러했다.


만약 원래의 계획대로 영상을 찍었다면 고작 3분짜리 유튜브용 영상 하나를 얻었을 것이다. 놀랄 만한 조회 수를 기록할 수도 있었겠지만, 누구의 관심도 못 받고 사라질 가능성이 훨씬 더 컸다. 계획 달성에 실패한 덕분에 자유롭게 많은 영상을 찍을 수 있었고, 운 좋게 관객들과 소통하는 영상 전시회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어쩌면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더 의미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길이 아니라도 걸을 수 있다

바둑판 위의 돌처럼

프로바둑기사에 도전하던 주인공이 꿈을 접고 회사에 입사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미생>이라는 웹툰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샀고, 드라마로 나오면서 대박이 났다. 그 드라마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아직 다 미생이다.



바둑판에는 가로 19칸, 세로 19칸 총 361개의 점이 있다. 바둑판 위에서 발생하는 경우의 수는 10의 360제곱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수소 원자 수가 10의 80제곱이락 하니, 거의 무한에 가까운 숫자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같은 바둑판에 모여 있는 바둑돌 같은 처지일지도 모른다. 가로세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쳐진 바둑판의 줄처럼 꽉 짜인 사회 속에서 같은 것을 배우고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저마다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이 있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 신의 한 수를 찾듯 우리는 삶 속에서 우리의 눈빛을 빛나게 하고 세상을 바꿀 신의 한 수를 꿈꾼다. 우리의 선택 하나가 신의 한 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매 순간 고민하면서 말이다.


기억하자. 정답은 없다. 우리에겐 신의 한 수도, 최악의 한 수도 없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도, 자신을 거지라고 부르는 사람도 아직 정답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그 순간이 즐겁다면 마음껏 누리면 될 일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법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우리가 만든 에요트립이라는 서비스는 망했다. 거의 1년에 걸친 기획과 개발, 디자인이 다 허사로 돌아갔다 너무 슬펐다. 우리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이루리라고 다짐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한 것이 물거품이 된 순간 이 여행도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주에서 해거리한 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뭔가 아까웠다.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한 홍보와 온라인 광고 외에는 제대로 영업을 해본 적이 없었다. 뭔가 해보지도 못하고 망했다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실제 여행자들에게 마케팅을 해보기로 했다.


남미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도시는 페루의 리마다.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여행객들에게 나누어줄 홍보물을 디자인하고 프린트해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인쇄소 찾기도 어려웠다. 스페인어로 설정한 구글 번역기를 돌려 인쇄하냐고 물었더니 점원이 주소 하나를 적어 주었다. 그 주소를 묻고 물어 도착한 곳은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의 인쇄소 같은 곳이었다. 리마 인쇄소에서 팸플릿을 출력할 줄이야!


그때부터 우리는 가는 호스텔마다 매니저의 허락을 받아 로비에 팸플릿을 비치했다. 제제가 마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우리의 서비스를 홍보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이메일 주소를 받았다 이메일로 사진을 보낼 때 우리의 서비스 링크도 함께 걸었다.


이런 노력으로 획기적인 반전이 있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서비스 결과는 여전히 실패였다. 그래도 우리는 실망하지 않았다. 결과가 실패라고 모든 게 실패인 건 아니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 마케팅을 하는 동안 우리는 많은 친구를 얻었다. 아쉽게도 서비스는 다시 살아나지 못했지만, 우리는 친구들의 기운을 받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한국에서 다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데 도전할 수 있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그럴 때는 우리처럼 해거리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지금 마음을 쏟고 있는 것에서 한걸음 물러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해거리하다 보면 재충전이 되고,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그때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끝이 있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뿐이다.



때로는 좋았고, 때로는 나빴다

규칙은 누가 정한 걸까

각자 다른 삶의 방향

많은 사람이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성실하게 살고 있다. 초, 중,고 등학교를 다닌다. 수능을 본다.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간다. 스펙을 쌓는다. 취업한다. 결혼한다. 아이를 가진다... 이 모든 과정에는 알맞은 연령대가 있다. 적정취업 연령, 결혼적령기 등. 많은 사람들이 다 정해진 단계를 밟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왜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살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지금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와 같은 신세가 아닐까? 많은 차가 한꺼번에 고속도로에 몰리면 길이 막힌다. 그럴 때는 차라리 국도로 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막히는 데도 계속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수많은 경쟁자의 눈치를 보거나 싸움을 벌이며 가다 서기를 반복해야 한다. 가끔 전용차선을 달리는 버스가 비웃듯 앞질러 갈 것이다.


그에 비교해 국도는 밀리는지 안 밀리는지, 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교통량이 적다 보니 비교할 대상도 적다. 그래서 경쟁하거나 질투할 일도 없다. 오히려 같은 길을 가는 사람끼리 묘한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회심리학 박사 허태균 교수는 요즘 사회에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일직선으로 달리면 그 안에서 1등도 생기고 낙오자도 생긴다. 서로 경쟁하고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여러 방향으로 달리면 1등을 정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경쟁적인 사회가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갈 때 대부분 패키지로 갔다.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던 시절에는 패키지로 가는 것이 편하고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유 여행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본인이 직접 모든 것을 계획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원하는 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물며 여행도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떠나는데, 인생을 짜인 패키지로만 산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어떤 방식이 옳거나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인생에 꼭 해야 하는 건 없다. 누구도 똑같이 살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정해진 방식대로 살지 않는다고 낙오한 인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국도로 나오자! 국도도 막히면 그냥 차를 버리고 함께 걸어보자.



남들처럼 살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오늘 행복하기

“마지막으로 질문하실 분 있나요?” 친구가 책을 내고 저자 강연회를 한다고 해서 강연을 들으러 갔다. 두 시간 동안 취업과 동기부여에 관련된 멋진 이야기를 들었다. 게으른 우리 둘은 강연을 듣는 내내 반성하는 마음이었다. ‘역시 성공하는 사람은 부지런하구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두 시간의 강연이 끝날 즈음에 친구가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작가님이 이루고 싶은 최종 꿈은 무엇입니까?”


5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답변이 이어졌다.


“저는 미래에 대한 꿈이 없습니다.”


열심히 살라며 자기계발서를 쓰고, 청년들을 위해 취업 도서를 쓴 사람에게서 꿈이 없다는 답변이 나올 줄 몰랐다. 질문했던 사람도 아마 당황했을 것이다. 다시 답변이 이어졌다.


“저는 제가 얼마나 오래 살지 몰라요. 어릴 때부터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먼 미래에 내가 뭘 이뤄야지 하는 꿈을 꾸지 않아요. 대신 저는 오늘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미래에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게 아니고 지금 당장 행복하려고 노력해요. 오늘 불행한데 내일 갑자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일 행복하면 내일모레도 행복할 확률이 높겠죠. 그럼 결국 먼 미래에도 저는 아마 행복하게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클 거예요.”


오랫동안 고민했던 의문에 해답을 얻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항상 미래를 준비하여 살아왔다. 미래에 행복하기 위해 지금은 좀 희색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대에는 30대에 행복하기 위해 시간을 아끼고, 공부하며 보냈다. 그런데 막상 30대가 되니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20대에 더 즐기지 못한 걸 후회했다. 지금은 또 40대에 행복하기 위해 잠을 줄이고 일하고 있다. 왜 30대에 더 즐기지 못했을까 후회하겠지. 오늘 행복해야 내일 행복할 수 있다. 내일 행복하기 위해 오늘 불행하게 지내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행복은 이월되지 않는다. 미래에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일단 오늘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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