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감정의 미니멀리즘

   
윤서영
ǻ
커리어북스
   
13800
2018�� 01��



■ 책 소개


지금이 힘든 당신에게 권하는 동심으로의 여행

 

《동심_감정의 미니멀리즘》은 감정을 미니멀화하고,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한 동심으로의 여행을 권하는 에세이집이다. 여섯 살 즈음의 나와 마흔의 내가 만나 현재 느끼는 극한의 감정을 멈추거나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의 나를 회상하며, 처음 겪었던 기쁨, 슬픔, 좌절, 환희 등을 되새긴다. 그러다 보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도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굳이 행복을 찾지 말라고 권한다. 현재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며, 그것을 통해 좋은 감정을 느끼든, 나쁜 감정을 느끼든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슬픔도, 분노도, 기쁨도, 좌절도 모두 내 삶이다. 그렇게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여섯 살 나에게 배운다.

 

■ 저자 윤서영
감정에 대해서 연구하고, 강의하며, 책을 쓴다.
그것으로 나를 다스리기도 하고,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 차례
1. 왜 동심인가?
01. 나에게서 나에게로의 여행

 

2. 동심은 예쁘다
02. 동심으로의 마음여행
03. 동심은 따뜻한 엄마의 품
04. 동심은 내 마음의 반창고
05. 동심으로 감정의 미니멀리즘

 

3. 동심의 꽃은 활짝 피었다
06. 꽃봉오리는 내 마음의 방패
07. 마음의 꽃봉오리를 피우다
08. 내 마음의 꽃향기는?
09. 마음의 꽃잎이 지다

 

4. 지금이 더 힘든 것이 아니다
10. 처음 느낀 공포의 감정
11. 좋은 일과 나쁜 일
12. 힘듦의 첫 경험
13. 비 올 땐 밖에 나가는거 아냐!

 

5. 인생에서 일어난 엄청난 일
14. 어른세계에만 있는 규칙
15. 동심은 언제나 옳다!
16. STOP! 이제 그만!

 

6. 감정의 미니멀리즘
17. 나, 지금 여기!
18. 감각의 극대화
19. 미래의 나를 만나다!




동심: 감정의 미니멀리즘


왜 동심인가?

나에게서 나에게로의 여행

<동심-감정의 미니멀리즘>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치료 방법 중 하나인, 카우치(couch, 정신분석용 긴 의자)에 누워 자유연상을 하는 기법을 토대로 하여 작성되었다. 그렇게 잠이 들기 전 이불 속의 편안한 감정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가 그때의 좋았던 감각, 그때의 좋았던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의 화가 난 나, 속상한 나, 복잡한 나를 잠시 내려놓고 인생의 기억 초반부에 있는 나를 끄집어낸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이 강렬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렬한 어린 시절 기억만이 장기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재의 내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감정을 내려놓아 본다. 어린 시절의 감정, 느낌, 생각으로 현재의 나를 감싼다.


노스텔지어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추억어린 기억을 떠올릴 때 마치 장밋빛 필터를 통해 선택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들만 골라내 재해석하는 경향을 지닌다는 것이다. 노스텔지어 효과는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의 흥행이 이미 증명해주었다. 노스텔지어 효과는 좋은 기억뿐 아니라 나쁜 기억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어린 시절 힘들고 나빴던 기억도 당시의 힘겨움은 필터링된다.


이것을 심리학의 기법으로 발전시킨 것이 NLP(Nuero-Linguistic Programming) 치유 방법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멀어지는 상상을 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눈을 감고 이완된 상태에서 심호흡한다.

2. 스트레스 장면의 당시 현장을 떠올린다. 과거의 내 옆으로 현재의 나를 보낸다. 장면이 어떻게 보이는가? 느낌은 어떤가? 표현해본다.

3. 스트레스 장면을 현재의 내가 천장 높이에 올라 바라본다. 장면이 어떻게 보이는가? 느낌은 어떤가? 표현해본다.

4. 스트레스 장면을 현재의 내가 3층 건물 높이에 올라 바라본다. 장면이 어떠하게 보이는가? 느낌은 어떠한가? 표현해본다.

5. 스트레스 장면을 현재의 내가 63빌딩 높이에 올라 바라본다. 장면이 어떻게 보이는가? 이제는 스트레스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다.

6. 스트레스 장면을 현재의 내가 비행기 높이에 올라 바라본다. 장면이 어떻게 보이는가, 느낌은 어떤가 살펴본다.

7. 스트레스 장면을 현재의 내가 우주선 높이에서 바라본다.

8. 스트레스 장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 우주공간에서 지구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 스트레스 장면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에게는 당시의 느낌과 감정만 남게 된다.

9. 지구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 옆으로 부른다. 그 사람의 목소리, 촉감, 향기, 내가 좋아하는 꽃 등 평소 내가 좋아하는 감각을 떠올린다.

10. 그 느낌과 감정을 가지고 다시 내려가 본다.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비행기 높이, 63빌딩 높이, 3층 건물 높이, 천장 높이로 순차적으로 내려간다.

11.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장면에 있는 과거의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내려간 현재의 나를 세운다. 이 장면에서 현재 나의 느낌과 감정이 어떤지 살펴본다.



동심은 예쁘다

동심으로의 마음여행

20대에는 내가 서른이 되면 삶이 안정적으로 변할 거라 기대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되어있을 것이라고 나의 30대를 상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무렵 봤던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30대 즈음 되면 모두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마흔이 되면서 알아차리게 되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성공적인 삶이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이것이 바로 살아짐이라는 것을... 사는 것은 처음도 끝도 지금과 같은 연장선이라는 것을... 지금보다 나아짐이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다만 나아감만이 있을 뿐...


삶이 너무나 힘들었던 30대의 마지막 해 어느 날, 네 살배기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공원을 걷다 문득 하늘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어릴 적,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가만히 하늘을 보던 때가 떠올랐다. 구름이 소리 없이 지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 시간을 참 좋아했다.


그렇게 나의 여섯 살 소녀 시절로 돌아가 본다. 소녀 옆에 지금의 내가 가만히 누워본다. 소녀가 보고 있는 구름을 가만히 바라본다.


무엇이 중요한가?

일이 중요한가, 내가 중요한가?

다른 사람이 중요한가, 내가 중요한가?

나의 삶은 누구의 삶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때 깨달았다.

지금의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모두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잠자기 전, 이불 속의 몽롱함의 힘으로 내 어린 시절로 가보는 것이다. 현재의 힘들었던 삶에서 벗어나 동심의 세계로 나를 보내보고, 그때 느꼈던 다양한 기분과 느낌 그리고 좋은 감각을 다시 경험하고 돌아오면 조금은 편안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동심의 꽃은 활짝 피었다

마음의 꽃봉오리를 피우다

모든 것이 다 신기하다. 그래서 다섯 살의 난 무엇이든지 하염없이, 가만히, 그래도 멈춰 서서 계속해서 바라본다. 작은 꽃은 작은 꽃대로 큰 꽃은 큰 꽃대로 예쁘다기보다 신기하다. 꽃에 꿀벌이 날아와서 앉는 것도 신기하고 꽃 주변에 꽃가루가 흩어져 있는 것도 이상하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탐구하는 것처럼 무한대의 관찰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바라보던 꽃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꽃이 분꽃과 사루비아(샐비어)다.


분꽃은 따서 뒷부분을 쭉 빼면 귀걸이처럼 늘어진다. 반팔 티셔츠에 아래는 팬티만 입은 네 살배기 남동생이 아빠의 큰 슬리퍼를 찍찍 끌고 나와, 분꽃을 따고 있는 내 옆에 선다. 남동생 귀에 분꽃을 걸어주고 머리를 묶어준다. 남동생과 ‘까르르’ 웃는다.


그 시절 마당의 팬티 바람 남동생과 어린 나 사이에 마흔의 나도 같이 서본다. 주황색 사루비아 꽃망울에 입을 대고 쪽 빨아본다. 달콤함이 입안을 감싼다. 풀향기가 코에 배어들고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어 몸이 따뜻해진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린다. 남동생과 나의 웃는 얼굴이 햇볕 사이로 사진처럼 배어든다.


다섯 살, 내 기억의 꽃은 모두 활짝 피어있다. 활짝 피어 꿀과 꽃가루가 가득한 꽃이 내 마음속 기억의 꽃이다. 영글기 전, 꽃봉오리가 여린 꽃잎 한 장 한 장의 힘을 모아 꽃가루와 꿀을 사수한다. 꽃봉오리는 식물이 가진 최대한의 자기방어다.


그렇게 꽃가루가 영글어지고, 꿀이 차기 전까지 식물은 에너지를 최대한 높이며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준비를 마치면, 비로소 꽃잎은 다물던 잎에 힘을 뺀다.


내 것인 꿀을 놓아주고, 또 다른 나인 꽃가루를 성장시키기 위해...


내 마음의 꽃향기는?

어떤 이의 마음에는 봄이 왔다고 아기 같은 얼굴을 내미는 샛노란 개나리가 피어있고, 어떤 이의 마음에는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흰색의 코스모스가, 어떤 이의 마음에는 봄바람의 짙은 향기를 가득 머금고 내리는 벚꽃이, 어떤 이의 마음에는 유치원 화단 아래 아주 조그맣게 피어 ‘안녕?’하고 인사하는 보라색 들꽃이 피어있다.


맡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마음의 꽃향기가 난다.

내 마음은 어떤 향기가 나는지 맡을 수 있을까?


정신없이 지나가는 일상에서는 감히 찾을 수 없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봐야지만 향기를 찾을 수 있다.


마음의 꽃향기를 맡는다면, 어릴 적 봤던 만화 주인공처럼 나도 힘이 ‘불끈’ 솟아오를 수 있을까? 학력이나 경력이 올라가고, 경제적으로 더 나아지는 변신을 굳이 하지 않아도 지금의 나는 코를 벌름거리며 어깨만 들썩이는 것으로 꽃향기를 맡고 힘이 솟을 수 있을까?



지금이 더 힘든 것이 아니다

처음 느낀 공포의 감정

유치원을 졸업하고, 이제 막 운동장을 따라 쭉 걷던 화단이 익숙해질 무렵 낯선 학교로 전학을 갔다. 내 인생의 가장 무서운 선생님을 만난 것은 이때였다.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남자 선생님은 깡마르고 신경질적으로 보였다. 무섭다.


수업 시간에 짝꿍에게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하는데 선생님은 떠드는 놈 나오라며, 전학 첫날부터 떠든다고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일곱 살의 나는 교실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았다. 생애 처음 공개적으로 겪는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에 얼어버린다.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


사실, 소변은 아까부터 급했다. 전학 첫날이라 화장실을 늦게 찾아 줄을 서 있다가 종이 치는 바람에 그냥 들어와버렸다. 그런데, 그냥그냥 참을 만하던 것이 긴장하니 갑자기 무척 급해져 버린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해야 하는데...’


교실 한가운데 마룻바닥이 젖기 시작한다. 그렇게 소리 질러대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기억 속의 나는 사진처럼 그 장면에서 멈춰있다.


마흔 살인 나도 그 교실 한가운데 앉아본다. 일곱 살 내가 느낀 공포의 감정을 마흔인 내게 고스란히 옮겨본다. 오줌을 싸서 당황스러운 마음과 선생님의 무서운 공포의 느낌을 마흔인 나도 오롯이 느껴본다. 그렇게 가장 공포스런 순간이 지나고, 교실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오신다. 그 시간을 현명하게 잘 견뎌냈다고 엄마의 따뜻한 손이 일곱 살의 나를 쓰담쓰담 토닥인다.


힘듦의 첫 경험

겨우 난 일곱 살이었다. 여름인가? ‘촤~!’ 하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린다.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가고 있다. 보통 때 걸으며 맞았던 비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훨씬 더 굵고 세찬 비가 몰아친다. 실내화 가방을 머리 위에 쓰는 것만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양의 비다.


세찬 빗줄기는 길바닥의 먼지를 일으켜 세찬 빗방울과 함께 섞인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와 얇은 반소매 옷 사이로 세차게 내리는 비는 온몸을 찰싹찰싹 때려 긁는다. 살이 아프고, 춥다.


마흔의 나도 빗속으로 들어간다.


빗물이 세차게 머리를 때린다. 일곱 살의 내 옆을 따라 걷는다. 어른인 내게도 굵은 빗줄기다. 하지만, 살이 아프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그 나이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나이를 더 먹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더 먹고 겪었다면, 실내화 가방을 얼굴 쪽으로 기울이는 것처럼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땐 실내화 가방을 머리 정수리에 올리고 걸어야 하는 줄 알았을 뿐이다. 또, 가장 힘든 것이 사라져야 그다음 힘든 점이 눈에 들어오고 느껴진다. 그전엔 가장 힘든 것만 보인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공포감이 사라져야 팔이 아픈 것이 느껴지듯이...


마음도 마찬가지다. 분노가 가라앉아야 무엇이 분노의 감정을 일으켰는지 볼 수 있게 된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는지 보게 되면 그땐 내가 화를 낼 것인지 내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인생에서 일어난 엄청난 일

동심은 언제나 옳다!

엄마와 우리 삼남매는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가고 있다. 다리가 아픈 건 둘째 치고, 배가 고파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참다못한 나는 용기 내어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배고파!”


엄마는 말이 없다. 그리고 계속 걷는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본다.


“엄마! 배고파!”

“지금 가고 있잖아!”


소리 지르는 엄마 때문에 화들짝 놀란다. 난 배고프다고 하는데, 엄마는 왜 가고 있다고 하는 걸까? 심지어 어디를 가는지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이건 배고프다는 말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아니다.


마흔의 나를 걷고 있는 여섯 살 내 옆에 보낸다. 다시 말하려는 여섯 살 나의 손을 마흔의 내가 살며시 잡는다. 여섯 살 내가 마흔의 나를 쳐다본다. 마흔의 나는 여섯 살의 내게 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낸다. 여섯 살의 내가 싫다는 눈짓을 한다. 말하겠다 한다. 그때 어디선가 상상할 수 없는 맛있는 냄새가 난다.


와! 짜장면 냄새다.


우린 중국집 앞에 있다. 엄마는 중국집으로 가고 있었다.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나도 기다렸을 텐데... 여섯 살 나는 갸우뚱한다. 마흔의 나는 가만히 생각한다. 여섯 살 나에게 왜 배고프다 말하지 말라 했을까? 왜 참으라고 했을까?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나? 나의 소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사는가?


친구 A는 상견례를 마친 뒤부터 미래 형님이 될 분의 폭격을 받기 시작했다. 형님은 시댁의 단점을 이야기하며, 그동안 겪었던 본인의 경제적이며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 친구 A의 호응과는 관계없는 폭격을 퍼부었다. 그렇게 시작된 폭격은 형님 편을 들어주어도 혹은 편을 들어주지 않아도 계속되었다.


형님을 제 편으로 만들든, 만들지 않든 그녀의 폭격은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부터 멈출 생각이 없었다. 다만, 그건 그녀의 불평불만을 말하는 성격의 일부였을 뿐이라는 것을 친구는 깨닫는다. 그리고 그건 애초에 친구 A의 문제가 아니라 형님의 문제였다는 것을... 감정을 받은 건 형님이 아닌 친구 A,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종종 다른 사람이 준 감정을 그대로 받아 들고 그것이 그 사람이 준 것처럼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감정을 내가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 쉽지 않다.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해야 한다. 처음 형님의 폭격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그 감정을 받고 싶지 않다’고, ‘시댁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듣기에 거북하다’고 표현했어야 했다.


‘한 번 참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다음 폭격을 받을 준비가 될 뿐이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것을 큰 소리로 말해보자! 동심으로 돌아가 해도 되는 일, 해선 안 되는 일 등 복잡한 모든 감정은 내려놓고, 내 소원에만 집중해보자! 내가 원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만 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감정의 미니멀리즘

나, 지금 여기!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은 아침, 네 살배기 딸은 화단 경계석인 벽돌 한 장에 자신의 한 발, 한 발을 맞춘다. 걷기도 바쁠 텐데, 뭐라뭐라 이야기해도 재잘댄다. 가만히 아이를 바라본다.


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나도 가만히 벽돌 위로 내 발을 옮긴다. 벽돌 두 장에 내 발 하나, 그다음 벽돌 두 장에 다른 발 하나... 양팔을 벌리고 가만히 딸아이를 따라 걸어본다. 그러다 생각한다. 걸음 하나하나가 인생과 닮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기쁜 마음으로 걷다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다시 일어서서 걷다가 뛰어도 본다. 다시 조심스럽게 걸어본다.


마흔의 내 나이 한 걸음을 내딛어 본다. 마흔이 되어서도 인생의 어디쯤에서 넘어질지 알 수 없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도 알 수 없다. 마흔쯤 되면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벽돌 길이 좀 더 평탄하고, 넓어지고, 넘어지지 않을 큰 길로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벽돌 길은 계속된다. 그리고 넘어졌던 것 또한 쭉 걸어온 벽돌을 보듯 내 생의 일부인지라 따로 떼어내 수 없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걸어내린 벽돌을 쭉 훑는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주 작게 내게 속삭인다. 그래! 지금까지 잘 왔다.


미래의 나를 만나다!

일곱 살의 내가 교실 한가운데 앉아있다. 주변 마룻바닥에는 오줌이 흥건하다. 내 바지는 젖어있고, 주변의 친구들이 나만 보고 있다. 무서운 선생님도 나를 보고 있다. 그대로 난 교실 한가운데에 앉아있다. 마흔의 나를 일곱 살의 내 옆으로 보낸다. 일곱 살 내 손을 마흔 살 내가 꼭 잡는다.


“엄마가 올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괜찮아!”


일곱 살 나를 위로한다. 일곱 살 내가 공포에 질린 흐릿한 눈빛으로 마흔의 나를 쳐다본다. 그러다 끄덕거린다. 알겠다고 한다.


팔순의 나를 마흔의 내가 떠올린다.


팔순의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늙었지만, 건강하다. 편안한 웃음이 돋보이는 귀여운 할머니다. 팔순의 나는 마흔의 내 옆에 가 앉는다. 일곱 살의 나, 마흔의 나, 팔순의 내가 나란히 교실 한가운데에 앉아있다. 마흔의 내 손을 팔순의 내가 꼭 잡는다. 팔순의 나는 마흔의 내 가슴을 쓸어준다. 그리고 작게 속삭인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마흔의 네가 속상해하는 일은 지금의 내겐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마흔의 내가 일곱 살의 나의 등을 쓰다듬듯이, 팔순의 내가 마흔의 나의 등을 쓸어준다. 마흔의 내 눈에서 눈물이 똑 하고 떨어진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일곱 살의 내가 닦아준다. 고사리같은 손이 딸아이의 손을 닮았다. 그렇게 위로받는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나에게서, 나를 위로받는다.


자신만 생각하던 과거의 나와 나를 가장 사랑하는 미래의 내가 괜찮다고 하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인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결과는 미래의 나만 알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내 마음의 위로가 되어준 또 다른 나에게 말한다.


“사랑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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