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 때

   
김글리
ǻ
메디치미디어
   
14000
2016�� 06��



■ 책 소개

 

정답 대신 ‘자신의 답’으로 살아가는, 23개국 친구들이 들려주는 세계 최초 인생 오답 안내서!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자가 인근 도시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친구들에게 받은 질문 하나, 넌 누구야? 이 질문으로 사춘기를 격하게 앓으면서 인생 최대의 고민이 시작된다. 난 누구? 여긴 어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지? 이 책은 이 질문 하나를 품고 35개월간 국내와 세계 23개국을 여행하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펼쳐놓는다.

 

저자는 언젠가의 행복을 위해 지금껏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어느 날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그다지 보람이나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이 세상 어딘가에는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자기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세계 여행의 첫 관문인 실크로드로 향한다.

 

중국,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 터키,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 영국,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 미국, 아랍에미리트, 호주, 뉴질랜드, 인도, 태국 그리고 말레이시아까지. 나를 찾아가는 여정, 아니 방황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정답이 아닌 저마다 자신의 답으로 살아가는, 세계 여러 나라 친구들이 들려주는 매력적인 인생 오답 안내서다(오답은 틀린 답이 아닌 나만의 답임을 알려준다). 갈팡질팡 인생길에서 가끔은 내 인생에도 누군가 리플을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놀라움 가득한 기똥찬 삶의 힌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김글리
10년간 줄기차게 길을 헤매온 자타공인 방황전문가 김선생. 오랜 친구들에게는 귀자(貴子, 일명 귀한자식)로, 세계 친구들에게는 지니(Genie)로 통한다.


20대 동안 4년은 공부에, 3년은 일에, 나머지 3년은 통째 들어다 여행에 썼다. 그만큼 놀고 쉬는 것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고, 그러다 뭔가에 꽂히면 바싹 마른 들판에 이는 불길처럼 열정을 불사른 뒤 다시 쉬기를 반복했다.


무얼 하든 정해진 방식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궁리하는 야매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 지금까지 세상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답들을 꿰어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는데, 현재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탐구하는 ‘다른 길도 있다(There’s another way)’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어제보다 내일이 더 궁금한 인간이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뒤에 기자도 하고, NGO 단체서 일도 하고, 책도 쓰며 살았다. 지은 책으로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2008, 공저), 『회사를 그만두기 전 해야 할 31가지』(2010, 공저)가 있다.

 

■ 차례
인생 오답 안내서

 

1부 나를 부르는 소리
나를 부르는 소리 | 다르다는 게 네 자부심이야!_남들과 달라서 고민이라고? | 나는 아름답습니다_거기에서 magic이 펼쳐진다 | 남다른 한 끗을 만드는 힘_당신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 이왕이면 비교 불가_‘The 달구지’의 한수 | 네루다와 재능무덤_어느 날 ‘그’가 날 찾아왔다 | (쉿! 울트라 특급기밀) 황금부처 프로젝트_네가 가장 두려워한 그것을 꺼내라 | 류시화 님, 우린 왜 사나요?_나도 모릅니다, 다만

 

2부 로드스꼴라, 길 위의 학교
Take everything_길 위의 모든 걸 체험하라 | 실크로드 이야기_살기 위한 치열함이 문화를 만들다 | 국경 넘기_그건, 모험의 또 다른 말 | 탱고의 탄생 비화_예술은 아이러니에서 나온다 | 더 이상 쓸모가 없다구요?_보는 시선을 바꾸면 다른 쓰임이 보여 |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_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 때 | 구멍의 존재 이유_틈도 좀 있어야 여유가 생기잖아 | 한밤중의 태양, Midnight Sun_슬럼프가 문득 찾아올 때, 기억하라

 

3부 우주에 공짜는 없다
조르바 세금법_꿈에 다가가기가 망설여지는 이들에게 | 오해는 필수_뜻대로 사는 자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 | 친구야, 넌 이 하루가 어땠니?_인생은 불확실하니 먹고 싶은 것부터 먹어라 | 화가 보테로와 제 눈의 안경_내가 보는 이 세상은 진짜일까? | 강점, 넌 어떻게 찾는 거니?_약점의 끝을 잡고 가면 워워워오워~ 네가 나올까? | 신에게 가까워지는 길_너를 최대한 드러내 보여 | 이 삶이 괴로운가요?_그를 날려줄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 당신에게서 신을 보아요_이곳보다 더 나은 곳을 원하신다면

 

4부 니 뜻대로 하세요
잼의 맛을 아시오_즉흥의 마력 | 즐기는 놈이 장땡이야_“이봐,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할 거야?” | 공식적으로 게으를 권리_열심히 일한 만큼 쉴 권리도 필요하다 | 나만의 방식을 찾고 있나요?_올바른 방식부터 버려봐 | 가이드북 없이 여행하는 법_직감이 가자는 대로 | 남의 말에 속지 않는 법_내 한계는 내가 정하지 말입니다 | 주도하는 자의 비급_피하지 않아, 일어서서 온몸으로 맞이하는 거지 | 망설이면 더 힘들어져, 걍 뛰어!_아찔하게, 번지점프 | 자유로운 영혼을 유지해!_세상에 휩쓸리지 말고 너의 것을 찾아가

 

5부 다른 길도 있다
자유공화국_보이는 길 밖에도 세상은 있다 | 돈 없이 세계 여행하기_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게 가능할까? | 마추픽추 가는 길 1_다른 길도 있다 | 마추픽추 가는 길 2_환상을 좇고 환상을 버리고 오는 여정 | 또 하나의 생활방식, 노마드_자신만의 문화를 만들라구! | 비정상 이웃들_다른 게 뭐 어때서? | 어차피 정답은 없다_어느 커플의 결혼 방식 | 내 나이가 어때서_나이가 레알 ‘숫자’에 불과한 존.멋. 사람들 | 천 개의 방식, 천 개의 삶_어떠헥 살든 난 널 응원할 거야

 

감사의 말




완벽이란 놈에 발목 잡혀 한 걸음도 못 나갈 때


나를 부르는 소리

남다른 한 끗을 만드는 힘_당신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남다른 한 끗을 만드는 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끌린다. 지포라이터는 베트남 참전 용사가 총을 맞고도 품속의 지포라이터로 살아났다는 이야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공정무역 커피인 아름다운 커피는 히말라야 작은 마을인 말레에서 수입한 커피에 현지 농부들의 이야기를 담아 커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1991년 일본 아오모리 현의 태풍사과도 흥미롭다. 당시 큰 태풍이 불어 사과 90%가 떨어지는 큰 피해를 입었는데, 농부들은 남은 10% 사과에 시련을 이겨낸 사과라는 이야기를 담아 팔았다. 상처를 입어 품질은 떨어졌지만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 때문에 태풍사과는 열 배 넘는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처럼 매혹적인 이야기들은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다. 결국 남다른 이야기를 가졌느냐, 가지지 못했느냐가 관건이다. 인생에서 열여덟 살까지는 남과 같아지는 방법을 배우고, 열여덟 살이 지나면 나만의 고유성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남과 다른 고유성을 찾으려면 결국 남다른 경험, 즉 남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남다른 한 끗. 사실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갖기 위해 길을 나서지 않았던가.


당신에겐 남다른 한 끗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가?


류시화 님, 우린 왜 사나요?_나도 모릅니다, 다만

질문을 품고 가보기

마침내 나는 결심했다. 인생 선배들이 충고해준 대로 살아보기로했다. 온몸으로 이 삶을, 내 질문들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한번 가보자. 쉽지 않겠지만 가는 길 포기하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언젠가는 내 삶이 답을 해주겠지.


그 뒤로 나는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다. 세계 여행을 떠나고. 호주에서도 살아보고, 히말라야를 오르고, 직장을 다니고, 무전여행도 했다. 팬플룻을 불어서 돈도 벌고, 사랑도 해보고, 인도에서 3개월간 수행도 했다. 세상에는 성공에 대한 법칙이 넘쳐났고,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중에는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명확한 답을 제시해주는 이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모른다고 말한 류시화의 편지가 떠올랐다.


나는 좌충우돌 몸으로 하나씩 겪어보면서 내 방식을 찾아갔다. 나와 맞지 않는 방식을 따를 땐 언제나 몸이 먼저 아파왔다. 하지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몸과 마음이 편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아, 이게 내 방식이구나.


지금도 가끔 왜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 질문을 품고 가는 게 중요합니다라던 류시화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그땐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돌아보니 질문을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바로 나였다. 답을 찾아 헤매던 여정 자체가 내 길이 되었다.


질문을 품고 살라는 류시화 시인의 말이 이젠 이렇게 들린다. "질문을 품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삶입니다."



로드스꼴라, 길 위의 학교

Take everything_길 위의 모든 걸 체험하라

이야기에 결을 더하라

여행 떠나기 전에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넓은 세상을 담아 와."


알았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때 막연히 무언가를 담으려면 날 비우면 되잖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되질 않았다.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짜증부터 났다. 내 인생엔 무지개만 가득해야지, 폭풍우나 바람 따윈 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무 화가 났다. 소매치기 당할 때도, 몸이 아플 때도, 누군가 조금만 불친절해도.


제길,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아, 왜 하필 나냐고! 하늘에 대고 주먹을 날릴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한 편의 이야기로 남는 걸 보면서 기분이 묘했다. 실제로 아무리 큰일이 그 순간만 지나면 모두 다 이야기가 되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또 안 좋은 일들 뒤에는 꼭 좋은 일이 찾아왔다. 소매치기를 당해 거금을 잃어버린 나에게 "돈 잃은 건 나쁜 게 물러가고 좋은 일이 올 거라는 뜻이에요"라며 위로해준 이도 있었고, 차비하라며 돈을 보태준 사람도 여럿 있었다. 내가 울 때 위로해주며 눈물을 닦아준 사람도 있었다. 그걸 잊고 있었다.


그날 친구들과 이런저런 경험담을 나누면서 참 즐거웠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이야기도 풍부해졌다. 고생하고, 애먹고, 울며불며 지나왔던 일들을 우린 여행담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그냥 쌓이는 게 아니다. 이야기가 풍부해진다는 건 그만큼 일상의 결이 두터워진다는 것이다.


다시금 호주 아저씨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길 위의 모든 걸 경험해라. 무엇이 찾아오든 내치지 말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거야. 그 모든 것들이 네 삶을 풍성하게 해줄 결들이 되어줄 테니."


모든 게 결국은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


국경 넘기_그건, 모험의 또 다른 말

경을 넘고 또 넘어

에콰도르 국경도시인 쿠엔카로 들어왔다. 고작 몇 시간 왔을 뿐인데 페루 사람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같은 남미 원주민 혈통이긴 해도, 이목구비가 좀 더 선명하고 컸다.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페루 사람들보다 인물이 훨씬 좋다.


에콰도르는 자국 화폐가 없어서 미국 달러를 쓴다. 외국 자본을 쉽게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0년에 공식 통화를 달러로 바꾸었다고 한다. 여행자로선 편하지만, 자국 통화가 없다는 건 치명적인 경제 종속이 아닐는지.


하루는 호스텔 식당에 앉아 아침 식사로 빵에 아보카도를 발라 먹었다. 아보카도와 함께 먹으면 상큼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더해져 맛이 정말 좋다. 페루에 있는 동안 아침을 늘 이렇게 먹었다. 그런데 에콰도르 사람이 나를 보더니, 마치 넌 왜 아침부터 숯불에 삼겹살을 구워 먹냐라는 듯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니, 어떻게 아침에 아보카도를 먹을 수 있어?"


알고 보니 에콰도르에선 아침에 아보카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일반적인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쿠엔카는 그랬다). 한 곳에선 괜찮은데 그 옆 동네에선 이상한 일이 될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했다.


에콰도르에서 콜롬비아로 국경을 또 한 번 넘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해 택시와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콜롬비아에 도착한 게 밤 12시. 시간도 시간이지만, 국경을 넘을 때마다 매번 긴장이 돼서 몹시 피곤했다. 아까 콜롬비아로 오는 길에 버스가 잠깐 멈춘 적이 있었다. 밖에 사람들이 웅성웅성하기에 내다보니, 한 남자가 도로 한복판에 피를 흘린 채로 쓰러져 있었다. 피만 잔뜩 흘리고 사지육신이 멀쩡한 걸 보면 교통사고는 아닌 듯싶고... 곳곳에 무장한 경찰이며 군인이 쫙 깔린 게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갑자기 으스스해졌다. 안 그래도 콜롬비아에는 갱과 마약, 강도가 많다고 해서 오기 전부터 움츠러들어 있었는데, 심장이 더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바로 국경 넘기다. 비자 문제를 비롯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사소한 이유로도 추방당할 가능성이 있어서, 국경을 넘을 때면 스트레스가 많다. 실제로 영국에서 편도 항공권만 소지하고 있어서 추방될 뻔했는데, 다행히 현지인 친구가 신원보증을 서주고, 통장 잔고를 보여줘서 간신히 입국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국경을 넘을 때면 언제나 기분이 요상하다. 30% 흥분과 기대, 60% 부담감, 10%의 두려움이 뒤섞인 칵테일을 마시는 것 같다. 지금껏 약 20번의 국경을 넘어왔는데, 앞으로 또 얼마나 국경을 넘을지는, 모르겠다. 누군가 국경 넘기는 일종의 모험이라고 했던가?


오늘, 국경을 넘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국경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선을 넘는 순간들이 많잖아? 결혼하고 아이 낳고,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또 헤어지고, 학교에 들어가고 졸업하고... 알고 보면 다 인생의 선을 넘고 있는 순간이거든. 요기에서 조기로 폴짝 뛰어넘으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거야, 국경 넘기처럼.


그러니까 두려운 건 당연하잖아. 하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거. 그래서 국경 넘기는 끝이 아니라 모험의 또 다른 말인지도.



우주에 공짜는 없다

강점, 넌 어떻게 찾는 거니?_약점의 끝을 잡고 가면 워워워오워~ 네가 나올까?

강점과 약점은 한 끗

호주 멜버른에 가면 재플슈츠라는 희한한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간판도, 테이블도 없는 데다 무려 7층에 있다. 2층도 아니고 7층? 장사가 될까 싶은데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린다. 이걸 먹으려고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 대체 비결이 뭘까?


이 가게의 비결은 다름 아닌 치명적인 약점에 있었다. 재플슈츠는 임대료 때문에 7층에 창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들은 7층이라는 약점을 대놓고 활용했다. 매장이 아닌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을 받고, 제시간에 맞춰 고객이 지상에서 대기하면 7층에서 샌드위치를 고이 던져준다. 물론 그냥 던지는 건 아니고 샌드위치에 작은 1회용 낙하산을 달았다. 재플은 낙하산, 슈츠는 샌드위치를 가리키는 호주식 영어다. 그러니까 이름 그대로 낙하산 샌드위치인 셈이다.


나풀나풀 떨어지는 샌드위치를 잘 받아내는 것도 운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내려오는 길에 다른 건물에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받으려고 웃고 난리가 난다. 테이블이 없으니 그냥 바닥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다. 배려도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주아주 즐거워한다.


재플슈츠는 약점을 숨기는 대신 200% 드러낸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호주의 명소로 일찌감치 자리 잡고, 뉴욕 진출까지 이뤄냈다. 약점과 강점은 동전 뒤집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약점과 강점의 원천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약점은 잘 파악해도 강점을 찾는 건 어려워한다. 하지만 재플슈츠는 약점조차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멋지게 보여줬다. 그래서 스페인 작가 발타자르 그라시안도 이렇게 말했나 보다. "자신을 드러내 보여라. 그러면 재능이 드러날 것이다."


동전의 한쪽 면만 가지고는 돈을 쓸 수 없다는 걸 몰랐다. 나를 드러내야 내 강점도 드러난다는 사실을 몰랐다. 약점이 너무 부끄러워서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그런데 시궁창에 버려두었던 것들이 사실 내가 가진 재능이기도 하다는 걸 나는 뒤늦게야 알았다. 어둠을 거부함으로써 내가 갈망해온 빛도 함께 거부해왔다는 것을.


이 삶이 괴로운가요?_그를 날려줄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이 삶은, 신이 아니라 여러분이 계획한 겁니다

"여러분, 삶이 힘들죠? 고통스러운가요? 제가 그 괴로움을 한 번에 날려줄 비결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루는 천복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난드 다사지가 들어와 다소 자극적인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순간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다. 왜 아니겠는가. 이곳에는 자기 성찰을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더 많았다. 갓 이혼하고 온 아줌마,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 직장 생활이 잘 안 풀리는 청년, 무기력한 소녀... 다들 뭔가 사연이 있었다. 물론 내 눈도 반짝였다. 행복했다면, 굳이 인도까지 왔겠느냐 말이다.


그래, 어서 말해줘요. 이 괴로움을 모두 해결해줄, 그 방법이 뭔가요?


다사지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건 바로 이겁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이 삶을 모두 계획해서 왔습니다."


뭐, 뭐라고? 뜨아한 우리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사지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태어나기 전에 모든 걸 스스로 계획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겪고 있는 시련으로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하고 너무 고통 받는 대신, 내가 왜 이런 삶을 계획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를 통해 내가 이번 삶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를요. 여러분의 인생을 계획한 건 신이 아닙니다. 여러분입니다. 이 모든 걸 여러분이 배울 필요가 있어서 스스로 선택한 거라고요. 그걸 아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조용해졌다. 특별한 비결을 기대했다가 실망한 건지, 아니면 뜻밖의 말에 놀란 건지 분간이 안 됐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는 종종 이런 말을 들려주셨다. "글리야, 사람은 자기가 태어날 때 모든 걸 선택해서 온단다. 지난 생을 한번 쭉 훑어보고, 이번 생에서 내가 무엇을 더 경험하고 배워야 하는지 보는 거야. 그리고 이번 생을 계획하는 거지. 우리가 만난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고."


이렇게 우울하고, 가끔은 죽을 만큼 무기력해지는 이런 세상이 너무 싫은데, 이 모든 게 내가 경험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고? 나만 이 세상에서 겉도는 것 같은데, 그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이런 몸을 타고난 것도, 이런 가족을 만난 것도, 이런 삶을 계획한 것도 모두 나라고?



니 뜻대로 하세요

즐기는 놈이 장땡이야_"이봐,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할 거야?"

너무나도 뜨거워서 가만있을 수가 없어

"햇살이 너무 뜨거워. 사람들도 너무 뜨겁고."


쿠바 사람들은 물론이고 1년 넘게 쿠바에서 음악을 배우고 있는 독일 청년도 산티아고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해. 그만큼 다혈질이고 에너지가 넘쳐흐르지. 삶을 멀리서 바라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들어 온몸을 불사를 것 같은 열기. 이들에겐 그게 있어. 산티아고는 쿠바 음악이 시작된 곳인 만큼, 어느 도시보다도 음악으로 흥청거려. 음악만 있으면 공원이든, 길거리든, 해변이든, 카페든 무대가 돼. 거동이 어려울 것 같은 할아버지도 음악만 있으면 전사처럼 벌떡 일어나 한 시간 넘게 춤을 추더라고. 놀라운 에너지야.


한번은 새벽 3시가 넘도록 축제가 펼쳐지는데, 다들 밤새 정신없이 춤추기 바쁘더라구. 무대는 보지도 않아. 자기 놀기 바쁘거든. 내게 축제는 보는 것이었는데, 이들에겐 즐기는 것이더라구.


나만의 방식을 찾고 있나요?_올바른 방식부터 버려봐

올바른 방식에 대하여

여행 다녀보면 해야 할 리스트를 만들어서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어딜 가면 이건 반드시 먹어줘야 하고, 여긴 꼭 방문해줘야 하고, 어디서 사진 한 방은 남겨줘야 하고... 이들은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가며 쾌감을 느낀다. 유독 한국인들이 이런 식으로 여행한다. 미리 5박6일 코스로 빡빡하게 스케줄을 짜온다.


암, 이게 최선의 스케줄이야. 그리고 도착하면 그걸 소화하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돌아다닌다. 이들은 최선의 방식을 좇아 여행했다. 그런데 서양 친구들은 좀 달랐다. 가만 보면 딱히 해야 할 리스트가 없는 것 같았다. 내키지 않으면 종일 빈둥대며 책을 보다가, 맘이 내키면 거리를 돌아다니고, 그러다 또 명소에 갔다.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으니까 했다.


그날 숙소에 있는 외국 친구들에게 물었다. "야, 너희 중에 만리장성 가본 사람?" 6명 중에 딱 1명이 손을 들었다. 나머진 거기 꼭 가야 해?라는 눈빛으로 날 보았다.


갑자기 무척 반가웠다. 내 동지들이 여기 있었구먼. 어떤 친구는 마추픽추가 있는 유명한 쿠스코도 맘에 안 들어서 하루 머물고 바로 떠나버렸다고 했다. 에콰도르 가면, 한국인이라면 꼭, 반드시 찾게 되는 적도박물관이 있다. 그런데 서양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적도박물관이 뭔지도 모른단다. 이들은 최선의 방식은 몰라도, 자기만의 방식대로 여행했다.


나는 언제나 내가 생긴 대로 살고 싶었다. 하다못해 과자 하나를 먹더라도 내 방식대로 먹으려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딘가 올바른 방식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언제나 조심스러웠다. 이게 맞을까? 어딘가 더 적절한 방식이 있지 않을까?



다른 길도 있다

돈 없이 세계 여행하기_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게 가능할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선 먼저 돈부터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두 친구가 있다. 둘 다 돈이 별로 없었지만, 여행이 너무나 하고 싶었다. 한 친구는 에이, 나중에 돈 벌어서 해야지하며 나중을 기약했다. 또 다른 친구는 돈 없이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후원사를 찾아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기획안을 만들어 여러 곳을 찾아다닌 끝에 마침내 후원을 받아서 그 돈으로 80일 동안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살면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순 없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고 나니, 그 말이 틀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차피 뭘 하든 대가는 따른다.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도 포기해야 하는 게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프랑스 친구들은 무엇을 잃는가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무엇을 얻는가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게 다른 점이다.


하고 싶은 걸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건 결코 용기나 돈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라는, 내 삶의 우선순위의 문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_어느 커플의 결혼 방식

어차피, 정답은 없다

나를 초대해준 커플은 30대 후반의 부부로, 3살 된 딸이 하나 있다. 남편은 1년에 절반은 배를 타고 돌아다니는 마도로스고, 부인은 집에서 3살 난 딸을 키우는 전업주부다. 이틀간 이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만끽했다. 바다를 따라 자전거도 타고, 티하우스에서 몇 시간이고 수다 떨고, 두 시간씩 아침 식사를 즐겼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부부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결혼 생활이 어떠해야 한다는 강요나, 서로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갖지 않는다. 그래서 네가 이렇게 해줘야지, 우린 이렇게 해야 해라는 규칙 같은 것도 없었다. 언젠가는 둘의 관계에도 끝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지낸다. 충돌이 있으면 있는 대로, 맞춰지면 맞춰지는 대로 살아간다. 이들은 내가 알고 있는 답과는 달랐지만, 자신들만의 답을 가지고 살았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건, 그만큼 정답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무엇이건 한 가지 답만 있는 건 아니니까. 저마다 자기의 답을 찾아 살아가면 그만이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런 결론을 내렸다.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택하든, 노프라블럼. 그걸 가지고 누가 뭐래든 내가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말이지. 중요한 건, 남들이 뛴다고 따라 뛰지 않는 거야. 남의 답으로 사는 것만큼 피곤한 건 없거든. 그러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면 그걸로 끝!


나는 지금도 이 부부와 페이스북으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다. 가족사진이 종종 올라오는데, 여전히 잘살고 있는 듯 보였다. 딸은 아주 귀여운 숙녀로 성장해가고 있고, 이들 부부는 터키와 중국을 오가며 여전히 자알 살고 있다. 자신들의 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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