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 나무 산책

   
김윤용
ǻ
이상북스
   
15000
2016�� 04��



■ 책 소개

 

나무를 알면 산책이 즐겁다

 

저자가 걷는 동네는 일산 신도시다. 계획도시라서 “공원과 공원을 지나 건널목 교통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육교와 지하보도를 통해 걸을 수 있는 곳이 많다.” 또 아파트단지를 돌 때마다 작은 공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공원, 백마공원, 두루미공원, 낙민공원 등 그 이름을 헤아리기도 힘들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일산 하면 호수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저자가 집을 나와 골목골목을 지나 다다르는 곳도 호수공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호수공원은 수목원이라고 해도 될 만큼 수종(樹種)이 많았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나무들도 대부분 호수공원이나 일산 어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나무들이다. 그러니 굳이 나무를 감상하기 위해 수목원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제대로 알고 보니 기쁨이 배가하는 것은 물론 더 자세히 보인다.

 

호수공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네의 대표 격으로 있는 중간 규모의 공원만 찾아가더라도 우리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나무와 꽃을 만날 수 있다. 그저 배경으로 있는 나무라고 생각하며 지나치지 말고 관심을 갖고 나무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우리 동네 공원도 수목원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김윤용
교사, 교육 전문 월간지 기자와 편집장, 그리고 출판사 대표를 거쳤다. 지금은 백수건달이다. 50대 나이고 흰 머리가 반 정도여서 스스로는 ‘반백수건달’이라 우기며 산다. 걷기와 책 읽기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무맹(盲)이었던 어느 날 우연히 나무를 만났다. 이후 나무 공부에 푹 빠져 나무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나무로 인해 걷기와 책 읽기가 더욱 풍부해졌다. 국도를 따라 우리나라를 두 바퀴째 걷고 있고, 네팔 히말라야 트레일을 여러 차례 걸었다. 교육으로서의 걷기, 치유로서의 걷기를 믿는다. 프랑스 노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를 존경한다. 그가 만든 비행청소년 교정기관인 ‘쇠이유(문턱)’를 본떠 ‘한국 쇠이유’를 꿈꾸며 살고 있다. 

 

■ 차례
서문

 

제1장 노란 꽃으로 마중하는 봄
참꽃과 개꽃, 그리고 앙증맞은 노란꽃 : 진달래, 철쭉, 개나리
노란 꽃으로 봄을 마중하는 나무 : 산수유, 생강나무
‘모란이 피기까지는’, 그리고 ‘토지’ : 모란, 해당화
쓴맛과 곤장맛? : 수수꽃다리, 물푸레나무
벌들이 사랑하는 나무 : 아까시나무, 밤나무
봄이면 새순을 먹는다 : 음나무, 두릅나무, 오갈피나무
닮아서 헷갈리기 쉬운 나무 : 살구나무와 매화나무, 칠엽수와 가시칠엽수
“밥이 하늘이다” : 조팝나무, 이팝나무
일본 나라꽃이라 미움 받던 나무 : 왕벚나무, 산벚나무, 수양벚나무
우리나라 특산 식물 : 병꽃나무, 히어리, 풀또기
“꽃은 식물의 성기다” : 안개나무, 박태기나무
세상에서 가장 많은 품종 : 장미, 찔레꽃
나무에 피는 연꽃 : 목련, 함박꽃나무
꽃이 예뻐 사람들 눈길을 끄는 : 고광나무, 황매화
아름다운 호수공원 8경 : 빈도리, 국수나무, 산딸기
구과, 장과, 삭과, 핵과, 협과? : 층층나무, 말채나무, 흰말채나무

 

제2장 매미 울음소리 요란한 여름 
매미 울음소리 요란할 때 꽃 피는 나무 : 회화나무, 배롱나무
근육질 몸매, 하얀 피부 : 서어나무, 자작나무
아름드리 당산나무, 정자나무 : 은행나무, 느티나무
끊임없이 피고 진다 : 무궁화, 부용
물고기를 기절시키는 나무 :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나무 이름표 : 산사나무, 산딸나무, 서양산딸나무
와인 한 잔 마시고 싶다 : 포도, 머루
제갈공명의 표문을 읽으니 : 뽕나무, 닥나무
나의 나무 관상법 : 자귀나무, 주엽나무
갈등은 우리 탓이 아니오 : 칡, 등나무
거문고 소리 들리는 듯 : 오동나무, 꽃개오동
흐드러지게 피는 꽃 : 모감주나무, 마가목
오얏이 배인줄 알았다 : 자두나무, 앵도나무
양반꽃, 그리고 금은화 : 능소화, 인동덩굴
절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 : 불두화, 수국, 보리수나무

 

제3장 붉노랑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 두충, 콩배나무, 구기자
한 번만 보면 기억하는 나무 : 화살나무, 붉나무
참나무는 없다? : 참나무과 6형제
기수우상복엽, 우수우상복엽? : 가죽나무, 참죽나무
어렸을 때 따 먹던 토종 과일 : 으름덩굴, 다래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 개암나무, 오리나무
아낌없이 주는 소년? : 사과나무, 꽃사과나무
“오-매 단풍 들것네” : 단풍나무과 나무들
나도 가로수다 : 메타세쿼이아, 대왕참나무
“오자 마자 가래나무” : 가래나무, 호두나무
가지가 부드럽다 : 버드나무, 수양버들, 용버들
“나무를 안아보았나요” : 양버즘나무, 튤립나무
빼어나게 단단한 나무 : 대추나무, 헛개나무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 모과나무, 명자나무
반가운 여름꽃 : 싸리, 쉬땅나무

 

제4장 늘푸른 나무들이 더욱 반가운 겨울 
다른 물체에 기대어 자라는 덩굴나무 : 담쟁이덩굴, 노박덩굴
생울타리로 이용하는 나무 : 회양목, 쥐똥나무 그리고 사철나무
이엽송, 삼엽송, 문인송, 금강송, 춘양목? : 소나무, 백송
잎이 5개씩 모여 나는 오엽송 : 잣나무, 섬잣나무, 스트로브잣나무
크리스마스트리 : 구상나무, 주목
보석 같은 원색 열매 : 낙상홍, 피라칸다, 작살나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 느릅나무, 참느릅나무, 팽나무
“내 나무 아래에서” : 전나무, 독일가문비
까치밥 열매 : 감나무, 고욤나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는? : 측백나무, 향나무, 노간주나무
비록 일본나무이지만 : 계수나무, 금송, 일본잎갈나무
대나무는 풀일까, 나무일까? : 왕대, 조릿대
빨강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 : 남천, 매자나무
“지는 건 잠깐이더군” : 동백나무, 탱자나무

 

찾아보기(나무 이름)




호수공원 나무 산책


노란 꽃으로 마중하는 봄

참꽃과 개꽃, 그리고 앙증맞은 노란 꽃 : 진달래, 철쭉, 개나리

《들꽃 아이》라는 글/그림책이 있다. 임길택 선생이 글을 쓰고 김동성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열두 학급의 작은 시골 학교 교사인 김 선생이 이듬해 맡은 6학년. 교실에 들어서자 꽃병에 가득 꽂혀 있는 진달래꽃, 보선이가 꺾어 온 꽃이다. 그리고 꽃이 시들 때쯤 바뀌는 각종 들꽃들, 지각이 자은 보선이, 생활기록부에는 "공부는 뒤떨어지나 정직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함"이라고 적혀 있다. 식물을 잘 몰라서 아이들 질문에 노랑 꽃, 하양 꽃 하며 얼버무리던 김 선생은 어느 날 식물도감을 구입해 공부를 시작한다. 보선이는 집이 멀어 손전등을 가지고 등교한다. 가정 방문을 하는 김 선생은 보선이의 집을 어렵게 찾아가나 시간은 벌써 열 시가 넘었다. 다섯 집이 사는 마을에 학교가 개교한 뒤 30년 동안 이 마을을 방문한 교사는 김 선생이 처음이었다. 잔치, 그리고 잠 못 드는 김 선생. 겨울이 와 눈이 내리고 계속 결석하는 보선이는 졸업식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3월이 되면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김 선생은 보선이를 위한 선물로 《안네의 일기》를 준비했지만 줄 수 없어 옆 교사에게 맡기고 만다. 보선이가 늦가을에 꺾어 와 걸어 놓은 노박 덩굴은 노란 빛깔 그대로 김 선생의 책상 뒤에 걸려 있다.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며, 보선이라는 이름은 같은 이름을 가진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1977년 마흔여섯 살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임길택 선생이 겪은 보선이와의 따뜻하면서도 저릿저릿한 이야기다.


김(임) 선생에게 식물도감을 구입하게 만든 진달래.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서 참꽃으로 불린다. 사람들은 진달래가 피면 찹쌀가루 반죽위에 진달래 꽃잎을 올려 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바로 화전(花煎)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나라꽃이 함박꽃으로 바뀌었는데도 진달래는 북한의 국화(國化)로 잘못 알려져 왔다. 1989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던 최 아무개 여 교사는 진달래 때문에 친북 교사로 몰려 시달리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될 때 이념적인 덧씌우기의 한 장면이다.


나무껍질은 회색이고 매끈하다. 키는 2~3미터 정도 자란다고 한다. 진달래과이며 잎떨어지는 넓은잎 작은키나무다. 달래꽃보다 꽃빛깔이 진해 진달래, 또는 먹을 수 있어 참 진(眞)을 붙인 것으로 추정한다. 3~4월에 잎이 나기 전 연보라색 꽃이 핀다. 꽃잎이 다섯 갈래로 나뉘지만 통꽃이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긴 타원형이다. 잎 가장가리에는 톱니가 없다.


신경림 시인이 쓴 시 <진달래>가 있다.

"얼마나 장한 일이냐/ 꽃과 잎 꺾이면 뿌리를 그만큼 깊이 박고/ 가지째 잘리면 아예/ 땅속으로 파고들어가 흙과 돌을 비집고/ 더 멀리 더 깊이 뿌리 뻗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진달래는 척박한 산성 땅이나 돌이 많은 땅에서도 잘 자라고 가지가 잘리면 더 많은 꽃울 피운다고 한다. 신경림 시인은 식물학자가 아닌데도 사물의 이면을 보는 눈이 참 대단하다.


호수공원 제2주차장에서 한울광장 방면으로 가다 보면 장미원 건너편 소나무 숲 밑에서 진달래 무리를 만날 수 있다. 아랫말산 주변 등 여러 곳에 심어져 있다.


진달래와 혼동하기 쉬운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개꽃이라 불렀다. 나무껍질은 회색이며 매끈하나 큰 나무는 껍질이 작게 갈라지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가지 끝에서는 다섯 장씩 모여 달린다. 또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철쭉은 잎과 함께 꽃이 핀다. 철쭉과 진달래를 구별하는 지점이다. 4~6월에 잎과 함께 연분홍 꽃이 피는데. 꽃잎의 안쪽에 적갈색 반점이 많다. 꽃임은 진달래와 같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통꽃이다. 진달래과에 속하는 잎떨어지는 넓은잎 작은키나무이다.


호수공원 곳곳에 수많은 철쭉이 심어져 있다. 특히 봄철 호수 물가 바로 옆에서 자라는 철쭉꽃은 장관을 이룬다.


노란 개나리꽃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개나리꽃이 필 때면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도 봄기운에 풀리고, 귀여운 아기와 손잡고 아장아장 걷고 싶다. 하지만 나는 젊을 때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다.


최계락 선생의 동시를 손대업 선생이 노래로 만든 동요 <꼬까신>이 있다. 예전에 아이들이 즐겨 불렀다. 나는 개나리꽃이 필 때면 항상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느긋하게 걷는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가지가 길게 자라 아래로 활처럼 늘어진다. 키가 3미터 정도까지 자란다고 한다. 개나리는 3~4월에 잎이 나기 전 노란 꽃이 먼저 핀다. 꽃잎은 위가 네 갈래로 갈라지나 통꽃이다. 잎은 마주나고, 잎 윗부분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물푸레나무과이며 잎떨어지는 작은키나무다. 우리나라 고유종이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자생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개나리는 호수공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학괴정과 맨발마당 사이의 개나리 군락, 월파정 들입 호숫가 옆 개나리가 봄철 꽃 필 때 볼만하다.


언젠가 매미가 우화하는 장면을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다. 매미는 천천히 천천히 갈라진 등으로 빠져나왔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도 한참 동안 날개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던 매미. 매미 허물 여러 개 개나리 나무 가지에 붙어 있다. 일본의 방랑 시인 마쓰오 바쇼(1644~1694)가 쓴 하이쿠가 떠오른다. "너무 울어/ 텅 비어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나무에 피는 연꽃 : 목련, 함박꽃나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 민간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이다.


자생식물과 외국 도입종을 합쳐 2014년 기준 1만 5000여 종이 넘는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다 식물종이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을 받았다.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었다.


공익재단 천리포수목원은 1970년 처음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그 뒤 목련, 감탕나무, 동백나무, 무궁화 수종을 중점적으로 수집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목련류는 400여 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천리포수목원은 입장객 3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목련(木蓮)은 나무에 피는 연꽃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왔다. 목련은 한라산이 자생지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목련은 대부분이 중국이 원산지인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꽃잎이 6개이고, 목련은 꽃잎이 6~9개다. 또 목련은 꽃잎이 좁고 뒤로 젖혀진다. 목련과 잎떨어지는 큰키나무로 분류한다. 키는 보통 10미터 정도이나 20미터까지 자라는 것도 있다. 정원이나 공원에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나무껍질은 진한 갈색이고 매끈한 편이나, 숨구멍이 발달한다. 잎은 어긋나게 나며 넓은 달걀 모양이다. 잎 끝은 뾰족해지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이 핀 뒤 잎이 나온다. 봄에 피는 흰색 꽃은 향기가 좋다. 열매는 원통 모양이고 가을에 붉게 익는다. 익으면 벌어지면서 실 같은 조직에 매달린 씨를 드러낸다. 씨는 붉은색 겉씨 껍질이 싸고 있다.


흰색 목련을 백목련이라고 하는데, 목련보다 흰색 꽃이 훨씬 크고 풍성하게 핀다. 보라색 꽃이 피는 목련이 있다. 뿌리 근처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자목련이다. 일본목련은 일본이 원산지인 목련이라고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지만 가지 끝에서는 모여 난다. 꽃은 5월에 잎이 친 다음 가지 끝에서 한 개씩 위를 향해 달린다. 잎이 목련보다 훨씬 크다. 꽃은 우윳빛 나는 백색이다. 선인장전시관 방면 달맞이섬 입구에 목련이 군락을 이워 자라고 있다.


함박꽃나무는 꽃이 함지박처럼 큰 데서 이름이 왔다. 산목련이라고도 한다. 북한 나라꽃이며 목란(木蘭) 이라 부른다. 목련과 잎떨어지는 중간키나무로, 높이는 7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꽃이 아름다워 정원수, 공원수로 많이 심는다.


나무껍질은 잿빛이 도는 황갈색이고 매끈한 편이다. 타원형 잎은 어긋나게 나며 두껍다. 잎 윗부분은 둔하지만 끝은 뾰족해지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향기가 좋은 흰색 꽃은 5~6월에 핀다. 꽃잎은 6개다. 수술대는 붉은빛은 띠어 새하얀 꽃잎과 대비된다. 열매는 달걀모양이다. 가을에 붉게 익는다. 익으면 벌어지면서 흰색 줄에 매달린 씨를 드러낸다.


한울광장에서 달맞이섬으로 가는 모퉁이에 정지용의 <호수> 시비가 있다. 시비 뒤에 함박꽃나무로 추정되는 나무 두 그루가 자란다.


널리 알려진 감동적인 책 《나무를 심은 사람》에는 평생을 황무지에 나무만을 심은 양치기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가 나온다. 40년이 지난 뒤 황무지는 아름다운 숲으로 태어난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장 지오노가 쓴 책이다.


미국인 칼 밀러, 한국 이름은 민병갈이다. 1979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태안 천리포에 40년 동안 나무를 키우고 가꾼 분이다. 천리포수목원을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키우고 2002년 4월 8일 돌아가셨다. 나무를 심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 민병갈 선생이 우리들 모두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무 사랑의 첫걸음은 바로 관심을 갖는 거예요, 그 하나하나의 이름을 기억하고 꽃이 언제 피는지, 열매는 어떤 모습인지 말예요. 오늘은 어제보다 키가 얼마나 컸는지, 어디가 아프거나 목이 마른 것은 아닌지 배려하는 마음은 그 다음 단계죠. 자연이 겪고 있는 아픔을 외면하는 사람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자격이 없어요."


나도 몇 번 천리포수목원에 들렀다, 나무에 무관심하던 시절에는 자발적으로 수목원에 갈 일이 없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숙박 시설을 구비하고 있으니 독자들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 수목원 안에 있는 사철나무집, 배롱나무집, 동백나무집, 다정큼나무집, 호랑가시나무집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에코힐링센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매미 울음소리 요란한 여름

흐드러지게 피는 꽃 : 모감주나무, 마가목

우리나라에서 인구수 100만 명이 넘는 도시는 어디일까? 서울특별시,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광역시가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다. 수원시는 2002년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창원시는 2010년 마산시와 진해시가 창원시로 통합되며 2014년 인구 100만 명을 돌파했다. 고양시는 2015년 우리나라 열 번째 100만 도시가 되었다.


고양시에는 신도시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 가운데 일산은 동구와 서구로 나뉘는데 인구는 58만 명 쯤 된다. 이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빌라 등을 주거지로 삼고 있다. 건물들은 대개 철근콘크리트 골조로 지어졌다. 이런 잿빛 건물만 들어섰다면 삭막하고 볼품없는 도시로 변하고 말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일산신도시는 계획을 세울 때 녹지를 확보했다. 아파트 사이마다 공원을 조성하고 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래서 사람들 눈을 녹색으로 시원하게 해주는 숨 쉴 공간을 만들고 있다. 아파트 안에도 수많은 나무들을 심어놓아 주민들이 편안하게 해준다. 산소를 공급하고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나무는 필수다. 만약 세상에 나무가 없다면 인류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잿빛 콘크리트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모감주나무는 씨앗이 금강석처럼 단단해서 금강자(金剛子)라고 부른다. 옛날에는 윤기가 나는 검은 씨로 큰 스님의 염주를 만들었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키는 6미터 정도까지 자란다고 한다. 영어 이름은 황금비나무(golden rain tree)다. 황금비가 내리는 것처럼 꽃 색깔이 노란 빛을 띠기 때문일 것이다. 무환자나무과로 분류하고 잎떨어지는 중간키나무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오래될수록 세로로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 돋으며 홀수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은 달걀 모양 긴 타원형이며 17개까지 나타난다. 잎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둔한 톱니가 있다. 깊게 팬 결각이 발달한다. 꽃은 7월쯤 가지 끝에 달리는 원뿔 모양 꽃차례에 노란색 꽃이 모여 핀다. 노란색 꽃은 중심 부분이 붉다, 꽃잎은 4개이고 뒤로 젖혀진다. 열매는 튀는 열매이고 가을에 갈색으로 익는다. 꽈리처럼 생겼다. 열매는 3개로 갈라지며 속에 씨가 3개 들었다. 윤기가 나는 검은 구형이다. 호수공원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작은동물원에서 전통정원 들입에 모감주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낙민공원, 주엽공원 강선공원에서도 모감주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초여름에 피는 하늘을 향하는 황금빛 꽃이 아름답다.


가을에 빨간 열매가 무더기로 열리는 나무가 있다. 열매 무게 때문에 가지는 아래로 처진다. 마가목이다, 가로수, 조경수, 약용으로 쓰인다. 새 잎이 말 이빨 같다고 해서 마아목(馬牙木)이던 것이 변한 이름이다. 키는 6~8미터 정도 자란다고 한다. 장미과 잎떨어지는 중간키나무다.


나무껍질은 황갈색이고 껍질에 숨구멍이 발달한다. 잎은 어긋나 달리며 홀수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은 긴 타원형이고 9~15개다. 끝은 길게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겹톱니가 촘촘하게 있다. 잎 아랫부분은 좌우가 비대칭이다. 이른바 짝궁둥이 나뭇잎이다. 5~6월에 가지 끝에서 흰색 꽃이 모여 핀다. 열매는 이과(梨果), 배열매다. 9~10월에 동그란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다.


호수공원에서는 만날 수 없었지만 일산의 공원들마다 마가목이 많이 심어져 있다. 특히 강선공원과 주엽공원에 마가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피는 시기는 나무 종마다 다르다. 이른 봄에 꽃이 피는 나무가 있고, 여름에 피는 나무가 있다. 산수유과 생강나무는 어느 꽃보다 일찍 봄을 알리는 꽃이다. 그 뒤를 진달래, 개나리, 철쭉이 잇는다. 벚꽃이 피고 진 뒤 5~6월에는 마가목 하얀 꽃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배롱나무는 초여름부터 100일 가량 꽃이 피었다 졌다 반복한다. 꽃이 드문 초여름에 피는 황금빛 모감주나무 꽃도 반갑다.


2014년에는 꽃들이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한꺼번에 피어서 걱정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꽃들도 철이 없어진 탓이었다. 차례차례 하나씩 북상하면 천천히 피던 꽃들이 한꺼번에 느닷없이 피고 진다. 꽃전선을 따라 북상하는 양봉가들도 정신이 없다. 생업을 망칠 정도다. 제주도 모슬포에서 잡히던 난대성 어류인 방어가 동해안 속초에서 떼로 잡히는가 하면, 한 대성 어류인 명태는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아 잡히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물고기와 꽃들의 생태계도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늘푸른 나무들이 더욱 반가운 겨울

크리스마스트리 : 구상나무, 주목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0년대 조석총독부 소속으로 한반도 식물을 샅샅이 조사하고 채집했다. 돈과 병력 지원까지 받아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훑고 다녔다. 나카이(Nakai)가 채집해서 일본에 가져간 4000여 종이 넘는 식물에는 한반도 자생식물 대부분이 포함되었다. 학명을 적는 국제적인 약속은 속명-종명-명명자 순인데, 수수꽃다리, 미선나무, 개나리 등에 모두 나카이가 들어간다. 한반도 특산종인 금강초롱꽃은 Hanabusaya Asiatica Nakai로 적는다. 조선 총독 하나부사를 이름에 올리고 한국이 아닌 아시아 식물로 명기하고 있다.


나카이가 놓친 나무가 있다. 한국 특산식물인 구상나무다. 지리산, 한라산 등 해발 1000미터 산지에서 자라는 나무다. 미국인 식물학자 윌슨이 1917년 제주도에서 구상나무를 발견해 분비나무와 다른 점을 발견하고 신종으로 올렸다. 나카이는 구상나무를 먼저 발견했지만 분비나무와 같은 종으로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구상나무에 올릴 수 없었다. 이후 구상나무는 해외로 퍼졌고 크리스마스트리로 개량되었다. 영어 이름은 코리언 퍼(Korean fir)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다. 키가 18미터까지 자란다고 하다. 잎이 성게(쿠살, 성게의 제주 방언)를 닮은 나무라는 뜻에서 이름이 왔다. 나무껍질은 회색이고 비교적 매끈하다. 오래될수록 거칠다. 전나무에 비해 잎이 짧고 끝이 오목하게 파인다. 구상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것은 한라산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고사목이 갈수록 늘어간다고 한다. 잎은 촘촘하게 매달린다. 잎 뒷면에 흰색 숨구멍이 발달한다. 열매는 방울열매(구과)이고 가을에 갈색으로 익는다. 원통형이고 위를 향해 달린다. 일반인들은 열매를 관찰하기 쉽지 않다. 나무 우듬지 쪽에 열매가 달리기 때문이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란 말이 있듯이 주목은 그만큼 재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 나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왕실 가구와 임금님 관을 만들기도 했다. 껍질과 목재 색깔이 붉어서 붉을 주(朱) 자를 붙였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해발 700미터 이상 산지에서 자란다. 주목과 늘푸른 큰키나무다. 키는 20미터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오래될수록 세로로 얇게 벗겨진다. 잎은 바늘잎이고 나선 모양으로 달린다. 길이는 2센티미터 정도. 잎 끝은 뾰족하다. 잎이 부드러운 편이어서 찔려도 아프지는 않다. 잎 앞면은 진녹색이고 뒷면은 백색 숨구멍이 두 줄로 나타난다. 열매는 8, 9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열매는 구형이고 붉은 겉껍질이 감싸고 있다. 컵 모양이고 육질의 겉껍질 속에 씨가 들었다. 열매는 먹을 수 있는데 겉껍질은 단맛이 난다.


일제강점기 36년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은 일본에 40여 년 가까이 뒤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알기를 우습게 아는 나라는 북한, 일본 알기를 우습게 아는 나라는 한국"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일본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강대국이다. "일본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일본 학자가 한국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한국 학자보다 많다"는 말도 있지만, 한국 과학은 일본에 의해 도입된 까닭에 그만큼 일본에 뒤졌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문화/ 과학/ 학문/ 예술 등에서 한국과 일본은 객관적으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만큼 강하고 부유하며 기초가 튼튼한 나라다. 이렇게 표현하면 친일파로 몰리겠다. 그만하자.


까치밥 열매 : 감나무, 고욤나무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배운 생태지도에 대한 상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 내가 배울 때만 해도 대나무는 추위에 약해서 동해 해안선을 따라 강릉쯤까지만 자랐다. 서해안에서는 태안쯤까지가 북한계선이었고, 내륙에서는 남부지역으로 한참 내려가는 생태지도가 그려졌다. 지금 호수공원 대나무는 동해(凍害)를 막기 위해 비닐하우스에 들어갔지만, 일산에서도 대나무는 잘 자란다. 모두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기온이 올라가면서 생긴 일이다.


감나무, 사과나무, 복숭아나무, 포도나무 등도 재배지가 계속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감나무가 일산 주택가에서 맨몸으로 추운 겨울을 거뜬히 버텨낸다. 고양시보다 더 북쪽인 파주시에는 감나무 과수원까지 생겼다. 대구, 영주, 봉화가 주산지였던 사과나무는 강원도 양주, 경기도 파주/ 포천/ 연천 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강원도 영월에서는 포도가, 원주에서는 복숭아가 재배된다. 보성과 하동이 주산지였던 녹차는 강원도 고성에서도 자란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땡감을 먹고 변비에 걸렸다. 기름 바른 꼬챙이로 딱딱한 똥을 파내야 했다. 땡감, 홍시, 연시, 반시, 단감, 대봉감, 곶감....... 소금물에 우려 떫은맛을 없앤 것을 침시라고 한다. 물렁하지 않고 단단하면서 단맛이 나는 것은 단감이다. 생감의 껍질을 벗겨 꼬챙이에 꿰지 않고 낱개로 말려 납작납작하게 만든 것은 준시라고 한다. 껍질을 벗겨 꼬챙이에 꿰어 햇볕에 말린 것은 곶감이다. 감을 딸 때 다 따지 않고 까치가 쪼아 먹으로고 나무마다 한두 개씩 남겨놓은 것은 까치밥이라고 한다.


곶감이 무서워 도망간 호랑이 이야기는 유명하다. 곶감을 만드는 감을 열매로 맺는다고 해서 감나무라는 이름이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자는 시(枾)다. 빨갛게 잘 익은 감은 홍시. 중국이 원산지다. 예전에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심었으나 요즘은 중부지방에서도 유실수로 심어 기른다. 공원 등에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키가 15미터까지 자라는 큰키나무다. 감나무과 감나무속으로 분류한다.


잎은 찻잎처럼 덖어서 감잎차로 이용한다. 열매는 식용한다. 덜 익은 감을 찧어 감물을 내고 무명 옷감을 물들인다. 제주도에서 유명한 갈옷이다. 또 가구재, 건축재로도 쓰인다.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정원수로 심고 기른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나무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고 얕고 불규칙하게 그물 모양으로 조작조각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게 나며 넓은 타원형이다. 잎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은 두껍고 표면은 짙은 녹색이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서 연노랑색으로 핀다. 꽃받침은 네 갈래로 갈라지고 꽃잎 끝이 네 갈래로 갈라져 뒤로 젖혀진다. 어렸을 때 감꽃을 먹기도 했고 목걸이를 만들어 놀기도 했다. 열매는 물(살)열매이고 가을에 빨갛게 익는다. 감나무는 열매를 많이 맺어서 그런지 수명이 짧다.


호수공원 사자상에서 아랫말산을 오르면 음나무, 회화나무가 서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에 감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늦가을 잎 떨어진 나무에 사람들 손 타지 않은 감이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이 예쁘다. 일산 아파트 단지, 공원, 학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고욤나무는 키가 15미터 정도까지 자라는 큰키나무다. 감나무 쓰임새와 같이 가구재나 건축재 따위로 이용했다. 감나무과 감나무속으로 분류한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어린가지는 녹갈색이다. 잎은 어긋나게 나며 타원형이다. 잎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6월에 연노랑색 꽃이 핀다. 꽃받침은 네 갈래로 갈라진다. 감나무에 비해 꽃과 열매가 매우 작다. 감나무를 접붙이는 접목으로 이용한다. 열매는 물열매 이고 10월쯤 황적색으로 익는다. 지름이 1~2센티미터 정도 되는 구형이다.


호수공원에는 고욤나무를 만날 수 없었다. 일산경찰서 정문에서 후곡마을 방향으로 50미터 가면 보도 옆에 고욤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다.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은 무엇일까? 푸른 하늘, 맑은 강, 뚜렷한 사계절....... 모두 옛날 일이 되고 말았다. 푸른 하늘은 황사로 인해 별로 볼 게 없고, 맑은 강은 사라진 지 오래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이 망가지면서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뚜렷한 사계절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과 겨울로 양분되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내가 보아온 한국 시골 생활의 추억 중에 항상 기억되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그것은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에 무겁고 피곤하게 달려 있는 감이다. 한국엔 여러 과일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것이 감이다.(...) 초가지붕 위로 빨갛게 매달린 감 사이로 느껴지는 찬 겨울의 감각을 잊을 수 없다.


기독교 선교사로 한국에 온 미국인 에드워드 포이트라스가 1972년에 쓴 글이다. 한국 이름은 박대인이다. 포이트라스가 느꼈던 것처럼 많은 외국인에게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아마도 늦가을 빨갛게 익은 감일 것이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원색의 붉은 감, 그리고 한두 개 남겨진 까치밥은 인상적인 장면일 것이다.


일산 정발산동에는 경기도 민속자료 제8호인 밤가시초가가 있다. 조선 후기 서민이 살던 농촌 주택이다. 기둥, 대들보, 문지방, 서까래뿐만 아니라 가구 따위까지 밤나무 목재로 만들었다. 밤가시초가가 있던 곳은 옛날부터 밤나무가 많이 자라던 곳이다. 그래서 율동(栗洞)이다. 일산신도시가 들어설 때 초가집을 남겨놓아 시민들에게 선조들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밤가시초가에는 느티나무, 철쭉, 모과나무,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대추나무, 밤나무, 화살나무, 매화나무, 참느릅나무, 쪽동백나무, 칡, 아까시나무, 뽕나무, 소나무, 음나무, 개나리, 담쟁이덩굴, 구기자 등이 자란다. 초가 옆에 자라는 음나무는 사나운 가시를 드러내며 집을 지키듯 서 있다. 감나무에 열린 빨간 감은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원색 빛깔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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