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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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
2015�� 02��



■ 책 소개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우리들을 위한 위로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문제 될 만한 게 없다. 그런데 나는 언제나 오늘이 힘들고, 고달프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만큼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은 너무나 공허하여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지금 내게 위로가 필요한 이유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게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라고 말해준다면 조금쯤 안심이 되지 않을까.

 

행복의 열쇠는 바로 나쁜 기억력


세상에 어떤 사람도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살 수는 없다. 적당히 잊기도 하고,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고. 그런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유독 그 기억이 오래간다. 오묘한 태양계의 많은 별 중에서도 특히 이 지구별에서 태어난 그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살아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니 슬플 것은 없지만, 그 사는 동안 아픈 일을 곱씹으면 사는 건 너무 비극이다. 기쁘고, 행복하게 삶을 꾸리는 데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나머지는 다 버리자. 그게 바로 내가 사는 방법이다.


오늘도 흔들리는 삶 앞에 선 나에게 던지는 작은 질문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에 흔들리고, 생채기가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모진 바람에 흔들리고, 휘어져도 결코 꺽이면 안 되는 존재다. 무조건 행복할 수도 없고, 무작정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인생의 길 위에서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거,… 맞지?”라고. 그리고 누구에게라도 답을 듣고 싶다. “그래, 열심히 잘 살고 있어. 이 정도면 충분해” 하는.


이 책은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류승수가, 연예인이 아닌 그저 직업이 배우인 오늘을 사는 평범한 한 남자로서 삶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담았다. 그의 글들은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고, 흐르는 청춘과 시간을 안타까워하고, 멋진 사랑을 꿈꾸는 내 옆자리의 누군가와 꼭 닮은 모습이다. 그리고 ‘이 사람도 나와 같구나’ 하는 동질감에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 저자 류승수
저자 류승수는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군복무를 마친 어느 날 친구의 말 한마디에 배우의 꿈을 갖게 되어 연기공부를 시작한 끝에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늦깍이로 입학했다. 방송국 공채에 일곱 번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오로지 연기밖에 없어서 기어이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박찬욱 감독의 <3인조>에 엑스트라로 출연했지만 본인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잠깐 등장해 충격을 받기도 했다. <신장개업>, <세이예스> 등의 단역을 거쳐 2001년 <달마야 놀자>의 명천스님 역으로 얼굴을 알리게 되었다. <놈놈놈>, <맛있는 인생>, <김종욱 찾기>, <고지전> 등의 영화와 겨울연가>, <귀엽거나 미치거나>, <얼렁뚱땅 흥신소 >, <당신뿐이야>, <추적자>, <황금의 제국>, <참 좋은 시절>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지은 책으로『나 같은 배우 되지 마』가 있다.


■ 차례
 Prologue / 너의 마음 / 내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 / 결혼, 그 선택의 딜레마 / 사랑, 그 지독한 생명력에 관하여 / 사랑한 기억과 사랑받은 기억 / 황금, 소금, 지금 중에 제일은 ‘지금’이다 / 내겐 너무 완벽한 그녀, her / 불혹에 찾아오는 위기를 넘는 법_나는 배우다 /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법 / 희망은 중독이다 / 무작정 하늘을 올려다볼 때 / 떠나가던 날, 떠나보내던 날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 /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 / 모르고 사는 즐거움 /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 ‘선택’ 역시 선택적이다 / 그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 불면의 밤에 대처하는 자세(1)_형이상학적 질문들 / 불면의 밤에 대처하는 자세(2)_Thank you / “류 명” / 내 오랜 친구 공황장애 / 의도가 불순하다고? / 쓰레기통이 필요해 / 후회하지 않는 삶 / 남과 여 / Its mine! / 인연이라는 것 / 거짓말 / 다행이다, 누군가 옆에 있어줘서 / 열 걸음, 아니 한걸음부터 / 사랑의 방법론 / Simple, Small, Slow / 행복의 상대적 정의 / 대박의 꿈 / 들장미 소녀, 캔디가 위대한 이유 / 인생극장 / 내가 돌아갈 곳 / 50퍼센트의 확률 / 금보다 귀한 침묵 / 거울 앞의 나에게 / 내가 사는 법 / 한 사람 / 내가 사는 법_“Golden distance” / 인생의 묘미, 9회말 투아웃의 역전패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 / 나는 진화하고 있는 걸까? / 가끔은 누군가의 곁으로 숨고 싶다 / Black or White / 나를 힘들게 하는 것_“Good Man Complex” / 가끔은 누군가의 곁으로 숨고 싶다 / 관상이라는 것 / 아시나요? / 나에게 하는 칭찬_금연 / 묘비명 / 외로움 측정법 / 고통의 값어치 / 첫 울음에 대한 고찰 / 나이를 먹는다는 것! / 내가 바라는 세상_Oldies bit Goodies / 현실과 상상 사이의 덫에 걸린 나에게 / 믿음의 정도_누군가를 믿는 방법 / 허세의 종말 / 인생에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면… / 시련량 보존의 법칙 / 세상의 절반이라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 수단을 정당화하려는 세상에게 / 세상은 넓고 배울 건 많고 / 세상이 내게 준 선물 / 일기장 / 제자리 찾기 / 명언이란 이런 것! / 기대는 금물 /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 조금만 기다려 볼 걸… / 시간을 내야만 할 수 있는 것들 / 보통사람으로 산다는 것 / 나의 이야기 / Epilogue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Prologue

벌써 두 번째 책이다. 처음은 멋모르고 일을 저지른 것이라면, 이 책은 처음보다 곱절은 나를 힘들게 한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고 그 글을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번개처럼 스치는 아이디어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내 글은 철학적 성찰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저 이 시대를 사는 보통사람(나 정도면 보통 사람이라고 굳게 믿는다)이 느끼는 잡다한 일상의 사색들이다.



내가 결혼하지 않는(?) 이유</P>

“왜 결혼을 안 하니?”

“결혼할 때 지나지 않았니?”


이젠 이 질문이 지겹다. 어쩔 땐 차라리 “저 갔다 왔는데요!”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다 문득 ‘결혼이 뭐 길래’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들이 말하는 건 그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답들뿐이다. 아니, 그럼 결국은 모두가 후회하는 것이 바로 ‘결혼’이라는 건데 왜 이다지도 결혼에 목매는 건지. ‘도대체 왜?’라는 물음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이런 말을 던졌다.


“결혼은 절대로 끝이 아니야!”


아마도 나는 젊음의 끝이 결혼이라는 전제를 깔고, 사람들에게 도대체 결혼이 뭐냐고 묻고 다닌 모양이다. 그럼 결혼은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여정에서 또 하나 넘어야하는 과정인가?’ 누군가는 결혼은 끝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는 ‘결혼은 해도 외롭다’고 토로한다. 결혼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려고, 외롭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몇 년 전에 〈겨울연가〉 1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도쿄에서 팬미팅을 했다. 오랜만에 <겨울연가>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님을 만났고, 그간의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자리에서였다.


“결혼해 봐. 평생 내편이 적어도 한 명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아내는 아무리 내가 바보 같은 말을 하더라도 절대 나를 바보로 보지 않는 한 사람이야.”


여전히 나는 ‘결혼’에 대해 어떤 답도 찾지 못했다. 그나마 결혼은 ‘선택’이 아닌 ‘해법’에 방점이 찍힌다는 정도는 이 나이쯤 되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그런 어느 날 운전을 하다 ‘내가 결혼을 못하고, 사랑을 못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결국 그래서 이렇게 내가 혼자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누군가가 사랑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 누군가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유명세를 타면 갑자기 결혼을 하는 걸까? 이제 답을 알았으니 내가 결혼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나는 누구랑 결혼을 할 것이며, 언제 할 것인가’ 정도가 되겠다. 이제 이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또 다시 주변을 둘러보다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을 만났다. 글귀에서 그 해답(?)을 발견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니까 내 답은 “결혼은 해야 할 때가 와야 할 것이며, 그때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할 것”이다!


결혼도

사랑도 나쁜 적이 없었다.


결혼해서 잘 살지 못한 것을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


“결혼하지 마!”

“결혼하면 정말 힘들어져.”

마치 결혼이 나쁜 것처럼

사랑이 나쁜 짓을 한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일찍이 결혼이

사랑이 잘못한 게 있었던가.

진짜로 후회해야 할 것은

결혼 생활을 잘 하지 못한 것.

사랑을 잘 해내지 못한 것.

그뿐이다.

_김지연 『네가 아무리 외로워도 누군가에겐 잊혀지지 않는 사람』 중에서



모르고 사는 즐거움

아버지 팔순잔치를 하던 날이었다. 잔치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평소 가깝게 지내시던 친구분 몇몇을 모시고 조촐하게 팔순잔치, 그러니까 여든 번째 생일파티를 했다.


가깝게 지낸 분들이라도 한자리에 다 모이는 건 오랜만이신지, 그분들의 대화는 끝이 없다. 그런데 아버지는 귀가 잘 안 들리시는지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나중엔 잘 안 들린다고 어리광 비슷한 몸짓을 하신다. 그 모습에 내가 “우리 아버지, 보청기 해드려야겠네요” 하니 옆에 계시던 친구분이 하시는 말씀이 명언이다.


“노인이 될수록 자식들이 하는 얘기 다 들리면 오히려 스트레스 받아. 안 듣는 게 최고야. 안 들리고, 안 듣고… 이렇게 사는 게 좋은 거야.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귀가 머는 건 당연한 이치야. 노인도 행복하게 살아야 하니까!”


시쳇말처럼 백퍼 옳은 말씀이다. 요즘 너무나 많은 매체와 인터넷 등으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 정보를 처리하려고 현대인들은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우리에겐 ‘잊혀질 권리’도 있고, ‘잊을 권리’도 있는데, 우리는 그걸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해 더 힘들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누릴 행복의 조건 중 하나가 ‘모르고 사는 즐거움’은 아닐까.


의도가 불순하다고?

사람들은, 아니 나는 참 바보 같은 일상을 되풀이한다. 조금만 잘되면 금세 콧대가 높아지고, 내가 뭐라도 된 듯한 기분에 빠져 오만해지기 일쑤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주의 인간형이라고 할까? 폼 재고 위에 올라서서 돌아가는 일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정작 중요한 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쓸데없이 힘만 들이고, 결과는 내가 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나는 게 대부분이다. 하긴 이렇게 건방을 떠는 모습을 위에 계신 분이 보고 있다면 “넌 좀 더 자라야겠다. 좀 더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야지!” 하고 새로운 숙제를 왕창 보내주시겠지. 덕분에 나는 오만함에서 빠져나오느라, 더 이상 자화자찬에 빠져있을 여유도 없어질 테니 말이다.


사실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는 얘기) 영화의 속편은 왜 우릴 실망시킬까? 1편에서 얻은 무지막지한 큰 기대 때문에?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바보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나랑 비슷한 맥락으로 파악된다. 그러니까, 의도가 불순해서라고 말이다. 1편에서 ‘작품의 완성도’에 더 많은 노력을 했다면 속편은 1편의 성공으로 인해 돈의 맛을 본 후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돈이 되는 구조로 영화를 제작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렇게 자기가 만든 자화자찬의 늪에 빠져있으면 위에 계신 분이 가만 두지 않으실 건 당연하다.


신은 이상하게도 우리 안에 숨은 불순한 의도를 우리보다 훨씬 잘 알고 계시다. 분명 우리에게 해결해야할 숙제를 한보따리 안겨주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고.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자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불순한 의도가 섞여있다면 지금 그 일을 그만두는 것이 현명하다! 하는 이야기다.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니까. 정말이지 사랑도, 사업도, 인간관계도 모든 게 그 의도가 순수해야 한다.



남과 여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방 안에 페인트칠을 해서 머리가 아픈데 창문을 열면 매연이 들어오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돼?”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 질문에 그래도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머리 아파? 병원 가야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 남자를 더 좋아한다._신원호 박성재 연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중에서


사람마다 관점도,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는 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상의 절반인 여자들을 이해하는 건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도 이렇게 남녀의 다른 점을 다뤘겠지만(아직 읽지는 못한, 제목만 아는 책이라) 정말이지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끌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같다면, 이해하는 건 더 쉽겠지만, 사랑하는 감정이 싹트기 어려울 것 같다. 다르기 때문에 설레고, 설레니까 알고 싶고, 알고 싶으니까 더 잘 보려고 하고 그런 게 아닐까. 페인트칠 때문에 머리가 아프면 문을 여는 게 답이겠지만,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그녀가 아플까 봐 걱정해주는 것,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감동적일 것 같긴 하다.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는 건 함정이고!


내가 사는 법 “Golden distance”

병원 응급실에는 ‘골든 타임’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 시간을 얼마나 활용했는가에 따라 사람의 생명이 달렸다. 하지만 나는 골든 타임뿐만 아니라 ‘골든 디스턴스’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정한 거리쯤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과 사람 간은 물론, 사물이든 일이든 뭐든 ‘적당한 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필수조건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마라톤 코스의 길이는 42.195킬로미터다. 원래는 42킬로미터였지만, 제4회 런던 올림픽 당시 마라톤 경기의 스타트라인을 윈저 궁으로 변경함으로 인해 어정쩡한 거리 42.195킬로미터가 된 것이라고 한다(나는 지금까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소식을 전한 아테네 병사가 달린 마라톤 벌판의 거리가 42.195킬로미터라서 그렇게 정한 줄 알았다. 디테일하게 말이다!).


투수와 포수의 거리는 18.44미터이다. 이 거리가 너무 멀면 투수가 불리하고, 너무 가까우면 타자에게 불리해서 둘 사이에 가장 ‘적당한 거리’로 정한 것이라 한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149,000,000킬로미터인데 이 거리의 이유는 잘 모르겠다. (뭐 인간을 너무도 사랑한 하느님께서 우리가 살기에 금성은 너무 뜨겁고, 화성은 너무 추워서 이 정도 거리를 둔 건지도?) 이건 아무래도 신께 물어봐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모든 거리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어떤가? 우리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가? 모든 것이 가장 적정한 거리를 유지할 때 비로소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듯 사람과의 관계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 같다! 너무 멀지도 또는 너무 가깝지도 않은 최상의 거리, 그게 바로 ‘골든 디스턴스’ 아닐까?


너무 가까우면 무례해지고 또 너무 멀면 소홀 해지는 것이 사람의 관계이다. 너무 좋아하면 중독이고 (이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좀 부정적인 것 맞나?), 또 너무 멀면 무지한 것이 일이나 사물과의 관계이다. 어떤 관계는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다치는 경우도 있고, 또는 너무 멀어서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도 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문자답을 하곤 한다. 때로 자학은 부록처럼 따라오기도 한다.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직장 동료나 후배들에게 함부로 대할 때가 있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려고 가까운 사람을 함부로 대할 때는 없는가?’


그리고 이런 물음에 완벽하게 ‘아니오’라고 답하지 못한다. 거울 앞에 서서 이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내 자신조차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不可近 不可遠.’

‘골든 디스턴스’, 내가 평생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묘비명

무라카미 하루키는 미리 자기 묘지명을 써두었다고 한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저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그만큼이나 유명하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나는 내 묘비명에 뭐라고 쓰고 싶은가? 한 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다 떠오르는 생각 한 조각. “평생 걱정만 하다 좋은 세월을 다 버리다!”


가끔 나는 전생에 기우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정말이지 나를 보면 걱정도 팔자라는 옛날 속담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내 인생의 모토는 ‘미리 걱정, 사서 걱정’쯤 이려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어니 J. 젤린 스키라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걱정거리 중 40퍼센트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 30퍼센트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퍼센트는 사소한 사건, 그리고 4퍼센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머지 4퍼센트만이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진짜 사건이다. 하긴 나 같은 이를 위해 내려오는 티베트 속담도 있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시련량 보존의 법칙

문득 TV를 켜니 〈꽃보다 누나〉가 방영되고 있었다. 다른 데선 뭘 하나, 채널을 돌리려 리모컨을 들었다 순간 얼음이 되었다. 윤여정 선생님이 인터뷰 장면이었는데, 이 말이 너무 깊이 와 닿았다.


“내 나이가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지금 예순일곱이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시련이나 고통이 좀더 쉽게 지나가는 건 아니더라구. 그때 그 나이는 나로서도 다 처음 살아내는 나이이기 때문에 아플 수밖에 없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지금의 내 생각이지.”


정말 그렇다. 나이를 먹으면 아프지 않다고 누가 그러던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청춘만 아픈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그 아픔을 삭여내는 방법이 좀 더 안정적이 되었을 뿐이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 것처럼 하나둘 인생에서 내려놓고, 둥글둥글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인생의 깊이와 평정을 찾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프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세상이 내게 준 선물

예전에 〈밀양〉이라는 영화는 내게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그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지만, 이번엔 감사하는 삶이 좋다는 걸 알지만 덧붙여 진정한 ‘감사’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15년도 넘게 흘렀으니까). 당시 나는 한 건물의 지하 2층을 세 내 ‘메소드’라는 연기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차가운 현실과 싸우는 것도 벅찬데, 곰팡이까지 나를 공격하니 정말 전투태세로 그 시간을 살아내고 있던 때였다. 그때 거대한 개그맨 기획사였던 G패밀리에 소속된 모든 개그맨들이 우리 학원에게 연습을 하게 되었다. (아, 내가 앞날을 좀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국민MC라 불리는 유재석과 아주 두터운 친분을 맺어뒀을 건데, 정말이지 아쉬운 일이다.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들면 뭐하겠냐마는.)


유재석이라는 친구는 대단하다.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고수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안티팬이 없다는것은 더 신기한 일이다. 정말이지 그 비결이, 아니 도대체 그게 가능한 일인지 너무 궁금했다. 오가며 그와 인사를 나누던 사이이긴 했지만, 얼마 전 〈런닝맨〉이라는 프로 덕분에 유재석과 좀 더 가깝게,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녹화 때문에 1박 2일 동거를 하는 행운이 생긴 거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그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지 촬영이 끝날 때쯤 저절로 깨닫게 되었다.


그만의 노하우는 바로 “모든 일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자!”였다. 내가 본 그는 감사의 숨겨진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성공을 누구도 질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또한 전제가 따른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없는 건, 그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지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일 게다.


“형! 여기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 힘들어요! 그래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고, 또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다면 감사해야죠! 얼마나 감사할 일이 많은 데요.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주는 게스트분들도 너무 감사하고, 이렇게 함께 수고해주는 스태프들도 얼마나 감사한데요! 세상 모든 게 불평과 불만만 가득해가지고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생각차이인 것 같아요! 그냥 무조건 ‘감사’해야 해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감사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리고 형! 뭐든지 말하는 대로 된다고 봐요! 안 된다고 매일 말하고 불평만 매일 하고 부정적으로만 말한다면 전 꼭 그렇게 된다고 믿어요!”


‘부정적’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나에게 무조건적인 감사함으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준 유재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제자리 찾기

이사를 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집 안의 물건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는다, 물건 하나하나의 제자리 찾기가 끝날 즈음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물건도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필요한 물건이 되고 쓰임을 받는구나.’ 제자리에 있지 않은 물건은 다시 이사를 할 때가 되어서야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물건도 이럴진대, 사람은 어떨까? 사람 역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제 쓰임을 다할 것이다.


그럼 나는 제자리를 찾은 건가? 아직 아니라면, 내 자리는 대체 어디쯤 있는 걸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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